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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물달 제비꽃의 새벽바람 上

킹루클린 2023. 3. 18. 17:23
 ~01. 운해의 누각

 

――이곳은 중앵의 성지. 고귀한 자손을 모시는 곳.
 
하늘을 찌를 정도의 누각. 그 최상층 노대에서 검은 머리의 여성이 눈앞의 운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침 안개도 막지 못한 찬란한 햇빛이 복도의 나무 바닥에 그녀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 폭풍의 방문……인가.
 
하얀 구름 너머 먼 곳에 숨어 있는 뇌우의 징조. 그것을 알아차린 듯 만뢰가 멈춘 그 순간 바람 한 점 없이 정적이 주변을 감쌌다.
 
???: 이 결계 속이라면 영향은 받지 않겠지만… 바깥은 황천이 되겠구나.
 
검은 머리의 여성이 실내로 돌아가려던 때, 희미하게 새소리가 들려왔다.
 
???: 제비…? 혹시 폭풍을 피해서…….
 
손을 뻗어 보니, 결계에 휘말린 것 같은 나약한 생물――작은 제비가 손에 앉았다.
 
???: 안전한 곳을 찾아 날아든 게냐? 그렇다면 어리석구나.
 
???: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대기도 불안정하고 맑은 날씨도 금방 무너지기 마련. 대비 없이 단지 도망만 다녀서는 장생을 도모할 수 없을 것이야.
 
???: 이 결계 속의 누각은 그대 같은 약자를 비호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나?
 
말이 통한 듯 제비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 “비로소 지금, 비가 계속 내리는, 오월이로다”
 -역주) 아케치 미츠히데, 혼노지의 변 이전 아타고산 연가회에서
 
???: 계절어는 알맞지만 그 시의 내용은 좀 불온하지 않습니까? 무사시 씨.
 
검은 머리의 여성. 연합함대 기함의 자리를 물려받은 야마토급 중 한 명. 전함·무사시는 뒤를 돌아보았다.
 
실내에는 자신 말고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사시: 경치만 따졌을 뿐 깊은 의미는 없어. 그보다 벌써 손님이 온 건가?
 
???: 네. 결계 바깥에 계시니 슬슬 다음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콜록콜록.
 
무사시: 그래.
 
최상층에는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무사시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앉아 있던 제비는 운해로 날아갔다.
 
(똑똑)
 
사카와: 무사시 씨, 실례합니다. 아카기 씨 일행이 벌써 결계 밖까지 오셔서 지금 와카츠키가 안내하고 있어요.
 
무사시: 그래. 너도 응접실에서 준비를 하렴. 곧 떠날 테니.
 
사카와: 알겠습니다!
 
무사시: …………….
 
무사시: 처음으로 온 자는 아카기, 그대로구나.
 
무사시: 약자는 비호하지 않는 이 결계이다만…….
 
무사시: 이 몸이 대신 폭풍으로부터 지켜 주마. 후후후.
 
 
철혈의 반격을 지켜보고, 보물을 가지고 돌아온 아카기
신목의 결계를 따라 세이렌의 흔적을 찾는 나가토
조각난 전승을 단서로 진상을 추구하는 미카사
그런 그녀들에게 한 통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무사시. 장소는 「성지」
각각 데려올 수 있는 동료는 5인까지
“자, 함께 한 국 두시겠나――?”
 
 
 ~02. 대국
성지 누각. 응접실.
 
와카츠키: 미카사 님, 나가토 님. 이쪽으로 오세요.
 
미닫이문을 열자, 미카사와 나가토는 먼저 도착해 있던 아카기, 그리고 초대자 무사시의 모습을 발견했다.
 
미카사: 설마 아카기가 먼저 왔을 줄이야. 자네는 제일 늦으리라고 생각했다만.
 
미카사: 유럽에서의 일이 끝나고 드디어 홀가분해진 게로구나. 하하하.
 
아카기: 대선배야말로 건승해 보이시니 다행입니다. 그보다….
 
아카기: 중요한 훈련이니 만큼 무사시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나가토: 미안하다, 무사시. 기다리게 했구나.
 
무사시: 괜찮아. 그대들이 올 때까지 아카기와 환담을 나누고 있었으니까.
 
무사시: 애초에 전원 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왔는걸. 자, 앉으려무나.
 
나가토: 음…. 그럼 다행이다만…….
 
와카츠키: 나가토 님, 미카사 님. 차를 가져왔습니다.
 
나가토: ………좋은 향이로군.
 
미카사: 흠. 여행의 피로를 단번에 날려주는 좋은 향이로다. 누가 준비한 것이지?
 
무사시: 하나즈키가 준비했어. 그 아이가 무슨 찻잎을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길래 나도 돕긴 했지만.
 
미카사: 그런가. 그렇다면 우리가 마시고 있는 이 차에는 무사시의 몫도 들어 있는 게로군.
 
무사시: 그럴지도 모르지. 찻잎도 섞이면 누가 준비했는지 알 수 없는 법이야.
 
무사시: 미카사 대선배가 맛있다고 느꼈다면, 하나즈키의 덕이겠지.
 
미카사: 그리 겸손하게 굴 필요 없네.
 
각자 차를 즐기고 있던 와중, 눈앞의 반상 위에 「바둑판」의 홀로그램이 솟아났다.
 
아카기: 훈련장의 준비가 끝난 것 같군요.
 
미카사: 흠. 이것이 우리가 「지휘」를 보게 되는 「바둑판」이로구나. 여기 나타난 게 “홀로그램―”이라고 하는 겐가?
 
나가토: 상당히 정교한 만듦새로군. 무사시. 이것은 혹시 훈련장 내부를 그대로 재현한 게냐?
 
무사시: 한눈에 알다니 역시나네. 맞아.
 
무사시: 그대들도 오는 도중에 봤겠지? 이 「바둑판」은 그야말로 훈련장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
 
무사시: 누각 밑에 있는 결계…. 그 안에 이 반상과 같은 모양의 훈련장이 있지.
 
무사시: 각자 데려온 「부하」들은 지금쯤 사카와에게 설명을 듣고 훈련장 곳곳에 배치되는 중일 거야.
 
미카사: 과연. 떨어진 장소에서 지휘를 겨룬다고 들었기에 대체 어떤 장치일지 궁금했네만….
 
미카사: 동료들을 「부하」로 삼아 훈련장에 배치하고 이곳에서 명령을 한다는 겐가.
 
무사시: 초대장에 쓴 대로 이 훈련은 각자의 「부하」를 지휘하여 더 많은 득점을 한 자가 승리한다.
 
무사시: 그리고 이 훈련에서는 그대들의 지휘… 때로는 심상을 그대로 반영하도록 되어 있어.
 
미카사: 심상이라. 분명 횟수 제한은 있을 테지만, 우리의 의사로 훈련장에 있는 동료들에게 무언가 효과를 주는 것이었지?
 
무사시: 맞아. 어떤 심상이든 규칙에만 따르면 어떤 형태로든 훈련장 안에 반영할 수 있어.
 
아카기: 즉 이 훈련을 빌려 우리의 진심을 나누어 보자는 뜻이군요.
 
아카기: 그렇다면 신생연합함대 분들은 동료들 지키고… 지휘에 있어서는 전함을 더욱 강하게 하는 효과를 부여하는 걸까요?
 
아카기: 대선배께서 데려온 아이 중 전함이 많은 것을 보면 그럴싸하게 보입니다만.
 
미카사: 그것까지 노린 것은 아니네. 마음이 맞는 아이들을 모았더니 자연스레 이렇게 된 게야…. 그 말대로라면 자네도 전함을 데려왔을 테지?
 
나가토: 아무튼 각자가 지휘하는 군세와 그 강점은 사전에 알 수 있다는 거로구나.
 
무사시: 맞아. 본심을 숨기려고 해도, 자신의 행동 원리까지는 완전히 숨길 수 없겠지.
 
나가토: 흠……. 그렇다면 무사시. 그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짐과 미카사 대선배가 손을 잡으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을 터인데.
 
나가토: 모두 같은 수의 군세라면 이 대국은 초장부터 아카기의 열세다. 그대도 그것은 알고 있지 않나.
 
나가토: ……뭐, 좋다. 균형을 꾀한다면 그대는 필시 아카기에 가세하겠지.
 
나가토: 아카기의 편성은 항모 중심인가.
 
아카기: 대선배와 똑같습니다. 깊은 생각은 없었고, 그리고 항모라면 모두들 데려왔을 테니까요.
 
나가토: 그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군. 그대의 편성에는 항모가 네 명이나 있다. 허나 짐과 미카사 대선배는 한 명뿐이니라.
 
나가토: 즈이카쿠가 그리 되지만 않았더라면…….
 
통신: ―――
 
무사시: 사카와. 훈련장 준비는 끝났나?
 
사카와: 네! 모두 시작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지시를 내려 주세요!
 
무사: 좋아. 그럼――
 
홀로그램 「바둑판」에 가볍게 손가락을 갖다 대자, 각 「사령」의 「부하」와 양산함을 나타내는 네 가지 빛깔이 떠올랐다.
 
무사시: 훈련 시작 전인 지금이라면 마지막으로 배치를 변경할 수 있어.
 
무사시: 이곳에서 지휘·지시를 내리면 저쪽 통신기에 해당 내용이 하달돼.
 
무사시: 물론 평소대로 말을 해도 좋아. 하지만 저쪽의 정보는 이 반상 위에 표시된 내용 말고는 전혀 도착하지 않아.
 
무사시: 동료들의 상황을 확인하고 싶다면, 그야말로 자신의 심상을 강하게 바랄 수밖에 없어.
 
나가토: 그리고 배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동시가 아니라 자신의 턴이 돌아올 때마다 한 번인가.
 
무사시: 그래. 반상에서 하는 것이니 나름대로의 제한을 부과해야지.
 
무사시: 무엇보다 지휘에 따르는 심상은 말이나 글과 같은 형태를 이루지 않기에, 훈련장에 반영되고 나서야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어.
 
무사시: 지휘관 흉내를 낼 셈은 아니지만, 그대들도 일군을 이끄는 몸. “지휘” 내용은 일관적이어야 유리하겠지.
 
나가토: 설명 고맙다. …허면 이 훈련의 승패는 어찌 결정하는 것이냐?
 
무사시: 보다 많은 수――즉 차지한 「거점」의 수로 정해지는 겐가?
 
나가토: 그리고 부하의 배치를 바꿀 때 만약 다른 부하와 배치가 겹치면 어찌 해야 하지?
 
