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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하는 홍채의 탑

킹루클린 2023. 3. 18. 09:43
 ~01. 홍채의 다리
 
――???――
 
어둠이 드리운 공간. 비스마르크의 심복, 특별계획함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는 조용히 동료들의 보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티르피츠: 로열의 스캐퍼 플로 확보 이후, 현재까지 각 진영에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티르피츠: NA해역이나 버뮤다에서의 공동작전 및 조사활동은 우리 철혈도 협력하고는 있지만――
 
티르피츠: 진영 상층부는 아직 우리의 목적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아.
 
티르피츠: ……보고는 이상이야. 계속해서 “기다리겠어.”
 
티르피츠의 연락이 끝나고, 또 하나의 입전이 표시되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는 손가락으로 패널을 가볍게 두드렸다.
 
U-47: U-47이야. 아―, 음…. 아비터인지 뭔지 하는 놈의 조사는… 진척 없음.
 
U-47: 스페어 보디 같은 놈하고는 만나긴 했지만, 이 이상 정보를 캐낼 수 있는 놈은 없는 거 같아.
 
U-47: 계속 조사할게.
 
동료들의 보고에 일일이 대답할 필요는 없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는 그저 흘러들어오는 정보를 살피고, 귀 기울여 흡수할 뿐이었다.
 
페터 슈트라서: 「미드가르드의 탑」의 파츠, 그리고 전력 수송은 완료됐어.
 
페터 슈트라서: 홀로그래픽 재밍의 작동도 정상이고, 주변에 적의 낌새는 없어. 작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지.
 
페터 슈트라서: 그럼, 작전을 입안하는 경의 판단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조립을 시작하렴. 다음 지시는 곧 전달할 테니.
 
페터 슈트라서: 알겠어.
 
흘러들어오는 정보를 흡수, 반추하여 다음 결과로 이끄는 지시를 반복한다. 마치 「Dirigent」――교향곡을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그런 지휘자인 그녀에게 진언하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
 
프린츠 오이겐: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 내가 현장에 가지 않아도 괜찮겠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제한된 자원을 한곳에 모두 투입할 수는 없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네가 실수하면 비스마르크의 의도도 충분히 실현되지 않을 거란다.
 
프린츠 오이겐: 충분히 실현되지 않는다, 라……. 완전히 무의미하게 되는 건 아니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글쎄.
 
프린츠 오이겐: ……당신 말을 믿을게.
 
프린츠 오이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중앵의 손님에게 보여줘도 괜찮을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상관없어. 단, 데이터 전송에 장애가 생겼을 때는 일시 중단한다고 전하려무나.
 
프린츠 오이겐: 물론. 이렇게까지 리스크가 큰 작전을 잘도 다른 곳에 보여줄 생각을 했구나.
 
프린츠 오이겐: 이렇게나 귀중한 영상이니, 일시 중단되었다고 불평할 리가 없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거 다행이구나.
 
프린츠 오이겐: 행운을 빌어. 이만 끊을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
 
순간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프리드리히는 이내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띠며 다시 패널로 눈을 돌렸다.
 
「로열」, 그리고 「북방연합」. 두 진영의 문양이 표시된 패널에 손가락을 뻗었다.
 
――상층부의 지시로 「레드 액시즈」와 교전 중인 「아주르 레인」.
 
각 진영의 연락책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프리드리히는 다음 통신을 연결했다.
 
마르코 폴로: 초대해줘서 고마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사디아 소속 특별계획함, 마르코 폴로. 예정보다 조금 빠르구나.
 
마르코 폴로: 그래? 조금 빠르든 늦든 자잘한 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난 여러 모로 바빠서.
 
마르코 폴로: …………반응을 보아하니 혹시 타이밍이 나빴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래. 그리고 이 채널은 긴급 연락용이야.
 
마르코 폴로: 그랬어!? 그럼, 미안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뭐, 괜찮단다.
 
로열이나 북방연합과의 대화를 알아차렸으면 조금 곤란했을 테지만… 다행히 마르코 폴로의 연락은 그 후였다.
 
마르코 폴로: 예정대로, 네 작전을 지켜보겠어.
 
마르코 폴로: 다만 실시간은 아니고 나중에 기록을 확인하는 형태로 말야. 다른 일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는 건 유감이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유감이네. 원래는 직접 보았으면 했지만.
 
마르코 폴로: 마음만 받을게. 우리끼리 얘기지만, 성좌의 「보물」 건으로도 벅차서.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이리스의 힘마저 받아들여 사디아의 위광을 넓힌다라…. 미력하나마 나도 응원하겠어.
 
“아무래도 사디아와 아이리스는 이번 작전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되뇌고, 프리드리히는 오늘의 마지막 연락――그리고 본 작전의 담당자에게 연결했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빛나는 패널은 2개 남아 있었다.
 
……………….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드디어 작전을 개시할 때가 왔군.)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무대도 배우도 갖추어졌어. 자, 가락을 연주하자.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악장을, 곡목을, 차분히 즐겨줘――
 
 
 
철혈의 세이렌 기술 리버스 엔지니어링.
세이렌 개체의 성능 조사와 재현, 시설 제어, 특수 병기 기술의 응용, 그리고 세이렌의 존재 그 자체의 의문을 풀기 위한 「특이점 조사」 작전.
일찍이 기술 등 여러 가지 제한으로 인해 행할 수 없었던 조사 작전도 부유 요새에서의 실험, 중앵과의 접촉, NA해역에서의 반격 작전을 거쳐 마침내 실현 가능하게 되었다.
――계획의 핵심, 장치 「미드가르드의 탑」.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특이점」을 잇는 가교로서, 인류의 세이렌에 대한 인식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비프로스트」.
이 싸움에 필요한 것은, 철혈의 자랑인 기술의 힘,
그리고――
「신」에게 맞서려는, 용기.
 
 
 
 ~02. 탑으로
작전해역. 아침.
 
수평선에 떠오른 아침 해가 작전에 참여하는 철혈 양산함 대함대를 비추고 있었다.
 
철혈의 모든 전력을 집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그 숫자는, 이번 작전의 규모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양산함이 나아가는 맞은편에는, 거대한 링 모양의 시설군이 있었다.
 
엘베: 「미드가르드의 탑이군요…. 설마 이렇게 빨리 완성될 줄은 몰랐어요.
 
마그데부르크: 우효― 이거 장관이구만. 지금부터 저 안에 들어가서 날뛰는 거지?
 
U-1206: ………U-1206, 부상!
 
주변 해역의 초계를 마치고 귀환한 잠수함 U-1206은 자못 흥미에 가득 찬 눈으로 먼발치서 시설을 바라보고 있었다.
 
U-1206: 주변에 적의 낌새는 없어―― 이번엔 이상한 적은 안 나왔으면 좋겠네― 뭐 그렇게 맘대로 될 리는 없지만―
 
엘베: 흐흥. 그런 분위기를 못 읽는 나쁜 아이가 있다면 체벌이 필요하겠네요.
 
마그데부르크: 그래. 단단히 혼내줘야지!
 
페터 슈트라서: 아무래도 전원 도착한 것 같군. 본 작전의 시설관리자, 페터 슈트라서야.
 
엘베: 페터! 여전히 시간 관념 확실하네요!
 
엘베: 부유 요새도 대단했지만, 설마 여기에도 이렇게 대단한 시설을 만들다니!
 
페터 슈트라서: 그래. 경도 이상한 장난일랑 칠 생각 말고 일에 집중하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페터 슈트라서: 그럼 간략하게 말할게. 특이점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은 경들에게 시설을 소개하겠어.
 
페터 슈트라서: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미드가르드의 탑」. 별로 탑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에는 일절 대답할 수 없어.
 
마그데부르크: 이 시설군이 전부 「미드가르드의 탑」인가?
 
페터 슈트라서: 그래. 부유 요새의 설비를 사용해서 파츠를 제조하고, 여기서 전체를 조립했어.
 
페터 슈트라서: 파츠라고 해도 정확히는 하나하나가 작은 부유섬인데.
 
페터 슈트라서: 운반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 세이렌 시설의 동력을 그대로 이동용으로 사용하면.
 
엘베: 뭐, 지금까지는 부유 요새에서 다 봤죠.
 
페터 슈트라서: 엘베의 말대로야. 이곳의 기본은 요컨대, 기존 기술의 유용이지.
 
페터 슈트라서: 상층부나 다른 진영에 들키지 않도록 홀로그래픽 클로킹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페터 슈트라서: 지난번 로열과의 「재현」처럼, 마음만 먹으면 대함대의 홀로그램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편리하지.
 
페터 슈트라서: 그리고 이 「특이점」 속으로 돌입하는 건 경들을 중심으로 한 조사함대야. 리더는 울리히… 울리히?
 
엘베: 울리히, 부르고 있어요.
 
울리히 폰 후텐: ……….
 
페터 슈트라서: 있지? 여전히 말이 없구나. 경은.
 
울리히 폰 후텐: 신경 쓰지 마. 대답 안 한 내 잘못이야.
 
울리히 폰 후텐: 방금은 이 시설에 압도되어서 아무 말도 못한 거라고 생각해줘.
 
울리히 폰 후텐: …이야기를 되돌려서, 울리히 폰 후텐. 이 작전의 현장 지휘를 맡게 되었다.
 
페터 슈트라서: 그럼 「미드가르드의 탑」 시설의 사용 권한과 양산함대의 지휘권을 인도할게.
 
울리히 폰 후텐: 고마워. 그리고 한 가지만. 시설 기동 후에는 위장 시스템―― 홀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가?
 
페터 슈트라서: 시설 작동 중에 사용할 수 있다는 보증은 없어.
 
울리히 폰 후텐: 못 쓴다는 건 아니로군.
 
페터 슈트라서: 그래. 어쨌든 「특이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가 움직이는 거야. 프로젝팅이 잘 기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울리히 폰 후텐: 알겠다. 「특이점」 조사가 시작되면 선처하도록 하지.
 
울리히 폰 후텐: 그럼 사설은 이 정도인가. 현지에서 합류하자.
 
페터 슈트라서: 정박지의 좌표를 보냈어. 그럼 이따 보자.
 
 
 
 ~03. 출격 준비
철혈 시설. 부두.
 
엘베: 아까부터 한 사람이 부족한 거 같은데, 누구죠?
 
마그데부르크: 아―, 아마 아달베르트일 거야. 작전 중이 아니면 언제나 그러니까.
 
U-1206: 작전까지 얼마 안 남아서 다들 두근두근하지만, 아달베르트 씨는 항상 편안해!
 
U-1206: 아까도 “밥 먹을 때 불러”랬어!
 
U-1206: 후후후. 실은 이제 거의 시간이 다 됐는데…….
 
프린츠 아달베르트: 호―이. 불러서 돌아왔어.
 
U-1206: 아차! 정신 차리고 보니 아달베르트 씨한테 말 걸어 버렸다!
 
마그데부르크: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야? 시설 바깥? 뭐 이상이라도 있었어?
 
프린츠 아달베르트: 없어―. 지금은 모두 얌전히 항구에 있는 설정이니까.
 
프린츠 아달베르트: 페터 말대로면 특이점을 기동하면 들키고, 주변의 세이렌도 경면해역인가? 하고 다가올 테고.
 
프린츠 아달베르트: 아, 방금 했어. 준비운동. 전투에서 바보짓 안 하려고.
 
마그데부르크: 바보짓이라니…. 하고 싶은 말은 알겠어. 다음부턴 나도 불러. 단독행동은 안 된다고.
 
마그데부르크: 그럼 슬슬 밥시간이니까, 다 같이…….
 
프린츠 아달베르트: U-1206은? 아까 밥 먹을 때야―라고 하지 않았나.
 
마그데부르크: 아마 먼저 식당으로 갔겠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엘베도, 숨어 있는 거 다 보여.
 
엘베: 어머, 그랬나요? 저를 찾는데 10초는 더 걸릴 줄 알았는데――아야야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아달베르트는 엘베에게 다가가서 볼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엘베: 장난쳐서 죄송해요!
 
그때, 멀리서 다른 함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린츠 하인리히: 피제, 진짜 오늘이 틀림없지??
 
Z46: 하인리히. 시끄럽다만….
 
프린츠 하인리히: 오늘 작전이 시작되면 겨우 해방된다고 생각하니까――
 
프린츠 하인리히: 휴식! 드디어 휴식이야! 요 며칠간 적도 없고 페터한테 붙잡혀서 매일 공부만 하느라 엄청 힘들었어―!
 
Z46: 작전 행동 중이다. 긴장을 늦추는 건 그 다음 일이야.
 
프린츠 하인리히: 아이젠 군도 쉬었으면 좋겠지! 그치? 봐봐 아이젠 군도 뾰로통해져 있잖아! 그치! 아이젠 군!
 
Z46: 네게 휘둘려서 지친 것으로 보인다만…….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이, 하인리히―
 
프린츠 하인리히: 아달베르트 군! 오랜만이야! 여긴 왜 왔어?
 
프린츠 아달베르트: ………?
 
프린츠 하인리히: 응? 나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
 
Z46: 작전 개요, 설마 읽지 않은 건가?
 
프린츠 하인리히: 아…… 확실히 “읽었다”……라고 보고는 했는데……. 그치만 페터가 있으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프린츠 아달베르트: 하나도 안 변했네―
 
프린츠 아달베르트: 우리, 특이점 내부를 조사하러 가는 거야.
 
마그데부르크: 그래서 지금은 점심을 고대하며 수다를 떠는 중이지.
 
프린츠 하인리히: 그렇구나! 아, 그러고 보니 기재의 최종 확인, 방금 끝났으니까….
 
프린츠 하인리히: 나머지는 페터와 울리히의 미팅이 끝나면 드디어 작전 개시! 라는 건가?
 
프린츠 하인리히: 미팅 아직 안 끝났지?
 
엘베: 아직인 것 같아요. 울리히는 저래봬도 꽤 깐깐한 타입이니까요.
 
프린츠 하인리히: 그래? 울리히는 그런 타입이구나…….
 
Z46: 하인리히가 작전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면 페터 못지않게 화를 낼 텐데.
 
프린츠 하인리히: …지, 지금 작전 개요 다시 읽고 올게! 나중에 봐!
 
마그데부르크: 점심은 어쩌고!? …아아, 벌써 가버렸네….
 
Z46: 그럼 이 시설의 식당으로 안내하지. 나를 따라와라.
 
Z46: 하인리히는 걱정할 필요 없다. 다 읽으면 식당으로 올 테고, 안 오더라도 나중에 내가 식사를 전해주러 갈 테니까.
 
 
 
 ~04. 역할 분담
철혈 시설. 부두.
 
진동은 철혈 함선들이 식사를 마친 직후 일어났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이. 식기도 바닥도 흔들리는 거 같지 않아…?
 
페터 슈트라서: 특이점 생성 장치가 작동해서 그래.
 
프린츠 하인리히: 페터, 수고했어! 우리는 이 특이점 바깥 시설들의 경계를 맡는 거지?
 
페터 슈트라서: 그래. 울리히 함대가 특이점 조사를 마치고 탈출할 때까지 경계를 게을리해선 안 돼.
 
프린츠 하인리히: 잘 끝나면 오랜만에 비번이다! 다행이야, 아이젠 군!
 
페터 슈트라서: 잘 끝나면 말이지. 에너지를 위장해서 특이점으로 돌린 지금, 세이렌들도 슬슬 이 시설을 알아차렸을 거야.
 
프린츠 하인리히: 하하하. 식후 운동으로는 딱 적당하겠네.
 
베저: 여기는 베저. 상황을 보고한다.
 
베저: 페터 말대로 세이렌이 벌써 이곳을 눈치 채고 접근하는 중이야.
 
