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비서함의 업무?上
모항 - 집무실
다이호: 지휘관님께선 이 서류를 필요로 하시는군요? 다이호는 다 안답니다~.
내가 지시하지 않아도, 다이호는 늘 미리 필요한 걸 준비해준다.
다이호: 지휘관님, 차라도 한 잔 어떠신지요♡
…늘 목이 마르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 다이호는 나에게 차를 가져다준다.
다이호: 지휘관님, 잠시 쉬시는 건 어떠세요? 다이호가 어깨를 주물러 드릴게요.
……마치 어깨가 뭉친 곳이 어디인지 스캔이라도 하는 것 같다.
다이호: ♪~♪~
다이호로 부터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다이호: 지휘관님? 다이호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계셔요♡
→ 대체 왜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건지 묻는다.
다이호: 왜냐뇨, 당연히 지휘관님을 보고 싶으니까죠~.
다이호: 이렇게 지휘관님을 눈에 담지 않으면, 어떻게 제가 지휘관님에 대해 더욱더 알 수 있겠어요?
다이호: 계속, 늘, 쭉, 줄곧, 언제나, 지휘관님을 보고 있기 때문에, 다이호는 지휘관님께서 무얼 생각하고 계시는지 알 수 있고, 지휘관님을 도울 수 있는걸요~.
다이호: 비서함으로써 마땅한 업무가 아닐는지…?
왠지 묘하게 설득력 있네….
다이호: 지휘관님께선 하고 싶은 것만 하셔요. 다른 건 전부 다이호에게 맡겨주시고요~.
다이호: (작은 목소리로) 후후후…. 그래요… 지휘관님의 곁엔 다이호만 있으면 되니까요…….
지금 뭔 말 하지 않았나……? 잘못 들었나…….
~02. 비서함의 업무?下
……좋은 냄새가 난다.
???: 후후후…. 자는 모습도 어쩜 이리 귀여우신지…….
다이호: ……(꼼지락 꼼지락)
다이호: 좋은 아침이에요 지휘관님. 다이호, 조금 전까지 지휘관님을 어떻게 깨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 방이 맞는 것 같긴 한데….
다이호: 우후후, 다이호가 맛있는 조식을 준비했사오니 지휘관님, 우선은 출근 준비부터 하셔요.
방문은 분명히 잠겨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지……일단은 출근 준비부터 하도록 하자.
다이호: 오늘의 조식은 사쿠라 엠파이어식으로 준비해보았답니다. 입에 맞으셔야 할 텐데~.
다이호의 눈이 반짝반짝 거리는 게 느껴진다….
→ 잘 먹겠습니다.
다이호: 지휘관님께선 테이블 매너도 제대로 아시고…. 다이호는 너무 기쁘답니다~.
다이호: 그러고 보니 아까 지휘관님께서 주무시는 동안, 다이호가 방 청소를 해두었어요.
다이호: (작은 목소리로) 아쉽게도 다른 건 더 발견할 수 없었지만…….
무슨 소리야? 도대체……
→ 다이호에게 왜 내 방에 들어왔는지를 물어본다.
다이호: 간단한 일 아닌가요, 지휘관님께서 방문을 걸어 잠그셨길래, 다이호가 방 열쇠를 하나 맞췄을 뿐이랍니다.
다이호: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지휘관님께선 하고 싶으신 것만 하시면 된답니다. 다른 건 전부, 이 다이호에게 맡겨주세요~.
다이호: 지휘관님의 하루 24시간, 일어나 계실 때도 주무실 때도, 일도 생활도 전부 다이호가 처리해드릴게요~.
다이호: ……후후후, 비서함으로써 당연한 일 아닌가요.
왠지 이 아이한텐 밉보이면 큰일 날 것 같다….
~03. 천적 등장?!
모항 - 집무실
다이호: 오늘도 다이호가 비서함을 맡아드리겠어요, 지휘관님~~.
알바코어: 서프라~이즈!!
다이호: 키야아아아아악!! 아, 아아알바코어?!
알바코어: 아하하하하! 지금 깜짝 놀랐지?
난 지금 알바코어의 서프라~이즈 보다, 다이호가 놀라는 모습에 더 놀랐는데….
다이호: 또 당신이군요……!
알바코어: 흐흥? 다이호? 히힛~ 오늘은 기분 어때?
다이호: 덕분에 아주 상쾌하답니다!
알바코어: 그래 그래, 새로운 게임을 찾았는데, 오늘 같이 안 해볼래?
다이호: 다이호는 비서함으로써 지휘관님을 모시고 있답니다. 당신의 게임에 어울려줄 정도로 한가하진….
알바코어: 에~ 그럼 지휘관도 같이 하면 되잖아~. 하자 하자~.
다이호: (이 녀석, 순진한 척 앙탈 부리면서 지휘관에게 꼬리를 치다니…!)
