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비서함
비스마르크: 미안해……. 내 동생아.
비스마르크: 내가 한 짓을, 부디 용서해줘…….
티르피츠: ……또 그 꿈인가. ……이걸로 대체 몃 번째지…….
티르피츠: ……지금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냐.
티르피츠: 지휘관은… 아직 안 왔군. 일단은 비서함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볼까. 우선 원정 레포트하고…….
집무실에 도착해보니 이미 비서함 티르피츠가 업무를 하는 중이었다.
티르피츠: 안녕, 지휘관. 왔구나.
티르피츠: 마침 잘 됐네. 오늘 업무하고 스케줄을 확인해줘. 틀린 부분이 있다면 고칠게.
→ 서류를 받아든다.
티르피츠: 그리고 어제 지휘관이 맡겼던 함대운영 업무도 조금 해봤어.
그러고 보니 책상 위에 아름답게 놓인 서류더미가…….
→ 티르피츠에게 수고했다고 말한다.
티르피츠: 감사의 말을 들을 정도의 일은 아냐. 비서함이니까 당연한걸.
티르피츠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역시 철혈의 핵심함. 비서함 업무도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미묘하게 느껴지는 이 간극은 대체…….
~02. 임무
티르피츠는 오래된 장비를 유바리가 있는 과학부로 나르는 중이다.
티르피츠: 역시 한 번에 들고 가는 건 무리구나……. 몇 번 나눠서 가는 게 좋겠어.
???: 곤란에 빠진 당신 앞에 정의의 사자 등장! 지금 조력부대가 간다!
티르피츠: ???
???: 이걸 유바리가 있는 데까지 나르면 되는 거지?
티르피츠: 어어. 넌 누구지……?
???: 나는 정의의 아군. 리틀 비버즈의 대장인 찰스 오스본이야! 잠깐 기다려. 지금 다들 불러모을 테니까!
찰스 오스본: 비버즈대, 전원 집합!
얼릭: 네에, 왔어~.
스펜스: 무, 무슨 일 있나요!?
푸트: 귀찮아….
찰스 오스본: 다들 협력해서 유바리가 있는 과학부까지 나르자!
티르피츠: 잠깐. 이건 비서함의 일이야. 나 혼자서….
티르피츠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비버즈대는 열심히 장비를 수레에 옮겨 싣고 출발했다.
함께 나르던 티르피츠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다…….
모항. 과학부.
찰스 오스본: 이것으로 정의 집행 완료! 비버즈대, 해산!
티르피츠: 고마워. 지휘관에게 너희들이 도와줬다고 전할게.
찰스 오스본: 아, 그러지 않아도 돼! 정의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 거야!
찰스 오스본: 그리고 동료끼린 서로 돕는 게 당연하잖아?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라구!
찰스 오스본: 그럼 이만! 정의가 아직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티르피츠: 나는, 동료……. 그렇구나.
비버즈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하고, 티르피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03. 연습
모항 주변. 연습해역.
오늘은 철혈합동연습의 날.
티르피츠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만쥬가 조종하는 표적함을 훌륭히 직격했다.
→ 잘했어.
티르피츠: 고마워.
프린츠 오이겐: 굉장하네, 티르피츠.
티르피츠: 오이겐…. 칭찬 받을 만한 정도는 아냐. 너하고 히퍼도 잘했잖아.
프린츠 오이겐: 어머. 티르피츠는 겸손하구나. 히퍼, 봤어? 좀 배우는 게 어때?
어드미럴 히퍼: 하아? 내가 왜?
프린츠 오이겐: 그치만 티르피츠는 저~ 렇게나 대단한데 전혀 자만하지 않잖아. 고작 임무 하나 완료했다고 지휘관한테 달라붙어서 잘했지 잘했지 어필하는 어딘가의 금발 츤데레 씨하곤 다르게 말야.
티르피츠: 오이겐, 그만해. 히퍼도 히퍼 나름대로…….
어드미럴 히퍼: 하아!? 이런 성격이라 미안하게 됐네! 오이겐! 너 또 맞고 싶어서 그래!?
프린츠 오이겐: 후후훗. 글쎄♪
→ 히퍼를 달랜다.
어드미럴 히퍼: 지휘관하곤 상관없는 일이잖아! 오이겐! 거기 그대로 있어! 도망치지 마! 오늘이야말로 내가 히퍼급의 장녀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려주겠어!!
티르피츠: ……자매, 인가…….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긴다.
→ 티르피츠?
티르피츠: …………앗.
티르피츠: 미안. 자매란 이런 건가 하고, 잠시 생각하던 중이었어.
티르피츠는 어쩐지 쓸쓸해보였다.
~04. 출격
어떤 해역.
티르피츠가 기함을 맡은 해역순찰함대가 항행 중이다.
Z20: 하아…. 심심해…. 오늘도 구름 한 점 없는 날이네~.
Z19: 집중하세요! 이때 만약 적이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어쩔 셈이에요?
Z20: 괜찮아~. 최근 관측보고에 따르면 이 해역에선 2주가 넘게 적이 나타나지 않았대~.
Z21: 하지만 만에 하나…….
Z20: 그래봤자 아무 일도 안 일어날걸? 하아…… 얼른 끝나고 돌아가서 러닝이나 하고 싶다….
티르피츠: 슬슬 반환점이야. 모항으로 귀환할 준비를 하도록 해.
Z19&Z20&Z21: 로저!
티르피츠: (그런데, 이 불길한 예감은 대체……)
Z19: 레이더에 적 반응! 세이렌 구축함대입니다!
Z20: 이렇게 많으면 우리 구축함만으로는…….