페터 슈트라서: 벌써? 예상보다 빠르군.
 
U-1206: 음~ 그리고 좋은 소식하고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쪽부터 들을래?
 
페터 슈트라서: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어.
 
U-1206: 좋은 소식은 접근하는 세이렌은 대부분 양산형이라는 거야.
 
U-1206: 나쁜 소식은… 다들 일직선으로 이쪽을 향해서만 오고 있어. 마치 여기 시설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엘베: 그런가요…. 그보다 당신 방금 전까지 식당에 있지 않았어요!?
 
U-1206: 베저가 출격하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따라가 버렸어!
 
마그데부르크: 그래서 밥을 안 먹은 건가…….
 
U-1206: 괜찮아! 베저가 다른 식당에 데려다줬어!
 
U-1206: 그보다 특이점에는 아직 안 들어가는 거지? 우선은 세이렌을 청소하는 게 좋지 않을까?
 
페터 슈트라서: 그래. 지키기보다 공격하라, 라는 거지.
 
페터 슈트라서: 단, 경들 탐색함대는 특이점 생성 지점에서 준비하도록. 울리히는 벌써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프린츠 아달베르트: 너희만으로 괜찮겠어?
 
페터 슈트라서: 걱정할 시간이 있다면 준비나 마저 하도록 해. 경들을 특이점으로 무사히 보내는 게 우리 임무야.
 
페터 슈트라서: 그리고 특이점을 탐색하고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경들의 임무. 부디 잊지 마렴.
 
프린츠 아달베르트: 알겠어―. 그럼 엘베, 마그데부르크, 그리고 U-1206.
 
프린츠 아달베르트: 울리히를 계속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하니까, 얼른 합류하자.
 
프린츠 아달베르트: 하인리히도 여기서 전투 열심히 해―
 
프린츠 하인리히: 괜찮아 아달베르트 군! 밥도 든든히 먹었으니까 이제 한바탕 놀아볼까 하던 참이었어.
 
프린츠 하인리히: 자, 출격이다! 아이젠 군! 페터!
 
 
 
 ~05. 이상한 겉모습?
철혈 시설. 특이점 발생 장치.
 
U-1206: 이게 「특이점」이구나…. 좀 요상한 모양인데…?
 
마그데부르크: …응? 뭐가?
 
엘베: 이상한… 고리 같네요….
 
프린츠 아달베르트: 도넛 같네~ 반짝이는 건 컬러풀한 초코 토핑―
 
U-1206: 응응! 그 고리! 그보다 왜 도넛인데?? 어딜 봐도 빛나고 있잖아!
 
엘베: 맞아요! 도넛처럼은 전혀 안 보여요!
 
마그데부르크: 뭐, 고리처럼 생긴 건 마찬가지지만…. 음식으로 보이는지는… 아니, 그거 가지고 만담할 때냐?
 
엘베: 네. 이 이야기는 중지입니다. 정말이지, U-1206이 이상한 얘기를 하니까.
 
마그데부르크: 그래그래……. 뭐 달리 할 일도 없고…. 하인리히 쪽은 싸우고 있는데 우리는 대기라니.
 
울리히 폰 후텐: 서두르지 마라. 시간이 걸리는 건 일부 방어시설에도 에너지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마그데부르크: 그거 힘들지 않아!? 우리도 도와야 되는 거 아냐?
 
울리히 폰 후텐: 다른 사람 일은 생각하지 마. 상황은 예상대로다.
 
울리히 폰 후텐: 서로 맡은 역할이 다른 거야. 우리가 특이점에 진입하면 증원은 없다. 힘을 헛되이 소모하지 마라.
 
울리히 폰 후텐: 페터라면 이 정도 적은 손쉽게 물리칠 수 있을 거야.
 
마그데부르크: ……아, 알겠어!
 
 
 
 ~6. 기동
페터 슈트라서: 미안. 기다리게 했군.
 
울리히 폰 후텐: 상황은?
 
페터 슈트라서: 전투는 곧 끝날 거야. 일단 하인리히가 맞닥뜨린 적들은 방어시설로 쉽게 격파할 수 있었어.
 
페터 슈트라서: 에너지는 특이점 발생 장치로 돌리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울리히 폰 후텐: 고맙다, 페터.
 
울리히 폰 후텐: 특이점 돌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점검을 실시해라.
 
U-1206: 울리히는 이 특이점이 뭘로 보여? 도넛?
 
프린츠 아달베르트: 아직도 그 얘기야…?
 
울리히 폰 후텐: 유치한 얘기 하지 마.
 
울리히 폰 후텐: 미드가르드의 탑…. 비프로스트가 아니라 「탑」인가.
 
U-1206: ……무슨 말이야?
 
울리히 폰 후텐: 아무것도 아니다. 신경 쓰지 마라.
 
울리히 폰 후텐: (천상과 죽은 자의 나라를 잇는, 미드가르드라.)
 
울리히 폰 후텐: 비프로스트가 아니라 탑이라면, 우리는 “위로” 올라가는 건가, 아니면 “아래로” 내려가는 건가.
 
프린츠 아달베르트: 위아래…? 특이점은 그런 거야?
 
울리히 폰 후텐: 모른다. 특이점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적어. 실제로 들어가보지 않으면 상황을 알 수 없어.
 
거대한 굉음과 함께 시설 중심부 바다가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말려 올라가, 빛을 내뿜는 폭풍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페터 슈트라서: 특이점은 안정적인 것 같군.
 
페터 슈트라서: 특이점을 안정시키는 건 계산상 시간 상한이 있어. 서둘러서 작전 시간이 끝날 때까지는 돌아와.
 
페터 슈트라서: 시간 낭비는 목숨과 직결되어 있다는 걸 잊지 마! 돌입 준비가 끝나면 곧바로 작전을 개시한다!
 
울리히 폰 후텐: 아아, 알고 있어. 이제부터는 우리 차례다.
 
울리히 폰 후텐: 시계를 맞춰라. 좋아. 탐색함대 전원, 지금부터 지시를 내리겠다.
 
울리히 폰 후텐: 특이점 돌입 순서를 정한다. 우선은 U-1206이 앞서고, 나와 마그데부르크, 아달베르트는 그 다음. 엘베는 양산형 함대를 이끌고 그 뒤를 따라라.
 
울리히 폰 후텐: 특이점 안의 상황은 일절 불명. 모든 관측용 기재에 주의를 기울여라. 어떤 것이든 간과하면 안 된다.
 
울리히 폰 후텐: 이 작전은 철혈의 미래… 아니, 인간 그 자체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울리히 폰 후텐: ――작전 개시다!
 
잠수함 U-1206을 필두로 탐색함대 일원은 차례로 행동을 개시했다.
 
U-1206: 진짜 괜찮을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마그데부르크: 그런 거 치고는 걸음이 빠르잖아! 걱정하지 마!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시끄러운 대화소리는 함선들이 특이점에 돌입하면서 점점 잦아들었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럼 하인리히, 다녀올게―
 
프린츠 하인리히: 힘내! 아달베르트 군!
 
프린츠 아달베르트: 엘베도, 먼저 갈게.
 
엘베: 특이점에서 만나요.
 
자매함에게 인사를 마치고, 아달베르트도 특이점 안으로 돌입했다.
 
엘베: (이번 작전을 위해서 준비한 양산함……. 시간벌이에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엘베: (저쪽 상황은 전혀 모르는데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는 건 왜일까요…?)
 
엘베: 페터, 베저………. 훗, 화려하게 개선하겠어요!
 
베저: 철혈 함재기는 이세계에서도 날갯짓한다…. 뭐 큰 전과를 올리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히 노력하렴.
 
페터 슈트라서: 경들의 조사 결과, 기대하고 있을게.
 
엘베: …훌쩍. 그, 그럼… 다녀올게요!
 
장관을 이룬 철혈 양산함을 거느리고, 마지막 조사함대원 경항모 엘베까지 저편으로 사라졌다.
 
――특이점 조사 작전, 개시――
 
 
 
 ~07. 헬헤임의 숨결
(타는 듯한 더위. 그리고 발을 저며 오는 냉기……. 기온과 수온이 완전히 별개였다.)
 
(게다가 자욱한 냄새. 탈력감……. 지금까지의 경면해역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이곳은――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이, 울리히. 괜찮아?
 
울리히 폰 후텐: ……아아. 우리는…….
 
울리히 폰 후텐: 아무래도 특이점으로 무사히 돌입한 것 같군.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나저나 정말 다른 세계 같네…….
 
프린츠 아달베르트: 정친 차려보니 이미 여기였고, 울리히가 휘청거리고 있는 게 보였어. 잠깐 어질어질했던 건 다 똑같았던 거 같아.
 
울리히 폰 후텐: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신체에 이상을 미친 건가. 양산함 속에 있었어야 했나.)
 
울리히 폰 후텐: 다른 사람들은 어떻지? 무사한가?
 
프린츠 아달베르트: 응. 다들 괜찮아.
 
엘베: 각종 관측 장치도 무사히 작동하고 있어요. 공기와 물도 있고, 세이렌은 보이지 않아요. 뭐, 잘 된 거 아닐까요?
 
마그데부르크: 다음은 고대하던 탐색 시간이구만. 처음은 어디부터 갈까? 되게 넓어 보이는데.
 
엘베: 정찰 중에 양산형 세이렌의 잔해를 발견했어요. 비교적 새 것도 있어요.
 
엘베: 이걸 단서로 삼아서 잔해를 더듬어 가보는 건 어떨까요?
 
마그데부르크: 그거 좋네.
 
U-1206: 엘베, 나 질문!
 
U-1206: 우리 뒤에도 특이점이 있는데!?
 
U-1206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일행이 특이점으로 왔을 때와 똑같은 「시설」과 「소용돌이」가 있었다.
 
엘베: 완전히 같은 시설에 역회전하고 있는 「소용돌이」…… 아!
 
엘베: 이건 혹시 우리가 돌아갈 때 쓸 수 있는 출구가 아닐까요!?
 
U-1206: 출구다! ……그치만 왠지 여기 올 때보다 더 작은 거 같은데….
 
엘베: 그 시설에는 「미드가르드의 탑」말고도 방어시설이나 연구시설이 많이 있어요. 아마 특이점과는 상관없으니까 여기에는 없는 게 아닐까요?
 
U-1206: 그렇구나! 엘베는 성실하네! 착하기도 하고!
 
엘베: 아, 아니에요! 그 이상 칭찬하면 상어 밥으로 줄 거에요!
 
U-1206: 상어 따위 하나도 안 무서워―! 하하하~
 
U-1206은 마그데부르크 뒤에 숨고는 엘베에게 이상한 표정을 날렸다.
 
울리히 폰 후텐: ……여기 환경에는 이미 익숙해진 것 같군. 작전 목표를 한번 더 말하마.
 
울리히 폰 후텐: 우선은 특이점 내부의 조사. 후에 있을 정식 조사를 위해 가능한 한 정보를 수집한다.
 
울리히 폰 후텐: 그리고 한 가지 더. 비적성 존재……. 이른바 「META」 함선을 발견하고, 동료로 초대한다.
 
엘베: 자, 잠깐만요!? 방금 뭐라고 하셨죠?? 자료에는 전혀 안 나와 있는데요!?
 
울리히 폰 후텐: ……………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은 작전 목표이기 때문이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울리히, 설명 좀 부탁해…….
 
울리히 폰 후텐: 사정이 있어서 비밀로 한 작전 목표다. 그래서 이 특이점에 들어오고 나서야 공개한 것이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 말로는 아무런 설명도 안 되는 거 같은데…. 뭐 됐어―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치만 그 「META」 함선…. 「잔불」 일당?은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는데…?
 
프린츠 아달베르트: 비적성 존재라고 했는데… 정말로 싸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인 거야…?
 
울리히 폰 후텐: 그 놈들을 확실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 세계를 조사하는 도중 마주칠 가능성은 있다. 그게 우리들의 일이다.
 
울리히 폰 후텐: (비적성 존재…. 지휘관이 정의한 바는 그렇다. 우리 함선과 같은 존재라서 그런지, 아니면 인간이라서 그런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뭐어…… 으음……….
 
울리히 폰 후텐: 다른 질문은?
 
프린츠 아달베르트: 괜찮아― 너희도 괜찮지?
 
울리히 폰 후텐: 궁금한 게 있다면 지금 말해라. 의심을 품고 싸움에 임하면 마음에 미혹이 생긴다.
 
엘베: 괜찮아요. 우선은 아까 발견한 잔해로 향하는 거죠?
 
울리히 폰 후텐: 그래. 경계는 U-1206, 부탁한다.
 
U-1206: 응! U-1206, 잠항 개시!
 
울리히 폰 후텐: 이번 작전은 조사 임무임을 잊지 마라. 어디까지나 정보 수집과 협상……. 무의미하게 싸워서는 안 된다.
 
울리히 폰 후텐: (그래. 우리의 싸움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아――)
 
 
 
 ~08. 세이렌의 그림자
엘베: 인간형 세이렌 개체를 발견했어요! ……이건 신형인가요?
 
프린츠 아달베르트: 특이점 안이니 만큼 신형이 빨리도 나오네―
 
마그데부르크: 우리 공격이 먹힐지 어떨지 시험해 봐야겠어.
 
마그데부르크: 어디 이렇게……. 포효하라! BIasen KnöcheI!
 
엘베: 지금은 그런 바보짓 할 때가 아니에요! 그보다――
 
엘베: 저 세이렌,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있는 거 같아요.
 
마그데부르크: 해치워서 잔해를 회수하자고?
 
울리히 폰 후텐: 앞서가지 마라. 세이렌이 단독행동을 하는 일은 드물다. 하물며 하급 개체라면…….
 
U-1206: 울리히! 잔해에 뒤섞여 있는 양산형 세이렌 함대를 발견했어!
 
엘베: 그, 그럴 수가!? 제 함재기의 눈을 속였다구요?
 
마그데부르크: 아니, 엘베 탓은 아냐. 잔해가 저렇게 많으니 숨는 것도 쉽겠지.
 
울리히 폰 후텐: 이곳의 세이렌은 통솔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지휘 유닛이 있는 것일까.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이, 울리히. 피할 거야? 아님 싸워?
 
울리히 폰 후텐: 우리를 기다리며 매복하고 있었던 거라면, 우리가 가진 센서나 함재기보다 정찰 범위가 넓다는 뜻이다.
 
울리히 폰 후텐: 피할 수는 없다. 싸우자.
 
마그데부르크: 좋아, 특이점 데뷔전이다. 우리의 힘을 보여주마!
 
울리히 폰 후텐: …잠깐만. 아직 적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우선은 양산함을 내보내.
 
울리히 폰 후텐: 너희 세이렌에게 소중한 포탄을 퍼부을 만큼 우리는 무르지 않아.
 
 
 
 ~09. 500노트 배럴이다!
특이점 내부. 미지의 에어리어.
 
철혈함대의 양산함이 전진하자, 잔해에 섞여 매복해 있던 세이렌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철혈 특수 양산함도 공세를 막지 못하고 순식간에 전선을 돌파당했다.
 
마그데부르크: 뭐…!? 순식간에 돌파당했어!?
 
프린츠 아달베르트: 특이점에서도 싸울 수 있도록 특별하게 강화했는데 소용 없잖아……!
 
엘베: 역시 시간벌이밖에 안 되는 건가요! 울리히, 제가 나가겠어요!
 
울리히 폰 후텐: 공중지원을 부탁한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우리도 가자, 마그데부르크.
 
마그데부르크: 적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됐으니, 한바탕 날뛰어 보실까!
 
U-1206: 울리히, 세이렌 잠수함도 나타났어!
 
