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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누 캐릭터 스토리 ~늠름한 오니처럼

킹루클린 2023. 3. 28. 07:51

 

늠름한 오니처럼
 
 
 ~01.비상사태!?
중앵 진영과의 작전회의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왔다. 어째서인지 뺨에 바람 기운이 느껴졌다.
 
……방 안쪽의 커튼이 부풀어 있다. 아무래도 창문을 열어둔 채 집무실을 나선 것 같았다.
 
――똑똑.
 
키누: 지휘관. 잠깐 괜찮나. 아까 회의에서 빼먹은 말이 있었다만.
 
막 창문을 닫았을 때 키누가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왔다. 무슨 일일까 하고 뒤돌아본 순간,
 
키누: ……어이 지휘관. 거기서 1mm도 움직이지 마라.
 
키누: 그렇지 않으면 네 목숨은 보장할 수 없다.
 
갑자기 험악한 표정으로 뒤숭숭한 말을 꺼내는 키누. 그 무시무시한 기백에 압도되어 거의 반사적으로 경직되고 말았다.
 
키누: 그래. 됐다고 할 때까지 그대로 가만히 있어.
 
키누: 대단한 일은 아냐. 지금 네 주변에 말벌이 있어서 움직이지 말라고 한 거다.
 
키누: ……진정하고 들어라. 내가 지금부터 그쪽의 창문을 열러 가겠다. 그때까지 꼼짝도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식은땀이 흐르는 가운데 키누는 실로 침착한 모습으로 집무실 창문을 조용히 열었다.
 
키누: 알겠나 지휘관. 말벌을 떨쳐내려고 하면 공격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괜찮아.
 
키누: 정말이지 네놈, 배짱이 두둑한 건지 그냥 당황해서 굳은 건지 알 수가 없군.
 
내가 온힘을 다해 가만히 있는 사이 키누는 슬쩍 내 옷깃에 손을 가져다 대 말벌을 제 손으로 옮겼다.
 
키누: 그대로 창밖으로 가라고. 자, 어디로든 날아가.
 
키누: ……이제 됐다. 하지만 지휘관인 주제에 이 정도로 당황이나 하다니.
 
키누: 더 강해져라. 이 오니를 이끌기 위해서라도 말야.
 
……많은 함선을 지휘하는 입장에서 확실히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다.
 
 
 
 
 ~02. 실력차
키누: ……정신을 단련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나 했다만.
 
키누: 흥. 근성이 뭔지 보여달라고? 그러면 오늘은 내 일과 중 하나인 후리기를 체험해 보도록.
 
 
 
키누: 우선은 휘두르기 천 번이다.
 
키누: 뭐냐 그 표정은? 너무 간단해서 맥이라도 풀렸나?
 
키누: 걱정 마라. 휘두르기 다음엔 대련도 같이 해줄 테니까. 자, 이 죽도를 잡아라.
 
 
 
키누: ……설마, 벌써 지친 건가?
 
죽도를 하도 휘둘러서 팔이 얼얼하다……. 한편 키누는 자세도 변함없고 숨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키누: 예상외로군. 고작 그 정도로 녹초가 되어선 대련도 할 수 없겠지.
 
키누: ……흥. “문제없어”라. 좋다. 그럼 이번에는 가벼운 대련 한 판이다. 덤벼봐!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전력을 다해 키누에게 맞섰다.
 
하지만 역시나라고 해야 할지……. 키누를 향한 공격은 대부분 빗나가거나 흘려졌다.
 
키누: 하하하! 망설임 없는 그 기개 하나만은 대단하군. 인정해주지, 지휘관.
 
키누: ……응? 왜 그러지? 아까부터 흘끔흘끔 거리고.
 
키누: 뭐? “아름다운 자세에 숨도 흐트러지지 않는 걸 보고 무심코 넋을 잃었다”…라고?
 
키누: 너, 넋을 잃고 말고는 자유지만 긴장을 풀진 마.
 
키누는 순간 화끈 달아오른 얼굴을 돌리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03. 오니가 아니다
다음은 근성 수행이라는 키누의 말을 듣고 모항 뒷산에 있는 폭포를 찾았다.
 
