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및 관련 글/중·소형 스토리

등불의 시니에

킹루클린 2023. 3. 18. 09:40

등불의 시니에
 
 ~01. 성재를 내리는 자들
 
          「아이리스에 고난이 닥칠 때 우리의 깃발이 내걸릴 것이라」
          「검이 가리키는 것은 우리의 행선지이며」
          「문이 찬양하는 것은 우리의 개선이니라」
          「지금 다시 한 번, 우리는 출격한다」
          「지금 다시 한 번, 우리를 인도하시기를」
 
 
비시아 성좌. 거점.
 
알제리: “레드 액시즈로 기우는 사디아 제국에 아이리스의 성재를 내린다”라……. 예상 범위 내의 「재현」이네.
 
포슈: “전장은 불변하지 않으며, 어제의 친구는 오늘의 적, 그리고 내일은…….”
 
포슈: “헤아릴 수 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이니라”… 뭐, 그런 거지.
 
알제리: 사실 사디아 제국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거니까. 그러니 만큼 진심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포슈: 네~네. 작전이 결정된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구.
 
포슈: 그나저나 알제리 요즘 너답지 않게 너무 심각하지 않아? 표정 좀 풀어봐.
 
알제리: 어머. “너답지 않게”라니 무슨 뜻일까?
 
포슈: 하핫. 물론 “엘레강트하고 아름답고 언제나 여유만만한 우리의 호교(護敎)기사 알제리 님”을 말하는 거지.
 
알제리: 놀리지 마. 이것도 비시아에게 있어서 중요한 작전 중 하나 아니겠어?
 
포슈: 그건 그렇지.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잖아. 맞지?
 
알제리: 그건……「재현」을 위해서?
 
포슈: 흠, 역시 알제리한테는 너무 쉬운 문제였나?
 
알제리: 그건 그래. “레드 액시즈로 기우는 사디아 제국에게 기습을 가하는 아이리스.”
 
알제리: 그 작전이라고 한다면 포슈, 잖니?
 
포슈: 바로 맞히네…. 하하하. 뭐랄까, 맥이 탁 풀렸어.
 
알제리: 맞히도록 유도한 건 너잖아.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하면 될까?
 
포슈: 사디아 제국 소속 항구에 “기습 포격”.
 
포슈: 사디아 주력함대의 동향을 관측한 결과에 기초해서, 기회를 틈타 보급 거점인 항구를 습격.
 
알제리: 보급을 끊고 주력함대의 움직임을 무력화한다…… 좋은 작전이네.
 
알제리: 로열의 지원은?
 
포슈: 없어. 뭐, 상층부의 연락이라면 받아뒀지만.
 
알제리: 뭐라고 쓰여 있어?
 
포슈: “현 시점의 정보로 미루어 볼 때, 로열 함대의 재현 작전 개입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됨.”
 
포슈: “비시아 성좌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밖에 없음”이래.
 
알제리: 역시 정보계 아이는 일처리가 좋다니까.
 
알제리: 아니면 자칭 전략가 포슈의 지시가 있었던 걸까?
 
포슈: 하하하. 너무 과대평가야. 상층부의 동향 같은 건 우리가 찾아봐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구.
 
알제리: …그렇지. 깊이 생각해봤자 뭐….
 
포슈: 괜찮아. 우리라면 무사히 해낼 수 있을 거야. 바로 내가 있으니까!
 
포슈: 모험에는 냉정한 두뇌를, 지휘에는 신중한 지시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에서는 지금 작전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포슈: 라고, 전략가로서 번지르르한 말만 잔뜩 늘어놔 보긴 했지만….
 
포슈: 상층부에서 지시한 「재현」은 고작 함선 한 명이 내다볼 수 있는 게 아냐.
 
포슈: 그리고…… 나 실은 머리 쓰는 것보다 싸우는 걸 더 좋아하거든?
 
알제리: 그래 그래. 계획은 어떻게 돼?
 
포슈: 저녁에 출발해서 야음을 틈타 아침이 오기 전에 습격하고 그대로 작전해역에서 이탈한다.
 
알제리: 알겠어. 활약을 기대할게, “전략가”님. 후후후.
 
포슈: 그렇게 말하니까 쑥스럽네~ 하하하.
 
알제리: 그래? 그럼 이제 포슈 말고 그렇게 불러줄까?
 
포슈: 절대 사절이야!
 
