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원뢰
~01. 구름 속의 방문자
중앵 본섬. 어느 곳.
여우 가면을 머리에 비스듬히 걸치고 있는 한 소녀가 손수레를 밀며 길게 이어진 산길을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야마시로: 후우…. 아직도 멀구나아….
야마시로: 정비된 길이라서 걷기는 편하지만….
야마시로: 유명한 관광지였으니까 이렇게 장기간 출입을 금하면 오히려 더 눈에 띌 텐데.
야마시로: 관계 없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왜 관계자까지 쉬쉬해야 하는 걸까?
야마시로: 그리고 자재를 운반하는데 차를 쓰면 안 된다니. 숲의 신께서도 차 소리 정도는 용서해 주실 거 같은데….
야마시로: 손수레하고 마차만으로 나르는 건 야마시로한테는 무리야~
야마시로: 돌아가면 "화포 부품도 마차로 나르는 게 어때?"라고 한번 말해볼까?
야마시로: ……아니 아니! 만약 진짜로 "그럼 마차로 하자"라고 얘기가 나오면 어떡해! 방금은 없었던 걸로.
야마시로: 일단 아카기 씨 말대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나중에 회수할 수 있도록 산기슭에 놔두고….
야마시로: 중요해 보이는 것들은 이렇게 산너머로 옮기고…….
야마시로: 아까까지 비가 왔으니까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서 가야지――
야마시로: 우와아앗!? 넘어진다!
수많은 넘어짐 경험?을 살려 소녀는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미끄러질 뻔했던 손수레를 붙잡았다.
야마시로: 위, 위험했다……. 안에 실린 게 부서지면 큰일나….
야마시로: ……야마시로, 집중 집중!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야지!
산길이 완만해지더니 이윽고 고풍스럽고 위엄 있는 목조 건물이 소녀의 눈에 들어왔다.
야마시로: 도착~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신가요―?
미나즈키: 시라누이, 손님이야!
시라누이: 야마시로이옵니까? 어서 오시지요.
야마시로: 미나즈키, 시라누이. 안녕~
시라누이: 이런 곳에 손님이라니 별일이로군요.
야마시로: 산을 폐쇄한 건 시라누이 아니었어?
시라누이: 아니옵니다. 소녀도 명령에 따랐을 뿐이옵니다.
시라누이: 그러면 야마시로 뒤에 있는 손수레는….
야마시로: 그게 말이지. 아카기 씨가 보낸 선물이야.
야마시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건 산기슭에 두고 왔지만, 중요한 건 직접 건네주라고 그랬거든.
야마시로: 그럼, 일단 여기 둬도 될까?
시라누이: ……그렇사옵니까. 예, 그쪽에 두시지요.
미나즈키: 야마시로 씨, 아카기 씨한테 전해줘!
미나즈키: 어흠. "확실히 받았다" 라고!
야마시로: "확실히 받았다"! 응, 알겠어!
시라누이: 정말 고생 많으셨사옵니다.
야마시로: 괜찮아 괜찮아! 이것도 일이니까! 야마시로는 아직 볼일이 남아서 이만 실례할게!
시라누이: 조심하십시오. 방금 전까지 비가 와서 산길이 매우 미끄럽사옵니다.
야마시로: 아하하하…. 이미 알고 있어….
미나즈키: 바이바이! 잘 가―!
야마시로: 바이바이! 미나즈키!
~02. 청명하나 파도 높음
중앵 낙도. 미카사의 저택.
미카사: 청명하나 파도 높음. 드물게도 좋은 날씨로구나.
콩고: 정말 그렇군요, 미카사 대선배님. 그리고 오랜만에 둘이서 하는 다과회이지요?
미카사: 다과회…? 음… 확실히 오랜만이로군.
콩고: 네. 로열에 머물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콩고: 그때 대선배님께서는 중앵의 총기함으로서 로열을 방문하셨었죠?
미카사: 그래…. 꽤나 오래전 이야기지….
미카사: 유럽의 전 세력이 총출동하여 세이렌에게 대반격을 가한다는 사실에 모두 들떠 있었지 말이야.
미카사: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레드 액시즈라면서――
미카사: 아니, 그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함세. 그보다 시나노가 간다는 사디아 박람회 말이다만. 콩고,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콩고: 시나노 씨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는 세계박람회 말씀이신가요? 무사시 씨의 지시라고 들었습니다….
콩고: 무사시 씨의 지시니까 분명 무언가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글쎄요….
