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침반의 인도
??? ???
눈을 뜨자 짙푸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지휘관: (응? ‘눈을 뜨자’…?)
지휘관: (난 분명 자고 있었는데…….)
지휘관: (그럼……여기는 꿈인가…?)
의식하자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하고, 추억 속 소리와 경치가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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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포춘[규약의 템페스타]: 괜찮아? 소중한 거 아니야?
지휘관: 언젠간 도움이 될 거야.
지휘관: 슬슬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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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포춘 : 이 나침반이야말로, 유적의 시련을 넘은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진짜 보물이야.
로열 포춘 : 뭐, 그 시련이라는 건 거의 다 내가 처리해버렸지만♪
로열 포춘 : 아무튼, 언젠가 도움이 될 테니까, 소중히 가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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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나침반.
그것은 나와 로열 포춘과의 만남을 이끌고, 그녀와의 운명의 궤적을 자아냈다.
꿈속에서 나침반은 희미한 빛을 내며 어떤 방향을 가리켰다.
→ 빛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간다
빛은 점점 강렬해져 이내 눈앞의 풍경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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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파도가 용솟음쳤다. 나침반도 빛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내가 타고 있는 삐걱거리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은 배를 보고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휘관: (이건 또 다른 꿈인가……?)
강풍과 함께 바닷물이 섞인 비가 가차없이 쏟아졌다.
지휘관인 나는 폭풍 속에서 항해하는 이 감각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지휘관: (……맛이나 감촉이 너무 리얼한데. 설마… 이건 꿈이 아니야?)
지휘관: (나침반의 힘으로 다시 템페스타의 세계로 넘어온 건가…?)
지휘관: (그러면…… 큰일 난 거 아냐?)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 같은 작은 배를 다시 봤다.
폭풍우 속에서는 언제 박살날지 모를 정도로 연약한 배였다.
지휘관: (윽…. 당장 폭풍을 벗어나서 안전한 육지를 찾아야 해……!)
지휘관: (그래도 바다 한가운데서 육지를 찾는 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보다 어려운데….)
로열 포춘[규약의 템페스타]: 지휘관~?!
로열 포춘: 지휘관이야!?
어찌할 바를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와중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거대한 돛이 빗줄기를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로열 포춘: 우와!? 진짜 지휘관이다!
로열 포춘: 이런 험한 폭풍 속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지휘관: 그건 내가 묻고 싶어…….
지휘관: 그보다 지금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냐. 이 배, 곧 가라앉겠어.
로열 포춘: 와아아악!!
로열 포춘: 기다려 지휘관! 지금 데리러 갈게!
~02. 해적단과의 재회
어떻게든 무사히 로열 포춘의 배에 올라탔다.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작은 배를 보고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로열 포춘: 지휘관, 보고 싶었어…!
로열 포춘은 종종걸음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품속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 오랜만이야
로열 포춘: 진짜 오랜만이네!
로열 포춘: 그런데 어떻게 여기 나타난 거야?
로열 포춘: 혹시 내가 템페스타를 소집해서?
로열 포춘: 지휘관, 내 소집 명령 받고 온 거야?
지휘관: 소집 명령…?
지휘관: 집결지를 이 폭풍 속으로 정한 거야……?
로열 포춘: 엣헴! 우리는 ‘템페스타’니까!
지휘관: ………….
로열 포춘: ……으아아농담이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로열 포춘: 사실 여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잔잔한 곳이었는데… 갑자기 폭풍이 발생했어.
로열 포춘: 혹시 네가 여기 와서 그런 건가…?
로열 포춘: 아무튼 대체 어떻게 온 거야? 설마 진짜 내 템페스타 소집 명령 때문은 아니겠지…?
지휘관: 아니. 난 꿈속에서 나침반의 안내를 따라왔어.
로열 포춘: 나침반? 네가 나한테 줬다가 나중에 내가 다시 너한테 준 거?
지휘관: 엄밀히 말하면 네가 줬고 나중에 내가 다시 너한테 준 거지.
로열 포춘: 응? 근데 난 나침반 없는데? 너한테 줬으니까.
로열 포춘: 꿈속에서 나침반을 봤다는 건… 설마 너한테도 없는 거야?
지휘관: 그러니까 너한테 줬다고 했잖아….
로열 포춘: 어…… 그럼 결국 나침반은 어디 있는 거지?
→ 좋은 질문이야
→ 나도 모르겠어
로열 포춘: ……음. 지금은 답이 안 나오네….
로열 포춘: 일단은 놔두자. 잃어버린 건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법이야! 이번에 네 꿈에 나타났던 것처럼!
로열 포춘: 아무튼! 기왕 왔으니까 내 이변 조사를 도와줘!
지휘관: ……너도 이변 조사야…?
지휘관: 좋아, 전설의 탐색자라도 부를까.
로열 포춘: 부를 수 있으면 좋지!
로열 포춘: 음… 그래도 네 세계하고 이어지는 통로는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니까…. 안 그러면 네 무적함대를 불러서 척척 해결했을 텐데.
지휘관: 그래. 불행하게도 해적선에 낙오하고 말았으니 지금은 널 의지할 수밖에.
로열 포춘: 괜찮아 괜찮아! 너도 템페스타 선단의 일원이니까, 이 바다에서는 내가 지켜줄게!
로열 포춘: …근데 뭐가 불행이야?! 해적선에 낙오됐다니 무슨 뜻이야 그게~!
지휘관: 농담이야. 아무튼 이변이란 건 뭐야?
로열 포춘: 격동의 심해, 잠식하는 바다의 마수, 공포의 선재해골수(船材骸骨獸)들….
로열 포춘: 처음에는 바다 깊은 곳에서 뭔가 일어난 거 같다는 소문에 지나지 않았어….
로열 포춘: 그런데 요즘은 목격자도 많아지고, 피해도 커져서 여러 폴리스 사이의 항로까지 위협받게 됐어.
로열 포춘: 그래서 템페스타를 소집해서 이변을 조사하고 해결하려고 했지.
지휘관: 해적인데 너무 친절한 거 아냐…?
로열 포춘: …친절이고 뭐고 이대로 항로가 계속 위협받으면 우리 돈줄도 끊어진다구.
로열 포춘: 그리고 출항하기 전에 여러 폴리스를 돌면서 미리 조사 의뢰를 수십 건은 받아왔지롱!
지휘관: 으흠! 의뢰 보수가 있다면 배가 부서져도 새 배를 조달할 수 있겠구나.
로열 포춘: …침몰한다는 걸 전제로 얘기를 진행하지 마!
뿌우우――!!
뿔피리 소리와 함께 여러 척의 배가 폭풍을 뚫고 나타났다.
로열 포춘: 흐흥! 동료들이 왔군!
로열 포춘: 자, 지휘관. 슬슬 선장 회의 시간이야!
~03. 템페스타, 집합!
'위대한 로열 포춘호' 선장실
템페스타 동료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선장실 안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어드벤처 갤리[불신의 템페스타]: 로열 포춘!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집결지를 이런 데로…… 어, 지휘관?!
상 마르티뉴[무적의 템페스타]: 지휘관……?
골든 하인드[녹각의 템페스타]: 어머~? 지휘관님,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설마 내가 보고 싶었어~?
로열 포춘[규약의 템페스타]: 네가 아니라 바로 이 로열 포춘의 소집에 응했기 때문이지!
골든 하인드: …소집 명령은 다른 세계까지 닿는 거야…?
어드벤처 갤리, 상 마르티뉴, 골든 하인드에게 내가 여기까지 온 경위를 다시 한 번 설명했다.
상 마르티뉴: 과연……. 어쩌면 이번 출정에서도 네 지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골든 하인드: 맞아… 흔히 말하는 '운명의 인도'라는 걸까~ 후후후♥
어드벤처 갤리: 어쩐지 폭풍이 몰아치더라니……. 지휘관, 너는 폭풍을 부르는 체질이기라도 한 거야?
지휘관: 상 마르티뉴는 아직 관군 소속이야?
상 마르티뉴: 그래. 아직까지는 '벽운(壁雲) 수비대' 소속으로 관군에 남아 있다.
로열 포춘: 우리도 관군에 연줄이 있는 편이 움직이기 편하니까~
상 마르티뉴: 이번에 네가 받은 의뢰 중에는 벽운 수비대의 의뢰도 있다.
상 마르티뉴: 엄밀히 말하면 나는 일을 감독하러 온 거야.
로열 포춘: 네네네 관군 소속 상 마르티뉴 님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친히 감독하러 와 주시니 몸 둘 바를――너 벌써부터 먹는 거야?!
상 마르티뉴: ?
어드벤처 갤리: ……벌써 화덕을 준비한 거야? 빠르기도 하네.
로열 포춘: 밖에는 폭풍이 몰아치고, 동료들도 아직 다 안 왔고. 그러면…… 우선 밥부터 먹어야지!
로열 포춘: 이렇게 지휘관도 있으니까 축하해야 하지 않겠어?
골든 하인드: 그러네~ 그럼 나는 꼬치 하나 먹어야지~
로열 포춘: 응응 마음껏 먹어!
로열 포춘: 오늘 아침에 막 잡은 건데……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맛있을 거야!
로열 포춘: 지휘관도 한번 먹어 봐!
→ 수상한 꼬치를 먹어 본다
지휘관: (식감도 미묘하고 맛도 이상한데…….)
이 이상 천천히 맛볼 용기는 없어서 입안의 '음식'을 억지로 꿀꺽 삼켰다.
로열 포춘: 좋아 좋아! 여기 하나 더 먹어!
→ 허나 거절한다
지휘관: (색깔도 미묘하고 냄새도 이상한데…….)
지휘관: (건강을 위해서라도 거절해야겠다…….)
로열 포춘: 안 먹어? 그럼 그냥 있어.
로열 포춘: 내가 다 먹어야지~ 덥썩!
상 마르티뉴: ……그런데 '선재해골수'도 구우면 먹을 수 있을까?
골든 하인드: ???
→ ???
로열 포춘: 서, 설마. …이 육즙하고 향기 좀 봐봐.
로열 포춘: 이게 선재해골수일 리가 없잖아……?
로열 포춘: 애초에! '선재'에도 '해골'에도 살코기 같은 요소는 전혀 없고!
지휘관: …혹시 선재해골수가 정확히 뭔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로열 포춘: 그래서 조사하러 나온 거니까!
상 마르티뉴: 안심해. 방금 먹은 고기는 선재해골수가 아니야.
로열 포춘: ……그럼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 깜짝 놀랐잖아!
상 마르티뉴: 아니. 너희 너무 긴장감이 없는 거 같아서 조금 주의를 주려고 했을 뿐이야.
상 마르티뉴: 이번 조사 대상은 폴리스의 수송 선단을 전멸시킬 정도의 위험한 존재다.
상 마르티뉴: 그 행동도 신출귀몰하기 짝이 없지. 방심하면 큰코다칠 거다.
로열 포춘: 네네 알겠습니다 상 마르티뉴 님~
로열 포춘: ……으극. 입맛이 떨어졌어….
골든 하인드: 나도….
상 마르티뉴: 그런가. 그럼 남은 꼬치는 내가 먹지.
로열 포춘: 저기요??????
지휘관: 그래 그래.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
지휘관: 이변을 조사한다고 했었지. 그런데 정확히 어디를 조사하는 거야?
로열 포춘: 목적지는… 의심스러운 장소가 몇 군데 있어. 모두 전에 습격 사건이 있었던 해역이야. 우선 그곳들을 조사해 보려고.
로열 포춘: 뭐, 출발하려면 일단 사람들이 다 모여야 하지만.
지휘관: 몇 명이 더 오는데?
로열 포춘: 위더는 안 오겠다고 말했으니까 이제 메리만 남았네.
지휘관: 위더, 상 마르티뉴, 메리 셀러스트, 골든 하인드, 어드벤처 갤리, 로열 포춘…….
지휘관: 저번하고 인원이 똑같잖아? 동료들을 더 모으겠다고 하지 않았어?
골든 하인드: …….
어드벤처 갤리: …….
로열 포춘: ……왜 날 쳐다 봐!?
로열 포춘: 당연히 열심히 홍보하면서 동료들을 모으려고 노력했어! 근데 잘 안 됐을 뿐이야!
로열 포춘: 으으음… 분명 뒤에서 누군가가 우릴 방해하고 있는 게 틀림 없어!
로열 포춘: 아무튼 위더한테 조사해 달라고 부탁해 놨어!
로열 포춘: 곧 결과가 나올 테니까 나를 믿고――
쾅―――!!!!
로열 포춘의 말은 갑작스러운 폭음에 끊겼다.
선장실 창문 너머로 멀리 하늘에서 붉은 불꽃이 터지는 것이 보였다.
상 마르티뉴: 저건……!
어드벤처 갤리: 메리의 구조 신호야…!
로열 포춘: 뒤에서 쪼잔하게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서 정면으로 싸움을 걸어?!
로열 포춘: 다들 배로 돌아가! 템페스타, 전투 준비!
