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하는 별빛 서리의 못
~01. 회합
북방연합. 어느 곳.
소비에츠키 소유즈: ――유니온 상층부에 전달한 내용대로 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북방연합은 지금부터, 지원 물자 수탈을 시도한 철혈 함대에 대해 보복 작전을 전개할 것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더하여 이번 작전에는 지휘관 동지의 참가도 요청하였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는 북방연합 상층부도 동의한 작전으로서, 북방연합의 「재현」과 같은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유니온 상층부의 답변이 무엇이든 간에, 북방연합은 작전을 수행할 것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전쟁에 종지부를 찍는다… 라는 목적 하에.
새러토가: 그, 금시초문이야! 「재현」이라고 해서 상층부의 의향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도….
새러토가: 여기 있는 사람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것도 좀 그래! 진짜!
새러토가: (혹시 철혈의 그 실험?에서 뭔가 알아채기라도 한 건가? 모르겠어……. 그래도 이 타이밍은 진짜 위험해.)
새러토가: 아무튼 보복 작전은 접어두고, 지금은 빙산 요새의 세이렌 소탕을 진행하는 게 우선――
이셴: 새러토가. 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셴: 레드 액시즈가 「재현」 작전으로 북방연합 보급선단의 습격에 가담한 이상, 어떠한 의사 표명이 필요합니다.
이셴: 작전의 이유도 타당하고, 무엇보다 지휘관님도 별다른 의견을 내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셴: (게다가 이 건은 아마도 무슨 생각이 있어서일 거예요. 지금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새러토가.)
킹 조지 5세: 나도 동의한다. 지휘관 앞으로 보내는 척 하면서 일부러 상층부에 송신한 것은, 소유즈에게도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킹 조지 5세: 적어도 철혈과 비시아 측은 벌써 준비를 시작했다. 툴롱 쪽에서 몇 척이나 양산함이 드나드는 것이 관측되었으니까.
킹 조지 5세: 사디아와 중앵은 아직까지는 잠잠하지만… 뭐, 이번 건은 놈들에게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일 테지.
킹 조지 5세: 또한, 이번 「재현」을 틈타 다른 진영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 무엇보다――
킹 조지 5세: “어디까지 할 셈인지.” 우리 로열은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군.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께서 참가하는 것을 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소비에츠키 소유즈: 또한 철혈 등의 움직임도, 지휘관의 반응도, 제게는 모두 계산 내의 범주입니다.
킹 조지 5세: 그런가. 세이렌 작전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만, 그렇다면 안심이군.
킹 조지 5세: 무엇보다, 그 “결정 사항”을 갑자기 꺼내는 건 탐탁치 않지만.
소비에츠키 소유즈: 진영마다 제각기 사정이 있습니다. 라고밖에 말할 수 없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로열은 계속해서 북방 전선의 보급 물자의 지속적인 공급을 부탁드립니다.
킹 조지 5세: 아아. 세이렌과 싸우는 것은 우리의 비원이다. 물자 수송은 지금까지처럼 계속하지.
킹 조지 5세: 그것 역시, 여기 없는 지휘관의 의사일 테니.
킹 조지 5세: 하지만 대규모 「재현」이 발생할 경우, 로열의 참가는 없을 것이라고 미리 알려두마.
킹 조지 5세: …적어도 「재현」 초기의 전투에 관해서는 말이다. 아이리스도 마찬가진가?
리슐리외: 네. 저희도 작전에 참가할 여유는 없습니다.
리슐리외: 로열과 마찬가지로, 아이리스도 북방연합의 작전이 타 진영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리슐리외: 특히 아이리스와 비… 어흠. 아이리스 내부 사정은 아이리스만으로 해결하고 싶으니까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방금도 말했지만, 지휘관에게 참가를 부탁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비시아에 대한 일도 알고 있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추기경.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리고 이번 작전에는 로열의 대 세이렌용 지원 물자는 사용하지 않는 것 또한 약속했습니다.
새러토가: (우왓, 얘기가 점점 진행되고 있잖아!)
새러토가: 질문! 이번 「재현」에 대해 북방연합이 차출하는 전력은 대체 얼마나 되는 거야?
새러토가: 새러토가가 아는 한, 북방연합은 대부분의 전력을 극지의 세이렌 상대로 배치하고 있어서 「재현」에는 거의 참가하지 않았지?
새러토가: 그리고 듣기로는 철혈은 계속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던데, 구식이 많은 북방연합이 이길 수 있겠어…?
새러토가: (특별계획함에 대해 소유즈가 모를 리가 없어…. 만약 철혈이 그들을 내보낸다면 어떻게 대응하려고…?)
새러토가: (아! 혹시 북방연합에도 특별계획함이――)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이 참가한 빙산 요새 공략전 등 덕분에 현재 세이렌 대책으로 편성된 전력에 상당한 여유가 생겼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본 작전 시작 후 신속하게 행동을 개시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재현」을 종결하고 철수한다면 방어선에 타격이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또한 특별계획함의 경우, 확실히 강한 전력이지만 전황에 미치는 영향을 대략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러나 저희 측 정보에 따르면 이번 「재현」에서는 전장에 나서지 않을 것을 확인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정보원에 대해서는 함구하겠습니다만, 이것으로 새러토가의 의구심은 해결되었을 테지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북방연합 극지함대의 전력에 대해서는 유니온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철혈 상대로 뒤질 일은 없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께서도 참가하니, 예상 외의 사태에는――
새러토가: 만약 지휘관이 참가하지 못하거나, 철혈도 똑같이 참가 요청을 하면 어떡할 건데?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의 부재…. 이미 그 상황도 전제로 포함한 작전입니다.
새러토가: 역시 좀 찜찜해…. 이 작전에 상층부가 순순히 “네”라고 승낙한 것도 포함해서, 좀 이상해.
새러토가: (이셴이 무슨 생각이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지휘관도 참가하는 작전인데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진행시켜도 되는 걸까….)
새러토가: 지휘관이 이상한 문제에 말려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소비에츠키 소유즈: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휘관이 북방연합의 작전에서 어떤 위험에도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진 않겠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하지만, 그것은 북방연합뿐만 아니라 유니온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러토가: ……으극. 할 말 없음….
소비에츠키 소유즈: 아무튼 지휘관의 참가 여부는, 지휘관 자신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새러토가: 그래. 어느 쪽도 아니고 제3세력이라고 말을 꺼냈다 하더라도, 그건 그대로….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새러토가. 그밖에 질문 있습니까?
새러토가: 맞다! 이 작전에 유니온의 참가는 금지되어 있지 않지? 그러면 유니온에서 지원함대를 보내는 건 어때?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건 상관없습니다만, 대체 무슨 의도로?
새러토가: 음~ 전장의 옵저버로서, 그리고 만일의 경우에는 지휘관을 구출하는 예비대로서?
킹 조지 5세: 미안하지만, 그건 북방연합이 별동대를 준비하면 해결될 문제다….
킹 조지 5세: 하지만 새러토가가 우려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유니온 함대의 전력이 있으면 세이렌이 난입해 왔을 때도 도움이 되겠지.
킹 조지 5세: 뭣하면 지휘관의 승함도 유니온 함대에서 맡으면, 「재현」에 직접 참가하지 않아도 되니 위험한 상황과 조우할 확률도 줄겠지.
새러토가: 그거 좋다 조지! 도움 고마워!
킹 조지 5세: 좋아하긴 일러. 지휘관의 의견도 아직 듣지 못했고, 무엇보다 소유즈가 거부하면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새러토가: 그러네…. 아~아, 엘리자베스가 있었다면 다른 협상도 할 수 있었을 텐데….
킹 조지 5세: “다른 용무 때문에 오늘 회의에는 참석 못 해! 대신 조지를 보낼 테니 내 대리라고 생각해!”라고 하시더군.
새러토가: 아… 미안. 딱히 조지로는 부족하다는 건 아니고.
새러토가: ……………….
새러토가: 그래. 우선 조지의 안을 지휘관에게 제안하는 걸로 하고, 그 다음은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
새러토가: 지휘관에 대한 것 말고는 소유즈가 잘 설명해줬으니까, 아마 유니온 동료들도 설득할 수 있을 거야! 만약 함대를 파견하게 된다면 인선에는 조금 의견이 난립할 테지만 뭐 됐어!
새러토가: 아, 소유즈! 만약 지금 안이 괜찮다면, 북방연합의 군항을 사용해도 괜찮아? 그리고 해역 통과 허가도!
소비에츠키 소유즈: 괜찮습니다. 작전 성공을 위해서라면.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럼, 저도 지휘관의 답장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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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츠키 소유즈: 블러핑은 이것으로 충분하겠죠.
소비에츠키 소유즈: 「미코얀」의 발견으로 갔던, 크론시타트 조사대를 한시바삐 구출해야만 합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상층부의 눈을 속이고, 함대와 세이렌의 비밀을 회수할 수 있다면, 우리의 싸움 또한 변할 것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께는 누군가를 써서 사후보고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어쩔 수 없죠.
“세이렌이 나타나고, 첫 번째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북방연합 영역 내에 운석 낙하가 관측되었다.”
“그 후, 함선들로 편성된 조사팀이 파견되었으나”
“모든 기자재 및 인원이 갑자기 행방불명되었다.”
“이는 그 조사팀이 조우한”
“세이렌에 얽힌 진실의 단편이다――”
~02. 여정의 시작
북방연합. 어느 곳.
극비조사대. ――그렇게 쓰인 차량의 행렬이 빙판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함선이 양산함을 이용하지 않고 이동하는 것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볼가: 소브라지텔니. 창에 얼굴을 갖다 대면 안 돼요. 그러다 달라붙으면――
소브라지텔니: 습기에 대한 대책은 벌써 끝났어! 잠깐이라면 괜찮다!
소브라지텔니: 게다가 이 경치는 안 보면 오히려 손해라고! 아하하하!
창밖을 내다보니, 그곳에는 지평선으로 양분된 어둠과 백설이 제각기 단색의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차량이 향하고 있는 곳은 극지에 가까운 북방연합의 요충지. 세이렌과의 싸움에서는 중요한 보급로다.
소브라지텔니: 윽. 창밖이 흐려지기 시작했군…. 이러면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크론시타트: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이번 은밀 임무에는 알맞은 날씨니까.
크론시타트: 경치가 보이지 않는 것은 고사하고, 극한 상황에서 의장도 없는데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지.
소브라지텔니: 그래! 확실히 따뜻하게 있을 수 있는 건 고맙군! 우왓, 순식간에 흐려졌어….
크론시타트: 배려 고맙다. 소유즈.
볼가: 자, 소브라지텔니, 착한 아이는 이제 잘 시간이에요~
소브라지텔니: 아직 21시다! 이 시간에 자는 놈이 있냐!
볼가: 그렇죠! 미안해요. 밥을 먹은 뒤부터 다들 고조되어 있길래 살짝 주의를 주고 싶어져서요~
볼가: 내일부터는 임무니까, 제대로 쉬면서 기운을 보충해둬야죠?
소브라지텔니: 응! 볼가는 제대로 쉬도록 해! 나는 조금만 더 여기서 경치를――
볼가: 경치?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소브라지텔니: 그, 그치만 어쩌면 금방 다시 보일지도 모르잖아! 자는 건 그 다음! 우선은 키예프부터 재워!
키예프: …………….
볼가: 키예프?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은데요? 그만 쉴까요?
키예프: 좀…. 바다 위는 익숙한데, 여긴….
키예프: 왜 양산함을 안 쓰는 건지 모르겠어…. 별로 안 좋아….
볼가: 음… 저도 잘 모르겠네요…. 소유즈가 수배한 건 알고 있지만.
소브라지텔니: 뭐, 이 날씨에 양산함을 쓰는 건 피곤하고, 나중에 정비하는 것도 일이니까!
크론시타트: 아니. 이건 분명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크론시타트: 목표는 극해 근처에 있는 극비 조사 기지. 당연히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일수록 좋겠지.
소브라지텔니: 응? 부동항 순찰만 하는 거 아닌가?
크론시타트: 잘 생각해봐, 소브라지텔니. 순찰만이라면 굳이 거기서 체류할 이유는 없어.
소브라지텔니: 극비 임무라… 후하하하! 어떤 메카를 만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설레는군!
소브라지텔니: 그나저나 부동항이라…. 부동항하면 무르만스크, 그 남쪽의 아르한겔스크는――
키예프: 이제 자도 되지…….
(털썩)
아르한겔스크: 어머, 방금 누가 부른 거 같은데?
소브라지텔니: 아, 안 불렀어! 그냥 혼잣말! 미안!
아르한겔스크: 그럼 상관없지만. 그보다 다들 시간이 이렇게 됐는데 기운이 넘치네?
크론시타트: 주변 상황은 어때?
아르한겔스크: 아무것도 없어. 여기 있는 건 우리뿐인 것 같아.
아르한겔스크: 뭐, 다른 누가 지나간다고 해도 이런 날씨에는 전혀 보이지 않을 테고, 포착했다고 해도 누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분간할 수 없어.
크론시타트: 흠. 화려하게 하는 건 그 다음, 이라는 거로군.
크론시타트: 뭐, 이곳의 밤은 길다. 볼가 말대로 오늘은 쉬고 내일을 대비하자!
볼가: 맞아요~ 착한 아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답니다~
소브라지텔니: 그래!
~03. 시제 잠수함
다음날――
빙판을 달리던 차량의 행렬은 어느새 불쑥 나타난 작은 「역」 근처에 멈춰섰다.
승강장에서, 북방연합답게 흰 코트를 입은 여성이 마중을 나왔다.
아브로라: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다들 아프거나 하진 않았나요?
소브라지텔니: 아브로라잖아! 괜찮아 괜찮아! 문제 없음!
크론시타트: 그보다 이 역은 꽤나 고리타분해 보이네.
아브로라: 맞아요. 더는 사용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이곳을 기착지로 삼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예요?
아르한겔스크: 그래?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아브로라: 네. 지도에 나와 있는 이 위치로 가주세요. 거기가 목적지…는 아니지만, 마지막 환승역이랍니다.
아르한겔스크: 과연. 크론시타트 말대로 꽤 엄중한 기밀 대책이네….
아브로라: 그럼 제 안내는 여기까지. 임무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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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연합. 비밀 군항.
지도에 나온 곳을 따라 수 시간. 또 차량 행렬이 시작되었다.
도착한 곳에는 간소하지만 곳곳이 위장된 작은 군항과…… 거대한 잠수함이 정박하고 있었다.
볼가: 이런 곳에 항구가 있다니…….
아르한겔스크: 게다가 얼지도 않았어. 혹시 순찰할 부동항이 이곳인가?
소브라지텔니: 모두 저기 봐! 저 거대 메카…가 아니라 거대 잠수함은 뭐야!? 본 적도 없어!
키예프: 크론시타트. 뭔지 알지? 물어봐도 돼?
크론시타트: 듣기로는… 그 「비밀 영역」 탐색에 쓰인 것… 같은데.
소비에츠키 소유즈: 소문은 때로는 믿음직하지요. 수고했습니다
크론시타트: 소유즈!?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소비에츠키 소유즈입니다. 잠수지휘함 개발 기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더 놀랄 줄 알았는데, 역시 대단하군요. 이 극비 정보도 이미 알고 있었다니.
소비에츠키 소유즈: 당신은 우연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게는 상층부에 이 프로젝트를 흘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돌아가면 철저히 조사를 해야겠어요.
크론시타트: 아니, 내가 미리 알았던 건 그런 대단한 뭔가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소비에츠키 소유즈: 알고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묘한 트러블로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합당하겠지요. 당신은 늘 그러니까요.
크론시타트: 아아, 한심한 얘기지만….
크론시타트: 하지만 실물은 처음 봤어…. 이번 임무… 조사 작전과 관계라도 있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이번 작전에는 이걸 쓰도록 하겠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전에, 우선은 동행하는 동료에게도 이것을 소개하도록 하죠.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건 심해에 있는 세이렌 유적을 조사하기 위해, 제 쪽에서 비밀리에 건조를 진행한 특수 잠수함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무장은 탑재하지 않았지만, 특수 환경에서의 작전에 적합한 기자재들이 많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수상 순항 시는 쇄빙선으로, 잠항 시에는 일반적인 잠수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므로, 이번 작전에는 최적의 이동수단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내부 공간은 꽤 여유가 있으니 거주성도 확보할 수 있고, 무장도 개수한다면 대량으로 탑재할 수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금은 지휘관 승함용으로 준비해놓은 한 척뿐이지만, 이것이 양산되는 날에는――
소브라지텔니: 양산되는 날에는…, 그렇다는 건 이놈은 아직 프로토타입인가!?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그렇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양산함 정도의 성능이기에 한계가 있어서 함선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보조함정으로는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번 작전에는 이 잠수함의 운용 데이터 수집도 포함됩니다.
아르한겔스크: 시운전을 겸한다는 거네.
소비에츠키 소유즈: 물론 연구 자재 조정, 장갑 추가, 생명 유지 장치 테스트 등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하긴 했지만
소비에츠키 소유즈: 상층부의 눈을 피해 세이렌 기술을 조사할 기회는 제한적입니다. …죄송합니다.
볼가: 즉 잠수함으로 세이렌 시설을 조사하는 것이 이번 임무인가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어려운 조건이 되겠지만, 무운을 기원합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 주변에는 가짜 조사 기지가 건설되고 있습니다만, 여러분이 가주셨으면 하는 곳은 별도의――
소브라지텔니: 괴, 굉장해!! 으으으… 나 지금 엄청 감동했어 소유즈!!!
소브라지텔니: 이제 타도 돼? 타도 되지? 지금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들쑤시고 싶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어흠. 설명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타는 것은 좋지만, 작전 목표를 듣지 않고 정말 임무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금의 소브라지텔니를 보자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군요.