미카사: 여기 있는 사람은 나와 그대뿐일세. 마음놓고 말해도 괜찮네.
미카사: 시나노가 받은 명령은 무사시가 내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콩고: 그렇…네요. 시나노 씨를 사디아로 보낸다는 것에 무언가 위화감이 들긴 했어요.
콩고: 세계박람회 목적이든 단지 예의상 방문이든, 둘 다 시나노 씨가 대표로 갈 만한 일은 아니죠.
콩고: 특히 철혈에서 세이렌에게 선전포고를 한 후의 일이니까… 시나노 씨는 중앵 본섬에 있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콩고: 그렇다고 상층부가 무사시 씨의 이름을 사칭했을 리도 없고…. 무사시 씨의 속내는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콩고: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대선배님께 초대장을 보낸 것도 무사시 씨 아닌가요?
콩고: 대선배님이시라면 그 자리에서 직접 전말을 확인하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미카사: 그래서 말인데… 내 자네에게 긴밀히 상의할 일이 있네.
미카사: 무사시에게 온 초대장이 아무래도 나만을 초대한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일세.
콩고: 미카사 대선배님 말고도 누군가를 초대했다면… 즉 일종의 훈련일까요?
미카사: 음. 훈련이라고 쓰고 "체-스"라고 읽는 별난 무언가 같더군.
콩고: 체스……?
미카사: 훈련 해역에 신묘한 결계를 만들어 놓았으니 신생중앵연합함대 모두가 꼭 찾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더구나.
미카사: 개중에는 자네의 이름도 들어 있어서 말일세. 자, 한번 훑어 보겠나?
잠시 후――
콩고: 무사시 씨가 직접 언급해 주시다니 영광이군요.
콩고: 단지… 훈련이라지만 이 규칙은 너무 복잡한 거 아닌가요?
미카사: 음. 나도 일단 훑어 봤네만 어딜 봐도 횡설수설이어서 말이지. 자네 생각도 그렇다니 마음이 좀 놓이는군.
미카사: 허나 무사시의 초대이니 만큼 거절은 할 수 없겠지. 평범한 훈련이 아니라 중앵의 미래에 대한 논의일 수도 있으니까.
콩고: "미카사 님을 포함한 3명에게 초대장을 보냈다."라고 쓰여 있는데 다른 2명은 누구일까요…?
미카사: 나가토에게도 확인해 보았는데 그 아이도 초대장을 받았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미카사: 남은 한 명은 아마 아카기겠지.
콩고: 나가토 님은 아마 대선배님과 공동 전선을 펼칠 테니 상대는 무사시 씨와 아카기 씨라고 생각해야겠군요.
미카사: 음. 하여 우선은 자네와 작전을 의논하고 싶네.
미카사: 이 훈련에서 나와 무사시, 아카기, 나가토는 기본적으로 바다에는 나서지 않고, "사령"으로서 명령을 내리네.
미카사: 그리고 각각 부하로 함선을 5명씩 데리고 갈 수 있지.
콩고: 네. 저는 미카사 대선배님의 부하고, 하루나와 히에이는 나가토 님의 부하로군요.
콩고: 그리고 결계… 즉 훈련 해역에 들어가는 함선에게는 특수한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 이것도 사전에 준비된 사항인가요?
미카사: 음. 부하 역을 맡은 자네들에게는 각각의 "역할"이 주어지네.
미카사: 그리고 물론 우리도 사령 역할에 따른 특수한 능력이 있지. 훈련 때는 이를 행사해서 전투에 개입할 수 있어 보이는군.
콩고: 즉 미카사 대선배님께서 함께 싸워 주실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군요.
미카사: 그렇다네. 아마 그것에도 무언가 의도가 있을 테지.
미카사: 그리고 결계는 사령의 심경이나 시류에 따라 변화하며, 그때마다 훈련에 참가하는 함선에게 영향을 미친다는군.
콩고: 심경과 시류………….
콩고: 그렇군요. 그게 무사시 씨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네요.
콩고: "사령"―― 즉 중앵의 함선들을 이끄는 존재가 지혜를 모아 "부하"들을 보다 나은 승리로 이끈다…….
미카사: 그래. 누구의 길이 가장 중앵에 적합한가를 논하는 것과 같지.
미카사: 훈련이라는 자리뿐만이 아니라 사전 준비에서 이미 승부는 시작된 것일세.
콩고: 미카사 대선배님. 이 훈련은 아카기 씨가 준비한 건가요? 아니면 무사시 씨가?