울리히 폰 후텐: ……지휘 유닛은 찾았나?
 
U-1206: 모르겠어! 그럴 듯한 세이렌이 어디에도 없어!
 
울리히 폰 후텐: (지금까지의 전투 방식이 통용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우리 전력을 내보여도 좋은 것인가?)
 
울리히 폰 후텐: (하지만 양산함이 쓸모없는 이상, 다른 수는…….)
 
울리히가 다음 수를 생각하던 도중, 갑자기 급습해 오는 세이렌 함대 내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방금은…… 뭐지? 울리히, 방금 봤어?
 
울리히 폰 후텐: 저 폭발은?
 
프린츠 아달베르트: 응, 뭐가 일어난 건지는….
 
엘베: 수평선에서 뭔가가 세이렌 함대를 들이받아 폭발했어요!
 
엘베: 또 왔어요!?
 
마치 운석처럼 고속으로 비행하는 물체들이 수평선에서부터 연기를 내뿜으며 빠르게 접근 중이었다.
 
그것들이 세이렌 함대에 착탄하자, 하급 개체들은 하나하나 불덩어리가 되어 갔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저건 포탄……, 아냐…!
 
마그데부르크: 방금 공격으로 접근해오던 세이렌의 진형이 흐트러졌어! 울리히, 그쪽에서 돌파할 수 있겠어?
 
울리히 폰 후텐: (틀림없어…. 저건 일종의 병기다. 그러면 우리 말고도 세이렌과 싸우고 있는 자가 여기 있다는 뜻인데.)
 
울리히 폰 후텐: (……「META」 놈들인가. 아니면 지휘관이 수배해 준 지원인가……. 어느 쪽이든 수상한 놈들이다.)
 
울리히 폰 후텐: (아무튼, 가보면 알 수 있겠지.)
 
울리히 폰 후텐: 항로를 변경한다. 저 병기가 착탄한 쪽으로 가자.
 
 
 
 ~10. 의문의 동료
마그데부르크: 휴~! 세이렌 함대를 따돌렸어!
 
엘베: 쫓아온 적도 모두 쓰러트렸어요. 후후, 이젠 안전해요.
 
마그데부르크: 그보다 아까 그 포탄? 아니, 포탄은 저렇게 날아가지 않아.
 
마그데부르크: 그러면 대체 뭐지….
 
울리히 폰 후텐: 사거리가 강화된 로켓 종류이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것이거나.
 
엘베: 로켓……. 생각났어요! 확실히 철혈에서 비슷한 게 있다고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요!
 
엘베: 하지만 그건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서 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어쩌면 이 근처 섬에서…?
 
울리히 폰 후텐: 있으리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엘베, 네가 발견했겠지.
 
울리히 폰 후텐: (어쩌면, 이것이 「META」의 힘이라는 건가…?)
 
U-1206: 저, 전방에 함선으로 추정되는 그림자 두 척… 두 명 있어! 그리고 이상한 의장도 가지고 있어!
 
엘베: 이상한 의장이라니… 대체 누굴까요??
 
U-1206: 그쪽으로 가고 있는데, 설마 싸우게 되지는 않겠지!?
 
U-1206: 아무튼 보면 알 거야!
 
울리히 폰 후텐: (이상한 의장…. 방금 전 병기의 소유자인가.)
 
울리히 폰 후텐: 만나보자. 작전대로 전투는 최대한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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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샨: 동황 소속 미사일 구축함, 함번 101 안샨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103번, 제 동생인 창춘입니다.
 
엘베: 동황 소속 구축함……? 어째서 특이점 안에?
 
마그데부르크: 그리고… 미사일이라니… 그게 뭔데?
 
U-1206: 아까 날아온 굉장한 무기를 말하는 건가…?
 
울리히 폰 후텐: ……우리는 철혈 특이점 조사함대다. 나는 전함 울리히 폰 후텐이다.
 
안샨: 다행이다…. 철혈 함선이시군요.
 
안샨: 아뇨. 정말 우연이지만, 세이렌이 점거 중인 특이점 속에서 아군을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샨: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할 수 없었으니까요.
 
울리히 폰 후텐: ……철혈 함대는 적이 아닌가?
 
안샨: 아, 그런 뜻이 아닙니다. 같은 함선으로서, 세이렌과 싸우는 아군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울리히 폰 후텐: (그렇다면, 역시 동황은 무언가를 쥐고 있는 건가.)
 
안샨: 정말 그저 우연일 뿐입니다. 네.
 
창춘: 지휘관의 명령으로 이쪽을 정찰하던 중이었는데, 철혈이 설마 같은 특이점의 입구를 열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안샨: 창춘?!
 
창춘: 데헷. 나도 모르게.
 
안샨: 그런데 여러분은 이곳에서 무얼 하고 계시는 겁니까?
 
울리히 폰 후텐: 동황이야말로 여기서 뭘 조사하고 있지?
 
안샨: 기밀이므로 상세한 것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울리히 폰 후텐: 그럼, 우리도 마찬가지다.
 
안샨: (아마, 모두 지휘관님께 같은 이야기를 들었겠죠.)
 
울리히 폰 후텐: 그럼 제안을 하지. 우리와 함께 행동하지 않겠나?
 
안샨: 그건 곤란합니다. 아, 레드 액시즈와 아주르 레인이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안샨: 그 대신 조언을 하나 해드리죠.
 
안샨: “양산함은 이곳에선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아요.”
 
울리히 폰 후텐: 양산함을…? 거대한 표적이라 세이렌의 이목을 끌기 쉬워서 그런 건가?
 
안샨: 그것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특이점에서는 양산함의 크기 자체가 세이렌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는 성질이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서로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동황 구축함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추적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지휘관에 대한… 같은 함선에 대한 신뢰인지 울리히는 두 사람을 더 쫓지 않았다.
 
마그데부르크: 역시 대단하네~ 그 미사일이라는 거.
 
엘베: 세이렌만이 사용할 수 있는 대단한 무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도 장비해보고 싶네요.
 
프린츠 아달베르트: 질무운―. 저 동황 애들은 어떻게 특이점을 여는 법을 알았을까?
 
울리히 폰 후텐: 글쎄. 우리와는 다른 기술 체계다. 그 힘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어.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러니까, 결국 뭔데? 울리히치고는 드물게 고민 중이네.
 
울리히 폰 후텐: ……어느 쪽이든 판단을 내리기에는 단서가 부족해.
 
울리히 폰 후텐: (지휘관이 얽혀 있는 이상, 우리에게 해를 가할 셈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아―, 양산함은 어떻게 하지? 아까 동황 애들이 안 쓰는 게 좋다고 했잖아.
 
울리히 폰 후텐: 철혈의 소중한 전력을 자침시킬 수는 없다. 이곳에 정박시켜 두도록 하지.
 
울리히 폰 후텐: 그러면 귀환할 때 표지로 삼을 수도 있을 테니.
 
U-1206: 그럼 이제 어떡해?
 
울리히 폰 후텐: 계획에 변경은 없다. 엘베가 발견한 잔해로 향한다.
 
울리히 폰 후텐: (아직 되돌아갈 수는 없어. 여기서 무언가를 “발견”하기까지는.)
 
동황 구축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철혈은 다시 진군을 시작했다.
 
울리히 폰 후텐: (동황과 교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근처에 전투의 흔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건 「META」의 존재일 가능성이 높아.)
 
앞서의 진군과는 달리, 양산함 대부분은 그대로 닻을 내리고 정박했다.
 
――그 앞의 해역에서 함선들이 본 것은…….
 
 
 
 ~11. 위화감
특이점 내부.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이. 여기 전투 흔적이 있어―
 
U-1206: 여기 여기! 둘러보다가 좀 이상한 걸 찾았어!
 
마그데부르크: 뭔데? 그냥 평범한 잔해잖아.
 
U-1206: 근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어디가 이상한지는 잘 설명 못하겠지만…….
 
마그데부르크: 그렇게 말하면 어디가 이상한지 어떻게 알아? 좀 잘 좀 생각해 봐.
 
U-1206: 맞다! 이거, 무슨 장치 같아! 어디를 만지면 켜질 거 같은데… 으으으음…….
 
프린츠 아달베르트: 응……?
 
U-1206: 아무튼 뭔―가 이상해. 켤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켤 수 있을지 모르겠어.
 
U-1206: 그냥 잔해인줄 알았는데, 묘하게… 규칙? 규칙성이 있고….
 
U-1206: 근데 버튼이 어디에도 없어!
 
프린츠 아달베르트: 과연―. 그게 위화감의 이유라면 납득이 가네.
 
U-1206: 응응! 물속에서는 더 똑똑히 보여! 잔해가 아니라 무슨 장치처럼!
 
마그데부르크: 의장을 떼고 잠수라도 해보라고……?
 
U-1206: 아! 엘베는 뭔가 알겠어?
 
엘베: ? 모르겠는데요? 잔해가 많구나~ 밖에는.
 
엘베: 그나저나 여기 시계가 최악이에요. 전투 흔적 때문에 연기가 피어올라서 함재기를 가볍게 띄운 거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걸요.
 
울리히 폰 후텐: (세이렌의 장치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본능적인 무언가가 느껴져.)
 
울리히 폰 후텐: (잔해의 숫자가 심상치 않은 것과 맞물려서, 마치 금지된 장소에 발을 들이민 것 같은 느낌이야.)
 
울리히 폰 후텐: (함선…… 아니,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분위기로군.)
 
울리히 폰 후텐: (함선뿐만 아니라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나 기피할 만한 곳이야.)
 
울리히 폰 후텐: ……묘지. 혹은 허무, 인가.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이, 울리히. 이쪽에도 이상한 게 있어―
 
마그데부르크: 끔찍하네 이거…. 배라기 보단 괴수인가?
 
울리히는 아무 말 없이 동료들과 주변의 잔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12. 작전 목표
엘베: 차, 찾았어요!
 
엘베: 아직 따끈따끈한 잔해들이에요! 분명 이 근처에서 아직 전투가 벌어지는 도중일 거에요!
 
U-1206: 응! 다들, 이쪽이야! 잔해가 아까보다 늘어나고 있어!?
 
엘베: 전투 중이니까 당연히 늘어나겠죠!
 
마그데부르크: 설마 정말로 괴수인가!?
 
엘베: 괴수는 아니에요!
 
프린츠 아달베르트: 함재기에서 뭘 본 거야? 엘베?
 
엘베: 레이더에 포착되지는 않지만, 뭔가가 세이렌과 전투를 벌이고 있어요! 게다가 강력해요!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건, 즉――
 
울리히 폰 후텐: 「META」, 인가………!
 
 
 
 ~13. 그나이제나우?
철혈 함대가 더듬어 간 잔해의 끝에는, 마치 섬처럼 쌓인 세이렌 양산함의 잔해가 위치해 있었다.
 
세월에 걸쳐 쌓인 것이 아니라 모두 “최근”에 생겨난 것이었다.
 
그런 흑철의 폐허 위에 서 있는 「META」라는 존재를, 철혈 함대는 처음으로 목도하게 되었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음…. 혹시 「잔불」이라고 불리는 애들 중 한 명인가…?
 
프린츠 아달베르트: 좀 이상해. 우릴 노려보고 있는데.
 
U-1206: 진짜로…. 싸우려는 거 같진 않은데, 노려보고 있어!
 
U-1206: 잠깐, 그나이제나우 씨 아냐??
 
엘베: 그나이제나우 씨를 닮았어요! 근데 분위기는 전혀 달라요.
 
마그데부르크: 저게 그 「META」라는 놈인가.
 
마그데부르크: 얼핏 보기엔 철혈 같기는 한데, 확실히 엘베 말대로 전혀 다르네.
 
울리히 폰 후텐: (정보에 의하면 「잔불」은 접촉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작전대로 동료로 맞아들일 수 있을 가능성은…….)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럼 지금부터 설득하는 거지―. 근데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면 돼?
 
울리히 폰 후텐: 아직은 이르다. 정보에 있었던 이성을 잃은 「META」일지도 몰라. …내가 맡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울리히. 뭐 하려고?
 
함대에 전투 준비 지시를 내리고, 울리히는 말없이 의장을 움직여 「META」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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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이제나우(META): 공격해오지 않는 「장기말」이라…. 드물군요.
 
울리히 폰 후텐: 「장기말」이 아니다. 그쪽과 같은 함선이다.
 
그나이제나우(META): 아뇨. 진짜 「함선」이 이곳에 다다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울리히 폰 후텐: 틀렸다고는 말하지 않겠다만… 이것이 현실이다.
 
그나이제나우(META): 현실? 이 불타버린 세계만이 저의 현실입니다.
 
울리히 폰 후텐: ……적대할 생각은 없어.
 
울리히 폰 후텐: 오히려 그 반대다. 너를 동료로 맞이하고 싶다는 프리드리히의 전언을 가지고 왔다.
 
그나이제나우(META): 철혈…이라. 정말 이상한 말이에요.
 
그나이제나우(META): 저는 계속, 계속 이곳에서 싸워왔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부하도 상관도 동료도, 철혈조차 스러져 갔음에도 계속 싸웠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무엇을 위해? 철혈? 혹은?
 
울리히 폰 후텐: 과거를 캐물을 셈은 아니야. 우린 그저――
 
그나이제나우(META): 입다물어요. 제가 알고 있는 철혈에는 당신이라는 존재도, 프리드리히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도 없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당신의 세이렌의 그림자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는 어디에도 없어요.
 
그나이제나우(META): 만약 당신이, 당신이 주장하는 대로 「철혈」 소속이라고 해도, 제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그래요. 몇 번이고. 언제까지나. 영원히.
 
울리히 폰 후텐: ………….
 
그나이제나우(META): 이 세계는 이미 끝났습니다. 당신들이 찾는 것은 이곳에는 없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그리고 저는 이곳에서 영원히 싸울 것입니다. 설령 어리석다고 해도, 미쳤다고 해도, 마음을 잃은 존재라고 불려도.
 
그나이제나우(META): 그러니, 사라지세요.
 
울리히 폰 후텐: 조금, 머리 좀 식힐까.
 
 
 
 ~14. 결투
그나이제나우……로 보이는 「META」 함선의 포격을 피하면서 울리히는 머릿속으로 생각을 거듭했다.
 
울리히 폰 후텐: (듣던 대로 강하지만,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아니야.)
 
철혈 함대가 뒤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모두 함께 덤비면 아무리 「META」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피해는 입을 터.
 
울리히 폰 후텐: (하지만 작전의 목표는 「META」의 포획도 아니고, 하물며 격침도 아니야.)
 
울리히 폰 후텐: (억지로 굴복시켜 포박한 채로 귀환하는 건, 뒷일이나 지휘관을 생각하면 상책이라고 할 수 없어.)
 
재차 「그나이제나우」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분명 공격 하나하나의 화력은 뛰어나지만, 자신에게 오는 공격을 피하려 들지도 않고, 처음에 있던 자리에서 거의 이동하지 않는다.
 
울리히 폰 후텐: (부상을 입은 건가…?)
 
울리히 폰 후텐: (만약 그렇다면 다른 자료에서 언급된, 「META」 함선의 평균 전력보다 밑돈다는 내용이 말이 되는군.)
 
울리히 폰 후텐: (그녀는 「철혈」을 알고 있다. 하지만 프리드리히도, 나도 모르고 있어.)
 
울리히 폰 후텐: (그런 그녀에게 이쪽 「철혈」의 사정을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다. 그리고 지휘관에 대해서도.)
 
울리히 폰 후텐: (…………도박을 한번 해볼까.)
 
결의를 다진 후, 울리히는 공격을 멈추고 통신회선으로 동료들에게 지시를 날렸다.
 
