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서막
10년 전, 「중앵」
무츠: 나가토 언니. 지금 신사에서 밖을 살짝 내다봤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였어! 진짜 굉장해!
나가토: 그… 그런가?
무츠: 「중앵을 지키는 신의 어호(무녀), 세계제일의 대전함」. 역시 나가토 언니, 좋겠다아~. 무츠, 부러워!
나가토: 놀리지 말거라. …그보다 이거 맞느냐? 이 옷, 의장하고 똑같을 터인데 막상 입어보니 묘하게 불편하구나…….
무츠: 응…. 진짜다! 비녀가 비뚤어져 있어! 잠깐 기다려 봐….
무츠: 어디…, 이렇게…, 뭐 괜찮겠지…. 됐다! 퍼펙트! 나가토 언니, 완성!
나가토: 으, 음…. 그러면 짐은 가보겠노라….
무츠: 네~에! 다들 기다리고 있어! 얼른 가자♪
나가토: 습… 하…, 습… 하…. …언행에 주의해야지…….
무녀 차림새의 소녀는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한 뒤, 서서히 우아하게 현관 앞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나가토: 무츠, 짐의 동생이여. …고, 고맙다…….
중앵인: 왔다!
중앵인: 오셨다! 「중앵」을 수호하는 무녀, 나가토 님!!
하늘까지 닿을 듯한 거대한 벚나무. 그 나라와 같은 이름을 가진 신목, 「중앵」의 근원에 있는 신사는 백성과 사방에서 온 참배객들로 북적거렸다.
그 신사의 안쪽에서 홍백으로 단장한 소녀가 낙낙한 보폭으로 걸어 나왔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어호(무녀)의 의장. 화려한 장식, 그리고 벚꽃을 본뜬 황금비녀가…….
이 소녀야말로 「중앵」을 받드는 신관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신사 앞에 설치된 제단 중앙에서 발걸음을 멈춘 소녀는 장엄한 표정으로 중앵의 국민들을 향하여…….
나가토: 짐은 나가토. 중앵의 수호자, 연합함대의 기함 나가토일지어니! 지금부터 중앵을 받드는 어호(무녀)로서, 팔백만 신들에게 신앙을 바치노라!
소녀는 힘을 담아,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중앵의 백성들에게 고했다.
나가토: 중앵의 백성들이여. 이 나라가 언제까지고 풍양하며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짐과 함께 기도하자…….
나가토: 「……드높은 중앵의 은총 앞에 보잘 것 없는 공물을 드리오니,
나가토: 올곧고 바른 진심을 담은 바, 영원히 피어나길 바라노라…….」
신기가 흘렀다. 이 세상에 태어날 무렵에 신께서 내려주신 「언령」의 힘에 의해, 「중앵」의 꽃잎이 아련하게 빛났다. 그리고….
벚꽃색의 비가 신사를, 바다를, 주변 일대를 뒤덮었다.
중앵인: 이렇게 고마울데가……. 역시 무녀님이야…….
중앵인: 나가토 님……. 감사합니다…….
민중의 목소리에 호응하여, 허공에 떠오른 벚꽃색의 방울은 빛의 구슬이 되어 「중앵」의 구석구석까지 흩날렸다.
전함 「나가토」. ……소녀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른 세계의 「중앵」이라는 나라의 광경이었다.
잠시 뒤, 기도하고 있는 민중에게 돌아서서, 다시 입을 열었다.
나가토: 짐은 나가토. 중앵의 수호자, 연합함대의 기함 나가토일지어니! 귀 기울여 들을지어다! 그대들의 신앙이 끊이지 않는 한, 중앵은 영원히 번영할 터이니라!
중앵인: 중앵에 영원한 번영을…….
환호성에 가까운 민중의 목소리 가운데서, 나가토는 발길을 돌려 신사의 경내로 돌아갔다.
나가토: 보았느냐. 짐의 모습……. 지금의 짐은 어떠한가…….
