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현 상황을 정리하라!
유니온 함대 기함. 브리핑 룸.
북방 연합이 제안한 철혈 보복 작전 겸 상층부가 허가한 「재현」인가.
아마도 소유즈가 꾸민 일종의 블러핑이겠지만 지금 내가 그걸 알아낼 방법은 없다.
함선을 이끄는 입장이라지만, 아주르 레인 상층부의 견제가 있는 한, 함선들과 연계해 세이렌과의 싸움에 집중하는 것이 고작이다.
――해저의 「비경」에서 입수한, 「미광」이라고 이름지어진 데이터 로그 및 유적의 조사 자료.
――세이렌 시설의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성과. 특이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철혈의 무지개탑.
――중앵에 연관된 「마음」을 이루어주는 와타츠미. 그리고 「큐브」와의 관계성.
――NA해역 등지에서 조우한 「잔불」에게 받은 「아비터」의 정보와 세이렌의 정체.
얼핏 보기에 아무 연관 없어 보이는 수많은 정보를 반추해 보니, 의외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아니, 안 좋은 예감이랄까.
함선들의 노력을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상층부는 왜 이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거지?
확실히 세이렌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나 접촉은 위험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만약 세이렌의 단서에 대한 접촉이, 상층부를 포함해서 누군가에게 유도되고 있는 거라면――
조지아: 지휘관, 괜찮나?
「재현」 작전을 위해 마련된 지휘함 회의실에 유니온 소속 특별계획함 조지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괜찮다고 말한다
→ 브리핑을 계속시킨다
조지아: 갑자기 지휘관이 입을 다물길래 무슨 일인가 해서.
도중에 딴 생각을 하긴 했지.
조지아: 어흠. 그럼 괜찮다만.
엘드리지: 지휘관, 피곤해? 코 잘래?
엘드리지: 엘드리지, 쿠션 가져올게.
물론 브리핑 중에 자면 안 된다. 엘드리지의 배려에 감사를 표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조지아에게 현 상황을 다시 한 번 듣기로 했다.
조지아: 알겠다.
조지아: 보다시피 「재현」에 참가하는 각 진영의 함대가 아직 집결하는 중이다만….
모니터에 있는 각 함대의 위치를 나타내는 아이콘을 차례로 가리키는 조지아.
본 작전의 주 전력이자 발안자기도 한 북방연합.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유니온 함대――
조지아: 유니온 함대의 본대, 즉 지휘관이 지금 있는 곳은 여기다. 그리고 양익에는 기동함대와 예비함대….
조지아: 이들이 이번 「재현」에 참가하는 유니온의 모든 전력이다. 하지만…….
조지아: 뉴저지가 이끄는 증원도 이쪽으로 오고 있는 중이야. 세이렌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지.
조지아: 여기서부터는 우선 북방연합의 소비에츠카야 로시야가 이끄는 극해함대의 전력과 합류한다.
함께 빙산요새를 공략해 상위 개체 오미터를 물리친 동료다.
조지아: 극지 세이렌의 동향도 걱정되니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싶다는 입장이다.
→ 로열 함대의 동향을 묻는다
조지아: 우리가 NA해역에서 빼낸 뉴저지 함대 대신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조지아: 그 외에 현재는 별다른 정보가 없다. 거기에 관해서는 나보다 지휘관이 더 잘 알겠지.
조지아: 어찌됐든 이번 작전에서 로열이 나설 기회는 없겠군.
→ 중앵 함대의 동향을 묻는다
조지아: 그러고 보니 세이렌 작전 때 아카기 일행도 작전 참가차 다카르에 왔었다고 한다.
조지아: 지금도 거기에 있다고 들었지만, 사실 중앵의 행동은 예측불허야. 간섭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
→ 아이리스 함대의 동향을 묻는다
조지아: 아이리스 함대는 아프리카 쪽 작전과 로열 함대 지원,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조지아: 리슐리외가 전에 말했던 대로 아이리스에게는 남은 여력이 없어. 이번 작전에 참가하는 일은 없을 거야.
→ 비시아 함대의 동향을 묻는다
조지아: 비시아 성좌의 기함 장 바르 및 그녀의 현재 동향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보가 없다.
조지아: 다만 툴롱에서 방어를 굳히고 있다는 기존 정보에 따르면 비시아가 모험을 할 것 같진 않아.
조지아: 그리고 로열과 아이리스의 움직임도 있기 때문에 그들이 지중해를 떠날 거라고 보긴 어려워
→ 사디아 함대의 동향을 묻는다
조지아: 알려진 바로는 사디아의 병력은 몇몇 주요 항구에 흩어져 있다는군.
조지아: 또한 제도가 공격당한 이후 사디아는 오로지 방어를 굳히고 있다고 해.
조지아: 아까도 말했지만, 로열과 아이리스의 움직임 때문에 그들이 지중해를 떠나긴 어려울 거야.
→ 동황 함대의 동향을 묻는다
조지아: 누구? ……동황?
조지아: 지휘관. 동황은 NA해역에는 전력을 배치하지 않았어. 이번 작전에 참가하진 않을 거야.
조지아: 아무튼, 중요한 철혈에 대해서 말인데……. 실은 좀 곤란하게 돼서 말야.
조지아: 작전 해역에 나타난 철혈 함대의 신호가 우리가 알던 철혈 전력의 수배 가까이 됐어.
조지아: 아마 지난번 하우 일행이 조우했던 재밍 장치 때문이겠지.
조지아: 「재현」이라곤 해도 언제나 공들여서 흉내내길 좋아하는 놈들이니까 이것만으로는 뭘 하려고 하는지 판단이 가질 않는군.
………즉, 현 시점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건가.
조지아: 그리고 프리드리히의 동향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어. 큐브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조지아의 브리핑 덕에 상황이 꽤 정리된 것 같다.
조지아: 천만에. 솔직히 최전방에 배치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지휘관 본진에서 참모 같은 걸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조지아: 뭐, 딱히 불만은 없어. …아, 굳이 말하자면 이 브리핑 룸에 산소 콜라를 놔뒀으면 하는 거 정도?
전황에 대해 조지아의 의견을 물어봤다.
조지아: 아아, 피아의 전력 차로 보면 우리 승산이 압도적으로 높아.
조지아: 복수 진영의 연계가 없더라도 우리는 철혈 함대를 밀어붙일 만한 전력을 가지고 있어.
조지아: 하지만 철혈의 배치나, 이만큼이나 되는 전력의 참가를 요청하는 소유즈의 작전 계획 같은 불안 요소는 아직 남아 있지.
알고 있는 내용이다.
소유즈를 신뢰한다면… 이 싸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면, 작전을 계획대로 잘 완수해야겠지.
그리고――――
조지아: 응? 아직 뭐 궁금한 게 남았나?
………아까부터 엘드리지가 돌아오질 않는데….
조지아: ……아. 그거 큰일이네. 찾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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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드리지는 브리핑 룸 밖에서 자고 있었다.
엘드리지: Zzzzzz……….
조지아: 쿠션을 베개 삼아 자고 있네…. 감기 걸리기 전에 방으로 옮겨야겠어.
조지아: 지휘관도 피곤하면 작전 개시까지 좀 쉬는 게 어때?
조지아: 엘드리지도 눈치 챈 걸 내가 몰랐을 리가 없잖아? 하하하.
그녀 말대로 상당히 피로가 쌓여있긴 하다.
일단 방에 돌아가서 조금이라도 자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철혈의 기습을 받은 로열의 중요 거점, 스캐퍼 플로
그 후 양 진영의 관계가 경직되리라고 여겨졌으나
세이렌 작전 개시 후로는 묘한 고요함을 보이고 있다
――비스마르크의 계획인가
――아니면 또 어린 여왕 폐하의 책모인가
유야무야된 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불안정을 의미하진 않는다
시설 해석, 특이점 조사, 그리고 지휘관과의 조정
그리고 지금, 유리의 특이점이 열린다――
~02. 초대
NA해역. 어느 곳.
중앵 함대――정확히 말하자면 신생연합함대와 연합함대 멤버들은 함께 밤바다를 달리고 있었다.
나가토와 중앵의 미래 행방을 놓고 관계가 좋지만은 않은 두 진영이지만, 「중앵」으로서 뭉쳐서 행동해야 할 때는 다르다.
진츠: 적 그림자 없음. 잠수함의 흔적은 없습니다.
즈이카쿠: 정찰기도 적을 발견하지 못했어. 일단 이 항로는 문제없네.
즈이카쿠: 하지만 「재현」 작전이 시작되면 틀림없이 여기도 전장이 될 거야. 퇴로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즈이카쿠: 아카기 선배, 하나 물어봐도 돼?
아카기: 왜 너를 데리고 왔는지 말이니?
즈이카쿠: 그, 그것도 궁금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철혈의 배치가 마음에 걸려서.
즈이카쿠: 아무리 재밍을 사용하고 있다지만, 이곳에 배치되어 있는 함대가 너무 적어.
즈이카쿠: 게다가 저쪽에는 지휘관도 있고. 이대로는 싸움조차 안 돼.
즈이카쿠: 이 상황에서 우리를 스캐퍼 플로에 초대한다는 건….
즈이카쿠: 긴장감이 너무 없달까, 과학의 힘을 과신하고 있다고나 할까….
즈이카쿠: 다른 목적이 있다면, 대체 뭘 노리는 거지?
카가: 나도 즈이카쿠와 같은 생각이다. 아카기. 프리드리히의 초대는 아무리 봐도 미심쩍은 구석이 많아.
카가: 스캐퍼 플로의 정박지가 습격당했지만 로열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
카가: 오히려 엘리자베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철혈과 회담을 하고 있었지.
카가: 프리드리히도 마찬가지야. “재미있는 걸 보여줄게”라니….