다이호: 알겠어요! 생각해보도록 하죠.
알바코어: 나이스! 그럼 또 올게~. 지휘관, 다이호, 바이바~이!
의외로 사이가 좋구나…….
다이호: 사이가 좋다고요? 저 아이랑? 뭐, 나쁘진 않습니다만.
다이호: 대부분은 저 아이가 제멋대로 불쑥 찾아와선 사람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는 경우가 많죠…….
다이호: 하물며 지휘관님까지 끌어들이다니…. 정말로 속을 모르겠다니까요!
설마 다이호가 이렇게나 절절맬 줄이야…. 이게 바로 소위 말하는 천적 관계라는 건가?
~04. 위험한 동맹
비번에 학교를 산책하다가, 다이호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다.
???: 어머, 다이호…. 만나기가 어쩜 이리 어려운지…. 호호호.
다이호: 다이호는 지휘관님과 있는 시간 말고는 방에 있는 걸 좋아하다보니…. 호호호.
쇼카쿠: 우후후, 역시 다이호 답네요~♪
다이호와 대화하고 있는 건…… 쇼카쿠?
쇼카쿠: 그래도 이렇게 만나보니, 역시 다이호가 더 상냥해서 다가가기 쉬운 것 같네요.
쇼카쿠: 다른 아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자리를 망쳐놓는 어느 선배와는 다르게 말이죠. 우후후♪
다이호: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이 냄새는… 지휘관님?
쇼카쿠: 냄새……? 어머, 지휘관님.
다이호: 역시 지휘관님이셨네요! 아아… 지휘관님께선 다이호를 찾고 계셨던 건가요? 다이호, 감동했사와요~.
헉.
쇼카쿠: 내, 냄새만으로 맞추다니 역시 대단하네요…….
다이호: 지휘관님을 향한 사랑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답니다? 그 아카기 씨에게도 말이죠. 후후후♡
다이호: 하지만 전투력만 놓고 보자면, 확실히 아카기 씨가 전투 경험이 다이호 보다 훨씬 많다 보니 곤란하단 말이죠….
쇼카쿠: 그렇다면, 저와 함께 생각해 볼까요?
다이호: 쇼카쿠 씨와……?
쇼카쿠: 네, 힘을 합치면, 아카기 선배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니까요.
쇼카쿠: 지휘관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지만, 일단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선에서 끝낸다고 한다면… 일단은 괜찮지 않을까.
다이호: 지휘관님께서도 승낙하여 주셨으니, 그럼…….
쇼카쿠: 우후후♪ '안티 아카기 선배 동맹' 결성, 이란 거군요.
다이호: (작은 목소리로) 이걸로 아카기 씨를 잘라낼 패가 일단 하나 손에 들어왔군……. 후후후♡
비서함을 담당할 때 열심히 일하던 얼굴이랑은 완전히 다른 표정을 하고 있네.
기분 탓인진 모르겠지만 다이호의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05. 격돌!
다이호와 학교 순찰을 나갔다.
다이호: 아카기 씨, 카가 씨, 안녕하세요.
카가: 다이호인가……. 지휘관과 모항 순찰인가. 수고가 많네.
아카기: 지휘관님~. 다이호……, 칫.
아카기: 후후, 후후후후후……. 그러고 보니, 지휘관님의 주변에 요즘 벌레가 자꾸 돌아다닌다는 얘길 들었는데…….
아카기: 이거, '청소'를 또 한 번 해야겠군요…….
아카기의 몸 주변에서 검고 붉은 화염이 이글이글 불타는 느낌이 든다.
큰일 났군. 이대로라면…(물컹) 다이호가 갑자기 내 팔짱을 꼈어?!
다이호: 어머 그거 참 안 됐네요~. 지금 지휘관님의 곁에 있는 건 바로 다이호랍니다. 아카기 씨♪
다이호: 하지만 안심하세요. 다이호가 아카기 씨 대신 해충을 전부 깔끔히 '청소'해드릴 테니까요~.
아카기: 이 녀석이……. 지휘관님 방의 열쇠를 복사하고는, 매일 밤마다 나쁜 음모를 꾸민다는 게 바로 너로구나…….
다이호: 후후후♡ 어머, 아카시를 협박해서 지휘관님께서 출장 가신 사이 도시락 식재료를 전부 본인이 먹던 걸로 바꾼 건 바로 아카기 씨 아니었던가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서로를 째려보는 두 사람 사이에선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스파크가 튀기고 있다. 오른팔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천국과도 같은 감촉…. 하지만 이 분위기는 마치 지옥과도 같다.
카가: 지휘관, 너도 참 고생이구나…….
카가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이호: 이렇게 지휘관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다니…….
다이호: 다이호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네요~.
오늘도 비서함인 다이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 듯 보인다.
다이호: 다이호는 비서함으로써 지휘관 을 보살피고, 지휘관님은 하고 싶으신 걸 마음껏 하시면,
다이호: 언젠가는, 다이호도 지휘관님도 그 보답을 받을 수 있겠죠.
