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진 뒤
~01. 무엇을 찾으시나요?
전력 증강의 일환으로 이번에 모항 부지 내에 새 보급고를 짓기로 했다.
그나저나 어디에 지어야할까……. 생각을 거듭하며 산책하던 중에 길 한복판에 주머니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머니를 흔들어 보니 안에서 동전 소리가 들렸다. 대체 누가 잃어버린 걸까?
후소: ………….
후소: 아, 지휘관님――
후소: ――! 그 주머니는 아까 제가 잃어버린 것이온데……. 어디서 찾으셨사옵니까?
바로 저기 떨어져 있었다고 말하고 주머니를 돌려줬다.
후소: 아아, 다행이다……. 혹여나 도랑 등에 빠졌을까봐 몹시 걱정하던 차였사옵니다.
후소: 친절하신 지휘관님께서 찾아주시니 무척이나 행복할 따름이옵니다.
후소: 이 또한 신사에서 날마다 거듭 기도를 올린 덕분일까요. 후후훗.
애초에 잃어버린 시점에서 별 효과가 없었던 거 같기도 하지만…….
후소: 그런데 지휘관님께서는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사옵니까?
후소: ……아아, 보급고 건설에 필요한 토지를 찾고 계셨군요.
후소: 그렇다면 저와 야마시로가 기거하는 신사 근처의 토지는 어떠하신지요? 충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옵니다만….
그러고 보니 분명 신사 옆에 적당한 크기의 공터가 있었던 것 같다…….
후소: 혹 괜찮으시다면 다음에 안내해 드리겠사오니 한번 확인해 보시지요.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02. 달콤한 쇼핑
그런데 동전을 가지고 어딜 가던 길이었을까? 후소에게 물어봤다.
후소: 실은 평소부터 신사에서 일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달콤한 것이라도 사줄까 해서 매점에 가던 중이었사옵니다.
후소: 괜찮으시다면 지휘관님께서도 같이 가보시겠습니까?
후소: 분명 여기 바로 앞에 있는 매점에서 단팥이 듬뿍 들어간 찹쌀떡을 팔고 있을 텐데…….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매점에 도착했더니, 같은 타이밍에 미치시오도 와 있었다.
미치시오: 어, 지휘관님? 그리고 후소 씨도 계시네요. 두 분이서 같이 간식 사러 오셨나요―?
후소: 네. 신사에 있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좀 사주려고……. 어머? 찹쌀떡이 하나밖에 없네요.
미치시오: 아! 후소 씨도 찹쌀떡 사러 오신 거예요!?
미치시오: 우으~ 나 여기 찹쌀떡 진짜 좋아하는데, 일하는 애들한테 주는 거면 양보해야지…….
후소: 괜찮아요. 저는 여기서 경단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도록 할 테니까요.
미치시오: 저, 정말요? 괜찮나요?
후소: 괜찮답니다. 미치시오가 사도 좋아요.
미치시오: 감사합니다 후소 씨! 와아-! 찹쌀찹쌀떡~♪
미치시오는 신이 나서 찹쌀떡을 사들고 매점을 떠났다.
후소: ……어디, 경단 재료는 이쯤이면 될 것 같네요.
후소: 혹 괜찮으시다면 지휘관님께서도 경단을 드시러 와주시겠습니까? 주머니를 주워 주신 답례이옵니다.
후소: 그때는 제가 먹여 드릴 테니 “아앙~”하고 입을 벌려 주세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후소는 즐겁다는 듯이 쿡쿡 웃는 것이었다.
~03. 문자는 서툴러
후소와 매점에 간 다음 날, 평소처럼 집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문자: “강녕하시옵니까?”
내용은 그거밖에 없었다. 발신번호도 안 뜨는데…… 라며 생각하고 있자니 바로 다음 문자가 왔다.
문자: “곧 그리고 가겠사옵니다.”