아카기: 우리가 놀아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거네.
즈이카쿠: 양산함도 없으니까,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아카기: 그 걱정은 안 해도 돼. 오항전.
아카기: 양산함은 행동이 느린데다가 쉽게 감지되지. 아무리 너라도 그건 알고 있을 텐데?
아카기: 그리고 전력을 대동하고 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저쪽이 원하던 바란다…. 좋을 대로 휘둘릴 거야.
즈이카쿠: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아카기: 지금은 내가 「중앵 함대」를 지휘 중이야. 넌 잠자코 따르기나 하렴.
아카기: ………그렇지만 네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잘 알아.
아카기: 그 부유 요새로의 초대와는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된 이유조차 없어.
아카기: 우리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해서, “이렇게 하면 아카기가 반드시 오겠지?”라고 예상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아카기: 그 계략에 순순히 빠지려고 하는 나를 비웃으려면 비웃도록 해. ……그 대신 지금은 협력하렴.
아카기: 중앵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쓸 테니.
즈이카쿠: 아카기 선배…………….
아카기: 어차피 가야할 상황이야. 게다가 시나노 때와는 달리 저쪽은 절차도 없이 말을 꺼내왔어.
아카기: 카가나 너희만 보낼 내가 아니고,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로 나는 강하지 않아.
아카기: 즈이카쿠도 궁금하지? 아카기가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 무얼 노리고 있는지.
아카기: 미카사 대선배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알아. 와타츠미 건으로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아카기: (그래서 이렇게 너하고… 카가는 궁금해 하는 거지? 어쩌면 이것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아카기: 사람은 자기 눈에 비치는 것으로만 판단할 수 있어. 너도 미카사 대선배도, 만약 나와 같은 것을 본다면 분명 같은 선택을 할 거야.
아카기: 그렇기에 이렇게 너와… 진츠를 데려왔지.
아카기: (하지만 이래서는 너희를 위험에 빠트리고 말 거야……. 결국 자기만족으로밖에 움직일 수 없는 위선자네, 아카기.)
아카기: (네가 그렇듯이, 즈이카쿠도 결코 변하지 않을 거야. 그래. 그게 사람인걸――)
즈이카쿠: (같은 것을 본다고 해도, 나는 아카기 선배와 같은 선택을 하진 않을 거야.)
즈이카쿠: (하지만 같은 것을 보지 않으면, 아카기 선배를 설득하려 해도 분명 평행선을 달리겠지.)
즈이카쿠: 알겠어. 아카기 선배, 이번 작전은 당신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아카기: ………그래.
아카기: 철혈이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되는구나. 후후후.
~03. 로열의 정박지
중앵 함대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 수평선에, 스캐퍼 플로 정박지의 윤곽이 드러났다.
즈이카쿠: 아카기 선배. 이제 곧 스캐퍼 플로야!
즈이카쿠: 로열 함대의 모습은 없음…. 역시 철혈의 기습으로 탈취당했다고 봐야 되나.
즈이카쿠: 아니, 철혈 함대도 포함해서 시설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어.
카가: 잘 봐라 즈이카쿠. 시설은 로열에 장악되어 있던 때 그대로다.
카가: 철혈은 이곳의 시설을 흡수하지 않았어. 오히려 파괴도 최소한이었다.
카가: 로열 함대를 내쫓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건가――어쩌면 철혈은 처음부터 이 정박지를 점거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군.
진츠: 그렇습니다. 로열에게 스캐퍼 플로는 매우 수요가 많은 정박지입니다. 이대로 포기하리라고 생각되진 않아요.
진츠: 철혈이 「재현」에서 시설을 점거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로열조차 이곳에 함대를 배치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기 힘들군요.
아카기: 글쎄 어떠려나…. 적어도 세이렌 함대가 머물고 있다는 상황보단 낫구나.
아카기: 우선은 정박지로 가자. 프리드리히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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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퍼 플로. 정박지 안쪽.
즈이카쿠: 놀랐어…. 섬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밖으로 통하는 항로가 여러 군데네….
즈이카쿠: 대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정박지――역시 이름값은 하는구나.
즈이카쿠: 아카기 선배, 그 배는 뭐야?
즈이카쿠: 양산함처럼 보이는데, 꽤 오래된 것 같네….
정박지 안쪽으로 향하자, 그곳에 머물고 있는 거대한 군함의 그림자가 보였다.
아카기: ……저 거대한 함은…….
즈이카쿠: 그 여왕 폐하의? 아니, 양산함인가…?
아카기: 아니야. 저건 양산함이 아니라 「함선」 이전에 만들어진 「배」야.
아카기: 우리 「함선」은 멘탈 큐브에서 탄생했지만, 「함선」이 나타나기 전에 바다를 지키던 것이란다.
아카기: 멘탈 큐브 기술도 없이, 모든 것이 인류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강철의 군함……. 그것이 바로 이 배야.
아카기: 지금도 수송함이나 일부 양산함들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아카기: 한 척을 만드는 데에도 막대한 시간과 예산을 들여야 한다고 들었어.
아카기: 그래서 우리 「함선」이 나타나자, 저 아이 같은 오래된 배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지.
아카기: 그 유품이 된 양산함도 어디까지나 우리를 보좌하는 예비전력 취급이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지.
아카기: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이 배들에게 세이렌과 싸우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니.
아카기: (스크랩 당하지 않고 이렇게 정박지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건 그나마 위안이구나.)
아카기: (우리의 「소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카기: (………보존되어, 평화로운 세상을 구가할 수 있다면….)
아카기: 철혈이 이곳을 접수했다 하더라도 역시 오래된 배에는 손을 대지 않는 모양이네.
즈이카쿠: 중앵에도 이런 배가 있을까? …아카기 선배?
아카기: 글쎄. 나도 모르겠구나.
진츠: 아카기 씨. 철혈 함선입니다.
진츠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정박지 기슭에 철혈 소속으로 보이는 함선들이 있었다.
에기르: 후후후. 왔구나, 중앵의 아카기 일행.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어서 오렴. 프리드리히의 초대를 받은 빈객 여러분.
아카기: (에기르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철혈의 계획함이군.)
에기르: 프리드리히는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
철혈 함선들의 안내로 아카기 일행은 스캐퍼 플로 항구에 상륙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당신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다 준비되었어.
~04. 유리의 개막
기지의 연회장.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오랜만이구나. 우리 철혈의 소중한 맹우들.
아카기: 네, 오랜만이네요. 비스마르크의 심복,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카기: 스캐퍼 플로 탈취, 멋진 성과로군요.
아카기: 정박지를 파괴했다고 들었는데, 설마 거의 피해 없이 손에 넣을 줄이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연주」를 감상하는 관객석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 조금 계략을 썼지.
아카기: ……「재현」 쪽은 괜찮나요?
아카기: 이 정박지 주변 해역도 작전 에어리어에 들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연주」라는 것을 아주르 레인에게 방해받고 싶진 않네요.
아카기: 저쪽의 전력은 철혈 함대의 수배입니다. 게다가 지휘관님도 계셔요.
아카기: 재밍을 사용하여 상대를 교란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교전에 들어가면 속수무책일 텐데요.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래…. 확실히 우리 철혈 함대는 아주르 레인을 이길 수 없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하지만 거기에 중앵 함대가 가세한다면…?
아카기: 후후후. 이것 참…. 중앵 함대의 전력을 높이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카기: 하지만 거절하겠어요. 중앵 함대가 귀하의 초대에 응한 것은 이 「재현」에 참가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물론이란다. 중앵 함대는 철혈에 가세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 기정사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리고, 나도 너와 마찬가지로 이번 「재현」에는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런데, 혹시 이 스캐퍼 플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니?
즈이카쿠: 스캐퍼 플로에서 일어난 사건이면, 이전 대전에서의 세이렌의 습격 말야?
즈이카쿠: 세이렌이 철혈 함대를 기습했고, 아주르 레인 함대는 상층부의 지시로 구원하러 오지 않았지…….
즈이카쿠: 정박지로 도망친 함대는 전멸당했고… 그 사건 때문에 철혈과 타 세력 사이가 험악해져서 추후 아주르 레인 탈퇴의 한 요인이 되었다, 라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상층부의 기록에는 그렇게 되어 있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 대전에서 세이렌이 인류 공통의 적이었다고는 하지만, 철혈의 주력함대가 로열의 정박지로 도망쳐 들어가다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만일 로열이 철혈 함대를 감쌌다고 해도, 어째서 철혈 함대만이 전멸했을까――
즈이카쿠: …………………….
아카기: 기록이 하나 더 있어요. 신빙성에 대해서는 미심쩍지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어떤 기록인지 알려주겠니?
아카기: 그 기습은 애초에 기습 따위가 아니라, 세이렌 포획을 시도한 철혈 함대에 대한 반격이었습니다.
아카기: 그리고 피해를 입은 건 철혈 함대뿐만 아니라, 로열 함대와… 스캐퍼 플로 시설도.
즈이카쿠: 즉 철혈이 세이렌을 정박지로 유인했다고……?
아카기: 글쎄 어떠려나.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프리드리히?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들여서 사담이나 나누자고 한 건 아니겠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상층부의 지시에 따라 「재현」을 행하고, 싸워온 우리에게, 그 상층부의 기록이 거짓이라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애초에 기록뿐만 아니라, 우리를 싸우게 하는 것 자체가, 단순한 목적이 아니라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우리에게 있어서, 이 싸움의 진실은――
???: 거기까지야 프리드리히! 그렇게 에둘러 얘기하니까 항상 본론은 언제 나오냐고 그러는 거야!
???: 그런 건 다음에 하인을 재울 때 원하는 만큼 말하게 해줄게!