소브라지텔니: 아, 아하하하….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조사할 목표는 수면 위가 아니라 심해에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아까 말씀드린 조사 기지는, 가짜이긴 합니다만 일부 시설은 실제로 반입되어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래서 “조사 자체는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진짜 조사 대상에서 눈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눈을 돌리게 할 대상은…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소비에츠키 소유즈: 조사 대상의 개요, 설비의 조작 매뉴얼은 이미 잠수함 안에 준비해 두었으니, 작전 개시 후 각자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상층부의 눈을 피해 세이렌 기술을 조사할 기회는 제한적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북방연합의 미래는 당신들의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그만한 각오로 임해 주십시오.
크론시타트: 그래. 세이렌 시설 조사, 내 취향의 임무야.
크론시타트: 세이렌 상대로 날뛰는 것은 상관없지만, 부디 무사히 귀환하십시오.
크론시타트: 웬일로 걱정을 다 하네. 안심하고 나한테 맡겨.
크론시타트: 소유즈는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되잖아? 얼른 돌아가서 모두와 합류해.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크론시타트.
소비에츠키 소유즈: 시간에는 한계가 있지만, 조급함은 금물입니다. 마음을 다잡고 작전을 수행하기 바랍니다.
크론시타트: 알겠어. 이번에도 잘 해낼게.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럼, 승함을.
소브라지텔니: 메카를 만져 보기 전에 하나만! 얘 이름 있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후후. 이름을 알려드리는 것을 잊었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Сулико(술리코)”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금은 단 한 척뿐인 프로토타입. 데이터, 기술, 우리 함선의 “기원”을 찾는 강철의 방주.
소비에츠키 소유즈: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04. 부동항
절해. 북방연합 소속 해역.
소브라지텔니: 속도 좋고, 방향 좋고, 엔진 출력 정상…….
소브라지텔니: 쩔ㄹㄹㄹㄹ어! 대단해! 해체하고 싶다~ 안쪽도 보고 싶어~
볼가: 소브라지텔니, 애들처럼 들떴네요~
키예프: 마치 좋아하는 사탕을 받았을 때 같아.
소브라지텔니: 우효~ 여기 파러미터를 조작하면… 후히히히히히히…….
키예프: 애 같다고 해도 부정하지 않는구나…. 메카의 힘은 대단해….
아르한겔스크: 어때? 이 특수 잠수함은? 재밌니?
소브라지텔니: 최고야!
소브라지텔니: …앗, 최고라고 할 때가 아니지! 일하자 일!
아르한겔스크: 그럼 질문이야 천재 메카닉.
소브라지텔니: 오, 뭐든지 물어봐! 메카라면 전부 알고 있어!
아르한겔스크: 아까 이 잠수함이 정박해 있던 부동항 말인데.
아르한겔스크: 지리적으로 부동항이 존재할 수 없는 곳에 있지 않았어?
소브라지텔니: 그래? ……아. 그러고 보니 진짜로!
소브라지텔니: 개발 기지라서 그런지 정박지에 공작용 기계도 있었고, 여기까지 오던 도중에 작은 부이 같은 것도 꽤 있었지?
소브라지텔니: 봐봐, 이 근처도! 바다 밑까지 무슨 장치하고 연결되어 있어!
소브라지텔니: 아마 그 정박지의 수온을 조절하는 기계인 거 같아!
아르한겔스크: 그, 그래? 적당히 물어본 건데 설마 답이 나올 줄이야….
소브라지텔니: 천재 메카닉은 메카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다 안다고 했잖아! 핫핫하!
소브라지텔니: 근데 아르한겔스크! 적당히 물어본 거였어!?
아르한겔스크: 깨닫는 게 느리잖아.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네…. 멘탈 큐브의 힘으로 이런 것까지 할 수 있구나.
아르한겔스크: 옛날에 로열에 있을 때 멘탈 큐브의 에너지 추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어.
아르한겔스크: 작은 정박지라곤 하지만, 부동항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라니. 이런 편리한 기술은 누구나 다 사용하게 되겠지.
소브라지텔니: 여기는 자원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건 무리야.
소브라지텔니: 아, 그 부이도 주워서 마구 해체해서 이 천재 메카닉의 양식으로 삼고 싶어~!
크론시타트: 북방연합의 재산이니까 그만둬.
크론시타트: 후후. 잠수함이 아주 마음에 드나보네. 어때? 재밌어?
소브라지텔니: 아르한겔스크하고 똑같은 말이잖아….
소브라지텔니: 최고지만 이건 일이니까 일! 지금은 성실하게 일하고 있어!
소브라지텔니: 네에, 전방에 계류 중인 그림자 발견! 비전투함이고 쇄빙선으로 보입니다아~!
크론시타트: 나도 보여줘. ……저건 「Микоян(미코얀)」이네.
크론시타트: 작전 개요대로야. 저건 그 조사 기지의 배고, 여기 있는 건 우릴 기지까지 안내하기 위해서야.
크론시타트: 아무래도 거의 다 온 거 같네.
소브라지텔니: 아까 부이가 그렇게나 많았는데 쇄빙선도 배치하고 있구나.
소브라지텔니: 기술이 앞선 건지 뒤쳐진 건지… 음~ 잘 모르겠네~ 같은 진영인데~
볼가: 뭐, 그럴 수도 있죠. 저도 보고 싶어요. 절해에 있는 조사 기지.
볼가: 크론시타트는 뭔가 알고 있나요?
크론시타트: 설명하기 어려운데……. 어차피 곧 도착하니까 조금만 참아줘.
~05. 조사 기지
절해. 북방연합 조사 기지.
계류 중인 쇄빙선을 표지로 앞으로 나아가자, 절해의 수평선에 거대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숙한 예배당, 혹은 마치 로켓 발사대처럼 보이는 현대적인 구조물이 빙판에 소리 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볼가: …저게 조사 기지겠군요.
키예프: 뭔가 인공적인 건물이 아닌 거 같아. 위험해 보여…….
크론시타트: 역시나. 그런 인상을 받는 것도 당연하지.
키예프: 크론시타트. 대체 뭐야?
크론시타트: 이 조사 기지는… 원래 세이렌의 시설이었다고 해. 폐기된 것처럼 보이는 시설을 그대로 구조를 살려 개축한 거지.
소브라지텔니: 세이렌 시설을 개축?! 괜찮은 거야!?
크론시타트: 확실히 위험은 있지만, 유익한 시설이라고 생각해.
크론시타트: 조사 대상을 오인케 하는 블러핑으로서도, 그 심해에 있는 유적으로 이동하기 위한 중계 지점으로서도 중요하고. 처음부터 기지를 세우는 건 무리니까.
크론시타트: 모처럼 세이렌이 장소를 마련해 줬으니 새로이 단장해서 써먹는 게 수지에 맞지 않겠어?
키예프: ……키예프는, 안 들어가도… 괜찮지?
소브라지텔니: 키예프도 무서워하는 게 있어?!
키예프: 무서워하는 거 아냐. 여기, 위험할 거 같아서.
크론시타트: 그걸 무서워한다고 하는 거야. 그럼 기지에 들어갈 사람은 갑판 위에 모여.
크론시타트: 키예프, 소브라지텔니. 잠수함을 부탁할게. 세이렌이 안 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
크론시타트: 볼가도 얘들하고 같이 남아줘. 이 부지는 의외로 넓으니까, 주변을 탐색하거나 순찰할 때 낙오되지 않도록 해.
키예프: 응. 저 쇄빙선을 표지로 삼으면 되지?
크론시타트: 그래. 그러고 보니 저 쇄빙선, “평범한 북방연합함”인데 주변이 세이렌 시설이라 그런지 꽤 잘 떠 있네.
키예프: 그럼 결정. 키예프, 기지에 도착하면 잠수함 정박지 주변의 정찰을 실시할게.
소브라지텔니: 조사 기지 부두 확인! 지금부터 상륙할 거야!
크론시타트: 좋아. 지금부터는 화려하게 가자!
~06. 대화
조사 기지. 잠수함 정박지.
볼가: 후우…. 다 실었어요~ 키예프, 기지 부두로 올라올 수 있겠어요?
소브라지텔니: 원래는 세이렌 시설이었지만 지금은 다 개축됐다고! 키예프는 걱정도 많네~
키예프: 걱정이 아니라, 키예프는 신중할 뿐…. 기지 내에 뭔가 이상은 없었어?
소브라지텔니: 없어 없어! 뭐 그래도 유적이랄까, 폐기된 자재랄까…. 메카가 잔뜩 있었어! 아아 3개월 정도 만지작거리고 싶어~
소브라지텔니: 이번 작전이 끝나면 다시 오자!
볼가: 가능할까요…. 크론시타트에게 물어볼까요?
볼가: 음, 지금은 아르한겔스크하고 이야기 중인 것 같네요…. 임무 때문인가, 어쩐지 심각한 얼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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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내부. 휴게실.
크론시타트: ……과연. 로열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아르한겔스크: ……그래. 아무리 로열 귀족이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여유가 없어지지.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는 이 얘기에 대해서 들은 거 없어?
크론시타트: 있냐 없냐 하면 “있어”. 아르한겔스크는 뭘 듣고 싶은 거야?
아르한겔스크: 내가 모르는 거라던가?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가 모르는 거 말이지……. 뭐, 뭘 모르는데?
아르한겔스크: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야.
크론시타트: 모른다고 해도 난 아르한겔스크가 뭘 모르는지 몰라.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스스로 자기가 모른다고 할 수 있으면 “몰라”라고는 말할 수 없는데?
아르한겔스크: 엣헴. 그럼 말을 바꿀게. 크론시타트만 알고 있는 “독자 정보”에 대해 알려줘.
크론시타트: 그거라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아르한겔스크: 잘도 여기까지 빙 돌아왔네. 하아….
크론시타트: 얕보지 말라고. 귀족에 대한 대응도 염두에 두어야 일류 공작원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크론시타트: 뭐,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동료인 너라면 숨김없이 말할 수 있어.
크론시타트: 나만 알고 아르한겔스크는 모르는 “독자 정보.” 그건――
크론시타트: 이 레몬을 이렇게, 찻잔 바닥에 넣으면 홍차가 더 맛있어지지――
아르한겔스크: 아냐! 아무리 로열이라도 그렇게 마시는 법은 없어! 누구한테 들은 거야!? 철혈?
크론시타트: 그건 말할 수 없어. 단지… 철혈에도 이렇게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는 거 같아.
크론시타트: 흠. 이건 어쩌면 동업자의 암호일지도 몰라. 아르한겔스크. 이런 거 하는 녀석이 있다면 조심하는 게 좋아.
아르한겔스크: 너도 포함해서 “조심”하도록 할게. 정말이지.
아르한겔스크: 하아……. 모르겠다. 이 일은 우리만의 비밀이니까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크론시타트: 물론이지. 말했잖아? 크론시타트의 “독자 정보”를 알려주겠다고.
크론시타트: 아, 이럴 수가…. 이 얘기는 나만 알고 있었던 건데, 아르한겔스크한테 알려줘서 이제 “독자 정보”가 아니게 됐어.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라면 다른 사람한테 발설할 일은 없을 테니까 안심이지만. 아니, 글쎄? 다른 사람에게도 조심한다고 했으니――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응? 나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
~07. 절해의 곡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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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시타트: 무슨 일이지?!
소브라지텔니: 크론시타트! 세이렌 함대를 포착했다!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어!
크론시타트: 규모는? 볼가, 정찰기는 이미 날렸나?
볼가: 완벽해요~! 지금 그쪽 방향으로 한 번 더 날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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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 낙오된 세이렌 몇 척뿐이네요. 이쪽으로 오고 있다기 보다는 어쩌다가 그 자리에 있었던 거 같아요.
볼가: 조사 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양산함으로 대응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크론시타트: 그래. 하지만 지금은 우리 손으로 제거하는 게 좋겠어. 워밍업도 할 겸.
아르한겔스크: 워밍업?
크론시타트: 앞으로 갈 세이렌 유적은 적의 숫자도 훨씬 많을 테고, 화려하게 가기 전에 일단 싸움법을 재확인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뜻이야.
소브라지텔니: 응 응! 잠수함을 시키면서 싸우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하니까!
볼가: 저도 좋은 것 같아요!
볼가: 그럼 정찰기를 딸려 보낼게요~ 아! 여러분! 하늘을 보세요!
갑판에 모인 모두의 눈앞에, 밤하늘에 걸려 어른거리는 빛의 장막이 펼쳐졌다
소브라지텔니: 오로라다! 별일이네…….
키예프: 별일이네…….
소브라지텔니: 그럼, 여기서 천재 메카닉이 키예프에게 질문이다! 오로라는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어?
소브라지텔니: 물론 천재 메카닉인 나는 몰라! 핫핫핫하-!
키예프: 그래. 소브라지텔니는 모르는구나.
소브라지텔니: 뭐 내 전문 분야는 어디까지나 메카니까. 메카 이외의 것들은 모르는 게 당연하지!
키예프: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태양풍으로 플라즈마가 별의 자력에 이끌려 대기 내 입자를 이온화함으로써 발생하는 발광 현상이라는 설이 있다――이거면 돼?
볼가: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광경이네요~ 지금은 일단 소원을 비는 걸로 해요♪
구축함들을 옆에 두고, 볼가는 두 손을 모아 극광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
볼가: (이번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모두 무사히 귀환할 수 있기를~)
바로 그 순간, 잠수함의 레이더 화면에 의문의 구조 신호가 표시되었다――
~08. 의문의 신호
조사 기지 주변 해역.
키예프: 구조 신호의 발신원은… 응. 이 근처가 틀림없어.
볼가: 다들 괜찮나요? 키예프도 다치지 않았죠?
키예프: 다들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걸로 됐어.
소브라지텔니: 이걸로 됐어… 라니 뭐가 “이걸로 됐어”야! 혼자 적진으로 파고들다니. 만약 세이렌 대함대라도 있었으면 멀쩡하게 끝나진 않았을 거라고!
키예프: 키예프 흉내내지 마.
소브라지텔니: 미안해! 너무 파고들지 말라고 주의 주려던 거뿐이야!
키예프: 키예프는 무사하니까, 이걸로 됐어.
크론시타트: 워밍업의 성과가 제대로 나오고 있군. 방금 연계는 괜찮았어.
소브라지텔니: 잠수함 호위도 완벽해! 흠집 하나 안 났어!
볼가: 맞아요~ 볼가도 항공모함으로서 확실하게 응원…이 아니라 지원했어요~
아르한겔스크: 전투 흔적도 없고, 난파된 것도 아니고……. 설마 구조 신호가 바닷속에서 온 건 아니겠지?
크론시타트: 맞다! 구조 신호…. 북방연합 게 아니라 잘 모르는 신호였지.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도 모르는 암호야?
아르한겔스크: 그렇다면 대단한 우연이네…. 이 신호의 좌표는 작전의 조사 대상에서 그리 멀지 않아.
크론시타트: 그래? 정말이네. 그럼 이제 잠수함에 타도 되겠네.
키예프: 어쩔 거야? 여기는 찾아도 단서는 안 나올 거 같아.
소브라지텔니: 그럼 잠수할 수밖에 없지! 하하하!
소브라지텔니: 세이렌의 함정이든 뭐든 간에 어차피 한번은 이 잠수함으로 조사를 해봐야 하니까, 나는 이대로 전진할 것을 추천한다!
크론시타트: 잠수함의 테스트도 겸해서 말이지! 좋아. 잠항 준비를 시작하자.
크론시타트: (하지만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싸울 수 없게 되니까, 지금 주변의 세이렌을 정리해둬야겠어.)
크론시타트: (화려하게 날뛴 다음 몰래 잠입한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라 다행이야. 이 작전.)
소브라지텔니: 다들 꽉 잡아! 지금부터 잠항을 개시한다!
~09. 조사 대상
조사 대상 해역. 심도 200.
소브라지텔니: 현재 잠수함 심도 200. 자세 좋아!
소브라지텔니: 잠항 시퀀스를 중지하고 풀 매뉴얼 조종으로 전환한다!
크론시타트: 풀 매뉴얼 조종? 괜찮겠어?
소브라지텔니: 괜찮아! 아직 조사 대상까지는 거리가 있으니까, 이 기회에 연습하려고!
크론시타트: 설명 자료의 내용은 기억하지?
소브라지텔니: 문제없어! 이 천재 메카닉을 뭘로 보고!
크론시타트: 설명 자료의 내용은 기억하지?
소브라지텔니: 엑…… 문제없다니까! 이래봬도 양산형 잠수함도 조종할 수 있다고!
크론시타트: 설명 자료의 내용은 기억하지?
소브라지텔니: ………………………………다시 읽어 보겠습니다….
크론시타트: 그럴 줄 알았어. 자, 한 번 더 읽어봐.
키예프: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의장을 갖춰도 싸울 수 없어….
키예프: 만약 세이렌이 나타나면… 전멸이네….
크론시타트: 그만큼 위험한 임무야. 이 잠수함은 말 그대로 우리의 생명줄이니까, 만약 적이 나타나면 급속도로 부상해서 수면까지 유인한 다음에 싸울 거야.
아르한겔스크: 잠수함이 있어도 심해에서의 전투는 금지구나.
아르한겔스크: 작전 자료에 의하면… 여기 있네. “조사 대상은 불안정하니, 구역에서의 회수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하고
크론시타트: 직접 회수할 수 있는 게 아닌 건가?
아르한겔스크: 그건 아닌 거 같아. 아무래도 그 조사 대상인 「운석」이 가진 뭔가의 특징이, 그 구역에서 멀어지면 사라진대.
아르한겔스크: 그리고… “파편 자체도 조사 대상 본체와 마찬가지로 성질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발견 구역에서 벗어나면 성질이 변화한다.”