키누: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정신력을 단련하기에는 폭포 수행이 안성맞춤이지.
 
아부쿠마: 둘 다 안녕~
 
키누: 아부쿠마, 이런 데서 뭘 하고 있지?
 
아부쿠마: 낚시 하고 있었어. 혹시 지휘관, 거기 있는 폭포를 맞을 셈이야? 지금은 물이 엄청 차가울 텐데.
 
키누: 아, 그게 말이다만…….
 
키누가 아부쿠마에게 무언가 귓속말 하는 게 신경 쓰였지만, 개의치 않고 물 속에 발을 담갔다.
 
키누: 알겠나 지휘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절대로 동요하지 마라. 말벌이 습격했을 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숨을 가다듬고 폭포에 머리를 담갔다.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물이었다. 떨어지는 폭포도 무척이나 따가워 몸이 저릴 정도다.
 
키누: 그대로 자세를 무너트리지 말고 서 있도록. 물의 차가움도, 폭포수의 아픔도 참아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거다.
 
키누: 잊지 말라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말야.
 
키누는 몇 번이나 확인하듯이 말을 걸었다. ……혹시 무언가 꾸미는 거라도 있나?
 
아부쿠마: 지휘관. 무리하진 마. 그리고 미리 사과할게. 미안.
 
키누: 아부쿠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아부쿠마: 그래그래. 오, 이번엔 대어가 걸린 거 같은데?
 
아부쿠마가 갑자기 국어책 읽기 톤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부쿠마: 우왓. 이 물고기 되게 세서, 끄, 끌려갈 거 같아―
 
키누: 지휘관. 마음을 가라앉혀라.
 
아부쿠마: 도, 도와줘 지휘관― 도와줘―…… 에잇.
 
아부쿠마가 강에 빠졌다. 마지막에 덧붙인 “에잇”까지 포함해서 아무리 봐도 스스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만약 연기라고 해도 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폭포를 떠나서 아부쿠마에게 갔다.
 
아부쿠마: 앗. ……지휘관, 도와주러 왔네.
 
키누: 동료의 안부는 확실히 중요하지만……. 전장에서는 그 상냥함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키누: 아부쿠마가 강에 빠졌을 때 제일 가까이에 있었던 건 나다. 스스로 뛰어들기 전에 내게 명령을 해라.
 
키누: ……하지만, 네가 그렇게 판단한 거라면 아무 말도 않으마. …그래도 이래서는 수행이 되지 않아. 다시 한 번 더!
 
키누: (오니를 이끄는 것은 오니가 아니다……. 나를 이끄는 것은 오니가 아니라, 사람…인가.)
 
두꺼운 얼굴로 수행을 재촉하는 키누였지만, 입으로는 어딘가 기쁜 듯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04. 유일무이한 것
키누: ………….
 
폭포 수행 이후 키누는 때때로 생각에 잠기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 어느 날, 생각에 잠긴 그녀의 늠름한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키누: 뭘 보나, 지휘관.
 
그만 시선을 들키고 말았다. 황급히 눈을 피했지만 이미 늦었다.
 
키누: ……과연. 그런 건가.
 
키누: 너도 드디어 매력을 눈치챈 거로군. 흥,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 매력?
→ 아아, 실은 키누에게 시선을 뺏겨서……
 
키누: 후후. 어때? 이 옷감에 색상, 그리고 촉감. 각종 장신구들.
 
키누: 더 가까이에서 봐도 괜찮아. 주문 제작으로 만든 거야.
 
키누: 기능성만 따지면 외투로서의 기능은 코트에 밀리지만, 그것만 빼면 외형은 유일무이.
 
키누: 후후. 뭐, 그런 거다. 멋있지?
 
…여기서는 적당히 분위기를 맞춰줄까… 아니 아니.
 
이대로는 키누의 망토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거 같아 서둘러 업무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키누: 어? 앗. ……미, 미안.
 
키누: 나도 참 들뜨고 말았군. 어흠.
 
키누: …지휘관도 이참에 망토 입어 보지 않겠나? 뭐 나보다 더 어울리긴 힘들겠지만.
 
평소보다 확연히 말이 많아진 키누. 아무래도 망토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소신이 있는 것 같다…….
 