나가토: 그렇다. 그대의 말대로 「『중앵』의 수호자는 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짐은…… 힘내겠노라!
<검게 물든 강철의 벚꽃>
~02. 귀환
즈이카쿠: 겨우 이 해역에 돌아오게 되었구나…. 봐봐, 쇼카쿠 언니! 전에 여기서 전투훈련했던 거 기억해?
쇼카쿠: 그러네. 개전 이래로 다시 온 적이 없으니까…. 감회가 새롭구나….
개전 후, 세이렌의 습격에 의해 소식불명이 되었던 중앵의 어떤 해역으로 함대는 전진하고 있다.
전열에서는 「솔로몬의 귀신」이라고 불렸던 아야나미가 색적을 행하고 있고,
중앙에서는 오항전의 쇼카쿠, 즈이카쿠 자매가 뒤따르고,
가장 뒤, 그 세계에서는 근대 초 연합함대의 기함이었던 미카사가 뒤를 이었다.
미카사: 오랜만의 귀향이라 들뜬 마음은 알겠지만, 너희들. 조금은 연장자에 대한 배려를 해주지 않겠나…. 하아하아…….
즈이카쿠: 죄송합니다! 그런데 미카사 대선배도 앓는 소리를 하실 때가 있네요. 헤헤헤.
미카사: 즈이카쿠~. 다음에 이 미카사 수제 로열 요리라도 맛보는 것이 어떠냐?
즈이카쿠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즈이카쿠: 아, 아하하…. 마음만 받겠습니다…. 일식은 괜찮지만 로열 요리만은 제발…….
(콰광!)
적함의 그림자가 관측됨과 동시에 적의 장거리사격 포탄이 함대의 진로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즈이카쿠: 우와앗! 위험했다….
아야나미: 3시 방향, 거리 12000. 세이렌 반응, 발견했습니다.
미카사: 세이렌이 날뛰고 있다는 정보가 사실이었군. 각원, 요격하라!
~03. 목적
즈이카쿠: 세이렌이 침입해있었을 줄이야……. 어쩐지 계속 이 해역에 접근할 수 없다 했어…….
즈이카쿠: 그런데 쇼카쿠 언니, 이제 와서 뭣 때문에 다시 여기로 온 거야?
쇼카쿠: 「중앵」 때문이야. 개전 이후 관측된 바에 따르면, 그 나무가 점점 시들어가고 있다고 해. 이번엔 그 조사와…….
미카사: 그리고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지. 신생연합함대의 재건은 예상보다 순조롭긴 하다만, 세이렌에 대항하려면 역시 그 아이의 힘이 필요해.
즈이카쿠: 「그 아이」라니, 설마….
미카사: 「나가토」다. 계속 여기에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미카사: ……개전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해, 자책감에 시달린 채로 말이지. …허나, 이제는 구해내야만 해.
즈이카쿠: 그럼 얼른 움직이자! 우선은 눈앞에 있는 이 녀석들을 해치우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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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 「중앵」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군요. 이대로라면 나가토와 접촉하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아카기: 방해꾼들은 몇 번을 거듭해도 제대로 청소가 안 되네요……. 번거롭기 그지없군요.
아카기: 하지만…. 지금 그 아이는 그저 한 척의 전함일 뿐. 접촉했다 하더라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해요.
아카기: 개전을 막지 못한 시점에서 그 아이는 이미…….
카가: …….
아카기: 백성의 신앙도, 그 아이의 고귀한 희생도, 결국엔 계획의 일부.
아카기: 카가.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그 분…. 「세이렌」에게 대항할 수 있는, 우리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그 분이 강림하시기 전까지…….
~04. 계기
개전 전야. 해역좌표: 27.328699, -159.870474
나가토: 어떻게 하여도…, 무리라는 것인가?
아카기: 모든 것은 중앵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뒤는 저희들이 처리하겠습니다.
나가토: 하지만…. 전쟁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잔뜩 죽지 않느냐…. 적은 물론이고, 우리 중앵도…….