 
 
 ~02. 저녁놀의 출항
이윽고 저녁이 되었다. 항구에서 출항한 함대는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알제리: 어디, 사디아는 어떻게 반응하려나….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포슈: 도중에 적한테 들키면 기습을 못하게 되니까.
 
포슈: 저쪽 주력함대를 맞닥뜨리면 지금 전력으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고.
 
알제리: 하나 더 있지.
 
포슈: 아아. 우리 습격이 들키면 저쪽의 응전과 동시에 원래 목표로 했던 시설에 대한 공격 효과도 떨어지겠지…. 설상가상이야.
 
포슈: 정신 바짝 차리자. 알제리, 선도 부탁해!
 
 
 
 ~03. 항적 식별
알제리: …! 포슈, 접근해오는 적 함대가 있어!
 
포슈: 뭐!? 사디아의 정찰함대야?
 
포슈: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운도 없지…!
 
알제리: 아냐 포슈. 운이 없는 건 저쪽이야.
 
알제리: 연락하기 전에 무력화할 수 있다면 아직 들키지 않은 거야…!
 
 
트렌토: 비시아 함대? 이게 대체……. 대규모 작전 계획은 듣지 못했는데….
 
트렌토: 혹시, 「재현」으로 사디아의 항구를 습격할 셈…?
 
트렌토: 죄송합니다. 순순히 보내드릴 수는 없어요……!
 
――――――――!
 
트렌토: 비록 구식함이지만,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04. 진격
트렌토: ……큭!
 
트렌토: 온 힘을 다했지만, 이길 수 없었네요…….
 
트렌토: 으으, 그렇다면….
 
알제리: 생각보다 귀찮은 상대였어. 저렇게까지 버티다니.
 
포슈: 솔직히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야. 우리에게 이길 수 없다고 해도 이렇게나 고생시킬 줄이야.
 
포슈: 연락하기 전에 어떻게든 격파해냈고. 작전 종료까지 본대와 연락할 수 없게 해서 다행이야.
 
포슈: 슬슬 가도 될까?
 
알제리: 그래. 계속 가자.
 
포슈: 사디아의 정찰함대가 있다는 건, 저쪽의 「대역」도 나왔다는 거지.
 
포슈: 남은 건 우리의 작전 목적을 상대가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알제리: 너무 사디아를 만만하게 보지 마.
 
포슈: 당연하지. 무사태평하고 기관부가 달아오르기까지 시간은 걸리지만, 할 때는 하는 건 그 총기함님하고 똑같네.
 
알제리: 지금이 사디아의 “쉬는 시간”이기를 바라는데.
 
포슈: 그래. 그러니까 눈치채기 전에 서두르자.
 
 
 
 ~05. 선제 포격
알제리: 포슈. 또 사디아의 정찰함대야.
 
포슈: 또야……?. 진로는?
 
알제리: 우리하고 같아.
 
포슈: 그렇다는 건 우리를 요격하러 온 게 아니라 정찰함대 혹은 항구 지원인가….
 
알제리: 지원이라면 위험한데. 우리 작전이 들킨 걸지도 몰라.
 
포슈: 아니면 저쪽 「재현」도 처음부터 그런 작전이었던 걸지도.
 
포슈: 이 타이밍에 항구 지원이라니…. 항구의 방어 태세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
 
포슈: 추월해서 먼저 항구를 포격하면 어때? 알제리.
 
알제리: 아니, 안 돼. 사디아 함대에게 협공당할 거야.
 
포슈: 그럼 항구에 입항해서 저쪽 전력이 강화되기 전에 미리 무력화하자!
 
포슈: 좋아, 그럼 공격 개시다!
 
 
 
 ~06. 잠을 깨우는 일격?
차라: 리토리오도 참, 이런 시간에 불러내다니…. 후아암…….
 
차라: 이런 늦은 시간에 항행하다간 폴라한테 피부 거칠어졌다고 한소리 들을 텐데.
 
차라: 항구의 방위를 강화하여 「재현」의 싸움에 참가하라. 아무튼 이 항구가 맞겠지.
 
차라: 만약 적이 안 온다면…… 꺄악!?
 
――――――――――――!
 
차라: 적습!? 설마 아이리스의…!
 
차라: 운도 없지…. 차라, 요격한다!
 
 
 
 ~07. 돌파구
――――――――――――!
 
포슈: 후. 이 함대도 무사히 무력화할 수 있었네.
 
