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지금은 청소 중
쉬는 날이지만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모항에서 적당히 빈둥거리기로 했다.
???: Hey! 서포크. 누가 먼저 저쪽 복도까지 가는지 시합하자!
???: 에엥~ 저는 괜찮아요~. 어차피 질 게 뻔하고…, 이제 조금만 쉬게 해줘~.
???: 잠깐 눈을 뗐더니만….
로열 숙소 쪽에서 3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켄트, 서포크, 그리고……
→ 상황을 보러 간다.
셰필드: 켄트. 여러모로 열심히 하고 있는 건 알겠지만, 대걸레를 들고 마룻바닥을 수없이 뛰어다녀도 깨끗해지지는 않습니다.
켄트: Mistake! 알겠습니다…….
셰필드: 서포크는 제가 눈을 뗀 뒤로 1밀리도 움직이지 않았군요.
서포크: 네!? 그그그그그럴 리가요! 제대로 청소하고 있었어요!
어제 비서함으로 임명했던 셰필드다.
셰필드: ……주인님이시군요. 용무라도 있으십니까.
셰필드: ……적당히 빈둥거리고 계신 것뿐입니까.
셰필드: 조금 비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곳은 방금 대걸레로 밀었던 곳이라.
여전히 자비가 없다…….
셰필드: 그리고, 이곳은 청소 중이므로 산책은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셰필드: ……1시간 후에 다시 돌아오신다면 홍차와 간식을 준비해드릴 수 있습니다만….
셰필드는 말없이 청소를 재개했다. 과연 그 벨파스트가 높게 평가하는 함선이다.
……그녀 말대로, 어디 다른 곳으로 가볼까.
~02. 상상도 못한 신병기
모항. 구매부.
보급 등과 관련해 확인할 사항이 있어서 아카시의 가게에 왔다만, 아무래도 먼저 온 손님이 있는 것 같다.
아카시: 셰필드가 부탁했던 건 꽤 힘들었지만…… 훗훗후…, 그치만 드디어 완성했다냐!
아카시: ――「아카시 특제 청소탄」이다냐!
셰필드: …과연 아카시 님.
평소처럼 포커 페이스인 셰필드지만, 눈만은 미약하게 격정의 빛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 「아카시 특제 청소탄」…?
셰필드: 주인님이십니까.
아카시: 옷, 거기 있는 손님도 이 신상품에 관심이 있는 걸까냐? 그럼 이 아카시가……
(탕!)
세필드는 쏜살같은 스피드로 청소탄을 권총 모양 간이 의장에 장전하고, 벽을 향해 발사했다.
아카시: 우냐!!? 까, 깜짝 놀랐다냐……. 갑자기 무슨 짓이냐!
셰필드: 설명보다 실제 효과를 보여드리는 게 설명이 빠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셰필드: 네. 이건 아카시 님께 개발 의뢰를 맡겼던 세제가 들어있는 특수탄환입니다.
아카시: 타, 탄두는 특수한 소재로 만들어져서 충격을 받으면 안에 있는 만능세제를 주위에 살포한다냐.
셰필드: 네. 이게 있으면 청소하기 힘든 곳도 간단하게 청소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뭐, 모처럼 셰필드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으니, 좋은 게 좋은 거지.
~03. 메이드의 휴일
셰필드: 주인님께서는 저희 메이드대의 일상생활이 궁금하신 겁니까?
셰필드: ……그렇다면 다음번 쉬는 날 로열 숙소로 오십시오. 주인님이시라면 재량껏 환대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된 고로, 로열 숙소에 왔다만…….
셰필드: …주인님이십니까. 먼저 여쭈겠습니다만, 무슨 용무라도 있으십니까.
어, 어라??
셰필드: 농담입니다. 모쪼록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청소되어있는 방이다.
셰필드: 홍차입니다. 부디 맛있게 드십시오.
홍차를 조금 맛보았다. 과연 로열 메이드. 비할 데 없는 솜씨다.
