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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물달 제비꽃의 새벽바람 下

킹루클린 2023. 3. 18. 22:16
 ~19. 결의

 
누각이 석양에 잠기기 시작할 무렵, 국면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5번째와 6번째 턴을 거치며 참가자들의 지휘가 빛나기도 했지만, 누구도 승기를 잡지는 못했다.
 
피로가 전장에 영향을 끼쳤다. 훈련장의 양산함들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공격으로 함선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카사: 이건 힘들겠군…. 설마 이런 장치까지 있을 줄이야.
 
미카사: 그리 강하지는 않지만 공격을 거듭하면서 모두의 진형을 크게 뒤흔들고 있어.
 
무사시: 점점 혼란이 퍼지고 있구나. 그 와중에 어떻게든 작전을 수행하는 자도 있는 것 같지만…….
 
무사시: 무리하게 함대를 움직인 바람에 피해가 누적되어 슬슬 퇴장하는 함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미카사: 진츠를 말하는 겐가. 아쉽게 되었군.
 
미카사: 진형이 흐트러짐보다 부하를 잃는 것이 더욱 실이 많을 터인데.
 
무사시: 모든 함대가 양산함 상대에 고전하고 있어.
 
미카사: 하지만 그로 인해 힘의 균형이 깨진다면 흐름이 다시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네만?
 
미카사: 그대가 아카기의 편을 들고 있는 한 이러한 교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네. 하지만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법이지.
 
무사시: 아카기는 꽤나 강행군을 했지만
 
무사시: 그 덕에 중심 전력이 「탑」에 집결했어.
 
미카사: 무사시. 그 정도로 의기양양하는 것은 아니겠지?
 
미카사: 자네들…, 특히 아카기는 강행군으로 인해 대부분의 부하들이 피해를 입었네. 또한 양산함도 진군을 따라가지 못하고 중간중간 뒤쳐져 있어.
 
미카사: 반면 나와 나가토의 부하들은 아직 피해가 적고, 만반의 힘을 발휘할 수 있지.
 
미카사: 꽤나 전력 차가 나는 것으로 보이네만?
 
무사시: 지형적 이점은 우리에게 있을 텐데? 중앙에 포진하고 있는 한 그대들은 탑을 공격할 수 없어.
 
무사시: ……나가토 님이 "함선끼리 싸우지 않는다."라는 선택을 고수하겠다면 말이야.
 
무사시: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관철할지, 아니면 자신을 바꾸면서까지 승리를 거둘지 기대되는걸.
 
무사시: 자, 대선배에게도 행동을 강요해 보도록 할까?
 
무사시: 나의 함대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는 하구로에게, 인근 해역의 모든 함선을 반전시켜 공격을 가하겠어.
 
무사시: 사카와, 스즈츠키, 치토세, 그리고 치요다…. 이 거리라면 나가토 님이 구원을 온다 해도 너무 늦을 것이야.
 
무사시: 다수가 한 사람을 노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의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법.
 
무사시: 하구로가 패배한다면 나가토 님의 전력도 노출될 테지.
 
무사시: 앞서는 자들을 받쳐줄 수는 있어도 그 진의를 묻기는 어렵지……. 대선배와 내가 놓인 상황과 같구나.
 
무사시: 아무리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한 번 내보인 심상의 효과는 이 결계에서 두 번은 발휘할 수 없어.
 
무사시: 다만, 같은 뜻을 가진 동료가 한 명 더 있다면――
 
미카사: 자네답지 않은 말이다 싶더니…. 좋다. 지금은 내가 나가토 대신 움직이도록 하지.
 
무사시: 훌륭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와 잡담을 나눌 상대가 없어진다는 것이겠군.
 
무사시: 한 번 더 묻지. 대선배. 이것이 그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인가?
 
미카사: 나는 그 아이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결심했네. 이제 와서 돌아서는 일은 없을 게야.
 
미카사: 이곳에서 판을 들여다보며 말을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소중한 후배를 가까이에서 지탱하는 것도 선배의 소임일세.
 