포슈: 알제리, 너무 심한 거 아냐? 이 정도면 당분간은 좀 쉬어야 출격할 수 있을 텐데….
 
알제리: 이게 바로 진지한 작전이지. 전장에서 방심한다면 비시아 기사 실격이야.
 
알제리: 평범하게 열심히 싸웠던 포슈가 나보고 심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포슈: 하하하. 우리 둘 다 호교기사잖아! 나도 싸울 때는 열심히 한다구.
 
포슈: 단지 알제리처럼 호쾌하게 의장을 휘두르는 모양새가 아닐 뿐이지―
 
알제리: 그건 어쩔 수 없어.
 
알제리: (실은 같은 함선끼리 이렇게 싸우고 싶지 않지만)
 
알제리: (비시아의 일원으로서, 우리 나름대로 “대의”를 위해 힘을 행사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알제리.)
 
포슈: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기습 목표에 도착해.
 
알제리: 그밖에 또 짚이는 건 없어? 포슈.
 
포슈: 없어. 방금 걸 마지막으로 항구 주변 정찰함대는 전부 쓰러트렸으니까.
 
알제리: 남은 건 사디아의 주력함대가 올 때까지 얼마만큼의 작전 성과를 올릴 수 있느냐일까.
 
포슈: 맞아. 지금은 적함과의 싸움이라기보단 시간과의 싸움이야.
 
포슈: 좋아, 비시아 함대. 지금부터 기습을 개시한다!
 
 
 
 ~08. 등화
기습 대상이 된 사디아 항구에 귀를 찢을 듯한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비시아 함대가 발사한 포탄이 목표 시설과 방위 시스템을 무력화했다.
 
알제리: 후우. 잘 마무리됐네.
 
포슈: 상대 방어가 생각보다 허술한 거 같은데.
 
포슈: (보통 함정에서 육상방어시설을 향한 포격은 불리하다고 들었는데.)
 
포슈: (정찰함대와 조우한 거에 대한 보상이려나.)
 
알제리: 이걸로 작전 목표는 잘 완수된 거겠지?
 
알제리: 사디아의 항구를 야습해서 보급로를 끊고 함대 행동에 제한을 가한다….
 
알제리: 사실 화력이 조금 더 강했으면 했는데. 양산함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었더라면…….
 
포슈: 그건 힘들어. 우리 전력이 많을수록 사디아의 주력함대가 나올 가능성도 높고.
 
포슈: 그리고 육상 목표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함정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포슈: 뭐, 작전대로 잘 됐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치자, 알제리.
 
포슈: (사디아 주력함대가 나오기 전에 철수해야 돼…!)
 
 
 
 ~09. 철수
알제리: 나왔군. 사디아의 주력함대.
 
포슈: 총출동은 아니라 다행이네. 얼른 철수하자, 알제리.
 
포슈: 이대로면 아침이 되니까 우리한테 불리해져.
 
알제리: 그래. 얼른 철수하자…. 다른 함선에게도 연락해줘.
 
포슈: 응. 벌써 하고 있어.
 
알제리: 좋아. 속력이 빠른 함선은 먼저 철수하고, 우리가 후미를 맡아서 조금만 사디아의 전력을 이끌어낸 다음에――
 
알제리: 비시아 거점으로 귀환하자!
 
 
 
 ~10. 기선
작전을 완수한 비시아 함대는 차례차례 전투해역에서 이탈해 대양으로 빠져나갔다.
 
아침이 찾아오기까지 모든 함선이 무사히 철수할 수 있었다.
 
포슈: 후우…. 무사히 빠져나왔네.
 
알제리: 주력함이 섞인 함대가 우리를 따라잡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냐.
 
포슈: 거기에 항구가 혼란한 것도 있으니까. 「재현」이라고는 하지만…… 앗!
 
비시아 함대의 침로 앞을 웅장한 사디아 전함 한 척이 가로막았다.
 
리토리오: 인사도 없이 꽁무니를 빼고 도망치는 것이 호교기사단의 법식인가?
 
포슈: 전함 리토리오…!
 
알제리: 아까 주력함대하고는 별대인가봐…. 혹시 매복하고 있었던 건가…!
 
리토리오: 글쎄? 항구부터라면 주력함대가 너희를 따라잡지 못했을 테니까.
 
포슈: 역시 그 함대는 우리를 항구에서 쫓아내기 위한 블러핑이었나…!
 