아르한겔스크: “상기 특성상, 현지에 실험 시설을 건설하여 조사를 하거나, 원격 관찰로만 연구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아르한겔스크: 그러니 이 잠수함을 이용해서 심해까지 갈 수밖에 없네. 어쩔 수 없지.
볼가: 조사 대상은… 유적? 운석? 어쩐지 머릿속이 복잡하네요…. 뭘 조사하면 되는 걸까요…?
볼가: 아으…. 저도 작전 서류를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아르한겔스크: 아, 모두의 생각도 통일할 겸 내가 한번 설명해줄게.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는 이미 여러모로 알고 있겠지만, 크론시타트가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는 좀 의심 가니까.
크론시타트: 그 말, 조금 상처야….
아르한겔스크: 우선은 「운석」이야. 이번 조사 대상이고, 지금 잠수함이 향하고 있는 좌표에 있어.
볼가: 하아…….
아르한겔스크: 물론 회수하려면 할 수 있지만, 아무래서 여기서 꺼내 가면 안 되는 거 같아.
아르한겔스크: 그래서 우리가 이 잠수함에 실린 장비로 여러 가지 데이터를 채집한다는 거야. 맞지? 크론시타트.
크론시타트: 맞아. 여기서부터는 「운석」 이야긴데…. 내가 알고 있는 걸 설명할게.
크론시타트: 우선은――그 대전보다 조금 전, 북방연합의 영토 내에서 엄청난 대폭발이 일어났어.
볼가: 들어본 적 있어요. 분명 1,000km 떨어진 집의 창문도 깨질 정도의 큰 폭발이었죠.
크론시타트: 나비 모양의 자국을 남긴 그 대폭발의 원인은…… 「운석」 때문이라고 지금까지 논해져 왔어.
크론시타트: 실제로 당시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이를 봤다는 목격자도 있었고, 폭심지에는 크레이터로 여겨지는 지형도 있으니까.
크론시타트: 하지만 파견된 조사대는 그곳에서 운석 파편도, 운석이 떨어진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어.
크론시타트: 운석 말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운석이라는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어. 그래서 「운석설」은 계속 통설이 되진 못했어.
크론시타트: 여기서부터는 군밖에 모르는 일인데――그 폭발 며칠 전에, 폭발이 일어난 곳 긑처에 세이렌이 나타났었어.
크론시타트: 폭발이 일어난 후, 세이렌의 함재기로 보이는 것이 빈번히 그 상공을 통과했대.
키예프: 세이렌이……?
크론시타트: 그래. 그때 세이렌은 아직 대규모로 나타나지도 않았고, 인류는 세이렌이 어떤 존재인지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문의 비행체”로서 괴담 같은 취급을 받았지.
크론시타트: 그 후, 그 조사 기지의 세이렌 시설의 관측되었는데, 세이렌과의 대전이 발발한 후에야 겨우 이때의 폭발과 세이렌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어.
크론시타트: 폭발 현장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세이렌이 운석을 회수했기 때문이라고 추측되고 있지.
크론시타트: 거기서 등장하는 게 이번 조사 대상인 「운석」이야. 상층부의 정보에 따르면 이 심해에 있는 운석은 대폭발한 운석의 일부가 아닐까 해.
크론시타트: 본래는 세이렌이 회수했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어째서인지 가지고 나올 수 없어서 계속 방치되어 왔지.
크론시타트: 놈들은 어차피 가지고 나갈 수 없으니까 수비 병력을 두지 않아도 괜찮다고 방심하고 있을 텐데, 그 의표를 찌르는 게 이번 작전이야.
크론시타트: ……라는 게, 작전 서류를 훑어본 내 추축이지만.
볼가: 그럼 그 조사 기지는…… 세이렌이 운석을 지키는 거점을 북방연합이 빼앗았다는 건가요?
크론시타트: 그런 거 같아. 아브로라가 참가했던 그 대전에서 여러 세이렌 거점을 공략했고, 또 전후에도 세이렌의 유적을 발견했었어.
크론시타트: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조사 기지야. 그리고 심해에 있는 「마을」…분명 「비밀 영역」이라는 이름이었나?
크론시타트: 조사 기지를 공략했을 때는 이곳에 운석이 있다는 건 미처 알지 못해서, 주로 거점에 남아 있던 세이렌 기술을 해석하는 연구를 실시했어.
크론시타트: 그로 인해 얻은 기술이 우리 북방연합의 의장에도 활용되고 있는 거지.
크론시타트: 그리고 운석의 존재를 알고 나서야 왜 이런 벽지에 세이렌의 거점이 있었던 건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렇게 이번 작전에 이르게 된 거야.
크론시타트: (……분명 소유즈는, 어떻게 세이렌이나 상층부의 눈을 피해 운석을 조사할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겠지.)
크론시타트: (잠수함의 완성과 세이렌의 정세,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겨우 얻은 찬스――)
키예프: 그렇게 중요한 기지였구나…….
키예프: 키예프, 그 기지를 단순히 위험한 곳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어….
크론시타트: 괜찮아. 이제 거기서 연구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안 남았고.
크론시타트: 세이렌 기술은 확실히 강력하지만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그건 레드 액시즈를 보면 알 수 있지.
크론시타트: 하지만 세이렌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세이렌의 힘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우리의 힘이 어디서 왔는지, 그걸 아는 것도 중요해.
크론시타트: 소유즈가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고, 그 부동항에서 혼자 마중 나온 건, 누구보다도 이번 작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아르한겔스크: 그렇구나…. 크론시타트가 파견된 것도 그 때문이군.
볼가: 저기이… 여기에 운석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아낸 건가요?
아르한겔스크: 그건 어때……?
크론시타트: 그냥 우연이야. 운석 파편 같은 건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
크론시타트: 단지, 정확하게는 이 운석이 어느 해역 주변의 생물에 특별한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크론시타트: 봐봐. 아까 말했던 대폭발 근처에서도 수목이나 곤충의 이상이 발견되었다고 했잖아?
크론시타트: 여기서도 그랬어. 물고기들에게 이상이 보이거나, 산호초가 결정화하거나 하는 그런 거 말야.
크론시타트: 그래서 이 조사 기지 소속 배가, 변화하는 생물의 흔적을 더듬어 운석이 있는 곳을 특정했다고 해.
크론시타트: 운석을 발견 구역에서 가지고 나오면 성질이 변화한다는 것도, 아마 그때 알게 된 거겠지?
크론시타트: 그 샘플의 회수는 충분하다고 쓰여 있었으니까 이번 조사의 본래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네.
크론시타트: 정리하자면―――
크론시타트: 첫 번째. 이곳의 운석은 대폭발 운석의 파편이며, 어떤 이유에서 가지고 갈 수 없다!
크론시타트: 두 번째. 조사 기지는 이번 작전의 눈가림용 도구. 거기서 기자재만 들고 나오면 더는 쓸모가 없다!
크론시타트: 세 번째. 우리의 임무는 잠수함을 이용해 지근거리에서 그 운석을 관찰하고 조사 데이터를 회수하는 것!
볼가: 알겠습니다~ 설명 감사해요. 크론시타트 착하다 착해~ 짝짝짝~
볼가: 어? “관찰”이면 창밖으로 상황을 보는 건…… 역시 아니겠죠?
크론시타트: 당연하지. 아까 조사 기지에서 회수한 이 특수 관찰 장비를 사용할 거야.
크론시타트: 이건 틀림없는 세이렌 기술 덩어리니까, 사용할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어….
~10. 도착
소브라지텔니: 아아~ 함장 소브라지텔니가 보고한다―― 현재 심도는 500! 특수 잠수함, 곧 목표 심도에 도착!
아르한겔스크: 심도 500…. 어마어마한 깊이네.
아르한겔스크: 우리의 슈퍼 천재 메카닉은 어느새 함장님이 되어버렸고. 후후후.
크론시타트: 그냥 놔둬. 신기한 메카를 찾으면 들뜨는 성격인 거 다 알잖아.
크론시타트: 소브라지텔니 함장. 목표의 정확한 위치는 알고 있는 거야?
소브라지텔니: 그럴듯한 파장은 잡히는데 정확한 위치는 아직 무리야! 계기들이 막 오작동하고 있어!
볼가: 음… 어쩐지 순조롭지가 않네요….
크론시타트: 이렇게나 깊이 들어왔으니 계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크론시타트: 조사 기지와의 통신도 계속 실패하고 있고, 여기서 조난당하면 조금도 못 버틸 거야.
크론시타트: …! 잠깐만. 계기가 오작동해서 통신이 잘 되지 않는다……. 설마!?
크론시타트: 소브라지텔니! 지금 당장 잠수함을 무음 잠항으로 전환해! 소리가 나는 장비는 때려도 상관없으니 전부 멈춰!
소브라지텔니: 그게 무슨…… 경면해역인가!?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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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소브라지텔니: 잠수함 타입 세이렌이 바로 위에 있어……. 이 심도에도 세이렌이 있는 건가!?
크론시타트: 보통 이런 심도까지 내려오진 않았으니 세이렌이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지.
아르한겔스크: 반대로 말하자면, 이 정보만 가지고 돌아가도 충분하다는 거지. “심도 500 이하의 심해에서도 세이렌의 활동을 확인”이라고.
크론시타트: 하지만 이곳에 세이렌이 있다는 건 설마 저쪽도 운석 회수를 노리고 있나?
아르한겔스크: 가능성은 있지만… 좋지 않네.
아르한겔스크: 이 잠수함에는 무장이 실려 있지 않고, 우리도 이 심도에서는 싸울 수 없어.
키예프: 일단 부상해서 적하고 싸우면 돼?
크론시타트: 안 돼. 부상하는 중에 발각되면 끝장이야.
크론시타트: 소브라지텔니. 아까 때려서 못 쓰게 된 장비는 어떤 거야?
크론시타트: 그 중에서 가볍고 물에 뜨는 걸 골라서 함미에서 화려하게 던져. 세이렌이 거기에 정신이 팔린 동안 달아나는 거야.
소브라지텔니를 향해 크론시타트는 기상천외한 계책을 전했다.
심도 500의 바닷속에서, 절체절명의 위기가 북방연합 함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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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잠시 후……….
크론시타트: 세이렌 반응은 더는 없나?
아르한겔스크: 모르겠어. 장비가 고장난 뒤로는 소리가 안 나네.
크론시타트: 이 심도에서 엔진을 오랫동안 끌 수는 없어. 산소가 떨어지기 전에 놈들을 어떻게든 쫓아내야 해.
크론시타트: 임시방편이지만, 그 즉석 디코이가 잘 기능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소브라지텔니: 세이렌 함대의 반응 감지! ……아까 그 놈들, 점점 부상하고 있어!
볼가: 던졌던 장비에 낚인 걸까요?
볼가: ………하아아……이젠 끝이라고 생각했어요………(털썩)
크론시타트: 볼가도 고생 많았어. 우리 함장님과 키예프를 열심히 격려해줘서.
크론시타트: 그럼, 세이렌이 없어진 것 좋지만, 우리까지 따라서 부상하면 결국 놈들한테 들킬 테니.
크론시타트: 이대로 계속 전진하자. 운석 주위로 들어가면 놈들도 함부로 어뢰를 쏠 수는 없을 거야.
소브라지텔니: 그렇군! 그때는 이 잠수함으로 돌진해서 놈들을 충각으로 가라앉히면 되는 건가!
키예프: 헛소리 마. 될 리가 없잖아.
소브라지텔니: 노, 농담이야! 다들, 계속 열심히 조사하자!
~11. 심연
소브라지텔니: 있어 있어! 파장 확인, 오차치 수정… 검증 완료! 운석을 발견했다!
크론시타트: 해냈구나! 소브라지텔니, 대상과의 접속을 준비해.
소브라지텔니: 응! 후후후후, 드디어 이 암을 조종할 때가 왔구나!
소브라지텔니: 여기서는 천재 메카닉의 섬세하고 장인적인 움직임으로 작은 조각을 이 멋진 메카 암으로 붙잡아서…….
소브라지텔니: 됐다! 다음은 크론시타트, 그… 저기, “접속” 차례구나!
크론시타트: 그래. 내가 조사 작업을 할게.
크론시타트: 아, 맞다. 그 대단한 장비는 분명 한 사람이 더 보조로 따라붙어야 됐었는데. 아르한겔스크, 부탁해도 될까?
아르한겔스크: 응, 맡겨줘. 매뉴얼도 있고 괜찮을 거야.
크론시타트: 나와 아르한겔스크는 지금부터 「접속」해서 데이터 채집 작업에 들어간다. 조금 시간이 걸릴 거야.
크론시타트: 함장은 계속 조함을, 키예프는 주변 상황의 관측과 경계를, 여차할 때 지휘는 볼가에게 맡길게.
볼가: 크론시타트도 장비 조작 조심해요.
크론시타트: 물론. 후후후, 이제부터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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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싱크로 접속 설비 내.
북방연합의 투박하고 실용주의적인 인테리어와는 달리, 작은 선실에는 이질적인 유선형 스마트한 기계, 수많은 모니터, 조작 패널이 가득했다.
북방연합 함선, 크론시타트는 동료 아르한겔스크 옆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르한겔스크: 어머, 꼭 치료실 같네.
크론시타트: 그래? 나한테는 좀 특이한 취조실 같기도 한데…?
아르한겔스크: 그렇다면 네가 피의자가 되겠네. 비유하자면 다른 걸로 하는 게 어때?
크론시타트: 그렇게 말해도….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면, 이 기계 같은 게 훨씬 더 수상하지 않아?
아르한겔스크: 응. 소유즈가 준 매뉴얼도 굉장히 심플했고. …괜찮을까.
크론시타트: 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잖아? …보드카 줄래?
아르한겔스크: 갑자기? 진짜 마시려고?
아르한겔스크: 지금은 작전 행동 중이야. 마셔도 상관없다만 작전 리포트에는 기록할 거야.
크론시타트: 그냥 농담이야. 수상한 기계에 몸을 맡기려니 마음을 달래는 뭔가가 없이는 해낼 수 없을 거 같아서.
아르한겔스크: 그럼 이렇게 대답하는 게 좋겠네. …“알겠습니다, 크론시타트 님. 지금 가지고 오겠습니다.”
크론시타트: “수고했다 아르한겔스크. 이 한 잔으로 우리의 행운을 빌도록 하지”….
소브라지텔니: 크론시타트, 이쪽 작업은 다 끝났어! 이제 「접속」을 개시해도 좋아!
크론시타트: 알겠어! …그럼 이 헬멧식 모니터를 머리에 쓰고――
아르한겔스크: 응. 최종 점검――연산 시스템 UX 접속. 정보 송수신 단자 오픈. 아티팩트 고정도 문제없음.
아르한겔스크: 간다. 3, 2, 1…… 기동!
~12. 휴양지?
주위가 하얗게 변한 가운데 의식만이 둥둥 떠다닌다.
방금 전까지 잠수함의 어두운 선실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몸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작전 뒤풀이에서 그만 보드카를 통으로 마셔 버리고 그대로 휘청휘청 한겨울의 빙판에 나왔을 때의 감촉에 가깝다.
깨닫고 보니, 눈앞에는 무수한 「정보」. ――겹쳐진 화면은 모자이크, 겹쳐진 목소리는 노이즈화되어 탁류처럼 흘러온다.
몇 초? 아니면 몇 시간이 지났을까.
탁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의식을 유지한 결과, 크론시타트의 두 다리는 다시 「지면」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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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시타트: ………………마시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심하게 숙취한 것 같은 느낌이 들다니….
크론시타트: 마시지 않아서 전혀 이득 본 것 같지도 않네… 우웩.
크론시타트: (뭐지? 나는 분명 작전 중이었고, 북방연합의 잠수함에 있었을 텐데. 여기는 도대체…….)
크론시타트: (따뜻한 햇살에 바닷바람. 원래 있던 곳과는 전혀 달라.)
크론시타트: (몸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묘하게 실감은 나지 않아. 의식만 어딘가로 날려진 건가……?)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어, 어떻게 된 거야!?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네가 왜 여기 있지? 그 기계에 「접속」한 건 나뿐인데….
아르한겔스크: 모르겠어. 기계가 작동하더니, 갑자기 나도 여기였어….
아르한겔스크: 그뿐만이 아냐! 봐봐. 키예프에 소브라지텔니에 볼가까지!
볼가: 후, 후에엥…. 여기는 대체 어디죠…?
크론시타트: 글쎄…. 이런 상황은 예측 못했는데.
소브라지텔니: 알았다! 이건 분명 꿈이야! 다 같이 어딘가로 바캉스를 떠난 꿈이 틀림없어!
소브라지텔니: 키예프, 내 뺨을 있는 힘껏 잡아당겨봐!
키예프: 힘 조절 안 해도 되지?
소브라지텔니: 아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 이제그만그만그만그만무리무리무리무리나죽어죽어죽어!!! 제발 키예프 그마아아아아아안!!
소브라지텔니: ………살았다……. 그래! 역시 꿈이 아니야! 꿈이라면 아프지 않을 텐데!
볼가: 어머, 많이 아픈가봐요…. 괜찮아요? 호~ 해드릴게요~
소브라지텔니: 아얏. 이제 괜찮아! 회복하는 동안에…… 오오 번뜩였다!
소브라지텔니: 들어본 적 있어! 특수한 신호 패턴으로 상대의 오감을 조종해서 특별한 꿈을 꾸게 하는 기술!
소브라지텔니: 이라고 생각했지만 틀렸다! 꿈을 꾸고 있다고 해도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현실에 있는 뭔가와 부딪칠 테니까! 여, 역시 이건 꿈인가…….
크론시타트: 키예프, 그만해. 한 번 더 꼬집으면 진짜 다칠라.