~04. 트레저 헌터
템페스타 선단은 깔끔한 진형을 유지하며 메리가 구조 신호를 쏘아올린 해역에 도착했다.
콰앙――!
어드밴처 갤리: 2대1……. 메리가 불리해.
로열 포춘: 두 척뿐이야? 그럼 메리하고 합류하기만 하면 5대2네!
로열 포춘: 마르티뉴는 골든 하인드하고 같이 큰 녀석을 노려!
로열 포춘: 갤리하고 내가 작은 녀석을 해치울게!
지휘관: 잠깐. 가라앉히지 말고 무력화만 시켜.
로열 포춘: 응? 어쩔 셈이야, 지휘관?
지휘관: 저 두 사람은 아는 사람이야?
로열 포춘: 아니?
지휘관: 그럼 네가 소집을 건 지점에서 미리 매복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로열 포춘: ……그럴 리가. 그치만 만약 지금까지 계속 뒤에서 방해했던 놈들이라면…….
지휘관: 그런 거면 왜 너 혼자 이곳에 왔을 때 너를 노리지 않았지?
로열 포춘: ……저 두사람은 그냥 어쩌다 여길 지나가고 있었을 뿐이라는 거야?
로열 포춘: 으음… 그치만 왜 갑자기 메리를 공격한 건데? 여긴 아직 폭풍이 몰아치는 중인데.
지휘관: 우리는 이변을 조사하러 온 거지? 만약 이 상황도 이변의 일종이라면?
로열 포춘: ……과연. 뭔가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로열 포춘: 너희도 지휘관 말 다 들었지! 포탄을 바꿔! 가라앉히는 게 아니라 발을 묶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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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포츠머스 어드벤처[트레저 헌터]: ……우와앗!? 허세가 아니라 진짜 원군이 있었네?
아미티[트레저 헌터]: ……퇴각하자. 기회는 또 있으니까.
메리 셀러스트[유령의 템페스타]: 하아…. 템페스타의 주력 앞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포츠머스 어드벤처: ……응? 템페스타?
메리 셀러스트: 뭐야. 아까는 그렇게 큰소리 치면서 기습하더니 벌써 겁에 질렸어?
포츠머스 어드벤처: 이상한데…. 네가 먼저 심해 괴수를 조종해서 우릴 기습한 거 아냐?!
메리 셀러스트: 내가 다룰 수 있는 건 아르고밖에 없어. 애초에 너희가 먼저 습격했잖아!
아미티: ……아. 생각해 보니 그러네. 아까 괴수는 한 마리밖에 없었어.
포츠머스 어드벤처: 으아아아 큰일 났다……. 우리 완전 사람을 잘못 봤잖아…….
메리 셀러스트: ……하아?
로열 포춘: 거기 해적놈들~! 잘 들어~! 너희는 이미 템페스타 선단에게 포위당했어~!
로열 포춘: 지금 바로 무장을 해제하고 투항하면 목숨하고 재산만은 보전해 주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알겠어! 항복!
로열 포춘: 안 그러면――뭐야, 벌써 항복?!
아미티: 그래 그래. 목숨하고 재산은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 꼭 지켜야 해~
아미티: 바람이 거세졌는데 잠깐 너희 기함에서 몸 좀 피해도 돼?
아미티: 그리고 배도 고파. 당연히 음식도 나눠 줄 거지?
로열 포춘: 상관은 없지만…… 뭔데 갑자기 십년지기라도 된 것처럼!?
로열 포춘: 서, 설마 내 '위대한 로열 포춘호'에 이상한 짓이라도 할 셈인가……?
로열 포춘: 아무튼 오지 마! 너희 배에서 그대로 대기하고 있어!
상 마르티뉴: ………….
지휘관: 우선은 신원부터 파악하고,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정하자…….
로열 포춘: 하마터면 말려들 뻔했네…. 모처럼 좋은 분위기였는데!
로열 포춘: 너희는 누구야? 뭐하러 왔어? 왜 우리 동료를 공격한 거야?
아미티: 포츠. 우리 아무래도 대단한 분을 만난 것 같아. 후후후.
왜인지 적발의 소녀는 내게 시선을 보냈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나는 포츠머스 어드벤처! 그리고 얘는 아미티야!
포츠머스 어드벤처: 우리는 트레저 헌터야! 원래 이 해역에 올 생각은 없었는데, 폭풍에 휘말려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무튼 폭풍을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괴수'한테 습격당하고 만 거야!
상 마르티뉴: 괴수…?
포츠머스 어드벤처: 응! 딱 봐도 엄청 커서 심해의 괴수라는 걸 한번에 알았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너네 메리라는 녀석의 애완동물하고 비슷했다구!
메리 셀러스트: 그러니까 너희는 나를 심해 괴수를 부리는 녀석이라고 착각해서 공격했던 거야…?
포츠머스 어드벤처: 으음…. 우리는 막 빠져나온 참이어서… 그런데 네가 커다란 녀석을 부리는 걸 보고 그만….
포츠머스 어드벤처: 그래서 오해했어! 미안해!
메리 셀러스트: 아무튼 내 혐의는 벗겨진 건가?
포츠머스 어드벤처: 응. 네가 부리는 괴수는 하나뿐이지?
골든 하인드: 그런데 너희는 두 척이고 우리는 다섯 척인 거 알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하하하…… 미안해! 피해는 제대로 변상할 테니까 봐줘!
메리 셀러스트: 피해고 뭐고 우리 한 발도 안 맞았잖아?
골든 하인드: 메리도 참 무슨 말을 하는 거니~? 피해라면 잔뜩 나왔는걸~?
골든 하인드: 마모된 돛과 삭구, 사용한 포탄, 다섯 척분을 모두 합하면 꽤 양이 된다구~?
골든 하인드: 시가대로 제대로 치러 줄 거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하하……아하하하…….
로열 포춘: 변상 얘기는 나중에 해도 되니까 일단 질문 하나만 할게.
포츠머스 어드벤처: ? 뭔데?
로열 포춘: ……너희가 말한 '심해 괴수'라는 게…… 혹시 저거야?
파도가 넘실거리는 수평선 너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 (두우우우우웅――)
포츠머스 어드벤처: 마, 맞아……! 저놈들이야!!!
포츠머스 어드벤처: 빨리 도망쳐――!!!
~05. 부활과 영생
심해 괴수는 거센 파도와 함께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로열 포춘: 보이는 것만 해도 100마리 이상…….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하잖아?!
상 마르티뉴: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운이 좋은 셈이다.
상 마르티뉴: 첫 조사에서 이렇게나 많은 조사 대상을 만났으니까.
로열 포춘: 네에 그러십니까― 그럼 무적의 템페스타 님이 가서 한 마리 잡아 오실래요―?
상 마르티뉴: …….
로열 포춘: 조사라는 건 주도권이 우리한테 있을 때 '조사'라고 하는 거야! 상대가 이렇게나 많으면 조사가 아니라 '조우전'이라구!
상 마르티뉴: 하지만 이것으로 적의 위험성이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확인했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얘들아. 무작정 도망가는 게 능사는 아니야. 어디 육지로 올라가서 숨는 게 어때?
골든 하인드: 난 찬성이야.
로열 포춘: 음… 원래 계획대로면 아이젠블레시 섬으로 가서 보급을 할 예정이었거든.
로열 포춘: 거기는 여기서 멀지도 않고 여신의 비호 아래 있는 중립 섬이야!
로열 포춘: ……거기로 가면 안전할 거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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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블레시 섬 항구. 잠시 후
해변에 서 있는 여신상이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까까지 뒤를 쫓던 선재해골수 무리는 섬에서 수십 해리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추격을 멈췄다. 폭풍도 이 섬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로열 포춘: 휴우… 어떻게든 됐다!
상 마르티뉴: 어떻게든 됐군. 일단은.
상 마르티뉴는 여신상을 올려다봤다.
여신상의 얼굴 부분은 너덜너덜해졌고, 등에도 커다란 금이 갔으며, 날개도 한쪽이 부러져 있었다.
골든 하인드: ……여신상이 망가져 있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골든 하인드: 아니, 만약 누가 고의로 여신상을 훼손한 거라면 왜 이 섬은 아직 여신의 가호가 느껴지는 거지……?
상 마르티뉴: 그건… 누가 손을 댄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상 마르티뉴: 같은 현상이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군.
골든 하인드: 스스로 무너져…?
상 마르티뉴: 여신의 가호의 힘은 약해지고 있어. 이상한 폭풍이 나타난 걸 보면 알지.
상 마르티뉴: 당장 벽운 수비대 본부에 보고를 올려야 해.
로열 포춘: 너 보급 거점을 여기로 하자고 했을 때 내친김에 여신상까지 조사할 생각이었어?
상 마르티뉴: 여신상 이변 조사는 애초에 의뢰에 포함되어 있었다.
로열 포춘: 어…… 그랬나?
상 마르티뉴: ……의뢰를 받을 때 내용을 제대로 읽어 보지 않았나?
상 마르티뉴: 아무튼 이 부분도 보고에 포함하도록 하지.
로열 포춘: 응! 부탁해!
지휘관: 로열 포춘은 심해 괴수 습격 사건을 조사하는 김에 수입을 더 올리려고 벽운 수비대의 의뢰까지 받았다.
지휘관: 그리고 벽운 수비대는 여신상 조사와 습격 사건 조사를 같은 의뢰에 넣었다….
지휘관: 혹시 이 두 이변에 관련성이 있는 건 아닐까?
상 마르티뉴: 그래.
상 마르티뉴: 해골수의 최초 목격 보고와 여신상 붕괴 보고는 거의 같은 시기에 올라왔다.
상 마르티뉴: 확실히 의심스럽군.
로열 포춘: 그러니까… 두 가지 조사를 하나의 의뢰에 섞어서 보수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려고 했다는 거야!?
상 마르티뉴: ……?
상 마르티뉴: 그쪽이 중요한 건가?
메리 셀러스트: 음…… 그게 중요하지.
골든 하인드: 응응. 정말 중요해~
상 마르티뉴: …….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하하하하! 너네 정말 웃기는 놈들이다!
로열 포춘: 웃기는 놈이라니……. 아직 우리를 공격했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잊지 마!
로열 포춘: 너희 아까 트레저 헌터라고 했었지?
로열 포춘: 목숨하고 재산은 보전해 줄 테니까… 우리가 모르는 보물이 있다면 전부 다 털어 놔―!
메리 셀러스트: 그래! 싹 다 털어 놔―!
보물 얘기가 나오자 해적들은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미티: 며칠 전에 한 가지 소문을 들었어.
아미티: 대양 깊숙한 곳에 '유령 함대'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아미티: 그 유령들은 특별한 '유물'을 통해 되살아났다고 해.
아미티: 우리는 그 유령 함대를 쫓던 도중 폭풍에 휘말린 거야.
포츠머스 어드벤처: 전설의 유물인데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골든 하인드: 유령 함대……. 우리도 본 적 없는데….
로열 포춘: 무너진 여신상, 거세진 폭풍, 해골수 무리들, 거기에 유령 함대까지?
로열 포춘: 아아아! 점점 모르는 것만 늘어나고 있잖아―!
로열 포춘: 그리고 '유물'은 또 뭐야―!
지휘관: 현재로서는 그게 뭔지, 애초에 실존하기는 하는 건지 판단하기 어려워.
지휘관: 하지만 만약 여신상과 폭풍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면… 해골수와 유령 함대 사이에도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
지휘관: 아무튼 이변은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로열 포춘: 그럼 해골수하고 유령 함대 사이에는 무슨 관련이 있는데?
지휘관: 해골수나 유령 함대나 죽었다가 되살아난 거니 어떻게 보면 불사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
지휘관: 해골수는 배의 선재가 되살아난 이른바 좀비 같은 거고… 유령 함대는 유령, 그러니까 혼이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면….
로열 포춘: 소생… 불로불사…… 회춘…. 설마 저번의 '젊음의 샘'과 무슨 관계가 있으려나?
지휘관: 거기까진 모르겠어. 하지만 젊음의 샘에도 아직 많은 비밀이 남아 있긴 하지.
로열 포춘: 일단 한번 가 볼까~
로열 포춘: 포츠하고 아미티는? 같이 갈래?
포츠머스 어드벤처: 응? 젊음의 샘은 이미 다 털렸다고 들어서 가 본 적은 없었는데…….
포츠머스 어드벤처: 뭐, 유물하고 관련이 있다면 얘기는 다르지. 전설의 젊음의 샘, 한번 가 보자고!
로열 포춘: 그럼 계획대로 보급을 마친 다음 바로 출발하자!
지휘관: 우선은 위더를 만나서 '터미널'을 빌리는 게 좋겠어. 젊음의 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대비를 해야지.
로열 포춘: 응! 그럼 보급 끝나면 위더를 만나러 가자!
아미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템페스타의 리더는 누구야…?
로열 포춘: 당연히 나지!