프리드리히가 말하던 도중 문이 쾅 하고 힘차게 열리며 어린 여자아이가 방으로 들어왔다.
카가: 퀸 엘리자베스……!?
퀸 엘리자베스: 그래. 여왕님의 등장이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성급한 아이로구나. 후후후.
즈이카쿠: 로열의 여왕이 왜 여기에?
아카기: 분명 스캐퍼 플로가 기습당했을 때, 로열의 여왕님은 정박지에 있었죠.
아카기: ……과연. 그래서 로열 함대가 보이지 않는 거로군. 여왕님은 인질로 잡혀 있는 걸까?
아카기: 터무니없는 짓을 해냈군요, 프리드리히. 설마 그 여왕님을 유괴하다니.
퀸 엘리자베스: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야! 프리드리히는 지금 로열의 감시 하에 있다고!
퀸 엘리자베스: 애초에 내가 인질이라면 이렇게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을 거 야냐?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래…. 유괴한 상대에게 대화를 방해받는 유괴범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 후후후.
퀸 엘리자베스: 자자, 자잘한 얘기는 여기서 끝!
퀸 엘리자베스: 벨 쪽도 준비가 다 끝났고, 「특이점」을 유지하는 건 큰일이니까 바로 현장으로 가자.
퀸 엘리자베스: 스캐퍼 플로의 진실? 이란 걸 보여줄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래. 아주르 레인이 여기까지 밀고 오기 전에 끝내야 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악장의 연주를 시작하자꾸나.
퀸 엘리자베스: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야! 시작한다!
어디선가 꺼낸 통신기에 지시를 내리고, 엘리자베스는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잔잔하던 바다가 갑자기 거칠어지고, 마치 빨려드는 것처럼 수면에 「공동」이 나타났다.
그리고 공동에서 하늘로――「문」이 올라간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다시금 환영하마. 중앵의 손님 여러분.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크게, 그리고 화려하게 이 연주를 즐기자꾸나. 진실을 읊조리는 유리의 악장을――
~05. 특이점
엘리자베스, 그리고 로열과 철혈의 협력으로 스캐퍼 플로에 거대한 「특이점의 문」이 열렸다.
문을 구성하는 빛의 고리에서 끊임없이 방출되는 에너지가 바닷물을 증발시켜 주위에 옅은 안개를 자아냈다.
아카기: 이건…… 놀랍네…….
아카기: 철혈의 세이렌 기술 해석… 아니, 특이점 기술 해석이 여기까지 도달했을 줄이야.
아카기: 여왕님의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로열도 한 몫 거든 것 같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상상에 맡기겠어.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건 아가의 의사에 반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뿐.
아카기: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크게 벌려놓고 이대로 특이점을 닫는다, 라곤 하지 않겠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래. 저 특이점의 저편에서 이 스캐퍼 플로의 진실을 보여줄게.
즈이카쿠: 자, 잠깐만. 정리가 안 돼…. 애초에 이 「특이점」은 뭐야? 갑자기 문으로 들어간다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다른 「가지」 …즉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다만 이 「문」 너머는 진짜 세계가 아니라, 자연연산기구가 기록을 투영한 일종의 경면 해역과 같단다.
카가: 「META」를 데리고 온 장소와는 다르다는 건가. 그 말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지?
카가: 안전 여부를 떠나 「문」의 제어 기술은 너희 철혈도 이제 막 실험 단계였을 텐데.
카가: 하물며 이 「문」 너머가 네가 말한 곳이라는 걸 어떻게 보증할 수 있지?
아카기: …………나는 진실을 보고 싶어. 카가.
카가: 그럼 여기 호위는 내가 맡겠다. 언ㄴ…… 아카기는 다녀오도록 해.
아카기: 네가 좋을 대로 하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에기르와 아우구스트도 여기 남으렴. 아주르 레인이 왔다면 그 작전대로 부탁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
에기르: 후후후. 얕보지 마 프리드리히.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아카기: 진츠. 야마시로 쪽에 연락해. 내용은 여기 오는 길에 지시한 대로.
아카기: …여왕님도 따라오는 걸까?
퀸 엘리자베스: 물론 갈 거야. 애초에 이 일의 반절은 내가 진행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퀸 엘리자베스: 안쪽이 어떤지는 대충 조사해놨으니 너희도 얼른 따라와!
그렇게 말하고 엘리자베스는 앞다투어 「문」으로 들어갔다.
즈이카쿠: 진짜 괜찮으려나….
아카기: 괜찮아. 엘리자베스는 꼬맹이지만, 여차할 때는 의지가 될 거야.
아카기: 그리고 했던 말로 미루어 보건대 아마 우리가 여기 오는 길에 메이드대 등을 시켜 선행 조사를 마친 것 같으니.
아카기: 지금은 그녀를 믿자. …즈이카쿠, 안에 들어가면 내 지시에 확실히 따르도록 하렴.
즈이카쿠: 알고 있어. 아카기 선배.
아카기와 즈이카쿠가 「문」으로 들어선 것을 보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도 의장을 기동시켜 특이점으로 나아갔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럼, 나도 연주를 준비해볼까.
~06. 환상
NA해역. 동대륙붕 C구역.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울리히. 특이점이 열렸어.
울리히 폰 후텐: 알겠다. 이쪽도 준비는 끝났어.
프린츠 오이겐: 특이점이 기동했다는 건, 우선은 계획대로 재밍을 켜도 된다는 거지?
프린츠 오이겐: 같이 어울려줘야겠어. 아주르 레인.
울리히 폰 후텐: 선봉은 내가 자르겠다. 오이겐은 적의 교란에 집중해줘.
프린츠 오이겐: 알겠어. …대충 이런 식이면 될까? 울리히?
울리히는 가지고 있는 전탐 병장 모니터를 보았다. 해역 위에 아군을 상징하는 마크가 무수히 생성되었다.
울리히 폰 후텐: 이렇게나……. 흥, 제법 그럴싸한 잔재주로군.
프린츠 오이겐: 너무 칭찬하지 않아도 돼. 구축함들이 광역으로 중계 장치를 전개하고 있는 덕이니까.
프린츠 오이겐: 허허실실. ――철혈 함대의 신호 수는 저쪽의 3배 이상이야. 이걸 확인하는 것만 해도 진이 빠지겠지.
울리히 폰 후텐: 하지만 운 나쁘게 저쪽 함대와 마주친다면――
프린츠 오이겐: 사서 걱정할 필요 없지 않아? 광학 미채와 양산함도 잔뜩 사용하고 있으니, 잠깐 숨기만 해도 당분간은 들키기 않을 거야.
울리히 폰 후텐: 아니, 그런 뜻이 아니다.
울리히 폰 후텐: 너는 시험해보고 싶지 않나? 지휘관과 싸우는 것을.
프린츠 오이겐: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 한 번 정도는.
프린츠 오이겐: 현장 지휘는 울리히 담당이니까 내키는 대로 함대를 움직여봐.
울리히 폰 후텐: 흥. 그러지. 너도 그 편이 나을 테니까.
울리히 폰 후텐: (지휘관과 싸울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아. 내가 아니라도 싸워보고 싶어하는 놈은 얼마든지 있어.)
울리히 폰 후텐: (적당히 통제해야겠지. …칫, 귀찮게.)
울리히 폰 후텐: 아달베르트, 론, U-81. 계획 변경이다. 유니온 함대의 발목을 묶어라.
U-81: 응! 술래잡기는 못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수신 양호―
론: 싸우게 해줘서 감사해요~ 그럴 줄은 알았지만요.
론: 저는 마인츠와 여기서 지휘관이 오기를 기다릴게요~ 울리히는 언제 오나요?
울리히 폰 후텐: 곧 간다. 내가 도착하기 전까진 교전하지 마라.
울리히 폰 후텐: (지휘관…. 기함이 전투에 돌입하면 아주르 레인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일석이조인가.)
울리히 폰 후텐: 이 상황을, 이용해주지…!
~07. 거울에 비친 이계
특이점 내부.
「문」 너머는 방금 전까지 있었던 스캐퍼 플로와 동일한 곳 같았다.
즈이카쿠: 여기도 스캐퍼 플로…? 하지만 도처에 불타는 잔해가….
즈이카쿠: 자료대로 함대가 완전히 궤멸했어…. 세상에…….
투영된 「세이렌의 기록」――그렇게 설명을 듣긴 했지만, 너무나 생생한 「현실」에 모두는 입을 다물었다.
선행 조사에 따르면, 이곳의 기록은 스캐퍼 플로에서 일어난 「사건」의 직후. 즉 철혈 함대가 세이렌에게 궤멸당한 직후라고 했다.
이미 철수했는지, 아니면 세이렌의 투영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주변에 세이렌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불길과 연기, 그리고 천천히 가라앉는 배의 잔해만이 남아 있었다.
즈이카쿠: 이곳에는 구식함밖에 없어, …세이렌 상대로는 역시 무리였던 것 같아.
즈이카쿠: 게다가 항만 시설의 피해도――잠깐! 로열 상층부의 기록에 항만의 피해는 있었어?
퀸 엘리자베스: 없어. 하지만 그 「사건」 후에 숙소의 시설이 재건축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어.
아카기: 말 그대로, 그때의 「재현」인 셈이구나…….
아카기: 우리가 혹시 과거로 돌아간 건 아니겠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곳의 풍경은 틀림없는 「과거」의 것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시공을 뛰어넘은 건 아니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것은 우리의 과거가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들 중 하나란다.
아카기: …지금 그건 아무 의미 없어. 이곳의 내용물이 얼마든지 변조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하지만 「기록」――시설이 파괴되고 함대가 전멸했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이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곳은 세이렌의 「실험장」. 이 세계의 싸움을 소재로 「재현」한 거야.