 
 
 
 ~05. 몸을 바쳐서
키누: 후리기도 꽤나 몸에 익은 것 같군.
 
키누: 잔잔한 정신과는 걸맞진 않지만…… 그것 또한 네 지휘관으로서의 소질일 테지.
 
키누: 처음과 비교하면 많이 안정되었군. 슬슬 담력이라도 한번 시험해볼까…….
 
이스즈: 아, 키누……하고 지휘관.
 
키누: 뭐지 이스즈?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만.
 
이스즈: 아으으……. 마, 말해도 안 믿을 텐데…….
 
키누: 괜찮으니 말해봐. 뭔가 불안한 게 있다면 내가 제거해주마.
 
이스즈: 으으……. 시, 실은 아까 숙소에서 괴물을 봤어.
 
키누: 괴물?
 
이스즈: 의, 의상실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얀 괴물이 혼자 스윽 하고 움직였어…….
 
키누: 즉…… 수상한 자가 잠입했다는 말인가. 이건 조사할 필요가 있겠군.
 
 
 
이스즈가 괴물을 보았다는 의상실은 파티에서 입는 드레스나 정장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키누: 전기가 나가 있군……. 지휘관, 거수자가 아직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해라.
 
오기 전에 챙긴 손전등을 비춰가며 키누는 점점 깊숙이 들어갔다.
 
키누: 들리나! 거수자! 있으면 당장 나와라.
 
키누: ……아무래도 더는 없는 거 같군.
 
그렇게 말하며 키누가 돌아본 순간, 그녀의 허를 찔렀다는 듯 안쪽에서 하얀 천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키누: 지휘관! 무얼――
 
나는 즉각 키누를 감싸면서 하얀 천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눈앞의 하얀 천이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늬가 없는 망토 같았다.
 
우라나미: 야호!
 
키누: 무슨!?
 
……안에서 우라나미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괴물은 망토를 뒤집어 쓴 우라나미였던 것 같다…….
 
키누: 우라나미. 이런 데서 뭘 하고 있지?
 
우라나미: 귀여운 콜렉션을 찾고 있었어― 두근두근 콩닥콩닥 하는 아이템이야―
 
키누: 이 멋진 망토가 네가 찾던 보물이라는 건가? 흠. 우라나미치고는 좋은 센스군…….
 
키누: ……어흠!!! 그, 그보다 지휘관. 아까 일 말인데…….
 
키누: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네게 담력 시험은 더는 필요 없을 것 같다.
 
키누는 어쩐지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괴물의 정체를 알아냈으니 전기는…… 천천히 고치도록 하자.
 
 
 
 
 ~06. 포커페이스
모항 학원. 어느 빈 교실.
 
키누: 지휘관. 딱 맞춰 왔군.
 
키누: 시간 내줘서 고맙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만….
 
키누: 그보다 지휘관. 너무 옆트임만 보고 있는 거 아닌가? 섬세하지 못한 행동은 삼가는 게……
 
키누: 앉는 자세가 좀 이상했다고? 미, 미안…….
 
키누가 이번 학원의 이벤트 가게에서 입을 의상을 시착해보고 싶다길래 시간을 내기로 했다.
 
낯선 차림의 그녀가 얼른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선 뭘 하면 좋을까…….
 
키누: 카드 게임? 호오, 그렇게 나오셨나.
 
키누: 노 베팅. 10판 승부다. 이런 꼴이라지만 오니의 실력을 얕보았다간 큰코다칠 거다.
 
키누: …자, 지휘관. 덤벼라!
 
 
 
키누: 더 할 건가?
 
대담한 미소를 짓는 키누. 게임 시작 후 아직까지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키누: 내 포커페이스를 지휘관이 꿰뚫어보는 것은 불가능해. 반대로 네 표정은 너무 읽기 쉬워서 오히려 곤란할 정도군.
 
키누: 표정이 흐트러지긴 하냐고? 뭐, 없지는 않지만 네가 과연 날 그렇게 만들 기회가 올까?
 
나가라: ――으음~ 이쪽에서 목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키누: 으윽!!
 