아카기: 비록 그것이 「혼」과 목숨이더라도……. 변혁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세계는 변혁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카기: 안심하세요. 중앵의 기동부대는 아직 적에게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작전은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나가토: 그…, 렇겠지…….
카가: 나가토. 명령을 내려라. 일항전의 정예부대는 언제든 출격 가능하다.
이 세계에서 수많은 눈을 보았다. 무녀를 의지하는 수많은 신앙의 눈. 그러나 그 근간에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행복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평소에 신뢰하던 동료들의 그 눈에는 희망이 아니라 ……그녀에게 최후의 결단을 내리길 촉구하는 염원이 비치고 있었다.
아무리 망설여도 다른 선택지는 없다. 이 전쟁도 인간의 상층부가 결정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이미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소녀는, 주먹을 꼭 쥐고 한번 심호흡을 한 후, 이제는 익숙해진 위엄 있는 목소리로 선언했다.
나가토: 짐은 나가토. 중앵의 수호자. 연합함대의 기함…… 나가토일지어니.
나가토: 지금 여기서, 연합함대의 기함으로서, 전 중앵함대에 명령을 내리노라.
나가토: 아주르 레인을……, 기습하라!
~05. 자매
인간과 접촉해선 안 된다. 무녀의 신격에 금이 가기 때문에.
미소를 보여선 안 된다. 위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명심하여라. 이 세계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들, 「창조주」 뿐일진저…….
…….
나가토: 무츠, 보거라. 다음 의식은 이 자세로 함이 어떠한가?
무츠: 응? 잠깐 그대로 있어 봐~. 으음…, 조금 바보 같지 않아? 손을 쭉 뻗어보면 어떨까?
나가토: 응? ……이, 이렇게?
무츠: 에헤헤헤. 나가토 언니, 인형 같애!
나가토: …….
무츠: 미안! 그런 의미는 아냐~. 에헤헤. 자 나가토 언니, 웃어 봐! 이렇~ 게…….
따라해 보았지만 매우 어색한 미소였던 것 같다.
나가토: 미안하다……. 짐은…….
나가토: 어떻게 웃어야 좋을지, 잊어버린 모양이다…….
~06. 봉인
개전 후. 「중앵」
나가토: 「중앵」이 시든다…. 백성의 신앙이 사라져간다…….
무츠: 나가토 언니! 이 해역, 세이렌에게 포위당했어! …어떻게든 지키고 있다고 연락이 들어오긴 했지만….
무츠: 설마 세이렌과 협력하다니!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나가토: ……. 사실….
나가토: 며칠 전. 짐은 연합함대의 기함 자리를 내려놓았노라.
무츠: 뭐어어~!
동생의 눈에는 놀람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나가토: 이제는 항공병기의 시대일진저. 짐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지 않았느냐….
무츠: 그 바보들! 우리 힘을 보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정하고!
무츠: 무츠하고 나가토 언니는 그 세계에서도 「BIG SEVEN」인데! ……지금 따지러 갈 테야!
손을 뻗어, 동생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가토: 무츠. 더는 거함거포의 시대가 아냐! ……유감이다만, 다르게 생각해 보거라. 이렇게 연합함대 기함의 책임을 내려놓음으로, 짐은 안심하고 의문 해결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노라.
나가토: 개전 후 매일, 스러져간 목숨의 「혼」. …아니, 세이렌이 말한 「양자정보」. 그것이 짐에게 무언가 호소하고 있는 것 같구나. ……이리 된 것은 모두 짐이 부덕하기 때문이다만…….
무츠: 아니야! 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나가토 언니의 힘을 이용하려고만 했을 뿐이야!
나가토: 알고 있다! 아무튼…… 짐의 속죄라도…. 무츠. 이것만은 알아두었으면 하노라.
나가토: 짐은 이 몸을 중앵에 봉하겠노라. 그리하면 짐은 혼의 흐름을 볼 수 있을지니, 혹여나 무언가 알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가토: 이는 「중앵」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무츠: 나가토 언니…….