울리히 폰 후텐: 여기는 울리히. 전투태세를 해제하고 이쪽으로부터 거리를 벌려라.
 
울리히 폰 후텐: 반복한다. 나는 괜찮다. 거리를 벌려라.
 
엘베: 가, 갑자기 뭐예요.
 
마그데부르크: 울리히, 진심이야? 상대는 「META」 함선이라고?
 
U-1206: 잠수함의 공격이 좀처럼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건 알지만…!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이. 울리히, 설명 서얼명―
 
갑작스런 지시에 놀란 동료들을 애써 조용히 시키며, 울리히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냉정하게 내뱉었다.
 
울리히 폰 후텐: 저 「META」――그나이제나우와 둘만 있게 해줘.
 
울리히 폰 후텐: ……조금, 진솔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서.
 
 
 
 ~15. 선택
그나이제나우(META): 뭘 꾸미는 거지?
 
뒤쪽에 있던 철혈 함대가 더 멀리 후퇴하는 걸 보고, 「그나이제나우」는 공격을 멈추고 다가오는 울리히를 마주했다.
 
경계를 풀지는 않았지만, 기분 탓인지 조금 전까지의 철과 피의 냄새가 엷어진 것 같았다.
 
그나이제나우(META): 말했을 텐데요. 부하도 상관도, 동료도, 누구 하나 없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결투를 원한다면 아까까지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공격을 가해도 괜찮아요.
 
그나이제나우(META): 힘의 차이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깔보일 줄이야――
 
울리히 폰 후텐: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그럼 뭐지? 이 싸움밖에 모르는 미친 「병기」에게 이제 와서 뭘 말하겠다고?
 
울리히 폰 후텐: 착각하지 마. 넌 미치지 않았어.
 
그나이제나우(META):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함선은 단순한 병기에 불과하고, 그리고 「META」 역시―― 
 
울리히 폰 후텐: …………닥쳐.
 
그나이제나우(META): ………뭐라고!?
 
울리히 폰 후텐: 이걸 받아라. 나를 모른다면, 이걸 쓴 「사람」은 어떨까?
 
울리히는 걸치고 있는 상의에서 깔끔하게 봉서된 명령서를 꺼내, 그나이제나우에게 건넸다.
 
그나이제나우(META): ……명령서?
 
그나이제나우(META): 프리드리히라는 자, 그리고 당신 역시 모른다고 말했을 텐데요.
 
그나이제나우(META): 명렁서… 저에게는 그저 종이 쪼가리와 다름없는 것을 주고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울리히 폰 후텐: 잠자코 읽어라. 이건 프리드리히가 아니라, 네가 알고 있는 「사람」이 보낸 것이다.
 
그나이제나우(META): ………무슨, 소리죠?
 
처음으로 동요하는 「그나이제나우」를 본 울리히는, 「도박」에서 이겼다고 확신했다.
 
울리히 폰 후텐: 처지는 다르지만, 네가 만약 「동료」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내가 무얼 말하려는지 알 수 있을 거다.
 
「META」 함선은 다른 세계에서 왔기에, 우리 세계의 상식으로 가늠할 수 없다.
 
「META」 함선을 적이라고 단정하지 말라. 그녀들 중 일부는 무엇인가의 이유로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지만―― 그녀들은 여전히 우리와 같은 「함선」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META」 함선 또한 동료가 있고, 그리고 동료를 소중히 여긴다…. 적어도 한때는 그랬었다.
 
명령서를 끝까지 훑어보자, 「그나이제나우」의 안색은 누가 봐도 분명할 정도로 확 변했다.
 
그나이제나우(META): ……비스마르크……….
 
과거에는 수없이 불렀던, 소중한 동료들의 이름을―― 망각의 저편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싸움으로 인해 완전히 마비된 감각에서, 한 조각 한 조각 다시 추억이 이어진다.
 
철혈 함대의 지도자인 그녀의 위용, 외로움, 영원한 이별……. 그리고 비스마르크뿐만 아니라, 함께했던 동료들과의 시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 동료를 잃었던 그날. 혼자가 되었던 그날.
 
받아들여야만 했었던 현실. 스스로를 옥죄는 영원한 벌.
 
그나이제나우(META): 철혈 함대의 미래를 펼치려 했던, 비스마르크의 「죄」, …그리고 「벌」…….
 
울리히 폰 후텐: 네가 아는 것과 다른 「과거」가 있다면, 분명 다른 「미래」도 존재한다.
 
울리히 폰 후텐: 그것이 네 구원이 될지, 죽음으로 이끄는 맹독이 될지 판단하는 것은 내가 아니야.
 
그나이제나우는 말없이 명령서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울리히 폰 후텐: 필체는…비스마르크가 맞아…. 하지만…아니야…. 내 경험으로는…, 계산으로는….
 
그나이제나우(META): 아니야…. 이런… 이럴 리가 없어…!!
 
그나이제나우(META): 비스마르크는… 큐브를…… 큐브를 사용해서…, 또……!
 
울리히 폰 후텐: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내가 알고 있는 「비스마르크」도 철혈을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싸웠다.
 
울리히 폰 후텐: 네가 그걸 알아주었으면 했다.
 
그나이제나우(META): …………….
 
울리히 폰 후텐: 네가 아는 「비스마르크」, 「철혈」과는 다르지만, 그녀에게 너는 똑같은 동료다.
 
그나이제나우(META): 검은 멘탈 큐브…. 그 힘을 사용한 대가를, 당신은 알고 있군요.
 
울리히 폰 후텐: 아아. 그녀도 마찬가지였어. 그래서 프리드리히가 대신 움직이고 있는 거야.
 
그나이제나우(META): ……………………………….
 
그나이제나우는 또 다시, 명령서를 붙들고 동료들의 기억을 떠올렸다.
 
「철혈」의 깃발. 익숙한, 그리고 새로운 동료들. 스스로를 경애하던 지도자. 그리고 진영을 하나로 모으려던 존재――
 
또 하나의… 아니, 그녀에게 있어 변함없는 「비스마르크」가 지금,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그것이 영원한 싸움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나이제나우(META): 이제 철혈의…… 동료들을 위해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하지만……비스마르크…. 나는…….
 
울리히 폰 후텐: ………환영한다. 그나이제나우.
 
그나이제나우(META): …여기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알고 있겠죠.
 
울리히 폰 후텐: 아아. 특이점의 출구는 아직 열려 있어.
 
그나이제나우(META): …비스마르크를 만나게 해주시겠습니까?
 
울리히 폰 후텐: 물론이지. 동료를 거절할 이유는 없으니.
 
울리히 폰 후텐: 너도 알다시피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상층부에 약점을 잡힌 채로는 견딜 수 없어.
 
그나이제나우(META): ………네. 알고 있어요.
 
울리히 폰 후텐: 그럼, 우리가 있던 세계로 돌아가자.
 
울리히 폰 후텐: 부상자에게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지만, 이곳의 세이렌은 양산함으로는 상대가 안 돼. 네 도움이 필요하다.
 
그나이제나우(META): 후후. 「추한 자매」 중 한 명인 제 힘을 얕보면 곤란하죠. 울리히 폰 후텐.
 
울리히 폰 후텐: 신세를 지는 건 이쪽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흥.
 
울리히 폰 후텐: ……아달베르트, 엘베. 귀환한다. 새로운 미래를, 새로운 동료에게!
 
특이점의 출구인 「탑」을 향해, 다시 철혈 함대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16. 귀환 도중
특이점 내부.
 
마그데부르크: 그럼 작전은 끝난 거야? 돌아가도 괜찮은 거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응응. 어려운 쪽의 작전 목표를 달성했네.
 
마그데부르크: 다행이지 뭐. 별 어려움도 없었고 운이 좋았던 거려나.
 
엘베: 잔해에서 시작해서 새 동료까지 이어지다니, 엄청난 우연의 연속이네요.
 
마그데부르크: 그리고 예정된 작전 시간도 딱 절반만 소모했지.
 
엘베: 남은 건 느긋하게 탐험을 하거나… 그럴 시간은 없겠죠.
 
U-1206: 응! 그나이제나우가 다쳤으니까 얼른 돌아가는 게 좋겠지!
 
엘베: 맞아요! 얼른 양산함을 두고 온 곳으로 돌아가서 입구로 귀환해요.
 
U-1206: 그러고 보니 정말 괜찮은 걸까….
 
프린츠 아달베르트: 울리히? 괜찮아― 평소하고 똑같은데.
 
U-1206: 울리히 말고, 그나이제나우!
 
U-1206은 대열의 맨 뒤에 있는 울리히와 그나이제나우를 걱정스레 쳐다봤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울리히는 괜찮다고 했는데, 뭐어….
 
U-1206: 궁금하지 않아? 아까까지 그렇게 살벌했는데 순식간에 동료가 되었습니다! 라니.
 
U-1206: 울리히가 “마음의 정리가 필요해”라고 말한 건 알겠는데….
 
프린츠 아달베르트: 궁금하긴 하지만 일부러 물으러 갈 정도까진 아니라고 할까―
 
프린츠 아달베르트: 물어봐도 아마 대답 안 해주겠지만, 그렇게 신경 쓰이면 한번 물어보던가?
 
U-1206: 음~ 역시 안 묻는 게 좋겠지…. 아 혹시!
 
마그데부르크: 뭔데?
 
U-1206: 약점을 찔렀구나!
 
엘베: 아! 그럴지도요!
 
엘베: “후후후. 비밀이 드러나는 게 싫으면 순순히 따라 오세요♪”――같은 식으로♪
 
엘베: 정말로 곤란할 만한 약점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뭐, 동료이기도 하니까…….
 
U-1206: 「META」를 따르게 할 정도의 약점이니까! 정말로 엄청난 게 틀림없어!
 
마그데부르크: 방금 만난 사람의 약점을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나.
 
U-1206: 그게, 그게에……. 그나이제나우인 건 똑같으니까…. 그러니까 같은 약점이지 않을까…….
 
U-1206: 우리 그나이제나우한테 뭔가 약점이 있었나?
 
프린츠 아달베르트: 즉 약점 나부랭이는 아니라는 거지―
 
 
 
 ~17. 또 다른 「META」
그나이제나우(META): 울리히. 경계 태세를 취하세요.
 
울리히 폰 후텐: 왜 그러지?
 
그나이제나우(META): 이곳에서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엘베: 어째서죠? 함재기에서는 딱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요….
 
그나이제나우(META): 똑바로 보세요. 뭔가가 있습니다.
 
울리히 폰 후텐: 엘베. 좀 더 함재기의 고도를 낮춰라. …이 잔해 말인가.
 
그나이제나우(META): 네.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마그데부르크: 진짜네. 아까 왔을 때 봤던 잔해하고 달라.
 
그나이제나우(META): 이것들은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쓰러트린 세이렌입니다.
 
마그데부르크: 그나이제나우 말고도 누가 또 있었다는 건가?
 
그나이제나우(META): ……별로 떠올리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그나이제나우(META): 이 해역에서 계속 싸워왔습니다. 당신들처럼 지성 있는 존재와 만난 게 얼마만인가 싶을 정도로.
 
U-1206: 응? 동황 함대하고는 안 만났어?
 
그나이제나우(META): ……보지 못했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당신들과 거의 같은 타이밍에 이 세계로 들어왔다고 한다면, 단순한 우연일지도 모릅니다.
 
울리히 폰 후텐: 어쩌다 탐색하던 방향이 달랐다, 라는 건가.
 
그나이제나우(META): 글쎄요. 아무튼 제가 만난 건 당신들뿐이라는 거예요.
 
그나이제나우(META): 게다가 아까 당신이 말했듯이, 그 동황 함대가 “미사일” 같은 것을 주병장으로 한다면, 이런 잔해가 생길 리가 없습니다.
 
엘베: 그러네요! 역시 저희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거로군요!
 
엘베: 해면에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함선 같은 사람이 있어요! 그것도 저희하고 거의 근처에!
 
울리히 폰 후텐: 또 다른 「META」…?
 
울리히 폰 후텐: 생각했던 것보다 이 특이점 안은 소란스러운 것 같군.
 
그나이제나우(META): 그런 것 같군요. 어쩌면 당신들에게 이끌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엘베: 저건… 샤른호르스트!?
 
울리히 폰 후텐: 아는 사람인가?
 
그나이제나우(META): 아뇨. 제가 아는 샤른호르스트… 철혈 함대는 이미 사라졌어요.
 
울리히 폰 후텐: ………그래. 미안하다.
 
엘베: 「샤른호르스트」,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울리히 폰 후텐: 말이 통하는 녀석이라면 좋겠는데. 아무튼 만나 보자.
 
 
 
 ~18. 샤른호르스트?
철혈 함대가 정박하고 있는 해역에, 또 다른 「샤른호르스트」 수평선 너머에서 나타났다.
 
「그나이제나우」 때와 마찬가지로, 울리히는 철혈 함대를 대기시키고 혼자 「META」로 의심되는 상대에게 접근하기로 했다.
 
울리히 폰 후텐: 철혈 특이점 탐색함대 소속, 울리히 폰 후텐이다. 그쪽의 소속과 이름을 밝혀라.
 
샤른호르스트(META): 샤른호르스트다. 좋을대로 불러도 상관없어.
 
울리히 폰 후텐: ………그렇다면 그대로 샤른호르스트라고 부르지. 우리에게 접근한 이유는 뭐지?
 
샤른호르스트(META): 사정이 있다고만 말해두지. 너희와 싸울 생각은 없다.
 
울리히 폰 후텐: ……그래. 그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판단해도 되는 건가?
 
샤른호르스트(META): 그렇다.
 
울리히 폰 후텐: 그럼 우선 이쪽에서 용건을 말하겠다. 우리 철혈 함대는 너를 동료로 맞이하고 싶어.
 
샤른호르스트(META): 마음만 받지. 허나 거절한다.
 
샤른호르스트(META): 나는 이미 너희도 알고 있는 「잔불」의 일원이다. 「지금의 동료」를 배신할 생각은 없다.
 
울리히 폰 후텐: ………「잔불」인가. 네 용건은 뭐지?
 
샤른호르스트(META): 울리히 폰 후텐. 「잔불」로서, 내 「여동생」 그나이제나우의 해방을 요구한다.
 
울리히 폰 후텐: ……그녀는 너에 대해선 모른다고, 방금 전에 들었다만.
 
샤른호르스트(META): 그런가. 하지만 너희와도 방금 막 만난 것처럼 보인다만?
 
울리히 폰 후텐: 어느 쪽이 먼저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그녀는 이미 우리의 동료다.
 
샤른호르스트(META): ……경솔하군. 「META」의 위험성을 모르는 거냐.
 
울리히 폰 후텐: 충고는 고맙게 받지. 하지만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다.
 
샤른호르스트(META): 그녀의 힘을 다루는 법은 「잔불」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너희와 함께 있는 것보다 나아.
 
울리히 폰 후텐: …………거절한다고 하면 이번에는 공격할 셈이라도 되나?
 
샤른호르스트(META): 아아. 내 힘을 시험하고 싶다면 어울려 주겠지만, 그럴 시간은 없어서 말이지.
 
울리히 폰 후텐: 시간…? 무슨 말이지?
 
샤른호르스트(META): 「그나이제나우」를 만나게 해줘. 아니면 교환 조건이라도 필요하다는 건가?
 
샤른호르스트(META): 그럼 원하는 걸 말해 봐. 너희에 대한 간섭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다.
 
울리히 폰 후텐: 교환 조건은 불필요하다. 우리 동료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대화 정도는 나누게 해주지.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 그나이제나우에게도, 너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샤른호르스트(META): 그녀의 회답 여하에 따라, 「시간」에 대한 것도 알려 주겠다.
 