리토리오: 그래. 아무도 “추격함대”가 하나뿐이라고는 하지 않았어.
 
포슈: ……리토리오 공께서 상대해 주시는 것은 영광이지만, 여기서는 싸우지 않고 지나갈 수 있겠습니까?
 
리토리오: 싸우지 않고 끝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
 
리토리오: 하지만 그것이 놓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물론 알고 있겠지?
 
리토리오: 적어도 내 질문에 몇 가지 대답해줘야겠――
 
알제리: 그럴 순 없어, 리토리오.
 
알제리: 비시아 호교기사단의 법식이 어떠한지, 너도 잘 알 텐데.
 
포슈: 그건 물론이지만… 알제리, 정말 싸워야 돼?)
 
포슈: (상대는 그 리토리오라고…)
 
알제리: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도 싸워야만 하는 때도 있어. 나머지는 상황을 봐서…. 알겠지?)
 
리토리오: 알겠다. 그것도 포함해서 작전의 일환, 이라는 건가?
 
리토리오: 서로 배역적으로 여기서 싸우는 건 바라지 않는 일이다만…… 트렌토나 차라의 원수를 갚아야겠지.
 
리토리오: 사디아 제국 소속, 비토리오 베네토급 전함 리토리오.
 
리토리오: 자, 아이리스의 기사들이여. 실력을 보여 봐라!
 
 
 
 ~11. 배역
아침해가 비추는 대양에서 함선들의 전투가 이어졌다.
 
포슈: 역시 리토리오. 우리만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야.
 
알제리: 그래. 게다가 이쪽은 「재현」 작전으로 탄약을 대부분 소모해버렸고….
 
알제리: 포슈. 일단 너라도 탈출해. 나는 리토리오를 상대할게.
 
알제리: 한 명이라도 비시아로 돌아가면, 작전은――
 
결의를 다지면서 의장을 고쳐 잡고 리토리오와 근접전을 벌이려는 알제리.
 
그녀의 돌진을, 포슈가 가로막았다.
 
포슈: 좀 냉정해져, 알제리.
 
포슈: 너도 그렇고 됭케르크도 그렇고 우리 함대에는 무리하는 애가 많다니까.
 
포슈: 아무리 작전이라고 해도 좀 더 융통성을 가지라고.
 
알제리: 네가 하는 말은 잘 알겠어.
 
알제리: 하지만 명령은 명령이야. 그것도 성좌 상층부가 내린….
 
포슈: 진짜. 그럼 그 명령에 “어느 쪽이 가라앉을 때까지 전력으로 싸워라”라고 적혀 있었어?
 
포슈: 안 적혀 있었으면 “귀환하라”라는 명령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알제리: 어렵네…….
 
알제리: 상대가 리토리오인데,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포슈: 거봐. 무리하니까 눈으로 봐도 알 수 있는 것도 모르게 되는 거야.
 
알제리: 포슈…….
 
포슈: 리토리오가 전력으로 싸웠다면, 탄약도 다 떨어져가는 우리가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을 거 같아?
 
포슈: 그리고 싸우기 전에 리토리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해 봐.
 
포슈: “서로 배역적으로 여기서 싸우는 건 바라지 않는 일이다만” 이랬잖아.
 
포슈: 즉, 대충은 아니라고 해도, 우리하고 전력으로 싸우는 건 피하고 있다는 거야.
 
알제리: ……그러고 보니 그렇네…. 「작전」에 너무 집착한 걸까, 나.
 
포슈: 그래 그래. 너답지 않다구 알제리.
 
포슈: 평소의 너라면 이 정도는 쉽게 간파할 수 있었을 텐데. 오늘은 아무래도 상태가 좋지 않은 거 같네.
 
알제리: 추기경님과의 일 때문, 일까….
 
포슈: 그치만 괜찮아. 뭐라 해도 내가 있으니까!
 
포슈: 리토리오도 아까부터 우리 동향만 살피고 있고, 여기서는 상황을 봐서 어떻게든 하자!
 
포슈: 남아 있는 양산함을 선물하고 얼른 여기서 도망치자고!
 
 
 
 ~12. 2인의 개선
직접 대치를 피하고 양산함이나 어뢰를 이용한 견제로 돌아선 알제리와 포슈는 리토리오의 사정권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리토리오: 후후. 잘 간파한 것 같군.
 
리토리오: 양산함도 좋지만, 이 리토리오를 설득하려면 아직 한 발…… 윽!
 