집무실에 오겠다는 건가……? 누군지 짐작이 안 가서 이름 좀 알려 달라고 답장을 쓰고 있을 찰나에…….
문자: “지금, 분수 앞에 있습니다.”
문자: “지금, 건물 안에 있습니다.”
연달아 도착한 문자를 보니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마 마지막에는 모 괴담처럼 “당신 뒤에 있어요”로 끝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또 문자가 왔다.
메일: 지금, 집무실 앞에 있습니다.“
그 문자를 확인함과 동시에 집무실 밖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쭈뼛쭈뼛 다가가 천천히 문을 열었더니 거기에는――
후소: ……죄,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공터 건으로 문자를 작성하던 중이었는데 도중에 그만 송신되어 버려서….
후소: 스마트폰? 이란 것은 다루기 어렵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발신자 제한”?으로 간 것 같사옵니다….
후소: 예전부터 전자기기에는 서툴러서……. 왜 그러신지요, 지휘관님? 어쩐지 넋이 나가신 듯한 표정이시옵니다만…?
후소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후소: 아, 아무튼. 공터로 안내해 드릴까 하는데, 이후 일정은 괜찮으십니까?
후소: 괜찮으시군요. 그럼 안내해 드리겠사오니 저를 따라오시지요.
앞서 걷는 후소의 뒤를 따라 집무실을 나섰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의 긴장이 겨우 풀렸다.
정신건강에 안 좋으니 나중에 제대로 문자 쓰는 법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겠다.
~04. 약속
후소: “지금부터 지휘관님을 모시고 공터로 가겠습니다.” 지휘관님. 이러면 되겠사옵니까?
공터로 가는 도중에 문자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더니 간신히 제대로 된 문장을 써낸 것 같다.
후소: 그럼 야마시로에게 전송하겠사옵니다. ……네, 이걸로 도착했겠지요…… 아마도.
후소: 지휘관님께는 주머니 일도 그렇고 폐만 끼치고 있군요.
후소: 무언가 제 나름대로 보답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후소는 위를 올려다 본 채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 후소의 시선을 쫓아가 봤더니 신사 뒷산에 피어 있는 벚꽃을 발견했다.
후소: 그러고 보니 때마침 지금은 벚꽃이 절정일 시기로군요.
후소: 그 부근은 관광 코스로 꾸며져 있사옵니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는 무척이나 아름답답니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신사 입구를 알리는 토리이가 바로 지척이다.
후소: 어떠신지요? 이 정도 크기의 땅이라면 보급고를 세우기에 괜찮겠사옵니까?
→ 음. 괜찮네.
→ 신사가 이웃이니 대박나겠네.
후소: 그러시다면 저희가 무사히 공사가 끝날 수 있도록 안전 기원 의식을 거행하겠사옵니다.
후소: 그리고…… 지휘관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후소: 의식이 무사히 끝나면 뒷산의 관광 코스에서 함께 벚꽃을 구경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갑작스런 데이트 신청이라니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소: 후훗. 감사합니다. 그럼 그때 전에 말씀드린 경단을 가져오겠사옵니다.
류호: ……지휘관님? 그리고 후소 씨도 계셨군요.
후소: 어머 류호. 오늘도 신사 일을 도와주러 오셨나요?
류호: 네! 그나저나 두 분 다 이런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서 무엇을…….
――삐리리리리♪
후소: 꺄악!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려서 놀란 건지 후소가 내 품에 뛰어들었다!
후소: 죄,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놀라서 그만…….
후소: 새삼 전자기기에는 서투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사옵니다……. 후우 깜짝이야.
류호: 후, 후소 씨…. 슬슬 지휘관님께서 떨어지시는 게…….
후소: 네? 아, 아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껴안아 버렸사옵니다.
밀착해 있던 후소의 몸이 살며시 떨어졌다. 기분탓인지 후소의 귀가 붉어진 것 같았다.