아미티: 흐응~
~06. 순항하는 보물선
템페스타 함선들은 신중하게 폭풍을 피해 위더의 은신처로 서둘렀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세계. 위더의 은신처
잔잔하던 바다는 뿌연 회색 안개로 뒤덮였다.
그리고 시야 저 멀리 까맣게 타 끔찍한 모습의 널빤지가 산재해 있었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으엑… 탄내……. 정말 너네 친구가 여기 살고 있는 거야?
메리 셀러스트: 전화의 냄새…… 그리고 부패의 냄새도 나.
어드벤처 갤리: 위더는 무사한 거야?!
펑――!!!
신호탄이 터지며 푸른 불꽃을 피웠다.
골든 하인드: 아무튼 신호를 보냈어. 위더의 대답을 기다려 보자.
유령 함대: ―――!!
하지만 위더의 대답은 오지 않았고, 대신 근처에 매복하고 있던 적을 불러들였다.
상 마르티뉴: ……매복인가?!
유령선이 연이어 바닷속에서 떠올랐다. 마치 바다 자체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오오! 이거다! 얘들이 진짜 유령 함대야!
포츠머스 어드벤처: 운이 좋네! 설마 여기서 유령 함대를 만나다니!
로열 포춘: 네에 그러십니까― 그럼 트레저 헌터 님이 가서 한 척 나포해 오실래요―?
포츠머스 어드벤처: 그래도 돼?! 할래 할래!
로열 포춘: ……진짜로!?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미티, 갈게! 포격으로 지원해줘!
콰앙―――!!
로열 포춘: 템페스타, 공격…… 개시!
----
???: ――!!
상 마르티뉴: 해골수들도 나왔어……!
콰앙――!!
로열 포춘: 어~이! 우린 이만 후퇴할 거야! 너희도 빨리 돌아와!
로열 포춘: 저 괴물들한테 둘러싸이면 가라앉을 게 분명하다구―!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아 진짜, 얼마 안 남았는데! 아미티, 우리도 도망가자!
----
돛을 당겨 함선들은 간신히 추적을 뿌리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함선들은 해역에서 완전히 이탈하지는 않았다.
어드벤처 갤리: 위더를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빨리 돌아가자.
메리 셀러스트: 위더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애니까 벌써 도망쳤을지도 몰라.
어드벤처 갤리: 그럼 왜 적들은 위더를 쫓지 않고 여기 매복하고 있었던 거지?
메리 셀러스트: 글쎄…? 아직 도망갔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해서?
메리 셀러스트: 만약 위더를 잡은 거라면 더더욱 거기서 매복하고 있었던 이유를 모르겠어.
어드벤처 갤리: 아마 아직 이 해역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
어드벤처 갤리: 너희가 안 간다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로열 포춘: 잠깐 잠깐! 아무도 위더를 구하지 않겠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로열 포춘: 무턱대고 돌아갈 수도 없잖아! 우선은 작전을 생각해야지!
‘위대한 로열 포춘호’ 위에서 동료들이 격론을 펼치는 동안 갑자기 해역의 정세가 급변했다.
콰앙―――!!!
포격의 굉음이 허공을 갈랐다. 거대하고 화려한 전함이 안개를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무수한 대포가 검은 연기를 뿜으며 쫓아온 적들을 향해 작열하는 포탄을 발사했다.
유령 함대와 해골수 무리는 순식간에 섬멸되었다.
아미티: 저건…… ‘보물선’ 건즈웨이?
로열 포춘: 건즈웨이? 보물을 가득 싣고 바다를 유랑하는 애였지?
아마티: 그래. 그 건즈웨이.
포츠머스 어드벤처: 오오… 엄청 크네……. 얼마나 보물을 쌓아 뒀을까…….
상 마르티뉴: 건즈웨이는 노리지 않는 게 좋아.
상 마르티뉴: 여신 교회의 고위층이니까 섣불리 손댔다간 호되게 당할 거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손 안 대! ……그런데 이거, 우리가 도움받은 거야?
메리 셀러스트: 도망치며 싸우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도망치면서도 이길 수 있다고 어필하는 건가?
골든 하인드: 전에 장사할 때 몇 번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나쁜 아이는 아냐. 다만…….
골든 하인드: ……뭐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아이란 말이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거함 건즈웨이의 갑판에 그 배 자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건즈웨이[보물선]: “여신이여, 그 힘으로 망자에게 안식을――”
소녀는 경건한 표정으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작게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는 이쪽을 돌아보며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건즈웨이: 방금 엄청 위험했지! 설마 이렇게 위험한 적이 있다니……. 너희는 괜찮아?
골든 하인드: 괜찮아~ 도와줘서 고마워, 건즈웨이!
건즈웨이: 뭘~ 별거 아냐! 나도 우연히 지나가던 참이니까!
건즈웨이: 이 아이들은 돌려줄게~
건즈웨이: 잘 받아~!
(슝~)
건즈웨이는 작은 소녀 두 명을 이쪽으로 던졌다.
위더[저승의 템페스타]: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 와아~! 엄청 높아~!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위더는 갑판 위에 풀썩 떨어졌다.
그리고 또 다른 소녀는 내 옆에 착지했다.
???: 에헤헤~ 돌핀, 도착~♪
위더: 콜록콜록…… 저 녀석, 어디서 저런 힘이….
어드벤처 갤리: 위더, 괜찮아?!
위더: 괜찮아. 적이 공격해 오자마자 쟤가 도와줬으니까…….
위더: ……그런데 왜 다들 여기 있는 거야……?
어드벤처 갤리: ‘젊음의 샘’을 조사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지휘관이 만일에 대비해서 네 ‘터미널’을 빌리자고 했거든.
위더: 으읏. 터미널은…….
건즈웨이: 젊음의 샘에 가고 싶어?
건즈웨이: 혹시 너희도 ‘망자를 되살리는 유물’을 노리는 거야…?
아미티: 너희‘도’……?
포츠머스 어드벤처: 응응! 건즈웨이는 뭐 아는 거 있어?
건즈웨이: 있어! 대신 뭘 줄래?
포츠머스 어드벤처: 어어…… 아미티. 우리 돈 얼마나 남았어?
아미티: ……포츠. 만약 건즈웨이도 유물을 노리고 있는 거면 우리한테 정보를 팔 리가 없잖아.
건즈웨이: 정답!
건즈웨이: 지금 건즈웨이하고 너희는 라이벌이야!
건즈웨이: 그러니까 중요한 정보는 알려줄 수 없어! 설령 알려준다고 해도 믿지 않는 게 좋아!
건즈웨이: 아무튼 너희는 너희대로 젊음의 샘으로 가!
건즈웨이: 분명 이미 털렸을 테지만 뭔가 단서가 남아 있을지도 몰라!
건즈웨이: 그럼 건즈웨이는 이만~!
말을 마치고 보물선은 방향을 바꿔 해역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지휘관: 건즈웨이, 기다려!
지휘관: 뒤에서 유물을 사용해서 괴수와 유령 함대를 조종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순순히 유물을 건네주지는 않을 거야.
지휘관: 지금은 다 같이 행동하는 편이…….
건즈웨이: 괜찮아! 나는 ‘여신’의 가호를 받고 있으니까~!
거대한 보물선은 방향을 잡고 순식간에 해무 속으로 사라졌다.
상 마르티뉴: ……으음. 교회 사람들까지 보물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니….
상 마르티뉴: 이 이변은 모든 폴리스에 극도의 위협이 될 수도 있는데…….
지휘관: 아마도 유물을 회수하면 이변도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지휘관: 건즈웨이가 말하는 걸 볼 때 유물은 그냥 소문이 아니라 확실하게 실존하는 무언가야.
지휘관: 그리고…… 건즈웨이는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게 분명해.
돌핀: 따라가는 게 좋을까?
로열 포춘: 쫓으려면 서둘러야지!
로열 포춘: 서둘러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돌핀: 돌핀은 따라잡을 수 있는데?
로열 포춘: 혼자 따라잡아서 어떻게 할 건데~ 다 같이 가야지!
지휘관: 괜찮아. 안 쫓을 거야.
지휘관: 라이벌이라고도 했고, 쫓아다니면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살지도 몰라.
돌핀: 그래? 건즈웨이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지휘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아직 친해진 것도 아니고, 지금은 신중하게 움직이는 게 낫겠어.
지휘관: 아무튼 우리는 예정대로 젊음의 샘으로 향하자.
로열 포춘: 그래― 다들, 젊음의 샘으로 간다―!
로열 포춘: 템페스타, 출발~!
돌핀: 템페스타, 출발~!
로열 포춘: 좋아 좋아! 기운이 넘치네~!
로열 포춘: 근데…….
로열 포춘: 너 누구야?
~07. 신입
로열 포춘: 너 누구야?
어느새 갑판에 나타난 낯선 얼굴을 보고 로열 포춘은 살짝 주춤했다.
방금 전 위더와 함께 날아온 소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돌핀[선단의 신입]: 에헤헤~ 언제 알아차릴까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돌핀: 선단 선배님들,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신입 돌핀이야.
상 마르티뉴: ……?
메리 셀러스트: 어? 우리 언제 신입 받았어?
로열 포춘: 뭐야 신입이었구나……. 나는 리더인 로열 포춘이야!
돌핀: 오오, 리더였구나! 잘 부탁해~
포츠머스 어드벤처: 돌핀……. 너 트레저 헌터지?
메리 셀러스트: 나도 들은 적 있어. 설마 위더처럼 이렇게 귀여운 아이일 줄은 몰랐지만~
위더: 우와아아! 갑자기 모자에 손대지 마!
돌핀: 응! 하지만 위더한테 허가를 받아서 선단에 정식으로 가입했어!
위더: 계속 사람을 모집한다고 그랬었잖아? 얘는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기도 했고, 귀엽기도 하고 착해 보여서….
골든 하인드: ……멀리서 왔다고?
돌핀: 응! 사실 ‘젊음의 샘’을 발견한 템페스타 선단을 계속 동경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전부터 동료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어.
돌핀: 간신히 위더를 찾았는데 갑자기 적한테 포위당해서 같이 도망쳤는데….
돌핀: 그때 건즈웨이가 도와줘서 이렇게 여기 있는 거야!
골든 하인드: 그렇구나. 위더가 우리 중에서 처음으로 동료를 모집한 단원이 됐네~
로열 포춘: 뭐야―! 나도 계속 홍보하고 다녔는데…….
로열 포춘: 그나저나 너, 우리 중에서 찾기 힘들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애를 잘도 찾아냈네.
돌핀: 에헤헤~ 나한테는 특수 능력이 있거든♪
돌핀: 근데 위더가 둘째면…… 가장 찾기 힘든 사람은 누구야?
로열 포춘: 그야 물론――
로열 포춘은 힐끗 나를 가리켰다.
로열 포춘: 템페스타의 2인자, 지휘관이지!
돌핀: 와아! 그러니까 템페스타의 지휘관이구나~ 나는 돌핀이야. 만나서 반가워~!
어린 소녀는 내 손을 잡고 힘껏 흔들었다.
로열 포춘: 템페스타의 지휘관이 아니라, 그게…… 으으으…… 얘는 ‘지휘관’이야―!
돌핀: 지휘관이 아니라…… ‘지휘관’?
돌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커다란 눈망울을 끔뻑였다.
로열 포춘: 으그극……. 어쨌든 복잡한 사정이 있어! 그것도 한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아주 복잡한 사정이!
로열 포춘: 아무튼 이 로열 포춘이 템페스타 선단의 ‘대’단장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돼!
로열 포춘은 다짐이라도 받으려는 듯 ‘단장’ 앞에 일부러 ‘대’라고 덧붙였다.
지휘관: (해적이니까 신입한테는 상하 관계를 확실하게 하고 싶은 건가…?)
돌핀: 그렇구나~
돌핀이 고개를 끄덕이자 로열 포춘은 ‘템페스타 규약’이라고 적힌 두꺼운 책을 건네줬다.
그렇게 신입을 받은 템페스타는 젊음의 샘으로 향하는 여정을 재개했다.
~08. 살금살금 몰래몰래
그렇게 별일 없이 반나절이 지났다――
위대한 로열 포춘호
지휘관 휴게실
밤
로열 포춘: 너 밥먹고 나서부터는 계속 여기에만 있잖아….
로열 포춘: 그렇게 일만 하면 안 피곤해?
→ 괜찮아
→ 별로 안 피곤해
→ 일 너무 좋아!
로열 포춘: 우와아…. 지휘관이라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구나…….
로열 포춘을 놔둔 채 나는 작전 계획 한 장을 또 새로 쓰기 시작했다.
로열 포춘: 저기…… 지휘관 여기 와서부터 제대로 쉰 적도 없지?
로열 포춘: 일단 좀 자는 게 어때? 일어나서 다시 열심히 하면 되잖아.
로열 포춘: 잠이 안 오면… 외로우면 내가 옆에서 같이 자 줄게!
지휘관: 상황이 여러모로 복잡해서 일단 수중의 정보를 한번 정리하고 싶어.
