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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개막곡

킹루클린 2023. 3. 13. 19:08

 ~01. 달밤의 개막곡
8월9일 동틀 무렵. 솔로몬 해역.

시카고: 하아…. 역시 밤이 되니 쌀쌀하네…. 낮에는 덥고 기온은 높고 햇볕은 쨍쨍하고. 임무만 아니었다면 이런 곳엔 있기 싫은걸…….

시카고: 아스토리아 애들이 부럽네. 그쪽은 자매함들 뿐인데 우리는 자매함 뿐 아니라 동맹함들도 있으니까. 뭐, 싫다는 건 아니지만….

시카고: 하아…. 휴스턴이 있었다면…….

시카고: 앗,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지. 오스트레일리아는… 연락을 위해서 북쪽으로 갔으니, 지금  이 남방함대의 지휘권은 나한테 있어. 제대로 해야겠지. 우후훗.

시카고: 조금만 더 참자. 내일은…….

(경보음)

시카고: 이 경보는…… 패터슨한테서!?

시카고: 중앵함대가 정말로 습격한 거야!? 게다가 이 거리는 대체…! 사보섬에는 레이더를 장착한 애가 순찰을 돌고 있었을 텐데…!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녀는 아군 배글리에게 타전 했다.

시카고: 배글리. 따라와! 조금 곤란하게 됐어!

수평선 너머로부터 희미하게 포화 소리가 들려왔다.



 ~02. 조우
습격한 적의 숫자는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시카고와 배글리만으로 상대하기에는 역시 전력 상 불안했다. 적의 유격을 피해 적 주력함대에 다다랐을 무렵, 둘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시카고: 이 전력으로 공격해 올 줄이야. 배짱 한번 두둑하네. 이 언니, 드디어 중앵의 무서움을 알 것만 같아.

카코: 전력 차를 계책으로 메우는 것은 병가의 기본. 오히려 그쪽의 방비가 이렇게나 허술했다니, 맥이 빠지는걸. 우리는 죽을힘을 다해서 기습한 건데 말야.

시카고: 분하지만 네 말이 맞네…….

방비가 허술했던 것은 계속되는 공습과 가혹한 환경에 따른 피로 누적 때문이었다, 라고 후세에 기록될지 모르겠지만 온전히 불의에 기습당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시카고: 이 이상 푸념해도 어쩔 수 없겠지. 자, 덤벼 봐!

카코: 중앵제6전대 카코·키누가사. 간다!



 ~03. 퇴각
시카고의 필사적인 항전으로 인해 배글리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집중공격을 받은 시카고는 퇴각할 수밖에 없었고, 남은 배글리 한 척만으론 중앵의 공세를 멈출 수 없었다.

키누가사: 도망쳤긴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겠지. 이 부근에 적의 낌새는 이제 없는 것 같고.

카코: 그러네. 우리도 급조된 함대니까, 적의 전력이 우리보다 우세한 이상 반격할 시간조차 주면 안 돼. ……텐류 쪽의 전력도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카코: 지금은 초카이 주변의 적 함대를 격파하는 데에 집중하자.

카코: 저 비행기는 원래 우리 게 될 예정이었는데…….

키누가사: 아무렴, 그렇고말고. 지금은 SN작전 지원에 집중할 것. 맞지?

카코: 알았으면 빨리 움직여. 초카이 일행은 벌써 북쪽 함대하고 교전중이라는 것 같으니까 우리도 합류하러 가자.



 ~04. 자매
시카고가 속한 남방함대와는 달리, 북방함대에는 뉴올리언스급 아스토리아, 퀸시, 빈센스 3척이 배속되어 있었다.

빈센스: 아스토리아 언니. 뜨거워…….

아스토리아: 그래 그래. 뜨거우면 웃옷 벗어서 언니한테 줘.

빈센스: 벗어도 뜨거워…. 쓰러질 것 같아…….

퀸시: 밤은 하루 중 가장 선선한 때이지만 이런 열대기후에서는 역시 더울 수밖에 없나 보네요.

퀸시: 계속 물자 수송만 했으니까 빈센스가 지친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빈센스: 순찰 재미없어…. 피곤해……. 엔터프라이즈가 있는데 왜 우리가 순찰해야 돼……?

퀸시: 실은 그게, 주변에 항모가 있는 것 같다고 상층부가 걱정해서 엔터프라이즈를 철수시켰다고 해요….

퀸시: 그래서 우리가 순찰해서 상륙부대의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스토리아: 퀸시는 아는 게 많구나~. 뭐랄까 나보다도 언니 같은데?

퀸시: 따, 딱히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그저 아스토리아 언니의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뻐요…….

아스토리아: 그런가~. 아니, 이래선 안 돼! 나도 더 노력해야지! 퀸시. 임무가 끝나면 어떻게 해야 똑똑해질 수 있는지 알려줘!

