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상 발생
모항. 동황 기숙사.
아퀼라: 베네토 님. 도착했어요.
비토리오 베네토: 어머, 벌써 장식이 이렇게나…. 명절 분위기가 확 나네요♪
비토리오 베네토: 음. 여기는 메모하자…. 그리고 여기도….
리토리오: 내가 와 볼 만하다고 했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궁금한 곳부터 돌아볼까?
비토리오 베네토: 그렇네요…. 으음… 어디부터 봐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리토리오: 그럼 적당히 돌자. 후후. 어쩌면 재미있는 사건이라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리토리오: 가령――
쾅――――!!!
비토리오 베네토: 뭐, 뭐죠?!
리토리오: 저쪽이다! 베네토, 얼른 보러 가자!
피어오르는 연기를 따라 베네토 일행은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후펜: 안녕하세요―! ……어라, 보기 드문 손님이네. 동황 기숙사에 볼일이라도 있어?
리토리오: 하하하. 누군가 했더니 후펜과 페이옌이군. 오랜만이야.
페이옌: 미식을 아는 사디아 함선들이다! 안녕―!
페이옌: 이셴이 오는 사람은 모두 손님이라고 그랬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페이옌 님한테 말해줘!
아퀼라: 감사합니다. 저기… 이건 공적인 방문은 아니에요.
아퀼라: 굳이 말하자면 저희는 동황이 명절을 어떻게 기념하는지 견학하러 왔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네. 갑작스레 찾아와서 폐가 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만….
비토리오 베네토: 사실 사디아에서도 동황의 춘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그래서 올해는 사디아 기숙사도 동황풍으로 꾸며 보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비토리오 베네토: 그리고 아퀼라는 동황에 대해 잘 안다고 해서 같이 데려 왔답니다.
아퀼라: 후후후. 만화에서 봤을 뿐이지만요.
후펜: 으흠! 후펜, 완전히 이해했어!
후펜: 마침 잘 온 거야!
후펜: 음… 근데 우리는 지금 주방일 하느라 바빠서 바로는 안내 못해줄 거 같아!
리토리오: 그건 걱정 마. 적당히 둘러보고 있을 테니.
리토리오: 그보다 방금 여기서 무슨 일 일어나지 않았나? 폭발이라든가.
페이옌: 아니야!
후펜: 이건 폭발이 아냐!
페이옌: 그냥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고 있던 거야!
후펜: 어? ……아! 그, 그래! 우리는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고 있었어!
후펜: 폭발 볶음이야! 응! 일부러 그런 거야!
아퀼라: 아! 만화에서 본 적 있어요! 동황의 요리법, ‘대화관유(大火寬油)의 기술’이죠?
아퀼라: 센 불로 놓고 기름을 대량으로 사용해서 폭발시키는 것처럼 볶는…! 응, 맞아요! 폭발이 아니라 ‘볶음’이에요!
비토리오 베네토: 어…… 그래요?
후펜: 그, 그게…….
페이옌: 그, 그래 맞아! 잘 알고 있네! 우리 동황의 비전 요리법은 이게 다가 아냐!
페이옌: 못 믿겠으면 오늘 저녁을 대접해 줄게! 사디아의 명절 준비에도 분명 참고가 될 거야!
리토리오: 그렇다고 하는데…. 베네토, 어때? 좋은 기회 아닐까?
비토리오 베네토: 이견 없습니다. 다만… 다른 진영 사람들도 초대해도 될까요? 춘절에 관심 있는 사람은 사디아뿐만이 아니니까요.
페이옌: 괜찮아! 페이옌 님이 약속할게! 이따가 저녁에 오는 모든 사람한테 동황의 신작 요리를 대접하겠다고!
리토리오: 크게 나오는군. 그럼 기꺼이 받아들이마. 그럼 따로 돌아보고 싶은 곳도 있으니 이만 실례하지.
페이옌: 응! 잘 가!
………….
페이옌&후펜: 휴우…………….
페이옌: 이 총명한 페이옌 님의 재치 덕분에 어떻게든 넘어갔지만…….
페이옌: 치안 언니의 요리 솜씨가 다른 진영에 발설되면 절대 안 돼….
후펜: 아, 아하하하…….
후펜: 그보다 나는 치안 언니가 더 걱정이야…….
???: 걱정……?
후펜: 그치만 또 주방을 터트려버렸는걸…….
후펜: 우왓!? 치, 치안 언니!? 바, 방금은 농담이야!
페이옌: 마, 맞아! 페이옌 님은 절대 치안 언니가 주방을 폭발시킬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치안: 자, 잠깐! 너무하잖니!