지휘관: 나는 괜찮으니까 피곤하면 먼저 자.
로열 포춘: 나, 나 안 피곤해! 네가 일하는 모습 보는 것도 재밌고.
로열 포춘: 조금만 더 여기 있을게. 어차피 내가 일하는 것도 아니니까――
(끼이익)
선실 문이 열리고 커다란 모자가 나타났다.
위더: 지휘관. '터미널' 가져왔어.
위더: 아까 빌려달라고 했었지?
지휘관: 응, 맞아.
지휘관: 젊음의 샘을 조사할 때 혹시 모르니까 빌려달라고 그런 거였거든. 위더가 같이 와 준다면 그냥 가지고 있어도 돼.
위더: 그래? …요즘 터미널이 이상해…. 내가 불러도 전혀 답을 안 해줘…….
위더: 봐봐. 지금도 반응 없고.
위더: 지휘관은 고칠 수 있어…?
지휘관: (저번에 썼을 때는 멀쩡했는데……. 세이렌 기기가 이렇게 쉽게 망가지나?)
지휘관: 잠깐 줘 볼래?
………
→ 찬찬히 살펴본다
터미널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했다.
지휘관: (딱히 손상된 부분도 없고 탄내도 나지 않아.)
→ 불러서 깨워 본다
지휘관: 터미널, 기동!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휘관: (흠……. 시스템 장애인가? 아니면 내부 부품이 고장 났나…….)
지휘관: (단순히 배터리가 떨어졌을 수도 있고…….)
포츠머스 어드벤처: 응? 다들 여기서 뭐해?
포츠머스 어드벤처: 이 쪼그만 게 고장 난 거야?
포츠머스 어드벤처: 한번 때려 볼까? 고쳐질지도 모르잖아!
포츠머스는 들고 있던 술병을 가볍게 휘둘렀다.
위더: 으아아아아! 안 돼, 안 돼―!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너무 놀라는 거 아냐?
지휘관: (세이렌 기술… 아카시라면 어떻게 해 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지휘관: (당장은 못 고치겠군.)
위더: 지휘관…… 어때?
지휘관: 고장 난 원인이 뭔지 알 수가 없어서… 고치기는 힘들겠어.
위더: 그렇구나…….
위더는 풀이 죽고 말았다.
지휘관: 그래도 짚이는 바는 있어. 일단 당분간은 내가 가지고 있어도 될까? 어떻게든 살려 볼게.
위더: 응! 계속 빌려줄 수도 있으니까 꼭 고쳐줘!
위더: 부품이 필요한 거면 위더한테 말해! 어떻게든 찾아 볼게!
(덜컹)
지휘관: ……?
위더: ……?
로열 포춘: 방금 책상이 흔들린 거 같은데……?
포츠머스 어드벤처: 응…….
(덜컹)
책상을 두드리자 과연 책상이 몇 번 더 흔들렸다.
로열 포춘: 설마…… 유령?!
로열 포춘: 내 배에 유령이 나온 거야!?
지휘관: …이 배에는 이미 메리가 있잖아.
(덜컹)
그 때 책상 밑의 서랍 문이 열렸다.
돌핀: 뭐 찾는 얘기 해?
돌핀: 찾는 게 있으면 돌핀이 도와줄 수 있어~
지휘관: 책상 밑에 공간이 있다고……?
로열 포춘: 흐흥. 전에 신세계에 갔을 때 찾은 재밌는 디자인이야!
로열 포춘: 이러면 책상 밑을 청소하기도 편하니까!
지휘관: ………….
지휘관: 아무튼 돌핀은 여기서 뭐하는 거야?
돌핀: 당연히 보물을 찾고 있었어~
로열 포춘: ……보물 찾기? 내 배에서?
돌핀: 응! 이 배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느낌이 팍 오는걸~
로열 포춘: 흠흠…. 내가 가진 보물이 좀 많긴 한데…. 그 중에 엄청난 보물도 몇 갠가 있고…….
로열 포춘: 하지만! 너한테 줄 건 없어―!
돌핀: 그건 알지~ 그냥 적당히 돌아다니면서 배의 구조를 익히려고 했을 뿐이야~
돌핀: 아! 그런데 아까 뭘 찾는다고 한 거야? 나 물건 잘 찾아!
지휘관: 지금은 괜찮아. 일단 내부를 확인해 봐야 어떤 부품이 필요한지 알 수 있으니까….
지휘관: (세이렌 기기를 수리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돌핀: 그렇구나~ 그럼…….
돌핀: 내가 같이 자 줄까?
로열 포춘: ……푸훕!?
포츠머스 어드벤처: ……어? 같이 잔다고…?
로열 포춘: 그, 그래! 자자! 늦었으니까 얼른 자야지!
로열 포춘: 그럼 잘 자! 안녕! 아하하하! 너희도 얼른 자기 방으로 돌아가!
포츠머스 어드벤처: 흐음…?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돌핀: 글쎄? 돌핀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포츠머스 어드벤처: 그래? 그럼 난 술이나 더 마시러 가야겠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거기 꼬마는 어때? 같이 술이나 마실래?
위더: 하아…. 우선 첫째. 위더는 '꼬마'가 아니야.
위더: 둘째. 위더는 방으로 갈 거야.
위더: 셋째. ……위더는 너하고 같이 안 마셔!
----
로열 포춘, 위더, 포츠머스는 방을 떠났지만, 돌핀은 여전히 책상 밑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 ……넌 안 가?
→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
돌핀: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
돌핀: 돌핀이 같이 자 줄까? 하고 물었잖아. 아직 대답을 못 들었는걸?
지휘관: ……난 아직 일이 남았어.
돌핀: 그럼 오늘은 일찍 쉬어~ 내일 밤에 또 올게~
~09. 단서
이틀 간의 항해 끝에 템페스타 선단은 젊음의 샘 유적에 도착했다.
황폐해진 섬을 바라보며 일행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여이가 젊음의 샘이구나~ 이야, 따라오길 정말 잘했어!
포츠머스 어드벤처: 그런데 뭔가… 소문하고 완전 다르지 않아?
로열 포춘: 내가 할 말이야! 지난번하고 완전 다르잖아!
로열 포춘: 저번에 왔을 때는 기계로 된 섬이었다구.
메리 셀러스트: ……확실히 기계 장치로 가득한 유적이었던 거 같은데….
로열 포춘: 그런데 전부 돌덩이가 되어 버렸잖아!
로열 포춘: 기계 유적…… 기계 섬…… 다 어디로 간 거야?
골든 하인드: 이렇게나 철저하게 약탈당하다니…. 아무래도 우리가 젊음의 샘의 소문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모양이야…….
아미티: 그래서, 여기서 단서를 찾을 수 있겠어?
→ 왔으니 해 봐야지…
로열 포춘: 하긴……. 왔으니까 해 봐야지!
→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아미티: 그래. 어차피 더 나은 선택지도 없고.
상 마르티뉴: 음. 인원을 나눠서 조사해 보자.
위더: 그럼 나는 배를 지키는 걸로…….
로열 포춘: 기각!
그렇게 분담하여 섬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사 범위는 점점 넓어졌고, 하늘도 점점 어두워졌다
----
젊음의 샘 유적. 어딘가
지휘관: 이렇게 어두우면 더 조사하기는 힘들겠는데…….
지휘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아….
지지직――
지휘관: 이건……?
가방 안에 있던 '터미널'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터미널을 꺼내자 화면에는 몇 개의 빛의 점이 표시되어 있었다.
마도서 터미널[옛 유산]: "여신의 빛은 바래고…… 여신의 핵은 문드러졌다……."
마도서 터미널: "파도가 밀려오고…… 질서는 무너진다……."
마도서 터미널: "위기를 타파할 길은…… 오직 망자를 다시 잠들게 하는 것뿐……."
빛이 점멸하며 화면에 해도가 나타났다.
해도 위에는 목표로 보이는 위치가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지휘관: ……'잠자는 바다'.
----
위대한 로열 포춘호
선장실
잠시 후
로열 포춘: ……상황은 이상이야!
로열 포춘은 터미널에 나타난 해도를 모사한 그림을 보여 주면서 지금까지의 경위를 모두에게 설명했다.
어드벤처 갤리: '잠자는 바다'……. 전혀 들어본 적 없어. 고서에서 본 기억도 없고.
어드벤처 갤리: 해도로 보면 신세계하고 구세계의 경계 끝에 있는 거 같은데…….
어드벤처 갤리: 불길한 예감이 들어.
위더: ……질문. 지휘관이 들었다는 목소리는 정말 터미널이 낸 소리야?
지휘관: 글쎄…? 터미널은 아직도 꺼져 있고…. 그 목소리도 전에 들었던 목소리하고는 달랐어.
지휘관: 어쩌면 터미널이 아니라 누군가가 터미널을 매개체로 정보를 전달한 게 아닐까…?
지휘관: 그러니까…… '마법'처럼.
위더: 터미널한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상 마르티뉴: 그럼 그 소리는 적인가? 아니면 아군인가?
지휘관: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지.
상 마르티뉴: 하지만 그러면 이 여정의 위험성도 예측할 수 없어…….
포츠머스 어드벤처: 정말! 여기서 떠들고 있어 봤자 소용 없잖아?
포츠머스 어드벤처: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포츠머스 어드벤처: 지휘관 생각은 어때?
지휘관: 조사해 볼 가치는 있지만 위험한 것도 맞아. ……여기선 투표로 결정하자.
로열 포춘: 갈래 갈래!
돌핀: 나도 간다에 한 표♪
메리 셀러스트: 가 보자!
골든 하인드: 나도 찬성이야~
상 마르티뉴: 나는 반대한다.
위더: 나는 상관없어…. 배에만 계속 있게 해주면…….
어드벤처 갤리: 잠자는 바다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야말로 세기의 대발견이 될 거야. 나는 찬성.
로열 포춘: 그럼… 찬성 5표, 반대 1표, 기권 1표…. 지휘관은?
지휘관: 보러 가자.
로열 포춘: 그럼 찬성 6표네! 과반수를 넘었으니까 가는 걸로 결정!
로열 포춘: 세 시간 후에 '잠자는 바다'를 향해 출발할 거야!
포츠머스 어드벤처: 잠깐 잠깐! 우리 의견은!?
로열 포춘: 이건 선단 내부 투표인걸. 의견을 내고 싶으먼 먼저 가입부터 해!
로열 포춘: 그럼 어떡할래?
아미티: 마르티뉴처럼 객원 멤버여도 돼?
로열 포춘: 상관없어.
아미티: 그럼 가입할래. 참고로 우리는 찬성이야.
로열 포춘: 좋아~ 이미 과반을 넘긴 했지만 그래도 찬성 8표~
로열 포춘: 아미티, 포츠머스 어드벤처. 템페스타 선단에 온 걸 환영해!
로열 포춘: '잠자는 바다'를 향해~ 출발!
~10. 잠자는 바다
구세계와 신세계의 경계의 끝. 그 전인미답의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로열 포춘: 음. 안개가 잔뜩 껴서 안쪽 상황을 모르곘네.
로열 포춘: 각 함, 감속! 충돌하지 않게 거리를 유지해.
로열 포춘은 해도를 확인하며 계속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친 선단은 해무 안으로 진입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주변 분위기가 달라졌다. 바다도 하늘도 바깥 세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분명 바다 위를 계속 나아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안간 다른 장소로 들어온 것 같았다.
지휘관: (이 느낌은…… 경면해역?)
지휘관: (하지만 뭔가 달라…….)
안개를 피부로 느끼는 도중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 공간은 자신의 의식과 규칙――마치 자아가 있는 것 같았다.
어드벤처 갤리: 바람도 없고 암류조차 느껴지지 않아.
어드벤처 갤리: 여기가…… '잠자는 바다'?
(덜컹덜컹)
배가 나아가면서 주변의 부유물과 충돌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잔해가 너무 많은 거 아냐?
아미티: 초연도 아직 가시지 않았어.
포츠머스 어드벤처: 역시 잠자는 바다야! 잔해들이 이렇게까지 신선하게 보존되다니!
아미티: …….
어이가 없다는 듯 아미티가 시선을 보내자 포츠머스는 머쓱한 표정으로 모자를 손에 쥐었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니! 그냥 농담이야, 농담!
포츠머스 어드벤처: 이 잔해들이 최근의 전투로 생겼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봐봐. 저기 썩고 금속이 섞인 것들은 유령 함대 거잖아?
포츠머스 어드벤처: 그리고 저 검게 물든 목재는 선재해골수 거고! ……어라?
포츠머스 어드벤처: 유령 함대랑 해골수가 다 여기 있다는 건…… 유물도 여기 있는 건가!?
포츠머스 어드벤처: 야호――! 우리 제대로 찾아왔나 봐!
아미티: 그 전에 중요한 건 누가 이 녀석들을 해치웠느냐지.
지휘관: 아미티 말이 맞아. 누가 우리보다 먼저 이 해역에 들어온 게 분명해.
