늠름한 하양
~01. 먼저 온 손님
모항. 집무실…………앞.
오늘도 함대 지휘 업무에 힘써야지, 하고 집무실에 도착했는데…… 문고리에 손을 뻗는 순간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 왔군. 들어와라.
그렇다. 이 집무실에 나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 왜 그러지? 안 들어올 건가?
???: 그렇다면 내기 하지 않겠나? 네가 놀라서 집무실에 못 들어오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 어젯밤 집무실 문을 잠그는 걸 잊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나?
……!!!
???: 자, 그럼 다음으로 네가 생각하는 것은, 늦게까지 야근을 한 것은 자신 혼자였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 사실을 들켰는지겠지….
이대로 집무실 앞에 우두커니 서 있기도 멋쩍다.
목소리의 주인의 정체는 대강 짐작했지만, 그보다 주변 함선들의 시선이 좀 따갑다.
???: 답은 간단명료하다. 네 상대로 내기를 할 것까지도 없지.
달칵.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내가 너보다 먼저 집무실에 도착해서, 비서함 업무 준비를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내 자리에는 북방연합 소속 전함,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가 마치 자기 자리인 양 앉아 있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금일 훈련 일정과 군사위탁 의뢰 서류. 그리고 함선들이 올린 소원수리…. 꽤나 힘든 일들이로군.
북방연합 함선답게 하얀 군복을 입은 그녀는 책상 위의 서류 더미를 가볍게 두드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걱정 마라. 나라는 비서함이 있으니 너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이미 아침 업무 준비를 끝내놓은 든든한 비서함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귓가에 살며시 속삭였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다음엔 문을 잠그는 것을 잊지 말도록.
~02. 목표를 노려서
어느 날. 모항.
비서함 벨로루시야와 함께 모항 순회를 도는 중이었다.
그롬키: 아, 또 안 됐어! 그리먀시, 돈 아직 남았어?
그롬키: 30번이나 뽑았으니까 한 번만 더 뽑으면 무조건 일등상인데!
그리먀시: 없어. 이런 뽑기는 노려서 맞출 수 있는 게 아냐.
아카시: 그렇다냐! 전부 운이다냐!
아무래도 아카시가 뽑기를 판매하고 있는 것 같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신경 쓰이나?
남은 뽑기는 한 장. 여기서 사면 반드시 일등상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그롬키와 그리먀시가 좀 불쌍한데.
벨로루시야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그녀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평소의 자신만만한 얼굴로 돌아왔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그렇다면 너 대신 내가 뽑지. 상품을 모두 함께 나누는 것은 감정적으로도 납득하기 쉬우니.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그럼 결정됐군. 잠깐 기다려라. 지금 사올 테니.
여기는 벨로루시야에게 맡기자.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기다리게 했군. 별일 없이 일등상을 손에 넣었다.
벨로루시야는 작은 봉투를 손에 들고 돌아왔다.
그롬키: 지휘관 동지, 진짜로 일등상 받아도 돼? 동지하고 벨로루시야 씨가 일부러 노린 것도 아니고 진짜 괜찮은데!
그리먀시: 그, 그렇게 신경 써줘도 딱히……. 뭐, 그런 거야.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너희가 아니었으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몰랐을 테니 괜찮아. 걱정 말고 가서 모두에게 알려줘.
근 지출도 아니니 여기는 벨로루시야에게 맡기도록 하자.
그런데 일등상 경품은 대체 뭐였을까…….
~03. 웰컴 투 모항!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за здоровье! 건배!
모두: 건배!
→ 건배!
일과가 끝난 뒤 북방연합 동료들의 환영회가 열렸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넓은 배려심에 감사를 표하마, 지휘관 동지.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내가 제안하긴 했지만, 솔직히 거절당하면 어떡할까 조금 망설이기도 했었다.
이득은 봤지만 결국 지출은 늘어버렸으니 지휘관 동지가 침울해 할까봐 말이지.
그 일 뒤에 벨로루시야에게 일등상이 뭔지 물어봤는데, 상상도 못한 파티 할인권이었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즉 그롬키가 이걸 얻었어도 별로 쓸모가 없었다는 뜻이지.
그리먀시: 뭐, 그런 거네. 우리는 뽑을 때 내용물이 뭔진 신경도 안 썼고.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설마 내용을 확인하지고 않고 30장이나 샀다는 건가?
