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철혈 상어, 출격
그린란드 남단, 페어웰 곶 주변 해역.
하얀 파도를 가르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돌연 나타난 잎사귀(?)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U-556: 찾았다-!
제초라도 하는 것처럼 그대로 잎사귀를 한손으로 잡고 휙 들어 올려 보니…….
U-110: 푸하-
U-556: 10전 10승! 이제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시지!
U-110: 지느러미. 눈에 띄어. 언페어-
U-556: ……그거 지느러미가 아니라 머리털이잖아? 그리고 애초에 네가 숨바꼭질 하자며!
U-110: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다- 크앙-
U-556: …그 말 다섯 판 전에도 했었어!
U-110: 크앙-은 말 안 했으니까 세이프.
U-556: 그야 나도 더 놀고 싶긴 한데…… 아니, 지금이 놀 때야!? 오늘은 임무가 있는 날이라구!
U-110: 실은 오늘, 피크닉 기분.
U-556: 비스마르크 언니가 맡긴 중요한 임무야! 기분 따윈 관계 없어!
U-556: 자, 복창! “우리 철혈의 내로라하는 바다의 늑대 무리들아, 적 수송함은 한 척도 지나가게 두지 말거라!”
U-110: 늑대가 바다에 들어가면 숨 막혀 죽어-
U-110: U-110은 상어니까 괜찮아-
철혈 소속 잠수함 U-110은 자기의 (지느러미 같은)머리를 의기양양하게 휙휙 움직였다.
U-556: 그, 그러니까 늑대가 아니라 바다의 늑대라는 비유야! 비스마르크 언니가 전에…… 아 그 “난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것 같은 표정 짓지 말라니까!
U-556: 하아……. 왠지 지쳤어어…….
U-556: 아무튼 적이 나타났어! 얼른 임무를 수행하러 가자!
U-110: 응- 상어 U-110, 출격한다-
~02. 에니그마
U-556: 좋아~! 전부 해치웠다! 이걸로 훈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섰어!
U-110: 적 없어졌으니 이제 게임 해도 돼?
U-110은 등에 메고 있는 가방에서 에니그마를 꺼냈다.
U-556: ……아 좀 에니그마로 놀지 마!
U-556: 전에 본부에 타전한 내용에 끝말잇기가 들어가 있어서 다들 대혼란이었다고!?
U-556: 아무튼! 비스마르크 언니가 U-110을 잘 지켜보라고 했어! 자! 그거 얼른 가방에 넣어!
U-556: 말 안 들으면 앞으로 안 놀아줄 거야!
U-110: ……너무해- 조크였는데-
U-110은 에니그마를 가방에 넣었다.
U-556: 하아……. 앗, 언니한테서 연락이다! 잠깐 다녀올 테니까 혼자서 잘 감시하고 있어!
U-110: ………….
U-110: 안 들키면 세이프. 몰래 놀아야지-
U-110: 에니그마. 좋아. 보물이야-
~03. 감사 받을 일
아마존: 소나, 레이더 둘 다 반응 없음…….
불독: 통신을 탐지한 철혈 잠수함이 도망쳤어요.
아마존: 아 진짜! 철혈 잠수함 놈들, 잘도 우리 호위함대를 농락했겠다!
불독: 하지만 해상호위는 성실하게 해내야 해요.
불독: 모두에게 감사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이니까요.
아마존: 그러네…. 철혈의 통신을 캐치해도 내용을 알아먹을 수가 없으니 문제지만.
아마존: 으……. 여기 어디 암호책 같은 거 안 떨어져 있으려나~
불독: 그런 거 떨어트릴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마존: 말해본 것 뿐야!
불독: 말해본 것 뿐이군요…….
아마존: ……아아 진짜! 아무튼 철혈의 잠수함에게 놀아나는 건 이제 충분해!
아마존: 이 향도 구축함 아마존만 있다면 잠수함 따위 순식간에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마존: 돌아가서 쪽지시험에 어려운 문제만 잔뜩 내버릴까….
불독: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건 나쁜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아마존: 윽.
불독: 어차피 나중에 과자 들고 사과하러 갈 거라면 처음부터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마존: 으으윽….
불독: 애초에 “흥, 이 아마존이 해상호위의 모범을 보여주지-”라고 말만 안 했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존: 으으으으윽…….
불독: 어쨌든 이대로라면 향도함의 위엄이……
아마존: 아아아아! 더 이상 말하지 마~~~!
불독: 네. 착하다 착해.
아마존: 머리 만지지 마!
불독: 응… 이상하네요. 비글이라면 진정했을 텐데….
아마존: 날 똑같이 취급하지 마!
불독: ……아, 소나에 반응이 있어요.
아마존: 어차피 거짓말이거나 오작동이겠…… 진짜네. 이건….