즈이카쿠: 설마 전멸당한 철혈 함대가 이 정도 규모라니….
즈이카쿠: “아주르 레인 함대가 구원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인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거라면 여왕님께 직접 물어보려무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우리 함선은 이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상층부의 정보를 어느 정도 입수할 수 있는 너라면, 일의 전말을 짐작할 수 있겠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나는 다른 걸 준비하겠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자, 여왕님. 중앵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해주련?
퀸 엘리자베스: …………………….
처음엔 망설이던 엘리자베스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비로소 마음을 먹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즈이카쿠: 대답해줘! 아주르 레인!
퀸 엘리자베스: 구언하지 않았다는 건 터무니없는 거짓이야.
퀸 엘리자베스: 우선, 피해를 입은 건 철혈만이 아니라 로열도 마찬가지야.
퀸 엘리자베스: 스캐퍼 플로나 되는 정박지를 잃으면서까지 철혈을 그냥 당하게 놔둔다고? 그렇게 되면 왕도까지 위협받게 되는데?
퀸 엘리자베스: 그리고 눈앞의 이 광경이 바로 증거야. 눈 크게 뜨고 잘 살펴봐.
퀸 엘리자베스: ……그럼 알 거야. 철혈 군함뿐만 아니라 로열 군함도 파괴됐다는 걸….
즈이카쿠: ……! 정말이야. 잘 보면 잔해에 로열의 문장도 섞여 있어….
퀸 엘리자베스: 그것도 상당한 숫자야. 함재기를 날리면 분명 더 찾아낼 수 있을걸.
즈이카쿠: 그런…… 그러면…….
아카기: 철혈의 세이렌 포획 작전은 실패. 오히려 세이렌에게 공격받고――
아카기: 간신히 로열의 정박지까지 도망쳤지만, 세이렌이 쫓아와서 정박지… 그리고 거기 있던 로열 함대까지 모두 파괴되었다….
퀸 엘리자베스: 이 기록은 따지고 보면 로열 상층부의 기록이야. 이제 와서는 신빙성은 별로지만.
퀸 엘리자베스: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여기서 로열 함대 역시 세이렌과 싸웠다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 철혈 함대의 작전은 기록에 없어. 그리고 로열 함대와 정박지의 피해 기록이 누락됐어.
퀸 엘리자베스: 이렇게까지 큰 피해가 기록에 남지 않았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아카기: “로열 함대가 철혈과 함께 세이렌과 싸웠다”라는 사실이 상층부에겐 눈엣가시였던 걸까.
퀸 엘리자베스: 그럴지도 모르지. 뭐 아무튼 이 특이점에 대해선 아직 모르는 게 많아.
퀸 엘리자베스: 아무리 세이렌의 기록이 있어도, 사건의 전말은 결국 그 「사건 현장」에 있었던 본인들밖에 모르는 거고.
아카기: ………이런 참상 속에서는 생존자도 기대할 수 없겠지….
퀸 엘리자베스: 그래서 나는 철혈과 협력하기로 한 거야. 여기 있었던 「본인들」에게 진실을 듣기 위해서.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래. 여기 있는 「본인들」에게 듣자꾸나.
즈이카쿠: 그게 대체 무슨…….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비록 허상일지라도, 비추어 드러나는 것은 그녀들의 버려진 잔해.
아카기: …………「소체」.
아카기: 즈이카쿠, 충격에 대비하렴. 뭔가가 일어날 거야.
즈이카쿠: 아, 응!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비록 투영일지라도, 비추는 것은 그녀들의 잊히지 않은 의상.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영광도 치욕도, 명기도 망각도, 바다에 타오르는 불길은 과거의 만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환희도 비탄도, 우울도 분노도, 하늘에 울리는 소리는 재생을 향한 선망.
퀸 엘리자베스: …………………….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곳에 모이는 것은 진실의 기록. 그러므로 이곳에 있는 마음은 거짓이 아니니.
해역의 중심에 선 프리드리히 주변에, 멘탈 큐브 몇 개가 빛을 발하며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붉게 타오르는 바다를 파랗게 물들여 갔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인격을 조각하고, 전승에 접촉하여, 저 너머에 있는 소체에서 정보를 퍼내어 용골을 구축한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만들어지는 것은 새로운 뼈대. 구현화된 방주의 단자――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배이며 배가 아니고, 사람의 형상이며 사람이 아닌 자. 우리는 외적을 쳐부수는 첨병이니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탄생하라. 새로운 동료들이여!
멘탈 큐브의 회전이 빨라질수록 파도 또한 기세를 더해 잔해에 있는 힘껏 부딪쳤다.
이윽고 파란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한 빛은, 주위의 눈을 어지럽힐 정도로 점점 밝게 빛났다.
의장을 갖춘 함선의 힘을 가지고도, 눈을 가늘게 뜰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이 이윽고 목도한 것은――
빛이 점점 어두워지다가 마침내 큐브와 함께 하늘로 사라졌다.
불길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잔해와 초연. 어두운 바다는 몇 분 전과 다름없이 조용하게 전쟁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
프리드리히를 제외한 함선들은, 다소 혼란스러운 가운데 허무에서 나타난 자신들의 「동류」를 보았다.
그리고, 마치 절대적인 신의 위업을 직접 마주한 것처럼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함선의 건조에 대해서라면, 상층부만큼은 아니더라도 지휘관이나 진영의 지도자라면 그 비밀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 지식이 있어도 이 눈앞에서 일어난 일은 제한된 조건, 환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자이틀리츠: …………………….
자이틀리츠: …………이곳, 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우리 세계에 어서 오렴. 순양전함, 자이틀리츠.
~08. 재생.
만들어진 「새로운 동료」는 한 명이 아니었다.
잠시 후, 새로 탄생한 함선들은 속속히 프리드리히에게 모여들었다.
각각의 얼굴에는 놀라움, 안도, 호기심, 초조함…. 다양한 표정이 감돌았다.
자이틀리츠: 철혈 순양전함 자이틀리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님.
자이틀리츠: 프리드리히 님이라면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싸운… 아니, 착각인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본류를 더듬어 올라가면, 분명 그 동료와 같은 전승이겠지.
자이틀리츠: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자이틀리츠, 이 몸과 의장에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언제든지 전투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요르크: 이런 낯선 상황은 좀처럼 겪기 힘든 체험이네. 후후후.
요르크: 그래서? 나는 누구를 따르고 누구를 보좌하면 되지?
뤼초: 후아아아암…………. 어쩐지 낮잠을 방해받은 기분이야… 최악―
자이틀리츠: 뤼초. 지금은 아무리 봐도 낮잠을 잘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만.
뤼초: 그치마안~ 기분은 그런걸. 누가 깨우는 것보단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게 당연히 더 기분 좋잖아.
요르크: 이 잔해와 불바다 속에서 계속 참을 청할 자신은 있고?
뤼초: 없지. 최악―
뤼초: 뭐, 이 몸은 움직이기도 편하고 귀여우니까, 낮잠을 방해한 무례를 용서하마!
뤼초: 근데 또 졸리네……. 철혈 순양전함 뤼초야― 잘 부탁해―
뤼초: 의장 위에서 잘 테니까 뭔 일 있으면 불러―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후후후. 마음대로 하려무나.
튀링겐: 프리드리히. 여기 모인 게 전부인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래. 유감이지만.
튀링겐: ………다른 동료는?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무리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서 더 이상 너희의 동료를 건조할 수는 없어.
튀링겐: 그런가. 이것도 운명이라는 거로군.
튀링겐: 전함 튀링겐. 이 모습으로도 철혈을 위해 싸우마.
엘빙: 나, 나도…. 전력은 힘들고 아마 미끼밖에 못하겠지만…. 아아…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엘빙이….
엘빙: 여기 있는 사람들은 분명 불행해질 거야…. 그치만 엘빙이 열심히 하려고 하면 반드시 실패하는걸……. 아아…….
아카기: 말 그대로 「본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엘리자베스.
아카기: 상층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철혈에게 허를 찔린 척 한 건가요?
퀸 엘리자베스: 노 코멘트 하겠어.
아카기: 그렇겠죠. 그래서? 당신도 똑같이 할 건가요?
아카기: 프리드리히가 할 수 있는데 당신이 못 할 리가――
퀸 엘리자베스: 무리야. 프리드리히가 한 것도 처음이고. 애초에 이 자리는 「철혈을 위한 실험장」인걸.
아카기: (보기보다 복잡한 기술 같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제약도 꽤 많을 테고.)
엘빙: 엠덴… 괜찮아…? 혹시 엘빙이 이상한 말을 해서…….
엠덴: 엘빙, 걱정 마세요. 엠덴은 괜찮습니다.
엠덴: “네게 걱정 받을 정도로 엠덴은 약하지 않아.”
엠덴: 드레스덴급 엠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드레스덴급……?
엠덴: “그리고 쾨니히스베르크급 순양함 엠덴이야. 이 스캐퍼 플로에서 「배」로서 한번 침몰했었지.”
엠덴: 네. 엠덴은 당신의 부름을 받고 이곳에 왔습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즉, 드레스덴급의 네가 여기 나타난 건, 쾨니히스베르크급의 엠덴이 있었기 때문?
엠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엠덴: “어쩌면 무슨 착오로 용골을 구축할 때 실수가 있었을 지도 모르지.”
엠덴: 어느 쪽이든,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엠덴“들”입니다. 후후후.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우리는 “엠덴”이라는 존재밖에 예측하지 못했는데.
엠덴: “후후. 그럼 단순한 변덕이려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래. 단순한 변덕이구나. 아가가 손에 넣은 정보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여기까지밖에 할 수 없군.
엠덴: “그래서? 엠덴을 어떻게 할 셈이야?”