미카사: 글쎄. 지휘관의 조언일지도 모르지. 이는 참가하지 않으면 모르겠구나.
미카사: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훈련 준비를 단단히 하고, 불변으로서 만변에 응하는 것일 뿐이네.
미카사: 나가토에게도 잘 준비하라고 전해 두어야겠어. 콩고…… 아니, 역시 내가 직접 가는 게 낫겠군.
미카사: 오항전에 전언을 부탁하네. 지금 조사 중인 것에서 무언가 찾아내면 나에게 연락하라고 말일세.
콩고: 알겠습니다. 맡겨 주세요.
콩고: 좋아. 하루라도 빨리 결과가 나온다면 이 무의미한 내분도 끝이 날 게야――
~03. 흐리고 비구름 있음
중앵 본섬. 어느 곳.
즈이카쿠: 시중에 유통되는 서적부터 고문서까지, 온갖 자료가 모이는 중앵 최대의 도서관…….
즈이카쿠: 기밀 정보를 다 조사해봐도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니 낡은 종이 자료에 거는 수밖에.
즈이카쿠: 데이터와 달리 종이라면 원본을 수정해도 흔적이 남고, 전부 바꿔 썼다고 해도 어딘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생길 거야.
장서실의 무수한 책장 사이를 거니는 즈이카쿠. 값비싼 고문서에 둘러싸여 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즈이카쿠: 대선배가 말한 대로야. 「성지」와 관련된 문헌 대부분이 다른 문헌과 앞뒤가 맞지 않아.
즈이카쿠: 나가토 님이 잠들어 있었던 신목과 제사의 섬에 대해서도….
즈이카쿠: 뭐 자료나 전승 같은 게 있긴 했지만 단권이어서 교차 검증이 안 되거나 애초에 전승 자체가 수상한 게 많았어.
즈이카쿠: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오래되어 보이도록" 조작한 것처럼…….
즈이카쿠: 어쩌면 중앵――우리들의 전승에 누군가가 개입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즈이카쿠: 그렇다고 해도 대체 언제부터…….
계속해서 자료를 찾으려던 즈이카쿠는 어느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키사라기: 즈, 즈이카쿠 언니도 책 보러 온 거야?
즈이카쿠: 키사라기? 하하하, 너도?
키사라기: 저기… 키, 키사라기는, 말을 전하러 왔어…….
키사라기: 즈이카쿠――――
키사라기: "흐리니까 얼른 돌아가는 게 좋다."라고.
즈이카쿠: 흐리니까……? 고마워. 볼일이 끝나면 바로 돌아갈게.
키사라기: 그, 그럼 키사라기는 갈게….
키사라기: 얼른 집에 가…….
다시 자료를 읽기 시작한 즈이카쿠를 한 번 돌아보고, 키사라기는 자리를 떠났다.
즈이카쿠: 키사라기가 왜 여기까지 왔지? …뭐, 신경 쓰지 말자.
즈이카쿠: 확실히 비가 내릴 것 같네…. 돌아가기 전에 우산이나 하나 살까.
즈이카쿠: 아차차, 지금은 일분일초가 아까워! 얼른 대선배가 말한 걸 조사해야 하는데…….
도서관 조사가 일단락되자 창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즈이카쿠: 우와, 시간이 벌써 이렇게…….
즈이카쿠: 오늘은 이쯤 할까…. 응! 내일도 힘내자!
즈이카쿠: 비가 엄청 오네…. 가기 전에 우산 사야겠다.
겉옷을 걸치고 매점으로 향하려는 찰나, 우산을 든 소녀가 즈이카쿠 앞에 나타났다.
유라: 즈이카쿠 씨. 괜찮으시다면 이 우산을 쓰세요.
즈이카쿠: 유라! 고마워! 너도 도서관에서 뭐 찾아보고 있었어?
유라: 아닙니다. 저는 즈이카쿠 씨에게 무사시 씨의 지시를 전하러 왔습니다.
즈이카쿠: ……어? 무사시 씨?
유라: 네. 즈이카쿠 씨는 중앵의 대표로서 지금부터 철혈의 대양 기지를 방문하라고 하셨습니다.
즈이카쿠: 갑작스럽네…. 어디 있는 기지야? 방문은 그렇다 치고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 거지?
유라: 그것은 듣지 못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자세한 내용은 즈이카쿠 씨가 출발하면 추후에 전달한다는 것뿐입니다.