나가토: 안심하거라. 믿음직한 동료에게 호위를 맡겨놓았다. 「중앵」에는 누구도 접근하지 못할 것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츠: 앗…. 시라츠유급의 그 애 말야? 걔는 조금 꺼림칙한데…….
나가토: …… 짐 대신 사이좋게 지내거라. …아, 그리고….
무츠: 응~?
나가토: ……지금까지 여러모로 고마웠어, 무츠.
~07. 호위
카와카제: 멈춰라. 누구냐!?
즈이카쿠: 우리는 중앵신생연합함대. 「중앵」의 무녀의 상태를 보러…….
카와카제: …물러가라. 어호(무녀)의 휴식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미카사: 나가토 자매…. 그 아이들을 여기서 데려가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노라!
카와카제: 마음은 고맙다만, 나는 나가토와 약속했다. 여기 잠들어 있는 동안 그 누구도 나가토를 깨우게 둘 수는 없어!
카와카제: 설령 당신들, 동포라고 하여도 말이다.
즈이카쿠: 아 진짜…. 이렇게 머리가 굳은 애가 제일 성가시다니까…. 우리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거야!
카와카제: 그 도리를 관철할 셈이라면 싸움으로 너희의 각오를 증명해 봐라!
즈이카쿠: 그렇게 나와야지! ……앗, 또 이런 전개야!?
카와카제: 안심해라. 순식간에 끝내주지!
~08. 결계
카와카제: 과연 무훈함이로군. 훌륭한 실력이다.
즈이카쿠: 정말…. 아는 사이니까 이 정도까진 안 해도 됐잖아….
카와카제: 그렇긴 하다만, 무심코 전사의 본능이 강자와 싸우고 싶다고 부추기는 바람에 말이지.
즈이카쿠: 알겠어 알겠어……. 그럼 약속대로 안내해 줘.
카와카제: 물론이다. 너희라면 안심하고 나가토를 맡길 수 있겠어.
…….
무수한 신주(御柱)와 금줄(連縄)에 둘러싸인 신목의 근원에, 「봉인」의 수정이 있었다.
「중앵」의 무녀까지 겸임했던, 전함 「나가토」라는 소녀가 봉인되어 있다.
마치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것 같은, 험악한 얼굴이었다.
카와카제: 혼…. 세이렌이 말한 「양자정보」를 계속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카와카제: 그녀는 그걸 속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만, 현실은 달라. 일부 인간에게 이용당했을 뿐이다.
카와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그녀를 세이렌으로부터 지키는 것밖에 없어.
카와카제: 그녀를 구할 수 있는 건 너희들 뿐이다.
미카사: 그것이 우리의 목적이기도 하지. 카와카제. 수고 많았다. 뒤는 우리에게 맡기도록!
~09. 염원
인간과 접촉해선 안 된다. 무녀의 신격에 금이 가기 때문에.
미소를 보여선 안 된다. 위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명심하여라. 이 세계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들, 「창조주」 뿐일진저…….
…….
「…짐도 모두와 함께 싸우고 싶다! 다들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짐들만이 이렇게 뒤로 빠져있다니, 너무나도 불공평한 것이…!」
「짐은…. 나와 무츠는 최대최강의 전함이잖아! …부탁이야! 절대 모두의 누가 되진 않을 테니까!」
「안 된다!」
「중앵의 수호자. 세계제일의 최강전함이 전선에 섰다가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중앵의 백성들에게 어떻게 변명할 셈인가!」
「하지만…….」
「지나친 자신은 스스로의 몸을 망치는 법.」
「우리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중앵에 공헌하는 길이다. 알겠느냐?」
「좋다. 그대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행동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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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토: 무츠.
무츠: 응?
나가토: 상 위에 놓여 있는 이 인형들……. 이 아이들에게도 마음, 혼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무츠: 글쎄……. 갑자기 왜 그래, 나가토 언니?
나가토: 짐과 그대가 건조된 후로, 세계는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렸도다.
