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계획이라면 있어!
페이옌: 지~휘~관~! 오늘도 페이옌 님하고 같이 모험하러 가자~!
문이 쾅 열리며 페이옌이 집무실의 정적을 깨부쉈다.
지휘관: 미안, 페이옌. 아직 일을 다 못 끝냈거든. 노는 건 내일로 하자….
페이옌: 치잇. 내일 내일 또 내일이야?
페이옌: 이 페이옌 님을 대체 며칠이나 기다리게 하는 거야!?
페이옌: ……그래! 그럼 페이옌 님이 일 도와줄게!
페이옌: 쓱싹 해치우고 같이 모험하러 가자!
지휘관: 도와주는 건 고맙긴 한데…….
페이옌: 한데?
지휘관: 우선은 페이옌의 업무 능력을 체크해 봐야겠어.
지휘관: 뭐 간단해. 내가 내는 질문에 대답하기만 하면 돼.
페이옌: 좋아! 얼마든지 내봐!
지휘관: 그럼…….
지휘관: 물이 가득 찬 부엌 싱크대에 수도꼭지와 3개의 배수구가 있습니다.
지휘관: 수도꼭지를 틀고 동시에 배수구를 1개 개방하면 30분 만에 싱크대의 물을 모두 비울 수 있습니다.
지휘관: 수도꼭지를 틀고 동시에 배수구를 2개 개방하면 20분 만에 싱크대의 물을 모두 비울 수 있습니다.
지휘관: 그럼 질문입니다. 수도꼭지를 틀고 동시에 배수구를 3개 개방하면 싱크대의 물을 모두 비우는 데 몇 분이 걸릴까요?
페이옌: ……어?
페이옌: 어, 어어…….
페이옌: 싱크대에 물을 채우면서 물을 빼는 사람이 어딨어!
지휘관: 그래서 답은?
페이옌: 에헤헤…… 모르겠어♪
페이옌: 페이옌 님은 모르는 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해! 어때? 정직함도 중요하잖아!
페이옌: 그래서 페이옌 님은 테스트 합격이야?
지휘관: 0점이니까 안 돼.
페이옌: 으으……. 역시 지휘관을 모험에 끌어들이려면 보통 수단으론 안 되나….
페이옌: 하지만 페이옌 님은 포기하지 않아!
페이옌: 흐흥. 지휘관을 찾아오기 전에 하이티엔 스승님한테 여러 가지를 배워왔지!
페이옌: 동황의 시와 속담으로 지휘관을 반박조차 못하도록 설득시켜서 대모험에 합류하게 할 테다!
페이옌: …쉽게 말하면~ 오늘 할 일은 오늘 끝내야 하는 법! 내일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페이옌: 이른바 “내일 또 내일, 내일이 어찌 그리 많더냐. 평생 내일을 기다리다 만사가 다 어그러졌구나.”
-역주) 명의 문인화가 문가(文嘉)의 명일가(明日歌) 중 일부
지휘관: 좋은 말이로구나~
페이옌: 그치! 그럼 얼른….
지휘관: 오늘 할 일은 오늘 끝내라고 했지? 그러니 시간을 좀 더 소중히 써야겠는걸!
지휘관: 미안해 페이옌 님. 오늘은 모험 못하겠네!
페이옌: 으엥? 그치만 하이티엔 스승님이…….
페이옌: 으으, 페이옌 님을 속였구나――!
페이옌: 이렇게 된 이상 최종 수단이다!
지휘관: 또 뭘 하려고…?
페이옌: 흐흐흥…. 이 방법은 비밀을 지키는 게 관건이야. 지휘관한테는 안 알려줘!
페이옌: 에헤헤~ 그럼 페이옌 님은 이만 실례~!
페이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무실을 나갔다.
지휘관: (그냥 가버렸어…?! 이거 보통 일이 아닌데….)
지휘관: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테이블 위의 찻주전자를 흘깃 봤었지.)
지휘관: (혹시 찻주전자에…….)
찻주전자에 들어 있는 액체를 컵에 부었다. 색깔은 괜찮아 보이지만 향이 좀 이상한 것 같다.
고민 끝에 한 모금만 마셔 보기로 했다.
지휘관: ――푸웁!!!!
지휘관: 이거 과이웨이(怪味)잖아!!
-역주) 과이웨이(怪味). 쓰촨 지방의 맛을 내는 방식. 이상한 맛이 난다고 함.
~02. 현행범 체포?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던 와중 공터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이목을 끌었다.
페이옌: 으으으…… 페이옌은 아무것도 안 했어! 사람 잘못 본 거야!!
환창: 범행 현장도 확보했고 증거물도 있어. …페이옌. 그만 단념하고 인정해.
후펜: 페이옌이 이상한 걸 넣은 차를 마시고 롱우 언니 엄청 화났어!
페이옌: 그러니까 이상한 거 안 넣었다구! 페이옌은 아무 짓도 안 했어~!
젠하이: 정말 아무 짓도 안 했나요?
젠하이: 그럼 우리가 주방에 들어갔을 때 왜 ‘이상한 것’이 들어간 찻주전자를 들고 있었나요?
페이옌: 그, 그건 그게…… 아무튼 이번엔 진짜 페이옌 아니야―!
밸리언트: 시끄럽네. 멀리서도 다 들려.
뱅가드: 과연…. 오늘 차 맛이 이상했던 건 페이옌의 장난 때문이었구나.
임플래커블: 어머. 나는 꽤 개성적인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워스파이트: 아니 그건 ‘개성적’으로 끝날 수준이 아닌 거 같아….
지휘관: (호오…. 페이옌 혼자 모험하다가 잡힌 건가?)
젠하이: 어머. 지휘관님도 오셨군요.