불독: 철혈 잠수함이 미끼를 문 거예요.
~04. 포식자?
U-110: 보급함 두 척째 격파. U-110은 상어다. 크앙-
U-110: 새 목표를 향하여 고-
U-110: 응? 너희는….
불독: 저희는 로열의 구축함이에요. 보급함이 아니에요.
아마존: 걸렸구나 잠수함! 이번엔 안 놓쳐!
U-110: ……보글보글.
아마존: 아무 말 없이 잠수하지 마!
아마존의 위협사격에 살짝 잠수한 U-110이 얼굴을 드러냈다.
U-110: 깜짝.
아마존: 너, 이름이 뭐야!
U-110: ………….
U-110: U-110은 상어다- 무섭다구-
U-110은 지느러미(?)를 흔들며 아마존 일행을 위협(?)했다.
아마존: ……뭐야 대체?
불독: 마늘……?
U-110: ……마늘?
불독: 응, 마늘.
아마존: ……뭔 소릴 하는 거야 이놈들…….
불독: 상어는 멋진 물고기라고 생각해요. 네.
U-110: 응. 멋있어- 무서워- 크앙-
U-110은 불독을 향해 상어의 포효(?)를 날렸다.
불독: 하지만 이건 상어가 아니에요. 마늘소녀에요. 실망했어요.
U-110: 마늘소녀 아냐. 상어다-
U-110: U-110을 놀리면 벌을 줄 거야!
불독: (작은 목소리) 아마존 씨, 지금이에요.
아마존: 응?
불독: (작은 목소리) 움직임을 멈췄어요. 찬스에요.
아마존: 어? ……그, 그러고 보니 그러네!
아마존: 흐흥! 이 아마존이 대잠전의 모범을 보여주겠어!
~05. 격전?
U-110: 폭뢰, 많아……. 로열은 귀축…….
아마존: 흥! 전술적으로 어드밴티지를 잡기 위해서야!
U-110: ……윽. U-556은 아직 멀었나-
U-110: 이제 싫어. 잠수해서 돌아갈래. 돌아가면 욕조에서 푹 쉴 거야-
아마존: 군말은 나중에 느긋하게 들어줄게! 얌전히 쓰러져!
불독: 그러고 보니 아마존 씨는 목욕탕에서 다른 사람의 가슴을 자주 봤었죠.
아마존: 엥?
U-110: 흠흠. 정보 감사-
U-110: U-110도 볼래-
불독: U-110은 큰 거 좋아하나요? 아마존 씨는 시그넷을 자주 봤어요.
U-110: 응-, 모르겠어. 히퍼 씨라면 그런 거 좋아할 거 같아.
아마존: 왜 그런 쓸데없는 얘기가 나오는 거야!
불독: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갖고 싶어 하는 어른의 천성이군요.
아마존: 너도 하나도 없잖아!
불독: 생각해보니 그랬네요.
아마존: 그래! 그러니까 이 화제는 중지! 끝!
불독: 모처럼 시간을 벌어놨는데 괜찮아요?
불독이 또 잠수하려고 하는 U-110을 가리켰다.
U-110: 아, 들켰다-
아마존: 야! 남이 말하는 사이에!
U-110: 얘기 끝난 거 같은데 가도 돼?
아마존: 될 리가 없잖아!
U-110: 왜?
아마존: 아아 이놈도 저놈도 왜 이리 태평해!
~06. 나포
U-110: 로열, 너무해.
아마존: ……네에네에.
U-110: U-110을 괴롭혀.
아마존: ……네에네에.
불독: 아무튼 철혈의 잠수함을 무사히 나포할 수 있었네요.
아마존: 이제 암호책의 단서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불독: 음…….
U-110: 가방 안에 있는 거? 비밀-
U-110: 에니그마? 응. U-110 에니그마 정말 좋아.
U-110: 암호 맞추기 게임, 재밌어-
U-110: 암호책? 비스마르크 님이 남에게 알려주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 안 알려줘-
불독: 결국 알아내지 못했네요.
아마존: 에에이, 이렇게 되면 회유 전법이야! 자, 이 사탕은 어떠냐!
U-110: 오, 주는 거야?
아마존: 에니그마하고 암호책의 단서를 알려준다면~ 어때~?
U-110: U-556이 보고 있으니까 그런 거엔 안 넘어가-
불독: 다른 철혈 잠수함을 탐지했어요.
아마존: …흥. 복수로 행동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이네!
U-110: 응. 진짜야-
~07. 반격 개시?
U-556: U-110! 괜찮아?!
U-110: 괜찮아. 그냥 나포 당했었을 뿐.
U-110은 기회를 틈타서 원군으로 온 U-556과 합류했다.
U-556: 엄청 위험했잖아! 정말 내가 잠깐 눈 뗀 사이에….
