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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47 캐릭터 스토리 ~상냥하고 조용하고 따뜻하고

킹루클린 2023. 3. 27. 22:39
상냥하고 조용하고 따뜻하고
 
 
 ~01. 파도 소리
밖에 나와 보니 어쩐지 평소보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 기왕 나온 거 부둣가 쪽까지 한번 가보자――
 
 
 
U-47: ………….
 
부둣가에 오니 혼자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있는 U-47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U-47: …………?
 
인기척을 느낀 듯, U-47이 내 쪽을 돌아봤다.
 
두 발을 바다에 담근 채 앉아 있는 그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U-47: …딱히. 그냥 파도 소리를 듣고 있었어.
 
똑같이 한번 귀를 기울여 봤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소리는 무척이나 잔잔하고 평온했다.
 
그간의 바쁜 일상에서 해방된 기분이 들어서, U-47의 옆에 앉아 똑같이 파도 소리를 듣기로 했다.
 
U-47: ………….
 
잠시동안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U-47이 신기하다는 듯 내 얼굴을 응시했다.
 
U-47: ……지휘관은 조금 특이하네.
 
U-47: 이렇게 말없이 옆에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어. 내 주변엔 시끄러운 애들이 많으니까.
 
U-47: 슬슬 잠수함들 소집 시간이니까, 다음에 봐 지휘관.
 
짧은 한 마디를 던지고 U-47은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U-47: ……저기.
 
그대로 가버리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걸음을 멈춘 U-47이 나를 돌아봤다.
 
U-47: 집무실은 조용해?
 
……이상한 질문이다. 함선들이 평소 거주하는 곳에서 떨어져 있으니 조용하다면야 조용하겠지만….
 
U-47: 흐응…… 그렇구나.
 
대답을 듣고 U-47은 이번에야말로 돌아서서 가버렸다.
 
내내 드라이한 그녀였지만 미움 받고 있는 건 아닐 거야……아마.
 
결국 그 후로도 혼자서 얼마간 파도 소리를 들었다…….
 
 
 
 
 ~02. 조용한 방문객
집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손님이라니 별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들어오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자――
 
U-47: 흐응, 집무실은 이런 느낌이구나.
 
U-47은 들어오자마자 방안을 신기한 듯 둘러보기 시작했다. 무슨 일로 왔을까…….
 
U-47: 딱히 볼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닌데. 혹시 방해됐다면 미안하지만…….
 
그렇게 바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니 내킬 때까지 있으라고 말하자 U-47은 고개를 끄덕였다.
 
U-47: 고마워. 여기서 잠깐 책 좀 읽을게.
 
 
 
U-47: ………….
 
일에 몰두한지 꽤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서로 간에 계속 아무 말도 없었는데 혹시 불편하게 한 건 아닐까?
 
U-47: ………….
 
U-47은 그대로 응접 소파에 앉아 있었다. 계속 조용하길래 상태를 보러 갔더니
 
U-47: ………새근……새근…….
 
아무래도 독서하던 중에 졸려서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 같다. 숨소리도 조용한 아이라 눈치채지 못했다.
 
읽고 있던 책의 제목을 봤다.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좀 난해한 책이었나 보다.
 
수마에 빠뜨린 것이 무엇인지 판명되었으니, 자고 있는 U-47에게 살포시 담요를 덮어 주었다.
 
U-47: ……으응.
 
아뿔싸, 깨워 버렸나―― 싶었는데 그냥 살짝 몸을 뒤척였을 뿐이었다.
 
다음에는 좀 더 그녀도 읽기 쉬운 책을 골라 놓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업무를 재개했다…….
 
 
 
 
 ~03. 선물
 
U-47: 지휘관. 이거 받아.
 
처음 집무실에 놀러 온 다음 날. U-47은 오자마자 종이팩에 든 우유를 건넸다.
 
겉포장에는 튼실한 소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어쩐지 마시면 소 기운이 쑥쑥 날 것 같았다.
 
U-47: 내가 잘 때 담요를 덮어준 답례.
 
그런 거였군, 하고 생각하면서 팩을 열어 봤는데 빨대가 없었다.
 
U-47: 아, 어디 떨어트렸나봐. 뭐 그치만 어떻게 마셔도 맛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U-47은 어제처럼 책장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잔을 가져와서 거기에 우유를 따랐다.
 
고작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보통 우유와는 뭐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거 맛있다!
 
U-47: 그거 내가 좋아하는 특제 우유야. 지휘관한테만 특별히 주는 거야.
 
U-47: 또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귀찮게 하고 있으니까, 뭔가 도울 일 있으면 말해.
 
말은 고맙지만 지금은 딱히 U-47이 도와줄 만한 일은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뭘 잘하는지 물어봤다.
 
U-47: 잠입 임무.
 
……아무래도 그녀에게 일을 부탁할 기회는 당분간 없을 것 같다.
 