퀸시: 네, 네엣!

빈센스: 퀸시 언니. 빈센스 졸려….

퀸시: 어쩔 수 없네요…. 자, 이리 와요 빈센스. 업어 줄게요.

빈센스: 예이. 퀸시 언니 정말 좋아~.

아스토리아: 아스토리아 언니는?

빈센스: 음……. 두 번째?

아스토리아: ……오, 그럭저럭 괜찮네.

……그때, 탐조등이 3자매를 비췄다.

빈센스: 탐조등……? 누가 실수로 킨 건가?

아스토리아: 아냐! 이건……! 적습이야! 퀸시, 빈센스. 전투준비해!



 ~05. 혼란
아스토리아: 아 진짜. 적이 남쪽으로부터 오는데 왜 시카고한테선 아무런 연락도 없는 거야!

퀸시: 그러니까, 아마 오스트레일리아가 왔을 때 지휘권이 제대로 위양되지 않아서…… 일지도?

아스토리아: 엉? 지휘권? 위양? 뭐야 그게?

빈센스: 먹는 거야…?

퀸시: 아무튼 전군에 경보를 타전하긴 했지만…… 원군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스토리아: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그보다 적이 벌써 코앞까지 와 있잖아!

아스토리아: 퀸시, 빈센스. 방비 제대로 해!

퀸시&빈센스: 네!



 ~06. 증원
카코: 초카이 씨. 지금 갈게!

키누가사: 언니. 가세하러 왔어!

시카고가 속한 남방함대를 격파한 후, 카코와 키누가사는 초카이의 함대와 함께 아스토리아 일행을 협공하러 왔다.

초카이: 좋아. 후루타카, 아오바. 태세를 정비하면서 계속 포격하세요! 여기서 결판을 짓겠어요!

아오바&후루타카: 네!



 ~07. 발버둥
아스토리아: 왜 우리는 원군이 없는데 적은 원군이 있는 거야! 진짜 우리가 여기 제해권 가지고 있는 거 맞아!?

퀸시: 저 둘은 남쪽으로부터 왔으니까, 아마도…….

아스토리아: 그러니까 퀸시 말대로라면 시카고 녀석들은 벌써 쓰러졌다는 거네…….

빈센스: 시카고 씨. 도움이 안 되네…….

퀸시: 그렇지 않아요. 시카고 씨는 나름대로 노력했어요. 빈센스?

빈센스: 네에.

아스토리아: 산 후안이 있는 동부함대의 원군을 기대해 보려고 해도, 제때엔 못 올 것 같고…….

퀸시: …그러네요.

퀸시: 하지만 상대의 포위가 끝나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요. 그걸 이용하면 반격 쯤은….

아스토리아: 응. 그걸로 가자!

빈센스: 오~!



 ~08. 고전
적에게 포위된 아스토리아 일행은 화력 차로 인해 점점 불리한 상황 속으로 빠졌다…….

퀸시: 아스토리아 언니!

아스토리아: 괜찮아. 아직 싸울 수 있어!

빈센스: 언니……. 흑…….

아스토리아: 괜찮아, 빈센스.

아스토리아: 후우. 동생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아니었다면 그냥 포기해버렸을 테니까.

퀸시: 아스토리아 언니……. 그렇, 네요…….

빈센스: 응……. 언니들이 없었으면 빈센스도…….

아스토리아: 그러면 최후의 반격을 먹이러 가볼까!



 ~09. 개막곡
아오바: 하아……. 해냈구나. 역시 우리는 야전이라면 지지 않는다니까. 아예 저쪽 수송함도 해치워버릴까?

후루타카: 그래. 우리가 입은 손상은 별로 크지 않으니 조금 더 싸워도 괜찮을 거야.

초카이: 아오바, 후루타카. 너무 들떠선 안 돼요. 지금 적의 경계가 왜 허술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운이 두 번이나 따를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고…….

초카이: 만약 적의 기동부대가 집결해 있다면, 그때는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어요.

키누가사: 맞아요. …그보다 출발 전에 이번에는 절대 무리야~ 라고 외쳐댄 건 누구였더라?

아오바: 누, 누구였지? 하하하. 나는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걸~.

카코: 만약 AF에서의 패배가 없었더라면, 피해에도 신경 쓰지 않고 진격할 수 있었을 텐데.

초카이: 네 네.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순 없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 분하지만 적은 벌써 상륙에 성공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죠.

초카이: 앞으로 이곳에서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그 해전의 행방은 정해졌다. 싸움의 분수령이 되는,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태평양의 인적 드문 외딴 섬은 다시 한 번 달밤의 고요함에 녹아든다.

서곡이 끝나고, 더욱 거대한 싸움의 막이 오르기 전. 찰나의 고요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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