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및 관련 글/중·소형 스토리

청차복욱

킹루클린 2023. 6. 8. 19:21

 


이른 아침, 이셴의 초대를 받아 정원에 왔다.
 
늦봄에 싹트는 초록 새싹들. 차향이 자욱한 가운데 차를 준비 중이던 이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셴: 지휘관님, 어서 오세요.
 
이셴: 먼저 자리에 앉으세요. 아직 차가 준비되려면 조금 시간이 남았답니다.
 
이셴: 오는 길에 계속 차향이 나셨습니까? 아무래도 이번 찻잎은 정말 품질이 좋은 모양이네요.
 
이셴: ……후후. 서둘러서는 아니되어요. 차의 정수를 온전히 끌어내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답니다.
 
이셴: 물에 잠긴 찻잎이 시간에 따라 천천히 퍼져 나가며 그 정수가 물에 녹아드는 것이니까요.
 
이셴: …짧은 시간이지만 잡담이라도 나누면서 무료함을 달래는 것은 어떠신지요?
 
 
→ 차와 이셴의 취미에 대해
이셴: 네. 한가할 때는 혼자 차를 우리면서 자연의 아늑함을 즐긴답니다.
 
이셴: 옛말에 이르기를……"한밤 중 달구경 벗이 되어 새벽녘 안개를 홀로 맞네"라는 느낌일까요.
 
이셴: 이번에는 지휘관님을 초대했으니 만큼 차를 우리는 방법이나 기술을 조금 더 공부했답니다.
 
이셴: 지휘관님의 귀한 시간을 이셴과 함께 보내는 것이니 최고의 차를 대접해 드림이 마땅하죠.
 
→ 차의 종류에 대해
이셴: 용정차라고 합니다.
 
이셴: 맛은 약간 옅지만, 난과 같이 고귀하고 마음에 스며드는 상쾌한 향이 난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차이기도 하지요.
 
이셴: 자, 지휘관님―― "아무 이유 없이 잔을 들어, 차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니라."
 
→ 이 정원에 대해
이셴: 굉장히 근사한 곳이죠. 아늑하고 우아하며, 햇살이 들기 시작하면 마음조차 청명해지는 기분입니다.
 
이셴: 지휘관님께서도 마음에 드시나요?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언제든지 찾아와 주셔도 괜찮습니다.
 
이셴: 차를 즐기시든, 시서를 탐독하시든, 이야기로 밤을 꽃피우시든…… 이셴은 항상 지휘관님 곁에 있겠습니다.
 
→ 차를 우리는 시간에 대해
이셴: 향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만, 너무 오래 두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이셴: 차를 오래 우리면 색이 어두워지고, 향 또한 산화로 인해 퇴색되어 향긋한 기운을 잃게 됩니다.
 
이셴: 물론 맛도 쓴맛이 강해지지요……. "과유불급"이라고 할까요?
 
이셴: 이런 맛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차의 향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시간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셴: ……사람을 접하는 방법 역시 이와 비슷하겠지요. 후후후. 그것은 지휘관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셴은 유리색 차완을 내밀었다. 맑은 차에서는 향긋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셴: 이쯤이면 충분하겠지요. 지휘관님, 드셔 보시겠습니까?
 
이셴: 아,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그윽한 양질의 용정차다. 살며시 향기를 맡았다. 상쾌한 향이 콧속으로 물씬 퍼졌다.
 
향기도 모양도 최상이다. ……이셴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찬찬히 음미해 볼까.
 
이셴: 이셴의 차가 지휘관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을까요…?
 
 
→ 솔직하게 호평한다
이셴: ”그 맛은 유순한 제호(醍醐)와도 같고, 그 향은 극상의 춘란과도 같구나"…….
 
이셴: 후후후. 칭찬의 말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조금 짓궂게 평한다
이셴: "어린 시인에게 농을 던지니, 좋은 차는 항상 아름다운 여자와 같구나."…….
 
이셴의 뺨이 빨갛게 물들었다.
 
이셴: 지휘관님……. 아무리 이셴이라고 해도 그런 짓궂은 말씀을 들으면 부끄럽습니다….
 
이셴: 그래도… 칭찬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이셴: ……후우. 제가 너무 긴장했을까요…?
 
이셴: 이후 일정이 없으시다면 이대로 저와 함께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이셴: 짙은 차향 가운데 느긋이 시간을 음미하면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진답니다.
 
이셴: 그러니 지휘관님. 잠시 눈을 감고 차의 향기와 따스한 햇살의 손길을 느껴 보세요.
 
이셴: 네. 이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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