U-47: 응. 그럼 나중에라도 말해줘.
 
그러면서 그녀는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흘끗 책표지를 훔쳐봤다.
 
「군항 기념우표 콜렉션」
 
U-47: 어제 봤을 때는 없었던 거 같은 책인데……. 제목은 재밌겠네.
 
그렇게 말하고 U-47은 어제처럼 소파에 걸터앉아 묵묵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냥 적당히 들여온 책이지만 그녀가 이런 취미가 있었다니 조금 의외다.
 
U-47: 지휘관은…… 역시 좀 특이하네.
 
U-47: 말도 없고 도와주지도 않는 애를 위해 일부러 책을 준비해 놓다니 너무 상냥해.
 
U-47: 아니…… 시끄럽게 하라는 게 아니라, 조용한 건 좋아하니까 지금 이대로가 좋지만.
 
→ 곁에 있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는 관계도 나쁘지 않지.
 
U-47: ……응.
 
U-47은 그 이상 아무 말 없이 독서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용한 방안에 어렴풋이 따뜻한 기운이 생겨난 것 같았다.
 
 
 
 
 ~04. 시끄러운 방문객
U-47: ………….
 
완전히 집무실에 눌러앉는 날이 많아진 U-47. 딱히 업무에 지장은 없지만…….
 
문득 동료인 잠수함 애들과의 교류는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
 
U-47: 왜 그래? 지휘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시선을 느낀 U-47과 눈이 마주쳤다. 슬슬 일에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때,
 
U-81: 지휘과안-!! 좀 열어봐-!!
 
그러면서 집무실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까지의 조용한 분위기를 깨는 굉음이다.
 
갑작스런 방문에 놀라면서도 문을 열어 주니 U-81이 곧장 방으로 들이닥쳤다.
 
U-81: 저기, 지휘관. U-47 못 봤어?
 
U-47이 있던 소파로 눈을 돌렸는――데, 거기 없었다. 방금 전만 해도 있었는데…….
 
U-81: 차암, 어디 간 거야? 여기로 오는 걸 봤다고 누가 그래서 온 건데!
 
U-81은 분한 표정으로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책상으로 돌아가 앉으려고 했는데……
 
책상 밑에 U-47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그 자리에서 그만 얼어버렸다.
 
U-47: ……U-81이 갈 때까지만 여기 숨어 있을게.
 
U-81: 왜 그래 지휘관? 안 앉아?
 
U-81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어떻게든 U-47의 몸을 피해 책상 밑에 다리를 욱여넣고 의자에 앉았다.
 
U-81: U-47 녀석, 가끔 전혀 못 찾겠어서 곤란하다니까!
 
U-81: 그치만 이대로 못 찾아내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니지! 반드시 찾아낼 거야, U-47!
 
U-81: 어쩔 수 없지! 다른 데를 찾아볼까. 일하는 중에 방해해서 미안!
 
그렇게 말하고 U-81은 후다닥 집무실을 나갔다.
 
잠시 후 U-47은 슬금슬금 책상 밑에서 나와 귀찮은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U-47: 지휘관한테 폐를 끼칠 셈은 아니었는데…….
 
그보다 왜 U-81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지 궁금해서 한번 물어봤다.
 
U-81: 내 주변의 잠수함들은 시끄러운 애들이 많으니까.
 
U-47: 딱히 동료들을 싫어하는 건 아냐. 하지만 역시 시끄러운 건…… 좀, 그래.
 
그렇게 말하며 U-47은 책을 집어들곤, 아까와 마찬가지로 다시 소파에 앉아 독서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업무로 돌아가려고 책상으로 향했다.
 
……만에 하나 U-81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일단 염두에 두자.
 
 
 
 
 ~05. 진정되지 않는 곳
요 며칠간 U-47의 평온했던 나날들은 돌연 끝을 맞이했다――
 
 
U-81: U-47, 역시 여기 숨어 있었구나~! 다음엔 내가 숨을 테니까, 언제로 할래?
 
U-557: 이렇게 찾기 쉬운 곳에 있었는데도 U-81이 못 찾아낸 건 역시 내가 운이 없어서 그런 걸까…….
 
전에 없이 소란스러운 집무실. 그도 그럴 게 오늘은 잠수함 아이들이 무려 세 명이나 이곳에 모여 있었다.
 
뭐, 매일 여기를 왔다갔다했으니 지금까지 들키지 않았던 게 기적에 가까웠다.
 
U-47: U-81. 술래잡기는 됐으니까 지금은 조용히 해. 지휘관이 일하고 있잖아.
 
U-81: 응, 조용히 할게!
 
U-557: 난 여기 얌전히 있을게……. 뭐라도 하면 내 악운 때문에 모두에게 페만 끼칠 테고…….
 