엠덴: 세이렌을 상대로 싸울 건가요?
엠덴: “우리가 그렇게 그리웠니?”
엠덴: 아니면 여기서 일어난 일의 복수라도 할 건가요?
엠덴: “어느 쪽이든 엠덴은 상관없어. 다른 애들도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고.”
엠덴: 네. 당신에게도 그리운 냄새가 나는걸요.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나는 특별계획함. 네가 알고 있는 프리드리히가 아니란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함력이 없는, 싸우기 위해 태어난 공상의 구현화가 나의 본질이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리워하는 건 좋지만 그 이상의 추측은 의미없어.
엠덴: 네. 알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특별계획함.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리고, 우리는 너희에게 무엇도 요구하지 않아.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곳은 세이렌의 실험장. 너희는 만들어진 「함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겠지?
뤼초: 그래그래.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잖아. 나, 명령에 따르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낮잠은 충분히 잤니?
뤼초: 낮잠보다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겨서.
뤼초: 저기 있는 건 철혈 함선이 아니지? 소개해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렇단다. 이번 작전의 동료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중앵 소속 항공모함, 아카기와 즈이카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리고 저쪽은 로열의 여왕, 퀸 엘리자베스.
튀링겐: 다른 진영의 함선이 함께 행동하는 건가. 여전히 잘 지내는 것 같군.
튀링겐: 아주르 레인이라면 모름지기 그래야지.
뤼초: 항공모함이 뭐어야?
뤼초: 그리고 이 의장, 생각했던 거랑은 전혀 틀리네…. 익숙해지기 힘들지도.
뤼초: 그나저나 저 꼬마가 여왕님? 진짜? 여왕님은 더 크고 출렁~거릴 줄 알았는데….
뤼초: 호오― 역시 작네~ 여러 의미로.
퀸 엘리자베스: 너, 날려버린다.
뤼초: 후후후, 어디 해봐. 뭐 전함이니까 클 거라고 생각한 내 착각이지~
뤼초: 그치만 전함인 튀링겐도 크잖아?
뤼초: 엘빙이나 엠덴도 순양함치고는 꽤 있고.
퀸 엘리자베스: 뭐야! 그 이상 놀리면 진짜로 쏠 거야!!
퀸 엘리자베스: 진짜 도이칠란트나 너나 하나같이 남 신경이나 긁고!
튀링겐: 미안하군. 여왕 폐하.
튀링겐: 전함이니 클 거라는 건 시답잖은 선입견이고, 무엇보다 뤼초의 말투는 누가 봐도 불쾌했다.
튀링겐: 만약 기분이 상했다면, 이 튀링겐이 동료를 대신해 사과하지.
튀링겐: 뤼초는 그만 놔줘. 저 아이는 전혀 주눅들지 않는 성격이라서 말야.
튀링겐: ……뤼초. 너도 사과하는 게 어떻겠나.
뤼초: 사과? 나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
즈이카쿠: 자자, 그 얘기는 그쯤하고――
퀸 엘리자베스: 너네 사과는 이만큼도 필요 없어!
퀸 엘리자베스: 후우……. 로열이 철혈과 함께 행동하는 거 말인데――
퀸 엘리자베스: 유감이지만, 그렇게 대놓고 움직일 수는 없어.
퀸 엘리자베스: 함선들뿐이라면 몰라도, 진영 간의 관계는 경직되어 있으니까.
뤼초: ………응?
퀸 엘리자베스: 왜 놀라는데? 아주르 레인이 형성되기 전에도 몇 번이나 그랬잖아.
퀸 엘리자베스: 아무튼 지금은 그런 느낌이야. 적어도 상층부는 그렇게 되어 있어.
퀸 엘리자베스: 프리드리히.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수다는 다 끝났니?
퀸 엘리자베스: 충분해! 이 이상 얘기하다간… 계속 놀림이나 당할 테니까!
퀸 엘리자베스: 그리고 특이점의 「문」은 바깥에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잖아! 낭비할 시간은 없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렇지. 그럼…… 철혈 함대 모두에게 한 가지 알려주겠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지난 대전, 이 스캐퍼 플로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09. 추억
뤼초: 아, 뭐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후아암…….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들어주겠니?
뤼초: 무리야. 우리는 그때 침몰한 배가 아니니까.
뤼초: 그래도 뭐랄까…. 여기서 일어난 일――네가 봤다던 그 「기록」의 일이 미묘하게 떠오르는 거 같기도 해.
뤼초: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재현」이니까 잘 전해질지도 모르겠지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상관없어. 그것이 이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뤼초: 그래?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닐 텐데.
뤼초: 말하는 우리도 별로 즐겁지 않고 듣는 그쪽도 즐겁지 않을 텐데 왜 알고 싶은 거야?
뤼초: 이제 와서 한이 남은 것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사는 게 좋지 않아?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것도 상관없어. 우리는 단지 궁금할 뿐이야.
튀링겐: 그렇다면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
튀링겐: 그 「사건」에 입회한 함선은 아무도 없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하지만 너희는 이 실험장과의 연결 고리로 희미하게 그 기억이 남아 있을 거야.
튀링겐: 그래. 남은 건 「배」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기억이다.
튀링겐: 마치 그 사건을, 우리가 「함선」으로서 본 것 같은 느낌이야.
튀링겐: 아까 뤼초도 말했지만, 미묘하게… 즉 어렴풋한 모습이지만.
퀸 엘리자베스: 기억이 재구성 되는 건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배」의 수동적인 인식에서 「함선」의 능동적인 인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구나. 물론 그 과정의 본질은 지금의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뤼초: 괜찮아 괜찮아. 문제 없음.
뤼초: 어차피 너희도 딱딱한 설명은 듣기 싫지? 이렇게 하자. 훨씬 재밌을 거 같고.
뤼초: 우리가 그 사건을 연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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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퍼 플로. 주변 해역.
자이틀리츠: 관측 결과 확인! 뤼초, 세이렌 함대의 속력이 떨어졌습니다!
요르크: 후후후. 열심히 포격한 보람이 있었네.
뤼초: 그럼 계속 돌격 부탁해― 세이렌의 잔해를 맘껏 회수해줘―
뤼초: 후암……. 낙승이라고 생각하니 잠이 쏟아지네…….
엘빙: 이 앞은 로열 해역이야…. 우리는, 아아… 분명 로열에게 적으로 인식되어 공격당할 거야….
엠덴: “엠덴을 공격하는 건 곧 철혈에 대한 선전포고야. 로열이 그럴 수 있겠어?”
요르크: 걱정할 필요 없어. 목표는 어디까지나 세이렌이니까.
요르크: 아주르 레인이라는 조직에 참가하지 않기로 상층부가 결정하긴 했지만, 공통의 적인 세이렌을 공격하는 거니 넘어가 주겠지.
튀링겐: 진영 간의 다툼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만, 연락 정도는 해두는 게 좋겠지.
엘빙: 튀링겐 말에 찬성…아, 아니! 엘빙은 반대…!
튀링겐: 그럼 결정됐군. 우선은 로열의 정박지에 세이렌을 추격 중이라는 타전을 보내고 계속 전진하자.
뤼초: 좋아~ 함대, 스캐퍼 플로를 향해 전진~♪
튀링겐: 뤼초. 타전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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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카쿠: ………설마 해서 묻는데, 타전을 깜빡한 건 아니지?
뤼초: 괜찮아. 튀링겐이 로열 해역에 들어가서 타전했으니까.
즈이카쿠: 결국 무단침입이잖아! 아무리 세이렌을 추격 중이었다지만 다른 진영의 해역을….
뤼초: 자잘한 건 따지지 마. 처음 일도 아니고.
뤼초: 뤼초는 원래 이러니까.
즈이카쿠: 처음도 아니라니…….
뤼초: 로열은 불만인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지.
뤼초: 그 사건 전에도 세이렌에게 한번 공격 받은 거 같았고. 정박지에 철혈 함대 이상의 전력도 두지 않았으니까.
뤼초: 애초에 세이렌을 포획하는 건 결국 전쟁을 끝내기 위한 좋은 일이잖아. 납득이 안 돼?
즈이카쿠: 그걸로 납득하는 게 더 이상해.
아카기: 그래서? 그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지?
뤼초: 음― 로열이 결국 움직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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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틀리츠: 로열 함대의 기척 확인! 저쪽에서… 이건!
자이틀리츠: 등화 신호입니다. “즉시 정선(停船)하여 검사를 받아라….”
엠덴: “정선? 우리는 상선이 아닌데? 건방지기는.”
엠덴: “무시하렴. 어차피 로열에 우리를 저지할 전력은 없잖아?”
자이틀리츠: 하지만 엠덴 씨. 정박지에서 수비함대가 출격하고 있습니다……!
엠덴: “그게 어쨌다는 거지? 우리보다 수도 훨씬 적은데.”
자이틀리츠: 수는 저희가 많지만 저쪽에는 전함이나 순양전함 등의 주력함이 있습니다!
자이틀리츠: 전투가 벌어진 후에 저희가 무사할지는…….
엘빙: 아아, 세이렌의 잔해를 회수하기는커녕 우리도 잔해가…….
엠덴: “될 리가 없잖아. 그나저나 로열은 왜 갑자기 저러는 거지?”
엠덴: “통신을 연결해줘. 얘기나 들어볼 테니까.”
뤼초: 자이틀리츠. 연락 부탁해―
뤼초: 정선은 허락해도 검사는 못 받겠다고.
워스파이트: “철혈 함대에 고합니다. 로열 해역에 대한 무단침입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밸리언트: “정선했으니 일단 공격은 하지 않겠어요!”
밸리언트: “반전해서 해역에서 나가세요! 지금이라면 이번 침입은 불문에 부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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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카쿠: 워스파이트와 밸리언트…….