나가토: 그대도 알고 있겠지. 바다 건너편에 있는, 짐과 같은 「빅 세븐」의 이름을 가진 함들을…….
나가토: 면식 하나 없는 이국의 전함들…. 가능하다면 친구가 되어서…….
나가토: ……그래. 무엇보다도 한번 겨뤄나 보았으면 좋겠구나. 후훗.
무츠: 아! 나가토 언니가 웃었다!
나가토: 무, 무무무슨… 웃지 않았노라! 짐은 그저 저, 적당히 지어내고 있는 것 뿐…….
무츠: 요전에 친선방문 있었던 거 기억나? 언젠가 분명 찬스가 있을 거야!
나가토: 언젠가, 꼭……. 무츠. 그, 그때까지는… 계속 짐과 함께 있는 것이니라…….
무츠: ……응!
~10. 여동생
즈이카쿠: …라고 말은 했지만, 대체 나가토를 어떻게 깨울지 도통 감이 안 잡히네….
아야나미: 세이렌 함대, 발견했습니다. 서서히 이쪽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접촉까지 앞으로 12분, 입니다.
즈이카쿠: 아아아… 귀찮게….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뾰족한 수는 없겠고, 아예 그냥 때려서 깨우면…….
콰광!
즈이카쿠의 앞에 포탄 한 발이 떨어졌다.
카와카제: 무녀에게 손끝 하나라도 댔다간….
즈이카쿠: 농담이야, 농담. …그보다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진정해, 진정!
???: 이 아이를 설득하려고 하다니, 대체 어디서 온 바보들이야?
즈이카쿠: 이 목소리는 설마…….
무츠: ……나가토 언니를 괴롭히려고 하다니, 정말 분수를 모르는 바보들이네!
즈이카쿠: 「BIG SEVEN」의 무츠…!
무츠: 무츠를 알고 있어? 어떻게?
즈이카쿠: 그러니까 우리는 나가토를 깨우고, 그러는 김에 「중앵」도 구하러 여기에…….
쿵!
콰광!
세이렌 측에서 두 발의 포탄이 날아들었다.
그 중 한 발은 「중앵」에 직격. 「중앵」의 거대한 가지 하나가 부러졌다.
쇼카쿠: 우선 적을 처리하지 않으면 얘기가 진전이 안 되겠네요…….
카와카제: 무녀는 이 카와카제가 지킨다!
즈이카쿠: 잠깐…! 아 진짜! 내 차례는 완전히 묻혀버렸잖아!
~11. 각성
카앙!!
콰광!!
무츠: 아아! 이 이상 「중앵」을 쏘지 마!
즈이카쿠: 우리는 피하기도 바쁘다고! …아앗! 또!
쿵!!
「중앵」의 근원에서 차례차례 벌어지는 난전. 수많은 포탄이 신목 가까이에서 폭발했다. 초연의 냄새와는 조금 다른, 목재가 타들어가는 듯한 냄새가 맴돌았다.
봉인된 소녀의 표정은 기분 탓인지 어딘가 고통스러워 보였다.
무츠: 안 돼…. 이대로 가다간… 나가토 언니는….
……!
빛이, 소녀와 그 밖의 사람들 사이에 불가침의 벽을 만들어냈다.
???: 혼의 안녕을 어지럽히는 불경한 자들이여….
목소리와 함께 「벽」을 형성하는 빛의 구슬. 즉 무수한 「중앵」의 가지, 이파리, 꽃잎들이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곤 공중으로 떠올랐다.
……세이렌도 즈이카쿠 일행도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 시공의 섭리를 어지럽히는 화생들이여! 물러가거라!
「중앵」으로부터 흘러나온 무수한 빛줄기가 격류가 되어 습격자 세이렌의 함대를 삼켰다.
일각이 채 지나지 않아, 수면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잔해와,
어린 몸에도 불구하고 위엄 있는 풍채를 가진 소녀가 빛의 한가운데 조용하게 서있었다.