울리히 폰 후텐: 좋아. 네 동료가 될지 어떨지는 그녀의 의지.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샤른호르스트(META): 알겠다. 신사협정이라는 건가.
 
울리히 폰 후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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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른호르스트(META): 「잔불」의 동료가 되어라. 그나이제나우.
 
그나이제나우(META): (오늘처럼 권유받은 건 대체 얼마만일까.)
 
그나이제나우(META): (절체절명의 지체 작전. 적의 공격에 노출된 아군들…. 하지만, 이 영원한 전장에 몸을 던진 이유는――)
 
그나이제나우(META): (함선의 「META화」. 큐브에 의한 용골의 오염…. 격앙된 감정으로 인한 「각성」의 금단 증상.)
 
그나이제나우(META): (그날, 샤른호르스트…. 언니를 눈앞에서 잃은 나는, 계속 싸우기 위해 감정을 죽일 수밖에 없었어―――)
 
그나이제나우(META): 당신은 대체 누구죠?
 
샤른호르스트(META): 과거에는 철혈의 일원으로서, 지금은 「잔불」의 일원으로서 싸우고 있는 순양전함 샤른호르스트다.
 
그나이제나우(META): 설령 같은 모습이라고 해도, 당신은 제가 알고 있는 「샤른호르스트」가 아닙니다.
 
샤른호르스트(META): 이 「가지」에서 온 함선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네가 알고 있는 동료가 아냐.
 
샤른호르스트(META): 그나이제나우. 네가 충성을 다할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남아 있는 것은 과거의 환영뿐.
 
그나이제나우(META): …!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나이제나우(META): 나는… 비록 환영이라 해도, 계속 좇아가겠어…. 영원히 싸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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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의 대화가 언쟁으로 번질 뻔한 순간, 함대의 색적 범위 내에서 새로운 반응이 포착되었다.
 
엘베: 세이렌의 신호가 다수 잡혔어요! 신중한 움직임이지만, 우리를 포위하려고 해요!
 
엘베: 게다가 본 적 없는 세이렌도 있어요…! 요격할 건가요? 울리히!
 
울리히 폰 후텐: 기다려. 당황하지 마라. 적의 지휘 유닛은?
 
엘베: 모르겠어요! 하지만 인간형 세이렌이 있으니까, 그걸 쓰러트리면….
 
프린츠 아달베르트: 저쪽도 진심으로 해볼 생각인 거 같네―
 
마그데부르크: 그래. 「META」도 세이렌에게는 틀림없는 적일 테니까.
 
U-1206: 그치만 저 두 사람, 말싸움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어쩌지?
 
울리히 폰 후텐: 적이 이쪽을 공격하려고 하는 이상, 맞서 싸울 뿐이다.
 
울리히 폰 후텐: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은 전부 이용할 거야. 동료든, 적이든, 「META」든.
 
 
 
 ~19. 아비터의 조짐
―――――――!
 
샤른호르스트(META): 적인가. 칫, 아무래도 우리 뒤를 밟은 것 같군.
 
그나이제나우(META): 사방에 세이렌의 기색이 보입니다…. 포위할 셈이로군요.
 
샤른호르스트(META): 어떻게 할 거지? 「가지」 놈들과 같이 싸울 건가?
 
그나이제나우(META): 네. 만나야 할 존재가 있기 때문에.
 
샤른호르스트(META): 부상을 입은 몸으로는 이 정도 숫자의 세이렌을 당해낼 수 없어.
 
그나이제나우(META): 무슨 말이죠? 저도 「META」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적이라면, 지금까지 몇 번이고…….
 
샤른호르스트(META): 지금까지 몇 번이고 싸워왔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도록.
 
샤른호르스트(META): 저 편대 속에 있는 인간형 개체를 본 적이 있나?
 
그나이제나우(META): 곧 잔해가 될 것들을 일부러 하나하나 기억하진 않습니다만?
 
샤른호르스트(META): ……서두르지 마라. 저건 세이렌 상위 개체 「아비터」의 수하, 「인포서」다.
 
샤른호르스트(META): 인포서가 나타났다는 것은 곧 아비터도 여기 와 있다는 것이다.
 
그나이제나우(META): 인포서에… 아비터? 그게 제가 쓰러트려야 할 적들의 이름인가요…?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 양산형을 쉽게 해치울 수 있는 힘을 얻어서 의기양양한 것도 이해는 한다.
 
샤른호르스트(META): 하지만 세이렌의 힘은 고작 그 정도가 아냐. 지금의 너는 놈들에게 아직 경계를 살 만한 정도의 존재가 아니야.
 
그나이제나우(META): ………….
 
샤른호르스트(META): 놈들이 숨기고 있는 패는 아직 무수하다. 신중하게 임해야 해.
 
그나이제나우(META): 변했군요. 샤른호르스트.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 그러니 그나이제나우, 너도 변해야만 한다.
 
그나이제나우(META): ……………이야기는 끝났나요? 모두를, 동료를 지원하러 가겠습니다.
 
샤른호르스트(META): 좋을 대로 해라. 네 최후를 지켜봐 주지.
 
그나이제나우(META): 그 험한 말투를 듣고 싶었어요. 샤른호르스트.
 
한 번 잃어버렸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그나이제나우는 엔진을 기동해 새로운 동료들이 있는 방향으로 서둘렀다.
 
샤른호르스트는 그저 묵묵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녀의 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조용히 배웅하고 있었다.
 
 
 
 ~20. 파상공격
―――――――!
 
프린츠 아달베르트: 신형 세이렌의 사전 정보가 있어서 진짜 다행이야― 아무것도 모르고 싸웠으면 큰일 났을지도.
 
마그데부르크: 아아. 남겨뒀던 양산함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어. 미안하다, 친구들!
 
마그데부르크: 그나저나 항상 그렇지만 신형 세이렌은 진짜 상대하기 힘들다니까…!
 
마그데부르크: 착탄하고 폭발하는 것까지 봤는데, 대체 뭔데? 전혀 반응이 없잖아….
 
프린츠 아달베르트: 음―, 마그데부르크가 잘못 본 거 아냐? 내가 볼 땐 다 빗나간 거 같은데.
 
마그데부르크: 어? 그래? 아니아니, 아달베르트야 말로….
 
엘베: 적의 수가 전혀 줄지 않고 있어요! 정말이지, 이렇게 사람을 고생하게 만드는 장치는 대체 누구 소행인 건지….
 
마그데부르크: 아니, 아까 건 제대로 맞았다고!
프린츠 아달베르트: 안 맞았다니까―
 
울리히 폰 후텐: 착시일 수도 있다. 엘베, 방금 내가 쏜 것들은 모두 명중했나?
 
엘베: 아뇨. 몇 발은 지근탄이지만 전부 맞지는 않았어요.
 
울리히 폰 후텐: 역시. 이쪽에서 “다 맞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은――
 
프린츠 아달베르트: 아, 그럼 원거리에서 잘 못 맞힐 거 같으면 접근해서….
 
마그데부르크: 아달베르트. 그건 좀 위험하지 않냐….
 
프린츠 아달베르트: 곧 접근하니까 기다려 봐―. ……윽!?
 
U-1206: 아달베르트! 발밑을 조심해!
 
U-1206의 경고 덕에 아달베르트는 아슬아슬하게 세이렌 잠수함의 공격을 회피했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살았다…!
 
마그데부르크: 잠수함 타입…!?
 
U-1206: 아까부터 계속 세이렌의 지원이 오고 있어! 바닷속에서도!
 
U-1206: 들킬 거 같으면 바로 다시 잠수해 버리니까, 색적으로도 적의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가 없어!
 
 
 
 ~21. 집중공격
울리히 함대가 세이렌과 교전하던 도중, 뒤에서 지원 포격이 세이렌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그데부르크: 이건… 그나이제나우의 지원 포격이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 「샤른호르스트」는 움직이지 않았구나.
 
울리히 폰 후텐: 방금 막 상대를 도와줄 도리는 없겠지. 그뿐이다.
 
울리히 폰 후텐: 그리고 우리끼리 쓰러트릴 수 있는 세이렌이라면, 굳이 샤른호르스트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지.
 
엘베: ……울리히! 적이 그나이제나우를 향해 일제히 이동하기 시작했어요!
 
세이렌 함대는 돌연 일제히 함수를 그나이제나우 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숨어 있던 적도 전부 부상했어!
 
U-1206: 조금 전까지 뒤로 빠져 있던 적도! 점점 이리로 모여들고 있어!
 
엘베: 말도 안 돼…! 인간형이 양산형 세이렌보다 많다고….
 
울리히와 더불어 추가로 후방에서 날아오는 그나이제나우의 지원 포격이 연달아 세이렌을 격파하고 있다.
 
…하지만 아군이 쓰러져도 마치 개의치 않다는 듯, 뒤를 따르던 세이렌들은 계속해서 그나이제나우를 향해 진군했다.
 
사방팔방으로 나타나는 적의 그림자. 그나이제나우가 쌓아 올린 잔해의 섬을 뛰어넘어 마치 파도처럼 엄습한다.
 
U-1206: 미, 밀릴 거 같아…. 이대로는 그나이제나우가 위험해!
 
엘베: 울리히, 얼른 그나이제나우와 합류해요!
 
마그데부르크: 그래! 세이렌과 싸우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마그데부르크: 저 기세라면 발을 묶지 못해! 큭,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리는군. 세이렌들의 집착은 그 정도라는 건가……!
 
샤른호르스트(META): 놈들은 아비터VI에 소속되어 있는 인포서다.
 
샤른호르스트(META): 이 부류의 적들은 우리 「잔불」이 더 익숙하다. 이곳은 일단 내게 맡겨라.
 
샤른호르스트(META): 그나이제나우와의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쓰러지면 곤란하지!
 
샤른호르스트(META): 샤른호르스트가 전 함대원에 고한다. 그나이제나우와 합류하여, 기동전으로 인포서를 격파한다!
 
샤른호르스트(META): 자, 「잔불」의 힘을, 똑똑히 보아라!
 
울리히 폰 후텐: 참 사람 좋은 놈이구나. 너도, 「샤른호르스트」도…….
 
특이점 유지 한계까지, 앞으로 몇 시간――
 
 
 
 ~22. 재집결과 반격
샤른호르스트의 가세로 철혈 함대는 진형을 가다듬고, 세이렌의 공세를 가까스로 막아냈다.
 
「META」 함선의 화력과 철혈 함대의 색적 지원의 콤비네이션으로 그저 돌진하기만 하는 세이렌을 효과적으로 격파해 나갈 수 있었다.
 
불과 수십 분 만에 전투의 추세가 결정되었다――
 
마그데부르크: 역시 싸움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강하구나…….
 
U-1206: 세이렌이 철수하고 있어!
 
엘베: 지, 지금 철수하는 건 좋은데, 나중에 다시 공격 안 할 거죠!?
 
울리히 폰 후텐: 각 함, 피해 상황을 보고하라.
 
프린츠 아달베르트: 찰과상이야― 탄약도 아직 있고…. 근데 그나이제나우가 좀…….
 
그나이제나우(META): 괜찮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울리히 폰 후텐: 지금은 동료다. ――같은 함대의 동료가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하겠지.
 
그나이제나우(META): 「저」로서는, 조금 더 논리적인 말투를 쓰실까 했는데요.
 
울리히 폰 후텐: 억지로 그런 말투로 대한다면 네게도 고통이겠지.
 
그나이제나우(META): ……그렇죠. 쉽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으니까요.
 
울리히 폰 후텐: 그리고 「샤른호르스트」. 방금 전 지원에 감사한다.
 
샤른호르스트(META): 그나이제나우에게도 말했지만, 세이렌의 실력은 너희들이 상상 이상이다.
 
울리히 폰 후텐: ……인정하지. 언제나 의표를 찔리는군.
 
샤른호르스트(META): 인포서조차 세이렌의 말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비터 역시, 놈들의 「지배자」는 아니다.
 
샤른호르스트(META): 너희들만으로는 결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
 
샤른호르스트(META): …일찍이 우리 역시 그랬다. 약했기에 운명에게서, 진정한 적에게서 도망치지 못하고, 동료들을 지켜낼 수도 없었다.
 
샤른호르스트(META):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겨우 우리의 본질과 힘을 인식할 수 있었다.
 
샤른호르스트(META): 그나이제나우. 「잔불」에 들어와라. 그 힘의 사용법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복수를 하는 방법도 알려 주지.
 
울리히 폰 후텐: (복수라…. 세이렌에게 복수한다…, 고작 그것뿐인가? 아니면…….)
 
울리히 폰 후텐: 세이렌을 쓰러트리는 것――그것이 너희의 복수인가?
 
샤른호르스트(META): ……함부로 단정하지 마라. 세이렌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야.
 
울리히 폰 후텐: 너희가 원래 있던 세계…「가지」에서의 싸움에서 패배했다. 그래서 너희는 동료들을 빼앗은 세이렌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아닌가?
 
샤른호르스트(META): ………아니다.
 
울리히 폰 후텐: 말이 맞지 않는군. 우리 세계도 마찬가지로 세이렌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그건 너희도 알고 있겠지.
 
울리히 폰 후텐: 세이렌을 쓰러트리는 것에 한정한다면, 서로의 목적은 일치하는 게 아닌가?
 
울리히 폰 후텐: 우리의 세계를 세이렌의 위협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우리는 그나이제나우… 여기 있는 「그나이제나우」를 동료로 맞이하고 싶다.
 
울리히 폰 후텐: 그녀의 의사는 존중하겠다. 하지만 우리 「동료」를 설득하려면, 너희의 목적도 밝혀야 할 거야.
 
울리히 폰 후텐: 그나이제나우는 너희 「잔불」에게 있어서 대체 무엇이지? 너희의 진짜 목적은 뭐냐?
 
샤른호르스트(META): ………우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군.
 
울리히 폰 후텐: 「잔불」과의 접촉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우한 인물들로 판단하자면.
 
울리히 폰 후텐: 그 「엔터프라이즈」, 그리고 「타카오」, 「아크 로열」. 너희의 행동에 계획성이나 목적성을 느끼기 어렵군.
 
울리히 폰 후텐: 너희가 아무 곳에서나 특이점을 여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세이렌이 경면해역을 만들어내는 것과 똑같이 보인다. …하지만,
 
울리히 폰 후텐: 철혈…지휘관은, 너희를 동료로 인정하고 맞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다.
 
울리히의 마지막 말에 놀랐는지 샤른호르스트는 순간 침묵했다.
 
샤른호르스트(META): 대담하게 나오는군, 울리히. 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
 
샤른호르스트(META): 언젠가 그 교만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울리히 폰 후텐: 아아. 대가는 기꺼이 치르마. 하지만 철혈, 그리고 동료를 위해서라면 이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다.
 
샤른호르스트(META): ……「잔불」의 목적은, 세이렌이라는 존재를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다.
 
샤른호르스트(META): 세이렌의 우두머리는…. 「가지」를 관측하는 옵저버 타입의 우두머리는, 「옵저버 제로」라는 존재다.
 
샤른호르스트(META): 녀석은 「자연 연산 시스템」을 이용해서 다른 시간축의 과거에 개입하는 계획을 수행하고 있다.
 
샤른호르스트(META): 그리고 녀석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때까지, 수많은 세계…「가지」로 「실험」을 하면서, 무수한 사람과 함선에게 불행을 안겨 주지.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 놈들의 「실험」 때문에, 우리는 파멸로 치달은 것이다. ――나도, 그리고 「그나이제나우」도.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서 우리는 찾아다니는 것이다.
 