후소: 그럼 지휘관님. 내일이라도 의식을 거행하겠사오니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고 후소는 류호와 함께 토리이를 지나 신사로 향했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내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자리를 떠났다.
~05. 웃는 얼굴로 있어줘
다음 날. 바로 공터로 향했더니 의식이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후소: 지휘관님. 지금 막 하루츠키와 요이즈키가 의식을 행하고 있사오니 이곳에서 지켜봐 주십시오.
하루츠키: 하, 하느님~……, 하루츠키를 지켜봐 주세요~)
요이즈키: 하루츠키. 눈을 감고 있으면 불제봉을 제대로 흔들 수 없어.
후소: ……역시 하루츠키는 아직 조금 긴장하고 있는 것 같군요.
후소: 가르친 대로는 잘 했으니 이제 남은 건 자신감뿐입니다만……. 그건 아무래도 많이 해봐야 하는 것이니….
하루츠키: 어, 그러니까…… 여기서 한 발 물러서서 이배…… 응? 삼배였나……?
요이즈키: 왜 그래 하루츠키. 얼른 돌아서.
하루츠키: 요, 요이즈키~…… 어떡해, 모르겠어…….
요이즈키: ……여기는 이배 이박자. 마지막에 일배.
결국 그 뒤로는 요이즈키가 시키는 대로 더듬더듬 의식을 수행하는 하루츠키였다.
후소: 둘 다 수고했어요. 차를 준비했으니 편히 쉬어요.
하루츠키: 으으…… 완전 망했어요…….
후소: 그렇지 않아요. 처음치고는 훌륭했어요. 하루츠키 덕에 멋지게 의식을 치를 수 있었답니다.
하루츠키: 그치만…….
후소: 그리고…… 하루츠키의 차를 잘 보세요.
하루츠키: ……아, 찻줄기!!
-역주) 엽차를 찻잔에 부을 때 곧추 뜨는 차의 줄기((길조(吉兆)라 함)).
후소: 하루츠키의 노력을 신께서도 지켜보셨답니다. 그래서 좋은 징조를 받은 것이어요.
하루츠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루츠키: 이거 야마시로 씨한테도 보여주고 와도 될까요?
후소: 물론이예요.
기쁜 듯이 떠나는 하루츠키를 배웅한 뒤, 후소는 나를 돌아보았다.
후소: 방금 찻줄기 말씀이십니까? 물론 하루츠키가 기운을 차리게끔 미리 준비한 것이옵니다.
후소: 그리고 그 아이가 열심히 의식을 행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이로 자신감이 붙어서 다음번에 성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옵니다.
후소: 상냥, 한가요? 후후훗. 저는 언제나 모두가 웃는 얼굴로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하답니다.
후소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표정에서 그 사실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후소: 의식도 무사히 끝났으니, 지휘관님만 좋으시다면 내일이라도 관광 코스를――
후소가 말하던 바로 그 순간 우르르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하늘을 보니 아까까지는 잘 보였던 태양이 검은 구름에 뒤덮이고 있었다.
~06. 실의의 비
모항. 집무실.
저녁이 되니 바깥에는 돌풍이 몰아치고, 비가 집무실 창문을 후려치듯이 내리기 시작했다.
후소: 이러면 내일 데이트는 힘들 것 같네요…….
모가미: ……지휘관, 실례할게.
집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들어온 것은 모가미였다.
모가미: 현재 일기 데이터를 인쇄해왔어. 아무래도 태풍은 요 2, 3일간 모항 인근에 정체할 거 같아.
모가미: ………….
후소: 왜 그러나요, 모가미?
모가미: 응…. 어쩌면 내가 데이터를 조사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해서…….
후소: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모가미가 가져온 일기도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고마워요.
모가미: 후소 씨…….
모가미: 그, 다음에 불제 받으러 가도 돼?
후소: 음…… 원한다면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모가미: 아니. 한번 부탁하고 싶었어. 그럼 나는 이만 실례할게. 미쿠마를 너무 기다리게 하면 안 되니까.