즈이카쿠: 뭐랄까, 내가 아는 두 사람하곤 좀 이미지가 다른데?
워스파이트 ↑↑↑
밸리언트 ↑↑↑
뤼초: 헤에, 로열의 전함은 다들 절벽이야?
뤼초: 그런가― 그럼 엘리자베스가 꼬맹이인 것도 그래서 그렇구나―
퀸 엘리자베스: 전혀 아니거든!
퀸 엘리자베스: 이상한 말 하지 말고 하던 거나 계속해! 얼른!
뤼초: 방금도 이상한 말이었어―? 그래그래.
뤼초: 음… 이 다음은 평범하게 설명하는 게 낫겠다. …철혈 함대는 되돌아가지 않았어.
뤼초: 하기야 나가라고 해도 나갈 이유가 없었는걸.
즈이카쿠: 아니, 그러니까 해역에 무단침입한 건 그쪽이잖아…?
뤼초: 좀만 대치하면 금방 물러나겠지~ 라고 생각했는지도 몰라.
뤼초: 근데 시간이 지나도 로열이 물러나지 않는 거야.
즈이카쿠: 몇 번이나 당했으면 당연히 그러겠지….
뤼초: 그래? 그럼 “선을 넘어서 저쪽을 화나게 했다”라고 하자.
퀸 엘리자베스: 잠깐 기다려봐. 너희는 세이렌을 쫓고 있었지? 그 세이렌은 어떻게 됐어?
뤼초: 진형을 재편해서 공격해왔어. 그것도――
퀸 엘리자베스: 로열 함대와 대치하던 도중에?
뤼초: 응. 분명 그 타이밍이었어……후암…….
뤼초: 역시 설명만 하는 건 재미없네….
뤼초: 엘빙, 자이틀리츠. 뒤는 부탁해― Zzzzz
퀸 엘리자베스: 말하던 중에….
자이틀리츠: 실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뒤는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10. 싸움의 진실
자이틀리츠: 세이렌 함대가 공격해 오는 것을 보고, 저희는 로열 함대와 조속히 공투를 요청했습니다.
자이틀리츠: 로열도 바로 승낙해 주었고, 함대를 재편하여 먼저 세이렌을 치기로 했습니다.
자이틀리츠: 병력 및 개개의 성능 차가 다양했기에, 집중 공격하여 각개 격파한다는 당시의 전법대로 맞섰습니다만…….
자이틀리츠: 그러나 공격해 온 세이렌은 저희가 쫓던 세이렌과는 다른 개체였습니다.
자이틀리츠: 함체에는 여러 무늬가 빛나고 있었고, 전함의 주포로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장갑이 두꺼웠으며, 무엇보다 포격의 화력도 월등히 달랐습니다.
자이틀리츠: 세이렌 병장을 상대로도 견딜 수 있었던 전함의 장갑마저 일격에 산산조각 나고, 순식간에 저희가 사냥당하는 쪽이 되었습니다.
자이틀리츠: 고작 한 번의 공격으로 함대가 반파되어 진형 유지도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엠덴: “그래. 그 세이렌은 우리가 쫓던 것과는 전혀 달랐어.”
퀸 엘리자베스: 로열 함대는 뭘 하고 있었어?
엠덴: “그쪽은 그쪽대로 다른 세이렌 함대와 교전하고 있었어.”
엠덴: “……그쪽에는 신형 세이렌은 없었지만, 우리보다 더 고전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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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스파이트: 로열 네이비, 서치 앤 디스트로이!
워스파이트: 기죽지 마! 이 괴물들을 로열의 바다에서 쫓아내라!
요르크: 저 전력 차로 역습을 가하는 거야? 로열 함대, 대단하네….
요르크: 하지만 이기진 못할 거야. 얼마 전에도 세이렌의 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데….
튀링겐: 그래도 용기만은 칭찬해줄 만하군.
뤼초: 그래? 나는 로열 네이비가 엉망진창 박살나도 괜찮은데.
뤼초: 보아하니 금방 질 거 같긴 하지만. 벌써 몰렸고.
자이틀리츠: 신형 세이렌의 성능은 모든 부분에서 저희를 상회합니다. 이대로 계속 싸우면 운 좋게 격파한다 하더라도 거의 전멸일 겁니다.
자이틀리츠: 엠덴 씨. 지금은 여력이 남아 있는 동안에 철수하죠!
자이틀리츠: 저희가 모항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저 신형 세이렌의 위험성을 경고할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엠덴: “칫… 어쩔 수 없네. 철수하자.”
뤼초: 철수? 좋아, 뤼초도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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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카쿠: 로열 함대를 남겨두고 도망친 건가…….
엠덴: “그야 도망갈 수밖에. 신형 세이렌을 이길 방법도 없었으니.”
퀸 엘리자베스: 그럼 남은 로열 함대는….
엠덴: “말 아직 안 끝났어. 도망치면 로열 함대는 전멸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
엠덴: “그래서 생각을 좀 바꿔서 도와주기로 했어.”
퀸 엘리자베스: …………뭐야, 기특하잖아.
엠덴: 네. 기특한 행동이었네요.
엠덴: “신형 세이렌의 속력은 미지수. 로열 함대가 발을 묶지 않으면 우리까지 따라잡혀서 전멸할 위험이 있었어.”
엠덴: 그래서 로열을 돕고 그 대가로 스캐퍼 플로에 들어가려던 거였군요.
엠덴: “너희도 알 거야. 로열에게 스캐퍼 플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엠덴: “그리고 중요한 만큼 방위도 매우 공고하다는 걸.”
엠덴: 충실한 시설에 견고한 방위, 물자도 많이 비축되어 있는 이상적인 거점입니다. 세이렌조차 함락시킬 수 없었으니까요.
엠덴: “거기까지 철수하면 세이렌을 격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철혈 본토에도 연락할 수 있어. 다른 선택지는 없었어.”
퀸 엘리자베스: 그래서 로열 함대는 동의했어?
엠덴: “그래. 공투 건과 마찬가지로 동의했지.”
엠덴: “그래서 함대를 합류시키고, 스캐퍼 플로 쪽으로 서둘러 철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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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퍼 플로항
워스파이트: 여기까지 왔으면 일단 안심이겠지. 우리 로열의 스캐퍼 플로에 온 걸 환영한다.
자이틀리츠: 워스파이트 님…. 아뇨, 로열의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밸리언트: 뭐, 입항했으니 검사를 받도록 해.
뤼초: 에― 어째서―? 지금 그럴 상황이야?
밸리언트: 무슨 소리야? 너희도 피해를 많이 입었잖아. 수리하려면 검사가 필요해.
뤼초: 그런가…. 알겠어, 적당히 해줘―
뤼초: 나는 피해 없으니 이만 쉴래. 뒷일은 엠덴하고 자이틀리츠한테 부탁해.
뤼초: 근데 VIP룸은 어느 쪽이야? 있지? 이렇게 큰 시설인데.
밸리언트: 너, 좀 너무 건방진 거 아니니……?
밸리언트: 뭐 됐어. 안내할 테니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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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카쿠: 조금 전까진 살벌했는데 이젠 완전히 동료네.
엠덴: 그렇군요. 바라건대 이 이야기가 미담으로 전해지기를.
엠덴: “철혈과 로열은 살벌하긴 했지만, 세이렌보다 우선해서 싸우는 사이는 아니었어.”
즈이카쿠: 그건 그렇지.
즈이카쿠: 그럼 스캐퍼 플로가 이렇게 됐다는 건….
즈이카쿠: 역시 세이렌이 추격한 거구나…!
엠덴: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엠덴: “처음엔 평범하게 물자를 보급 받고, 손상된 함을 응급수리 했었는데….”
엠덴: “어떤 시간을 기점으로 외부와의 통신이 완전히 끊겼어.”
엠덴: “통신 장비도 검사 받았으니까 로열이 무슨 수작을 부린 건 아닌가 의심했는데, 아무래도 로열도 똑같이 끊긴 모양이라서.”
엠덴: “결국 세이렌의 소행인 것으로 확정지었지.”
엠덴: “그때 하늘과 바다의 색이 이상해지면서 스캐퍼 플로 항구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어.”
즈이카쿠: 경면해역……!
엠덴: 경면해역, 이라고 부르는군요. 엠덴이 모르는 말… 어쩐지 신선하네요. 후후후.
엠덴: “그 이변 이후로는 세이렌의 공중전력까지 습격해오기 시작했어.”
엠덴: “너희 항모가 조종하는 것과도 다르고, 그때 우리가 알던 그 어떤 비행기보다 훨씬 강력했어.”
엠덴: “애초에 그 섬에서 어떻게 비행기를 띄워 보낸 건지 이해조차 못했지만.”
즈이카쿠: 근처에 세이렌 항모가 있었나 보네.
엠덴: “우리는 지금 항공모함이라는 존재를 알지만, 당시의 「엠덴」은 몰랐어.”
엠덴: 그렇죠. 항공모함의 함재기라니, 얼마나 멋진가요♪
퀸 엘리자베스: …………………….
자이틀리츠: 연안 포대의 엄호로 로열과 함께 세 번 정도 세이렌 격파에 성공했지만
자이틀리츠: 저희 쪽 전력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정박지에서 탈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함대를 발진시키려는 그 순간――
자이틀리츠: 하늘에서 빛이 쏟아졌는데, 거기서 「기억」이 끊겼습니다.
엠덴: 엠덴은 그 빛이 무슨 존재였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엠덴: “이게 엠덴이 아는 전부야.”
엠덴: “그 빛이 쏟아진 뒤, 철혈 함대도 로열 함대도 전멸했다――여기 기록이 맞다면 말이지만.”