울리히 폰 후텐: 찾아다닌다고…? 세이렌의 계획을 중지, 아니면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하는 건가?
 
샤른호르스트(META): 아아. 세이렌의 계획을 짜고 있는 녀석을 말이다. 「창조주」와 「심판자」, 두 사람을.
 
울리히 폰 후텐: 세이렌의 「창조주」, 그리고 다른 세계에 심판을 내리는 「심판자」라는 건가.
 
샤른호르스트(META):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놈들의 기술을 해석해 「가지」를 넘나들 수 있는 힘을 얻었지만, 수많은 역사를 뒤지던 우리는, 절망했다.
 
샤른호르스트(META): 「창조주」와 「심판자」는, 우리가 갈 수 있는 「과거」에 존재하지 않는다.
 
샤른호르스트(META): 세이렌에 의해 금지된 것인지, 아니면 세이렌의 힘으로도 그 「미래」로 날아갈 수 없었던 것인지…. 적어도 이 방법은 현재 난관에 봉착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서, 적어도 동료들을 파멸의 미래로부터 구하려고, 우리는 세이렌과 싸우면서 다른 해결법을 찾고 있다.
 
샤른호르스트(META): 그렇게 여러 세계의 동료들을 구하고… 해방하면서, 세이렌과 싸울 힘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
 
울리히 폰 후텐: …그래서 동료들을 모으고 있는 건가.
 
울리히 폰 후텐: 하지만 우리의 세계에 개입하는 건 어째서지? 우리 세계에는 너희와 동료가 될 만한 함선이 없고, 세계의 파멸도――
 
샤른호르스트(META): ……………「지휘관」이 있으니까.
 
울리히 폰 후텐: 「지휘관」은…… 너희 「잔불」에게 있어서 특별한 존재인 건가.
 
울리히 폰 후텐: 「엔터프라이즈」가 지휘관과 접촉한 것도, 그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었나.
 
샤른호르스트(META): 아아. 그리고 「왕관」을 만들어낸 것은, 묻혀 있던 이 세계의 파편이 누군가에게…… 어흠.
 
샤른호르스트(META): 방금은 못 들은 걸로 해줘. 이 이상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울리히 폰 후텐: ……아아. 「잔불」에게서 모든 걸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어.
 
 
 
 ~23. 잔불의 규정
샤른호르스트(META): …………….
 
울리히 폰 후텐: …………….
 
엘베: 아까부터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안 하는데요….
 
엘베: 「샤른호르스트」도 뭔가 좀 당황한 분위기인 거 같고.
 
그나이제나우(META): (「잔불」의 사정을, 자기도 모르게 상대에게 알려줘 버렸다, 라는 걸까요.)
 
그나이제나우(META): (아무리 냉정한 척 해도 근본은 변하지 않았군요. 샤른호르스트.)
 
마그데부르크: 가, 갑자기 공격해오는 건 아니겠지….
 
마그데부르크: 그나이제나우가 있으니까 괜찮기야 하겠지만, 생각해보면 「잔불」은 처음부터 우리 권유를 거절했지….
 
그나이제나우(META): 여차하면 싸워서 결정하려 들겠죠. 샤른호르스트라면.
 
U-1206: 그러면 우리는 못 이기는데….
 
그나이제나우(META): 두렵나요?
 
U-1206: 응!
 
U-1206: 강하고 약한 걸 떠나서, 적이 아니라 어쩌면 아군일지도 모른느 사람과 싸운다니…….
 
그나이제나우(META): (그래요. 당신들은 아직 싸움에 무뎌지지 않았을 테니.)
 
그나이제나우(META): (제가 그래왔듯이, 「잔불」이 임하는 것은 끝도 희망도 없는 싸움….)
 
프린츠 아달베르트: 괜찮아―. 정말 그렇게 되면 도망가면 되잖아.
 
그나이제나우(META): ………도망, 이요…….
 
 
 
 ~24. 자신의 의지
특이점 속에서 철혈 함대와 「잔불」은 대열을 이루어 묵묵히 전진하고 있었다.
 
……「샤른호르스트」에게 들어온 통신으로 침묵이 깨지기 전까지는.
 
엔터프라이즈(META): 슬슬 시간이 되었군. 일은 어떻게 되고 있지?
 
샤른호르스트(META): 미안하다. 한 발 늦었다.
 
엔터프라이즈(META): 특이점에서의 이상 에너지와 관계 있는 건가?
 
샤른호르스트(META): 아아. 「가지」의 철혈 함대가 특이점으로 통하는 입구를 열고, 먼저 그나이제나우와 조우했다.
 
엔터프라이즈(META): 특이점을 여는 「가지」…….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 「지휘관」이 있는 가지다. 필요한 정보는 전달했지만, 미안하다. 「왕관」까지 그만――
 
샤른호르스트(META): 필요하다면, 녀석들을 모조리 격침시키겠어.
 
엔터프라이즈(META): 괜찮아. 네가 말하지 않았어도 언젠가 알아냈을 사실이다.
 
엔터프라이즈(META): 그나이제나우 역시, 「잔불」의 참가 여부는 그녀의 의사를 존중한다.
 
엔터프라이즈(META): 그보다 아비터VI가 이미 널 인식하고 있어.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얼른 철수하도록.
 
샤른호르스트(META): …알겠다.
 
잔불 「엔터프라이즈」와의 통신을 끝내고, 샤른호르스트는 발을 멈추고 쭉 유지하고 있던 경계 태세를 풀었다.
 
울리히 폰 후텐: 마음이 바뀌었나. 샤른호르스트.
 
샤른호르스트(META): 아니다. 곧 아비터 보디가 나타날 거다. 빨리 탈출하는 게 좋을 거야.
 
울리히 폰 후텐: 아비터VI. 아까 말했던 “시간이 없다”는 건 이거였나.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울리히 폰 후텐: 너희 「잔불」을 궁지로 몰아넣을 상대는 아비터 말고는 없겠지.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 그리고 아비터VI는 놈들 중에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라고 들었다.
 
울리히 폰 후텐: 정보 수집에 딱 좋은 상대군.
 
샤른호르스트(META): 뭐!? 실성이라도 한 거냐!
 
울리히 폰 후텐: 우리의 작전 목표 중에는 특이점 내 정보 수집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울리히 폰 후텐: 걱정 마라. 자살할 셈은 아니다.
 
울리히 폰 후텐: …아비터 보디와의 전투 로그는 전부 읽었다. 그리고 지휘관도 요주의 대상이라고 경고했었지.
 
울리히 폰 후텐: 다행히 특이점에서 바로 탈출할 수 있는 안정적 경로와도 가깝다.
 
샤른호르스트(META): 좋은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는 건가.
 
울리히 폰 후텐: 그래. 「잔불」은 스텔스 기술을 사용하여 이동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세이렌 상대로는, 특히 아비터 상대로는 통하지 않는다.
 
샤른호르스트(META): 그리고 「가지」를 뛰어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의 작전에서 원군은 바랄 수 없어.
 
울리히 폰 후텐: 그래. 너에게도, 우리에게도 시간을 버는 게 좋지 않겠나?
 
울리히 폰 후텐: 녀석을 입구 근처까지 유인해줘. 그곳이라면 우리 세계의 지원군도 쉽게 올 수 있으니, 여차하면 쉽게 달아날 수 있다.
 
울리히 폰 후텐: 입구 건너편에는 철혈 대함대가 집결해 있다. 즉 아비터가 쫓아온다고 하면….
 
샤른호르스트(META): 독 안에 든 쥐 꼴인가. 하지만 「엔터프라이즈」… 「코드 G」가 수긍할 리가 없어.
 
울리히 폰 후텐: 녀석을 설득해줘. 싸우는 건 너다. 놈이 아니야.
 
샤른호르스트(META): ………말은 쉽군.
 
울리히 폰 후텐: 곁다리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어서.
 
샤른호르스트(META): 네 말대로 움직인다는 보증은 못해.
 
울리히 폰 후텐: 아아. 아슬아슬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샤른호르스트(META): 알겠다. 여기서 헤어지자. 약속 시간까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어쩌면 영원히 헤어질지도 모르고.
 
 
 
 ~25. 환영
특이점 내부. 「탑」 주변 해역.
 
U-1206: 페터한테 전언이 왔어! 예비대를 투입해도 좋을지 슬슬 정해달래!
 
울리히 폰 후텐: 알겠다. 특이점을 오가게 해서 미안하다.
 
U-1206: 괜찮아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프린츠 아달베르트: 호―잇. (주르륵)
 
U-1206: 이 주르륵 했다가 나중에 다른 곳에 있는 느낌, 익숙해지면 의외로 재밌어!
 
울리히 폰 후텐: 흥. …슬슬 4시간 경과로군.
 
울리히 폰 후텐: 마그데부르크. 「잔불」에게 연락은 있었나?
 
마그데부르크: 없어…. 아까 전까지 몇 번 연락해보긴 했는데….
 
울리히 폰 후텐: 엘베는 어떻지? 뭔가 찾은 거라도 있나?
 
엘베: 관측 한계 범위 내에 이상은 없어요. 단지, 그 너머까지 날린 정찰기는 모두 세이렌한테 격추당했어요….
 
울리히 폰 후텐: 그런가. 그녀는 오지 않았군.
 
울리히 폰 후텐: 우리도 철수 준비를 하자. 입구의 유지 시간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그나이제나우(META): ……잠시만요.
 
울리히 폰 후텐: 왜 그러지? 부상 수리는 특이점 안에서는 힘들 것 같은데.
 
그나이제나우(META): ……「샤른호르스트」가 걱정됩니다.
 
울리히 폰 후텐: 그래. 「코드 G」에게 연락하려고 해도, 다른 세계 간에 연락을 취하는 게 간단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울리히 폰 후텐: 아니면 연락이 닿았다고 해도 「코드 G」가 승인하지 않은 것인지, 혹은 그녀 스스로 너를 말려 들게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나이제나우(META): 정찰기가 격추되었다는 것은… 놈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게 아닐까요?
 
울리히 폰 후텐: 세이렌이 숨기는 것이라……. 알겠다. 다음 조사 때 조사해보도록 건의해보지.
 
그나이제나우(META): …논리적인 판단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울리히 폰 후텐: 세이렌의 묘한 움직임이 「샤른호르스트」와 관계가 있다는 건가.
 
그나이제나우(META): 그 「잔불」은 제 언니가 아닙니다. 하지만…….
 
울리히 폰 후텐: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아비터 보디가 언제 덮쳐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명확한 이유 없이 동료를 보낼 수는 없어.
 
울리히 폰 후텐: ……그러니 진짜 이유를 가르쳐줘. 그나이제나우.
 
그나이제나우(META): 샤른호르스트가, 아직 이 특이점 안에 있습니다. …네, 느껴져요.
 
울리히 폰 후텐: 비록 네가 알고 있는 「샤른호르스트」가 아니더라도, 그녀를 돕고 싶다…… 그렇지?
 
그나이제나우(META): 네. 「비스마르크」, 그리고 당신들 「철혈」도 마찬가지예요.
 
울리히 폰 후텐: 알겠다. …다들 괜찮나?
 
마그데부르크: 오우! 그나이제나우의 첫 부탁이니 들어 주지 않을 수가 없잖아!
 
프린츠 아달베르트: 응. 나도 궁금했었어. 그 「샤른호르스트」라면 갈 때도 아무 말없이 가진 않을 거 같아서.
 
엘베: 뭐, 이대로 돌아가는 것도 뒷맛이 씁쓸하니, 저도 찬성이에요.
 
U-1206: 보급은 양산함으로 옮겨놨으니까 지금 정비하면 돼.
 
울리히 폰 후텐: 그럼 결정됐군. 시간은 빠듯하지만, 이번 작전의 마지막 탐색 행동을 실시한다.
 
울리히 폰 후텐: 부상자를 동행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은 너의 “직감”에 의지하마. 그나이제나우.
 
그나이제나우(META): ………네.
 
울리히 폰 후텐: U-1206. 페터에게 연락해라. “예비대 투입이 필요하다. 준비되는 대로 「탑」 주변으로 전개하라.”
 
U-1206: 응!
 
프린츠 아달베르트: 다행이네. 울리히, 그나이제나우.
 
울리히 폰 후텐: 전 함, 보급이 끝나는 대로 즉시 반전하여 「잔불」 수색을 개시한다!
 
특이점 유지 한계까지, 앞으로 몇 시간――
 
 
 
 ~26. 잔해 탐색
특이점 내부. 「탑」 주변 해역.
 
마그데부르크: 어이, 엘베. 싫은 소리 하려는 건 아닌데…. 여기 좀 찝찝하지 않아?
 
마그데부르크: 잔해뿐이니까 조용하고 으스스한 건 이해하는데, 뭔가 좀…….
 
엘베: 이, 일부러 이 길을 고른 건 아니에요! 으으으 추워요…….
 
프린츠 아달베르트: 온도는 보통이야―. 뭐 그래도 확실히 좀 추운 거 같긴 해.
 
프린츠 아달베르트: U-1206은 아까 뭐라고 했었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U-1206? 어―이.
 
U-1206: 쉿!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 공사장 소리가 나….
 
마그데부르크: 안 들리는데…. 뭐, 물속에서는 진동이 잘 전달된다고 듣긴 했지만, 그래서 잠수함들이 귀가 밝은 건가.
 
마그데부르크: 그래서? 소리가 어디서 들렸는데?
 
U-1206: 음― 여기저기서…. 잔해 속이라던가…….
 
귀를 곤두세우고 소리의 발신원을 찾으려던 중, 함대의 진로 앞에 대폭발이 일어났다.
 
U-1206: 방금은 들었지-!?
 
엘베: 확실히 들었어요! 잠깐, 설마 이 소리들은…….
 
앞선 폭발에 호응하듯, 진로 상에 있는 잔해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울리히 폰 후텐: 흥, 성가시게…!
 
마그데부르크: 아직 전투 준비는 안 되어 있지만,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어!
 
마그데부르크: 아무튼 이렇게까지 시끄럽게 한다면!
 
프린츠 아달베르트: 잔해에 숨으면 레이더에 잘 안 잡히기도 하지.
 
엘베: 분해요! 적을 놓치는 일이 한 번뿐 아니라 두 번이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울리히 폰 후텐: 엘베 탓이 아니야. 낌새를 알고 있어도 결국 놈들이 덤벼들 때까지는 움직일 수 없어.
 
울리히 폰 후텐: 적의를 보이지 않는 놈들을 상대하는 것도 꽤나 힘들군.
 
마그데부르크: 근데 저 녀석들, 잔해 속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정말로 매복해 있다가 우리를 덮칠 거였으면 일부러 소리를 내지 않았어도 되는 거 아냐?
 
마그데부르크: 그 폭발도, U-1206이 어뢰를 쏜 것도 아닌데 말야.
 
U-1206: 음―. 잘 보니 잔해가 깨끗하게 잘려나간 거 같아.
 
프린츠 아달베르트: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세이렌도 자원을 회수하거나 하는 거야?
 
울리히 폰 후텐: 덤벼들지 않는다면 그냥 무시해라. 전력을 보존해.
 
울리히 폰 후텐: (만약 「샤른호르스트」가 아비터 보디와 조우했다면, 이 전력으로는…….)
 
 
 
 ~27. 구원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이! 저기 누가 있어!
 
U-1206: 「잔불」 샤른호르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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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에 둘러싸인 작은 「호수」에서, 철혈 함대는 수색 대상을 발견했다.
 
의장은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지만, 심한 손상을 입은 샤른호르스트가 그곳에 쓰러져 있었다.
 
U-1206은 서둘러 의식불명인 그녀의 곁으로 달려갔다.
 
