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및 관련 글/중·소형 스토리

비선과도 같이

킹루클린 2023. 6. 15. 23:41

산속의 시냇물을 따라 걸었다.

주변에 메아리치는 비파 소리가 가슴속을 파고 들었다. 마치 여행의 피로를 위로하는 듯한 기분 좋은 음색이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하이티엔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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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티엔: 지휘관님. 먼 길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이티엔: 지휘관님의 방문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차를 내오겠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그럼 기꺼이…

그나저나 아까 들렸던 비파 소리 말인데…….

하이티엔: 아…, 그건 제가 연습하던 소리입니다. …본의 아니게 공연 전에 미리 들려 드리게 되었군요….

하이티엔: 지휘관님의 기대를 깨트려 버려서 죄송합니다.

하이티엔: …그 음색 덕에 등산 중의 피로가 풀렸다, 는 말씀이세요?

하이티엔: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이티엔: (역시 산길을 걸으셨으니 피곤하시겠죠……. 분위기 조성에만 몰두하느라 미처 생각을 못 했네요… 으으.)

하이티엔: 그래도 하이티엔의 비파 소리가 지휘관님의 피로를 풀어 드렸다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하이티엔: 오늘 이렇게 지휘관님을 모신 것은 제가 오래 전부터 연습한 공연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하이티엔: '기악비천'――무용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입니다. 부디 편하게 감상해 주세요.

하이티엔: …응? 지휘관님. 하이티엔에게 여쭙고 싶으신 것이 있으십니까?


→ 피로할 음악에 대해
하이티엔: 부끄럽지만… 제가 직접 작곡한 곡입니다.

하이티엔: 지휘관님을 처음 뵈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하루가 기쁨과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느새 하이티엔의 마음속에는 지휘관님 생각만 가득하게 되었지요.

하이티엔: 이 넘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적어도 음악의 형태로 표현해 보고자 했습니다. …부디 귀에 거슬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 피로할 무용에 대해
하이티엔: 하이티엔이 운동에 재능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요.

하이티엔: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지휘관님께 보여드릴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무리 연습을 거듭해도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힘이 솟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이티엔: 후후. 지휘관님께서 비파 소리를 들으셨을 때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이티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오늘 이렇게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지휘관님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 이 장소에 대해
하이티엔: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계곡 속 버드나무와 꽃들. 시냇물을 따라 부는 시원한 바람…. 대자연이 연주하는 악장에 선율을 싣는다면 분명 더욱 완연하고 웅장하게 울려 퍼질 것입니다.

하이티엔: 또한 이곳에 그려진 벽화와 어우러져, 하이티엔의 공연은 환상적인 움직임과 고요함의 조합을 뽐내겠지요….

하이티엔: 지휘관님께서 더 기뻐하실 수 있도록 대자연의 힘을 빌려 하이티엔의 미숙함을 보완하기 위함입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이티엔: 지휘관님께서도 한숨 돌리신 것 같으니 슬슬 시작하겠습니다――

때로는 여름의 소낙비처럼 세차게, 때로는 연인의 속삭임처럼 부드럽게…. 비파 소리는 흐르는 시냇물과 함께 속세를 잊게 하는 천뢰(天籟)가 되었다.

이에 하이티엔의 절묘한 춤이 어우러져 마치 벽화에 나와 있는 선경에 들어선 것만 같은 착각이 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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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티엔: ――지휘관님, 어떠셨습니까?

→ 굉장했어

하이티엔: 다행이네요!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었어요!


하이티엔: ……앗. 저기, 그게… 그만 들떠 버렸습니다…. 지휘관님, 방금은 못 본 것으로 해 주시면….

하이티엔: 지휘관님. 조금만 더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하이티엔: 모처럼 이곳까지 오셨으니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서 천천히 차라도 즐기는 것은 어떠신지요?


→ 나도 해보고 싶어졌어
하이티엔: ………그, 그러신가요…?!

하이티엔: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기꺼이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이티엔: 저기, 말로만 설명하면 이해하기 어려우실 것 같아서…. 외람되지만….


하이티엔이 몸을 겹쳐 왔다.

하이티엔: 이, 이건 어디까지나 지휘관님을 가르치기 위해서니까요…….

하이티엔: 실례합니다――

→ 사실 나도 비파 연주해 본 적 있어
하이티엔: 어머, 그러시다니…. 역시 지휘관님이세요.

하이티엔: 그럼 하이티엔이 제안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하이티엔: 괜찮으시다면 지휘관님의 즉흥 연주에 맞춰 제가 춤을 추는 것은 어떠신지요?

하이티엔: 즉흥 연주이니 만큼 실수에는 너무 연연하지 마시고 부담 없이 연주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대신 하이티엔이 춤추는 모습을 더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하이티엔: 아, 그리고――

하이티엔: 저어…, 만약 하이티엔이 비틀거리다 실수로 지휘관님을 향해 넘어진다면…… 받아 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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