무츠: 나, 나가토 언니…!
카와카제: 무녀님!
즈이카쿠: 어, 어라?
나가토: 짐은 나가토. 중앵의 수호자, 연합함대의 기함 나가토일지어니!
~12. 분발
즈이카쿠: 어, 그러니까. 억지로 깨워서 미안해……!
살기(?)가 담긴 시선을 느낀 즈이카쿠는 당황하며 사과했다.
나가토: 그대, 오항전의 즈이카쿠로구나. 이곳엔 무슨 일이더냐?
즈이카쿠: ……거두절미하고! 우리 동료가 되어줘!
나가토: 거절한다!
즈이카쿠: 칼 같이 거절당했어!?
나가토: 그 분이 짐에게 「중앵」을 맡기었다. 하여 짐은 중앵의 수호자로서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츠: 나가토 언니…….
즈이카쿠: 그건…, 너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야?
나가토: 짐은……. 모든 것은 짐을 믿는 중앵의 백성, 그리고 짐의 부덕함을 갚기 위한 바. 짐의 의지따윈 불필요하다.
미카사: 이 미숙한 자여!
나가토: 으앗!?
미카사: 이 변혁의 시대에 전함으로서 스스로를 펼쳐 보이지 않고 그저 여기 앉아 죽음을 기다리다니. 그 재능이 아깝지 않은 게냐!
나가토: 다, 당신은…….
나가토: 미, 미카사 님!?
미카사: 온 천지를 떨게 만든 41cm 포. 그리고 그 하늘까지 솟아오른 함교. 어중간한 공격따윈 손쉽게 튕겨내는 장갑…….
미카사: ……이 나이 먹고도 부러움을 금치 못하겠구나!
지금까지 위엄을 내느라 잔뜩 굳어있던 나가토도 멋쩍어하며 꾸물대기 시작했다.
나가토: 지, 짐은 딱히……. 미카사 님은 어째서 이곳에?
즈이카쿠: 어 그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은 우리하고 함께 가자. 나중에 찬찬히….
하지만 나가토는 즈이카쿠를 무시했다.
나가토: 미, 미카사 님. 짐은… 연합함대의 기함을 맡았을 때부터 미카사 님처럼…….
나가토: 위대한 기함이 되려고 했는데…. 그런데…….
미카사: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나와 함께 싸우자꾸나.
나가토: 네?….
미카사: 그 포신을 보고서 확신했다. 이 세계에 태어난 후로 줄곧 그 주포를 쏘아 볼 기회가 없었을 테지?
나가토: ……!
나가토의 눈에 생기가 감돌았다.
미카사: 전함된 자. 주포를 울리며 대양을 내달림에 마땅할지어니. 이 미카사를 계승하는 자가 주포 한번 쏘아보지 못한 채로 녹슬어가고 있다니 심히 보기에 안쓰럽구나.
미카사: 가끔은 천의 말보다 일합을 주고받음으로 서로의 본심을 알게 되기도 하지.
미카사: 네… 동생인가? 어떠냐? 너도 함께하지 않겠느냐?
무츠: 네! 에헤헤. 이 날을 계속 기다렸어!
나가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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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접촉해선 안 된다. 무녀의 신격에 금이 가기 때문에.
미소를 보여선 안 된다. 위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명심하여라. 이 세계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들, 「창조주」 뿐일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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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토: 짐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인간과 마찬가지로 친우를, 정을 원한다.
나가토: 민초에게 받들리는 존재이기에 위용뿐만 아니라 가끔은 미소를 필요로 한다.
나가토: 「창조주」여. 부디 그 부산물에게 한번이라도, 진실로 신뢰할 수 있는 자를 찾아내기 위한 신생(新生)을…….
나가토: 좋다! 비록 실전경험은 없지만, 전력을 다하겠노라!
나가토: 중앵의 「빅 세븐」. 나가토급 전함, 나가토. 기꺼이 응하마!
~13. 강적
나가토&무츠: 으으…. 역시 졌어….