미카사: 거점을 차지하면 점수를 얻는다라. 다른 조의 부하와 싸우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네만….
 
아카기: 하지만 부하의 이동을 방해받으면 쓰러트릴 수밖에 없어요. 상대의 부하를 제거하고 거점을 빼앗기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군요.
 
무사시: 그래. 거점에는 훈련의 적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도 있어. 제거하지 않으면 차지할 수 없지.
 
무사시: 그리고 부하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지금까지의 훈련처럼 진짜로 다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무사시: 전투 불능이 되면 그대로 퇴장해도 좋고, 설령 남겠다고 하더라도 공격 대상에선 제외되니까.
 
무사시: 다만 일단 전투 불능이 된 부하에게 사령의 지휘는 전달되지 않아. 그리고 훈련장에서 부여되는 효과도 잃겠지.
 
무사시: 실질적으로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야. 순순히 밖으로 나가 주는 쪽이 바람직하겠지.
 
무사시: 그대들이 걱정할 일은 없을 거야.
 
나가토: 알겠다. 그대가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겠지.
 
아카기: 좋아요. 슬슬 훈련을 시작해도 될까요?
 
무사시: 그래. 애초에 규칙 운운하기보다는 내 생각을 말하기 위함이지, 내가 그대들을 초조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야.
 
무사시: 그럼 사전 합의대로, 우선은 아카기의 지휘를 보도록 하지――
 
 
 
 ~03. 결계의 풍경
 
훈련해역, 1턴째(아카기).
 
하늘을 가린 먹구름. 우뚝 솟은 기계성―― 세이렌 기술을 활용한 훈련해역은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묘한 것은 훈련해역을 말 그대로 “가르는” 빛의 존재였다.
 
빛으로 인해 해역은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눠졌으며, 해당 구역마다 훈련의 승패를 결정하는 점수가 설정되어 있었다.
 
류호: 무사시 씨가 준비한 훈련장……. 세이렌의 경면해역에서도 이런 장치는 본 적이 없습니다.
 
카가: (내 기억이 맞다면 이 결계는 아카기 언니께서 맨 처음 옵저버에게 받고, 무사시에게 건네주었던 것인데…. 어떻게 이렇게 개조한 거지……?)
 
류호: 저기 있는 건… 설마 제사의 섬입니까? 겉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형상이 매우 유사합니다!
 
야마시로: 진짜다! …이 훈련해역에는 중앵의 성지를 모티브로 한 시설들이 많이 있는 거 같아요!
 
야마시로: 저희가 있는 곳은… 아카기 씨의 저택 같네요!
 
야마시로: 제사의 섬에 신목도 있고――아! 얼마 전에 발견된 용궁도 있어요!
 
류호: 어호(御狐)님께서 집전하시는 거대한 나무……. 가본 적은 없지만 나가토 님께서는 스스로를 저 안에 봉하고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류호: 즈이카쿠가 속한 신생중앵연합함대가 일깨워서 복귀하셨다고 하셨었죠.
 
야마시로: 그랬던 거 같아요! 야마시로도 들어서 알아요!
 
야마시로: 그런데 훈련해역 안에서는 저희의 전력도 조정되는 거 같네요. …아까부터 몸이 좀 무거워서….
 
미유키: 응. 공평성을 위해서 각각의 의장 성능이 조정된 거 같아….
 
미유키: 그렇지 않으면 대형함을 많이 데려온 쪽은 화력이 너무 강할 테고, 항모는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으니까….
 
미유키: 그래서 장비나 장갑이나 의장은 실제 성능이 아니라 이 훈련장에서만 적용되는 특수 사양이 된대.
 
미유키: …덕분에 미유키도 쓸모가 있어져서 다행이야.
 
야마시로: 그래서 야마시로가 함재기를 사용할 수 있구나~! 흐흥~ 모처럼이니까 잘 써야지~
 
야마시로: 고마워, 미유키!
 
미유키: 으, 응! 미유키도 도움이 되어서 기뻐……!
 
야마시로: 응 응. 같이 힘내자! 야마시로도 어디까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츠: 쓸모없는 역할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훈련은 우리의 힘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사령 분들께서 서로가 품은 생각을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진츠: 그러니만큼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 아닌가는 우리의 판단이 아니라 위에 있는 사령 분들께 달려 있습니다.
 
진츠: 만일 함선끼리 싸우게 되더라도 그 결과는 의장이나 전술이 아니라 의지에 따라 달라질지도 모르겠군요.
 
야마시로: 의지인가요…. 그럼 일단 저희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나머지는 열심히 노력하면 되겠네요!
 
야마시로: 함재기를 사용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니까 활약할 수 있다면 활약해 보고 싶어요!
 
야마시로: 그치만 이곳은 서로가 생각을 나누는 자리니까, 야마시로, 일단은 모두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동하겠습니다!
 
진츠: 좋은 마음가짐이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것도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답니다.
 
야마시로: 그런가요……?
 
진츠: 뭐, 조만간 알게될 겁니다.
 
그 때, 함선들의 상공에 천둥을 본뜬 거대한 상징이 나타났다.
 
야마시로: 와왓! 대체 뭔가요?
 
미유키: 저건… 아카기 씨의 「지휘」야―― 우리한테 명령을 내리고 있어.
 
카가: 그래. “서둘러 인근 구역의 거점을 탈취하라”로군. 모두, 가자.
 
 
 
 ~04. 공수 겸비
훈련해역. 1턴째(미카사).
 
훈련해역 상공에 나타난 거대한 천둥 모양 상징이 사라지자 아카기의 부하들은 차례로 행동을 개시했다.
 
하구로: 저 큼직한 상징은…. 아카기 씨, 처음부터 크게 나오는 거 같슴다.
 
하타카제: 오히려 첫수니까 화려하게 나갈 필요가 있지. 아카기도 똑같은 생각일 거야.
 
하타카제: 각 함대의 초기 위치는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다른 함대보다 먼저 거점을 차지하면 흐름을 탈 수 있어.
 
하구로: 하지만 거점을 차지하려면 적 역할을 맡은 양산함을 쓰러트려야 함다.
 
하구로: 어디, 정중앙의 「탑」은 10점. 사방에 있는 제사의 섬이나 신목 같은 구역 거점은 5점. 나머지 거점은 모두 1점.
 
하구로: 총 50점을 놓고 아카기 씨와 나가토 님, 무사시 씨, 미카사 대선배가 서로 빼앗는 검까…….
 
하구로: 그럼 확실히 먼저 움직이는 게 유리하겠슴다…. 점수가 높은 거점은 다 중앙에 모여 있으니까….
 
키누: 서두르지 마. 대선배도 분명 생각이 있으실 거다. 우리는 지휘에 따를 수밖에 없어.
 
콩고: 대선배께서는 아카기보다 신중하게 움직이실 테지만요.
 
키누: 무슨 뜻이지? 우리는 중앙의 거점을 공략하지 않는다는 건가?
 
콩고: 자신의 턴이 돌아와야만 지휘를 할 수 있으니, 지금은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콩고: 그리고 미카사 대선배의 성격으로 보면 먼저 나서진 않으실 거예요.
 
콩고: 대선배께서 움직이시는 때는 “백발백중의 포 일 문”처럼 상대의 틈을 노려 한 방에 끝낼 수 있을 때입니다.
 -역주) “백발백중의 포 일 문이 백발일중의 포 백 문보다 낫다.”, 도고 헤이하치로가 했다고 전해지는 말.
 
콩고: 그 때까지는 나가토 님의 서포트에 충실하고, 전황의 흐름을 상대에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하타카제: 선수필승이 아니라 후발제인(後發制人)이라는 건가. 역시 미카사 대선배답군.
 
키리시마: 아카기 씨의 함대는 아무래도 중앙 거점을 노리는 것 같진 않아.
 
키리시마: 우선은 무사시 씨 함대가 있는 쪽의 거점을 차지했어. ――아마도 무사시 씨와 쉽게 연계할 수 있도록 그런 거겠지.
 
하타카제: 호오. 미카사 대선배가 나가토와 협력하듯이 아카기도 무사시와 협력하려는 모양이군.
 
하타카제: 예상대로 2대2가 되었다만…. 미카사 대선배는 과연 어떻게 움직일까.
 
그리고, 미카사의 첫 번째 「지휘」가 내려졌다.
 
키누: ……드디어 우리 차례가 돌아왔나.
 
키리시마: 다음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아카기 씨의 부하들은 현재 거점에서 움직일 수 없어. 그럼 우리는….
 
하구로: 아카기 씨 같은 상징은 안 나왔슴다…. 미카사 대선배는 역시 상황을 보시는 검까?
 
콩고: 명령이 떨어졌어요. 목표는 거점 AB56. 아카기 씨 함대가 있는 쪽의 경계선이에요.
 
하구로: 아카기 씨…? 우리는 나가토 님을 서포트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님까?
 
하타카제: 글쎄….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말도 있고, 여기서 아카기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겠지.
 
콩고: 무사시 씨가 당장 나가토 님께 무슨 수를 쓸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일단은 아카기 씨를 견제하겠다는 의도일지도 모르겠네요.
 
콩고: 상대방에게 공격과 방어라는 선택지를 두고 양자택일하게 하는 전형적인 미카사 대선배의 전략이죠.
 
하구로: 공수를 겸비한 작전이라… 역시 미카사 대선배임다…….
 
콩고: 모두 지시를 재검토하세요. 곧 출발합니다.
 
 
 
 ~05. 어호의 축복
훈련해역. 1턴째(나가토).
 
히에이: 아카기 씨, 미카사 대선배, 나가토 님, 무사시 씨 순서로 차례를 정한 것에는 무슨 이유라도 있을까요?
 
하루나: 히에이 언니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거 아니에요? 그냥 앉은 순서대로 정한 걸지도 모르는데.
 
히에이: 후후후. 미리 정해둔 자리로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것도 연회 준비의 일종이랍니다.
 
하루나: 그러니까… 이 순서도 미리 정해놓은 거라고요?
 
히에이: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하루나 말대로 제가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네요.
 
하루나: 그럼 다행이지만…. 나가토 님도 아카기 씨나 대선배처럼 무사시 씨와의 경계 쪽을 공격하려나.
 
나가토: 짐의 지휘를 전하마.
 
나가토: 하루나와 하루츠키는 무사시와의 경계에 가까운 구역으로 이동하여 함대의 발을 묶도록 하여라.
 