그렇게 떠나는 모가미를 배웅하고 나서 후소는 조금 지친 듯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후소: 어쩌면…… 이 태풍 때문에 벚꽃이 질지도 모르겠네요.
후소: 매일 거르지 않고 기도와 단련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피할 수 없는 불행은 일어나는군요…….
후소: 만약……제가 불행 체질이 아니었다면――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갑자기 후소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마음을 고쳐먹은 듯 미소를 지었다.
후소: 그러고 보니 아까 전 차와 함께 경단을 만들고 있었답니다.
후소: 사실 하루츠키와 요이즈키에게 주려고 했는데, 괜찮으시다면 지휘관님께서 먹어 주시겠사옵니까?
후소: 자, 입을 벌리세요. 아앙~
갑작스런 후소의 부끄러운 요구에 당황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입을 열어 경단을 받았다.
후소: 후훗. 같이 하는 벚꽃놀이에 비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라도 달성했으니 저는 만족하옵니다.
후소: 정말로, 이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요.
그 말은 빗소리와 섞여 들린 탓인지 어딘가 아련한 톤으로 방 안에 울렸다.
~07. 사소한 행복
며칠 후 태풍은 지나갔다――
역시 예상대로 벚꽃은 모두 져버렸고 땅은 더러워진 벚꽃 잎으로 뒤덮여 있었다.
류호: 지휘관님. 오늘도 오신 겁니까?
류호: 후소 씨는 임무 때문에 신사를 비웠습니다만…… 기다리시겠습니까?
류호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그대로 후소와 데이트하기로 했었던 관광 코스로 향했다.
――근처까지 와도 똑같았다. 오히려 길은 부러진 가지와 줄기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요이즈키: 지휘관님.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요이즈키: 보시다시피 이 관광 코스는 통행금지입니다. 청소 중이니 물러나 주셨으면 합니다.
요이즈키: ……그 벚나무 가지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손에 쥔 것은 가지 하나.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생각이 어느 곳까지 도달하자, 나는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며칠 뒤――
후소: ……지휘관님……. 며칠간은 뵙지 못할 거라 여겼는데 갑자기 문자로 집무실에 와달라고 하시다니…….
후소: (만나 뵙는 건 태풍이 친 날 이후로 처음입니다만…… 지나간 일에 언제까지고 마음 쓰고만 있을 수는 없죠.)
후소: 지휘관님, 실례하옵니다.――
노크를 하고 후소는 조용히 집무실로 들어갔다.
후소: 지휘관님. 격조하였사옵니다. 한동안 임무가 계속되느라 인사도 못 드렸사옵니다만…….
후소: 지휘관님. 그 꽃병에 있는 것은…… 혹시 벚나무 가지입니까?
후소는 놀란 표정으로 꽃병에 꽂힌 가지를 바라보고 있다.
아까 요이즈키가 청소하던 곳에 있던 가지는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여러 개 달린 가지였다.
바로 물을 주면 피어날지도 모른다……그 생각은 훌륭하게 들어맞아 집무실 안에는 지금 만개한 벚꽃이 있었다.
후소: 이것을…… 제게 보여주고 싶으셨던 건가요?
후소: 너와 꼭 같이 보고 싶었어…… 라니.
후소는 아름다운 벚나무 가지를 바라보며 가슴께에 천천히 손을 모았다.
후소: 감사합니다……지휘관님.
후소: 이렇게나 행복한 마음을 주시다니…… 상상도 못하였사옵니다.
후소: 비록 저 자신이 불행한 체질일지라도, 이렇게 지휘관님께서 제게 사소한 행복을 그득히 나누어 주시니
후소: 그것만으로도 저는…… 분명 그 누구보다 행복하옵니다.
글썽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후소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마다 후소가 진심으로 웃어 주었으면 한다.
비록 그것이 사소한 행복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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