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혼자였다.
혼자서 웃고, 울고
함선으로서 항해하고, 싸우며
모든 것을, 그저 혼자서 짊어졌다.
고독이 아니라, 내게는 「당연한 것」이었던 사실…….
~01. 그녀의 소원
모항. 집무실.
그라프 쉬페: …….
이 모항에 착임한 뒤로 긴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이렇게 비서함으로서 생활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군사원정, 연습, 전투부터 평범한 인사까지, 조금씩 형성되어가는 「일상」.
기쁨이나 슬픔, 고민을 함께 나누며 인정하는 것…. 「배」였던 나에게는 신선한 경험이다…….
「다른 사람과 맞닿는 따스함」.
이 따스함이 마음에 든 것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푹 빠져버린 것 같다.
이대로 가도, 정말 괜찮은 걸까……?
그라프 쉬페: 앗.
그라프 쉬페: 미안해 지휘관. 잠깐 생각 좀 하느라…. 명령할 거라도 있어?
그라프 쉬페: 아무것도 없어? 그래……. 오늘은… 좀 널널하네….
그라프 쉬페: 내가, 하고 싶은 거…?
이다음 일정은 비어있으니 그렇게 묻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만….
그라프 쉬페: 나는…….
……
어째서인지, 대답할 수 없었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것.
그라프 쉬페: 지금은…… 딱히 없어. 여기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
「쉬페가 하고 싶은 것」. …대체 무슨 뜻이지…?
“그러니까, 서로 나누는 거야.”
“즐거움도 고민도 다 말해보는 건 어때?”
“자신이 외톨이라는 생각도 없어질걸?”
~02. 뜻밖의 만남
모항.
상쾌한 바람. 산책하기 좋은 날.
그라프 쉬페: (오물오물)
그라프 쉬페: 지휘관이 말했던… 「쉬페가 하고 싶은 것」…….
「과자를 먹으면서 느긋하게 쉬는 것」…하고는 조금 다르겠지.
……이 「다랑어포」 의외로 맛있는걸?
???: (야옹)
그라프 쉬페: ……고양이?
오프냐가 아니라 평범한 고양이였다.
고양이: (야옹)
그라프 쉬페: 이거 먹고 싶어?
고양이: (야옹?)
그라프 쉬페: 그래. 줄게.
고양이: (야옹)
고양이가 기쁘게 먹고 있는 걸 보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라프 쉬페: 착하다 착해. (쓰담쓰담)
도이칠란트: 쉬페? 거기서 뭐해?
고양이: (냐아~!)
그라프 쉬페: 아, 가버렸다…….
도이칠란트: 뭐야 그냥 고양이네.
그라프 쉬페: 언니 때문에 고양이가 깜짝 놀랐잖아.
도이칠란트: 흥. 저런 하등생물 따위 누가 신경이나 쓴대?
그라프 쉬페: 후훗. 이거, 먹을래?
도이칠란트: 뭐? 이런 애들이 먹을 법한 걸 누가……,
도이칠란트: ……에헴. 고마워. 그래도 역시 필요없어.
도이칠란트: 그보다 내 말 좀 들어봐 쉬페! 어제 연습에서 로열 녀석들이…….
결국 숙소까지 도이칠란트 언니의 끝없는 푸념을 듣게 되었다.
고양이, 괜찮을까…….
“같이 항구에서 출격하고,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아군이 있어서,”
“승리한 뒤 축하 파티에서 같이 떠들거나,”
“패배한 뒤 반성회에서 위로해준다면,”
“고독을 느낄 새도 없어지겠지.”
~03. 전우들
모항. 연습해역.
그나이제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샤른호르스트: 앙? 이걸로 끝? 내 주포는 아직 달아오르지도 않았다고.
그나이제나우: 의욕이 넘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연습해역 사용시간이 지났습니다. …설마 지휘관님의 일정을 깨면서까지 계속 할 셈은 아니죠?
그나이제나우: 비서함인 쉬페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라프 쉬페: 응. 실은 나도 더 싸우고 싶지만, 오늘은 이만 끝내는 게 어떨까요?
샤른호르스트: 오늘은 컨디션도 이렇게나 좋은데…. 시간을 좀 더 길게 잡았으면 좋았을걸…….
그러고 보니 매주 샤른호르스트 자매와 같이 훈련하고 있구나.
그뿐 아니라 실전에서도 서로 돕고 있고.
…………
함께 싸우는 동료라면 지휘관이 말했던 「하고 싶은 것」의 진짜 의미가 뭔지 알지도 몰라.
샤른호르스트 씨, 그나이제나우 씨. 누구에게 물어볼까?
→ 샤른호르스트
→ 그나이제나우
샤른호르스트: 내가 하고 싶은 거?
샤른호르스트: 물론 강해져서 더 강한 적을 쓰러뜨리는 거지.