티르피츠: 동료를 다치게 두진 않아……!
대구경포로부터 맹렬한 포격이 이어졌다.
Z20: 으아아아! 뭐야 방금…!?
Z19: 티르피츠 씨의 지원포격이에요. …적 함대 전멸 확인!
Z21: 이, 이제 우리도 괜찮… 은 거지?
Z21: 티르피츠 씨, 고마워…….
티르피츠: …별 거 아니야.
티르피츠: 지휘관에게 방금 상황을 보고하자.
티르피츠: (나는… 대체……)
~05. 모두의 비서함
모항. 집무실.
티르피츠는 평소처럼 효율적으로 비서함 업무를 하고 있다.
티르피츠: 다음은 각 해역의 관측보고를 정리하고, 세이렌이 출현한 해역을 갱신해서…….
(똑똑)
셰필드: 바쁘신 와중에 실례합니다. 주인님과 티르피츠 님의 홍차를 가져왔습니다.
티르피츠: 수고 많아.
셰필드: 그렇지 않습니다. 티르피츠 님이야말로 항상 신세 많이 지고 있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똑똑)
유바리: 안녕, 티르피츠. 요전엔 도와줘서 고마워.
유바리: 자. 최신형 공기정화장치. 어어, 업무능률향상과 건강촉진효과 타입이야. 여기 둘게.
티르피츠: 그래. 고마워.
유바리: 과학부 일은 아직 안 끝나서. 먼저 갈게.
티르피츠: 순찰 루트는 이렇게……. 배정인원은…….
(똑똑)
클리블랜드: 실례합니다! 아, 티르피츠! 잘 됐다. 전에 분재에 관심이 있다고 들어서 선물로 좀 가지고 왔거든!
클리블랜드: 이건 전에 꽤 자랐던 애. 피곤할 때 바라보면 쌩쌩해진다구! 그럼, 여기 두면 될까?
티르피츠: 응. 거기에 놔줘.
클리블랜드: 엇차. 그럼 더 방해가 되기 전에 이만 가볼게~. 나중에 봐!
티르피츠: …….
티르피츠: 요즘 집무실에 오는 애들이 꽤 많아졌네…….
티르피츠는 아직 모른다. 자신이 이미 함대 내 모두의 동료가 되었다는 사실을.
티르피츠는 아직 알지 못한다. 자신이 모두의 앞에서 싱긋 웃고 있다는 사실을….
~06. 여왕의 미소
모항. 집무실.
오늘은 평소보다 업무가 많아서 결국 야근을 하게 되었다.
티르피츠: 설마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어제 업무계획을 짰을 때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는데…….
티르피츠: 지휘관, 수고했어. 밤늦게까지 붙잡아둬서 미안해.
티르피츠: 피곤하면 먼저 쉬어. 남은 건 내가 정리할 테니까.
→ 티르피츠가 변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티르피츠: 내가…… 변했다고?
티르피츠: 다른 아이들을 지켜줬어……?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당연한 일을 했을 뿐…….
티르피츠: 지휘관을 걱정해줬어……? 비서함으로서 능률 향상을 위해 신경을 쓴 것 뿐…….
티르피츠: 함대원들과 잘 지내게 되었어……? 그건…….
→ 「얼음이 녹았군」
티르피츠: !!
티르피츠는 순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티르피츠: 얼음이…… 녹았다, 라.
티르피츠: 아아…….
티르피츠: 확실히, 그럴지도……. 나는 아직 잊지 않았었구나….
티르피츠: 그래. 내가 얼음의 장벽으로 동료들을 거부하고 있었다면, 「그 얼음이 녹았다」라는 표현이 알맞을지도 모르겠군.
티르피츠: 추위와 고독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온기는 한참 전에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티르피츠: 지휘관. 다시 떠올리게 해줘서, 고마워.
티르피츠는 살갑게 미소 지었다.
역시, 미소야말로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표정이야.
~07. 온기
그 후. 조금 시간이 지나고….
모항 변두리.
티르피츠에게 이끌려 모항 변두리에 있는 고층건물에 오게 되었다.
티르피츠: 미안. 여기까지 오게 해서.
티르피츠: 실은 너와 함께 보고 싶은 게 있어.
티르피츠는 하늘에서 반짝이는 「그것」을 가리켰다.
→ 북극성?
티르피츠: 그래. Polarstem(북극성).
티르피츠: 이 별을 볼 때마다, 그때……. 모항에 틀어박혀서 「그저 함대에 있었을 뿐」인 내 자신을 떠올려.
티르피츠: 추위와 고독에 젖어서,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허무하게 보냈던 나날들.
티르피츠: 그리고 전과 하나 올리지 못하고, 절망의 빛으로 물들어가는 항구의 하늘을 바라보며 파멸을 맞았던 최후.
티르피츠: 이상하고 헛된 삶이라 생각하지 않아?
티르피츠: …….
티르피츠: 지금은, 달라.
티르피츠: 맞닿은 즐거움. 곁에 있다는 안도함. 이 온기는 추위도 고독도 녹여주었어.
티르피츠: 「고독한 북방의 여왕」은 더 이상 고독하지 않아.
티르피츠: 바라건대, 거울 속의… 꿈속의 나도, 이토록 행복해지기를…….
티르피츠: ……조금 지쳤나봐.
어깨에서 옆에 앉은 그녀의 무게가 느껴졌다.
티르피츠: 저기, 잠깐만 이렇게 있어도 될까…?
티르피츠: 지휘관의 온기, 조금만 더 느끼고 싶어….
친근함과 따스함이 담긴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그녀가 언제까지고, 이 따스함을 간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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