나가토: 양산형 함대는 「신목」 거점을 둘러싸듯이 포진하라.
 
나가토: 히에이, 카와카제, 쇼카쿠는 이웃 거점을 공략하고 다음 지시까지 대기하여라.
 
나가토: 첫 번째 차례부터 그대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아니되겠지.
 
나가토: 짐이 이곳에서 서포트를 해줄 터이니 안심하고 나아가거라.
 
나가토가 말을 마치자 함대 상공에 방패 상징이 나타났고, 함대 앞에 실드가 생성되었다.
 
카와카제: 나가토 님께서 친히 저희를 지켜 주시다니……!
 
쇼카쿠: 이 실드가 있으면 피해 없이 거점을 공략할 수 있겠네요.
 
하루나: 나가토 님은 상황을 살피기 보다는 우선 가까운 거점부터 착실하게 공략하려는 거네.
 
히에이: 현재의 안정, 그리고 동료가 상처받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나가토 님께서 바라시는 미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히에이: 나가토님답군요. 후후후.
 
하루츠키: 네. 그리고 나가토 님은 아카기 씨나 미카사 대선배님과는 달리 직접 저희에게 말을 전해주셨어요.
 
히에이: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있겠다는 뜻이겠지요. …멋진 마음가짐이십니다.
 
카와카제: 어호님의 지시가 내려졌다! 망설일 이유는 없다. 전력으로 주군의 명령을 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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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해역. 1턴째(나가토).
 
거점 주변 구역을 정리하면 함대는 거점으로 돌입할 수 있다.
 
그곳에는 적 역할을 맡은 세이렌의 스페어 보디가 배치되어 있으며, 이를 쓰러트리면 거점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카와카제: 컨덕터의 스페어 보디…. 경면해역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어.
 
하루나: 세이렌이 있다고!? 뭐, 컨덕터 정도라면 아직 여유롭지만….
 
쇼카쿠: 방심은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지금은 의장이 조정된 상태라 평소대로의 실력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이렌에게도 무언가 조정이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쇼카쿠: 그보다 도대체 왜 이곳에 세이렌의 스페어 보디가 배치되어 있는지가 더 궁금하네요.
 
하루나: 세이렌 특유의 꺼림칙한 분위기는 안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아군도 아닌 것 같아.
 
쇼카쿠: 무사시 씨는 결계라고 하셨지만, 저는 이곳이 일종의 경면해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쇼카쿠: 아카기 선배도 어줍잖게 얼버무렸으니까 아마 확실하겠죠.
 
쇼카쿠: 물론 경면해역을 실험이나 훈련 목적으로 사용해도 상관은 없지만…….
 
쇼카쿠: 철혈의 「탑」 사건처럼 진짜 세이렌이 섞여 들어오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쇼카쿠: 이번엔 아카기 선배는 제발 좀 가만히 계셨으면 좋겠어요!
 
쇼카쿠: 즈이카쿠에게 부탁받은 일도 있고, 혹시라도 나가토 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큰일이니까요!
 
히에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훈련장은 우리의 심상을 반영한다고 들었습니다.
 
히에이: 아카기 씨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저희는 주변을 경계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06. 훈련을 즐기자!
훈련해역. 1턴째(무사시).
 
치요다: 무사시 씨의 지시가 왔어! 대선배 때처럼 상징은 안 나왔지만.
 
스즈츠키: 서두르지 말고 승기를 노리자~ 는 걸까?
 
스즈츠키: 그런 고로 와카츠키! 거점 공략의 선봉을 부탁하마!
 
와카츠키: 네! 맡겨 주십시오! 와카츠키, 출진합니다!
 
무사시의 명을 받고 와카츠키는 한발 앞서 양산형 함대를 이끌고 목표 구역으로 향했다.
 
사카와: 무사시 씨는 다른 분들과는 전혀 다른 전략을 택하셨네요.
 
스즈츠키: ? 전략…? 무사시 씨가 노리는 건 뭔데?
 
사카와: 뭘 노리는지까지는 모르는데요? 하지만 무사시 씨만 5점인 「용궁」 거점을 공격하려고 하니까, 다른 분들과 다른 건 일목요연하죠?
 
스즈츠키: 그렇구나― 거점은 한번 점령하면 다른 함대가 빼앗을 수 없으니까 점수가 높은 거점부터 노리는 게 당연하겠지!
 
스즈츠키: 용궁을 먼저 차지하면 다른 함대보다 앞설 수 있어!
 
스즈츠키: 나가토 님의 함대는 여기까지 밀고 들어올 생각은 없는 거 같지만, 그래도 조만간 맞부딪칠 거야.
 
스즈츠키: 그때까지 점수를 많이 확보하고 있으면 부딪친다고 해도 여유가 생기고 함대도 자유롭게 움직이기 쉬우니까!
 
사카와: 서로 싸워서 소모된 상태라면 거점을 공격한다고 해도 꽤 고전할 테니까요.
 
스즈츠키: 잘만 되면 중앙에 있는 「탑」 거점까지 단숨에 밀고 들어갈 수 있어……. 역시 무사시 씨야!
 
사카와: 그, 그 정도는 사카와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무사시 씨는 역시 대단해요!
 
스즈츠키: …아! 사카와, 나 방금 엄청난 거 깨달았어!
 
사카와: 뭔데 뭔데요? 알려줘요!
 
스즈츠키: 이대로 「탑」까지 공략하면 우리가 이기는 거 아냐?
 
사카와: 먼저 15점을 따려고 그런 위험을 감수할 사람이 있을까요?
 
스즈츠키: 그치, 그래도 아카기 씨는 왠지 그럴 거 같단 말이지…. 치토세하고 치요다는 어때? 아카기 씨가 순순히 무사시 씨한테 승리를 안겨줄까?
 
치토세: 모, 모르겠어……. 아카기 씨는, 평소에 다정할 때하고, 무서울 때하고, 사람이 엄청 달라지니까……….
 
치요다: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단 말야~
 
사카와: 그건 무사시 씨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스즈츠키: 그것도 그래…. 무사시 씨가 우리한테 훈련 얘기 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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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 사카와, 와카츠키, 스즈츠키, 치토세, 그리고 치요다. 너희들에게 이번 훈련의 부하 역할을 맡기겠어.
 
무사시: 캐묻지 말도록. 너희는 그저 반상 위의 「장기말」처럼 내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돼.
 
무사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단지 스스로의 심상을 따라서, 훈련의 긴장감과 신선함을 즐기도록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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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와: ――새삼스럽지만 이 훈련 굉장히 신선하긴 해요….
 
사카와: 대항 훈련이라면 가끔 있었지만, 이렇게 게임 같은 훈련은 별로 없었고….
 
사카와: 결계도 그렇고 다 처음 겪는 거라 아까부터 놀라기만 하는걸요!
 
치요다: 난 무사시 씨가 했던 “무슨 일이 일어나든”이 계속 걸려. 대체 뭐가 일어나는 거길래?
 
사카와: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어디까지나 훈련이고, 누가 다칠 일도 없다고 그러셨으니까요.
 
치요다: 그치만 어쨌든 싸우긴 하잖아? 훈련탄도 맞으면 꽤 아프다니까.
 
사카와: 뭐어…… 훈련이니까요.
 
사카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건 「사령」 분들이 결정하는 거예요. 저희는 그저 판의 일부일 뿐이니 지금 이 상황을 즐기기만 하면 돼요.
 
사카와: 그나저나 나가토 님, 미카사 대선배, 아카기 씨, 무사시 씨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게 얼마 만이죠?
 
사카와: 이 훈련장의 거점 시설――용궁에 신목, 제사의 섬에 아카기 씨의 저택도 각자의 정취가 들어가 있고요.
 
사카와: 무사시 씨는 분명 이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어서 의욕적이셨던 게 틀림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도 즐기라고 그러셨던 게 아닐까요?
 
스즈츠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다 계획된 거겠지?
 
스즈츠키: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하나…? 훈련을 즐기라는 건 이기든 지든 별 상관 없다는 거야? 이 훈련에서 무사시 씨는 얻을 게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스즈츠키: (훈련장은 참가자의 심상을 반영한다고 그랬지. 무사시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조만간 알 수 있을까….)
 
와카츠키: 아―아― 들리세요? 와카츠키, 목표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스즈츠키: 와카츠키! 거점의 방비는 어때?
 
와카츠키: 네! 확인 결과 테스터의 스페어 보디로 보이는 적을 발견했어요!
 
사카와: 테스터? 스페어 보디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좀 궁금하네요.
 
사카와: 계속 아카기 씨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도 얼른 출발해요!
 
 
 
 ~07. 대국Ⅱ
성지 누각. 응접실.
 
미카사: 소거점이 아니라 바로 용궁으로 밀고 들어가다니. 으음. 좋은 기세로고.
 
무사시: 전장의 흐름을 손에 넣어야만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법이지. 대선배라면 내 의도를 알고 있을 텐데?
 
미카사: 과연 자네의 생각대로 잘 될까? 그 거점의 수비가 상위 개체의 스페어 보디라면 5인 함대로는 그리 쉽게 점령할 수 없을 터이네.
 
무사시: 그 때가 바로 나의…… 여기 있는 사령들의 심상과 지휘를 증명할 때지. 전력을 다하면 다음 차례까지는 떨어질 거야.
 
무사시: 고맙게도 나가토 님이 빈틈을 보였으니 이를 이용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
 
나가토: 그대와 다툴 생각은 없다. 이쪽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짐도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야.
 
나가토: 만일 거점을 둘러싸고 싸움이 일어난다면 그대가 제공한 강화 양산함에게 맡기면 될 터이니.
 
무사시: 그것도 좋지. 양산형이라고는 하지만 세이렌 기술을 사용한 만큼 그 전력은 만만하지 않으니까.
 
무사시: 이번 훈련의 양산함은 제사의 섬에 나타났던 것보다 더욱 강화되었어. 만약 훈련장의 제한이 없다면 수 합 정도의 격전은 견뎌낼 거야.
 
나가토: …세이렌 기술에 대하여는 짐이 이해할 수가 없구나.
 
무사시: 그러면 다른 날을 잡아서 그 힘을 직접 어호님께 보여드리는 걸로 할까?
 
나가토: 그대의 사정만 맞다면 짐은 괜찮노라.
 
나가토: ……흐음? 무사시. 아무래도 그대의 부하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 같군.
 
나가토: 다음 차례까지 점령하겠다고 하더니――그대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겐가?
 