지휘관: 지금까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아마 전에 만났던 건즈웨이겠지.
로열 포춘: 건즈웨이면…… 시간으로 보면 여기 온지 사흘 정도 됐겠는데?
포츠머스 어드벤처: 사흘? 건즈웨이가 벌써 유물을 가져갔으면 어떡해!?
아미티: 하아……. 일단 진정해.
아미티: 만약 유물이 모든 이변의 원인이라면, 건즈웨이가 유물을 입수했을 때 이 이상한 바다는 사라졌어야지.
상 마르티뉴: 일단은 조사할 필요가 있겠군.
메리 셀러스트: 그럼 잔해를 따라서 갈 거야? 아님 피해서 갈 거야?
지휘관: 잔해를 따라가자. 만약 정말 건즈웨이가 그런 거라면 따라가 보면 알겠지.
지휘관: 전에 했던 말로 미루어 보면 건즈웨이는 이 해역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야.
지휘관: 그래도 일단은 조심해. 잔해의 숫자를 보면… 아무래도 '잠자는 바다'에는 잠들지 않은 녀석들이 많은 것 같으니까.
~11. 비바람의 사제
잔해를 더듬어 가던 도중 어느새 해무가 걷히면서 '잠자는 바다'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났다.
잔해들의 밀도도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초연 냄새도 더욱 진해졌다.
로열 포춘: 흐흥. 아무래도 따라잡은 것 같네.
로열 포춘: 여기 전투는 끝난지 얼마 안 됐나 봐! 건즈웨이는 여기 싸우고 있는 게 분명해!
번쩍――!!
그때 하늘에서 노란색 신호탄이 터졌다.
상 마르티뉴: 노란 불꽃……. 여신 교회의 구조 신호다.
상 마르티뉴: 건즈웨이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군.
포츠머스 어드벤처: 뭐? 그렇게 커다란 배가 고전하고 있다고?
상 마르티뉴: 충분히 많은 적과 충분히 불리한 조건이다.
상 마르티뉴: 건즈웨이는 '보물선'이라는 칭호 외에도 여신 교회의 '비바람의 사제'로도 알려져 있다.
상 마르티뉴: 여신의 가호에 힘입어 바닷바람과 비로부터 힘을 얻는다고 하지.
상 마르티뉴: 그때 건즈웨이가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이유도 바로 그래서였을 거다.
상 마르티뉴: …하지만 이곳은 바람도 없고 비도 내리지 않아. 만약 여신의 가호를 약화시키는 유물이 있다고 한다면…….
상 마르티뉴: 위기에 처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콰앙――!!
신호탄이 올라온 곳 근처로 다가가자 전투 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그곳에는 처음 만났을 때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달리, 적에게 포위당한 채 상처 입은 건즈웨이의 모습이 있었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도울까? 아니면 뒤통수?
로열 포춘: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로열 포춘: 당연히 도와줘야지! 여신 교회의 원한을 살지도 모르는데!
로열 포춘: 그리고 봐봐! 지금 도와주면 빚을 지울 수 있잖아?
로열 포춘: 여신 교회, 그리고 비바람의 사제한테 빚을 지울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구!
로열 포춘: 그리고 만약 우리 템페스타 선단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면 그야말로 일당백이고!
로열 포춘: 상 마르티뉴는 관군 소속이니까 선두에 서! 이 상황에서 오해받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로열 포춘: 다른 사람들은 진형을 유지하면서 날 따라와!
----
쾅――――!!!
격렬한 전투 끝에 위대한 로열 포춘호를 포함한 템페스타 함선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모두 힘을 합쳐 가까스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로열 포춘: 휴우……. 위대한 승리!
어드벤처 갤리: 선체에 손상이 심해……. 긴급 수리를 해야겠네….
골든 하인드: 하아……. 수리비가 만만치 않겠어~
건즈웨이: 템페스타 선단하고 트레저 헌터…. 이런 상황이지만… 만나서 기뻐…….
건즈웨이: 돕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는 산출이 끝나면 꼭 청구해줘! 반드시 전액 보전해 줄 테니까…….
활짝 웃는 건즈웨이였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사라지고 오히려 시름에 잠긴 모습이었다.
지휘관: (피곤하다거나 보물을 찾는 게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닌 거 같아. 굳이 따지면 무언가 심각한 일에 대해 우려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휘관: (역시 건즈웨이의 목적은 단순히 유물을 찾는 것만은 아니었나.)
상 마르티뉴: 혹시 여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건가?
건즈웨이: 음. 뭐어… 그런 셈이지….
상 마르티뉴: 여신의 힘은 이곳에서 너를 보호하기엔 충분하지 않아.
상 마르티뉴: 이곳에 온 목적이 뭐지?
상 마르티뉴: 알려 준다면,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어.
건즈웨이: ………….
건즈웨이: 하아……….
건즈웨이는 잠시 말을 멈추고 긴장을 풀려는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건즈웨이: 나는 여신 교회 내부의 의뢰를 받아 이 해역의 이변을 조사하러 왔어.
건즈웨이: 내 목적은 바로… 망자를 되살리는 '유물'을 회수하는 거야.
건즈웨이: 저번에 만났을 때는 혼자 움직이는 쪽이 편하니까 일부러 라이벌을 가장해서 너희를 보낸 거야.
건즈웨이: 너희를 젊음의 샘으로 유도한 것도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해서 그런 거고…….
건즈웨이: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젊음의 샘에 진짜로 무슨 단서라도 있었어?
로열 포춘: ……그냥 우리를 쫓으려고 그런 거였구나….
로열 포춘: 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네! 거기서 진짜 단서를 발견해서 이렇게 너를 구하러 올 수 있었으니까!
건즈웨이: 하아…….
건즈웨이: ……그래. 운명이란 참으로 기묘하네….
건즈웨이: 다들 무모하게 혼자 조사하겠다고 뛰쳐나온 건즈웨이를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지?
로열 포춘: 그건 뭐……아니 아니! 절대 그런 생각 안 했어!
황급히 말을 바꾸는 로열 포춘의 모습을 보며 건즈웨이는 후훗 하고 웃었다.
건즈웨이: 사실 여기는 여신 교회의 숨겨진 성지거든. 말하자면 우리한테는 뒤뜰 같은 장소야!
아미티: ……뭐?
로열 포춘: 하아?! 뭐라고요…?!
어드벤처 갤리: 어쩐지 어떤 문헌에도 나와 있지 않더라.
위더: ……이런 수상하기 짝이 없는 데가 여신 교회의 성지라고?
건즈웨이: 응! 여신 교회의 기원과도 관련이 있는, 교회 고위층만이 아는 비밀의 장소. 그게 바로 '잠자는 바다'야.
건즈웨이: 요즘 자주 나타나는 이변이 여신의 가호가 약해져서 그런 거라는 소문 들었지?
건즈웨이: 교회 측도 여러 모로 조사를 하고 나서야 드디어 이곳에 눈을 돌린 거야.
건즈웨이: 다만…… 설마 여기가 이런 꼴이 되어 있을 줄은 몰라서…….
지휘관: (우리는 터미널에서 나온 의문의 목소리와 해도를 따라 온 거지만….)
지휘관: (방금 건즈웨이의 말로 미루어 보면 우리가 이곳이 '잠자는 바다'라는 걸 알고 찾아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거 같아.)
지휘관: (흠. 어쨌든 터미널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군.)
지휘관: (하지만 뭐지? 건즈웨이가 아직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야….)
지휘관: (건즈웨이가 일부러 유도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어차피 젊음의 샘에 갈 예정이었어.)
지휘관: (왜나면 그곳은 '불사'와 관련이 있는 곳이니까.)
지휘관: (그리고 거기서 얻은 단서는 우리를 여신 교회의 숨겨진 성지로 이끌었고.)
지휘관: (마침 이곳에는 '불사' 속성을 가진 해골수 무리와 유령 함대가 모여 있었지.)
지휘관: (하지만 젊음의 샘은 그냥 버려진 세이렌 시설일 뿐인데….)
지휘관: (애초에 '여신'은 대체 뭐지……?)
지휘관: (설마 건즈웨이가 진짜로 숨기려는 건 여신의 정체인가…?)
→ 여신에 대해 물어본다
지휘관: 이 비밀 장소와 여신은 무슨 관계지?
지휘관: 여신이란 대체 뭐야?
건즈웨이: ……너는…?
로열 포춘: 흐흥. 여기는 내가 소개할게!
로열 포춘: 이 사람은 바로 우리 템페스타 선단의 창시자이자 2인자인 지휘관이야!
건즈웨이: 그렇구나! 그래서 이렇게 갑자기 정곡을 찌르는 거구나!
건즈웨이: 원래는 성지에 멋대로 들어왔으니 관례에 따라 너희들한테 좀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건즈웨이: 너희는 자력으로 여기까지 온 거고, 나를 도와주기도 했고…….
건즈웨이: 믿을 수 있는 애들 같으니까 비밀로 해준다고 약속하면…….
건즈웨이: 솔직하게 알려 줄게!
건즈웨이: …으흠. 여기가 바로 여신의 거처야.
골든 하인드: 여신의 거처……라고?
건즈웨이: 으음, 거처라기보단 '본체'일까? 잠자는 바다는 원래 '여신이 잠자는 바다'라는 뜻이야.
건즈웨이: 성전에서 자세하게 알려줄 테니까 따라와!
건즈웨이: 내 추측이 맞다면 이변의 진상은 거기서 밝혀질 거야!
~12. 폭풍과 성전
템페스타와의 합류로 화력이 크게 강화되자, 건즈웨이는 싸움을 멈추고 곧바로 성전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녀의 안내를 받아 앞을 가로막는 적을 해치우며 나아갔다.
건즈웨이: 이 앞이 성전이 있는 섬이야!
얼어붙은 해변 위에 있는 성전은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주변 바다에는 이미 유령선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로열 포춘: 적이 저렇게 많은 걸 보니 제대로 온 거 같네!
포츠머스 어드벤처: 이거 아무리 봐도 뚫기 힘들 거 같은데……. 그냥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포츠머스 어드벤처: 유물이든 뭐든 죽으면 아무 소용없잖아!
포츠머스 어드벤처: 위치는 알았고, 상황도 파악했고, 전리품만 가져가도 충분히 한몫 챙길 수 있어!
아미티: ………….
아미티: 두 팀으로 나누는 게 어때? 한쪽이 적을 유인하는 사이에 다른 쪽이 섬에 상륙하는 거야.
골든 하인드: 괜찮긴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골든 하인드: 계속 일직선으로만 달려와서 아직도 뒤에 추격자가 붙어 있는 걸….
골든 하인드: 적을 유인하는 팀은 바로 포위당하고 말 거야.
아미티: 그래… 미안. 좀 조급해진 거 같아.
돌핀: 저요 저요~ 그럼 잠수해서 들어가는 건 어때?
상 마르티뉴: 수중에는 해골수들이 있다. 아마 수면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더 위험할 거야.
돌핀: 돌핀 혼자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
상 마르티뉴: 혼자 들어가서 뭘 어쩌게……?
돌핀: 유물을 슬쩍 훔친다거나…?
상 마르티뉴: ……가능은 할 것 같군.
건즈웨이: 절대 안 돼! 교회의 고위층이 없으면 성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걸!
메리 셀러스트: 음……. 교회의 성지라면 뭔가 숨겨진 장치도 많겠지? 건즈웨이만 열 수 있는 비밀 통로는 없어?
건즈웨이: 열 수는 있는데… 성전 안에서만 할 수 있어!
메리 셀러스트: …그럼 완전히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잖아.
로열 포춘: 지휘관! 어떻게든 해줘~!
지휘관: 우선 강행돌파는 최후의 수단이야. 그리고….
지휘관: 포츠머스의 말도 일리가 있어. 우리도 건즈웨이도 받은 의뢰는 어디까지나 '조사'만이잖아?
지휘관: 유물을 입수해서 이변을 해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리할 필요까지는 없어.
로열 포춘: 어라? 듣고 보니 확실히…….
로열 포춘: 우리가 받은 의뢰는 이변 조사와 해골수 토벌이었지, 이변 자체를 해결하라는 건 아니었어….
로열 포춘: 이변의 근원을 알아냈으니 아무튼 목표는 달성한 거잖아! 전리품하고 토벌을 증명할 증거도 많이 모았고!
지휘관: 그래. 이변을 해결한다고 쳐도 서두를 필요는 없어.
지휘관: 예상보다 이변이 훨씬 심각하다는 걸 알면 폴리스와 여신 교회도 진지하게 임할 거야.
지휘관: 탈출한 다음 곳곳에 연락해서 연합 함대를 꾸린다면 단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
건즈웨이: ……그래…….
건즈웨이는 성전 쪽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건즈웨이: 그럴 수밖에 없겠네. 다만 보고할 때 부디 여신 본체에 대한 언급은 삼가줘.