U-1206: 정신 차려! 샤른호르스트! 눈 좀 떠봐!!
 
있는 힘껏 불러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U-1206: 안 돼…. 완전히 의식을 잃었어….
 
엘베: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마그데부르크: 글쎄. 이 근처의 잔해로 미루어 보건대, 아마 그 아비터 보디와 조우했겠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모항으로 데려가자. 이대로 방치하면 분명 다른 세이렌한테….
 
U-1206: 아까 잔해에 숨어 있던 세이렌이 나타났어! 설마 샤른호르스트를 “회수”할 생각인가?
 
마그데부르크: 그렇게 놔둘까보냐! 다들, 전투 준비다!
 
그나이제나우(META): ……………………크윽!
 
울리히 폰 후텐: 그나이제나우, 진정해라.
 
울리히 폰 후텐: 특이점을 탈출하는 건 놈들을 뿌리치고 난 다음이다. 샤른호르스트를 버리지도 않을 거야.
 
울리히 폰 후텐: U-1206, 샤른호르스트를 확보하라. 나머지는 세이렌을 요격한다.
 
울리히 폰 후텐: 녀석들을 쫓지는 마라. 돌파구가 열리면 곧바로 「탑」까지 돌아간다. 알겠나?
 
그나이제나우(META): ……알겠습니다.
 
울리히 폰 후텐: 세이렌…. 네놈들에게 낭비할 탄환은 없단 말이다…!
 
 
 
 ~28. 아비터VI
엘베: 쫓아오는 세이렌은 없어요! 잘 도망쳤네요!
 
울리히 폰 후텐: 진로의 잔해 확인은?
 
엘베: 이번엔 실수하지 않아요! 괜찮아요!
 
U-1206: 잠수함 타입 세이렌도 없어!
 
울리히 폰 후텐: (칫, 영 께름칙하군…. 일이 너무 잘 풀리고 있어.)
 
울리히 폰 후텐: (만약 정말 거기 아비터가 있었던 거라면, 왜 「잔불」을 끝장내지 않았지? 그리고 왜 쫓아오지 않는 거지?)
 
울리히 폰 후텐: 아비터라면, 우리를 여유롭게 몰아넣을 수 있을 터. 그런데, 왜…!
 
샤른호르스트(META): 경계를 게을리하지 마라……. 이 해역은 아직…….
 
마그데부르크: 상처가 심해. 너무 말하지 마! 아아, 움직이지도 마!
 
샤른호르스트(META): 괜찮아…. 이것보다 심한 일도 겪었어…. 치료만 받으면 싸울 수… 윽!
 
마그데부르크: 싸운다고?! 그 상태로…!?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 엔진은 아직 움직일 수 있어…. 주포도, 1문은 살아 있군. 후후, 후후후….
 
샤른호르스트(META): 너희야말로… 왜 날 쫓아온 거냐…. 세이렌의 함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건가….
 
울리히 폰 후텐: 아아. 물론 함정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나이제나우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걱정된다고 하더군.
 
샤른호르스트(META): 그나이제나우……….
 
그나이제나우(META): 당신답지 않아요. 제가 알고 있는 샤른호르스트라면, 이 상태에서도 허세를 부릴 겁니다.
 
샤른호르스트(META): 말은… 잘하는군…….
 
샤른호르스트(META): 너야말로, 상처가 늘었잖아…….
 
U-1206: 그게… 아까부터 안내하겠다고 선두를 양보하질 않아서…, 그래도 적들을 엄청 많이 쓰러트려줬어.
 
그나이제나우(META): 제가 알고 있는 언니는 아니지만, 당신은 「샤른호르스트」. …분명 당신에게도 「그나이제나우」가 있었겠죠.
 
그나이제나우(META): 당신을 그대로 가라앉게 뒀으면, 당신 여동생을 볼 면목이 없으니까요.
 
샤른호르스트(META): ……그나이제나우……. 후후, 그 말… 기억해 두겠다….
 
울리히 폰 후텐: 자력 귀환이 어렵다면 잠시 우리 기지에서 쉬면 된다. 떠난다고 하면 붙잡지도 않을 거야.
 
울리히 폰 후텐: 「잔불」 함선은 수리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너만 괜찮다면 시험해 보겠다. …관심 있는 리더도 있고.
 
샤른호르스트(META): 거절…할 수 없겠군…. 지금 이 상태로는….
 
울리히 폰 후텐: 하지만 한 가지 교환 조건을 걸겠다.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아비터VI의 정보를 알려줘.
 
샤른호르스트(META): ………저 아비터는, 처음 보는 녀석이다.
 
샤른호르스트(META): 인포서는 별거 아니어서 얕보았지만, 역시 소문대로… 까다로운 녀석이야….
 
엘베: 그 인포서가 별거 아니라구요?
 
샤른호르스트(META): 싸움에는 익숙하니까…. 그나이제나우도 저 정도는 쉽게 상대했을 거다…….
 
엘베: 그런, 거예요? 뭐어…….
 
샤른호르스트(META): 인포서의 전투 능력과 스타일은 아비터마다 다르다…. 
 
샤른호르스트(META): 물량 공세를 펼치기도 하고…. 단기접전을 걸어오기도 하지…….
 
울리히 폰 후텐: 너를 덮친 것은 어느 쪽이지?
 
샤른호르스트(META): 양쪽이다.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어….
 
샤른호르스트(META): 제1파는 잡졸들이 숫자로 밀고 오고…. 그 다음은 강력한 개체가 빈틈을 찌르듯이 공격해온다….
 
울리히 폰 후텐: 그런가. 하지만 네가 인포서 따위에게 이렇게 심하게 당했을 리는 없을 텐데.
 
샤른호르스트(META): 네 말이 맞아…. 인포서는 어디까지나 인포서…. 너희들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샤른호르스트(META): 하지만… 아비터는 아니야….
 
샤른호르스트(META):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장갑 구조체…….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것뿐이다.
 
울리히 폰 후텐: 한순간에 당했다는 건가. 그나이제나우가 너를 찾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세이렌에게 회수되었겠군.
 
울리히 폰 후텐: ……내친김에 묻는데, 녀석들이 잔해를 “회수”하는 건….
 
샤른호르스트(META): 아마도 그건 아비터의 능력이다…. 이 특이점을 제어 하에 두어, 경면해역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
 
샤른호르스트(META): 완성된다면… 아니, 지금도 놈은 이 해역 그 자체야…….
 
샤른호르스트(META): 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송 모듈, 탄탄한 내구의 바탕인 수리 모듈, 이쪽의 위치를 특정하는 추적 모듈….
 
샤른호르스트(META): 게다가 인포서에 의한 스텔스, 내구 강화…. 적어도 인포서를 쓰러트리지 않는 한, 놈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다….
 
샤른호르스트(META): 그게 아비터…. 「잔불」을 사냥하는 세이렌의 힘이다.
 
U-1206: 그 세이렌들은 역시 아비터를 위해 자원을 회수하고 있었구나…!
 
프린츠 아달베르트: 특이점 전체가… 아비터의 영역…….
 
샤른호르스트(META): 아아…. 이곳은 원래 「가지」 중의 하나였지만 지금은 녀석들이 실험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아무 망설임 없이.
 
그나이제나우(META): 잠시만요. 제가 여기서 계속 싸우고 있었던 건…….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 놈들은 너의 힘을 시험하려고…. 혹은 너를 말소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나이제나우(META): ……!!
 
울리히 폰 후텐: 그나이제나우. 샤른호르스트를 부탁한다. 철혈 함대, 적의 기습에 대비하라.
 
그나이제나우(META): ……알겠습니다.
 
울리히 폰 후텐: 부상자는 후방에서 지원 포격에 전념하도록. 길은 내가 열겠다.
 
그나이제나우(META): 컨디션만 완벽했다면, 더 활약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나이제나우(META): 언ㄴ…… 샤른호르스트. 부디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특이점 유지 한계 시간까지, 앞으로 몇 시간――
 
 
 
 ~29. 인포서 군단
엘베: 인간형 세이렌이 접근 중이에요! 아까 싸웠던 인포서 말고도 신형이 있어요!
 
울리히 폰 후텐: 저게 그 단기접전 타입인가.
 
샤른호르스트(META): 그래. …방심하지 마라. 저 단독 개체의 전력은 다른 놈들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엘베: 울리히, 저쪽 바다의 모습이 변했어요!
 
울리히 폰 후텐: 경면해역의 기상 제어인가.
 
샤른호르스트(META): 아마도 그럴 테지. 저쪽은 진심으로 우리를 “사냥”하려 들 셈이로군. 저 안쪽은 있는 것만으로도 타격을 받을 거다.
 
울리히 폰 후텐: 칫. 특이점의 입구… 탑으로 서둘러라!
 
 
 
 ~30. 흩트리다
엘베: 인간형 세이렌 다수! 이런 건 너무해요!
 
울리히 폰 후텐: 그렇게 많지는 않아. 여기서 해치우자.
 
울리히 폰 후텐: 그나이제나우, 샤른호르스트. 서둘러라.
 
모두: 네!
 
 
 
 ~31. 대잠전
U-1206: 잠수함 타입 세이렌이 그쪽으로 가고 있어! 조심해!
 
울리히 폰 후텐: 호위 전력이 빠지는 틈을 노렸나. 칫, 성가신 놈들.
 
울리히 폰 후텐: 대잠전을 준비하라. 그나이제나우, 샤른호르스트. 괜찮나?
 
그나이제나우(META): 저는 괜찮습니다.. …계속 혼자서 싸워왔다는 걸 잊기라도 한 건가요?
 
샤른호르스트(META): 그 잠수함 때문에 다친 주제에 말은 잘하는군. 언제나 자랑하던 데이터는 전혀 도움이 안 되었나 보지?
 
그나이제나우(META): 당신이야말로, 대잠 지원 장비가 망가졌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나요?
 
그나이제나우(META): 전부 당신 특유의 그 무모함 때문이겠죠.
 
샤른호르스트(META): ………….
 
울리히 폰 후텐: 마그데부르크를 부르는 게 좋겠군. 뭣하면 나도….
 
그나이제나우(META): 괜찮습니다. 제게 맡기세요. 당신은 대파된 샤른호르스트를 데리고 먼저 가세요.
 
그나이제나우(META):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고작 이 정도 세이렌에게 당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으니까요.
 
그나이제나우(META): 나중에 따라잡을 테니까, 지금은 당신들의 그 「탑」으로 서두르세요!
 
그나이제나우(META): ……얼른! 더는 시간 낭비입니다!
 
 
 
 ~32. 혼신의 일격
샤른호르스트(META): 저 인포서들이… 최후의 장해물이라는 건가.
 
울리히 폰 후텐: 「탑」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시간이 없다. 강행돌파한다.
 
샤른호르스트(META): 그럼 내가 선두에――
 
울리히 폰 후텐: 허세 부리지 마라. 넌 부상자야. 앞에 선들 아무 소용 없어.
 
샤른호르스트(META): 큭…! 너희가 필사적으로 싸우는 걸 그냥 손가락 빨며 보고만 있으라고?
 
울리히 폰 후텐: 그래. 그게 지금 네게 있어 최선의 선택.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합리적인 배치다.
 
울리히 폰 후텐: 네가 평소 컨디션이라면 몰라도, 철혈은 부상 중인 동료에게 헛된 희생을 강요하지 않아.
 
샤른호르스트(META): …나는 「철혈」이 아니라, 「잔불」이다.
 
울리히 폰 후텐: 그 「잔불」이 동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버리는 조직이라면, 나는 경멸할 거다.
 
울리히 폰 후텐: 아까 이보다 더한 상처도 입었었다고 했지. 그때는 어떻게 헤쳐 나갔지?
 
울리히 폰 후텐: 설마 하겠지만, 세이렌이 우연히 너희를 놓쳤다… 그런 건 아니겠지?
 
샤른호르스트(META): 「엔터프라이즈」다. …잔해의 바다에서 절망하고 있던 나에게, 엔터프라이즈가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다.
 
울리히 폰 후텐: ……그렇다면 나도 비슷한 흉내를 내도록 하지.
 
샤른호르스트(META): 너는 「코드 G」가 아냐! 혼자서 저 정도의 인포서는…….
 
울리히 폰 후텐: 누구나 타고난 강자는 아니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길을 뚫겠다고는 하지 않았어.
 
마그데부르크: 울리히. 이쪽 추적자는 해치웠어!
 
엘베: 정확히는 해치운 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유도한 거지만 말이죠?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나이제나우도 합류했어―
 
U-1206: 으엑, 처음 보는 대잠탄을 던져서 하마터면 머리 부딪칠 뻔했잖아!
 
그나이제나우(META): …데이터 분석에 약간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얘기는 다시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요?
 
U-1206: “무사히 돌아가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
 
샤른호르스트(META): 인포서를 상대로 잘 싸웠지만, 소모는 피하지 못했나….
 
울리히 폰 후텐: 그러니 모두의 힘을 합칠 필요가 있는 거야. 이곳만 돌파한다면 「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모두, 조금만 더 버텨라!
 
 
 
 ~33. 세이렌에게 복수하는 자
엘베: 「탑」에서 빛이 보였어요! 울리히!
 
마그데부르크: 특이점 유지 한계…. 괜찮아! 이 속도라면 아직 여유 있어!
 
U-1206: 그그그그치만 아까부터 뒤에서 엄청난 위압감이이이….
 
프린츠 아달베르트: 뒤돌아보지 마! 전속력으로 달려!
 
울리히 폰 후텐: 그래! 앞으로 조금만――
 
마인츠: 울리히. 예비대는 전원 대기 중이다! 뒤는 맡겨라!
 
론: 울리히 씨가 초조해 하는 모습을 보다니 별일이네요~
 
울리히 폰 후텐: 타이밍은 좋지만… 두 사람뿐인가?
 
론: 다른 동료들도 있어요. 저와 마인츠만 마중 나온 거랍니다~
 
론: 전력을 집결시킬 필요가 있다면 바로 동료들에게 연락할게요.
 
마인츠: 프리드리히의 지시로 일부 차출된 전력도 있지만, 남은 멤버로도 세이렌 소탕 정도는 충분할 거야.
 
울리히 폰 후텐: 유감이지만 그건 무리다. 아비터가 이미 해역 전체를 장악하고 있어. 얼른 철수해야 해.
 
마인츠: …알겠다. 우리가 막아내고 있을 테니, 너희는 일단 「탑」으로…….
 
론: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전원이 함께 싸웠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요.
 
론: 자, 그럼… 어떻게 싸워 드릴까요… 아비터!!!
 
그나이제나우(META): 어, 언제 이 거리까지 온 거지!?
 
샤른호르스트(META): 이 전송은… 영락없는 아비터다!
 
마인츠: 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 아니, 두 사람은….
 
울리히 폰 후텐: 지금은 설명할 틈이 없다. 저 녀석을 격퇴하지 않으면, 만약 「탑」이 파괴되기라도 하면 모두 영원이 이곳에 남겨질 거야.
 
마인츠: 알겠다. 세이렌 상위 개체와의 교전 역시 계획의 일부…. 지원하겠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이, 울리히―. 그 두 사람은 전투에서 빼는 게 좋지 않을까―
 
울리히 폰 후텐: 아아. 세이렌의 표적은 처음부터 그 두 명이었다. 반드시 우리 세계로 보내야만 해.
 
프린츠 아달베르트: 응. 철혈 동료는 꼭 지켜내야지. …양산함들아, 부탁해―
 
론: 네네, 다녀오세요~
 
예비대가 준비한 양산함으로 특이점에서 만난 두 명의 동료를 보내고, 철혈 함대는 재차 「탑」에 닥친 위협과 마주했다.
 