다이호: 그러면, 두 번 다신 그때의 후회를 하지 않을 테니까요…….
다이호에게 있어, 비서함이 되어 함께 지내는 건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걸까?
~06. 의존증?
모항 - 집무실
언제부터인가 다이호가 비서함을 맡는 것에 익숙해졌다.
다이호: 지휘관님, 오늘 확인하셔야 하는 서류는 전부 여기 놔두었습니다.
다이호: 우선적으로 하셔야 될 건 위에, 중요하지 않은 건 밑에, 보시지 않아도 되는 건 쓰레기통에 넣었답니다.
다이호: 따로 지시하실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다이호에게 말씀해주셔요~♡
다이호: 지휘관님,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차를 준비해두었으니 식기 전에….
다이호: 오늘 저녁 메뉴엔 지휘관님께서 어제 유키카제와 말씀하셨던 오리지널 요리를 넣었습니다♪
다이호: 아 그리고, 목욕 준비도 전부 마쳐놓았습니다. 혹시 어깨가 뭉치셨다면 먼저 다이호가 마사지를 해 드릴게요.
다이호: ……왜 그러세요? 그러면 혹시…….
다이호: 다이호와 함께 목욕하시겠어요? 다이호를 드셔 보시겠어요? 아니면~ 다이호와 그런 짓을… 해버릴까요? 우후후♡
지금 이 대화도, 언젠가는 일상이 되겠지. 그렇게 막 생각한 찰나…….
약간 과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비서함으로써의 다이호는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가끔은 자신을 생각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다이호에게 하루 휴가를 써보길 권유했다.
다이호: …………………지휘관님…….
그녀의 표정에 기쁨과 감사함 말고도, 처음 보는 쓸쓸함이 느껴졌다.
다음날, 다이호는 모습을 감추었다.
~07. 사라진 다이호
다이호가 방에 올 때의 그 향기, 방을 청소할 때의 소리, 그리고 준비해 주는 아침 식사의 냄새조차… 전부 사라졌다.
……다이호?
쇼카쿠: 지휘관님, 무슨 일이시죠? 안색이 굉장히 안 좋아 보이는데….
쇼카쿠: 다이호요? …아뇨 전 못 봤습니다만…. 그 아이는 계속 지휘관님과 함께 있었던 게 아닌가요…?
집무실에 들어와도, 늘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서류가 보이지 않는다. 휴가를 떠난다고 내게 연락 한 번 없었다….
알바코어: 지휘관?! 다행이다……. 빨리 와줘! 다, 다이호가….
알바코어: 미안! 나, 어제 "잡지에서 봤는데, 너무 헌신적인 여자는 미움받을 가능성이 있대~" 하고 다이호한테 농담을 했는데,
알바코어: 그냥 농담이니까 그땐 별 생각 없었는데, 나중에 다이호가 갑자기 방으로 쾅! 하고 들어가선, 지금까지도 나오질 않고 있어…….
알바코어: 부탁해 지휘관! 다이호를 방에서 꺼내줘! 아마 지휘관 말이라면 들을 거야!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대충 짐작이 간다….
→ 문을 두드리고 내가 왔음을 알린다.
다이호: 지휘관님…….
다이호: 파르르 떨리는 다이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이호: 계속… 다이호가 하는 모든 것은 전부 지휘관님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었는데, 지휘관님의 마음을 단 한 번도 헤아리지 못했었어요….
다이호: 어제 알바코어에게 그런 말을 듣곤, 다이호는 처음으로 스스로가 너무 밉고 싫었답니다.
다이호: 하지만 다이호는 지휘관님을 정말로 사모한답니다…. 온종일 머릿속엔 온통 지휘관님 생각 뿐…. 그런 다이호는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 "지금처럼 내 곁에 있어주면 돼."
다이호: …지휘관님께선 다이호가 싫으시니까, 휴가를 권한 게 아닌가요?
다이호: 다이호가 귀찮게 굴고, 지휘관님의 모든 걸 알고 싶어하고, 지휘관님께서 모든 걸 다이호에게 맡겨주었으면 하고, 지휘관님께서 다이호를 늘 필요로 하길 바라는데,
다이호: 그래도 다이호가 싫지 않으시단 말씀이신가요?
흐느끼는 다이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 "그래도 괜찮아"
다이호: ………….
다이호: 정말…… 이시죠?
다이호: 다이호가 싫어진 게 아니라, 다이호를 적당히 달래려는 게 아니라, 다이호가 정말로 정말로 좋아서 하시는 말씀이시죠?
…————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문이 강하게 열렸다.
다이호: 지휘관니이이이임!!
질문에 따로 대답할 필요는 없겠지. 알바코어도, 다이호도, 그리고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대답은 바로 "널 좋아해" 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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