샤른호르스트: 그 어떤 상대라도 피하지 않는 게 내 방식이라고.
샤른호르스트 씨답네.
그나이제나우: 「하고 싶은 것」인가요. ……좋은 질문이네요.
그나이제나우: 현재 목표는 지휘관님의 보좌와 폭주하기 십상인 언니를 제어하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그나이제나우 씨다운 대답이었다.
그나이제나우: 반대로 쉬페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 「소원」은 뭔가요?
그라프 쉬페: 나…. 내가 하고 싶은 건 딱히 없어. 그냥 여기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그라프 쉬페: 응…. 여기서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때처럼 혼자만 아니라면, 나는…….
………….
어째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거지?
“뭐든지 이해해주는 사람.”
“그래. 네 이야기를 들어줄 뿐만 아니라”
“네 진심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입으로 외톨이라고 말할 수도 없게 되지 않을까? 후후후.”
~04. 동료, 그리고…….
모항.
프린츠 오이겐: 어머. 쉬페잖아.
그라프 쉬페: 프린…. 에, 에헴. 오이겐은 여기서 뭐해?
프린츠 오이겐: 나? 보시는 대로 쉬는 중이야.
프린츠 오이겐: 가끔은 이렇게 멍~ 하니 있는 것도 괜찭지 않아?
그라프 쉬페: 지휘관이 말했던 「하고 싶은 것」…. 오이겐한테도 물어볼까…?
→ 오이겐한테 묻는다.
프린츠 오이겐: 내가 하고 싶은 거?
프린츠 오이겐: 후후후. 지금은 딱히 없는데?
그라프 쉬페: 없어?
프린츠 오이겐: 솔직히 난 지금으로도 만족해. …흐응. 말나온 김에 하고 싶은 거라도 찾아볼까? 재밌을 거 같은데.
프린츠 오이겐: ……그래서, 쉬페는 어떤데?
그라프 쉬페: 나는…….
프린츠 오이겐: “딱히 하고 싶은 건 없어.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 ……맞지?
그라프 쉬페: !!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말을 오이겐이 내뱉었다.
그라프 쉬페: 오이겐…. 어떻게……?
프린츠 오이겐: 그런 거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걸?
그라프 쉬페: 어, 얼굴……?
프린츠 오이겐: 너 같은 타입 여기서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네가 마지막일거라 생각하지도 않지만.
프린츠 오이겐: 그러니까… 싸우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하고 깨달은 순간 오히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게 되는 타입이지.
그라프 쉬페: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게 된다…….
그라프 쉬페: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알 수 있게 돼?
프린츠 오이겐: 글쎄. 내가 너도 아니고, 네 진짜 소원 같은 거 알 리가 없잖아.
그라프 쉬페: 내…… 진짜 소원…….
프린츠 오이겐: 후후. 어쩐지 풋풋하네.
프린츠 오이겐: 뭐, 철혈 애들뿐 아니라 지휘관도 분명 도와줄 거야.
프린츠 오이겐: 나 때처럼…… 말야.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
“나와 함께 싸워주는 사람.”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
“하지만, 그 사람들을 잃게 된다면”
“나는, 「나」로서 있을 수 있을까…….”
~05. 고독감
모항. 숙소.
악몽을 꿨다.
잠에서 깨니,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라프 쉬페: 으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비번에 이 시간이면 숙소에는 역시 아무도 없지.
그라프 쉬페: ……좋아.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요즘 사용법을 알게 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이거라면 옆에 없어도 다들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오늘도 자벨린, 도시락 만들기 열심히 할게요~!」
자벨린……. 뭐랄까, 기운이 넘치는 사람이지.
「눈부신 초여름의 태양. 그것은 하얀 일식이 아닐까.」
피제는 좀 평범하게 말하는 게 좋을 텐데….
「오늘도 모항의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후소 씨. 상냥하네…….
그라프 쉬페: ………….
이게 생긴 뒤로, 모두를 좀 더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라프 쉬페: 오늘도…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있기를.
물론 스마트폰에 의존하지 않아도 모두하고 평범하게 얘기할 수 있고, 같이 잘 지낼 수도 있지만….
어쩐지 나 혼자 거기에 없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라프 쉬페: 어어, 알림이……. 도이칠란트가?
그라프 쉬페: 집무실로 오라니…. 혹시 중요한 일인가?
아니, 전투임무일지도 몰라…….
임무를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고양된다.
역시 내가 있을 곳은…….
~06. 무게
도이칠란트: 왔구나 내 동생.
왜인지 도이칠란트 언니도 같이 있다.
장갑함 자매가 나설 정도로 성가신 임무인가…….
도이칠란트: 쉬페. 잘 들어. 지휘관 너도.
설마 세이렌이…….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어.