아르한겔스크: 아무튼 돌아가면 그 기계를 잘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크론시타트: 물론이지. 내가 보드카를 달라고 한 것보다 훨씬 중요한 사건이잖아.
소브라지텔니: 아까부터 계속 궁금했는데……. 여긴… 어디야?
소브라지텔니: 따뜻한 건 좋지만 이 습도라면 메카가 녹슬기 쉬워지지~ 남쪽의 휴양지인가?
아르한겔스크: 그럴지도. 하지만 저쪽은 망망대해네. ……볼가, 함재기 띄울 수 있어?
볼가: 알겠습니다~ 주변을 정찰하라고 할게요~
볼가: …………저쪽에 섬이 있는 거 같아요.
볼가: 군사 시설로 보이는 건물은 없네요. …어머, 관광객 같은 사람이 많이 있어요. 정말 휴양지 같네요~
소브라지텔니: 뭐어!? 정말로 휴양지였던 거야!?
아르한겔스크: 어머머, 기묘하네…. 절해 깊숙이 잠입해, 세이렌을 피하면서 수상한 기계를 조작해서 운석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쪽의 휴양지가 나타나다니――
아르한겔스크: 긴장의 끈이 탁 풀려서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지? 라는 느낌이야.
키예프: 적은 없어…. 위험한 기색도 없어…. 괜찮은 거지…?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이제 어떡할 거야?
크론시타트: 임무 자료에는 데이터 채집이라고밖에 안 나와 있어.
크론시타트: 소유즈도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겠지만…. 뭐, 일단 여기는 나한테 맡겨.
크론시타트: 생각해봐. 우린 아무도 모르게 여기 잠입 중이고, 목적은 정보의 입수. 이 상황에 가장 익숙한 건 역시 첩보원인 나잖아.
소브라지텔니: 그래! 크론시타트는 이런 미지의 상황으로 가득찬 곳에서의 임무가 특기니까!
소브라지텔니: 그나저나 크론시타트는 정말로 첩보원이었구나! 지금까지 믿을 수 없었어! 이 천재라도 사람을 잘못 볼 때가 있구나~ 핫하하하하!
크론시타트: ……………………기계가 고장난 걸지도 모르지만, 휴양지로 보내준 걸로 봐주도록 하지.
크론시타트: 자. 여기 계속 있어봤자 아무 일도 안 일어날 테니, 우선은 볼가가 말했던 그 섬으로 가자.
크론시타트: (어째설까. 저 섬… 아니, 이 공간 전체가 겉보기와는 달리 묘하게 뒤숭숭한 느낌이야――)
~13. 리샤르, 등장?
???: 거기부터는 통행금지야.
낯선 섬에서 은밀하게 조사를 하던 중, 갑자기 어느 소녀가 그들을 멈춰세웠다.
키예프: ―――――!!
크론시타트: 키예프, 진정해! 일반인을 해쳐선 안 돼!
키예프: ……응. 미안, 무심코.
볼가: 미안해요. 많이 놀랐나요…?
???: 아, 괜찮아. 나야말로 갑자기 말 걸어서 미안해.
목소리의 주인――북방연합답지 않은 옷차림의 소녀가 길가의 수풀 사이에서 뛰쳐나왔다.
???: 걱정 마. 난 일반인이 아니니까.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아르한겔스크: 그래 보이네…. 괜찮으면 이름을 알려주겠어? 그리고 여긴 어디야?
보놈 리샤르: 내 이름은 보놈 리샤르. 여기는 사모스 섬이야.
아르한겔스크: 보놈 리샤르…… 아이리스 같은 이름이네.
보놈 리샤르: 아냐. 나는 유니온 출신, 「연방」 소속이야.
아르한겔스크: 사모스 섬이면… 에게 해에 있는 섬 말야?
보놈 리샤르: 아니. 여기는 버뮤다 해역.
보놈 리샤르: 음… 어쩐지 상황을 잘 모르는 눈치네. …너희도 몰래 놀러온 거야?
아르한겔스크: 그렇다고 할까?
보놈 리샤르: 이해해~ 역시 남몰래 노는 게 더 스릴 있고 좋지!
아르한겔스크: 저기, 우리가 누군지 안 물어봐?
보놈 리샤르: 이름은 모르지만, 그 옷은 확실히 북방연합 복식이지?
보놈 리샤르: 얘기를 듣고 보니, 아마 너희도 아무 사정도 모른 채 여기로 파견된 거 아냐?
보놈 리샤르: 그런 거면 나도 마찬가지야! 에헤헤.
보놈 리샤르: 즉, 여기서 이상한 짓응ㄹ 하지 않는 한 신고는 안 할 테니까, 마음껏 놀면서 쉬어♪
아르한겔스크: 사정도 모른다는 건 무슨 뜻이지……?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여긴 나한테 맡겨.)
크론시타트: 어흠. 아까 “이 앞은 통행금지”라고 말했었지.
크론시타트: 뭔가 위험한 거라도 있는 거야? 휴양지인데?
보놈 리샤르: 확실히 휴양지는 맞지만, 이 앞에 있는… 음… 「해양 생물 연구소」? 는 좀 위험해.
보놈 리샤르: 얼마 전에 사고가 났다든가, 엄청 무서운 변이 생물을 만들었다든가 라는 소문이 있어서.
보놈 리샤르: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나는 모르지만, 아무튼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아.
크론시타트: 그래……. 하지만 경고 팻말도 없고, 관광객들이 자기도 모르게 들어가면 어떡해?
보놈 리샤르: 정곡이네~ 그래도 이 시설 때문에 요즘 관광객이 늘고 있어.
크론시타트: 그럼 다들 미스터리 스폿의 소문을 듣고 온 손님이라는 거야…?
보놈 리샤르: 전부는 아니지만 의외로 많아.
보놈 리샤르: 뭐, 부지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 이 앞으로 가지만 않으면 돼.
크론시타트: 충고 고마워. 그리고 하나만 더…….
크론시타트: 몰래 놀러 온 건 리샤르도 마찬가지라고 했는데.
보놈 리샤르: 응. 아까도 말했지만… 아, 그래도 너희보단 먼저 왔으니까, 이제 돌아가는 길이야.
보놈 리샤르: 박사님 댁의 통금시간이 엄격해서…. 일시적이라곤 하지만, 아무래도 익숙해지지가 않네~
보놈 리샤르: 날씨도 좋으니 흉흉한 얘기는 여기서 끝!
보놈 리샤르: 만난 기념으로 괜찮다면 같이 사진 찍지 않을래?
보놈 리샤르: 멋진 풍경도 볼 수 있었고, 새로운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즐거운 경험은 누구라도 남기고 싶어지잖아?
아르한겔스크: (사진? 갑자기 무슨 말을 하나 했는데…. 어쩌지? 크론시타트.)
크론시타트: (거절하면 의심받을 가능성이 높아. 지금은 순순히 저 애 말에 따르자.)
소브라지텔니: (진짜로? 그럼 모처럼이니 여기선 천재 메카닉에 딱 맞는 쿨한 페이스로…. 자, 키예프도!)
키예프: (…………이러면 되지?)
보놈 리샤르: 그럼 찍을게. 3―2―1――
보놈 리샤르: 자, 치즈~!
볼가: 치즈~♪
보놈 리샤르: 잘 나왔네~ 아, 이 사진은 어딘가에 업로드 하진 않을 테니까 안심해. 어디까지나 보관용이야.
보놈 리샤르: 슬슬 돌아갈까…. 너희는? 여기 좀 더 있을 거야?
크론시타트: 응. 조금만 더 관광을 해볼까 하고.
보놈 리샤르: 즐겁게 있다가 가~
보놈 리샤르: ……웬만하면, 계속 여기에 있어. 훈련 해역에는 안 가도 되니까.
보놈 리샤르: 의장이 고장났다든가, 길을 잃었다든가 해서 어물쩡 넘기면….
크론시타트: !? 너, 방금 뭐라고――
보놈 리샤르: 아무것도 아냐! 그냥 혼잣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면 너희도 곤란하겠지.
보놈 리샤르: 난 이만 갈게. 안녕~
일행의 배웅을 받으며, 소녀는 왔던 길을 따라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르한겔스크: 저 아이, 틀림없이 「의장」이라고 말했지…. 크론시타트, 저 아이도 우리와 같은――
크론시타트: 함선이라고 봐도 되겠지. 게다가 유니온 소속일 가능성이 높아.
크론시타트: ………어리석었어. 시키는 대로 하면 의심받지 않을 거 같아서 사진까지 찍혀버렸네….
크론시타트: 이 상황은… 좋지 않네….
볼가: 뭐어, 지나간 일을 생각해봐도 소용없고…. 지금은 저 아이 말을 믿어요.
소브라지텔니: “이상한 짓을 하지 않는 한 신고하지 않는다.” …믿을 수밖에 없겠네! 지금 쫓아가는 것도 무리야!
키예프: 스스로 유니온이라고 했지만 별로 유니온 같은 느낌은 아니었어.
아르한겔스크: 「해양 생물 연구소」 아니면 「훈련 해역」. 어디를 조사해볼까?
크론시타트: 글쎄. 단서는 손에 들어왔으니, 일단 조사는 해봐야겠지.
크론시타트: 소브라지텔니. 어떻게 생각해?
소브라지텔니: 나는 훈련 해역에 한 표! 그 연구소의 소문은 어차피 관광지에서 멋대로 만든 호객용 소문이겠지!
소브라지텔니: 정말로 위험한 곳이었다면 최소한 몇 겹의 해자나 펜스로 둘러싸서 사람이 못 들어가게 했을 거야! 경고 하나 없다니 그런 게 말이 돼!
소브라지텔니: 키예프도 그렇게 생각하지? 일단은 함선답게 훈련 해역으로 가자!
크론시타트: (…과연. 만약 싸우게 되더라도 육상에 있는 연구소보다는 의장을 사용할 수 있는 바다가 좋겠군.)
~14. 충격파
통신: ―――――!!
소브라지텔니: 우왓, 통신기가 울린다!
소브라지텔니: 어디 보자…. 본 적 없는 패턴의 통신이야. 주파수도 채널도 내가 아는 거하곤 달라.
키예프: 나는 아무것도 안 잡혔어. 그 통신기… 설마 마개조된 거야?
소브라지텔니: 당연하지! 이 천재 메카닉은 통신기도 스페셜하니까! 으아핫핫핫하-!
크론시타트: 한번 연결해봐. 그쪽 정보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소브라지텔니: 알겠어!
통신: “이 앞은 연방 특별 훈련 해역이다. 소속 불명 함선에 통고한다. 신속히 식별 정보를 표시하라!”
아르한겔스크: 「연방」……? 리샤르가 소속되어 있다고 한 조직인가?
아르한겔스크: 유니온이랑 비슷한 방식이네. 어쩌면 유니온과 관련된 별도의 조직일 수도 있겠어.
크론시타트: 유니온이라면 얘기가 빠르지. 여기선 순순히 이름을 밝히자. 지휘관과 연결시켜준다면 상층부의 조사도 피할 수 있어.
소브라지텔니: 응! 지금 연락할게.
소브라지텔니: 여기는 북방연합 소속 구축함, 소브라지텔니 함대! 통신 감도 양호!
소브라지텔니: 여기가 훈련 해역인지 모르고 접근했어! 미안! 훈련 해역의 상세 범위에 대해 알려주면 바로 떠날게!
통신: 부, 북방연합이라고!?
통신: ……………….
소브라지텔니: 아, 갑자기 끊었어.
소브라지텔니: 북방연합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엄청 술렁거리던데, 저쪽.
소브라지텔니: 하! 혹시 이 천재 메카닉의 스페셜 통신기의 위대함을 눈치챈 건가!?
키예프: 아닐 거야. 분명.
볼가: 여러분! 1시 방향에 함재기 다수! 곧장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크론시타트: 볼가! 함재기를 발진시켜! 각 함, 거리를 두고 대공진형을 짠다!
아르한겔스크: 싸울 거야?! 설마 저쪽은 우리를 훈련 상대라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소브라지텔니: 그렇다고 갑자기 함재기를 날려!? 북방연합 소속이라고 밝혔는데!
크론시타트: 같은 아주르 레인 소속 진영끼리 갑자기 공격해 오는 일은 없을 터…. 혹시 뭔가 오해가 있는 걸지도 몰라!
소브라지텔니: 그럼 다시 한 번 연락을…… 안 돼! 채널이 닫힌 상태야!
크론시타트: 환영인사 치고는 너무 거칠잖아! 볼가, 항공지원 부탁해!
볼가: 저쪽은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오고 있습니다만…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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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하늘하고, 바다가……!
키예프: 다들, 저쪽이야!
키예프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조금 전까지 맑았던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다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용오름이, 격류를 일으키며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급속히 접근해 왔다.
크론시타트: 용오름!? 왜 이런 검은 파도를――
급습하는 검은 파도――용오름이 불러일으킨 충격파는, 순식간에 일행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크론시타트: 다들, 뒤로, 물러서――
크론시타트: 하아…하아……큭!? 이 감각은……!
거대한 힘에 직격당해, 크론시타트의 의식 또한 시커멓게 물들어 사라졌다.
~15. 심연·2
「Фатальная ошибка(치명적인 실수)」
「███해제: 22.8%」
???: 크론시타트, 크론시타트!
크론시타트: ………….
???: 후우…. 아직 시작도 안 해서 정말 다행이야.
크론시타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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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한겔스크: 갑자기 안색이 나빠졌어. 무슨 일 있었어?
크론시타트: 여긴…… 어디지?
아르한겔스크: 잠수함의 싱크로 접속 설비 챔버야.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어?
크론시타트: 그런가…. 나, 「접속」해서…….
아르한겔스크: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 거 같았어.
아르한겔스크: 보드카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가져올게.
크론시타트: 괜찮아, 아르한겔스크. 보드카는 진짜 농담이었어.
크론시타트: 그보다… 방금 일어났던 일 기억해?
아르한겔스크: 기억한다는 건 보드카 얘기야? 아니면 모두의 배치 얘기?
크론시타트: ……? 아니, 아까 그 용오름…….
아르한겔스크: 용오름? 무슨?
크론시타트: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한 가지 묻고 싶은데, “특수한 신호 패턴으로 상대의 오감을 조종해서 특별한 꿈을 꾸게 하는 기술”에 대해 알고 있어?
아르한겔스크: 일단은. 나보다는 크론시타트가 더 잘 알 거 같은데?
크론시타트: 그건 그렇네. …「접속」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거지?
아르한겔스크: 아직이야. 시작하려고 했는데 크론시타트가 갑자기 가위에 눌려서 급하게 정지했어.
아르한겔스크: 세이렌이 언제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초조해 하는 건 알지만, 상태가 안 좋으면 역시 일단 중지하는 게…….
크론시타트: 아니, 괜찮아. 미안해. 이대로 계속 하자.
소브라지텔니: 운석은 계속 홀드 중이야. 「접속」은 언제라도 괜찮아!
크론시타트: 알겠어. 아르한겔스크, 시작 준비를 부탁해.
아르한겔스크: 응. 최종 점검――연산 시스템 UX 접속. 정보 송수신 단자 오픈. 아티팩트 고정도 문제없음.
헬멧 모니터를 쓰고, 시야가 캄캄해졌다.
크론시타트: 방금은 환각이었나. 아니면…….
아르한겔스크: 간다. 3, 2, 1…… 기동!
???: 그럼 찍을게. 3―2―1――
크론시타트: ………………?!
~16. 재개
조사 기지 주변.
양산함 쇄빙선 몇 척을 선두로, 북방연합의 대규모 수색 활동이 진행 중이었다.
지휘를 맡은 것은 소비에츠키 소유즈의 자매함,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조사 기지가 포착한 의문의 구조 신호의 좌표가…… 설마 이곳일 줄이야.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지휘관과 로시야의 분전이 없었다면, 이곳에서의 활동은 쉽지 않았겠지.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그나저나 저 크기의 잠수함이 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는 거지.
아브로라: 저도 확인했습니다만, 이곳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해저, 가 아니라면 좋겠군….
수평선까지 얼음으로 덮인 바다. 어렵기 그지없는 수색 활동. 참가자들 사이의 대화가 점점 사라져갔다.
타슈켄트: 신호 반응이 있어!
일찍이 세이렌 시설을 개축해 만든 비밀 조사 기지. 그곳에서의 「구조 신호」. …그리고 「운석」이 있는 곳을 다시 더듬어간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소유즈에게 듣긴 했지만 이 조사 기지, 실제로 보니 꽤 장관이군.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이렇게까지 대대적인 블러핑을 할 줄이야. 놀랍네 정말.
아브로라: 조사 기지 안에는 더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네요.
아브로라: 설마, 진짜 조사 대상은 「운석」이었다니…….
아브로라: ……………….
아브로라: 미안해요.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소브라지텔니, 키예프, 그리고 볼가.
아브로라: 그때는 저도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아브로라: 곧 데리러 갈 테니까, 부디 무사하기를…!
~17. 휴양지?·2
주위가 하얗게 변한 가운데 의식만이 둥둥 떠다닌다.
방금 전까지 잠수함의 어두운 선실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몸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작전 뒤풀이에서 그만 보드카를 통으로 마셔 버리고 그대로 휘청휘청 한겨울의 빙판에 나왔을 때의 감촉에 가깝다.
깨닫고 보니, 눈앞에는 무수한 「정보」. ――겹쳐진 화면은 모자이크, 겹쳐진 목소리는 노이즈화되어 탁류처럼 흘러온다.
몇 초? 아니면 몇 시간이 지났을까.
탁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의식을 유지한 결과, 크론시타트의 두 다리는 다시 「지면」으로 돌아갔다.