후펜: 아무튼 절대 아냐! (작게) 페이옌 빨리 무슨 말이라도 해봐!
페이옌: ……엉?
페이옌: 그, 그렇지! 치안 언니의 주방 대모험, 이 페이옌 님은 탄복하고 말았어! 응! 탄~복~!
치안: 훌쩍… 충격이야…….
후펜: 페이옌! 역효과잖아!
후펜: 치안 언니가 더 침울해지기 전에 일단 주방을 정리하자!
----
다들 분주하게 움직인 덕에 어떻게든 주방은 원상 복구되었다.
치안: 후우. 다 원래대로 돌아왔네…. 둘 다 고마워.
페이옌: 괜찮아. 치안 언니가 즐거우면 그만이니까!
치안: 너무 신경 써 줄 필요 없어. 주방을 터트린 건 나니까 내가 너희에게 사과해야지.
후펜: 뭐, 치안 언니는 자주 주방을 터……
후펜: 아니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치안: 그래… 저녁에 베네토가 또 온다고 했으니까….
페이옌: 응! 그 사람들도 요리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으니까 제대로 준비해야지!
치안: 그래. 그럼 누가 요리하지…?
후펜: 물론 롱우 언니지!
후펜: 롱우 언니가 요리하면 전부 다 잘 될 거야!
후펜: …근데 오늘 롱우 언니 못 본 거 같은데…. 치안 언니는 롱우 언니 봤어?
치안: 음… 롱우는 오늘 모항에 없을걸….
치안: 롱우만이 아니라 이셴하고 다른 사람들도 춘절을 앞두고 장보러 나갔어. 후펜은 몰랐니?
후펜: 그러고 보니 롱우 언니가 “오늘 세끼는 식당에서 먹어”라고 그랬었지….
후펜: 아! 그러면…… 오늘 요리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야!?
페이옌: 그, 그럼 저녁 약속은 어떡해!?
페이옌: 침착하자. 페이옌 님은 이런 상황은 수십 번도 더 넘게 봤어…. 침착하게 방법을 생각하면….
페이옌: 그래! 지휘관을 찾아가보자! 지휘관은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02. 해결 방안
모항. 동황 기숙사.
문패에 적혀 있는 ‘환창’이라는 글자를 보면서 일이 어떻게 이 지경이 된 건지 생각을 거듭했다.
집무실. 30분 전――
쾅-!!
후펜: 큰일 났어 지휘관!
페이옌: 지휘관, 페이옌 님을 도와줘~!
집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작은 그림자 두 개가 날아들었다.
두 사람의 다급한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 무슨 일이야?
→ 진정해
페이옌: 그, 그럼 페이옌 님이 설명할게….
페이옌: 실은 사디아 사람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고 호언장담해 버렸어…. 페이옌 님 때문이야….
후펜: 페이옌 탓이 아냐! 나도 오늘 롱우 언니네가 없다는 걸 깜빡했으니까!
후펜: 아무튼 대위기야! 지휘관!
후펜: 동황이 춘절 준비 가장 먼저 시작했고, 동황 요리는 맛있다고 소문도 났고….
후펜: 만약 오늘 저녁을 망친다면 큰 망신을 당할 거야!
지휘관: (사디아? 그러고 보니 베네토가 올해는 자기들도 춘절을 기념해보고 싶다고 그랬지.)
지휘관: (동황 기숙사를 견학하러 갔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휘관: (어? 좀 이상한데?)
지휘관: (공적인 방문도 아니고 견학만 하러 간 건데 보통 식사까지 초대하는 일은 없지 않나?)
→ 초대한 이유를 묻는다
후펜: 그, 그게…… 아하하하…… 그러니까…….
페이옌: 으으………….
아까까지와 달리 두 사람은 말을 흐리며 문 쪽을 돌아봤다.
그 시선을 쫓다 보니, 복도에서 집무실 안을 흘깃 엿보고 있는 치안의 모습이 보였다.
치안: 어머머…… 왜 다들 날 보는 거니……?
치안: 저기… 지휘관님, 좋은 아침이에요♪
→ 벌써 오후인데…
치안: 그렇네요~ 후후후. 요즘 건망증이 심해서….
→ 다들 점심은 먹었어?
치안: 아직……이에요.
치안: 사실 점심을 준비하던 중에 살짝 문제가 생겨서….
치안: 그래서 아직 못 먹었답니다. 후후후~
지휘관: (이제 알겠네. 베네토가 치안이 일으킨 문제를 눈치채 버려서 그 입막음으로 페이옌이 저녁에 초대한 거구나.)
지휘관: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무시하기 어려울 법하지….)