무사시: 그것도 있고, 아무래도 운 역시 나의 편이 아닌가 보구나. …대부분의 공격이 빗나간 것을 보면.
 
미카사: 즉 다음 차례까지 자네의 병력이 그곳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이지. 노림수가 허사가 되었구만. 하하하.
 
무사시: 후후후. 대선배의 말대로야…. 내가 약해진 틈을 타 공격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는데.
 
미카사: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은 인접한 나가토나 아카기지 내가 아니잖은가.
 
아카기: 어머. 저는 등 뒤에서 무사시를 찌를 생각은 추호도 없답니다. 그보다 나가토 님. 통신기 사용법은 알고 계시죠?
 
아카기: 훈련장에 있는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려고 꼭 직접 말을 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나가토: 물론 알고 있노라. 짐은 단지 이런 차가운 방식이 싫을 뿐이다.
 
나가토: 동료들은 반상 위의 「장기말」이 아니라 짐과 같이 살아 숨쉬는 사람―― 가능하면 전문이 아닌 직접 목소리로 전하고 싶구나.
 
나가토: 이 훈련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라면 짐의 발언 하나하나가 그대들에게 들린다고 해도 반칙은 아닐 테지?
 
아카기: 물론입니다. 지휘 내용을 구태여 공개하는 것도 계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카기: 다만, 그렇게 한마디 한마디 모두 입에 담다 보면…… 정작 마음에 담아두고 싶을 때는 숨길 수 없게 된답니다.
 
나가토: ……동료를 쏘라는 겐가.
 
아카기: ……중앵을 보다 나은 미래로 이끌기 위함이라면, 비록 바라지 않더라도 그 정도의 각오는 필요하죠.
 
나가토: ………………그대의 각오는 잘 알았노라.
 
무사시: 여기까지군. 다음은 아카기, 네 차례야.
 
 
 
 ~08. 심상? 공상?
훈련해역. 2턴째(무사시). 용궁 거점.
 
와카츠키: 갑니다! 와, 와카츠키의 오의――트윈 블레이드 브리즈!
 
―――!!
 
수줍게 기술명을 외치고 와카츠키는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풍압과 함께 빛의 참격이 겹겹이 발사되어 테스터의 스페어 보디를 크게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정말로 필살기 같은 공격이었다――
 
사카와: 와, 와카츠키… 방금……?
 
사카와: 대단해요! 어떻게 한 거에요? 평상시에도 쓸 수 있어요? 그럼 최강인데!
 
와카츠키: 아, 아뇨…. 와카츠키는 그게, 눈앞의 적을 쓰러트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더니 전에 본 영화가 생각나서…….
 
와카츠키: 혹시 이게 무사시 씨가 말하셨던 “심상의 반영”이라는 걸까요!?
 
치토세: 와카츠키의 심상은… 적을 쓰러트리고자 하는 마음이었어…? 아니면 필살기야……? 저기, 참고하고 싶으니까, 가르쳐줘…….
 
와카츠키: 글쎄요…. 머릿속으로 그리는 느낌일까요.
 
와카츠키: 기합을 넣고 뛰어드는 것만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을 테니까, 그럼 몇 번이고 베어 보자…. 그러고 보니 최근에 엄청 멋진 기술을 봤었지… 하고 생각했더니….
 
치토세: 그렇구나……. 나, 나도 멋진 필살기를 쓸 수만 있다면…….
 
치요다: 괜찮아 치토세 언니!
 
사카와: 응? 혹시 뭐라도 떠올랐어요?
 
치요다: 응, 그럭저럭! 나하고 치토세 언니는 원래 연계 공격을 잘하니까, 다음에 같이 공격해보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치토세: 아까 폭격도 느낌이 좋았어. ……맞지는 않았지만, 위력이 올라간 느낌이야…….
 
치요다: 사카와도 필살기 하나 생각해 봐. 이번 훈련을 놓치면 또 언제 이런 기술을 쓸 수 있을지 모르잖아!
 
사카와: 과연…. 후후후, 그렇다면―― 다음번에는 와카츠키한테 지지 않는 “사카와 귀신 베기”로 상대하겠어요!
 
사카와: 기대하세요! 사카와의…… 와왓, 안 돼 안 돼, 여기서 무심코 발동하면 안 되지!
 
사카와: 아, 그러고 보니 필살기는 역시 기술명을 외치는 게 좋을까요?
 
와카츠키: 상상하기 쉽도록 외치는 게 좋을지도…요.
 
사카와: 진짜요!? 아까 치토세하고 치요다는 아무 말도 안 했었는데!?
 
치요다: 그거야 아직 이미지가 굳어져 있지 않았으니까! 뭐어… 나하고 치토세 언니라면 굳이 기술명 따위 안 외쳐도 되지만….
 
사카와: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도 생각해 봐야겠네요.
 
스즈츠키: 아직 테스터를 해치운 것도 아닌데 너무 긴장감 없는 거 아냐?
 
문득 뒤를 돌아보니 아까까지 최전선에서 테스터와 싸우고 있던 와카츠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대신――
 
지금까지 후위를 담당했던 스즈츠키가 원래 와카츠키가 있던 자리에 나타났고, 몸 주변에 한순간 “교체”를 나타내는 상징이 반짝였다.
 
스즈츠키: 뭐, 뭐야 갑자기…!? 어? 얘들아? 내가 왜 여기 있지?
 
스즈츠키: 어어… 와카츠키는…… 다행이다! 어디 갔나 했더니 그냥 나하고 위치가 바뀐 거구나…!
 
사카와: 아마 무사시 씨가 와카츠키가 피해를 입은 걸 보고 스즈츠키하고 교체한 게 아닐까요?
 
스즈츠키: 그것보다 나도 필살기 써보고 싶어! “스즈츠키, 혼란태도무쌍!” 같은 거!
 
스즈츠키: 공격 대상은 하늘에 있는 적이 좋을까~ 여기 적은 부유 무기를 사용하니까 그걸 한 방에 전멸시킨다면……. 음, 그치만 적이 적을 때는 별로 안 멋질 거 같은데….
 
스즈츠키: 뭐 됐어! 사용하기 편하면 충분하지!
 
스즈츠키: 자, 이 몸이 온 이상 일당백! 와카츠키의 원수! 이 스즈츠키가 갚겠노라!
 
 
 
 ~09. 해무
훈련해역. 3턴째(아카기).
 
아카기 함대의 차례가 오자 훈련장 상공에 갑자기 구름 상징이 나타나고, 일대가 안개로 뒤덮였다.
 
야마시로: 아, 안개!? 무무무무슨 일이지?
 
진츠: 상징이 나타났다는 것은 아마도 아카기 씨가 무언가의 심상을 반영했다는 뜻이겠죠.
 
진츠: 보기에는 훈련장 전체에 안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아카기 씨는 2개의 심상 효과를 사용했군요.
 
야마시로: 지, 진짜로 괜찮은 걸까…. 세이렌은 보통 공격하기 전에 안개를 내보낸다고 나리께 들은 적이 있는데….
 
진츠: 그렇다면 통신기를 확인해 보죠. 세이렌의 해무라면 통신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카가: 통신기, 계기, 전자기기는 모두 정상 작동하고 있다. 이건 평범한 안개 같군.
 
카가: 아니, 아직 판단하긴 일러. 아카기의 심상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 안개는 분명 우리에게 유리한 효과가 있을 거다.
 
카가: ……때마침 연락이 왔군. 흠. 과연 언… 아니, 아카기로군.
 
카가: 이 안개는 수면 위를 얇게 감싸고 있을 뿐이다. 함재기의 발착에 영향은 없고, 고도를 높이면 바로 안개에서 벗어날 수 있어.
 
류호: 그 대신 안개 덕에 다른 함대는 저희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겠군요.
 
카가: 아아. 지금이라면 큰 제한 없이 적은 인원으로 다른 거점을 몰래 공격할 수 있다.
 
카가: 중앙의 「탑」, 그리고 5점 거점 말고는 인간형 개체 하급 유닛만 존재한다. 항공 지원만 있다면 혼자라도 상대할 수 있어.
 
미유키: 그, 그럼 미유키는 미카사 대선배 쪽으로 가서 나가토 님과의 경계선에 있는 거점을 견제할게….
 
미유키: 혼자가 되는 건 무섭지만, 히, 힘내야지…….
 
카가: 고생 시켜서 미안하다. 미유키의 공중 엄호는 내가 맡지.
 
카가: 이 계획이라면 전력이 분산되겠지만… 어쩌면 아카기는 “그 방법”을 사용할지도 몰라.
 
류호: “그 방법”이라 하심은……?
 
카가: 이 훈련에서 사령은 지휘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반상의 전황을 내려다보고, 대국 상대를 관찰하여 심상을 추측할 수도 있다.
 
카가: 혹은 그러한 이점을 포기하고 직접 전장에 뛰어들어 아군 함대를 도울 수도 있지.
 
카가: 그래. 스스로가 싸우고 싶다고 염원하면――이 전장에 뛰어드는 거야.
 
 
 
 ~10. 대선배의 위엄
훈련해역. 3턴째(미카사).
 
키누: 이 안개는… 세이렌의 짓이 아니라면 아카기 씨의 지휘에 따른 효과겠지.
 
하구로: 그렇지 않겠슴까? 안개가 끼기 전에 날렸던 정찰기가 아카기 씨 함대가 움직은 것을 확인했다고 함다.
 
하타카제: 안개 속에 숨어서 행동하면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유감이지만 그렇겐 안 되지.
 
하타카제: 아카기의 진군을 이대로 허용한다면 5점짜리 저택 거점을 그냥 넘겨주는 거나 마찬가지야.
 
키누: 함선의 배치 지점과 관계없이 공격 대상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항모에 치중된 편성은 그걸 노린 건가?
 
키리시마: 그뿐만이 아니야. 아카기 씨의 함대가 여기저기 분산 배치되는 바람에 구역 이동에 제한이 걸렸어.
 
키리시마: 우리가 나가토 님 쪽으로 가려면 전장 한복판을 가로지르든가, 멀리 돌아서 갈 수밖에 없어.
 
키리시마: 그리고 무사시 씨가 만약 아카기 씨가 있는 곳의 거점을 노린다고 해도, 일단은 아카기 씨의 부하가 있는 지역을 통과해야만 해.
 
하타카제: 언뜻 보면 무사시를 경계하는 것 같은데…. 이것도 아카기의 계책인가?
 