도이칠란트: 큭! 이 도이칠란트를 바보로 알아?
그라프 쉬페: 언니를 위해서라도 그 녀석들을 찢어발겨…….
소중한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용서 못해.
그러니 나는 싸울 거야. 지금은. 내가 있을 곳을 지키기 위해서.
……그게 내 소원.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게는, 이것밖에…….
도이칠란트: 쉬페? 무슨 말은 하는 거야?
그라프 쉬페: 어…? 세이렌 얘기 아니었어…?
도이칠란트: 그럴 리가 없잖아! 저 하등생물 따위가 감히 날 바보로 알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도이칠란트: 이 하등생물 얘기야! 내가 널 위해 고른 옷보다 자기가 고른 옷이 귀엽다고 하잖아!
도이칠란트: 하등생물 주제에 이 도이칠란트의 센스에 비길 수 있으리라 생각해? 불손한 것도 한도가 있지!
그라프 쉬페: 어, 어어어!?
소파를 보니 분명 옷 두 벌이 놓여 있다.
날 위해 준비한 옷이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도이칠란트: 흥. 동생아. 지금 당장 이 도이칠란트 님이 고른 옷과 이 하등생물이 고른 옷을 입어봐!
도이칠란트: 그리고 이 아둔한 놈에게 내가 더 센스가 좋다는 걸 증명하도록 해!
그라프 쉬페: 미안. 난 이 의장 때문에…….
도이칠란트: 떼버리면 되잖아! 아 진짜 왜 항상 그 무식하게 크기만 한 의장을 달고 다니는 거야?
도이칠란트: 이 도이칠란트를 보고 배우도록 해! 위엄을 내보이기 위해선 우선 행동거지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라프 쉬페: 그, 그치만…….
이 손은 싸우기 위해 있는 것. 응. 내겐 이것밖에…….
도이칠란트: 쉬페 너 나사를 뭐 이리 꽉 조여 놨어…! 야, 하등생물! 너도 와서 도와!
「초연과 선혈에 물든 이 손으로, 평화를 껴안는 것은 허락되지 않아…….」
그런 건 누가 정한 건데?
……툭 하고, 손에 착용하고 있던 의장이 떨어졌다.
~07. 따스함
도이칠란트: 아하하하하! 봤느냐 하등생물! 내 동생의 귀여운 모습을!
그라프 쉬페: 어, 언니…….
도이칠란트: 흥. 승부는 이미 난 것 같지만, 그렇게 창피 당하고 싶은 거면 특별히 네가 고른 것도 봐주도록 할게.
그라프 쉬페: …….
도이칠란트: ……하, 하등생물 주제에 의외로 괜찮은 초이스네…….
도이칠란트: 그치만! 이, 이건 역시 내 쪽이 이겼어!
도이칠란트: 자, 쉬페! 선택해!
도이칠란트: 어느 쪽이 위인지 네가 정하는 거야!
실은 아까부터 머리가 혼란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내 모습을 본다 해도, 어느 쪽이 위인지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어떻게 하지……?
…….
그라프 쉬페: “그렇게 깊게 생각할 필요 없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돼.” 라고…?
처음부터 나를 이해해주었으니까……
도이칠란트: 어이 하등생물. 내 동생한테 뭘 속삭이는 거야!? 반칙은 용서 못해!
도이칠란트: 쉬페. 네가 맘에 드는 쪽을 골라! 난 믿고 있으니까!
그라프 쉬페: …………후, 후후후후.
도이칠란트: 쉬, 쉬페? 갑자기 왜 그래?
도이칠란트: 하등생물! 동생한테 이상한 말 해서 울린 거면 상어밥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그라프 쉬페: 언니, 그런 거 아냐. 이거 지휘관이 고른 게 아니라 전에 에이잭스가 말했던 옷이라는 게 생각나서…….
그래. 처음부터 불안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어.
내 사소한 고민은, 이렇게나 쉽게 해결될 수 있는걸.
동료, 친구,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이 있는 이 모항, 이 함대가 바로 내가 있을 곳.
그라프 쉬페: 양쪽 다 맘에 든다고 말해도 돼?
도이칠란트: ……하아. 그렇게 말할 것 같긴 했는데.
도이칠란트: 좋아. 애초에 별거 아닌 기싸움이었고, 쉬페가 그렇다면 됐어.
도이칠란트: 하지만! 이번엔 쉬페를 봐서 용서해준 거야! 이 도이칠란트가 너보다 센스가 좋다는 걸 언젠가 꼭 증명해주겠어!
지휘관. 짓궂은 에이잭스. 그리고 도이칠란트급 언니들. 철혈의, 함대의 동료들…….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 딱히 지키는 것을 수용할 수 없음을 의미하진 않아.
그래. 내 소원은 「여기서 계속, 모두와 함께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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