유라: 항구까지 이동하는 차가 벌써 밖에 도착해 있습니다. 그걸 타시고 바로 출발하세요.
즈이카쿠: 비오는 날에 출항은 좀 싫은데…… 아니, 잠깐. 지금?! 바로 출발하라고?!
유라: 네. 무사시 씨가 직접 명령하셨습니다…….
즈이카쿠: 알겠어. 바로 갈게.
즈이카쿠: (왜 이런 때에…? 무사시 씨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지……?)
즈이카쿠: (뒷일은 쇼카쿠 언니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겠네…. 으으, 조사가 잘 진행돼야 할 텐데…!)
즈이카쿠: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내 행운이 쇼카쿠 언니한테 나누어지기를…!)
~04. 중앵의 바람
중앵 낙도. 어호(御狐) 신사.
나가토: 어찌 이런……. 이 몸이 떠나고 난 뒤로 아무도 신사를 수리하지 않았나 보구나.
신사뿐만 아니라 과거 중앵의 신자가 모셔져 있던 신목의 꽃도 지금은 말라비틀어져 그야말로 영혼 없는 껍데기가 되고 말았다.
검게 물든 강철의 벚꽃――그 이름대로 철의 폐허에 둘러싸인 검은 거목이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나가토: 중앵의 어호인 짐은 일찍이 동료들을 전란에 휘말리게 한 후회와 죄책감으로 인해 이 신목에 스스로를 봉했노라.
나가토: 무츠, 그리고 즈이카쿠와 미카사 님 덕택에 다시 깨어날 수 있었지만, 「중앵」을 구할 수는 없었다…….
나가토: 미카사 님의 말씀대로 짐은 아직 미숙하구나…….
나가토: 중앵의 백성에게 추앙받는 어호로서도, 연합함대의 기함으로서도.
카와카제: 송구합니다. 제가 그 때 나가토 님을 막을 수 있었다면…….
나가토: 자책하지 말거라. 교사를 받았다고는 하나, 이 신목에 스스로를 봉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짐의 결단이었다.
나가토: 감회에 잠기는 것은 이쯤으로 하고,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꾸나.
나가토: 쇼카쿠. 지금 이곳에는 짐이 신뢰하는 자들밖에 없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가토」로서의 본심이니라.
쇼카쿠: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무엇이죠? 대선배님과 즈이카쿠에게 부탁받은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쇼카쿠: 그리고 이 신목…. 어호 신사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나가토: 음.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기로 하지. 첫째. 짐이 본섬을 떠날 때는 대형함의 호위가 따르게 된다.
나가토: 그래서 그대를 고른 것이다. 즈이카쿠처럼 어딘가로 보내지는 일이 없도록 말이니라.
쇼카쿠: 즈이카쿠가 철혈로 파견된 것을 말씀하시는 거로군요.
나가토: 음. 짐은 상층부의 소행이라고 여겼다만, 무사시에게 확인한 결과 시나노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직접 내린 지시인 것 같더구나.
나가토: 하지만 그대는 내 호위를 맡는 것으로 결정했으니, 이것으로 무사시도 상층부도 그대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없을 것이다.
나가토: 당분간은 짐과 동행하도록 하여라.
쇼카쿠: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뭘 하면 되죠?
나가토: 그대는 짐과 함께 보물 「와타츠미」의 단서를 쫓고, 무사시가 준비한 「훈련」에 나가게 될 것이다.
나가토: 그대도 알다시피 「잔불」은 우리가 제사의 섬에서 보관하고 있던 「와타츠미」가 가짜라고 주장하였다.
나가토: 그 때는 그저 헛소리라고 치부했지만, 훗날 정말로 「와타츠미」가 가짜와 바꿔치기 당했다는 것이 판명되었노라.
나가토: 즉――그 「잔불」이 말하기 전까지, 이 몸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나가토: 진짜 「와타츠미」 철혈에 한 번 건네졌고, 그 후 아카기가 다시 회수해 갔다고 들었다만, 그 「와타츠미」조차 진짜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나가토: 지금까지 짐을 포함한 모두는 단지 제사의 섬에서 신석을 모시는 의식을 수행하기만 했을 뿐, 그것의 정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하였다.
나가토: 언제, 누가 이 「와타츠미」를 중앵의 보물로 삼았는지.
나가토: 보물을 촉매로 사용하면 함력이 없는 함선을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은 누가 퍼트렸는지.