건즈웨이: 그리고 연합 함대는 괜찮아. 여신 교회가 어떻게든 마무리할 테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귓가에는 바닷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지휘관: 바닷바람……?
지휘관: 아니, 이 소리는…… 폭풍이다!
갑자기 돌풍이 불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짓눌러 왔다.
지휘관: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잖아……?!)
지휘관: (맞다…! 갑자기 몰아치는 폭풍도 이변 중 하나였는데……!)
지휘관: (큭… 계속 무풍이어서 방심했어…!)
로열 포춘: 모두 빨리 돛을 접어――!!
로열 포춘: 지휘관은 빨리 선실로 들어가…!
로열 포춘: ……!? 늦었어! 지휘관, 내 손을 잡아!!
갑자기 밀려온 거대한 파도에 몸이 배 밖으로 튕겨 나갔다.
손끝의 감촉은 순식간이 사라졌다. 그 대신 싸늘하고 살갗을 때리는 비와 함께 짭짤한 비린내가 입안에 퍼져 나갔다.
로열 포춘: 지휘관――――!!!
~13. 심연에 준동하는 자
'질서는……무너진다……’
'무너……무……질서는 무너……’
'오류 수정……실패……’
'스캐닝……실패……’
'서버 접속……실패……’
'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
톡, 톡,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차갑고 부드럽고 매끈매끈한 무언가가 뺨을 쓰다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휘관: …….
???: …….
???: 안녕, 인간.
눈앞의 '인간의 형상을 한 무언가'는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누구……?
팬시[심연에 준동하는 자]: 환상에서 태어난, 심연에 준동하는 자. 팬시.
지휘관: (심연에 준동하는 자……? 팬시……?)
지휘관: (확실히 외견은… 다른 템페스타 애들과 비교해도 훨씬 '개성'이 강한 거 같은데….)
지휘관: (하지만 이 느낌은…….)
지휘관: (응. ……이 아이도 함선이야.)
지휘관: 구해줘서 고마워, 팬시.
팬시: 천만에.
팬시: 이제 가자.
팬시는 갑자기 촉수를 뻗어 내 몸을 칭칭 감았다.
팬시: 이게 더 빨라.
지휘관: 어어… 간다니, 어디로?
팬시: 네 사명을 완수하러. 인간.
지휘관: 사명……?
팬시: 여신이 너를 여기로 인도했어. 나처럼.
팬시: 그래서 너도 여신이 준 사명을 가지고 있어. 나처럼.
지휘관: (인도…? 설마 '터미널'의 목소리를 말하는 건가…?)
지휘관: (그러고 보니 아까 어렴풋하게 '서버 접속'이란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지휘관: (역시 '여신'은 세이렌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해.)
지휘관: 잠깐만. 그보다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실낱같은 희망에 걸고 가방에서 터미널을 꺼냈다. …하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지휘관: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겠지.
터미널을 다시 가방에 넣으려고 할 때, 팬시가 슬쩍 이쪽으로 다가왔다.
지휘관: 이건…… 그러니까… 다용도 태블릿인 '터미널'이야. 지금은 고장 나긴 했지만.
팬시: '터미널'…… 터미널? 접속 단말?
지휘관: ???
지휘관: 네가 접속 단말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알아…?
팬시: 이건 여신이 내게 부여한 기억. 여신이 부여한 사명.
팬시: 터미널, 마도서, 접속 단말. 여신의 '본체'의 의지의 연장선.
팬시: 나는, 여신의 의지를 집행하는 존재. …그럼 나도 마도서이자, 터미널?
팬시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에 잠겼다.
지휘관: 아니. 걱정 마. 넌 아니니까.
팬시: 그렇구나……. 그럼 가자.
주변의 촉수들이 꿈틀거렸다.
지휘관: 잠깐, 하나만 물어볼게! 여기는 대체 어디야?
팬시: 여기는 여신의 나라. 여신의 영역.
팬시: '여신 본체'의 내부. 여신의 몸속 그 자체.
지휘관: ('본체'……. 역시 그랬나…!)
지휘관: (여신은 상상 속 존재도 아니고, 하물며 어떤 초자연적인 '신'도 아니야. '여신'의 본질은 세이렌 설비였어.)
지휘관: (그럼 결국 이 세계의 여신 신앙은 세이렌이 남긴 설비에서 파생된 거였나…? 좀 묘하네.)
지휘관: (아니, 그 전에 팬시는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지?)
지휘관: (팬시는 세이렌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그래서 이런 정보들을 아는 건가……?)
지휘관: 여신 본체는 자아가 있어?
팬시: ……?
팬시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지휘관: 질문을 바꿀게. 여신 본체는 평소에 뭘 해?
팬시: 바다의 기후를 조절하며 심해의 저주를 잠재우고 있어.
지휘관: ('기후 조절'과 '저주 제어'…. 전혀 다른 계통의 단어가 동시에 나오네….)
팬시: 끊임없는 정화 속에서 여신 본체에는 시스템 오류가 축적되었고, 결국 저주의 역풍을 맞고 말았어.
팬시: 바이러스가 여신 본체를 완전히 장악했어. 그래서 바다에 망자들이 나타나게 되었어.
지휘관: (설명은 좀 이상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이해했어.)
지휘관: 그러니까 우리가 여신의 본체에서 바이러스만 제거하면 바다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거야?
팬시: '우리'가 아니라, '너'가.
팬시: 나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방법을 몰라. 나의 사명은 너를 '본체'가 있는 곳까지 인도하는 것.
지휘관: ……알겠어. 아무래도 내가 할 수밖에 없겠네.
지휘관: 좋아. 그럼 가 보자.
주변의 촉수들이 다시 꿈틀거렸다.
지휘관: ……잠깐! 나는 내 '다리'로 직접 갈 거야. '촉수'가 아니라. 이해했어…?
팬시: '다리'? …촉수 말고?
팬시: …응. 알겠어.
팬시: 따라와.
~14. 고요한 영혼
팬시와 함께 기계 설비 안을 나아갔다.
눈앞의 셔터가 차례차례 열리고, 우리는 거리낌없이 전진했다.
또 다른 복도를 지나 문을 열자 마치 바닷속과 같은 푸르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리고 안개 너머로 보라색 빛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팬시: 여기는 '안개 연못'.
팬시: ……벌써 여기까지 되살아났구나.
지휘관: …되살아나? 누가?
팬시: 반짝이는 빛들…… 고요한 영혼.
팬시: ……이쪽으로 온다.
빛은 모여들어 수면을 헤엄치는 거대한 괴수의 모습으로 변했다.
지휘관: 고요한 영혼……. 이놈들 선재해골수하고 닮았는데?
팬시: 저것들은 해골의 영혼. 해골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 원동력.
팬시: 서로 이어져 있어.
팬시: 이렇게나 수가 많아졌으니, 바깥은 이미 망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겠지.
지휘관: 서로 이어져 있다고? ……그럼 이놈들을 쓰러트리면 바깥의 해골수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팬시: 힘과 의식을 잃은 빈 껍데기. 그 짐승들이 본래 있어야 할 모습이 돼.
팬시: 하지만… 이렇게나 많으면 다 먹는 데 시간이 꽤 걸려…….
지휘관: 먹어? …맛이 있어?
팬시: ……맛은 없어.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아.
팬시: 먹어 볼래?
주변의 촉수들이 다시 꿈틀거렸다.
지휘관: 사양할게.
지휘관: …하지만 우리끼리 이 적들을 다 해치울 수는 없어.
지휘관: 만약 반대로 바깥에서 해골수들을 쓰러트리면 이 영혼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팬시: 육체를 잃은 영혼은… 정지해.
팬시: 바깥의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할 거야?
지휘관: 응. 그런데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가 문제인데…… 어?
지휘관: 밖에 내 일행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팬시: 실제로 봤어.
지휘관: …봤다고?
팬시: 내 손을 잡아. 너한테도 보여 줄게.
팬시는 물가에 앉아 다리를 물에 담그고 촉수를 내 쪽으로 뻗었다.
황급히 촉수를 피하고 대신 그녀의 손을 잡자, 눈앞에 다른 풍경이 떠올랐다.
심해에서 해골수들이 한 마리, 또 한 마리 헤엄쳐 지나갔다.
나는 마치 실체가 없는 관찰자처럼 그 모든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또 새로운 풍경이 떠올랐다.
그리고 또 다른 풍경이――
지휘관: (이거 설마 세이렌이 해역에 설치한 CCTV인가……?)
지휘관: (팬시는 어떻게 이 시스템을 내 감각에 연결한 거지?)
차례차례 풍경들이 떠오르고, 사라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범선으로 이뤄진 선단. 해적 모자를 쓴 검붉은 옷차림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로열 포춘: 지휘관이 이 섬 지하에 있다고? 확실해?
목소리도 또렷하게 들렸다.
지휘관: (세이렌의 CCTV에는 음성 송신 기능도 있는 건가……?)
지휘관: (좋아. 이러면 연락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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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포춘: 지휘관이 이 섬 지하에 있다고? 확실해?
'위대한 로열 포춘호' 갑판에서 검붉은 해적 모자를 쓴 소녀가 애타게 물었다.
돌핀: 응! 돌핀한테는 들려! 섬 밑에 있을 거야!
상 마르티뉴: 섬에 상륙할 수밖에 없겠군.
상 마르티뉴: 다행히 아까 폭풍을 맞아서 적의 진형도 흐트러져 있다. 이 기회를 노리면…….
→ 아아, 마이크 테스트~
지휘관: 템페스타 선단. 내 목소리 들려?
→ 친애하는 템페스타 여러분…
지휘관: 아아, 친애하는 템페스타 여러분….
지휘관: 내 목소리 들려?
아미티: 어? 누가 내 귓가에 대고 얘기하는 거 같은데? …너희도 들려?
포츠머스 어드벤처: 들려! 나만 취해서 환청이라도 듣는 줄 알았잖아!
골든 하인드: 환청이 아닌 거야…?
로열 포춘: 어라? 이 목소리는…… 지휘관?!
로열 포춘: 지휘관, 어디 있어―!? 왜 안 보이는 거야―!
템페스타 동료들에게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작전을 대강 설명했다.
돌핀: 에헤헤. 지휘관은 이 밑에 있다고 그랬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가능한 한 많은 적을 해치워라'. 맞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흐흥! 나한테 맡겨♪
아미티: 그럼 나는 길을 터 줄게.
건즈웨이: 지휘관! 성전 안에는 함정이 많이 있으니까 조심해!
로열 포춘: 그럼 템페스타 선단, 작전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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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스타 선단이 전투를 시작하자 안개 건너편의 빛들이 눈에 보이는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팬시: 네 동료들, 꽤 하네.
팬시: 나도…… 더는 못 참겠어
→ 싸울 거야?
팬시: 응. 조금 몸을 움직이고 싶어.
→ 밥 시간이야?
팬시: 응. 조금만 먹을래…… 조금만.
눈앞에 보라색 불꽃이 피어올라 마치 파도처럼 퍼져 갔다.
불꽃이 검은 구속구를 태우며 팬시의 무기질적인 눈이 드러났다.
팬시는 입을 살짝 벌렸다. 촉수는 불꽃과 함께 안개 속으로 마구 뻗어 나갔다.
고요한 영혼: ―――!!!
'고요'라고 불린 영혼들의 절규가 울렸다.
팬시: 이게 '진짜 나'야. 환상에서 태어나 심연에 준동하는 자.
팬시: 만나서 반가워, 지휘관rrrrrrrrrrr――
전율과 굉음, 씹는 소리로 구성된 교향곡. 그것은 방황하는 영혼을 흔적도 없이 먹어 치웠다.
~15. 여신의 본체
성전 지하. 여신의 본체가 있는 곳
넓은 공간 중앙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한 기계가 서 있었다.
외관은 불규칙한 형태의 검은 금속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금빛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지휘관: (……금빛 무늬? 세이렌 설비치고는 보기 드문 외관이네…….)
지휘관: (그래도 어느 정도 적당한 크기라서 다행이다.)
지휘관: (처음에 '본체'라고 들었을 때는 그 커다란 탑이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팬시: 인간. 저기 '여신 본체'가 있어. 가서 네 사명을 완수해.
팬시는 방 가장자리에 멈춰 서서 나 혼자 가라는 듯 촉수로 안쪽을 가리켰다.
슥 둘러봤지만 위험한 기색은 없었다.
지휘관: (세이렌 설비를 직접 조작해 본 경험은 별로 없지만… 뭐 최소한 정보는 얻을 수 있겠지.)
지휘관: (드문 기회니까 한번 해 보자.)
삐삐삐삐――!
설비에 접근하던 중 가방 안에 있던 '터미널'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화면에 불이 켜졌다.
지휘관: 터미널…?
마도서 터미널: 터미널, 대기 중입니다.
지휘관: (스스로 고쳐졌어…? 혹시 본체에 반응해서 켜진 건가…?)
지휘관: 터미널. 자가 진단을 시작해.
마도서 터미널: 차지 필드가 감지되었습니다. 배터리를 충전 중입니다.