함선들의 눈앞 상공에는 거대한 의장을 갖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론: 아비터VI…… 맞죠?
 
대답은 없다. 애초에 아비터의 본체가 아니면 거의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의장에서 해방된 광학 병기의 포격은 분명히 함선들에 대한 적의가 나타나 있었다.
 
론: 과묵한 타입이신가 봐요. 마인츠, 아무래도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인 거 같네요.
 
마인츠: 아아, 그래. 이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특이점 유지 한계까지 몇십 분밖에 안 남았어! 너무 흥분하진 마!
 
론: 물론 알고 있어요~ 후후후…… 날뛰어 볼까!!!
 
말없이 낫을 움켜쥔 전함 울리히 폰 후텐은, 모든 힘을 개방에 세이렌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34. 탈출
―――――!!
 
철혈 함대의 일제 공격이 아비터 보디를 덮쳤다.
 
장갑을 몇 번이고 쏘아댄 끝에 마침내 그 방어에 구멍을 뚫을 수 있었다.
 
아비터VI 러버즈: ……………?
 
자신이 왜 상처를 입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아비터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관통된 장갑을 들여다봤다.
 
론: 공격이 먹힌다는 건 쓰러트릴 수 있다는 거네요!
 
프린츠 아달베르트: 무리야. 이 특이점 안에 있는 한 아비터는 손상을 입어도 점차 복구할 수 있어.
 
마인츠: 실제로 시간 벌이를 위해 인포서를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화력 시험 표적으로는 합격이라고 해두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 포구가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어…! 설마 「탑」을 직접 노리는 건――
 
마인츠: 「탑」은 어느 한쪽 편에서만의 공격으로는 무너지지 않아!
 
마인츠: 그만큼 에너지를 써서 유지하고 있다. 물론 아비터의 에너지가 이를 웃돈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마인츠: 론, 울리히. 지금은 철수하자. 만에 하나라도 계획 밖의 일이 일어나지 않는단 법은 없어!
 
론: 알겠습니다. 아달베르트, 먼저 가세요~
 
프린츠 아달베르트: 네―에. 그럼 사양 않고―
 
양산함과 다른 동료들의 엄호사격 가운데 아달베르트는 특이점의 입구로 뛰어들었다.
 
그 뒤를 이어 울리히, 마그데부르크, 엘베, U-1206, 마인츠….
 
마지막으로 남은 론은 인포서의 포탄을 의장으로 받아내며 그 충격을 역으로 이용해 아슬아슬하게 탈출했다.
 
특이점인 「탑」의 입구를 유지시키던 에너지의 격류가 진동과 함께 크게 모습을 일그러뜨렸고, 가까이 다가온 인포서를 순식간에 산산조각 내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탑」, 그리고 「입구」.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비프로스트의 다리는 완전히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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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츠 하인리히: 비상정지 성공! 흐아아, 피곤해……. 몸이 쪼개지는 줄 알았어…….
 
프린츠 하인리히: 그래도 모두 다 무사히 회수하는 데 성공했어! 어? 아달베르트는 기절했네?
 
프린츠 하인리히: 론하고 마인츠도! 으아아! 혹시 전송할 때 문제가…….
 
Z46: 걱정 마라. 전송 시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을 뿐이다. …아비터의 공격을 회피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프린츠 하인리히: 그치! 피제 군도 그런 거 같지!
 
프린츠 하인리히: 아이젠 군이 케이블을 깨무는 바람에 장치를 몇 개 부숴 먹긴 했지만! 정말, 의욕만 넘친다니까 아이젠 군!
 
프린츠 하인리히: 아, 방금 론이 움직였어! 다행이다….
 
Z46: 좋아. 얼른 모두를 휴게실로 데리고 가자.
 
Z46: 이번 작전. 특히 「META」와 「잔불」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임에 틀림없다.
 
프린츠 하인리히: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작전 성공 뒷풀이와 특별 휴가다―!!
 
Z46: 그건 실현되기 힘들 거다. 제어실이 이렇게 걸레짝이 된 이상, 최소한의 변명거리라도 필요할 테지.
 
프린츠 하인리히: 아, 방금 통신이 들어왔어―
 
Z46: 나도 그렇다. 페터에게 현 상황을 서둘러 보고해야 해.
 
프린츠 하인리히: 부탁해 피제 군!! 시말서 같은 건 혼자서는 절대 무리야! 도와줘――!!
 
Z46: 누군가가 의지한다는 감촉은 매우 따뜻하고, 기분 또한 고양되는군.
 
Z46: 하지만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돕는 것은 하인리히의 성장에 유익하지 않을 것이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으으………여기는……어디야……?
 
정신을 차린 아달베르트가 본 것은 분주하게 시설 내부를 뛰어다니고 있는 Z46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안도하는 한편 탐색 작전의 피로 탓인지 아달베르트는 그대로 다시 잠들어 버렸다.
 
프린츠 하인리히: 아달베르트 군! 아달베르트 군! 또 정신을 잃었어!
 
프린츠 아달베르트: 아니아니, 너무 움직여서 피곤할 뿐이야……. 하인리히, 휴가 신청은 내 것까지… 부탁―…….
 
 
 
“이것으로 「탑」의 기능 테스트는 완료되었구나.”
“그래. 그 신인 척 하는 존재들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
“……공격한다면, 반격할 뿐이야.”
“아가에게도 협력을 구할 생각이란다.”
“……봉화는 철혈이 올린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 역시.”
“당신의 염원은 내가 꼭 이루어줄게. 비스마르크.”
“믿고 있겠어. 프리드리히.”
“우리들의 안식의 바다는, 이 흑철의 힘과 붉은 피로 다시 빼앗아 와야 해.”
――우리에게 위대한 승리를. 그리고, 철혈에게 빛나는 미래를――
 
 
 
 ~35. 영원한 성좌
사디아 제도. 어느 곳.
 
콘테 디 카보우르: 프리드리히가 보낸 특이점 조사 자료는 이상이네.
 
마르코 폴로: 「미드가르드의 탑」? 이상한 이름이네…. 그리고 그 장치에 「탑」 같은 요소는 없지 않았어?
 
마르코 폴로: 그리고 왜 미드가르드야? 기왕이면 비프로스트라던지, 탑의 요소를 강조하고 싶다면 바벨이라고 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콘테 디 카보우르: 하아…. 그걸 소생에게 말해봤자….
 
콘테 디 카보우르: 아무튼, 철혈에게는 뭐라고 답할 텐가?
 
마르코 폴로: 그냥 잘 봤다고만 해줘. 아, 내친김에 작전 성공 축하한다고도.
 
콘테 디 카보우르: 알겠네.
 
마르코 폴로: 카보우르. 혹시 비시아의 신궁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콘테 디 카보우르: 하하. 모잠비크에서 리슐리외 상대로 사용했던 병기 말인가?
 
마르코 폴로: 응. 그거 말인데. 사디아의 위광을 드러낼 수 있는 보물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마르코 폴로: 영광이 깃든 영원한 도시, 아이리스…. 신의 위엄을 드러내는 신위의 현현…….
 
콘테 디 카보우르: 그 「성당」은 지금 리슐리외 공이 직접 관리하고 있네. 교섭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야.
 
마르코 폴로: 그래…. 그럼 비시아나 철혈한테 그 병기의 설계도를 받는 건 어때? 아이리스가 만들 수 있다면 사디아도 만들지 못할 리가 없잖아.
 
마르코 폴로: 그리고 다 만들어진다면~ 후후후, 후후후후후♪
 
콘테 디 카보우르: 알겠네. 머리 한 구석에 기억해두지.
 
마르코 폴로: 고마워♪
 
콘테 디 카보우르: 하아…. 베네토 함대가 미궁에 갇혀 있는 틈에 세이렌이 제도를 습격한 탓에 상층부의 피해도 막심하네. 덕분에 움직이기 편해지긴 했지만…….
 
콘테 디 카보우르: 소생은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진다만…. 마르코 폴로는 신경 쓰이지 않는가?
 
마르코 폴로: 글쎄? 그냥 불의의 사고잖아? 결국 차라네가 세이렌을 쫓아냈잖아.
 
마르코 폴로: 아, 덤으로 아이리스하고 비시아에 관련된 얘긴데.
 
콘테 디 카보우르: 아이리스 성좌의 보물 중 하나인 「관」을 말하는 겐가?
 
마르코 폴로: 응응! 어디 있는지 알아냈어?
 
콘테 디 카보우르: 소생은 정보 공작에는 능하지 않네…. 다만, 그 「관」에 대한 소문 정도는 알고 있지.
 
콘테 디 카보우르: 「재현」 소동으로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했나.
 
마르코 폴로: 잃어버린 거야? 그 아이리스가? 리슐리외가?
 
마르코 폴로: 역시 그건 우리 사디아가 잘 가지고 있는게 낫겠지…? 흠흠.
 
콘테 디 카보우르: 말을 삼가게나. 마르코 폴로.
 
콘테 디 카보우르: 베네토의 지시는 어디까지나 사디아의 위광을 발현하는 것일 뿐. 보물 수집과 약탈이 아닐세.
 
마르코 폴로: 그냥 해본 소리야. 닳는 것도 아니고.
 
마르코 폴로: 리슐리외가 가지고 있어도 별 상관은 없지만, 모처럼이니까 그냥 한번 만져보고 싶었을 뿐인걸 뭐.
 
마르코 폴로: 뭐, 그 얘기는 나중에 또 하자.
 
콘테 디 카보우르: 행동을 조심하게. 마르코 폴로.
 
콘테 디 카보우르: 소생은 업무로 돌아가겠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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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 제도 습격도 큰일은 큰일이지만, 애초에 총기함 베네토가 부재중에 일어난 일이고.
 
마르코 폴로: 게다가 도우러 온 것은 로열이 아니라 철혈…. 상층부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어.
 
마르코 폴로: 아니면 어떤 이유로 로열이 도우러 오지 못했다던가.
 
마르코 폴로: 베네토의 방식도 나쁜 건 아니지만, 이 나, 마르코 폴로는 더 원대한 야망이 있다고!
 
마르코 폴로: 우선은 비적과, 각 진영이 그토록 원하는 「힘」의 근원부터…….
 
마르코 폴로: 상층부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그것들을 모은 다음, 사디아의 위광을 위해서 이렇게 잘 하면…….
 
마르코 폴로: 영광이 깃든 영원한 도시. 위엄을 드러내는 신위의 현현…….
 
마르코 폴로: 「신」조차 내 편으로 만들어 보이겠어. 후후후♪
 
 
 
 
 ~36. 북방연합
PH기지.
 
새러토가: 이거랑, 이거랑 이것도…….
 
새러토가: 모르겠어…. 이 새러토가도 모르겠어!
 
새러토가: 그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기지 내 자료실에서 새러토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주변에 쌓인 여러 자료 뭉치들이 그녀의 고전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철혈의 동향은 항상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에, 상층부의 정보 보작이 이루어지면 상황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특이점의 출현. 그리고 함대 행동. 안샨 일행의 조사 작전과 동시에 출현한 현상으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은――
 
하지만, 판단을 내릴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
 
새러토가: 있다! 「탑」의 사진! 역시 특이점하고 관계 있었어, 지휘관!
 
새러토가: 출동한 함선 리스트에 울리히 폰 후텐, 그리고 페터 슈트라서의 이름이 있어.
 
새러토가: 근데 뭘 찾아낸 걸까…. 지휘관은 알겠어?
 
새러토가: 직접 물어보는 게 좋겠지…. 여기서 머리만 싸매도 소용없고….
 
아니면 남극에 있는 기지에 당시 관측 자료를 직접 문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새러토가: 응! 엄청난 에너지 반응이 있었다는 건 확인했어!
 
새러토가: 한동안 통신이 끊겨서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새러토가: …응? 북방연합에서 지휘관한테 연락이…?
 
새러토가: 어…? 지휘관한테 한 연락이 상층부까지 다이렉트로 올라갔다고!?
 
새러토가: 북방연합, 뭐하는 건데 진짜!
 
새러토가: 지휘관, 얼른 읽어봐!
 
→ 내용을 확인한다
 
새러토가: 북방연합이 지휘관한테 할 연락을 상층부로 보내 버렸나봐!
 
새러토가: 게다가 이 내용 좀 봐! 지휘관, 이게 NY시티 상층부에 퍼지면 큰일 날지도 몰라!
 
 
 
“친애하는 지휘관 동지.”
“언제나 동지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아주르 레인의 지원 물자로 인해 세이렌과의 전투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때는 무르익었습니다.”
“다시금, 철혈을 향한 보복 작전을 거행합니다.”
“지휘관의 참가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37. 허프만 나무
???·???
 
컴파일러: 옵저버. 경면해역 분석, 완료.
 
컴파일러: 사전 연산과 경과 시간이 동일하고, 미끼도 모두 회수되었어. 이상 없음.
 
컴파일러: 맡은 임무에 대한 보고를 할게.
 
컴파일러: 전 관측 데이터를 분석·검증한 결과, 각 해역에 출현한 아비터의 흔적은 “3”. 3개뿐.
 
컴파일러: 아비터 조사리니, 진심이야?
 
옵저버: 이 실험장에 나타나는 모든 것은 미래의 「변수」야.
 
컴파일러: 뭐, 나는 상관없지만.
 
컴파일러: 기능 프로파일 권한에서, 한 가지만 확인할게.
 
컴파일러: 「가지」의 상호 간섭은 절대 금지. 철혈의 특이점 생성은 분명한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
 
컴파일러: 이 「가지」의 파기 처분 프로토콜을 시행할까?
 
옵저버: 철혈이 움직이지 않아도 「잔불」… 「META」화 한 KAN-SEN은 이 세계로 이끌리게 돼. 특이점을 여는 기술은 얼마든지 전해질 수 있어.
 
옵저버: 「가지」의 파기 처분은 금지야. “아직” 일러.
 
컴파일러: 나는 특이점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유출하지 않았어. 옵저버, 너구나.
 
옵저버: 글쎄. 아비터를 보고 배운 게 아닐까? 이 「가지」의 아이들은 학습 능력이 높으니까.
 
컴파일러: …………….
 
컴파일러: 「제로」의 지시를 마지막으로 받은 게 언제지?
 
옵저버: 저번에 「제로」한테 지시를 받은 그때야. 컴파일러.
 
컴파일러: …………………….
 
옵저버: 나도 질문할게.
 
옵저버: 「가지」, 자연 연산 장치의 실험 대상이 된 세계는, 파기 처분되면 어떻게 될까?
 
컴파일러: 관련 자료를 본적이 없어. 「가지」의 자료는 옵저버, 네 네트워크에서 주기로 전달되잖아.
 
옵저버: 맞아. 데이터는 전부 「제로」에게 전해지게 되어 있어.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나」는 어떻게 되는지야.
 
옵저버: 즉, 파기 처분된 「가지」의 세이렌 관측, 실험, 구축, 전투…. 모든 단말은 어떻게 되는지.
 
옵저버: 영혼은 영원한 바다로 돌아가는 걸까? 아니면 테세우스의 배처럼 다른 존재가 되는 걸까. 나는 여전히 「나」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의 「소체」일까.
 
컴파일러: 주기와 이어져 있는 건 옵저버, 너뿐이야. 네가 모르는 걸 컴파일러가 일 리가 없어.
 
컴파일러: 그리고, 조사하는 것도 귀찮아.
 
컴파일러: 신병기 개발로 리소소를 재배분한다. 일, 귀찮아.
 
컴파일러: …심부름꾼이 필요하면 퓨리파이어한테 리소스를 받아. 실험장에서 오래 일하고 싶지 않아.
 
컴파일러: 부탁할게.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