하구로: 나가토 님은 여전히 무사시 씨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슴다.
 
하구로: 우리와는 협력 관계여서 그런지 나가토 님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긴 한데…….
 
하구로: 아카기 씨가 안개를 사용했으니 이제는 선수를 칠 필요가 있지 않겠슴까?
 
하구로: 수 싸움은 역시 좀 어렵슴다……. 「부하」니까 그냥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데도 자꾸 생각이 들지 말임다.
 
키리시마: 어쩔 수 없지. 실제로 싸우는 건 우리들이니까.
 
키리시마: 아무 생각 없이 명령에 따르기만 한다면, 양산함 「장기말」과 다를 바가 없어.
 
키리시마: 그나저나 무사시 씨 때문에 진짜 전황을 읽을 수가 없네.
 
키누: 그래. 무얼 노리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하타카제: 서로의 수 싸움을 보다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하는 것. 무사시는 그걸 노리는 거야.
 
하타카제: 반상에 앉으면 서로의 배치나 지휘를 대부분 파악할 수 있으니까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을 불러일으키키 충분하지.
 
그 때 미카사 함대가 머물러 있는 거점 위에 공격 목표를 가리키는 상징이 나타났다.
 
콩고: 미카사 대선배의 지시입니다. 모두 집중하세요.
 
목표는 명확했다. 전력으로 제사의 섬 거점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하구로: 거점 공략…. 대선배도 드디어 할 마음이 생긴 검까…!
 
키누: 그렇게 나와야지! 대선배의 지휘가 있으면 우린 지지 않아!
 
키누: 제사의 섬 공략 준비를 하고, 동시에 아카기 씨의 함대를 분단시키는 거지?
 
콩고: 맞아요. 전력을 분단시킨 뒤 반전해서 제사의 섬을 공략하고 중앙 거점으로 향한다는 전략일까요?
 
하구로: 중앙 거점을 공격하는 검까? 그럼 아카기 씨하고 맞부딪치는 거잖슴까…….
 
하타카제: 글쎄다. 아카기가 반드시 전력을 중앙 거점으로 합류시킬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 이 작전은 굳이 말하자면 아카기에게 맞춘 행동이야.
 
하구로: 아카기 씨의 작전을 역이용한느 검까…. 역시 대선배임다….
 
 
 
 ~11. 어호의 호령
훈련해역. 3턴째(나가토).
 
카와카제: ……짜증나는 안개군.
 
쇼카쿠: 그러네요…. 함재기를 많이 보유한 항모만이 이득을 보는 날씨……. 역시 아카기 선배는 치사해요!
 
쇼카쿠: 저도 항모니까 큰 영향은 없지만…. 아~아, 즈이카쿠만 같이 있었더라도…….
 
쇼카쿠: 즈이카쿠는 훈련 전에 무사시 씨의 명령으로 철혈을 방문하러 갔죠…….
 
쇼카쿠: 아, 설마 그 때부터 훈련을 계획하고 우릴 갈라놓으려고 했던 걸까요?!
 
하루나: 쇼카쿠도 생각이 너무 많은 거 아냐? 그냥 훈련일 뿐인데 그렇게까지 한다고?
 
쇼카쿠: 무사시 씨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카기 선배를 부른 시점에서 충분히 수상해요.
 
쇼카쿠: 그렇다면 역시 아카기 선배가 나쁜 마음을 불어넣어서…….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죠.
 
히에이: 맞아요. 지금은 그럴 생각을 할 때가 아닙니다. 이런 날씨 속에선 무사시 씨의 함대를 감시하기 어렵네요.
 
히에이: 만약 무사시 씨도 안개를 틈타 몰래 부하를 우리 거점 근처까지 이동시켰다면….
 
나가토: 지금부터 아카기의 「지휘」로 인해 발생한 해무에 대한 대책을 설명하마. 모두 주의해서 듣거라.
 
나가토: 하루나는 무사시 쪽과 인접한 거점을 공략한 후 초계 태세로 이행하거라.
 
나가토: 히에이와 카와카제, 하루츠키는 후퇴하여 무사시 함대를 경계하면서 쇼카쿠를 엄호하거라.
 
나가토: 무사시가 안개를 틈타 「신목」 거점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나가토: 쇼카쿠는 양산함을 이끌고 적을 교란하면서 주변의 위협을 일소하여라.
 
나가토: 아카기의 의도는 이미 파악하였지만, 그대들에게 공지하면 아카기는 계책을 바꿀 것이다.
 
나가토: 지금은 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여라. 우선은 가까운 거점을 제압하는 것이니라.
 
나가토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쇼카쿠 주변에 새로운 상징이 나타났다.
 
하루츠키: 이게 바로 하느님의… 아니, 어호님의 가호로군요!
 
하루나: 이번 전술의 핵심은 쇼카쿠니까 나가토 님의 서포트도 한 사람한테 집중된 거구나!
 
쇼카쿠: (왠지 모르게 힘이 솟아나고 있어……. 이 훈련장은 대단하네….)
 
쇼카쿠: (그런데 다들 순순히 납득하는 거야…? 단순한 지휘가 그대로 전력에 반영될 수가 있다고…?)
 
쇼카쿠: (지휘관님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응, 지금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12. 안개를 틈타
성지 누각. 응접실.
나가토: 짐이 근처 거점을 제압했으니 점수를 1점 추가하마.
 
무사시: 해무에 현혹되지 않고 기반을 다진다―― 나가토 님은 역시 착실하게 움직이는군.
 
나가토: 이 해무 속에서는 항모를 제외하면 제대로 싸울 수 없느니라. 불필요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움직여야겠지.
 
무사시: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가짐에는 정말 감복했어.
 
무사시: 하지만 나와 인접한 거점을 모두 제압하지 않은 것은 악수라고 할 수 있겠네. 내가 신목에 접근하는 것을 진심으로 막으려 했다면 모든 거점의 시야를 밝혔어야지.
 
무사시: 안개 속에서 초계함의 감시를 피해 지나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말이야.
 
나가토: 그대의 부하들은 용궁에서 테스터와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을 텐데.
 
나가토: 그 거점을 포기하고 짐의 영역으로 병력을 돌릴 셈인가?
 
무사시: 그래. 용궁을 손에 넣기 전까지 내 함대는 움직일 수 없어.
 
미카사: 애초에 계획했던 것이 아니니까 말이지. 그렇지 않나?
 
미카사: 자네는 아카기에게 거점들을 넘기려고 했다만, 아카기가 거절하였지.
 
미카사: 아카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왜 그 아이가 자네와 인접한 거점을 먼저 점령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네만. 자네들은 협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카기: 무사시와 협력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대선배님.
 
아카기: 대국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승리. 적과 아군은 그 과정 중에서 바뀔 뿐이죠.
 
아카기: 대선배께서야말로 이 아카기를 그토록 경계하고 계십니다만, 마음만 먹으신다면 저는 대선배님께도 손을 내밀어 드릴 수 있습니다.
 
미카사: 그래. 자네와 협력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네만…….
 
미카사: 자네가 먼저 해무를 전개했으니 경계를 사는 것이 당연하겠지.
 
아카기: 대선배님이시라면 이미 제 의도를 간파하셨을 수도 있겠지요.
 
아카기: 다시 말씀드립니다――저는 저만의 길을 가겠습니다.
 
무사시: 대단한 각오야, 아카기. 중앵을 짊어질 정도의 기백이 느껴져.
 
무사시: 때로는 손가락질 당하더라도 자신이 믿는 길을 나아간다――그대의 그 마음가짐은 높이 사마.
 
나가토: 무사시. 무슨 생각이지…?
 
무사시: 이 승부는 거점을 빼앗아 마지막에 누가 가장 높은 득점을 얻느냐에 달려 있지만, 부하들의 직접적인 싸움이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란다.
 
무사시: 각자의 심상이 반영되는 함선 간의 전투는, 곧 어느 쪽이 품은 각오가 뛰어난지 보여주는 형태가 되겠지.
 
무사시: 나가토 님의 부하를 지키려는 마음이 쇼카쿠를 강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나 또한 적을 쓰러트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내 부하들을 강하게 만들 수 있어.
 
스즈츠키 일행의 연계 플레이로 테스터의 스페어 보디가 격파되어 용궁 거점은 무사시의 손에 넘어갔다.
 
전투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워진 사카와와 와카츠키는 무사시의 지시대로 경계선을 넘어 나가토의 영역에 돌입했다.
 
나가토: 크윽… 사카와와 와카츠키, 어느 틈에……!
 
나가토: 그 구역에는 하루츠키와 카와카제뿐인데…. 무사시, 그대는 참으로…….
 
나가토: 동료끼리 서로 싸우게 할 셈인가!?
 
무사시: 여부가 있을까? 아카기가 해무를 전개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나가토 님. 그대가 명령을 한 자 한 자 말로 전하지 않았다면――
 
나가토: 그대의 이 기습은 성립되지 않았으리란 건가…… 큭!
 
무사시: 그래. 자, 중앵의 어호이자 연약한 아이야. 그대의 각오와 의지를 보여주려무나――
 
 
 
 ~13. 지키는 마음
훈련해역. 3턴째(무사시).
 
해무를 틈타 무사시의 부하 사카와와 와카츠키는 경계선을 넘어 나가토의 함대가 있는 구역을 기습했다.
 
쇼카쿠: 하루츠키! 카와카제! 무사시 함대가 그쪽으로 향하고 있어요!
 
하루츠키: 아, 네! 그치만 어느 쪽인지…. 안개 속에선 잘 안 보여요….
 
카와카제: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하루츠키! 아무튼 전투 준비를!
 
하루츠키: 네, 네에!?
 
카와카제가 칼을 뽑고 자세를 취하자마자 사카와와 와카츠키가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카와: 나가토 님의 부하 함선, 발견했습니다!
 
사카와: 아가노급 경순양함 사카와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와카츠키: 아키즈키급의 와카츠키입니다! 갑자기 죄송합니다! 하루츠키, 놀래켜서 미안해요!
 
하루츠키: 괘, 괜찮아요…. 후우……….
 
카와카제: 하루츠키. 경계를 늦추지 마라. 지금은 아군이 아니다.
 
사카와: 그치만 적도 아니죠? 무사시 씨는 이 구역으로 이동하라고만 하셨는걸요.
 
사카와: 그리고 저희는 용궁을 점령한지 얼마 안 돼서 아직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답니다.
 