그롬키: 나, 남은 횟수를 보니까 나도 모르게…><
뭐, 알게 모르게 좋은 일을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자, 구축함들은 돌아갔으니 지휘관 동지에게 사과를 해야겠군. 이런 대규모 파티를 열어서 미안하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아무래도 이 벨로루시야라는 함선은 가끔씩 자기 생각대로 일을 해나가고 싶은 성격인 것 같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이른바 야생마 같은 타입이지. 뭐, 나를 통솔하는 입장인 네게는 민폐를 끼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비서함으로 임명한 첫날에는 꽤 놀랐었지.
하지만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동안은 그녀의 자주성을 강제로 억누를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이쪽에서 적당히 조절하면 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
~04. 벨로루시야라는 함선
그런 고로 환영 파티 인사차 북방연합 동료들에게 벨로루시야의 인품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강구트: 벨로루시야? 저래 봬도 의외로 남을 잘 챙기는 녀석이다. 같이 술 먹자고 하면 흔쾌히 어울려 준다고!
강구트: 오늘 환영 파티는 어쩌면 벨로루시야 본인이 모두와 함께 마시고 싶어서 제안한 것일지도 모르겠군!
강구트: 뭐, 그런 것이다 지휘관 동지! 이 강구트에게도 한 잔 따라주지 않겠나! 하하하!
무르만스크: 벨로루시야는 좋은 사람이에요~
탈린: 너한테 안 좋은 사람이 있긴 해?
무르만스크: 음… 그러고 보니 없네요~
탈린: 하아…. 지휘관이 듣고 싶어하는 건 좋은 사람인지 어떤지가 아니라 벨로루시야의 성격,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함선으로서 싸울 때의 습관 같은 거 아냐?
탈린: 그나저나 본인한테 직접 묻는 게 아니라 동료들한테 물어보고 다니는 거야?
무르만스크: 부끄러우니까 그런 걸까요…?
탈린: 설마. 그 똑똑한 벨로루시야니까 직접 물어보면 솔직하게 말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역으로 놀아날 가능성이 높아.
나도 그 생각은 하고 있었다.
탈린: 좋아, 알려줄게. 대신 같이 술 좀 마셔줘야겠어.
무르만스크: 맥주 시켜 놓을게요~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지휘관 동지.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군. 괜찮나?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벨로루시야에 대해 동료들에게 묻고 다닌 건가. 이거 묘하군.
→ 묘하다고…?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벨로루시야도 동료들에게 너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벨로루시야의 직감은 믿음직하지만, 고전적인 정보 수집에도 소홀한 타입은 아니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가끔 내기를 권할 때도 있지? 벨로루시야 상대로는 절대 응하지 않는 게 좋아.
확실히 벨로루시야가 가끔 내기를 하자고 하긴 하지만, 응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은…….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벨로루시야는 “본인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때”만 내기를 한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아, 미안. 지휘관 동지의 잔이 비어 있는 걸 미처 못 봤군.
그렇게 말하면서 로시야는 내 잔에 보드카를 따르기 시작했다.
~05. 몽롱한 가운데
북방연합, 무섭도다………….
알코올 때문에 의식이 몽롱하지만, 스스로가 터무니없이 두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느꼈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지휘관 동지~ 방까지 아직 멀었어~?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차암~, 로시야뿐만 아니라 강구트까지~ 내가 없었으면 아침까지 계속 잡혀 있었을걸~
등 뒤에서 평소 늠름한 그녀의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얼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흥, 내가 그 자리에서 너를 빼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인사불성이 되었을 테지…….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동료들에게 물어보는 건 좋다만……딸꾹…, 대상을 좁혔어야지….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뭐, 사람 좋고 착한 너이니 만큼 로시야와 이렇게 될지 내기를 했었다만… 보기 좋게 내가 이겼군.
――――――
이리저리 수소문하고 다닌 결과 벨로루시야의 인물상은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지휘관 동지… 돌아왔나…… Zzzzzz
자리로 돌아오니 옆에 앉아 있던 비서함……벨로루시야가 갑자기 내 쪽으로 쓰러졌다.
차파예프: 어머, 곤란하네…. 오늘은 둘 다 너무 열심히 달린 걸까?
키로프: 음. 더 이상은 마시기 힘들겠군…. 아쉽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파하도록 하지.