나가토: 그리고 「와타츠미」와 「성지」는 도대체 무엇인지――모두 알아내야만 한다.
카와카제: …! 나가토 님. 이 앞에 있는 건물은 누군가가 청소를 한 흔적이 있습니다.
카와카제: 저희 말고도 누군가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가토: 흠. 그런가……….
나가토: (신목에 무언가 결계가 쳐져 있군…. 우리의 조사를 방해할 셈인가? 아니면…….)
나가토: 카와카제, 쇼카쿠. 경계를 엄중히 하여라. 짐은 지금부터 신목을 조사하겠노라.
나가토: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이 나가토가 전부 드러내 주마――)
~05. 스페어 보디
???·???
금속의 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공장 시설 안에서 차례차례 인간형 세이렌 유닛이 생산되고 있었다.
키이: 세이렌의 공방은 이런 느낌이군…. 일반적인 양산함과는 전혀 달라.
키이: 그리고…… 단순한 인간형이 아니라 상위 개체의 스페어 보디야…….
키이: 애초에 이 스페어 보디는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 거지?
???: 「공방」은 경면해역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되어 있어요. 잘만 유도하면 당신들이라도 이 공방의 세이렌을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을 겁니다.
키이: 터무니없는 얘기군. 이놈들을 양산함처럼 전력으로 믿어도 된다는 건가?
???: 물론이죠. 콜록콜록……. 당신들의 적인 세이렌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외형은 닮았어도 어디까지나 간이형 스페어 보디. 적 세이렌――진짜 상위 개체하고는 천지 차이입니다.
키이: 후후. 정말로 그 상위 개체를 조종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설명 고마워.
키이: 안내는 이쯤하고 슬슬 쉬지 그래? 지금 네 안색은 누가 봐도 걱정할 거야.
???: 괜찮습니다. 제 몸은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콜록콜록…. 이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어요.
???: 그때까지는 계획을 실행해야만 합니다……. 스페어 보디 견학은 이제 충분하겠죠?
키이: 그래. 테스터에 퓨리파이어, 컴파일러, 오미터……. 「장기말」처럼 진짜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군.
키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 “왜 옵저버가 없는가”, 인가요?
키이: 후우, 정확하네…….
???: 옵저버는 세이렌의 「단말」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입니다.
???: 테스터들을 관리·총괄하고 있는 개체이기 때문에, 스페어 보디의 구조도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죠.
???: 간이형 보디조차 생산 난이도가 매우 높고, 본체만이 조종할 수 있는 병장이 있기 때문에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 들이는 수고에 비해 도움이 되지 않아요. 확실하게 전력 밖입니다.
키이: 그래……. 잘 알겠어. 그럼 한 사람이 비는군….
???: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겉모습만 재현한 것이라고 해도 열심히 한 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콜록콜록……. 이쪽을 봐주세요.
「공방」의 조명 장치가 다른 스페어 보디와는 떨어져 있는, 지금까지 어둠에 감싸여 있던 곳을 비추자 「세이렌」 한 기가 나타났다.
키이: 이건……?
???: 네. 당신들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 아카기 씨가 알고 있는, 그 「상위 개체」의 정보 기록을 주입한 최고의 「장기말」입니다――
~06. 남색 봉인
중앵 본섬. 어느 곳.
카가: 이 대나무 숲만 벗어나면 거의 다 와가는군……. 여전히 황폐한 곳이구나.
카가: 여동생…. 만날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군.
무츠키: 카가 언니다! 안녕!
카가: 무츠키냐. 뭘 하고 있지?
무츠키: 무츠키는 축제에 쓸 불꽃놀이하고 사탕을 나눠주러 왔어! 그리고 전언도 있어! 자! 사탕 줄게!
카가: ……그래. 고맙다. 이카즈치하고 이나즈마도 있었구나.
카가: 토사는 저래봬도 꽤 성가시고 제멋대로인 녀석이다. 무츠키를 괴롭히면 되갚아줘도 괜찮아.
무츠키: 응! 그치만 무츠키는 이제 돌아갈 거야! 또 봐!
카가: 그래. 가다가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라.
무츠키: 응! 카가 언니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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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앵 본섬. 어느 곳.
카가: (아마기 씨 대신 내가 항모가 되고, 지휘관이 나타나면서 과거가 바뀌어 토사도 무사히 살아남았다만…….)
이나즈마: 안녕하세요, 카가 씨. 토사 씨는 지금 부재 중입니다.