하루츠키: 다행이다……. 그럼 싸우지 않아도 되는 거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기를 내린 하루츠키와 달리 카와카제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카와카제: 우리는 피해가 없지만, 너희는 이전 전투에서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카와카제: 싸울 마음이 없다면 우리도 손대지 않겠어.
 
카와카제: 하지만 이 이상은 접근하지 말도록. 어호님의 명에 따라 너희를 막을 수밖에 없다.
 
사카와: 그런가요~ 저희를 막으라는 명령이 있었군요~ …흐흥. 카와카제는 확실히 강하지만, 과연 저희를 막아낼 수 있을까요?
 
 
한편, 카와카제 일행이 사카와 일행과 대치하는 동안 바로 옆 구역에 있던 히에이가 통신을 통해 상황을 알아차렸다.
 
히에이: 나가토 님께서는 무사시 함대의 움직임을 예상하셨지만, 안개의 효과는 간과하셨던 것 같군요.
 
히에이: 안개 속에서 무리하게 공격을 가하면 피해는 커졌겠지만 거점은 확보할 수 있었겠지요. 그렇다면 무사시 씨에 대한 경계도 충분히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히에이: 어려운 선택이지만 나가토 님은 역시 저희가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을 택하신 것이겠죠.
 
히에이: 해무는 슬슬 걷힐 테니, 그 때 무사시 함대… 아니 무사시 씨가 어떤 지휘를 내릴지――
 
바다을 뒤덮은 안개가 점차 걷혀갔다. 그리고――
 
히에이: 전투 소리…!? 설마…….
 
히에이: 무사시 씨, 나가토 님께 공격을 가한 것입니까!?
 
 
사카와: 아, 무사시 씨의 통신이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
 
사카와와 와카츠키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무사시 함대의 양산함이 하루츠키와 카와카제를 향해 포격을 가했다.
 
사카와: 어쩔 수 없네요! 싸우라는 명령이에요!
 
하루츠키: 아까는 싸울 생각은 없다고 하셨잖아요…?!
 
사카와: 사카와도 그럴 생각은 없었거든요? 그치만 「사령」의 명령에는 따라야하니까요.
 
카와카제: 역시나인가…! 하지만 두 사람이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우리의 승산이 더 높아!
 
카와카제: 하루츠키, 내 뒤로 물러나! 지근거리의 수뢰전이라면 자신 있다!
 
칼을 뽑아 든 카와카제는 자세를 잡고 양산함에게 둘러싸이지 않도록 이동하면서 사카와와 와카츠키를 상대했다.
 
사카와: 역시 나가토 님의 호위무사이니 만큼 움직임이 빠릿빠릿 하네요…. 하지만 사카와도 질 수 없어요!
 
와카츠키: 와, 와카츠키도 마찬가지예요!
 
서로의 칼과 포탄이 맞닿으려던 그 순간――
 
 
나가토: 거기까지다!
 
연분홍색 섬광이 터졌다. 사라져가는 해무를 완전히 씻어내듯 중앵연합함대의 기함 나가토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탄이 나가토 주변에 생겨난 실드에 막힌 것을 보도 압도되었는지, 양산함은 공격을 멈추었다.
 
하루츠키: 포탄을 막았어……. 어호님, 감사합니다…!
 
나가토: 음.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카와카제: 나가토 님…?! 나가토 님께서 직접 나서실 필요는 없으셨습니다. 저희끼리 대응할 수 있었는데…….
 
나가토: 그대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야. 짐은 이 의미 없는 싸움을 말리기 위해 온 것이니라.
 
나가토: 이번 훈련에서 함선 간의 전투는 금물이다. 사카와, 와카츠키. 물러나거라!
 
사카와: 으아아아…. 저기, 그러니까 저희도 딱히 싸우고 싶어서 싸운 건 아니고요….
 
사카와: 무, 무사시 씨가 훈련을 즐기라고 하셔서, 그 말만 믿고 조금 너무 들떴을지도 모르겠네요…….
 
와카츠키: 나가토 님, 죄송합니다! (꾸벅)
 
나가토: 그대들을 탓하려는 바는 아니다. 그대들은 그저 「사령」의 지휘를 따랐을 뿐이니까.
 
나가토: 무사시의 말대로 이 훈련장에서 벌어지는 함선 간의 전투 중에는 부상을 입을 위험은 없노라.
 
나가토: 게다가 평상시 훈련에서도 이 정도쯤의 시합은 행해지고 있지.
 
나가토: 그대들이 사과할 것은 없고, 짐이 그대들을 쫓아내지도 않을 것이니라.
 
사카와: 그렇다는 건… 저희가 잘못한 건 딱히 없다는 말씀이세요…?
 
와카츠키: 그럼 나가토 님. 왜 저희를 막으신 건가요?
 
나가토: 통상적인 훈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대들도 알 테지. 이 훈련장은 함선의 기본 성능이 제한되는 대신 심상이 반영된다는 것을.
 
나가토: 이는 달리 말하자면 서로 간의 의지의 충돌이다. 육체적인 의미에서 싸우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없을 수 없느니라.
 
나가토: 무의미한 싸움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짐이 인도하는 중앵의 길이며, 무사시와 아카기에게 보여주고 싶은 짐의 의지이니라.
 
사카와: 사카와, 감복하였습니다! 그리고 나가토 님. 방금 실드도 「심상」에 의한 것이군요!
 
나가토: 그럴 테지. 짐이 그 신목에 스스로를 봉한 적이 있어서인지, 아무래도 이 훈련장 또한 그 기억에 호응한 것 같구나.
 
나가토: 그러나 지금은 일찍이 자신을 몰아넣었던 그 때와는 다르다.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나가토: 아무튼 이번 훈련에서 함선 간의 전투는 금물이니라. 어떻게든 싸우고 싶다면 짐이 그대들을 상대하마.
 
나가토: 이 몸이 서 있는 이상, 짐에 부하에게는 손끝 하나 건드릴 수 없도다!
 
 
 
 ~14. 새로운 길
성지 누각. 응접실.
 
무사시: 나가토 님은 예상보다 빨리 훈련장으로 들어갔군.
 
무사시: 시험 삼아 해본 공격이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 ――나는 그 아이의 각오를 만만하게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미카사: 그렇지 않네. 나가토는 스스로를 관철하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야.
 
아카기: 의미 없는 싸움을 말리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져 설득한다고요…?
 
아카기: 알량한 자존심을 관철하기 위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지킨다는 행위에 눈이 멀어 최선의 선택지조차 잃어버린다――하나부터 열까지 쓸모없는 짓입니다.
 
아카기: 싸움을 멈춘다고 해도, 그 길에는 미래가 없어요.
 
무사시: 하지만 「사령」의 이점을 버림으로써 나가토 님이 참전하게 되었지. 이제 전력으로서는 확실히 우리를 능가하게 되었어.
 
아카기: 억지력입니까…. 미카사 대선배께서는 따라가지 않으시나요?
 
미카사: 나는 그 정도의 전력은 되지 못하니 말일세. 그 아이가 빠진 구멍을 메우며 모처럼 열어젖힌 새 길을 이곳에서 지켜보는 것이 나의 의무겠지.
 
미카사: 자. 힘의 균형이 무너진 지금, 그 아이의 말대로 서로 싸울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거점을 점령한다는 행동 원리로 다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아카기: 나가토 님이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아카기: 하지만 나가토 님이 선택한 길이 올바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아카기: 중앵의 미래를 짊어진 몸으로서 스스로의 정의관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요.. ――억측과 가정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논외입니다.
 
미카사: 자네의 길을 부정할 생각은 없네. 허나 세이렌과 협력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미카사: 철혈의 일은 지휘관의 연락을 들어서 알고 있네. 우리 중앵과는 달리 지휘관도 그 계획에 꽤 많은 관여를 했더구나.
 
미카사: 그리고 비스마르크와 프리드리히는 같은 비전과 목적을 가지고 있었어…. 그것이 바로 끝까지 계획을 완수할 수 있었던 이유일세.
 
미카사: 자네가 가는 길을 나와 나가토도 알게 된다면 한마음이 되어 서로 협력할 수 있지 않겠는가?
 
미카사: 허나 자네는 그것을 숨기고 있지――이 반상 위의 해무처럼 말이야.
 
아카기: …세이렌을 몰아내려면 우선은 그 안에 들어가서 독을 맛볼 필요가 있어요.
 
미카사: 아카기, 역시 자네……….
 
아카기: 철혈의 반역이 성취된 지금, 세이렌의 경계는 점점 더 삼엄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없어요…….
 
아카기: ……나가토 님도 길을 제시한 이상, 그것을 정면에서 깨부수고 이 아카기야말로 옳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아카기의 선언과 함께 반상에서 눈부신 빛이 나와 그녀들을 감쌌다.
 
그 후, 실내에는 미카사와 무사시만이 남아 있었다.
 
미카사: 자신이야말로 옳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겐가…. 아카기도 나가토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관철할 셈이로구나.
 
무사시: 아카기가 훈련장에 내려감으로써 다시 힘의 균형이 돌아왔어.
 
무사시: 아카기는 아마 5점 거점을 제압한 후, 대선배와 나가토 님을 견제하고 있는 미유키와 합류하겠지.
 
무사시: 그 후에는 대선배의 거점에 손을 뻗을지, 아니면 전력을 집중해서 중앙의 「탑」으로 향할지…….
 
미카사: 이 자리에 없으니 더욱 헤아리기 어렵겠구나.
 
미카사: 참말이지. 젊은이들이 내달리는 바람에 이 반상 위에서의 훈련도 일찌감치 사달이 났군. 하하하.
 
무사시: 후후후. 대선배도 그 대전에서는 꽤나 혈기가 왕성했다고 들었는데.
 
미카사: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무사시. 그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일세.
 
미카사: 뒤를 맡기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이제 와서 내달리려고 해도 더는 그리 되지 않는 게야.
 
미카사: ………무사시. 정직하게 대답해 주게. 이 훈련장은 경면해역인가?
 
무사시: 갑작스럽네.
 
미카사: 자신의 심상을 그대로 훈련장에 반영하는 등, 내가 알고 있는 중앵의 「결계」에서는 그런 일은 할 수 없네.
 
무사시: 대선배는 「결계」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지?
 
미카사: …그리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네.
 
미카사: 조금 신경이 쓰였을 뿐일세. 미안하네.
 
무사시: 사과할 필요는 없어. 나도 솔직하게 대답하지――이 훈련장은 세이렌이 아카기에게 준 「경면해역」이야.
 