착잡한 심정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치안을 바라봤다.
치안: 그,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상처받는답니다…?
치안: 저도… 저도 진심으로 요리에 임하고 있어요.
치안: 열심히 연습하면 언젠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반드시!
후펜: 그, 글쎄…….
후펜: ……아무튼! 그런 먼 미래의 일보다 지금은 눈앞의 문제가 먼저야!
후펜: 지휘관도 요리 잘한다고 들었어! 우리 대신 만들어주면――
→ ……
→ ……
→ ……
후펜: ………아하하. 역시 안 돼?
페이옌: 으으… 지휘관은 아마 자기들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페이옌: 후펜이야말로 롱우가 요리할 때 항상 옆에서 돕잖아. 무슨 방법 없어?
후펜: 그게…….
후펜: 응! 롱우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좋은 재료만 있으면 빛나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
후펜: 하지만 그런 재료를 어디서 구하지…….
페이옌: 환창 언니한테 점 쳐달라고 하자! 분명 알고 있을 거야!
후펜: ……환창 언니한테 부탁해도 될까…. 혼날 거 같은데….
후펜: 지휘관도 같이 가줘!
후펜: 지휘관이라면 환창 언니를 설득할 수 있을 거야!
후펜: 치안 언니도 무슨 말 좀 해봐!
치안: 그럼…… 지휘관님, 부탁드려요. 치안을 도와 주세요~
지휘관: ………….
----
지휘관: (이렇게 파란에 휘말려 버리고 말았지….)
지휘관: (……뭐어.)
→ 벨을 누른다
환창: ……누구세요?
환창: ……어?
~03. 환창의 결단
환창의 방. 거실.
환창: 편하게 앉아.
환창: 오늘 점을 치니 뜻밖의 방문이 있을 거라고 나오긴 했는데, 그 ‘뜻밖’이 너희들일 줄은 몰랐네.
환창: 내가 도울 일이라도 있어?
페이옌: 역시 환창 언니! 우리가 찾아올 걸 이미 알고 있었구나!
페이옌: 응! 도움 받고 싶어서 왔어!
후펜: 나 때문에 지금 다 큰일 났어…….
후펜: 다른 진영을 저녁에 초대하기로 됐는데 롱우 언니가 없어서 내가 요리할 수밖에 없거든.
후펜: 근데 내 실력은 롱우 언니보다 못하잖아….
후펜: 그래서 생각한 게, 좋은 재료만 있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후펜: 환창 언니 부탁해! 빛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느 재료가 어디에 있는지 점 좀 쳐줘!
환창: ……점괘를 칠 때는 일의 원인과 결과를 알아야 해.
환창: 좀 더 상황을 자세히 알려줘.
환창: 예를 들면――애초에 롱우가 없는데 왜 다른 진영 사람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거야?
페이옌: ……미안해. 페이옌 님이 큰소리치는 바람에 그렇게 됐어.
페이옌: 으으. 화내지 마, 환창 언니…….
후펜: 어,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후펜: 롱우 언니와 동황의 요리에 먹칠을 할 수는 없어!
환창: 치안. 이 아이들이 말하는 게 사실이야?
페이옌: 으아아아……아아아…….
치안: 괜찮아. 무리해서 감싸줄 필요 없어. 마음만 받을게.
치안: 사실은 저 때문이에요. 제가 주방에서――
환창: ――억지로 요리하려다 사고를 쳤는데 때마침 견학 온 사디아 사람들에게 들켜 버렸다…?
치안: 어머, 언제 점친 건가요? …아니, 그보다…….
치안: 네. 맞아요. 제가 주방을 터트렸답니다.
환창: ………….
치안: ……참지 말고 웃어도 좋아요.
환창: 응? 웃어도 돼?
치안: 네.
환창: …….
환창: ……후후, 후후후후…….
환창: 정말로 터트렸구나…. 역시 치안. 이렇게까지 화려할 줄은 몰랐어.
치안: 으으. 그렇게까지 웃을 일일까요….
치안: 동황 함선이라고 다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치안: 저희는 고정관념을 타파할 필요가 있어요!
치안: 그래서 저도 이렇게 후천적인 노력으로 보충하려는 거랍니다.
환창: ……그래. 네 그런 부분은 높이 평가해. 아무튼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돼?
치안: 간단해요. 점을 쳐서 후펜에게 좋은 식재료의 위치를 가르쳐 주시면 된답니다.
환창: 아까는 노력하겠다며?
치안: 후후후.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아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환창: 그럼――지휘관. 내 방문을 두드린 건 너니까 네 의견도 물어보자.
환창: 하늘의 뜻은 일의 대소와 득실을 구별하지 않아.