지휘관: ……….
지휘관: (그냥 배터리가 나갔을 뿐이었나…….)
지휘관: (위더한테서 충전 얘기는 들은 적 없었지. 아마 한 번 충전하면 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나 봐.)
지휘관: (세이렌 기술은 정말로…… 편리하군.)
'여신 본체'를 확인해 본 결과, 나는 세이렌 설비에 주로 설치되어 있는 시각 인터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지휘관: 권한 인증이 필요하네. 터미널, 처리해 줄 수 있어?
마도서 터미널: 명령 확인. 처리 중입니다.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신 본체·컴파일러의 날개: 인증 완료. '여신 본체·컴파일러의 날개'야.
지휘관: (됐다…!)
지휘관: (……컴파일러의 날개? 컴파일러… 여신 이름인가?)
지휘관: (그런데 이 세계의 서적 어디에도 여신의 이름은 안 나와 있었던 거 같은데…….)
지휘관: (응? 컴파일러라면…….)
지휘관: (설마 세이렌의 '컴파일러'…?!)
지휘관: (저번에는 이상해진 테스터를 만났었는데… 이번에는 컴파일러인가…….)
지휘관: (이 세계의 세이렌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혹시라도 중간에 바이러스가 방해할까 봐 우선은 보안 점검을 진행했다.
지휘관: (로그에 따르면 마지막 자가 진단은 2시간 전…….)
지휘관: (진단 결과는… 전부 정상…?)
지휘관: (팬시는 분명 본체가 바이러스에 침식당해서 이변이 발생한 거라고 그랬는데….)
지휘관: (어떻게 전부 정상으로 나올 수 있지……?)
지휘관: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 진단해 보자.)
자가 진단 프로그램을 재실행한 후, 로그를 뒤져 쓸 만한 정보를 탐색했다.
지휘관: '대기 순환 조정 계획'…… '심해 생물 개조 계획'…….
지휘관: '열대·아열대 해양성 기후 적응성 조정 계획'…… '고요한 영혼―멘탈 큐브 기능 개발 연구'…….
지휘관: (전부 다 이 컴파일러의 설비가 자발적으로 진행한 실험 계획인가….)
지휘관: (흠. 여신이 촉발한 이변은 원래 모두 실험 내용의 일부였나 보군.)
지휘관: (그래도 뭔가 안 맞는 부분이 있어.)
지휘관: (기후 조정 계획에 폭풍을 일으킨다는 내용은 없고, 고요한 영혼 연구에서도 저 괴물들의 몸체인 선재와 해골에 관한 내용은 없어.)
지휘관: (지금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변은 세이렌이 원래 계획했던 실험과는 많이 달라…….)
생각하는 사이에 자가 진단 프로그램이 완료되었다. 화면에는 '이상 없음'이라고 나와 있었다.
지휘관: (……바이러스가 아니라 누가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걸까?)
지휘관: (그럼… 대체 누구지?)
잉그러햄이나 헬레나에게 배운 지식을 떠올리며 시스템에 남아 있는 단서를 찾아 봤다.
하지만 내 실력으로는 헛수고였다.
지휘관: (안 되겠네…….)
지휘관: (우선은 여기를 드나들 수 있으면서 세이렌 설비를 만질 수 있는 팬시가 가장 의심스러운데….)
지휘관: (하지만 그러면 날 구태여 여기까지 데려올 이유가 없잖아.)
나는 팬시 쪽을 돌아봤다. 팬시는 촉수를 가볍게 까딱거렸다.
지휘관: (여기는 여신 교회의 성전. 그리고 이 섬은 여신 교회의 성지. 혹시 여신 교회의 자작극은 아닐까…?)
지휘관: (아니면 교회가 아무것도 모르고 시스템을 살짝 건드렸는데 그만 망가지고 말았을 가능성도 있지.)
지휘관: (만약 그런 거라면 건즈웨이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지휘관: (아니면 어쩌다 보니 말려들었을 뿐일까?)
지휘관: (그러고 보니 성전 안에서 바깥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고 그랬었지?)
지휘관: (그것만 찾으면 모두를 이쪽으로 데려올 수 있을 거야…!)
터미널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비밀 통로를 열었다.
지휘관: (여신은 이미 이 세계의 일부가 된지 오래야.)
지휘관: (실험 기록을 보면 세이렌의 조정은 세계 정세의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됐어.)
지휘관: (그리고 여신의 이상은 최근에야 나타났지. …그렇다는 건….)
지휘관: 터미널. 시스템의 실험 계획을 복구하고, 시스템 버전을 초기 상태로 되돌릴 수 있어?
마도서 터미널: 가능합니다. 지휘관님, 지금 바로 실행하시겠습니까?
지휘관: ……아니. 아직은 됐어.
지휘관: 여기는 템페스타 아이들의 세계니까. 여신 본체를 어떻게 할지는 모두가 모인 다음 투표로 정할 거야.
~16. 템페스타의 선택
돌핀: 지~휘~관~!
비밀 통로를 통해 들어온 동료들을 맞이했다.
로열 포춘: 잠깐! 내가 리더니까 지휘관을 제일 먼저 포옹할 수 있는 건 나라구―!
골든 하인드: 지휘관님~ 무사해서 다행이야~
어드벤처 갤리: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작전은 성공했네.
위더: 그러네. 너무 힘들었어…….
메리 셀러스트: 지휘관, 들어 봐! 포츠 진짜 엄청 웃기다니까!
메리 셀러스트: 설마 그런 방법까지 쓰다니…… 푸흡, 푸하하하하하!
포츠머스 어드벤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야 당연하지~
아미티: 칠칠치 못하긴……. 내가 왜 너랑 팀을 꾸렸을까….
마도서 터미널: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위대한 위더 님.
위더: !!! 터미널!
위더: 지휘관. 터미널을 고친 거야!?
위더는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터미널을 품에 안았다.
위더: 터미널~♪
상 마르티뉴: ………….
상 마르티뉴: 지휘관. 네 옆에 있는 사람은…?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팬시 쪽으로 향했다.
지휘관: 어어, 폭풍에서 날 구해주고, 너희와 연락하는 것도 도와주고, 날 여기까지 안전하게 데려와 준 애야.
지휘관: '심연에 준동하는 자', 팬시라고 해.
내 소개가 맘에 들었는지 팬시는 살짝 고개를 치켜들었다.
지휘관: 여신 교회 소속인 건즈웨이는 안면이 있지 않아?
건즈웨이: ……어?
건즈웨이: 지휘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처음 봐.
지휘관: 그래? 아무튼 터미널 덕분에 여신 본체에 대한 검사를 완료했어.
지휘관: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여신 본체는 대체 무엇인지… 내가 알아낸 정보를 가르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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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영혼, 이변의 원인, 팬시가 여기 있는 이유 등――
지금껏 알아낸 정보를 설명하고,
여신 본체의 현 상태에 대해서는 몇 가지 내용만을 선별하여 설명했다.
세이렌과 관련된 부분은 빼 버리고, 누군가가 여신 본체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는 사실만을 전했다.
예상대로 여신 교회 관계자인 건즈웨이는 딱히 놀라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여신 본체를 어떻게 하면 될지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설명을 마쳤다.
이제는 템페스타 선단이 결정을 내릴 시간이다.
로열 포춘: 설마 여신도 젊음의 샘처럼 옛 유산이었다니….
로열 포춘: 여신의 가호란 것도 미리 계획된 거였고….
로열 포춘: 여신 교회는 진작에 다 알고 있었지? 왜 감추고 있었던 거야?
건즈웨이: 그래도 가호 자체는 효과가 있잖아. 안 그래?
건즈웨이: 그리고 만약 여신이 진짜로 있어서, 저 위에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찝찝하지 않아?
로열 포춘: 으음. 그건 그렇지만…….
건즈웨이: 그치? 그럼 너도 여신 교회 가입할래?
로열 포춘: 우왓 갑자기 종교 권유?! 너, 너야말로 우리 템페스타 선단에 들어오라구!
건즈웨이: 너희 지금 투표로 여신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려는 거지?
건즈웨이: 하지만 교회 입장으로서 외부자가 여신의 처우를 멋대로 정하도록 놔둘 수는 없어.
건즈웨이: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말야? 너희 모두가 여신 교회에 들어오면 외부자가 아니게 되니까 아무 문제 없잖아?
로열 포춘: 교회에 들어오라니…. 난 싫어 그런 거.
로열 포춘: 그리고 입장은 다르지만 여신 본체에 대한 생각은 너나 우리나 지휘관이나 똑같을 거야.
지휘관: 응? 내가 어느 쪽에 투표할 줄 알고?
로열 포춘: 아니. 지휘관은 그냥 사실을 설명했을 뿐이지.
로열 포춘: 하지만――나는 이 중에서 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야.
로열 포춘: 만약 네가 정말로 이 기계가 우리한테 위험하고 사악한 존재라고 판단했다면, 이렇게 에둘러서 투표로 부치지도 않았을걸?
그렇게 말하며 로열 포춘은 내게 윙크를 날렸다.
로열 포춘: 좋아! 그럼 여신 본체를 원래대로 고칠지~ 아니면 이대로 부숴 버릴지~
로열 포춘: 다들 마음은 정했지!?
상 마르티뉴: 원래대로 되돌려서 다시금 바람과 바다의 가호를 받을 수 있기를.
메리 셀러스트: 응! 나도 여신은 있는 게 더 나은 거 같아.
골든 하인드: 여신 교회에 큰 빚을 지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어드벤처 갤리: 옛 유산이니까 고칠 수 있으면 고쳐야지.
위더: 위더는 뭐든 좋아~
포츠머스 어드벤처: '내가 가져간다'라는 선택지는?
로열 포춘: 없어!
포츠머스 어드벤처: 그럼 고치는 걸로…….
아미티: 당연히 고쳐야지…….
돌핀: 여신님을 원래대로 되돌리자♪
로열 포춘: 음… 결과는 찬성 9표, 반대 0표, 기권 1표.
로열 포춘: 봐봐, 건즈웨이! 네 생각하고 똑같지?
건즈웨이: 와아! 여신 교회를 대표해서 모두의 영단에 감사를 표할게!
지휘관: 정해졌군. 터미널, 시스템 복구를 진행해줘.
마도서 터미널: 명령 확인. 복구 프로그램을 기동합니다.
마도서 터미널: 예상 소요 시간 - 15시간 23분.
로열 포춘: 길어!?
골든 하인드: 후후훗. 천천히 기다릴 수밖에 없겠네.
위더: 후아아암……. 그럼 난 잘래…… 안녕…….
포츠머스 어드벤처: 그나저나 여긴 여신 교회의 성전이었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팬시! 팬시?
팬시: ……응?
포츠머스 어드벤처: 넌 계속 여기 있었으니까 뭐가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식량 창고라든가… 뭐 먹을 거나 마실 거 없어?
팬시: ……'먹을 거'? '마실 거'?
팬시: 있어. 여기저기….
포츠머스 어드벤처: 진짜?! 야호~! 빨리 데려다 줘!
팬시: 너도 먹을래?
팬시: 안개 연못으로 안내할게.
포츠머스 어드벤처: 어디든 좋아 빨리 가자!
지휘관: (………….)
지휘관: (포츠머스. 행운을 빈다…….)
~17. 비바람의 어둠
쿠웅――!!!
굉음과 함께 성전 내부가 심하게 흔들렸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무무무슨 일이야!?
포츠머스가 팬시의 촉수에 휘감긴 채로 다시 돌아왔다.
아미티: 어, 왔네? 밥은 잘 먹었어?
포츠머스 어드벤처: 으엑……. 그 얘기는 하지 마.
포츠머스 어드벤처: 그보다 방금 뭐야?? 지진…?
아미티: 분명 네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미티: 지휘관이 '여신 본체'가 있는 곳에서 계속 조사 중이야, 우리도 빨리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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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지하. 여신의 본체가 있는 곳
돌핀: 와아… 지진인가?
위더: 깨 버렸잖아…….
메리 셀러스트: 괴물들이 움직이고 있어….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발버둥이라도 치는 걸까?
상 마르티뉴: 여신이 복구되기까지 앞으로 10시간…. 죽을 각오로 이곳을 지키는 수밖에.
어드벤처 갤리: 10시간 동안 계속 싸운다고…….
건즈웨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건즈웨이: 여신 본체를 내 배로 옮겨서 함께 대피하는 거야.
골든 하인드: 배로 옮겨? 어떻게…?
일행은 족히 100m는 될 법한 거대한 기계를 바라봤다.
건즈웨이: 어떤 의식을 진행하면 여신 본체의 봉인을 풀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어.
건즈웨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한 시간이면 충분할 거야.
로열 포춘: 한 시간? 그럼 해볼 만한데!
포츠머스 어드벤처: 나도 도와줄게!
건즈웨이: 의식보다 바깥에서 싸우는 걸 도와줘!
건즈웨이: 그리고 터미널은 복구 의식을 진행 중이니까 여기 계속 있어야 돼.