무사시: 원래는 무언가의 실험장이었지만, 아무도 사용법을 몰라서 내가 중앵의 결계와 맞추어 이렇게 훈련장으로 만들었지.
 
미카사: 아무렇지도 않게 터무니없는 짓을 하였구나…….
 
무사시: 대선배에게 칭찬받을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이 훈련장은 마음에 드시나?
 
미카사: 그렇다기보다는 놀랍군.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공간이라니.
 
미카사: 그리고 이 전체를 제어할 수 있다니, 저 철혈의 「문」 이야기도 과장은 아니겠군.
 
무사시: 그 「조각실」이 있는 경면해역도 폭풍을 생성해서 「열쇠」가 없는 사람을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들었어.
 
무사시: …대선배나 나가토 님이 이런 시설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었지.
 
미카사: 아카기가 얽힌 일이다보니 나도 지나치게 경계하는 감이 있었지. 지금은 그리 신경 쓰지는 않네만.
 
미카사: 그나저나 훈련장에 들어간 뒤로는 어떻게 아군을 지휘하는 겐가? 내 알기로는 경면해역에서는 통신에 장애가 생긴다고 들었네만.
 
미카사: 여기서는 전 아군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있었지만, 이제 그 능력을 잃었으니 큰 불이익이 될 테지?
 
무사시: 걱정할 필요 없어. 이 방의 상황은 파악할 수 없게 될 테지만, 그것 말고는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부하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으니까.
 
미카사: 생각보다 단점이 적구나…. 오히려 같은 명령이어도 직접 부하의 반응을 접할 수 있게 될 터이니….
 
무사시: 그 말대로야.
 
무사시: 자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입장에선 그저 하달된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만약 사령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 명령 자체를 바꿀 수도 있겠지.
 
무사시: 사령도 부하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여기서 말을 움직이는 것처럼 지시를 하는 것과는 크게 다를 거야.
 
무사시: 나가토 님과 아카기도 이를 미리 다 생각하고 행동에 나섰으려나? 후후.
 
미카사: 그럴 테지. 우리와 차를 마시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싸우는 것을 택한 게로구나.
 
무사시: 후후후.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
 
미카사: 하하하. 그렇다면 아카기에게도 말했듯이 나는 조금 더 이곳에 진을 치고 있겠네.
 
미카사: 나가토와 아카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내게 보여주게나.
 
 
 
 ~15. 재시작
 
훈련해역. 4턴째(아카기).
 
야마시로: 이게 컴파일러의 스페어 보디구나…. 으으, 나리께서 이끄는 함대도 엄청 고전하셨다고 들었는데, 야마시로는….
 
야마시로: 으앗, 또 양산함에 격침 판정이 나왔어…. 으으 역시 야마시로가 나서야 하는데….
 
야마시로: 전함은 야마시로 혼자니까, 역시 나간다면 야마시로밖에 없는데…. 으으, 어쩌지….
 
진츠: 야마시로. 진정하세요. 거점은 아카기 씨가 해결했습니다.
 
야마시로: 네…? 어떻게? 아…….
 
야마시로는 고개를 들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세이렌이 있던 곳에는 아카기만이 고고히 서 있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피안의 꽃, 타오르는 불길이 아카기의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컴파일러의 스페어 보디는 그렇게 사라졌다.
 
카가: 아카기 언니!
 
카가: 갑자기 여우불꽃이 나타났길래 지휘를 사용하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설마 언니께서 직접 훈련장에 내려오실 줄은….
 
아카기: 골방에 틀어박혀 있으니 잠이 올 것만 같아서 말야. 기분 전환하러 왔단다.
 
류호: 아카기 씨. 그 컴파일러를 도대체 어떻게…….
 
아카기: 컴파일러 모델은 재래식 무기에 대한 저항이 매우 높아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방어를 뚫기가 어려워.
 
아카기: 그래서 훈련장의 특성을 이용해 공격을 불꽃으로 변질시켜서 약점을 찔렀지.
 
아카기: 뭐든지 먼저 알아야 하는 법이란다. 세이렌과 싸울 때도 그렇고, …상대방을 이해할 때도 그렇고.
 
아카기: (해무의 효과는 상당했지만 대선배가 대책을 세워뒀을 테니 두 번 사용할 수는 없어.)
 
아카기: 나 말고도 나가토 님 역시 훈련장에 내려와 있어. 빠르게 거점을 제압하고, 교착 상태에 빠지기 전에 선두를 잡아야 해.
 
류호: 알겠습니다. 상황을 전부 파악하고 계시는 아카기 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아카기: 스스로를 먼저 생각하렴. 류호, 진츠, 다른 아이들도.
 
아카기: …그나저나 컴파일러의 스페어 보디를 어떻게 준비한 거지?
 
아카기: 본체가 파괴되어서 정보가 누출된 건가? 하지만 상위 개체들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야마시로: 아카기 씨! 감사합니다! 아카기 씨가 아니었다면 양산함이 다 전멸했을 거예요…!
 
아카기: ……내가 이 정도 거점에 전력을 소모할 바보로 보이니? 양산함을 투입한 건 상대의 스펙을 확인하기 위해서야.
 
아카기: 야마시로. 네게는 더 중요한 거점을 맡기겠어.
 
야마시로: 더 중요한 거점이면 혹시…… 중앙의 「탑」인가요? 저기 있는 적은 훨씬 더 강하지 않아요??
 
아카기: 진정하렴. 아직 말 안 끝났어.
 
아카기: 대선배는 이미 남쪽을 통해 방어선을 형성했어. 이대로 나가토 님과 합류한다면 매우 곤란해.
 
아카기: 진츠. 미유키와 협력해서 대선배와 나가토 님을 갈라놓으렴. 반드시 거점을 함락시켜서 두 사람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해.
 
진츠&미유키: 네!
 
아카기: 야마시로는 중앙 거점 주변 해역에서 대기하렴. 거기서 대선배의 함대를 막아야 해.
 
야마시로: 여, 역시 탑으로 가는 거잖아요! 으으. 야마시로, 너덜너덜해질 거야…….
 
류호: 위험한 해역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야마시로의 방어력이라면 분명 괜찮을 겁니다. 무엇보다 아카기 씨가 당신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편성한 것일 테니까요.
 
야마시로: 네에…. 아카기 씨가 야마시로를 그렇게 믿으신다면…. 사실 야마시로도 처음부터 격전지로 보내질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류호: …묘한 데서 잘 맞네요 두 사람은.
 
류호: 아카기 씨. 저도 중앙 거점으로 보내 주십시오. 무슨 일이 생긴다면 혼자보단 둘이서 대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카기: 수중의 전력을 감안하면 류호도 중앙에 배치해도 손해는 없겠지……. 알았어.
 
아카기: 둘이라면 임기응변하기도 쉬울 테니까. 야마시로를 엄호하렴.
 
류호: 알겠습니다, 아카기 씨.
 
아카기: 자, 미카사 대선배. 다음은 어떻게 움직이실 거죠?
 
 
 
 ~16. 전력 집중
훈련해역. 4턴째(미카사).
 
키리시마: 아카기 씨가 중앙 해역 쪽으로 함대를 보내고 있어.
 
하타카제: 우리가 나가토 님을 엄호하는 것을 막을 셈인가.
 
하타카제: 거점을 점령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꽤나 성급해 보이는군.
 
하구로: 근데 위험한 거 아님까? 우리는 아직 제사의 섬 공략도 다 못 끝냈는데 말임다.
 
콩고: 미카사 대선배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콩고: 중앙 거점 견제. 남은 소거점 제압. 그리고 우리와 나가토 님의 분단 작전.
 
콩고: 아카기 씨는 병력을 세 방향으로 분산시키고 있기에, 어느 쪽에도 전력을 많이 배치할 수 없어요.
 
해도를 확인하면서 콩고는 미카사가 내린 지시 사항을 설명해 나갔다.
 
콩고: 아카기 씨가 중앙 탑 주변의 거점을 공략할 수는 있어도, 그보다 더 서쪽으로 밀고 나갈 여력은 없을 거예요.
 
키누: 왜지? 우리가 제사의 섬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하타카제: 그러니 병력을 많이 보내지 않았겠지.
 
하타카제: 서쪽에 있는 거점을 더 공략하려면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해야만 해.
 
하타카제: 우리가 수적으로 유리하다고 반전해서 아카기의 분견대를 공격한다면 추후 후발대에 찔려 협공 당할 가능성이 있어.
 
하타카제: 아카기의 진짜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서로가 구원할 수 있는 거리에 병력을 유지한다면 우리로서도 까다로우니 말이야.
 
키누: 적이 어느 정도 뭉쳐 있는 게 격파하기 유리하다는 건가?
 
콩고: 아카기 씨가 중앙 거점을 경유해 병력을 보내고 있는 것은 우리가 갑자기 중앙 거점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 차원이기도 합니다.
 
콩고: 대선배의 작전 자체는 파악하고 있지만, 어떻게 국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갈지는 아직 생각이 필요한 걸까요?
 
콩고: 아무튼 우리는 신중하게 진행합니다. 중앙 거점의 적이 어느 정도인지 아카기 함대를 통해 미리 파악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테니까요.
 
콩고: 그러니 지금은 제사의 섬 공략에 집중하도록 하죠.
 
하구로: 의욕은 거점을 향하면서 다른 함선이 오는 걸 견제하면 되는 검까.
 
하구로: 방금 정찰로 알게 된 건데, 제사의 섬 거점을 지키는 건 오미터…의 스페어 보디임다.
 
하구로: 컴파일러와 달리 더 공격 편중의 세이렌임다. 상당한 강적임다….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콩고: 걱정 마세요.
 
콩고: 대선배께서 “전력을 다해 공략하라”고 말씀하셨으니 우리도 온 힘을 다해 오미터를 공략하면 됩니다.
 
콩고: 후후. 콩고급 전함의 영광스러운 1번함의 힘을 얕잡아 보지 마세요!
 
콩고: 선봉은 제가 맡겠습니다! 제사의 섬 공략 후 아카기 함대를 향해 반전합니다!
 
 
 
 ~17. 각오
훈련해역. 4턴째(나가토).
 
하루나: 대선배하고 아카기 씨는 벌써 5점 거점을 차지한 거야?
 
나가토: 음. 남은 것은 「신목」, 즉 짐의 영역에 있는 거점뿐이로군……. 미카사 대선배는 짐과 달리 망설이는 기색이 없구나….
 
하루나: 나가토 님?
 