환창: 내가 점을 쳐주기를 원한다면 그럴듯한 이유를 들려줘.
지휘관: (내가 결정하라는 건가…?)
지휘관: (그럼…….)
→ 천시와 지리가 때에 이르렀으니 남은 것은 인화뿐이다
환창: 궤변이야.
환창: 뭐,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환창: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 모사재인, 성사재천
환창: 나한테 맡기겠다고……?
환창: 뭐,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환창: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 도와줘 환창 누나!
페이옌&후펜: ……와아.
환창: 너……!
환창: 정말…… 다들 보고 있는데 무슨 말을….
환창: 어흠…… 그, 그럼… 지금 봐줄 테니까….
환창: ……….
환창: “대도오십 천연사구 인둔기일(大道五十 天衍四九 人遁其一)”
-역주) 주역에 나오는 점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음;
환창: ……있다.
환창: 모항 인공 담수호에서 좋은 물고기가 잡힐 거야.
환창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향해 눈짓을 했다.
지휘관: (응? 얼마 전에 환창하고 낚시하러 갔던 데잖아…?)
지휘관: (사실은 그냥 낚시하고 싶었던 거야?)
후펜: 저, 정말?!
후펜: 좋았어! 다들 얼른 가자!
환창: 나도 같이 갈게.
환창: 어떤 식재료가 잡힐지 조금 흥미가 생겼어.
~04. 낚이는 것은…
모항. 담수호.
환창의 안내를 따라 호숫가의 천막을 찾았다.
환창: 여기야.
후펜: 와아! 호수 근처에 이런 데가 있는 줄은 몰랐어!
페이옌: 응응! 낚시하기 좋은 곳이네!
페이옌: …아차! 페이옌 님 낚싯대 가져오는 걸 깜빡했어!
환창: 내가 챙겼어.
환창: 미우주무(未雨綢繆). 하늘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를 주는 법이지.
그러면서 환창은 어디선가 낚싯대를 꺼냈다.
후펜: 길다~!
후펜: 어? 환창 언니는 여기서 낚시 자주 해?
환창: ……가끔 기분전환으로 할 뿐이야. 자주는 안 해.
환창: 그리고 여기 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냐.
환창이 나를 흘깃 쳐다봤다.
지휘관: (이제 와서 숨길 수도 없나.)
→ 준비한 낚싯대를 꺼낸다
페이옌: 충격! 지휘관도 낚싯대를 꺼냈어!
후펜: 잘 보니까 천막 밑에 낚시 도구 수납함하고 휴대용 버너에 냉장고까지 있어!
후펜: 즉석에서 밥도 짓고 캠핑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치안: ‘환창 언니’의 점은 대단하네요~
환창: 어흠…….
치안: 시설하고 분위기는 좋네요.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이고.
치안: 혹시 지휘관님이랑 여기 자주 오세요…?
환창: 어쩌다 가끔…….
치안: ‘어쩌다 가끔’, 이군요~
환창: ……처음엔 정말 우연이었어!
환창: 한 번은 낚시하던 중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환창: 비가 올 거라는 건 점으로 이미 파악해서 준비해뒀던 천막을 세웠어.
환창: 그런데 지휘관이 비를 피하러 올 줄은 몰랐지….
→ 마침 천막이 보이더라고
환창: 그날의 수확이라고 하면 낚시 좋아하는 친구를 만났다는 거지. 낚시하러 가서 빈손으로 돌아올 수는 없으니까.
환창: 천막도 그냥 그대로 놔뒀어.
환창: 함께 낚시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조금씩 개보수를 거듭하다가 이렇게 된 거야.
페이옌: ……호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후펜: 어? 환창 언니. 그럼 그날은 결국 한 마리도 못 잡은 거야?
환창: 나, 낚시란 본디 진인사대천명이니까…!
환창: 물고기를 잡지 못한 건 하늘이 응하지 않아서야! 알겠어?
페이옌: 모르겠어…….
환창: 몰라도 돼.
후펜: 그럼 환창 언니! 내가 해봐도 돼?
환창: 그래. 애초에 너희 식재료 조달을 위해 온 거니까.
페이옌: 페이옌 님도 할래!
→ 이거 써
페이옌: 앗싸! 지휘관 고마워!
페이옌: 흐흥! 페이옌 님이 반드시 대어를 낚아 올릴 테다―!
환창: ……너무 서두르지 마. 낚시는 인내심이 중요해.
환창: 급한 마음에 허둥대다가 낚일 물고기도 도망가는 경우가――
페이옌: 걸렸다!!
후펜: 나도!