환창: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셔 미안해.
환창: 앞으로 한 달간은 페이옌이 주방과 저장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게.
환창: 지금은 일단 이대로 걸어두고,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제대로 반성하고 나면――
환창: ……페이옌 너 뭐 먹는 거야?
페이옌: 응? 사과말랭이인데? 달고 맛있어.
후펜: 아! 그거 롱우 언니가 널어놓은 건데!
후펜: 나한테 아무도 훔쳐가지 못하게 잘 감시하라고 그랬는데!
후펜: 으아앙! 롱우 언니가 알면 더 화낼 거야―!
페이옌: 에헤헤~ 이거 진짜 맛있다? 너희도 먹을래?
후펜: 하나도 반성 안 하고 있잖아!
페이옌: 그치만 페이옌 님 진짜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페이옌: 페이옌이 실제로 찻주전자 안에 이상한 걸 넣는 순간을 목격한 사람 있어?
환창: 그건…….
페이옌: 없지 없지~? 페이옌 님은 우연히 그 찻주전자를 들고 있었을 뿐이라구!
환창: 그렇다고 혐의가 사라진 건 아냐. 얌전히 있어.
페이옌: 지휘과안~! 페이옌 좀 도와줘~! 환창 언니하곤 말이 안 통해~!
지휘관: ………….
페이옌: 지~휘~과~안~! 도와줘어어어~!
지휘관: ………….
→ 그대로 둔다
페이옌: 흐에에에엥…. 페이옌, 한 달 동안 주방하고 저장고엔 얼씬도 안 하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풀어주어…….
페이옌: 제발 풀어줘… 우에에엥….
지휘관: (큭… 눈물 공세를 펼치다니…!)
버티지 못하고 결국 페이옌을 풀어주기로 했다…….
→ 풀어준다
페이옌: 야호! 지휘관 정말 좋아!
후안창: 후우……. 지휘관의 결정이니 이번만은 봐주겠어.
후안창: 하지만 한 달간 주방하고 저장고에는 접근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해.
페이옌: 응! 페이옌 님은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니까!
~03. 당랑포선(螳螂捕蟬)!
페이옌을 구출해 집무실로 돌아온 후, 오늘의 마지막 업무를 시작했다.
멤피스: 지휘관. 새 차를 가져왔어. 이제 이상한 맛은 안 날 거야.
멤피스: ……그렇지? 페이옌?
페이옌: 으아아아…. 멤피스 표정 무서워….
페이옌: 여, 여기 사과말랭이 좀 먹고 진정해! 자!
멤피스: ……사과말랭이?
페이옌: 응! 아까 선반에서 몰래 가져왔어! 그런 일을 당하고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페이옌: 물론 지휘관 것도~
(똑똑)
젠하이: 지휘관님? 들어가도 될까요?
지휘관: 들어와.
젠하이: 이번 장난의 진범을 잡았습니다.
푸슌: (힐끔힐끔 두리번두리번…)
안샨: 정말 죄송합니다! 동생이 또 폐를 끼치고 말았습니다!
안샨: 푸슌도 얼른 사과해!
푸슌: 잘못했어요오…….
푸슌: 아! 그치만 다들 이상한 차를 마셨다는 건 이번 장난은 대성공이라는 거네? 아하하하~
안샨: 푸슌―――!!!
안샨: 으아아아! 언니, 아파 아파! 볼 꼬집지 마――――!!
젠하이: ……그래서 페이옌에게도 사과하러 왔습니다.
후펜: 미안해 페이옌. 우리가 오해했어….
지휘관: 진범은 푸슌이었군….
환창: 그래. 나도 포함해서 다들 페이옌의 짓이라고 단정지었던 거 같아.
페이옌: 으으으… 그러니까 페이옌이 안 했다고 말했었잖아!
페이옌: 뭐, 페이옌은 마음이 넓은 어른이니까 사과는 이 사과말랭이로 봐줄게.
지휘관: 그럼 오해도 풀었으니 다 같이 여기서 차라도 마실래?
지휘관: 일도 다 끝나가니까 이따가 같이 돌아가자.
환창: 물론 환영이긴 한데….
멤피스: 괜찮아. 이 차는 집무실에 있던 티백으로 우린 거야. 푸슌이 장난친 거하고는 달라.
푸슌: 응응! 안 그래도 아까부터 계속 안샨 언니한테 혼나서 목이 탔어….
멤피스가 가져온 차를 컵에 나눠 따랐다. 그리고――
모두: 콜록콜록콜록―――!!!
지휘관: 또…, 또 과이웨이야…!?
멤피스: 분명 방금 우린 건데……!
페이옌: 냐하하하! 방심했구나!
페이옌: 푸슌은 실패했지만 페이옌 님의 대모험은 성공했다!
푸슌: 서, 설마 이 푸슌을 미끼로 삼다니―!
푸슌: 으아아아! 어떻게 이런 일이!
페이옌: 흐흥. 라이벌인 푸슌조차 페이옌 님의 함정에 빠졌어. 이제 모험에 있어서는 페이옌 님이 모항 최강인 거야!
젠하이: 콜록콜록……. 처음부터 두 사람이 꾸민 짓이었나요…!?
푸슌: 아냐 아냐! 이번 건 푸슌은 관계 없어―!
페이옌: 지휘관, 어때? 역시 페이옌 님은 대단하지!
페이옌: 이게 바로 최종 수단이야♪
안샨: 페이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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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집무실 찻주전자에서 이상한 건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책상 위에 반성문이 두 개 놓여 있었다.
……‘다음에는 기필코――푸슌’, ‘모험왕은 양보 못해――페이옌’.
→ 다시 써와!
→ 이쯤 해두자…
‘봄의 모험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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