수평선에서 고속으로 날아온 칼날을 리토리오는 순간적으로 잡아냈다.
 
…….
 
그것은 아이리스의 정교한 장식이 새겨진 단검이었다.
 
리토리오: 이건…… 분명 포슈가 가지고 있던 거로군.
 
리토리오: 적어도 이쪽에 한 방은 먹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가.
 
리토리오: 아니면 떠나는 길의 전별… 아니, 사디아에 남기는 선물인가…….
 
단검을 손에 들고, 리토리오는 포슈의 행동의 진의를 자신의 사고와 동기화시켰다.
 
리토리오: 고작 「재현」의 작전으로 목숨을 걸 필요는 없으니 마지막 힘을 짜낸 혼신의 반격도 아닐 테고.
 
리토리오: ……그렇다면, 이건 혹시….
 
리토리오: 그런가. 선물은 양산함만이 아니었던 거로군.
 
리토리오: 후후. 정말이지 비시아에도 눈치가 빠른 녀석이 있을 줄이야.
 
리토리오: 이걸 가지고 돌아간다면 비시아 함선과의 교전 기록을 입증할 증거가 된다.
 
리토리오: ……자,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으니 베네토가 걱정하기 전에 돌아가도록 할까.
 
리토리오: 상층부의 「배역」은 이번 싸움으로 끝나지 않겠지만.
 
리토리오: ……무운을 비마. 비시아의 기사들이여.
 
----
 
포슈: 리토리오는… 안 쫓아왔네.
 
포슈: 후우… 솔직히 아까는 무서웠어…. 설마 리토리오와 싸우게 될 줄이야.
 
알제리: 어머, 포슈. 아까까지 들고 있던 단검은?
 
포슈: 응? 아, 그거 리토리오한테 던졌어. 봐봐.
 
포슈는 안이 텅 빈 칼집을 꺼내 알제리에게 보여줬다.
 
알제리: 그나저나 대단하네. 그 거리에서도 정확하게 던질 수 있다니.
 
포슈: 빗나가면 어떡하지 하고 조마조마하긴 했지만.
 
알제리: 지금은 리토리오의 영광스러운 전리품이 되었으려나?
 
포슈: 그에 비하면 우리 전리품은 신문에 실리는 기사야. 하하하.
 
알제리: 후후훗. 그러네.
 
알제리: 그런데 그 단검, 주문 제작이지? 그렇게 그냥 줘버려도 괜찮았어?
 
포슈: 좀 아깝지만 이걸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면 싼 거지.
 
알제리: 그럼 언젠가는 꼭 돌려받자.
 
포슈: 벌써 거기까지 생각하느 거야? 알제리.
 
알제리: 어머,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국을 판단하는 건 오히려 전략가인 네가 잘하는 거 아니니?
 
포슈: 글쎄…. 아무튼 지금은 무사히 비시아까지 돌아가는 게 먼저야.
 
포슈: 리토리오한테 그 단검을 “빼앗아 오는” 건 나중에 생각하자.
 
알제리: 그래. 그럼 약속할게. 호교기사 알제리의 명예를 걸고, 포슈의 소지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겠다고.
 
포슈: 그,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포슈: 그거 주문 제작은 맞고, 분명 오늘은 내 아이디어로 무사히 철수할 수 있었지만…. 알제리 또 무리하는 거 아냐?
 
포슈: 뭐하면 이번 고양이 카페 순회는 알제리가 내는 걸로 해도 괜찮지?
 
알제리: 후후후. 그럼 그렇게 할게. 고양이 카페 한 번으로 퉁치는 걸로. 됐지?
 
포슈: 아 잠깐만, 그거뿐이라면 내가 좀 손해인 거 같은데….
 
알제리: 그럼 역시 호교기사로서 맹세할까?
 
포슈: 그건 너무 나간다구!
 
2인: 후훗. 아하하하하하!
 
 
 
          「우리가 깃발을 내거는 전장은 승리이니라」
          「우리가 위용을 떨치는 미래는 평화이니라」
          「전화에 휩싸일지라도――」
          「우리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지니」

'스토리 및 관련 글 > 중·소형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언할 수 없는 훈련 사건  (0) 2023.03.18
탄산과 홍차  (0) 2023.03.18
질주하는 사이판의 파랑  (0) 2023.03.16
협만 사이의 반격  (0) 2023.03.16
귀로는 바다색 그림자 속으로  (0) 2023.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