환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펜과 페이옌은 대어 두 마리를 낚아 올렸다….
환창: 뭐어어어!?
환창: 이, 이게 초심자의 행운인가…….
후펜: 엄청 커! 환창 언니 점괘대로야! 좋은 식재료를 얻을 수 있겠어!
페이옌: 또 걸렸어!
환창: 어…… 어라…?
환창: 혹시 오늘은 풍어의 날인가…!?
충격을 받은 환창은 서둘러 점을 쳤다.
환창: ……점괘는 다른데… 왜 이러지…?
환창: 응…? 혹시 호수 자체가 원인?
환창: ……먹이를 자주 뿌려서 그런가?
환창: 그래도 이해가 안 돼…. 어떻게 이렇게 큰 물고기가 연이어 잡히지?
환창: 페이옌, 후펜. 나도 한번 해볼래.
환창: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 보고 싶어.
페이옌: 응!
후펜: 그럼 환창 언니. 나하고 누가 더 큰 고기 잡는지 승부다!
환창: 흐흥. 안 질 거야….
환창: 나는 경험자니까……!
지휘관: (어쩌다가 갑자기 승부가 된 거야……?)
지휘관: (음, 뭐…… 건투를 빌자….)
그렇게 뜬금없이 낚시 대회가 시작되었다….
----
지휘관: 낚시 대회로 얻은 교훈을 정리하자면.
지휘관: 낚시 실력은 점괘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걸로….
환창: 지휘관――――!!!!
~05. 주방과 가사
모항. 동황 기숙사 주방.
소식을 들은 롱우가 급히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다가오는 연회를 위해 동황의 주방은 완전히 풀가동되고 있었다.
롱우: ……이게 무슨 상황이야!? 누가 좀 알려줘!?
후펜: 롱우 언니! 돌아왔구나!
후펜: 보다시피 손님들 저녁을 준비하고 있어!
후펜: 맞다! 갓 끓인 생선찌개야! 롱우 언니 먹어봐!
롱우: 고, 고마워……?
롱우: 아니 아니!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롱우: ……손님은 또 누군데――
치안: 저기… 이거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실 분…?
후펜: 으아아! 그건 플레이팅 하는 법이 따로 있어!
후펜: 치안 언니 잠깐만! 내가 바로 알려줄게!
롱우: 치안을 주방에 들였어!?
후펜: 냄비는 못 만지게 했으니까 괜찮아! 롱우 언니는 국물 좀 먹으면서 쉬고 있어! 다 끝나면 알려줄게!
롱우: 후펜! 정말…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롱우: …벌써 가버렸네…….
→ 걱정할 필요 없어
롱우: 아, 지휘관님. 안녕하세요.
롱우: 응? 지휘관님이 여기 있다는 건, 설마…….
→ 나는 오늘 요리 안 했어
롱우: 그럼 이건 다 동생들이 만든 거예요…?
롱우: 다들 꽤 하네.
→ 전부 이 애들이 만들었어
롱우: 그래요…… 꽤 하네요 다들.
롱우: 그러면 손님은요…? 누구를 초대한 건가요?
지휘관: 역시 궁금해?
롱우: 당연하죠!
롱우: 그래도… 이 생선찌개는 맛있네요….
롱우: 어쩌면 동생들을 더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롱우: 동생들의 시련이니 동생들 스스로 이겨내야――
후펜: 우와아앗!? 그럼 안 돼 치안 언니!
치안: 어? …앗!? 그, 그럼… 이렇게?
후펜: 아냐!!!
롱우: …치안은 안 돼! 절대로!
롱우: 역시 주방에 들이면 안 돼요!
롱우: 하아…… 방금 전까진 모두에게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굴을 가린 롱우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지만 두 손 사이로 보이는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 직접 요리하고 싶어?
롱우: 네! 단순히 돕는 게 아니라도요!
롱우: 지휘관님께서 모두를 도와주셨으니까 특별히 한 가지만 리퀘스트를 허락해 드릴게요.
롱우: 어떤 메뉴든 괜찮아요. 자!
→ 그럼… ‘행복’을 주문할게
롱우: ……과제를 꽤 잘 내시네요.
롱우: 그럼 롱우는 거기에 ‘화목’을 추가하겠습니다.
롱우: 그럼 지휘관님. 기대해 주세요.
롱우는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한 주방 대열에 합류했다.
아무래도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 같다.
잘됐구나 잘됐어.
이후 연회를 찾아온 베네토와 모항 동료들은 다들 맛있게 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동황 함선은 모두 요리를 잘한다’라는 고정관념이 더욱 깊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치안: ――어째서―!?
‘신춘연회광소곡’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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