동료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리 쪽을 힐끗 바라봤다.
즐거운 술자리가 나 때문에 파토가 난다니 괜히 미안하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지휘관 동지……. 미안하지만… 숙소까지 바래다줘…….
…………벨로루시야를 돕기로 했다.
――――――
그렇게 만취한 벨로루시야를 업고 방문 앞까지 왔는데…
북방연합 함선들은 모두 파티에 참가하고 있어서 숙소에는 아무도 없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지휘관 동지… 왜 그러지…? 나는 더는 걸을 수 없어…….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방문은 열려 있으니…… 자……조금만 더….
……………이대로 방문 앞에 벨로루시야를 방치할 수는 없지.
안간힘을 다해 방문을 열고 벨로루시야를 침대로 옮겼다.
무사히 침대로 옮겼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긴장의 끈이 풀린 것 같다. 의식이 멀어져 간다….
~06. 산뜻한 아침
???: 과연. 큐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동력기관이라… 재밌군.
???: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지휘관 동지와 함께 과학부와 상의해 보는 게 좋겠어….
???: 지휘관 동지는 슬슬 일어났나?
→ 여기는……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좋은 아침이다 지휘관 동지. 숙취 해소제라도 가져다줄까?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아니면 아침을 준비해 줄까? 이 시간이라면 아무도 모르게 숙소 살롱에서 먹을 수 있다만.
벨로루시야는 손에 들고 있던 두툼한 책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여느 때처럼 시원한 목소리로 아침 인사를 건넸다.
아무래도 어젯밤은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그녀의 방 소파에서 곯아떨어진 모양이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정말 미안하다. 지휘관 동지가 어제 술자리에서 만취하지 않도록 내가 열심히 마셔서 같이 빠져나오는 상황을 잘 유도하긴 했다만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설계자인 나 자신이 쓰러져 버렸으니 계획에 점수를 매기자면 기껏해야 60점 정도가 되겠군.
그 상황에서 계속 마셨으면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생겼을 테니 벨로루시야에게(그 자리로 한정하자면)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녀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시간은 5시. 구축함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다. 강구트네는 말할 것도 없지…. 열심히 달려가면 다른 진영 사람과도 마주칠 일은 없을 거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내기를 하자. 지휘관 동지는 여기서 나와 함께 집무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일단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를 테지?
………….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하하하. 또 내가 이겼군.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걱정 마라. 나도 서포트 해주지. 본의는 아니다만 너를 이곳으로 안내한 것은 나니까.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15분 뒤 이곳에 연막탄을 살포하겠다. 그 다음 전력으로 질주해서 방으로 돌아가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테지.
어찌됐든 이 상황은 조금 곤란하다. 여기선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좋아, 그럼 정해졌군. 준비는 간단히 끝내자.
벨로루시야가 침대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다들 왜 그리 지휘관 동지를 연모하는지 이제야 알겠군. 후후.
~07. 집무실에서
모항. 집무실…………앞.
오늘도 함대 지휘 업무에 힘써야지, 하고 집무실에 도착했는데…… 문고리에 손을 뻗는 순간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 왜 그러지? 안 들어올 건가?
목소리의 정체는 알고 있다. 북방연합의 전함, 초연한 성격이다만 신뢰할 수 있는 상대다.
???: 그렇다면 내기 하지 않겠나? 네가 놀라서 집무실에 못 들어오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하지만 어젯밤에는 집무실 문을 제대로 잠갔을 터.
……의문을 가진 채로 집무실에 들어가니, 책상에 걸터앉아 진지하게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하하하. 내가 질 거라고 확신했나?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여기, 과학부에 하달할 연구 항목 제안서, 다음 선단 호위 계획 자료는 정리해뒀다. 출장 스케줄도 말이고.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그리고 오늘 전투 컨디션도 최고다. 출격을 명한다면 언제든 싸울 수 있어.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아아, 네 업무도 확실히 있다. 모항의 지휘관으로서…….
벨로루시야의 손에 이끌려 집무 책상으로 가 항상 앉던 의자에 앉았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내 방에 떨어져 있던 집무실 열쇠는 책상 서랍에 넣어뒀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이 자리는 내가 사랑하고, 나를 이끄는 자…… 즉 너만의 것이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하지만……
목덜미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비서함으로서 너를 지원하는 건 내 방식대로……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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