어딜 봐도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는 세 명이다. U-47은 다른 아이들이 싫어서 여기 오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
 
여기선 지휘관으로서 한 마디 하기보다 세 사람이 알아서 하게 놔둬야지…… 하고 업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U-81: 그러고 보니 말하는 걸 깜빡했어!
 
U-47: ……U-81. 조용히 하라고 한지 아직 10초도 안 지났어.
 
U-81: 중요한 얘기야! 이번 모의 훈련, 우리 셋이서 한 팀이 됐어!
 
생각해 보니 그런 말이 저번 철혈 진영 회의 중에 나왔었다. 잠수함의 전력 강화 목적이랬지.
 
U-81: 며칠 뒤니까 한번 셋이서 같이 연습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때?
 
U-47: ……알겠어. 하지만――
 
읽던 책을 탁 덮고 U-47은 소파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U-47: 조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연습은 그 뒤에 해도 돼? 어쩐지 지금은 진정이 되질 않아서.
 
그렇게 말하고 U-47은 집무실을 나가버렸다.
 
U-81: 으응…. U-47이 제대로 와주려나…. 항상 혼자 가버리고….
 
U-557: 잘 연계가 되려나……. 실전에서 내가 실수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이대로는 확실히 연계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다.
 
U-81: 지휘관. 어쩌면 좋을까…?
 
U-47이 팀에서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최상의 작전을 짜볼까.
 
 
 
 
 ~06. 한 마리 늑대로서
모의 훈련 당일.
 
U-81: 아! 왔다 왔다! U-47, 여기야-!
 
U-47: ……시끄러워서 마음이 조금 불안해.
 
U-557: 괘, 괜찮아……?
 
U-47: 응. 그보다 정말 괜찮아?
 
U-81&U-557: …………?
 
U-47: 같이 연습하자면서 결국 당일까지 나 혼자 자율훈련해도 된다고 했잖아.
 
U-47: 그…… 혹시 저번에 집무실을 나가버려서 그런 거였는지…… 조금 마음에 걸렸었어.
 
U-81: 헤헤헤. 뭐야, 그래도 지휘관이 말한 그대로네!
 
U-47: 지휘관?
 
U-557: 우리들을…… 사실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그때 요란한 사이렌이 훈련 해역에 울려 퍼졌다. 모의 훈련 개시를 알리는 신호였다.
 
U-81: U-47은 먼저 나가서 매복하고 있어!
 
U-557: 우리는 보고 있다가…… 상대가 가까이 왔을 때 후방에서 포위할게.
 
U-81: U-47은 한 마리 늑대로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우리는 그걸 보조하면서 움직일게!
 
U-47: 한 마리 늑대로서…… 자유롭게?
 
U-557: 지휘관이…… 우리한테 최적의 작전이라고 짜 준 거야.
 
U-47: ……그래. 지휘관이.
 
U-47은 나지막이 중얼거리곤 주먹을 불끈 쥐고 앞을 응시했다.
 
U-47: 그렇다면 분명 완벽한 작전이겠네.
 
――이렇게 시작된 모의 훈련. 세 명의 작전은 훌륭히 먹혀들었다.
 
표창을 받는 도중, U-47의 마음속에는 단 한 사람의 얼굴만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은…….
 
 
 
 
 ~07. 말하지 않아도……
모의 훈련 다음 날.
 
언제나처럼 집무실에 온 U-47이 독서를 시작하면, 그것을 신호로 업무를 개시한다.
 
모의 훈련에서 그 작전이 잘 먹혔다고 들었다. 공교롭게도 다른 일정 때문에 보러 갈 수는 없었지만…….
 
U-47: 지휘관.
 
갑자기 U-47이 고개를 들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원래 독서를 시작하면 중간에 좀처럼 입을 여는 일이 없었는데, 무슨 일일까?
 
U-47: U-81한테 들었어. 그 작전은 지휘관이 생각한 거라고.
 
그 얘긴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U-47: 잘도 생각해냈네. 칭찬해주고 싶어.
 
U-47: 함께 있긴 했어도 거의 말을 섞지 않았는데…… 마치 나를 완벽하게 아는 것 같아.
 
U-47: 나도, 지휘관을 잘 알아.
 
U-47: ……지금 내가 말걸어서 긴장한 것도 포함해서.
 
………….
 
U-47: 같이 지내다 보니까 알게 됐어.
 
U-47: 여기는 상냥하고 조용하고 따뜻한 장소……. 어느새 내게는 그런 특별한 장소가 됐어.
 
U-47: 어흠. 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지휘관은 알고 있지?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U-47에게 제대로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U-47은 지금――
 
→ 지금 이대로 계속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 지금 이대로 계속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
 
U-47: 응. 맞혔어.
 
U-47: 네 곁에 이대로 계속….
 
그러곤 U-47은 다시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상냥함과 조용함, 그리고 따뜻함으로 감싸인 이 공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