----
크론시타트: ………………마시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심하게 숙취한 것 같은 느낌이 들다니….
크론시타트: 마시지 않아서 전혀 이득 본 것 같지도 않네… 우웩.
크론시타트: (…이 느낌, 저번과 똑같아!)
크론시타트: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해…. 그리고 기억에도 남아 있어.)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어, 어떻게 된 거야!?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도 똑같은 반응이야….)
크론시타트: (그렇다면 그녀도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 꿈은 나만이 꾸고 있는 걸까….)
크론시타트: (지금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자.)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네가 왜 여기 있지? 그 기계에 「접속」한 건 나뿐인데….
아르한겔스크: 모르겠어. 기계가 작동하더니, 갑자기 나도 여기였어….
아르한겔스크: 그뿐만이 아냐! 봐봐. 키예프에 소브라지텔니에 볼가까지!
볼가: 후, 후에엥…. 여기는 대체 어디죠…?
크론시타트: 이곳의 기후와 해류를 보니, SA해역인 것 같아. 버뮤다쯤일까.
아르한겔스크: 대단해…. 크론시타트, 벌써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니….
크론시타트: 주변 환경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감당할 수 없지.
크론시타트: 소브라지텔니의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어디까지나 나만이 꾸고 있는 「꿈」. …그렇다면 조사할 것은――“왜 이 꿈인가”라는 거겠지.)
크론시타트: (그 리샤르라는 소녀, 그리고 훈련 해역, 검은 용오름. 이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는――)
소브라지텔니: 알았다! 이건 분명 꿈이야! 다 같이 어딘가로 바캉스를 떠난 꿈이 틀림없어!
소브라지텔니: 키예프, 내 뺨을 있는 힘껏 잡아당겨봐!
크론시타트: 그만둬. 키예프에게 시키면 이삼일은 계속 아플 거야.
소브라지텔니: 그래!? 고마워 크론시타트! …그보다 크론시타트 너무 침착하지 않아!?
키예프: 키예프, 이 정도로 침착한 건 좋다고 생각해.
소브라지텔니: 윽. 이 천재 메카닉도 좀처럼 침착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째서….
크론시타트: (한 번 겪은 일이라서 그래. 미안. 지금은 말을 빨리 진행시켜야 해.)
크론시타트: 아무래도 우린 이곳으로 날려진 것 같아. 볼가. 함재기 띄울 수 있어?
크론시타트: 저쪽에 섬이 있을 거야. 우선은 그쪽 상황을 확인해줘.
볼가: 알겠습니다. 지금 함재기를 띄울게요.
볼가: …정말이에요! 저쪽에 섬이 있어요!
크론시타트: (섬의 방향도 똑같아. 그렇다면 이 환경도 고정된 것이라도 봐도 좋겠지.)
크론시타트: 작전 내용에는 데이터 수집이라고밖에 쓰여 있지 않았어. 일단은 저 섬에 대해 조사해보자.
크론시타트: 내 직감이 맞다면, 여기는 분명 그 운석과 무슨 관계가 있을 거야.
~18. 리샤르와의 재회
섬에 상륙한 일행은, 관광객용으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잡목림 입구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크론시타트: 기억이 맞다면, 여기선 직진해서….
크론시타트: 그리고 이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그러면 그 애가 나타나서…….
아르한겔스크: 그 애가 나타나서?
크론시타트: (아차! 생각하는 걸 입 밖으로 냈네…!)
아르한겔스크: 아까부터 크론시타트가 조금 이상하다고, 볼가도 걱정하고 있어.
크론시타트: 그래? 나, 좀 이상해 보이나?
아르한겔스크: 글쎄? 구축함들은 모르는 것 같고, 나도 볼가가 말하기 전까진 몰랐지만.
아르한겔스크: 그래도 볼가의 직감은 이럴 때는 꽤 정확하잖아? 그래서 크론시타트에게 한번 확인해 본 거야.
아르한겔스크: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침착할 수 있는 건 크론시타트답다고 해야 하나, 전혀 크론시타트답지 않다고 해야 하나….
크론시타트: ……무슨 말이야?
아르한겔스크: 첩보원이란 어떤 돌발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는 법이잖아? 하지만 크론시타트는 평소에는 전혀 첩보원으로 보이지 않잖아?
크론시타트: 칭찬은 아닌 것 같네….
아르한겔스크: 즉… 뭐가 뭔지 내가 묻고 싶어.
아르한겔스크: 「접속」하기도 전에 갑자기 안색이 나빠지거나, 보드카를 마시고 싶다고 하는 건, 너답지 않아.
아르한겔스크: 너다운 점도 있긴 하지만, 그…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래? 볼가가 걱정하고 있어.
크론시타트: 그건… 미안해. 아직 거기까지 정리는 안 돼서.
크론시타트: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아르한겔스크: 그래? 크론시타트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 거기부터는 통행금지야.
크론시타트와 아르한겔스크의 대화는 갑작스런 소녀의 등장에 중단되었다.
크론시타트: (역시 나타났군.)
키예프: ―――――!
크론시타트: 키예프. 여기는 내가 맡을게.
키예프: ……괜찮아?
크론시타트: 괜찮으니까 내게 맡겨. ……보놈 리샤르, 맞지?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보놈 리샤르: 아, 괜찮아. 나야말로 갑자기 말 걸어서 미안해.
보놈 리샤르: 내 이름을 알고 있구나. 에헤헤, 설마 여기에도 내 팬이 있다니.
목소리의 주인――북방연합답지 않은 옷차림의 소녀가 길가의 수풀 사이에서 뛰쳐나왔다.
크론시타트: 넌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리고, 이 근처에 있는 훈련 해역은 뭘 하는 곳이지?
보놈 리샤르: 우왓, 갑자기 묻는 거야? …너희, 혹시 북방연합의 스파이?
소브라지텔니: 아니야! 이 소브라지텔니는 스파이 따위가 아니라 천재 메카닉이다!
키예프: ……………….
보놈 리샤르: 그치! 스파이가 다짜고짜 말부터 걸 리는 없겠지!
보놈 리샤르: 에헤헤, 미안해! 언니하고 착각했나봐!
보놈 리샤르: 보통은 우선 “넌 누구야?”, “어디서 왔어”라고 묻잖아?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보놈 리샤르: 음~ 모처럼이니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맞춰봐♪
크론시타트: 글쎄…. 넌 몰래 이 휴양지에 놀러 왔어. 어때?
보놈 리샤르: 대단해네! 진짜 맞힐 줄이야!
보놈 리샤르: 그래! 「보놈 리샤르」는 몰래, 이 섬에 놀러 온 거야!
보놈 리샤르: 그치만 이제 슬슬 돌아가려고.
보놈 리샤르: 그나저나 훈련 해역이라…. 너희가 그걸 알고 있다니, 신기하네.
보놈 리샤르: 「연방」과 「전선」이 같은 해역에서 동시에 대규모 훈련을 한다니, 별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보놈 리샤르: 분명 강하고 멋진 애들이 많이 있겠네! 너희도 참가하는 거야?
크론시타트: 아니. 우린 그냥 관광하러 왔을 뿐이야.
크론시타트: (전과 이야기 내용이 달라…. 그리고 「연방」 다음은 「전선」이라니. …대체 뭐지?)
보놈 리샤르: 괜찮다면 같이 사진 찍지 않을래?
보놈 리샤르: 멋진 풍경도 볼 수 있었고, 새로운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즐거운 경험은 누구라도 남기고 싶어지잖아?
아르한겔스크: (사진? 갑자기 무슨 말을 하나 했는데…. 어쩌지? 크론시타트.)
크론시타트: 난 상관없어. 같이 찍자.
소브라지텔니: (진짜로? 그럼 모처럼이니 여기선 천재 메카닉에 딱 맞는 쿨한 페이스로…. 자, 키예프도!)
키예프: (…………이러면 되지?)
보놈 리샤르: 그럼 찍을게.
보놈 리샤르: 3―2―1――
볼가: 치즈~♪
보놈 리샤르: 슬슬 돌아갈까…. 너희는? 여기 좀 더 있을 거야?
크론시타트: 그래. 좀 더 돌아보려고.
보놈 리샤르: 그렇구나― 그치만 이 섬에서 관광만 하면 재미없잖아?
크론시타트: ……뭐?
보놈 리샤르: 그 훈련 해역이 궁금하지? 진짜 「힘」이 어떤 건지 알고 싶으면――
보놈 리샤르: 보러 가봐. 응? 후후후♪
크론시타트: (…!? 이 아이, 전하고 달리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것 같은 반응을…!?)
크론시타트: 우리가 수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유니온…「연방」에 통보하지 않을 거야?
보놈 리샤르: 안 할 건데? 「힘」을 원하는 아이를 방해할 이유는 없으니까.
보놈 리샤르: 그럼 이만 실례할게. 안녕~
일행의 배웅을 받으며, 소녀는 왔던 길을 따라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르한겔스크: 이상한 아이네. 크론시타트는 저 아이를 알아?
아르한겔스크: 훈련 해역이나 「연방」 같은 신경 쓰이는 단어가 수북해서 대화에 따라가질 못했어.
크론시타트: (단지 너희보다 조금 먼저 알았을 뿐이야.)
크론시타트: 미안하지만, 지금은 설명할 수 없어.
아르한겔스크: 아…… 알겠어. 역시 크론시타트의 직업 비밀이겠지?
아르한겔스크: 그래서 다음은 어디를 조사할 거야? 그 아이가 말한 훈련 해역?
크론시타트: 「힘」이 무엇인지, 좀 궁금하네.
소브라지텔니: 나도 궁금해! 걔가 갖고 있던 핸드폰, 왠지 성능이 굉장해 보였다고! 그리고――
소브라지텔니: 크크크. 진짜 「힘」이라는 건, 훈련 해역에 가지 않아도 이 천재 메카닉이 알려 주마…!
소브라지텔니: 라고 하고 싶지만, 진짜 대단함 힘이라면 분명 거기서 단서를 얻을 수 있겠지!
키예프: 키예프도, 조금 궁금해.
볼가: 그런데 「연방」과 「전선」은 대체 무슨 얘기일까요? 저희는 그저 외부인이고, 훈련 해역에 접근하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크론시타트: 그러니까 신중하게 루트를 결정해야지. 아르한겔스크, 볼가. 정찰을 부탁해.
아르한겔스크: 알겠어. 벌써 결정된 분위기네.
크론시타트: 쇠뿔도 단김에 빼라잖아. 출항 준비 하자.
~19. 응답 없음
크론시타트가 책정한 루트로, 일행은 버뮤다 해역에 있는 「훈련 해역」으로 접근했다.
크론시타트: 소브라지텔니. 통신기에는 뭔가 반응이 있어?
소브라지텔니: 전혀! 아까부터 채널에는 아무것도 안 잡혀.
크론시타트: 좋아. 그럭저럭 넘긴 것 같군.
크론시타트: (「연방」의 훈련 해역 바깥으로 잘 우회한 거 같네. 다음은 여기 주둔하고 있는 유니온 함대의 기지에 연락하면…….)
크론시타트: (버뮤다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기지는, 분명 동해안의――)
소브라지텔니가 튜닝한 통신기를 사용해 크론시타트는 기억하고 있는 유니온 기지에 연락을 타전했다.
통신: ………….
크론시타트: (응답 없음!? 그럼 남대륙은……??)
통신: ………….
몇 차례 시도해 봤지만, 어떤 채널에서도 답은 오지 않았다.
크론시타트: (이상하네…. 여기는 유니온이 아니라는 건가? 하지만 그 리샤르라는 애도 분명 유니온이라고 했고, 그리고 관광객도…….)
크론시타트: (아니면, 이 공간의 “넓이의 문제”로 애초에 유니온 해역을 포괄하지 않은 건가? 꿈이라는 전제라면 그렇지만.)
크론시타트: (「연방」이 아니라 「전선」의 훈련 해역에 가보는 수밖에…. 「연방」 때처럼 습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만.)
~20. 충격파·2
통신: ―――――!!
소브라지텔니: 우왓, 통신기가 울린다!
소브라지텔니: 어디 보자…. 본 적 없는 패턴의 통신이야. 주파수도 채널도 내가 아는 거하곤 달라.
키예프: 나는 아무것도 안 잡혔어. 그 통신기… 설마 마개조된 거야?
소브라지텔니: 당연하지! 이 천재 메카닉은 통신기도 스페셜하니까! 으아핫핫핫하-!
크론시타트: (이번엔 누구지?? 「연방」의 연습 해역과는 충분히 거리를 뒀을 텐데…!)
크론시타트: (북방연합이라고 대답하면 또 한바탕 일전이 벌어질 테고. 유감이지만 지금은 무시하는 게 좋겠어.)
크론시타트: (나 참. 은밀 행동은 진짜 서투른데…….)
크론시타트: 응답하지 마. 통신 채널을 닫고 해역 저편으로 돌아 들어갈 거야.
소브라지텔니: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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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 전방에서 양산함이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소브라지텔니: 세이렌인가!?
볼가: 아뇨. 세이렌이 아니라 북방연합의 양산함 같아요….
볼가: 그, 그치만 무장도 실루엣도 달라요! 이런 양산함은 본 적 없어요!
소브라지텔니: 알았다! 이놈들은 분명 훈련 중인 「연방」이나 「전선」의 양산함이로군!
소브라지텔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크론시타트, 더 접근해도 돼?
키예프: 안 돼. 인사도 없이 접근해 온 함선을 어떻게 할지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알잖아.
소브라지텔니: 그랬지! 그럼 연락부터 할까! 크론시타트, 괜찮지?
소브라지텔니: 저쪽의 연락을 무시했는데 이제 와서 우리가 연락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크론시타트: (역시 저쪽에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나…. 큭, 연락 없이 훈련 해역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
――어떻게 타전할지 논의하는 가운데, 양산함이 온 방향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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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하늘하고, 바다가……!
키예프: 다들, 저쪽이야!
키예프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조금 전까지 맑았던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조금 전까지 진형을 이뤄 대치하던 양산함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상 기상에 놀란 듯, 순식간에 통제를 잃어갔다.
볼가: 저 양산함들, 주포를 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아니라, 먹구름 너머로――
양산함들은 일제히 반전해, 수평선까지 펼쳐진 검은 파도 너머 「무엇」인가를 향해 연이어 주포를 발사했다.
폭발, 굉염, 그리고 연기가 지나간 후, 검은 수면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용오름이 나타났다.
크론시타트: (저번과 같아…. 검은 용오름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다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용오름이, 격류를 일으키며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급속히 접근해 왔다.
용오름이 불러일으킨 충격파가 일행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크론시타트: 다들, 충격에 대비해! 구축함들은 대형함 뒤로 대피해! 볼가! 아르한겔스크! 어서!
크론시타트: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쉽게 당하지 않아!)
크론시타트: (여기서 버텨내고, 저 검은 용오름의 정체를 확인한 다음 이 「꿈」의 정체를 밝혀내겠어…!)
충격파――날뛰는 폭풍과도 같은 검은 격류가, 마치 크론시타트의 전신을 와해시키려는 듯 그 기세를 더해갔다.
그 힘 하나하나가 내리치는 혹한의 칼날과 타오르는 불꽃처럼, 의장을, 몸을, 정신을, 조금씩 깎아내려갔다.
의식이 멀어져 갔다. 저 검은 용오름에, 해일에 휩쓸리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크론시타트: 큭…! 괴로워…! 이전보다……더……. 하지만……!
크론시타트: 겨우… 보였어…! 검은 용오름을 만들어낸…… 존재가…!!
수평선에 정렬하여 시야를 가렸던 양산함들의 모습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그곳에는 그저 혼돈 그 자체의 나선이 굉음과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바다, 불꽃, 잔해, 검은 연기―온갖 존재를 집어삼킨 그것은 그 막강한 에너지를 분별없이 사방으로 쏘아댔다.
나선의 중심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거대한 나선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작지만, 그래도 나약해 보이진 않은 실루엣. 그리고 방금 전에도 들었던 웃음소리.
크론시타트: ……용오름을 만든 건……너였……구나……!
의식이 끊기기 전에, 크론시타트는 「그녀」에게 연민을 느꼈다.
~21. 심연·3
「фатальная ошибка」
「███해제: 37.1%」
???: 크론시타트…! 크론시타트, 괜찮아?!
크론시타트: ………….
???: 겨우 눈을 떴구나…. 다행이다…….
크론시타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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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몸 상태는 좀 어때? 이상한 느낌은 없어?
크론시타트: (여긴 잠수함의 설비 챔버인가……. 또 그 검은 용오름에 쫓겨난 것 같군.)
「꿈」 속에서 본 양산함들. 검은 용오름. 그리고 용오름을 만들어낸 「그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접속」은 일단 중지 부탁해.
아르한겔스크: 역시! 아까부터 뭔가 이상했어. 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지거나, 가위 눌리거나 해서.
아르한겔스크: 후우…. 내가 미안해. 처음부터 보드카를 줄 걸 그랬나봐.
아르한겔스크: 잠깐 기다려. 지금 가져올게.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그런 게 아닌데…….
아르한겔스크: 아무튼 지금은 쉬어. 소브라지텔니한테는 내가 말해둘 테니까.
아르한겔스크: 몸은 괜찮아도, 멘탈이 흔들리면 임무는 힘들어. 지금 너는 아무리 봐도 진정된 상태가 아니야.
크론시타트: (그 「꿈」을 꾼 건 역시 나뿐이었구나…. 당연히 아르한겔스크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전혀 모르겠지…… 응?)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의 손이… 떨리고 있어?)
아르한겔스크: 왜 그래? 갑자기 힐끔힐끔…….