셰필드: 그럼 아무쪼록 마음 편히 계셔주십시오.
……뭐랄까, 방치당했다.
셰필드: 방치라니 섭섭한 말씀이십니다. 타인의 방에서 이렇게 뒹굴거리는 건 주인님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딱히 뒹굴고 있지도 않은데. ……저건 뭐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건 방금 전까지 분해 중이었던 것 같은… 권총?
셰필드: 총기도 손질이 필요합니다. 손질하지 않으면 게으름뱅이 주인님처럼 녹슬어 버립니다.
여전히 자비 없는 말투군……. 그러고 보니 셰필드가 「총포」라고 부르는 의장도 권총과 닮았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셰필드: 총은 취미입니다. 흥미가 있으시다면……
셰필드: 「업무」용 총의 선별부터 손질, 부착물, 사격술까지 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배워서 조금 알고 있긴 하지만, 셰필드의 강의도 재밌어 보인다.
셰필드: 알겠습니다. 그러면 확실히 몸에 새겨드릴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주십시오.
음색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어쩐지 셰필드에게서 조용한 투지의 불꽃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세필드에게 강의를 받기로 했다.
~04. 모티베이션?
모항. 집무실.
셰필드: 주인님. 다리를 들어주십시오.
셰필드는 평소처럼 집무실을 청소하고 있다.
셰필드: 청소는 즐겁습니다.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있는 환경만큼 기분이 개운해지는 것은 없습니다.
확실히 셰필드를 비서함으로 삼고 나서 집무실은 매일 깨끗하게 청소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업무효율도 올라간 것 같긴 하지만…….
셰필드: 자주 농을 피우는 주인님이시야말로 쓰레기가 아닐까 합니다만.
그게 셰필드가 깨끗하게 청소한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 자신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뉴캐슬: 주인님. 벨파스트로부터 자료를 가지고 왔습니다.
뉴캐슬: 여기 있습니다. ……자료는 확실히 전해드렸습니다. 온 김에 메이드대 동료의 근황도 확인하고 가도록 할까요.
뉴캐슬: 아무래도 비서함 일이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셰피.
셰필드: 갑자기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을 꺼내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만.
뉴캐슬: 그렇군요. 걱정이 되어 물어봤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제 기우였던 것 같군요.
뉴캐슬: 주인님. 셰피는 저래보여도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이렇게나 완벽히 해내진 않는답니다? 그렇단 즉슨…….
(탕!)
셰필드: 여기, 조금 더럽군요.
폭음이 들리고 귓가가 왱 울렸다.
……아무래도 셰필드가 벽을 향해 전에 봤었던 「특제청소탄」을 쏜 모양이다.
셰필드: 먼지였군요. 방금 청소했을 터인데 이상하네요. 더 확실히 체크해야 되겠군요.
뉴캐슬: 어머…. 제가 쓸데없는 말을 한 것 같네요. 주인님, 셰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뉴캐슬은 미소를 지으며 집무실을 나갔다.
~05. 청소 대행
모항. 개인실.
???: …님……주인님.
???: ……어쩔 수 없군요.
(탕!)
저, 적습인가!?!?!?
셰필드: 안녕하십니까, 주인님.
눈앞에 셰필드의 얼굴이 보인다. 아무래도 그녀가 총을 쏴서 깨운 모양이다.
→ 왜 여기 있는지 묻는다.
셰필드: 잠꼬대하시는 겁니까. ……오늘부터 개인실도 제가 청소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만.
…………
셰필드: 주인님의 방도 필시 집무실처럼 어질러져 있겠지요. 청소의 필요성을 아뢰는 바입니다.
그러고 보니 셰필드에게 청소를 부탁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셰필드: 참으로 어쩔 도리 없는 주인님이시군요.
셰필드: 그리고 아침식사도 준비해놨습니다. 벨파스트처럼 호화롭진 않지만, 주인님쯤 되는 사람에게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겠지요.