위더: 터미널이 여기 있어야 되면 나도 남을래.
지휘관: 위더…….
지휘관: 내가 있을게. 위더는 밖에서 싸우는 걸 도와줘.
위더: 그치만…….
지휘관: 괜찮아. 적은 외부에만 있고, 여기는 안전하니까.
위더: 응. 지휘관, 조심해….
간단한 작전 회의를 마친 뒤, 로열 포춘 일행은 비밀 통로를 통해 성전 바깥으로 향했다.
드넓은 공간에는 나와 건즈웨이, 그리고 멀리서 조용히 서 있는 팬시만이 남았다.
건즈웨이: 지휘관. 나한테 묻고 싶은 거 없어?
지휘관: 너야말로 나한테 묻고 싶은 게 있지 않아?
건즈웨이: 응! 폭풍을 뛰어넘어 나타난 의문의 존재…. 엄청 궁금해!
건즈웨이: 음… 그래도 아직 본심을 털어놓기는 이르겠지.
건즈웨이: 일단은 할일부터 하자!
건즈웨이는 사뿐사뿐 넓은 홀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소리 없는 선율에 맞춰 가볍게 첫 스텝을 밟았다.
마치 이른 봄꽃과도 같은 우아하고 생생한 소녀의 춤사위.
흔들리는 소매가 허공에 아름다운 호를 그렸다. 방울이 흔들리며 반주를 더했다.
건즈웨이가 춤을 추기 시작하자 바닥에 금빛 무늬가 나타났다.
빛나는 무늬는 여신 본체 외관에 각인된 무늬와 공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도서 터미널: 명령 확인. 명령 수행 중.
지휘관: (터미널의 몸체에까지 금빛 무늬가…?)
지휘관: (본체 전송 의식에 터미널도 관여 중인 건가?)
지휘관: (과연… 그런 거였군.)
건즈웨이: “여신이여. 이 기도와 함께 평화로운 땅으로――”
소녀가 기도를 올리자, 여신 본체는 점점 작아지다가 마침내 터미널하고 비슷한 사이즈의 금속 상자로 변했다.
건즈웨이: 자, 지휘관. 의식이 끝났어! 배를 타고 여기서 탈출하자!
~18. 비바람의 교향
함께 배에 탑승하고, 건즈웨이는 나를 연회실로 초대했다.
건즈웨이: 항해 도중이라 향신료가 부족한 감은 있지만….
건즈웨이: 그래도 팬시의 '음식'보다는 낫겠지♪
건즈웨이: 지휘관의 입에 맞았으면 좋겠는데~
'보물선'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화려한 선실에서 훌륭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흔들리는 촛불, 이국적인 아로마 향이 풍기는 방안은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콰앙――――!!!
창밖에서는 그녀의 반신이라고 할 수 있는 선체에서 발사되는 포화가 적을 사정없이 유린하고 있었다.
지휘관: (포격 한 방 한 방이 인포서 수준의 위력이군.)
지휘관: ('여신 본체'를 싣고 나서 건즈웨이의 화력이 확연히 달라졌어….)
건즈웨이: 동료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제 밖의 적들은 별거 아니니까.
건즈웨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겨줘.
지휘관: 그래. 그런데 그 전에 우리…….
건즈웨이: 후후후. 먹으면서 얘기할까?
지휘관: ……좋아.
바로 앞에 있는 방을 들어 한 입 깨물었다.
지휘관: ……카레빵?
건즈웨이: 그럼,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
지휘관: 너는 처음부터 여신 본체를 옮기는 게 목적이었지?
건즈웨이: 응! 하지만 지휘관이 순순히 동의해 줄 줄은 몰랐어.
지휘관: 만약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 '잠자는 바다'를 무사히 떠날 수 있었을까?
건즈웨이: 어머, 지휘관. 그게 무슨 말이야?
건즈웨이: 이 적들은 건즈웨이하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건즈웨이: 기억하지? 나도 저 적들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졌었어.
지휘관: 건즈웨이가 싸웠던 게 자작극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지휘관: 하지만 그건 네가 여신 본체를 접하기 전이었지.
지휘관: 대체 뭘 노리고 있는 거지?
건즈웨이: 적을 쓰러트릴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이라던가?
건즈웨이: 이런 식으로♪
쾅――――!!!!
힘을 과시하듯 일제히 쏘아 올린 포탄이 밤하늘을 환하게 밝혔다.
지휘관: …….
지휘관: 너는 언제부터 우리를 계획에 포함시킨 거지?
지휘관: 위더를 구하고 '터미널'의 존재를 알고 나서부터?
지휘관: …아니면 처음부터 터미널을 손에 넣으려고 위더를 찾아간 건가?
지휘관: 여신 본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터미널의 힘이 필요했으니까?
건즈웨이: 지휘관은 의심병이 심하구나.
지휘관: 너야말로 연기 실력이 보통이 아닌데.
지휘관: 터미널에 해도가 나타났을 때는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했었어.
건즈웨이: 에헤헤. 칭찬 고마워.
지휘관: 그리고 여신 교회는 이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거지?
지휘관: '옛 유산'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건즈웨이: 내가 그동안 너희를 해치려 들기라도 했어? 그건 아니잖아.
지휘관: 뭐, 많이 속이기는 했지.
건즈웨이: 후훗. 그건 지휘관만 입다물고 있어 주면 아무도 모를 텐데.
지휘관: 내가 왜 너를 위해 비밀을 지켜야 하지?
건즈웨이: 그치만 지휘관도 여신 본체의 상태에 대해서 우리한테 숨긴 게 있잖아?
지휘관: (……?!)
건즈웨이: 아무튼, 난 지휘관의 적이 아니야.
건즈웨이: 다른 건――지금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치?
건즈웨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딱딱한 미소를 지었다.
건즈웨이: 긴장 풀어. 어찌됐든 이건 이번 작전의 성공을 축하하는 연회니까.
건즈웨이: 모처럼 양초까지 켰는데 좋은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잖아?
'긴장 풀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엄청나게 졸음이 쏟아졌다.
지휘관: 건즈웨이, 너 설마…….
건즈웨이: 미안해, 지휘관. 약을 좀 쓰긴 했어.
건즈웨이: 음식이 아니라 아로마 향에다가……♪
그녀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 ………크윽…….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이 흐려지고 있었다.
건즈웨이: 안심해. 네 친구들은 괜찮을 거야. …건즈웨이의 이름을 걸고 약속할게.
의식이 멀어지는 가운데 무언가 따스한 품에 감싸 안긴 기분이 들었다.
건즈웨이: 지휘관. 잘 자.
건즈웨이: 작별 인사는 필요 없어.
건즈웨이: 분명 다시 만날 테니까――
~19. 돌아온 나침반
??? ???
눈을 뜨자 짙푸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나침반은 희미한 빛줄기를 내뿜으며 어떤 방향을 가리켰다.
지휘관: 나침반…… 빛…….
지휘관: 슬슬… 집에 갈 시간인가…….
빛은 점점 더 강렬해져 이윽고 나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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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뜨니 낯익은 천장이 보였다.
머리맡의 시계를 보니 잠에 든 뒤로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겪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면 내 손에 그 증거가 있으니까.
……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나침반.
이것은 꿈이 아니다.
템페스타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템페스타와 잠자는 바다'. 끝……?
~20. 잠자는 바다의 전설
뿔피리 소리가 들리고 돛이 올라간다. 거함이 출항하는 날이다.
트레저 헌터의 긴 머리가 상쾌한 바닷바람에 휘날렸다.
포츠머스 어드벤처[용약의 템페스타]: 으으응~ 역시 바닷바람은 기분 좋다니까~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미티. 이제 어쩔 거야?
아미티[친정의 템페스타]: 여신 교회를 조사할 거야.
아미티: 이번엔 뭔가 한바탕 휘둘린 느낌이야.
포츠머스 어드벤처: 으음……?
아미티: 지휘관은 먼저 돌아갔다고 건즈웨이가 그랬지만, 그 사람은 그렇게 말도 없이 떠날 사람이 아니야.
포츠머스 어드벤처: 어? 그치만 로열 포춘도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
아미티: 우리의 리더님께서도 뭔가 숨기시는 게 있다는 거지.
아미티: 포츠는 안 궁금해?
포츠머스 어드벤처: 딱히?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너 설마 동료를 협박할 생각은 아니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난 그런 거 못해!
아미티: 그럼 명성을 퍼트리는 건?
포츠머스 어드벤처: ……명성을 퍼트려?
아미티: 그래. 명성.
아미티: 그러면 조사할 수 있는 유적도 늘어나고, 옛 유산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야. 물론 모험도.
아미티: 후후후. 우선은 떠벌려 보자고.
아미티: 템페스타 선단, 그리고 '잠자는 바다'의 이야기를――
~21. 템페스타의 메시지
템페스타 선단 집결지. 며칠 뒤
로열 포춘[규약의 템페스타]: 들어봐! 오는 길에 사람들이 하나같이 우리가 잠자는 바다에서 겪은 모험담 얘기를 하고 있었다니까!
골든 하인드[녹각의 템페스타]: 나도 들었어~ 벌써 꽤 퍼진 거 같던걸~
로열 포춘: 템페스타 선단의 명성이 쭉쭉 올라가고 있어!
돌핀[백포의 템페스타]: 얘기에 따르면 두 명의 트레저 헌터가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던데?
로열 포춘: 돌핀! 일은 잘 되어가?
돌핀: 문제없음~ 자. 위더한테 요청했던 정보야.
로열 포춘: 수고했어♪
로열 포춘: 아까 트레저 헌터라고 했지? …설마 포츠하고 아미티인가?
로열 포춘: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네~
로열 포춘: 후후후. 이대로 선단의 명성이 계속 높아진다면…….
로열 포춘: 다음에 지휘관이 왔을 때는… 일대 세력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
상 마르티뉴[무적의 템페스타]: ……그런가? 일이 그렇게 잘 풀리진 않을 것 같은데….
로열 포춘: 상 마르티뉴… 오자마자 찬물 끼얹지 마!
로열 포춘: ……아니면 벌써 안 좋은 소식이라도 있었어?
상 마르티뉴: 아니. 그냥 직감이다.
상 마르티뉴: 그다지 인원은 늘지 않을 거라고, 직감이 그랬어.
상 마르티뉴: 이건 아마도… 템페스타 선단에 걸린 저주?
로열 포춘: 저주 얘기는 이제 그만! 진짜 그럴 거 같아서 무섭다고!
상 마르티뉴: 하지만 지휘관이 돌아오면 얘기는 달라지지.
로열 포춘: 어? 왜?
상 마르티뉴: 직감이다.
골든 하인드: …….
골든 하인드: 아무튼 건즈웨이를 여신 교회로 돌려보낸 거지? 가는 길은 문제없었니?
상 마르티뉴: 물론. 지금 바다에서 그녀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골든 하인드: 가는 길에 뭐라고 하진 않았어?
상 마르티뉴: 딱히. 다만 맛있는 카레빵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상 마르티뉴: 고별 연회에서 지휘관이 가장 좋아했었던 음식이라고 해서 지금 공부 중이야.
돌핀: 와아! 방금 정보는 위더도 분명 좋아할 거야!
돌핀: 그럼 난 먼저 갈게~
로열 포춘: 벌써 가? 뭐 좀 먹고 가지.
돌핀: 괜찮아! 얘기하는 동안 보급은 다 마쳤으니까.
돌핀: 위더가 다른 의뢰도 부탁했으니까 빨리 출발해야지~!
로열 포춘: ……너무 굴리는 거 아냐? 내가 위더한테 한마디 해 줄까?
돌핀: 돌핀은 괜찮아~! 에헤헤…. 그리고 위더네 집은 정말 재밌거든!
돌핀: 재밌는 정보도 많고, 뭔가 대단한 일을 꾸미고 있는데…….
돌핀: 아, 당분간은 비밀이야? 아무튼 엄청 재밌어~
돌핀: 템페스타 선단은 앞으로도 많은 모험을 할 거 같은 예감이 들어~
돌핀: 정말 기대돼!
~22. 사제와 종복
??? ???
넓은 공간에서 한 소녀가 춤을 추고 있었다.
건즈웨이[비바람의 사제]: "여신이여. 이 기도와 함께 평화를 이 땅에――“
빛이 사라지자 건즈웨이도 춤을 멈췄다.
신비로운 의식은 마침내 끝을 고했다.
건즈웨이: 여신의 기적 중 하나…. '컴파일러의 눈'.
건즈웨이: 형상을 만드는 날개. 통찰하는 눈…….
건즈웨이: 여신이 돌아올 날이 머지않았어…….
넓은 공간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들렸다.
건즈웨이: '별을 인도하는 자'가 이곳을 눈치챘어.
건즈웨이: 내가 흔적을 지울 테니 그 사이에 발을 묶어줘.
건즈웨이: '신의 사자' 팬시.
팬시[심해의 사자]: …….
팬시: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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