크론시타트: (틀림없어. 아르한겔스크도 뭔가의 영향을 받고 있어. ……어쩌면 기억나지 않을 뿐, 나와 같이 이 장치가 보여준 「꿈」을 꾼 걸까――)
크론시타트: (그 검은 용오름에 휩쓸릴 때마다 몸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어. 만약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라면…….)
크론시타트: (큰일이다. 이 장치를 사용하는 건 너무 위험해. 얼른 여기서 탈출해 기지로 돌아간 다음 조사를 해야겠어――)
크론시타트: (하지만 어떻게? 세이렌을 만난다면 이 비무장 잠수함은 손쉽게 파괴될 거야. 게다가 「운석」도 가지고 갈 수 없고――)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저기,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무리하지 마. 무슨 일 있으면 우리한테 알려줘. 이건 모두가 함께하는 작전이니까.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말대로 혼자 애써봤자 소용없어…. 이 좁은 방에 계속 틀어박혀 있으려니 기분도 우울해지네.)
크론시타트: 미안. 좀 신선한 공기를 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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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조종실.
크론시타트: (곰곰이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 상황에 빠져버렸네….)
크론시타트: (운석 조사는 고착 상태고, 도망치려고 해도 세이렌에게 걸릴 가능성이 있어. 거기에 이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는….)
크론시타트: (그 「접속」의 영향이 운석에 의한 것이라면, 아무리도 소유즈라도 예측할 수 있었을 리가 없고.)
크론시타트: (큭. 그때 너무 큰소리 치지 말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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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츠키 소유즈: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상층부의 눈을 피해 세이렌 기술을 조사할 기회는 제한적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북방연합의 미래는 당신들의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그만한 각오로 임해 주십시오.
크론시타트: 그래. 세이렌 시설 조사, 내 취향의 임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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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시타트: (어차피 이대로는 돌파구가 없어…. 무슨 수라도 써야 돼.)
소브라지텔니: 크론시타트. 암은 운석을 홀드한 채로 고정했으니까, 당분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크론시타트: 우리 천재 함장님이잖아? 수고했어.
소브라지텔니: 하하하! 이 천재 메카닉에게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니까!
크론시타트: 그래그래. 키예프하고 볼가는?
소브라지텔니: 계속 저쪽에 있었잖아? 크론시타트, 진짜 괜찮아??
키예프: …………?
크론시타트: 앗… 미안해. 잠깐 정신을 놨나봐.
볼가: 크론시타트, 아파서 쓰러질 것만 같은 얼굴이에요….
볼가: 「접속」은 제가 대신 해드릴 수도 있어요.
볼가: 아무튼 절대 무리는 하지 마세요. 세이렌이 눈치챈 기색도 없고,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크론시타트: 그래. 그럼 볼가 말대로 좀 쉬도록 할게.
크론시타트: 하지만 「접속」은 양보할 수 없어. 이건 소유즈에게 직접 맡은 작전인걸.
크론시타트: (그 검은 파도에 휩쓸릴 때의 충격을 볼가가 받고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크론시타트: 그나저나 볼가는 유독 걱정이 많네.
볼가: 그런가요? 확실히, 이 작전이 잘 될까? 볼가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있지만.
볼가: 그래도 괜찮아요. 벌써 운석까지 왔으니, 이제 데이터를 채취하고 돌아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소브라지텔니: 방심하지 마, 볼가! 집에 돌아갈 때까지가 작전이니까!
소브라지텔니: 개인적으론 걱정은커녕 이런 작전은 오히려 대환영이다! 천재 메카닉의 피가 끓거든!
키예프: 키예프는, 평범하게 싸우는 작전을 하고 싶어. 이번 작전은, 좀 따분해.
키예프: …그래도 혼자 싸우는 것보다, 모두 함께 싸우는 게, 좋아.
소브라지텔니: 크론시타트. 조사 기지로 돌아가면 좀 더 다양하게 조사해보지 않을래?
소브라지텔니: 더 조사할 건 없다고 했지만, 메카닉으로서 들쑤셔 볼 보람이 있는 게 아직 남은 거 같다고!
크론시타트: ……………….
크론시타트: 그래 그래. 돌아가면 소유즈에게 한번 요청해보자.
크론시타트: 하지만 이번 작전은 체력이나 의장보단 정신을 더 요구하는 작전이니까, 끝나면 좀 제대로 된 편안한 곳에서 쉬고 싶네. 그러면 소브라지텔니 혼자만 기지에 남게 되는데 괜찮아?
소브라지텔니: 외로우니까 적어도 키예프라도 남겨!
키예프: 싫어. …키예프는 아직 훈련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소브라지텔니: 왜 그래 괜찮잖아? 훈련보단 평범하게 싸우고 싶다고 키예프도 말했잖아!
소브라지텔니: 오는 도중에 낙오된 세이렌도 만났잖아! 밖에는 싸울 상대도 많다고!
소브라지텔니: 그러니까 여기 있으면 평범하게 싸울 수 있어!
키예프: ……듣고보니, 좋을지도….
키예프: 그럼 크론시타트. 작전이 끝나면 조사 기지의 호위를 맡아도… 돼?
크론시타트: 얘기는 해볼게. 그 정도라면.
크론시타트: 후우……. 이 정도면 쉴 만큼 쉬었겠지. 계속 아르한겔스크를 기다리게 할 수도 없고.
크론시타트: (고마워, 다들.)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그쪽은 괜찮아?
아르한겔스크: 다 들렸어. 그렇게 떠들다가 세이렌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후후후.
아르한겔스크: 뭐, 소리 내는 거 보니 기운은 다 차린 것 같네. 한 번 더 「접속」해볼까?
크론시타트: 그래. 계속 이러고 있을 수도 없고.
크론시타트: 부탁할게. 아르한겔스크. 한 번 더 그 세계로――
~22. 휴양지·3
눈부신 빛과 함께 크론시타트는 다시 버뮤다 해역으로 「전송」되었다.
크론시타트: (시작 지점은 변하질 않네.)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여긴 대체…!?
볼가: 어머? 방금 전까지 잠수함 조종실에 있었는데…. 여긴 어디죠?
소브라지텔니: 어떻게 된 거야?! 서, 설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키예프, 뺨을――
키예프: 이 상황…… 전혀 좋지 않아…….
향수마저 느끼게 하는 맑은 날씨와 평화로운 바다. 휴양지가 떠오르는 최고의 환경.
그러나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곳도 「검은 파도」에 휩쓸릴 운명이다.
누군가 이 파멸을 멈추지 않는 한――
크론시타트: (역시, 다들 그 기계가 보여주는 「꿈」을 의식하기 시작했구나. 그렇다면…….)
크론시타트: 놀라지 말고 들어. 사실 이 상황은 벌써 세 번째고――
----
소브라지텔니: 잠깐잠깐잠깐잠깐! 이야기의 맥락이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이상하다고!
볼가: 더는 못 따라갈 거 같아요…. 아으으…….
아르한겔스크: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라지만, 거기까지 이야기를 지어내다니…….
크론시타트: 아니야 아르한겔스크. 내 명예를 걸고 진실임을 보증할게. 제발 믿어줘.
아르한겔스크: 이 작전은 네가 책임자니까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아르한겔스크: 사정이 무척 복잡해진 모양이네.
아르한겔스크: 첫 번째는 훈련 해역에서 검은 파도에 휩쓸려, 「접속」이 중단되고 잠수함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아르한겔스크: 두 번째는 훈련 해역으로 가던 도중 검은 파도에 휩쓸려, 「접속」이 중단되고 잠수함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아르한겔스크: 이게 벌써 세 번째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경험은 크론시타트밖에 기억하지 못하다니….
소브라지텔니: 으으음… 그래! 그런 게 틀림없어!
소브라지텔니: 봐봐. 그 기계… 헬멧을 쓴 건 크론시타트뿐이지?
소브라지텔니: 기억을 갖고 있는 건 아마 그거 때문일 거야! 그러니까 지금까지 일을 기억할 수 있는 건 크론시타트뿐!
소브라지텔니: 우리가 왜 영향을 받고 있는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 기계의 출력을 생각하면 환각이나 암시가 주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어!
소브라지텔니: 그리고 반대로 말하면, 크론시타트가 저 기계에 접속하지 않으면, 우리는 애초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기억할 수 없다, 라는 거다!
크론시타트: 그럴지도. 조금 억지지만 말은 되네.
볼가: 괜찮아요, 크론시타트. 지금까지 일이 기억나지 않아도, 우리는 당신의 동료에요!
볼가: 그러니 몇 번이고 잊어버린다 해도, 지금처럼 설명해준다면 다들 분명 이해해 줄 거예요!
키예프: 그걸로… 됐어.
크론시타트: 고마워 다들……. 가능하다면 몇 번이나 설명할 일 없도록 이번으로 이 작전을 완수하고 함께 돌아가고 싶지만 말야.
아르한겔스크: 물론이지. 「꿈」이란 걸 알고 나니까 여기 분위기가 너무 꺼림칙하네.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가 아까 했던 말 중에 좀 궁금한 게 있는데.
아르한겔스크: 분명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그 리샤르라는 아이만 모습이 바뀌었지?
아르한겔스크: 어쩌면 이 「꿈」은 그 아이가 뭔가 관계가 있어서 계속 변하는 걸지도 모르겠네.
아르한겔스크: 그리고 그 검은 용오름? 파도?에 삼켜지면 의식이 잠수함으로 돌아간다――즉, 그 시점에서 실패라는 거지?
아르한겔스크: 그럼 어떤 방법으로든 이 「꿈」을 가능한 한 오래 지속시키고, 그 사이에 정보를 수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키예프: 훈련 해역에 접근하지 말고, 다른 곳을 탐색하자.
아르한겔스크: 그래. 그 리샤르라는 애도 수상해. 접촉하지 않는 게 좋겠어.
소브라지텔니: 그럼 저번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게 어때? 유니온의 동해안까지는 그렇게 먼 것도 아니니까!
소브라지텔니: 훈련 해역에서 멀어질수록, 검은 파도가 나타나도 우리한테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어지고!
소브라지텔니: 안전한 거리에서 관측하는 게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테고! 그치?
크론시타트: 그래…. 잘 되면 좋겠네.
크론시타트: 그 검은 파도에만 휩쓸리지 않으면 마음 놓고 조사를 계속할 수 있어….
소브라지텔니: 하핫핫하! 과연 이 몸! 그럼 얼른 출발하자!
~23. 방향 왜곡
지금까지와는 달리 크론시타트 일행은 훈련 해역이 아니라 유니온 동해안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크론시타트: ………슬슬 시간이네.
아르한겔스크: 무슨 시간?
크론시타트: 여기 도착하고 나서 경과된 시간으로 보면, 슬슬 그 검은 파도가 나타날 때야.
크론시타트: 지금까지 대로라면, 아마 저 방향에서 나타날 거야.
볼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네요. 아, 혹시 저희들, 잘 극복한 걸까요??
소브라지텔니: 좋아! 작전 대성공!!
크론시타트: 기뻐하긴 아직 일러. …그 용오름, 그리고 파도의 규모라면…….
크론시타트: 만약 정말 발생한다면 여기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어.
아르한겔스크: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안개가 끼기 시작하지 않았어?
키예프: 해무…… 짙어지고 있어.
소브라지텔니: 스읍―하아―스읍―하아―
키예프: 뭐해? ……수영 연습?
소브라지텔니: 파도에 휩쓸렸을 때를 대비한 연습!
키예프: ……도움이 될 리가 없잖아.
소브라지텔니: 아하하하! 농담이야! 크론시타트도 맞서지 못한 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소브라지텔니: 근데 진짜로 안개가 짙어지네…. 아까까지는 수평선이 보였는데.
크론시타트: 버뮤다 해역이라면 보통…이라고 할 순 없겠지. 갑자기 이렇게 짙어지다니, 확실히 이상 기상이야.
크론시타트: 이 공간 안에 경면해역이라도 있는 걸까…. 다들, 조심해.
크론시타트: 볼가. 상공에서의 상황은?
볼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갑자기 이 부근이 온통 해무로 덮여 버려서….
크론시타트: 이대로는 방향을 잃어버릴 거야…. 어떻게 해야….
???: 그 앞은 통행금지구역이야.
소브라지텔니: 히익!? 누누누누누누누구냐!?
키예프: ――――!
의장을 갖춘 소녀가 돌연 해무 속에서 나타났다.
소녀는 순간적으로 반응한 키예프의 공격을 피해, 그대로 허둥대는 소브라지텔니의 뒤를 돌아――
다시 안개 속에서,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론시타트: 보놈 리샤르…….
보놈 리샤르: 응, 나야―
크론시타트: 다들, 무기 내려! 이 아이는 공격하지 마!
경계하는 동료들을 제지하며, 크론시타트는 한 걸음 내딛어 보놈 리샤르라는 소녀 앞을 가로막았다.
보놈 리샤르: 언니. 이런 환영은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크론시타트: 네가 왜 여기 있지?
보놈 리샤르: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왜 너희가 여기 있지?
~24. 충격파·3
안개에 싸인 바다 위에서 보놈 리샤르의 윤곽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의장은 갖추었지만, 공격을 하려는 기색은 없다. 적의 역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미소에서 크론시타트는 섬찟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크론시타트: 「리샤르」라는 건 알지만, 모습이 달라.
크론시타트: 넌 대체……누구지?
보놈 리샤르: ? 왜 그래 언니. 아까 내 이름까지 불렀잖아.
보놈 리샤르: 보놈 리샤르, 라고.
크론시타트: …………!? 방금은… 윽.
보놈 리샤르: ………?
크론시타트의 눈에 이 「리샤르」와, 전에 만났던 「리샤르」의 모습이 급속도로 겹치기 시작했다.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이 녀석의 모습이 너한테는 어떻게 보이는지 알려줘! 지금 당장!
크론시타트: 머리 색, 눈 색, 가능하면 머리 길이도!
아르한겔스크: 하얀 머리에, 푸른 눈. 머리 길이는 세미롱!
소브라지텔니: 나도 똑같아! 크론시타트는!?
크론시타트: 말도 안 돼! 나만… 나만 다른 색으로 보인다는 거야…!/
크론시타트: 그런…… 그치만 이 세계는… 나는…….
크론시타트: 대답해! 넌 대체 뭐야?! 이 차이는 뭐지! 암시인가? 아니면 재밍!?
보놈 리샤르: 네가 보고 있는 건 진짜 「리샤르」인데? 언니.
보놈 리샤르: 오히려 내가 물어보고 싶다고. 후후후. 언니 눈에는 내가 「무엇」으로 보여?
신나게 웃고 있는 「리샤르」에게, 크론시타트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기억을 더듬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을. 이 「꿈」에 관한 단서를. 그리고 눈앞에 있는 「리샤르」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것을.
크론시타트: 그래! 사진… 사진만 있으면……!
크론시타트: …큭! 이번에는 리샤르를 만나지 않아서 사진을 찍지 않았어…….
보놈 리샤르: 사진? 그거라면 있어! 에헤헤, 이거 말하는 거지?
크론시타트: ………………….
「리샤르」에게 건네받은 사진을 들여다봤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어마어마한 위화감을 느끼게하는 소녀의 모습이 또렷이 담겨 있었다.
크론시타트: 전과 달라……. 큭, 제길…. 영문을 모르겠어….
곤혹. 초조. 공포. 첩보원의 경험으로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보놈 리샤르: 괜찮아 언니? 어디 안 좋아?
크론시타트: (동료들에게는 평범한 「리샤르」로 보이는 건가…. 으응, 이 일은 나중이야. 지금은 정보를 캐내야 해.)
크론시타트: 괜찮아. 그보다 출입금지구역이란 뭐지?
보놈 리샤르: ? 이 앞은 훈련 해역인데?
크론시타트: 훈련 해역!? 우린 분명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보놈 리샤르: 아하하, 무슨 소리야? 확 달아오르는 대항 훈련이야말로 오늘의 핵심인데.
보놈 리샤르: 어디로 가든, 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잖아.
보놈 리샤르: 게다가, 봐. 이제 곧 시작한다고. 크크크, 하하하하하.
조금 전까지 마냥 즐겁다는 듯이 얘기하던 「리샤르」였지만, 어느새 그 목소리에는 광기가 배어 있었다.
크론시타트: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나 하고……!
크론시타트: 우리는 항행 중이다. 방해한다면 공격하겠어!
보놈 리샤르: 지금은 안 돼, 언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으면 되니까♪
공격 태세를 취하는 크론시타트에 아랑곳하지 않고, 「리샤르」는 변함없이 느긋한 자세로 재밌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크론시타트: (…뭐지!? 이 녀석뿐만 아니라 마치 몇 백 명, 몇 천 명이 째려보고 있는 것 같아…!)
크론시타트: (이 녀석은 위험해…! 이대로면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위험해! 놈의 「사냥감」이 되어버려…!)
크론시타트: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크론시타트: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탈출해야 해…! 이 녀석을… 「리샤르」를 쓰러트려야 해…!!)
볼가: 어…? 크론시타트, 방금 뭘――
크론시타트: 전 함, 최대 화력으로 눈앞에 있는 함선에게 발포해――!!
―――――!!
명령을 완전히 하달하기 전에 크론시타트의 주포가 먼저 울려 퍼졌다.
뒤이어 북방연합 동료들도 각각 의장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리샤르」를 향해 포탄을 퍼부었다.
……하지만 포탄이 모두 그대로 빠져나간 것처럼, 「리샤르」의 몸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보놈 리샤르: 시간이 됐어♪
보놈 리샤르: 크크, 크크큭, 크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보놈 리샤르: 시작된다! 또 시작된다고! 하하하하하하!!!!!!
소녀의 광소와 함께, 방금 전까지 해역 전체를 뒤덮었던 해무가 순식간에 걷혀 갔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무수한 양산함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대치 중이었다.