나가토: 아무것도 아니다.
 
나가토: 사카와와 와카츠키는 물러갔으니 우리도 신목을 공략하자꾸나. 하루나. 히에이. 콩고급의 힘을 보여 주거라.
 
히에이: 알겠습니다. 반대편에서 콩고 언니께서 활약하신 것으로 인해 저희의 성능도 상승한 것 같군요.
 
나가토: 이것도 「심상」을 반영한 기능이란 말인가? 좋다.
 
쇼카쿠: 그 두 아이는 일단 퇴각한 것 같습니다만 무사시 씨의 차례가 돌아오면 다시 공격해 올지도 모릅니다.
 
나가토: 그 때는 짐이 견제하마. 양산함까지 데려가면 쉽게 허를 찔리지는 않을 것이야.
 
나가토: 우리가 신목을 점령하면 무사시가 이곳에 손을 댈 이유가 없어진다.
 
나가토: 만약 그 이후에도 짐을 시험하려 든다면 짐도 그에 상응하는 각오를 내보일 것이니라.
 
나가토: 하루츠키. 그대는 중앙 탑 부근으로 가서 아카기와 대선배의 상황을 정찰하거라. 카와카제는 하루츠키의 호위를 부탁하마.
 
나가토: 쇼카쿠는 히에이와 하루나의 거점 공략을 지원하거라. ――아카기의 함재기도 경계하도록 하고.
 
나가토: 무사시. 그대가 무슨 일을 꾸미든 이제 그만 포기하였으면 좋을 터인데…. 이 훈련의 참가자 중 그대의 진의만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
 
나가토: 반상에서 훈련장에 뛰어들었으니 이제는 점수를 올리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구나.
 
나가토: 그대의 마음을 간파해서 그대의 「심상」…… 「목적」을 밝혀 주마!
 
 
 
 ~18. 그 진의는 어떻게
성지 누각. 응접실.
 
무사시: 드디어 이 훈련의 진짜 목적을 잠시나마 엿보았군. 나가토 님.
 
무사시: 함선들이 다투는 일 없도록 자신이 앞장서는 것은 역시 대선배 말대로 그녀 나름의 각오인가.
 
무사시: 하지만 이는 자신이라는 최대 전력을 낭비하는 것. …미카사 대선배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을까?
 
미카사: 나는 전지전능하지 않네. …그 아이가 길을 선택한 이상,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미카사: 나가토가 진심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면 나도 기꺼이 협력할 게야. 이는 자네도 아카기도 알고 있었겠지?
 
무사시: 그대는 나가토를 이기게 하기보다 아카기 견제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만?
 
미카사: 그런가? 자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그럴지도 모르지.
 
무사시: 약자를 돌보는 것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지나친 보살핌은 때로 해가 되곤 하지――
 
무사시: 대선배라면 나의 의도를 알 터인데…. 왜 그 아이를 아카기와 마주하지 못하게 하는 거지?
 
무사시: 대선배의 행동은 승리를 위함이 아니야. 그대는 길을 제시하는 대신 여전히 불신에 싸여 있는 모양이군.
 
무사시: 너무 소극적으로만 보이는걸.
 
미카사: “소극적”이 아니라 “온건적”이라고 해주게나. 결국 선택하는 것은 아카기이니.
 
무사시: 한번 주저하게 되면 계속 불리한 입장에 놓이지. 주도권을 포기하고, 현재를 따라가지도 못하는 자가 미래를 계속 지켜볼 수 있을까?
 
미카사: 진취적인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지. 아카기가 자신의 길을 고수하며 나아갈지, 혹은 견디지 못하고 멈춰 설지는 조만간 알게 될 게야.
 
무사시: 후후후. 만약 아카기가 멈추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거지?
 
미카사: 자네가 품은 생각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네만, 나는 우리가 갈라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네.
 
무사시: 후후후. 대선배님, 농담도 잘하셔라.
 
미카사: 아직 시간은 남아 있네. 그대도 아직 초조해하는 것 같지는 않네만?
 
무사시: 맞아. 나가토 님과 달리 대선배에게 떠보는 행동은 통하지 않으니까.
 
무사시: 사과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대신 대선배의 질문에 몇 가지 답변해 주겠어.
 
미카사: 질문이라면 산더미처럼 많지만, 개중에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있네.
 
미카사: 시나노를 사디아 세계박람회에, 그리고 즈이카쿠를 철혈에 보낸 이유는 무언가?
 
미카사: 양쪽 다 상층부의 명령도 아니었고, 너무 졸속으로 진행되었네.
 
무사시: 대선배는 내가 일부러 두 사람을 중앵에서 멀리 보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미카사: 그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는구만.
 
무사시: 진영 간의 교류를 다지는 친선 행사의 대표로는 시나노가 적임이라고 생각했고, 즈이카쿠는 이전에 이미 철혈의 부유섬 요새에 방문한 적이 있었어.
 
무사시: 인선으로 무언가 문제라도 있나?
 
미카사: 그렇다면 「와타츠미」는 어떤가? 중앵으로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모르는 사이에 또 행방불명이 되었네.
 
미카사: 우리 중 그 누구도 중앵의 보물을 어떻게 다룰지 함부로 결정할 수 없네. 지금 어디에 있나?
 
무사시: 제사의 섬에서 있었던 일로 보관소의 경비에 의구심이 높아져서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겼어.
 
미카사: …자네는 「와타츠미」의 정체를 알고 있나?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이것이 중앵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물건이 맞는지 의심이 가네만.
 
미카사: 「성지」도 그래. 무언가 세이렌과 연관이 있을 법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
 
무사시: 그건 금시초문인데. 유감이지만 나도 더 이상은 아무것도 몰라.
무사시: 세이렌을 상대하는 것은 아카기이고, 나는 아카기와 세이렌이 무슨 관계인지는 전혀 모르는 몸이야.
 
미카사: 결국 허가를 내리는 것은 자네가 아닌가. 아카기가 세이렌과의 거래로 기술을 받은 것은 자네의 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네.
 
무사시: 그 정도라면 대선배는 이미 스스로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미카사: 세이렌 기술은 세이렌 그 자체일세!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자네는 중앵을, 동료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무사시: 물론 사랑하고 있어. ……하지만.
 
무사시: 우리는 이미 독을 마신 것과 진배없어. 아카기는 세이렌의 기술을 이용해 지금의 중앵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상층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지.
 
무사시: 아무리 은거 중이었다고 하지만 그대의 귀에도 소식이 닿았겠지?
 
미카사: …세이렌이 이대로 물러설 리가 없네. 철혈의 그 반역 이후로 놈들은 너무 조용히 지내고 있어.
 
무사시: 그래? 그렇다면 세이렌은 왜 공격하지 않을까?
 
무사시: 아카기가 지금까지 중앵을 이끌어 온 것은 아마기의 동생이기 때문도 아니고, 그녀가 가져온 세이렌 기술 때문도 아니야.
 
무사시: 그것은 아카기가 나, 그대, 그리고 중앵의 모두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기 때문이야.
 
무사시: 검은 큐브에 홀렸던 비스마르크처럼, 아카기도 세이렌의 힘에 혹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
 
무사시: 하지만 그 힘이 없다면, 중앵에 미래는 없어.
 
미카사: 중앵의, 미래……?
 
무사시: 만일 내일 당장 세이렌의 습격으로 자신과 동료들 모두가 종말을 맞이한다고 하면, 그대는 어떻게 할 거지?
 
미카사: ……하루 먼저 알았으니 하루 먼저 대비할 수 있겠지. 내일 있을 전투에 온 힘을 다할 것이네.
 
무사시: 아카기도 같은 말을 했어. 그대는 아카기의 광기에만 주목하느라 그녀의 본질을 오인한 것이지.
 
무사시: 아카기의 길이 틀렸다면 우선은 그 길을 걸어온 아카기의 심상을 모두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무사시: 그대와 즈이카쿠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카기는 단순하지 않아.
 
미카사: 그렇다면 무엇인가? 철혈처럼 굴레 자체를 박살내려는 겐가?
 
무사시: 지휘관에게 들었을 테지? 세이렌의 병기 중에는 환상을 보여주는 것이 있어.
 
무사시: 그것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야. 세이렌의 자연 연산에 따른 가능성…. 다시 말해 「기록」이야.
 
무사시: 시나노는 같은 꿈을 무수히 반복해서 꾸었어. 그것은 파멸의 미래. 나는 놈들의 기록에서 몇 번이나 그 미래를 더듬어 왔지.
 
무사시: 바다를 집어삼키는 검은 용오름. 함선의 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형의 짐승에게 찢어발겨지는 무수한 미래…….
 
무사시: 이를 따라가는 길에 있는 기록된 재현을 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세이렌의 손바닥에서 놀아날 뿐이야.
 
미카사: 지난 전쟁에서 세이렌을 몰아내기 위해 들였던 모든 희생이… 헛수고였단 말인가?
 
무사시: 중요한 것은, 이런 현실을 아카기…… 아니, 지휘관도 인정할 리가 없다는 것이지.
 
무사시: 상층부의… 아니, 세이렌들의 기록은 수없이 많아.
 
무사시: 만일 우리가 전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해도, 그 이형의 짐승들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지――
 
무사시: 아카기도, 카가도, 나도, 야마토도…. 중앵뿐 아니라 모든 진영의 함선이 남김없이 삼켜질 거야.
 
무사시: ……이제 좀 이해가 되나? 대선배?
 
미카사: ……도저히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가 아니네.
 
무사시: 아카기가 추구하는 것은 그 모든 재현을, 「기록」을, 그저 의미 없는 허상에 불과하게 하는 것이야.
 
무사시: 고상하고 인정 많은 그대들이 아카기를 의심하고, 아카기를 부정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만.
 
무사시: 힘이 따르지 않는 정의는 있을 수 없어. 그대들의 길이 옳더라도 힘이 없으면, 아카기를 설득할 수 없다.
 
무사시: 그대는 아카기나 나가토 님과는 달리 약한 자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중앵의 미래를 그 어깨에 짊어질 수는 없어.
 
미카사: 무사시………….
 
무사시: ……이 훈련은 말이 아니라 심상으로 대화하는 것이야.
 
무사시: 반상을 앞에 두고 너무 무거운 생각만 하다보면 기분이 우울해질 테지?
 
무사시: 다시 놀이로 돌아가서 그대를 믿는 부하들을 승리로 이끌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무사시: 너무 후배들을 기다리게 하지 말도록 해. 미카사 대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