미카사: 아직 젊은이에게 질 수는 없지! 아하하하!
나가토: 미카사 님.
미카사: 어떠냐? 즐거웠더냐?
나가토: 응. 좋은 공부가 되었어.
나가토: 짐은…. 나는 미숙했어. 백성에게, 그리고 동료에게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나가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고, 이용당해서 전쟁을 일으켰어…. 이건 하나 같이 전부 내 탓이야.
나가토: 혼들이 알려줬던, 이 시대에 있는 「역사의 분기점」. …그걸 함께 찾아줬으면 해.
나가토: 나, …짐은 두 번 다시 자신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리라!
퓨리파이어: 꺄앙, 너 말 한번 잘한다~. 내가 난입할 새도 없었어~.
모두: !! 언제부터!?
퓨리파이어: 역시 정보가 옳았구나~. 이 시대의 특이점?이었나? …무튼 그게 모두를 모아놨구나!
세이렌을 노리고 발사한 나가토의 주포를 간단히 피한 세이렌, 퓨리파이어는 전투태세를 취하지 않고 모두를 향해 단언했다.
퓨리파이어: ……너 말야. 눈 뜬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성질내고 다니고 그러는 거 아냐. 오늘은 그냥 힌트를 주러 온 것 뿐이라구!
퓨리파이어: 어디 보자…. 왕관의 대관. 벚꽃의 만개에… 혼의 윤회는 다음 바다에……. 종언의 서곡?
퓨리파이어: ……구질구질해. 이거 생각한 거 대체 어떤 서브루틴이야! 쪽팔리잖아!
나가토: 이제 되었나? 더 할 말이 없다면……. 짐의 포화에 사라지거라!
~14. 격퇴
퓨리파이어: 아아아!! 왜 또 내가 피해 담당 역인 거야! 난 그냥 「중앵」을 보고 싶었던 것 뿐인데~!
(폭발)
나가토: 하아……, 하아……. 세이렌은 퇴각했나….
미카사: 첫 실전치고는 훌륭하구나. 어떠냐? 승리의 기분은.
나가토: 후우…. 실전이 이렇게나 힘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승리하였다는 것이 짐에게는 무엇보다도 기쁘구나.
즈이카쿠: 그래서? 우리 동료가 될 거야?
나가토: 음. 그보다 미카사 님. 방금 전 세이렌의 발언에서 신경 쓰이는 점이…….
나가토: 「혼의 윤회」라고 말했다만, 이 세계의 전승에서는 「중앵」은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신목이기도 하지만,
나가토: 혼의 구제와 안녕을 내리다…… 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나가토: 짐이 잠들어 있던 동안 보았던 「혼」이 세이렌이 말했던 혼이라면 그것은 이 「중앵」이 아니라 다른 저 멀리 있는 해역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나가토: 그것이 세이렌의 짓인지, 혹은 짐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의 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 세계에 큰 변혁을 일으킬만한 힘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미카사: 그런가……. 그대의 우려도 고려해보마. 아무튼 지금 우리에겐 힘이 더 필요하다.
미카사: 즈이카쿠도 아까부터 몇 번이고 물었다만, 나가토. 우리의 동료가 되지 않겠느냐?
나가토: 응…. 고향을 벗어나 이국의 바다로 향하는 것 또한 일흥일지어니…….
나가토: 짐은 나가토급 전함, 나가토. 그대들과 함께 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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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기: 드디어…. 드디어 완성된 것 같네요….
아카기: 이 힘만 있으면 그레이 고스트도, 세이렌도, 그저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아요……. 카가? 당신도 이 기쁨, 알겠나요?
카가: 이렇게까지 거대한 힘일 줄이야……. 경탄을 금할 수 없군요, 언니.
아카기: 결전에 대한 방안…. 조금만 더 있으면, 중앵의 운명을 바꾸고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수 있어요……. 후후후후…….
카가: 이 예상 밖의 사태…. 너라면…… 어떻게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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