크론시타트: 말도 안 돼!? 이 양산함들은 대체 어디서――
보놈 리샤르: 즐거움은 지금부터야 언니!!
팔을 크게 벌리자, 그녀를 중심으로 검은 물줄기가 소용돌이처럼 계속해서 밀려 올라왔다.
번개가 치고,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지근거리에 검은 용오름이 다시 형성되었다.
공포와 의문을 마음속 깊이 억누르며 크론시타트는 최대한 힘을 쥐어짰다.
바다를 울리는 검은 용오름. 그것이 부르는 거대한 파도. 그리고 의식을 집어삼키는 최대 최악의 충격파에 대비해서――
크론시타트: 다들, 내 뒤로 피해――
충격파가 크론시타트를 강타했다. 하지만 의식은 어둠에 삼켜지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크론시타트: "……아프지, 않아?"
크론시타트: "그래. 벌써 세 번째니까… 몸이 익숙해졌나…."
크론시타트: "아니면… 내가 강해진 걸까?"
크론시타트: "…………몸에 힘이 넘쳐 흐르는 감각이야. 기분 좋잖아."
크론시타트: "아아…. 당장 적을 날려버리고 싶어… 쓰러트리고 싶어… 가라앉히고 싶어…."
크론시타트: "병기답게 모든 걸 부숴버리고 싶어…. 임무를… 작전을…."
크론시타트: "――――적은… 어디 있지?“
----
볼가: 콜록콜록! 다들, 괜찮나요!?
아르한겔스크: 그래, 어떻게든…. 정말, 터무니없는 파도네…….
소브라지텔니: 크론시타트가 했던 말하고 달라! 잠수함으로 의식이 돌아가지 않았잖아!
키예프: 느낌이 안 좋아…. 얼른 여기서 피해야 돼…!
아르한겔스크: 나도 동감이야! 한 번 더 직격당하면 의장이 못 버텨!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괜찮아? 크론시……
크론시타트: "……………목표, 발견."
크론시타트: "――그래. 적이라면 있어. 여기에도."
말없이 고개를 돌려 눈앞에 있는 「적」에게 포구를 겨눴다.
크론시타트: "적을 조준…… 그리고 공격……."
크론시타트: (!? 아니야! 난 뭘 하고 있는 거야!? 저쪽은 내 동료들――)
주포도, 부포도, 온갖 병장을 다 쏟아 부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부풀어오르는 파괴의 욕망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쓰러진 「무언가」가 있다. 발밑에 「무언가」가 있다. 옷자락을 붙잡는 「무언가」가 있다.
그럼에도 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느껴지지 않고, 생각나지 않으니까.
크론시타트: 다, 들……도망…, 쳐……!
의식이 어둠에 삼켜지기 전에, 크론시타트는 단지 전력으로 마지막 말을 짜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25. 심연·4
「фатальная ошибка」
「███해제: 89.9%」
눈을 뜨고 낯익은 풍경을 다시 확인한다. ――잠수함 접속 설비실로 돌아온 듯 했다.
크론시타트: 간신히… 돌아왔나…….
몸을 일으키고 머릿결을 가볍게 가다듬었다.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볼가?
크론시타트: 키예프?
크론시타트: 소브라지텔니?
아무도 없다.
모니터에는 계속 글자가 흘러가고 있다. 작동 중임을 나타내는 희미한 가동음이 귀에 들렸다.
크론시타트: 아무도 없어? 다들 어디 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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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조종실.
크론시타트: 여기도 없어. 이건…자동 조종 모드인가.
크론시타트: 딱히 고장난 것 같진 않네. 수동 조종으로 돌리는 건… 후우, 무리겠지.
크론시타트: 통신기는… 안 돼. 반응이 없어.
선내를 한번 훑어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크론시타트: ………머리가 아프군. 아까부터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야.
크론시타트: 동료들이 없어. 나 혼자서는 이 함의 조종도, 고장 수리도 불가능해…….
크론시타트: 작전은……실패, 로군.
크론시타트: 차라리 이대로 잠수함과 함께 실종되는 게 낫지 않을까?
크론시타트: ………비참하구나. 크론시타트.
크론시타트: 동료를 배신한 탓에, 심해에서 조난을 당하고, 모두에게 잊혀지고……. 꼴좋네…….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평소 같으면 뭔가 내용을 해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크론시타트: ………아직이야……….
의식이 「꿈」에 빠지기 전에, 아르한겔스크가 조작했던 마지막 절차를 떠올렸다.
크론시타트: 작전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어. ……설령 나 혼자서라도…….
크론시타트: 잊혀지는 건… 동료를 배신하는 건…….
크론시타트: 혼자 남겨지는 건…….
크론시타트: 절대 사절, 이야……!!
~26. 구출
잠수함. 조종실.
소브라지텔니: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아……으으윽…….
소브라지텔니: 하아, 하아……. 여긴……잠수함의 조종실…?
소브라지텔니: 모두 괜찮아!? 키예프! 볼가! 아르한겔스크!
키예프: ………시끄러워….
볼가: 으으응……. 저, 자고 있었던 걸까요…….
키예프: 으응…. 엄청나게 리얼한 악몽을 꿨어….
소브라지텔니: 해무에 휘말리고, 검은 용오름이 나타나고…. 그 후 충격파로 모두 쓰러지고――
키예프: 응. 키예프도 같은 꿈…….
소브라지텔니: 갑자기 모두 같은 꿈을 꿨다는 게 말이 돼!?
소브라지텔니: 생각났다! 크론시타트가 그랬어! 「꿈」을 꾸고… 그 다음 검은 파도에 휩쓸리면 의식이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볼가: 정말이다……. 저희도 그 큰 파도에 휩쓸려서 다시 돌아온 거겠죠!?
볼가: 그 아픔, 그리고 꺼림칙함…. 크론시타트는 우리보다 두 번이나 더 느꼈다니… 불쌍해요….
키예프: 그런데, 이번에는 왜 기억나지? 여기로 돌아오면 잊어버린다고 했는데….
소브라지텔니: 나도 모르겠어…. 크론시타트한테 물어보자!
----
잠수함. 싱크로 접속 설비실.
소브라지텔니: 크론시타트――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는… 깨어나지 않았어.
접속 설비 옆에 앉은 아르한겔스크는, 여전히 침대에 누운 크론시타트를 가리켰다.
볼가: 이건 대체……?
아르한겔스크: 나도 잘 모르겠어.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니, 크론시타트는 옆에서 이 상태여서…….
소브라지텔니: 이상한 꿈…. 아르한겔스크도 기억해? 크론시타트가 검은 파도인가 뭐라고 말했던 거.
아르한겔스크: 응. 처음 두 번째 「접속」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도 포함해서….
아르한겔스크: 그리고, 세 번째에서 마지막에 크론시타트는…….
아르한겔스크: …우리에게 포구를 겨눴지?
볼가: 네에. 그랬…어요….
소브라지텔니: 아니 아니, 그때 크론시타트는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니까!
소브라지텔니: 그리고 이대로 꺠어나지 않으면 어떡해!?
키예프: 혹시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거면 위험해….
볼가: 으음…. 저희가 크론시타트를 깨울 수는 없을까요…?
소브라지텔니: 깨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볼가: ……네?
소브라지텔니: 만약 「꿈」을 꾸게 하는 장치라면, 억지로 깨웠다간 정신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우선은 장치를 멈출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건 어때?
아르한겔스크: 물론 해봤어. 하지만… 멈출 수 없어서….
소브라지텔니: 으윽…. 그럼 안 되겠네. 이대로는 크론시타트가 위험해….
소브라지텔니: 그래! 생각을 뒤집어 봐! 크론시타트가 「꿈」에 사로잡혀 있다면, 「꿈」을 잘 끝내면 되는 거잖아!
키예프: ……! 우리,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거 같아.
키예프: 세이렌들이 이 부근을 순찰하기 시작했어.
소브라지텔니: 뭐라고!? 세이렌이 우릴 발견했단 말야?!
볼가: 일단 조사 기지로 돌아가요! 도박이지만, 동료를 이대로 둘 수는 없어요.
소브라지텔니: 그렇지만 저 운석과 접속하고 나서 꾼 꿈이니까, 만약 거리가 멀어져서 접속이 끊기면 어떻게 될지 몰라.
볼가: …! 그랬군요!
소브라지텔니: 그리고 크론시타트도 말했잖아! 부상할 때 세이렌에게 습격당하면 조금도 못 버틴다고.
소브라지텔니: 잠수함째로 당하면 크론시타트뿐만 아니라 우리도 전부 물고기 밥이 될 거야!
볼가: 그럼 어떻게 하죠…. 다행히 보급은 충분합니다만……. 구조를 기다린다던가…….
소브라지텔니: 생각해라 천재 메카닉.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 방법을…!
소브라지텔니: 그리고 크론시타트를 꿈에서 구출할 방법을……! 으그그그그극…!!
소브라지텔니: 일단은 더 깊이 잠수하자! 세이렌한테 들키면 본전도 못 찾아!
소브라지텔니: 이 잠수함으로 어디까지 잠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운석은 문제없을 거야!
소브라지텔니: 그리고 깊은 곳으로 갈수록 세이렌이 우릴 발견할 가능성도 낮아지니까, 시간을 벌 수 있어!
아르한겔스크: 그 수밖에 없겠네……. 하지만, 문제는 크론시타트를 구출한 뒤인데…….
아르한겔스크: ……구원…구조 신호?!
소브라지텔니: 응? 구조 신호… 이 수심에서는 무선 통신은 할 수 없을 텐데?
소브라지텔니: 어라? 그러고 보니 우리가 여기 온 건 분명 의문의 구조 신호 때문이었지!?
소브라지텔니: 신호는 설마 운석에서 오는 건가!? 저걸 증폭시킬 수 있으면 조사 기지에… 동료들에게까지 닿을 수 있겠어!
소브라지텔니: 그 다음 이 접속 기계의 출력도 올리면, 우리도 다시 크론시타트의 「꿈」에 뛰어들 수 있을 거야!
아르한겔스크: 기다려. 그럼 이 잠수함 조종은 괜찮은 거야? 접속 출력을 높이면 우리 모두 말려들 게 될 거야.
소브라지텔니: 그, 그건 이 잠수함의 자동 조종을 믿을 수밖에 없지….
소브라지텔니: 어디…. 짧은 시간이라면 세이렌에게 들키지 않는 자동 회피 루틴도 짜 넣을 수 있을 거야!
소브라지텔니: 뭐가 됐든 이대로 있으면 다 끝이야! 여기선 도박을 할 수밖에 없어!
아르한겔스크: 알았어. 구조 신호 조정에 접속 출력 상승. 자동 조종 조정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소브라지텔니: 금방 할 수 있어! 이 천재 메카닉의 활약을 잘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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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안에서 북방연합 함선들은 상황을 반전시킬 작전 준비를 서둘렀다.
설비실에서는 볼가가 접속 장치의 가동을 확인하면서, 크론시타트의 상태를 감시하고 있었다.
조종실에서는 회피 루틴 설정을 끝낸 키예프가 세이렌의 습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또 통신실에서는 아르한겔스크가 운석이 발하는 신호의 조정에 집중하고 있었다.
작업이 시작되고 나서 몇 시간 동안, 북방연합 함선은 극한 상태에서의 연계 속에서 각자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그리고――
소브라지텔니의 완성 구령을 끝으로,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소브라지텔니: 됐다! 완성! 이 천재 메카닉의 힘을 봤느냐!
소브라지텔니: 운석의 신호는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짓을 해버렸는데, 이걸 소유즈 쪽에서 잘 캐치했으면 좋겠는데….
아르한겔스크: 보증은 못하지만, 우리도 신호에 이끌려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 다른 동료들도 분명 느낄 수 있을 거야.
아르한겔스크: 그때까지 크론시타트를 구출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르한겔스크: 그렇지 않으면 동료를 잃고, 모두 후회하게 될 테니까.
아르한겔스크: 소브라지텔니. 그쪽은 정말 괜찮아? 급하게 준비했으니까 두 번 정도는 더 체크하는 게 좋겠어.
소브라지텔니: 벌써 체크했어! 모처럼 기계를 만지는 건데 한 번만으론 아까우니까!
아르한겔스크: 그래. 조사 기지로 돌아가서 이것저것 조사해보고 싶지?
아르한겔스크: 그러기 위해선 소유즈에게 다리를 놓아줄 크론시타트를 반드시 구해 내야겠네. 후후후.
키예프: 응. 다 같이…… 돌아갈 거야…!
볼가: 그럼 「접속」할게요? 다들 가능하면 편안한 자세로 있어 주세요~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하자, 볼가가 접속 기계의 기동 시퀀스를 재개했다.
볼가: 그럼 3, 2, 1…….
볼가: 저쪽에서, 다시 만나요!
~27. 파멸의 연산기구
크론시타트의 눈앞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크론시타트: ……갑자기 클라이맥스라는 거야?
타오르는 바다. 강철의 분묘. 이상 기상이 휘몰아치는 「훈련 해역」.
상상을 초월한 폭풍우에 유린당해, 모든 것이 파괴된 폐허의 바다.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대치하던 웅장한 함대는 이제 쇠 부스러기가 되었고, 그것을 두른 검은 용오름이 처절함을 조용히 나타내고 있었다.
불꽃. 연기. 검은색으로 물든 바다. 탁한 공기가 자아내는 종말의 풍경.
모든 것을 절망과 죽음으로 이끄는 광경 속에서, 「그것」만이 약동하고 있었다.
크론시타트: 마치… 생물 같아…….
크론시타트: 아니, 저건 처음부터 사람이었어…….
푹풍과 폭염이 몰아치는 가운데, 크론시타트는 엔진을 움직여 「그것」에 접근하려 시도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노력 끝에 크론시타트는 「검은 용오름」과 대치했다.
크론시타트: 너만 쓰러트리면, 내 작전은… 임무는 끝나는 거야…….
용오름의 중심――「리샤르」라고 자칭한 존재와 정면으로 시선을 맞댔다.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크론시타트는 그녀의 존재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어디선가 순진하고 광기에 찬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 날 쓰러트리고 싶어? 어째서?
크론시타트: 나는 임무를 완수해야 해.
???: 왜? 왜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데?
크론시타트: 널 쓰러트리고, 이 「꿈」을 끝내고, 무사히 북방연합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야.
???: 아니야 크론시타트. 동료가, 북방연합이 너를 이렇게 내몰았다는 걸 모르겠어?
???: 동료들은 네가 필요할 때만 너를 동료 취급해.
???: 북방연합도 네가 필요할 때만 너를 지원해.
???: 필요로 하지 않으면 동료도, 조직도, 진영도, 아무것도 없어.
크론시타트: 헛소리하지 마……!
크론시타트: 널 쓰러트리면, 이 운석의 비밀을 풀면, 동료들도 내게로 돌아올 거야……!
???: 하하하. 그래. 그렇겠지.
???: 날 쓰러트려도, 그건 “크론시타트가 강하다”라는 것밖에 증명해주지 않아.
???: 강한 힘은 두려움을 낳지. 동료에게도, 조직에게도, 진영에게도, 국가에게도 말야.
???: 다들 네가 강해지길 바랐지만, 정작 강해지니 두려워하기 시작해.
???: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인정해, 크론시타트. 나를 쓰러트려서 네가 영광을 얻을 리도 없고, 하물며 동료들이 돌아올 일도 없어.
???: 넌 고립되고, 기피당하고, 규탄 받고, 파괴당할 거야.
크론시타트: 아니야…. 넌 내 동료들에 대해서, 북방연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 아무것도 모르는 건 너야.
???: 모든 건 너를… 함선을 이용하기 위한 거짓말일 뿐.
???: 그래…. 친절하게 대해 주는 것도, 지지해 주는 것도, 존경해 주는 것도, 모두 거짓이야.
???: 너희가 인정받는 건, 너희를 아직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 만약 통제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 너를 공격하고, 너를 멸망시키러 올 거야. …쓸모 없는 무기는 폐기될 뿐이니까.
???: 그래도 인정할 수 없다면, 내게 그 힘을 보여줘봐.
???: 나를 쓰러트리고, 나를 멸하고, 나를 없애 보라고――!!!
~28. 임계점
의장을 떠난 포탄이 연이어 검은 용오름에 착탄하여, 파괴의 악장을 연주해 나갔다.
크론시타트: “사라져! 사라져! 사라져!!”
더 이상 감정을 제어할 수 없었다. 크론시타트는 파괴의 욕망에 조종당해 그저 모든 화기를 쏘아댈 뿐인 존재로 변했다.
반면 용오름은 충격파도, 파도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저 일방적으로 포화에 노출되고 있었다.
크론시타트: (이상해…. 폭풍을 쓰러트리려 하고 있다니….)
크론시타트: (상대는 그저 자연현상인데…. 이상해…. 그래도….
크론시타트: (그래도………….)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 이제 한계야? 나는 아직 아무런 피해도 없는데? 언니?
크론시타트: “닥쳐…… 아직 끝나지 않았어!!!”
지성이 갉아 먹힌다. 의식이 흐려져 간다. 아니야.
파괴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저 병기일 뿐이다. 아니야.
동료도, 북방연합도, 임무도, 작전도, 모두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야.
모두 다 틀렸어. 하지만 공격을 멈출 수 없다. 그런데도, 힘은 계속해서 강해진다――어디까지나, 계속.
크론시타트: “아하하하하하하하하!!!!!”
크론시타트: “이대로 죽어! 꺼져! 사라져버려―――!!”
「리샤르」는, 내 눈앞에 있다.
천사이자 악마와도 같은 미소를 띠고, 발끝을 세워, 작은 그 이마를 주포의 포구에 대고――
???: 힘내. 언니.
???: 조금만 더♪
크론시타트: 아니야…… 아니야…! 나는, 이런 게……!!