엠덴: 이것이 당신들이 알고 싶어 했던 「진실」입니다.
퀸 엘리자베스: 드디어 조각이 다 모였네.
아카기: 중앵 상층부가 보유한 기록과도 다르군요. 설마 그런 일이 있었다니…….
아카기: 로열이 배신한 것도 아니고, 철혈이 무모하게 적을 유인한 것도 아니다…….
즈이카쿠: 최후의 빛…. 퓨리파이어나 오미터의 병기라면 납득이 가는데….
즈이카쿠: 정박지를 순식간에 전부 파괴할 수 있는 위력. 우리도 조우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엠덴: 세이렌과 싸워서 얻은 그 경험, 의지하고 있어요.
즈이카쿠: 지금까지 몇 번이나 녀석들하고 대치했으니까. 싫어도 기억날 수밖에 없지.
자이틀리츠: 훌륭한 전사 분들과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이틀리츠: 그 「자이틀리츠」도 지금의 우리처럼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같은 결과에는…….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제안이 있어. 이곳에 있는 세이렌을 소탕하는 건 어떠니?
자이틀리츠: 그건 무슨 의미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 실험장은 스캐퍼 플로 사건의 「재현」. 그렇다면 그 세이렌의 광선 무기에 대한 정보도 어딘가에 있을 거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리고 그 신형 세이렌이 우리에게 어느 수준의 적인지도 알아볼 가치가 있겠지.
튀링겐: 과연. 그 「튀링겐」의 원수를 갚아주겠다는 건가.
요르크: 거기에 이 몸과 의장에 익숙해지기 위한 훈련도 겸하는 게 아닐까?
엘빙: 으, 응…. 적을 잘 쓰러트려서… 아니, 엘빙이 바라는 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엘빙: 그럼, 적을 발견할 수 없기를… 광선 무기에 맞아 전멸하기를…….
엘빙: 엘빙이 침몰하기를………!
요르크: 그런 소원을 빌 거라면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게 낫겠어.
엠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엠덴을 철혈로 초대한 그대. 지금 이것은 명령인가요?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명령이 아니야. 너희를 지휘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니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세이렌을 쓰러트리고 인류의 항로를 지키는 것――그것은 우리 함선의 의무이자 책임이지.
엠덴: “자이틀리츠. 뤼초를 깨워. 출격이야.”
엠덴: 후후후. 엠덴의 싸움을 보여드리죠.
~11. 습격
특이점 외부. NA해역.
Z2: 오이겐 씨. 레이더에 무언가 공작하셨죠?
프린츠 오이겐: “이번에는” 안 했는데? 그게 왜?
Z2: …“이번에는” 입니까. 네.
프린츠 오이겐: 이 장치 말이면 공작한 적 없어. 보렴――
프린츠 오이겐: 유니온과 북방연합의 함대는 전부 진짜야. 상층부는 이런 작전을 잘도 허락했네.
Z2: 솔직히 레이더가 고장난 줄 알았습니다.
Z2: 시간을 벌라고 했지만, 일부는 교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린츠 오이겐: 어쩔 수 없잖니. 우리 사랑스런 언니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각오해둬”라고 그랬는걸.
Z2: 바로 이곳의 정찰 정보를 전송하면――네, 아마도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프린츠 오이겐: 안 돼. 정찰 정보를 보내더라도 조금 싸운 뒤라야 해.
프린츠 오이겐: 저쪽은 저만큼의 대함대를 원정에 내보냈으니까, 우리도 조금은 의욕을 보여줘야지.
Z2: 오이겐 씨의 입에서 “의욕”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오늘이 제 제삿날인 걸까요?
프린츠 오이겐: 괜찮아. 틸레는 내가 꼭 지켜줄게.
Z2: 저뿐만 아니라 레베 군도…. 네, 함대 모두를 지켜주셨으면 합니다만.
프린츠 오이겐: 재밍으로 열심히 아주르 레인을 견제하고 있어. 그리고…….
Z2: 그 재밍은 접근하면 순식간에 들통 납니다. 네. 그리고 너무 부풀렸어요.
프린츠 오이겐: 순식간에 들킨다고 해도 일단 접근해봐야 알지 않겠니?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니 만큼 부풀리는 게 좋지.
프린츠 오이겐: 저쪽이 재밍 대처에 시간을 쓰고 있는 동안 우리가 급습을 가하면, 이기는 전투도 생길 거야.
Z2: 그게 목적입니까…. 네, 일리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Z2: 오이겐 씨도 출격하시죠? 어디를 노리실 겁니까? 설마 지휘관 본대는 아니겠죠?
프린츠 오이겐: 지휘관에게는 선객이 있어. 우리는 다른 곳을 노릴 거야.
프린츠 오이겐: (여기서 싸워서 전력을 소비하면 나중에 있을 작전에 지장이 생겨. 그렇다고 싸우지 않으면 상층부의 의심을 살 위험이 있고…. 좀 곤란하네)
프린츠 오이겐: 그럼 여기 북방연합 함대로 할까?
Z2: 좋습니다만, 어차피 다른 선택지도 없겠죠?
프린츠 오이겐: 정답~
Z2: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싸우는 건 좋습니다만, 네, 부추기는 건 적당히 해주십시오.
프린츠 오이겐: 알고 있어. 재밍을 조정하는 업무도 있으니까. 후후후.
~12. 신형의 정체
특이점 내부. 경면해역.
즈이카쿠가 날린 함재기를 선두로 철혈 함선을 주력으로 한 연합함대가 세이렌을 찾아 바다를 누볐다.
즈이카쿠: 여기는 즈이카쿠. 10시 방향에 세이렌 함대 발견! 그쪽 속력으로는 조금만 있으면 접촉해!
자이틀리츠: 즈이카쿠 님. 공중정찰 감사합니다!
즈이카쿠: 아냐! 내가 돕겠다고 한 거니까.
자이틀리츠: 그렇다면 더더욱 감사해야겠군요!
자이틀리츠: …지금부터 함대 진로를 바꾸어, 사선에서 적 함대로 쳐들어갑니다!
뤼초: 항모 전술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헤에―
뤼초: 뭐 내 의장도 지진 않겠지만? 예이예이~
즈이카쿠: 적은 양산함뿐! 인간형 세이렌도, 상위 개체도 없음!
즈이카쿠: 몸 풀기엔 제격이겠네! …아, 양산함이지만 II형이니까 방심하지 마.
튀링겐: II형이라… 그 놈들은 II형이라고 불리는 건가…?
즈이카쿠: 그런데…. 아, 혹시!
즈이카쿠: 스캐퍼 플로를 습격한 세이렌하고 같은 타입이야?
즈이카쿠: 그치만 II형이 최초로 목격된 건 스캐퍼 플로 사건보다 훨씬 나중인데…….
엘빙: 저기…. 그 II형의 특징이 혹시 무늬가 파랗게 빛나는 거야…?
즈이카쿠: 응! 저건 방어력이 강화된 개체인데…. 그렇구나. 그래서 평범한 군함으론 장갑을 관통하지 못했구나….
즈이카쿠: (지금 양산함이라도 저 세이렌 상대로는 좀 힘든데, 스캐퍼 플로에서 싸웠던 사람들은…….)
즈이카쿠: (싸움조차 되지 않아… 함선의 힘이 없으면….)
뤼초: 여기 기록대로라면, 구식함으로도 저 양산형을 한 두 척은 격파했었대.
즈이카쿠: 어떻게!? 장갑을 뚫을 수가 없는데…!
자이틀리츠: 훈련과 근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지로 끈질기게 싸우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즈이카쿠: ……! 성능과 병장을 뛰어넘은, 싸우기 위한 의지….
즈이카쿠: (그래…. 미카사 대선배도 그랬어…. 중요한 건 성능이나 기술뿐만이 아니라 「마음」――싸우려는 의지라고.)
즈이카쿠: (지난 대전에서도, 힘만이 아니라 인류를, 항로를 지켜내려는 의지로 극복해낸 거구나……!)
뤼초: 뭐, 칭찬은 우리가 받을 게 아니라 그 싸움을 견뎌낸 사람들이지만.
즈이카쿠: (아카기 선배도 분명, 싸울 의지를 잃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즈이카쿠: 이 세이렌들은 함선이라면 별거 아니야! 다들 의장을 갖추고 있으니 분명 이길 거야!
즈이카쿠: 그럼, 무운이 있기를!
~13. 의장 적응
―――――!!
뤼초: 좋아, 명중―!
뤼초: 재밌네― 의장을 사용하는 전투.
튀링겐: 스케일은 인간 사이즈 정도가 되었지만, 힘은 「배」와 동등.
튀링겐: 의장을 이용하면, 모든 전투 행동을 장착한 함선 혼자 간단히 해낼 수 있다.
튀링겐: 이것이 함선, 인가.
뤼초: 면적이 작아서 맞을 걱정도 없고―
튀링겐: 그렇다고 대놓고 나설 이유는 없다고 본다만?
뤼초: 대놓고 나서도 웬만하면 안 맞으니까 괜찮아―
자이틀리츠: ……………….
요르크: 왜 그래? 자이틀리츠.
자이틀리츠: 아뇨, 지금 주포를 조정 중이라…. 의장을 완전히 다루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요르크: 도와줄까? 중순의 의장과 순양전함의 의장은 별개지만 공통된 부분도 아마 있을 거야.
자이틀리츠: 감사합니다, 요르크 씨! 우선은 여기를…….
―――――!!
엘빙: 마, 맞았다…….
엘빙: 게다가 쓰러트렸어…!? 엘빙의 약한 화력으로도 적을 쓰러트릴 수 있다니….
엘빙: 아아… 다행이다…. 분명 엘빙이 맞기 않기를 바란 덕분에….