U-556: 엣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도망치더라도 그전에 한번 반격해서 저쪽의 기를 꺾어놓는 게 먼저야!
U-556: 바다의 퍼시발인 내가……
U-556: 와왓!?
불독: 선제공격이에요.
U-556: 비겁해! 나 아직 이름도 다 안 댔는데!
불독: 그럼 저도. B급 구축함 불독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U-110: U-110은 상어다- 무섭다구-
U-556: 넌 안 해도 돼! 아무튼 도망치자!
불독: ……….
U-556: 우와아앗!
불독: 이름 다 댔으면 공격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U-556: 난 아직 다 안 끝났어!
불독: U-556이죠? 아까 저 애가 알려줬어요.
U-110: 응. (끄덕)
U-556: U-110은 입 좀 다물어!
~08. 예상 밖의 전과
U-556: 역시 잠수함은 정면으론 싸울 수 없어…!
아마존: 당연하지! 슬금슬금 도망쳐 다니는 것도 이제 끝이야!
U-556: 큭…! 긴급잠항-!
아마존: …….
아마존: 또 도망갔다……. 불독, 넌 괜찮아?
아마존: 불독?
아마존: 어이, 불독!
아마존: …………우왓눈부셔!
불독: …응, 이제 문제 없어요.
불독: 아. 아마존 씨, 정신 차리세요.
아마존: 하, 하아…….
불독: 잠수함은 도망쳤지만.
아마존: 으으으…. 결국 걔들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하면 수송함들이 또 습격 당할 텐데….
불독: 아뇨.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불독: 에니그마와 암호책, 철혈이 가지고 있던 해도, 모두 구했어요.
아마존: 그걸 어떻게….
불독: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지금은 함대와 합류해요.
아마존: 후우… 그래. 여기서 허둥대고 있어도 별수 없고.
아마존은 U-556이 잠항한 쪽을 바라보았다.
소나는 아직 철혈 잠수함의 반응을 포착하고 있지만, 수송함의 진로와는 크게 벗어난 것 같다.
아마존: 이대로 계속 쫓는다 해도 수송함이 습격 당하면 본전도 못 찾겠네.
불독: 정말 늑대 무리(울프팩)라면 3척 째가 나오지 않는 이상 우리도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네요.
아마존: 그래 맞아! 철혈 잠수함, 오늘은 특별히 봐주겠어!
손에 넣은 에니그마와 암호책을 품에 안고 두 사람은 수송 함대가 있는 해역으로 귀환했다.
아마존: ……그나저나 아까는 뭐였던 거야?
불독: ……비밀이에요.
~09. 분실물
U-556: 후아-! 겨, 겨우 따돌렸다…….
U-110: U-556, 무사해서 다행이야.
U-556: 우으, 깜짝 놀랐어…….
U-556: 아직도 쫓아오는 건 아니겠지? 이 틈에 얼른 도망치자!
그리고…….
U-556: 후우…. 지, 진짜로 죽는 줄 알았어…….
U-110: 내 기지에 감사해도 돼-
U-556: 그래…. 나도 U-110이 다른 한 쪽의 눈길을 끌어준 덕분에 도망칠 수 있었고.
U-110: 응응.
U-556: 그래서, 어떻게 한 건데?
U-110: 죽은 척 했어. 일부러 가방을 떨어트려서 불독의 발목을 잡았어. 짱 열심히 했어.
U-556: 잘했어…. 그치만 다음엔 이런 위험한 짓 하면 안 돼? 만약 정말로 잡히면 사탕도 못 먹게 되는 수가 있다구?
U-110: 응응.
U-556: 근데 그 가방에 에니그마하고 암호책 들어있었지? 회수는 제대로 했어?
U-110: 아.
U-556: 아!
U-110: 아……………….
~10. 에니그마의 행방
불독과 U-110이 대치했을 적.
U-110: (우왓- 눈부셔-)
???: “살고 싶나.”
U-110: ………… (죽은 척)
???: (이 방법은 안 되겠네요…. 어디….)
???: “친구를 살리고 싶나.”
U-110: ……!
???: “친구를 살리고 싶다면, 소중한 것을 내놓아라.”
???: “네 소중한 것과 맞바꾸어 네 친구를 살려주겠다.”
U-110: ……………….
U-110: ………………친구…….
U-110: 응. 그럼 이 가방 줄게.
U-110: (이대로 바다에 던지고 저쪽이 줍는 사이에 도망간다. 완벽.)
U-110: 가방만이야- 안은 보면 안 돼-
???: 아, 진짜로 던졌어요.
???: ……이런 식으로 에니그마하고 암호책을 손에 넣었어요.
라고 불독의 보고서에 적혀있었다.
아마존: …마, 막무가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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