카가: 들어가도 괜찮겠나? 돌아오길 기다리마.
이카즈치: 과연…? 그치만 토사 씨는 자기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어.
이나즈마: 아까 무츠키가 왔을 때도 저희가 밖에서 같이 놀아줬어요.
카가: ……좋다. 밖에서 기다리지.
이카즈치: 과연! 토사 씨는 요즘 축제 때문에 엄청 바빠서 말야.
이나즈마: 불꽃놀이를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으시니까요. 아마 오늘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카가: (이런 인적이 드문 곳에서 불꽃놀이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그런가.)
카가: 미안하다, 이카즈치, 이나즈마. 토사가 언제 돌아올지 정말 모르나? 꼭 전할 말이 있다.
이카즈치: 과연! …그치만 이카즈치는 모르겠어. 이나즈마는?
이나즈마: 이나즈마도 몰라요. 아, 혹시 무사시 씨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카즈치: 과연! 무사시 씨라면 토사 씨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겠네!
이카즈치: 카가 씨가 만나고 싶다고 하면 꼭 들어줄 거야!
카가: 무사시……. 그래. 생각해 보마.
카가: 오늘은 이만 물러가마. 둘 다 잘 지내거라.
이카즈치: 잘 다녀와-!
이나즈마: 다녀오세요――
~07. 돌아가는 길
중앵 본섬. 어느 곳.
아카기: 컴파일러의 패배와 특이점 너머에서 본 것……. 내 움직임도 포함해 모두 프리드리히의 계획대로였어.
아카기: 지휘관님을 뵌 것은 좋았지만, 손바닥 위에서 조종당하는 그 느낌……. 정말 최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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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 경면해역 내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악장을 아름답게 연주하려면 모든 악기가 올바르게 울려야 하는 법.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가능성을 넓히고 치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카기. 너도 따라오겠니?
아카기: 더는 당신의 계획에는 관심 없어요. 이 이상 놀아나는 건 사양이에요.
아카기: 당신의 악장은 여기서 일단 끝을 맺지만, 나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으니까요.
아카기: 여기서 작별입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마음대로 하렴. 네게는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단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동료들의 미래를 개척하려는 너. 소중한 것을 구하려는 소망을 이루고 싶은 너. 사랑하는 자를 품어 주고 싶은 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 모순으로 가득 찬 협주라고 해도 남을 즐겁게 하기에는 충분하겠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또 보자꾸나, 아카기. 그 때까지 건강하렴.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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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기: 「와타츠미」는 중앵으로 돌아왔고, 철혈에 대한 정보…, 그리고 지휘관님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입수했어.
아카기: NA해역의 중심부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성과가 차고 넘칠 정도로 이번 작전은 성공했어.
아카기: 이제는 이 아카기가 움직일 차례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 순간 창밖에서 파란 불길을 휘감은 새 형상의 식신이 방으로 들어와 아카기 앞의 책상에 멈추었다.
아카기: 카가의 전언인가…?
카가: 죄송합니다, 언니. 아직 토사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카가: 모두 저의…… 카가의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카가: 이카즈치와 이나즈마의 말에 따르면 토사의 행방은 무사시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아마 직접 그녀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카가: 그리고 무츠키 역시 무언가 말을 전하러 찾아왔었습니다.
카가: 조만간 언니께도 누군가 찾아오지 않을까 합니다.
아카기: 그래……. 고생했구나. 카가.
아카기: 그 때 만약 지휘관님께서 나타나지 않으셨다면 나도, 카가도…….
아카기: 아마기 언니. 역시 저는 언니처럼은 될 수 없어요. 저는…… 저는 이렇게밖에는…….
아카기: ……………………….
아카기: 가족이 화목하게 지냄을 뜻하는 무츠키(睦月/정월)….
아카기: 그것을 전하고 싶어서 보낸 거로구나.
진츠: 아카기 씨. 실례합니다.
아카기: ……! 진츠? 무슨 일이지?
진츠: 아무래도 타이밍이 나빴던 것 같군요. …무사시 씨의 말을 전하러 온 아이가 있습니다.
진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대신 응대해도 상관 없습니다만….
아카기: 괜찮아. 들이도록 하렴. 무사시의 전언이라면 내가 직접 듣는 것이 합당하지.
아카기: 역시 그렇게 나왔군, 무사시.
아카기: 네가 기어코 나서겠다면 나도 내 계획을 추진하겠어.
아카기: 새로운 연극의 시작이야. 후후후, 후후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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