그럼에도 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모든 것이 검은색으로 물들고, 모든 것이 META로 변하는 그 순간에――
크론시타트의 앞에, 빛이 쏟아져 내렸다.
~29. 별빛 서리의 메아리
크론시타트: (………………………….)
크론시타트: (…………어…?)
크론시타트: (나는…………….)
검응 용오름도, 「리샤르」도, 잔해도, 훈련 해역도 어디에도 없다.
크론시타트는 낯선 콘크리트 홀 같은 곳에 있었다.
주변의 조명이 부드러운 빛으로 공간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크론시타트: (혹시 천국에 온 건가……?)
목적 없이, 크론시타트는 홀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그러자 눈앞에 갑자기 몰개성한 문이 나타났다.
크론시타트: (들어가볼까.)
문고리에 손을 대자, 방금 전까지의 하얀 콘크리트 복도는 어둑어둑한 방으로 바뀌었다.
바닥에는 종이 조각과 책이 널려 있었다. 발 디딜 틈도 없는 그 방에, 책상에서 뭔가를 적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이…….
??: 멘탈 큐브가… 그 아이가… 왜, 그런…….
??: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어!
탕! 힘껏 책상을 내리친 탓인지, 바로 옆에 있던 높이 쌓인 책더미가 흔들려 맨 위의 책 몇 권이 떨어졌다.
크론시타트: (위험해!)
서둘러 책을 받아 들려는 크론시타트였지만, 책은 그녀의 몸을 뚫고 그대로 책상으로 떨어졌다.
크론시타트: (뭐지…?)
??: 아야야야……….
??: 큭, 적어도 실험 데이터라도 있었으면…. 지금 내겐 아무런 권한도 없어….
??: 오스타 박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네. …지금은 정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내야 해!
??: 포기하지 마…. 포기하지 마 안쥬….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 보는 거야!
여성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주변 풍경이 다시 원래의 복도로 돌아왔다.
크론시타트: (무슨 연구자인가? 칠칠치 못하네…. 아니, 내가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
크론시타트: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마.)
복도를 걷다보니, 다시 문이 나타났다.
크론시타트: (이번엔… 다른 환상인가……?)
아까보다도 어두운 방에, 한 남성과 작은 소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심판자님. 계산이 종료되었습니다.
???: 드디어 끝났나! 이번엔 어떻지!?
?: 해당 세이프티 록이 소정의 설계 목표 사양을 실현할 수 있음을 계산에서 확인했습니다.
???: …그런가. 드디어 해냈구나.
?: 성공, 이라고 판정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안정된 사양을 원하신다면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만….
???: 이 정도로 해두자. 에너지 추출률과 안정성의 균형을 생각하면, 지금이 가장 좋아.
???: 그 이상으로 제한했다가 출력이 부족하게 되면 본말전도다..
?: 스페어가 될 안티 엑스에 대해서 신용하지 않으십니까?
???: 그런 건 아니야. … 그 녀석들은 안쥬가 꽤나 아끼고 있으니까.
???: 녀석의 말을 매일 듣다 보니, 그 각성이라는 포텐셜도 한번 보고 싶어지는군.
?: 「보놈 리샤르」 사건은, 「각성」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그럴 리가. 오히려 반대다. 「각성」이 아니라, 그녀들의 오리지널에 가까워지는 것과 같아.
???: 오리지널――즉 「오리진 큐브」로의 회귀 현상…. 안쥬라면 명칭을 잘 생각해냈겠지.
???: 아니,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닌가.
???: 안쥬가 움직일 수 없을 때는 나라도 일을 해야지.
???: 그래. 슬슬 우리 조력자에게도 이야기를 들으러 가보자.
어두컴컴한 방에서의 대화가 끝나자, 크론시타트는 다시 하얀 복도로 나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론시타트: (또 연구자인가? 그리고…… 조수?)
크론시타트: (아니, 조수라기엔 너무 젊어. 저건 딸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겠군.)
크론시타트: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후우… 이럴 때 소브라지텔니가 있었다면….)
크론시타트: (소브라지텔니…… 누구지?)
크론시타트: (모르는 이름이야… 하지만 어쩐지 그리운 느낌이 들어….)
크론시타트: (소브라지텔니……… 소브라지텔니…… 앗.)
떠오른 이름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자, 눈앞에 세 번째 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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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환상은…… 무슨 의사당, 또는 홀 같은 장소다.
??: 여기 뭐라도 써두는 게 좋을까?
■■■: 록의 최종 단계. 각성…. 아니면 그 반대로 도달하기 직전일 것이다.
??: 딱히 상관없잖아? 이스터 에그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쓰면 되지 않아?
??: 이걸 읽는 아이에게, 어쩌면 비극을 이겨낼 용기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 솔직히 그런 말을 들으면 매우 부끄럽지만, 안쥬의 제안… 무엇보다 그녀의 천재적인 직감을 믿기로 했다.
■■■: 하지만, 첫 번째로 쓰는 건 내가 아니라, 그녀다.
??: 우왓, 뭐든지 처음은 제일 난이도가 높다고.
??: “예이~ 지금 이걸 읽고 있는 함선군. 해피한가?”
■■■: 부디 그러길 바라지만, 현실은 꽤 냉정하다.
??: 그, 그렇긴 해…. 그럼 이건?
??: “정신 차려, 창조주의 아이야.”
??: “너는 무수한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으로 만들어진 기적 그 자체.”
??: “그러니까…… 어둠에 지지 마! 힘내!”
??: 이러면 됐나?
■■■: 진지한 듯, 가벼운 듯…. 아마 그녀는 전자로 생각하고 말했겠지.
??: 아니 그러니까 이런 거 잘 못 한다니까!
??: 자! 다음은 네 차례야!
■■■: 사실대로 말하면, 아직 부끄러움이 가신 건 아니지만…….
??: 나한테만 시키는 건 불공평해! 자, 얼른―!
■■■: 그렇다면――
→ “사랑하는 존재와 사랑해주는 존재를 위해, 포기하지 마.” ①
→ “끝까지 견뎌. 아직 돌아갈 곳이 남아 있으니까.” ②
→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또 보고 싶어.“ ③
→ “모항으로 돌아가면, 한 잔 어때?” ④
→ “삐비빗. 치명적인 오류 발생. 즉시 종료하라.” ⑤
→ “………………….” ⑥
① 크론시타트: 포기하지 마……. 나는… 무언가를 포기한 건가?
② 크론시타트: 돌아갈 곳……. 내게도 아직 남아 있는 걸까?
③ 크론시타트: 보고 싶어? 무슨 말이지? 권유…?
④ 크론시타트: 전장에서 하면 안 되는 말이네…….
⑤ 크론시타트: 어떻게 종료하는데? 애초에 이거 무슨 프로그램이야?
⑥ 크론시타트: 하아……. 적당히 아무 말이라도 하지.
크론시타트: 재밌는 사람들이네.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크론시타트: 한쪽은…… 그래. 아까도 있었던 여성 연구자인가.
크론시타트: 다른 쪽은…… 전혀 안 보여. 누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크론시타트: 그 연구자, 천재라고 그랬었지. …소브라지텔니도 자칭 천재 메카닉이고.
크론시타트: 그리고 키예프와 볼가, 아르한겔스크도………….
크론시타트: …………………………!!
크론시타트: 그래! 소브라지텔니, 키예프, 볼가,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내 동료들…. 나는 잊지 않아! 잊어버리게 두지 않겠어!
크론시타트: 이러고 있을 수는 없어…. 내겐 아직 임무가, 아직 북방연합이 있어!
크론시타트: 듣고 있지! 날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줘!
크론시타트: 나를…… 그 「미래」의 끝으로 돌려보내줘!
----
「фатальная ошибка」
「록 해제: 99.7%」
「록 해제: 83.5%」
「록 해제: 65.9%」
「록 해제: 41.6%」
「록 해제: 10.2%」
「록 해제: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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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났던 오감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삼켜졌던 의식이 뿜어져 나왔다.
배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이성과 감정이, 다시 되살아났다――
크론시타트: 콜록콜록콜록!! 이걸로 몇 번째지…!?
크론시타트: 이 이상은 봐달라고…. 악몽의 데스 매치도 아니고….
아르한겔스크: 크론시타트! 돌아왔구나!
아르한겔스크: 너무 푹 자고 있어서, 강제로 흔들어 깨울까 고민하던 참이었어.
크론시타트: 그래서 온몸이 아프구나……. 역시 아르한겔스크――
아르한겔스크: 아직 안 했어. 뭐 원래 세계로 돌아간 다음에는 어떻게 할진 모르겠지만.
크론시타트: 후후, 그거 기대되네.
아르한겔스크: 그래서, 어쩌지? 다행히 여기 다 모인 건 좋은데, 무슨 방안 있어?
크론시타트: 그래. 정보는 충분히 모았어. 이제 내 취향대로 할 거야.
볼가: 무리하지 말아요? 여긴 저희에게 맡기고, 일단 물러나도 괜찮으니까요.
소브라지텔니: 그래! 여기는 이 천재 메카닉인 나한테 맡겨!
키예프: 우리, 이 녀석을 쓰러트리면 되는 거지?
크론시타트: 기다려 봐. 자연현상은 쓰러트릴 수 없어. 하지만――
소브라지텔니: 무슨 소리야? 지금 녀석이 멈춘 사이에 공격하지 않으면 또 그 파도에 휩쓸릴 거야!
검은 용오름이 아직 몰아치고 있긴 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압도적인 위상과 광기는 더는 없었다. 그거 자연의 맹위를 휘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크론시타트: (기백이 느껴지지 않아. 이제 보여 주고 싶은 건 다 보여줬다… 라는 건가?)
크론시타트: (아니면 여기서부터는 “보여 주는” 게 아니라 그저 뒤처리라는 건가?)
크론시타트: (확실히 자연현상을 포격으로 없앤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나도 참, 그땐 왜 그랬지.)
크론시타트: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임무를 완수한다. 동료들과 함께 여기서 탈출해서, 회수한 데이터를 북방연합으로 가져갈 거야!
크론시타트: 그걸 방해할 셈이라면, 이 크론시타트, 동료와 함께 맞서겠어!
크론시타트: 전 함, 검은 용오름의 중심부를 향해, 화려하게 포격을 퍼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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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잠수함 Сулико(술리코). 최대 심도에 도달.”
“충격까지, 3, 2, 1――”
“……………”
특수 잠수함이 착저하면서 일어난 진동은, 운석과 그 주변 해역의 환경을 크게 바꿔놓았다.
해역에서 활동하던 세이렌은, 그것에 적응하듯이 행동 패턴을 바꿨다――
세이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주변 조사에 지장이 생겼고, 또한 작전 내용과도 관계있어서 잠시 후 대규모 수색은 중단되었다.
하지만 북방연합의 함선은 어느 누구도, 이곳에 그들의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녀들은 찾고 있다. 동료들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단서를. 그녀들은 기다리고 있다. 동료들을 구출할 수 있는 기회를.
그래. 구조 신호의 샘플을 가진 「미코얀」의 발견과, 지휘관이 이끄는 함대의 빙산 요새 공략을――
~30. 귀환
조사 기지 주변 해역.
구조 신호를 따라 북방연합의 특수 잠수함은 심해를 전진했다.
과거 세이렌 활동으로 심해 조사가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이 해역도, 지휘관과 함선들의 활약으로 본격적인 조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타슈켄트: 벨로루시야. 전방에 세이렌 잠수함을 발견했어.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이 한 방으로 정리하겠어. 타슈켄트. 제대로 노리고 쏴.
타슈켄트: 아 그래. 목표 조준…… 발사!
타슈켄트: …3, 2, 1 …착탄 확인. 해치웠어.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후우…. 무기를 탑재하길 잘했네. 지휘관을 태웠을 때의 데이터가 도움이 되었어.
아브로라: Сулико(술리코)보다는 완성도가 높으니까요.
아브로라: 하지만 그 아이들은 괜찮을까요…. 함체가 찌그러지진 않았다고 해도, 에너지나 보급이…….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모르겠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년 단위로 버틸 수 있는 물자는 있었지만, 함선이라도 그 환경에서는 오래 있기 힘들어.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그녀들이 무사하기를 빌 수밖에.
아브로라: ……………….
타슈켄트: 있다! 크론시타트 함대의 잠수함…!
아브로라: ……미리 각오를 해둬야겠네요.
아브로라: 벨로루시야. Сулико(술리코)에 접근하세요! 북방연합의 영웅들을 맞으러 갑시다!
~31. 생환
북방연합.
북방연합에서 열린 열병식이 끝난 후, 소비에츠키 소유즈는 크론시타트와 재회했다.
심해에서의 귀환은 많은 동료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 게다가 운석… 그리고 「접속」을 통해 얻은 귀중한 데이터는 북방연합의 미래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게 되었다.
크론시타트: 그대로구나. 내가 아는 북방연합과.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이곳은 언제까지고 저희가 돌아올 장소니까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오는 길에 불편하진 않았습니까?
크론시타트: 특등석이었으니까. 푹 쉬면서 왔어.
크론시타트: 우리 천재 메카닉도 엄청 좋아하던데. 그 조사 기지로 또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서.
크론시타트: ……….
크론시타트: 설마, 정말 북방연합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저희도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들을 발견한 벨로루시야와 아브로라 역시――
크론시타트: 함내는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았던 느낌이었다고?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당신들은 그 안에서 저희가 깨울 때까지 계속 잠든 상태였습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로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마치, 그 안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말입니다.
크론시타트: ……이제 생각하는 건 관두자. 아무리 잠수함이 얼음층을 들이받았다고 해도 함내 상황까지 동결되었을 리는 없겠지.
크론시타트: 나 참. 고작 세이렌 기술의 일부였는데도 이 정도로 효과가 있다면, 놈들이 왜 저 운석에 집착하는지도 알겠군.
소비에츠키 소유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휴가든 훈련이든 현장 복귀든, 당신의 뜻을 존중합니다.
크론시타트: 북방연합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어. 소유즈.
소비에츠키 소유즈: 감사합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어서 오십시오. 크론시타트 동지.
크론시타트: 네. 방금 귀환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동지.
크론시타트: ……기다리게 했구나!
~32. 미아
로열 본섬. 왕궁.
널찍한 복도에서 로열 메이드 서포크는 파일 뭉치를 안은 채로 달리고 있었다.
예정에 맞춰 알람을 설정해놨지만, 땡떙이치고 싶은 마음에 태엽을 돌리는 것을 잊어버려서 완전히 지각 일보 직전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지름길을 찾았지만, 한번도 안 가본 길이라 오히려 더 헤매게 되었다.
서포크: 으으… 지각이다~
서포크: 하아하아…. 어라? 길을 잘못 들었나요? 이렇게 멀지 않았던 거 같은데?
서포크: 호, 혹시 미아가 된 건가요?
정신을 차려보니 화려하게 장식된 복도가 아니라, 어딘지 무기질한 벽에 둘러싸인 시설로 들어와 있었다.
아마도 왕궁의 지하일 테지만, 구체적으로 어딘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서포크: 폐, 폐하의 왕궁에서 미아가 되어버렸어요….
서포크: 메이드장에게 들키면 하루 종일 설교를 들을 거예요오~
???: 어머, 서포크잖아요? 드문 손님이네요.
서포크: 히익!?
서포크: 거기, 누구세요――?
???: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후후후. 메이드대가 미아가 되다니 신기해서요♪
서포크: 넵튠! 왜 이런 데 있나요?
서포크: 아니지, 폐하께 자료를 전해드려야 하는데 지각해버려요!><
넵튠: 그렇군요~ 자료를 전해드리러 가던 도중이었군요.
넵튠: 그럼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서포크: 정말요? 고마워요 넵튠, 덕분에 살았어요~
서포크: 후우…. 이제 메이드장에게 설교 들을 일은…….
셰필드: 그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이미 지각이니까요.
서포크: 셰피!? 으으, 역시 안 됐나요….
서포크: 그런데 여긴 어딘가요?
서포크: 폐하께 자료를 전해드리려 했는데, 왜인지 여기로 흘러들어와서….
셰필드: 그렇군요. 너무 갑작스런 이전이라 통로 설계는 아직 허술한 것 같네요.
서포크: 응……?
셰필드: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곳은 골동품 진열실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바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서포크: 고마워요 셰피~!
셰필드: 아뇨,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셰필드: 폐하께서는 이곳에 대해선 비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서포크: 알겠습니다! 지금은 폐하께 혼나기 전에 서둘러야겠어요! 셰피, 더 빨리 부탁해요~!
~33. 별의 바다
유니온. NY시티.
「재현」에 대해 상층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새러토가는 회의실에서 혼자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각 진영 간의 연락 부족에 의한 비상사태의 위험성. 세이렌의 급습. 지휘관의 대응…….
몇 시간 뒤, 마침내 결심을 한 새러토가는 행동에 나섰다.
새러토가: 솔직히 별로 좋진 않지만,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어….
새러토가: 지금대로라면 지휘관도, 다른 진영 애들도 위험하고.
새러토가: ………….
새러토가: 새러토가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거야! 이제 이것밖에 없어!
새러토가: 적어도, 지금 이상으로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진 않을 테니까!
보안 대책이 엄격하게 걸린 통신기를 꺼내들고, 새러토가는 어느 채널을 향해 발신을 시작했다.
TB: 통신회선을 확인했습니다. 정보 보안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TB: 통신자 권한 확인 중――――――
TB: 유니온 소속, 항모 새러토가임을 확인.
TB: 권한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지시를 바랍니다.
새러토가: TB. 「별바다」에 있는 알래스카에게 연결해줘.
새러토가: 슬슬 지휘관에게도 우리 유니온의 레인보우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줘야겠어….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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