아까부터 이상하게도 맛있는 냄새가 난다 싶더니.
……그녀 말대로 호화롭진 않았지만, 음식 자체는 맛있었다.
셰필드: 식사를 끝마치신 것 같군요. ……식기는 그대로 놔두십시오. 뒷정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주인님께서는 방해만 될 뿐이오니.
……
비록 이런저런 쓴소리를 들었지만, 셰필드 덕분에 방이 깨끗해졌다.
→ 셰필드에게 감사를 표한다.
셰필드: 주인님을 섬기는 메이드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셰필드: 주인님과 대화하는 빈도가 많이 늘어났으니, 부르기 쉽게 「셰피」라고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06. 메이드의 마음上
모항. 개인실.
셰필드: 안녕하십니까, 주인님. 아침식사를 준비해놓았습니다. 일어날 채비를 하여주십시오.
→ 활기차게 인사한다.
셰필드: 묘하게 텐션을 높이지 말아주십시오. 제가 오는 것을 기대하고 계시기라도 하셨던 겁니까?
시중 받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쉬는 날 아침에 청소하러 오는 셰필드가 솔직히 기다려진다.
셰필드: ……저도 참. 주인님께서 이렇게까지 타락하신 줄은 꿈에도 깨닫지 못했군요.
셰필드: 응석을 받아드릴 생각은 없사오니 아침식사 후 뒷정리는 스스로 하시기 바랍니다.
셰필드: 아니면 이대로 계속 메이드에게 뒷바라지 받으면서, 혼자선 청소도 제대로 못하는 글러먹은 주인님의 되고 싶으신 겁니까?
「셰필드에게라면 『계속 이대로』 보살핌 받아도 좋아」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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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개인실.
희한하게도 셰필드가 오기 전에 슬며시 잠이 깨었다.
의식이 아직 몽롱한 가운데 방밖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뉴캐슬: ……정말 괜찮습니까?
셰필드: 메이드란 본디 이런 존재입니다. 벨파스트처럼 보답을 바라서는 안 됩니다.
뉴캐슬: 셰피가 하고 싶은 말은 잘 알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사실은 이렇게 하고 싶어」 라는 감정이 이대로 없어지진 않습니다.
셰필드: ………….
뉴캐슬: 어차피 평온을 원하신다면,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도 되는 상쾌한 평온을 권하는 바입니다.
어쩐지 심오한 대화를 들은 것 같다….
~07. 메이드의 마음下
모항. 개인실.
셰필드: 안녕하십니까, 주인님. 웬일로 일찍 일어나셨군요.
……아무래도 머리가 뒤죽박죽인 채로 아침을 맞았던 모양이다.
방금 전 들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 셰필드에게 휴가를 준다.
셰필드: 어째서입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셰필드에게 보살핌을 받느라 그녀의 「진짜 마음」을 들을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셰필드: ……주인님.
셰필드는 이쪽으로 다가와 내 머리에 손을 댔다.
셰필드: 열은 없네요. 어디서 머리라도 부딪히신 겁니까?
엄청 실례되는 걱정이다.
→ 이유를 설명한다.
셰필드: 그렇습니까. 뉴캐슬 씨와 했던 이야기를 들으신 거로군요.
셰필드: ……논점이 한참 빗나갔습니다. 엄청난 오해로군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신 건지 이해하기 힘듭니다만.
셰필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셰필드: 그저 연애상담이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는 건…………!?
셰필드: 주인님을 좋아한다고 말하십시오, 라고 뉴캐슬 씨가 충고해주었습니다.
셰필드: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주인님께서 오해하고 계신 것 같으니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셰필드는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셰필드: 주인님. 셰필드의 평소 언행이 언짢으시다면, 그것은 제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이라고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셰필드: 이렇게 주인님의 시중을 드는 것은 저의 소망, 행복, 「가장 하고 싶은 것」.
셰필드: …주인님,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사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그녀다운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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