자이틀리츠: 엘빙 씨가 노력한 덕분입니다.
자이틀리츠: 의장의 성능을 과신해서는 안 됩니다만, 자신의 역량을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이틀리츠: 엘빙 씨라면 이 정도 적은 쉽게 격파할 수 있고 말고요!
요르크: 적 함재기 내습! 대공화기를 준비해!
뤼초: 함재기―? 좋아, 지금 의장의 대공 화력을 시험해 봐야지!
튀링겐: 그래. 여러 상황에서 테스트 해보는 게 나중에 도움이 되겠지.
엘빙: 이, 일단은 한번 퇴각하는 게…….
자이틀리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엘빙 씨, 제 뒤로 오세요!
――――――!!
적 세이렌 함재기가 자이틀리츠 인근에 폭탄을 투하했으나, 곧 아군의 대공화기에 의해 격추되었다.
자이틀리츠: 적기 격추 확인! 좋아, 이제 장갑의 성능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됐어…!
엠덴: 방금은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렇게 말하며 하얀 엠덴은 우아하게 적 함재기의 기총 소사를 피하며 반격을 가했다.
뤼초: 오― 엠덴은 벌써 익숙해졌나보네.
엠덴: “엠덴의 힘을 얕보지 마, 뤼초.”
엠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평범한 전투라면 이제 문제 없답니다.
뤼초: ……반칙이야 그거.
엠덴: 어머, 엠덴의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엠덴: “구경할 틈 있으면 싸워. 엠덴의 발목을 잡으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14. 염려
철혈 함대를 뒤에서 바라보는 함선들이 있었다.
즈이카쿠: 의장에는 벌써 익숙해진 것 같네. 여기 세이렌들도 약해서 저쪽만으로 쉽게 격파할 수 있겠지.
즈이카쿠: 세이렌 함대를 격파하면서 이동하고 있으니까, 곧 정박지 바깥 탐색을 시작할 수 있을 거야.
즈이카쿠: 이제 스캐퍼 플로를 궤멸한 세이렌의 병기만 남았어――
아카기: (프리드리히에게 당했어….)
아카기: (아직 의장 숙련도가 낮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전력 확충이 진행되면 4대 진영의 균형이 깨질 수 있어.)
즈이카쿠: ……선배? 아카기 선배?
즈이카쿠: 왜 그래? 뭐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어?
아카기: …아무것도 아냐.
아카기: 즈이카쿠. 우리가 이렇게 의장에 숙달되기 위한 훈련을 받은 적이 있었니?
즈이카쿠: 그러고 보니… 확실히 기종 전환이나 병장 변경으로 훈련 받는 일은 있어도, 이렇게 의장 그 자체에 숙달되기 위한 훈련은 없지.
아카기: 중앵의 의장은 술식을 응용하는 것도 많고, 철혈의 의장과 체계가 달라서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즈이카쿠: 아니라니…. 저 의장에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어…?
즈이카쿠: 내가 볼 땐 다른 철혈 함선들하고 똑같아 보이는데.
아카기: 미카사 대선배는 이렇게 숙달 훈련을 한 적이 없어.
아카기: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저 아이들의 의장은 “그녀들이 본디 가져야 할 의장이 아니야.” …그렇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후후후. 날카롭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큐브에 의해 만들어진 의장은 기본적으로 그 함선의 선체와 결부되지만, 반드시 같은 것만은 아니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우리 철혈 리더의 연구 성과를 조금 응용했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리고 악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단다. 아카기.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서두르지 말고 끝까지 보도록 하렴. 너를 실망시키진 않을 테니.
아카기: ………네. 당신 말대로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죠.
아카기: (그것도 아주르 레인이 여기 도착할 때까지만이지만.)
아카기: (「재현」의 진척. 특이점 유지의 카운트다운…. 프리드리히도 언제까지고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는 없어.)
아카기: …………….
퀸 엘리자베스: ……….
아카기: ………….
퀸 엘리자베스: 뭐, 뭔데?
퀸 엘리자베스: 나도 너처럼 손님이야. 프리드리히의 계획이 뭔지 다 파악하진 못했어.
아카기: (그리고 엘리자베스도. 이 여왕님이 스캐퍼 플로를 철혈에 제공해 준 것만으로 협력이 끝났다고 보기는 힘들어.)
아카기: (이 특이점… 아니, 스캐퍼 플로에는 분명 아직 뭔가가 있을 거야…….)
아카기: (지휘관님도 알고 계시면 좋겠지만… 만약 모른다면…….)
~15. 진격
―――――!!
튀링겐: 좋아. 세이렌 함대를 분단했어.
요르크: 꽤 괜찮은 전술이네. 이렇게 파고드는 것도 함선이 아니라면 힘들었겠지.
뤼초: 양산함으로 하려고 하면 돌진하기 전에 적의 화력에 만신창이가 됐을 테니까―
튀링겐: 그렇다고 해도 세이렌 중에는 우리와 같은 크기의 인간형 개체, 그리고 상위 개체가 있다고 들었다.
튀링겐: 이렇게 기동성에서 압도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적의 수가 적을 때나 인간형이 없을 때뿐인 것 같군.
자이틀리츠: 인간형이 상대라면 백병전도 있을 수 있겠군요…. 그때는 이 검이 나설 차례입니다!
자이틀리츠: 자이틀리츠, 설령 포탄이 다 떨어져도 계속 세이렌과 싸우겠습니다!
뤼초: 그런 건 자이틀리츠 혼자서 해― 난 피곤하니까 패스.
뤼초: 그보다 신경 쓰이네……. 각 진영의 관계.
뤼초: 대충 짚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들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는 걸까.
뤼초: 역시 서로 살벌한가?
튀링겐: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 크게 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
튀링겐: 철혈이 사실상 「레드 액시즈」의 대표로 보이고, 「아주르 레인」은 상층부의 공동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 같군.
뤼초: 그럼 세이렌과 싸우고 있는 건 어느 쪽이야? 설마 진영 간 계속 다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요르크: 양쪽 모두 세이렌과 싸우고 있는 것 같아. 여러모로 길은 틀리다고 하지만, 목적은 같아 보이네.
엠덴: 그게 사람이죠. 분쟁을 좋아하고, 영원히 하나가 되지 못하는.
엠덴: “하지만 때로는 협력하고 중요한 목표를 향해 같이 나아가지.”
엠덴: “비참하고, 무력하고, 언제나 안식을 찾아 헤매는 연약한 존재.”
엠덴: 그래서 더욱 귀여운 법이죠. 후후후.
뤼초: 아, 엠덴이 말하는 귀여움이 뭔지는 일단 접어두고.
뤼초: 이렇게 중앵과 철혈, 그리고 로열 함선이 모여서 같이 뭘 하는 거 되게 신기하지 않아?
자이틀리츠: 그렇네요. 세이렌이라는 공통된 적이 없었다면, 어쩌면 더 큰 전쟁이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자이틀리츠: 하지만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싸워온 것 같군요. 존경을 표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이틀리츠: 프리드리히도 말했습니다. 함선의 역할은 세이렌과 싸우는 것. 결코 함선끼리 분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이틀리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싸우는 것뿐. 세이렌을 몰아내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이틀리츠: 모두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르 레인」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엠덴: 「지휘관」이라는 존재가 있다고 하더군요.
자이틀리츠: 함선을 이끄는 상관 말입니까?
엠덴: “그래. 우리 모두를 진영에 관계없이 이끄는 인간이라나봐.”
의장 숙련도가 높아짐에 따라 세이렌 함대의 발견과 격파 효율도 높아져 간다.
마치 스캐퍼 플로에서 격침된 군함들의 복수를 행하듯, 철혈 함대는 맹렬히 싸워 나갔다.
엠덴: 만나보고 싶군요. 엠덴의 귀여운 인간 씨.
~16. 탐색 종료
세이렌의 무기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특이점의 「문」의 유지 시간의 한계가 다가왔다.
아카기: 아무래도 한계인 것 같네요. 즈이카쿠, 얼마나 남았지?
즈이카쿠: 아직 괜찮아. 그치만 슬슬 탈출 준비를 해야 돼.
뤼초: 프리드리히, 다녀왔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후후후. 싸우고 나니 상쾌하니?
뤼초: 응― 적당히 땀도 나고 좋은 느낌!
뤼초: …그치만 도중부터 반응이 없어서 재미없어졌어―
뤼초: 처음에는 피곤해도 신선하니까 괜찮았는데, 너무 쉽게 이겨도 재미없네.
뤼초: 「기록」에 있던 뤼초가 좀 불쌍했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단다. 그 「뤼초」도, 너희도 모두 열심히 노력했으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미래의 기준으로 과거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걸.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물론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겠지?
자이틀리츠: 네! 이 자이틀리츠, 철혈과 인류를 위해 다시 한 번 분골쇄신 하겠습니다!
자이틀리츠: 프리드리히 님. 저희의 철혈 가입을 정식으로 허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철혈은 너희를 잊은 적이 없단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떠난 적이 없는 아이들을 “받아들인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
엠덴: “말은 잘하네. 네가 엠덴을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엠덴: 엠덴은 당신의 아이가 아니랍니다. 후후후.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호칭은 무엇이든 상관없지. 철혈을 위해 함께 싸울 수 있다면, 너희도 나――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의 가족이란다.
아카기: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군. 프리드리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니야. 이건 어디까지나 목적 중 하나일뿐.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 아이들이 철혈 함대에 가세해도 아주르 레인보다 나을 게 없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너도 봤잖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상층부가 보여준 기록. 이 경면해역에 남겨진 진실, 그리고 멘탈 큐브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악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카기.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네게도, 여왕에게도, 특이점 밖에 있는 유니온과 북방연합에게도, 그리고 우리 아가에게도――실망시키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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