키누의 표정이 흐트러졌다……. 아무래도 상상 이상으로 빨리 그 기회가 온 것 같다.
 
키누: 미안. 잠깐만 시간 좀 줘――
 
나가라: 키, 키누!? 그 모습은…!?
 
교실에 들어온 나가라가 놀란 나머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키누: 나가라 언니! 아니, 이건…! 나는…!!
 
나가라: 엄청 귀여워 키누야! 지휘관이 고른 거야? 어머 기뻐라! 너무 기뻐서 나, 살짝 눈물 나려고 해… 훌쩍.
 
키누: 아니, 울지 마! 함선이 고작 이 정도로… 으으읍!?
 
“대하기 서툰” 자매함――나가라의 품에 얼굴을 파묻힌 키누는 너무도 부끄러운 나머지 손발만 파닥거리고 있었다.
 
…키누의 성격으로 보건대 이건 확실히 어려운 상대일지도 모른다….
 
 
 
키누: 정말이지. 재난이었어…….
 
키누: ……미리 말해 두지만, 딱히 나가라가 싫은 건 아냐. 단지…… 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게 서투를 뿐이지….
 
키누: 아까 표정은 잊어줘. 더는 두 번 다시 네 앞에서 지을 일은 없을 테니까.
 
평소의 늠름한 얼굴로 돌아간 키누는 아까 당황해서 떨어트린 카드를 집어들었다.
 
키누: 저런 달갑잖은 친절, 누가 나서서 받고 싶어 하겠나.
 
키누: 뭐, 좋은 언니인 건 부정하진 않지만……. 음. 그런 거다.
 
두 번 다시 보여주지 않겠다던 표정은 의외로 빨리 볼 수 있었다.
 
 
 
 
 ~07. 불의의 일격
키누: ――슬슬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날도 키누의 일과인 후리기를 함께하기로 해서 도장으로 왔다.
 
키누: 좋아. 오늘은 그 동안의 수행 성과를 테스트하겠어. 마음의 준비는 되었나?
 
키누: 어때? 내게 그 다짐을 한번 보여봐.
 
시키는 대로 정면으로 죽도를 다잡고, 정신을 집중한 뒤 한 번 휘둘렀다.
 
키누: 흠. 표정도 자세도 전에 비하면 꽤나 늠름해졌군. ……하지만, 미숙해!
 
그 순간 죽도를 거머쥔 키누 주변의 공기가 팽팽하게 얼어붙었다.
 
키누: ――와라. 내게 한 방 먹여봐라. 지휘관.
 
크게 한 걸음을 내디디며 검을 휘둘렀다. 전력을 다해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가려던 그때였다.
 
키누: 흡!!!
 
키누: 성장했군. 지휘관.
 
그렇게 말하며 키누는 실로 멋진 칼 솜씨로 허리로 죽도를 거두었다. 여전히 그 모습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다.
 
키누: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나와 검을 겨눌 때의 “근성”과 “용기”라면 모르겠지만
 
키누: 그 “여유”는, 대체 어디서 온 거지……?
 
함께 “수행”하는 동안 있었던 일들이 가르쳐줬다.
 
그녀의 강점, 약점, 평소와는 다른 또 하나의 사랑스러운 “얼굴”…….
 
키누: 뭐어엇!?
 
일부러 블러핑을 치며 허점을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 유인하기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녀가 내 움직임을 살피는 틈에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을 먹였다.
 
키누: ……………….
 
“나는 키누를 알고 있다” ――이 “여유”야말로 그녀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이유다.
 
키누: 한 방 먹었군. 나 참.
 
키누: ……과연. 네게는 이 오니는 헤아릴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교제로 이해했다.
 
키누: 그래…… 이해했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제안하마.
 
키누는 죽도를 다시 허리춤에 차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힘차게 말했다.
 
키누: 내가, 네 비서함이 되겠다.
 
씩씩하게 말하는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생각지도 않았던 진언. ……물론 거절할 이유는 없다.
 
키누: 존명. 하오면 이 오니의 전부를 다하리라.
 
키누: ……너를 위해서다. 지휘관.
 
늠름한 표정으로 그렇게 고하는 그녀는―― 유일무이한 아름다움을 가진, 멋진 함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