무사시: 나가토 님은 동료를 지키는 길을 선택했고, 아카기는 동료를 상처 입히더라도 힘을 추구할 각오를 보였다.
 
무사시: 그대는 검을 들 텐가? 아니면 방패를 들 텐가?
 
미카사: 내 대답은 언제나 명확했네. 자네야말로 순순히 아카기의 서포트를 맡고 있는 것은 아닐 텐데?
 
무사시: 나가토 님과 그대가 이긴다면, 그 때는 나의 답을 알려 드리지.
 
미카사: 좋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더 질 수는 없겠군.
 
미카사: 외로움을 참기 힘들다면 자네도 훈련장으로 내려 오게나. 이 방의 정돈을 맡은 아이는 불평을 터트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하하.
 
무사시: 고려해 보지. 후후후.
 
 
 
 ~20. 창을 거두다
훈련해역. 6턴째(무사시).
 
사카와: 그럼― 무사시 님의 명령에 따라 지금부터 하구로를 공격하겠습니다아~! 자, 준비는 됐나요?
 
하구로: 아니,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곤란함다…….
 
하구로: 아까까지 중앙 거점 근처에 있었으면서 왜 갑자기 공격해오는 검까? 처음부터 저를 노린 검까?
 
사카와: 진츠 씨가 퇴장한 몫만큼의 균형은 맞춰야죠…. 하루츠키도 남아 있지만, 우선은 하구로를 쓰러트리는 게 먼저예요.
 
하구로: 어쩔 수 없나……. 좋슴다. 덤비십쇼.
 
하구로: 이래 봬도 난전은 자신 있슴다. 뭐, 여차하면 미유키 쪽으로 튀면 되니까 말임다.
 
사카와: 미유키까지 끌어들이는 건 비겁하지 않아요!?
 
하구로: 어쩌자는 검까? 하구로, 호위 임무도 꽤 잘하니까 한번 달라붙으면 뿌리치기 힘들 검다.
 
사카와: 으으… 이, 이 정도로 물러설까봐요! 무사시 씨의 명령이니까 따를 수밖에 없어요!
 
사카와: 미유키 미안해요! 하구로를 쓰러트리면 바로 도와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요!
 
미유키: 으, 으응! 미유키는 괜찮아…!
 
하구로: 엥, 블러핑 실패한 거 같은데 말임다…. 이거 기도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님까….
 
미유키를 끌어들여 아군 오사를 노리려는 시도가 실패한 후, 하구로가 최후의 저항 의지를 다지던 그 순간――
 
미카사: 거기까지다!
 
하늘에서 울린 목소리에 하구로, 미유키, 사카와는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사카와: 어라? 의장이 작동을 안 하는데요…? 고장인가…?
 
하구로: 아까까진 잘 움직였는데…. 이거 누가 심상 효과를 발동한 거 아님까?
 
미유키: 미유키도야…. 호, 혹시 주변에 나타난 빛의 고리하고 관계가 있을까?
 
하구로: 그거 말곤 다른 게 없어 보이긴 하는데 말임다. 설마 미카사 대선배임까?
 
미카사: 하하하. 그렇다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는 전함 미카사가 서 있었다.
 
미카사: 나가토의 흉내 같아서 면목없다만, 당분간은 서로 싸울 수 없을 게야.
 
하구로: 살았슴다…. 나가토 님의 흉내라는 건…….
 
미카사: 방금은 내 심상이긴 했네만, 나가토는 자네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바라지 않네. 하여 나도 그러기를 바랐을 뿐이네.
 
미유키: 그러면, 무사시 씨의 명령보다 앞서는 거야?
 
미카사: 그럴 게다. 사실 자네들도 싸움은 싫지 않은가?
 
미유키: 으, 응…! 미유키는 아카기 씨 명령대로 여기서 감시만 하고 있었으니까…!
 
미카사: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지. 이 미카사를 봐서라도 싸움은 삼가 주게나. ……그럼에도 싸우고 싶다면 이 몸이 직접 상대해 주마.
 
사카와: 와왓…! 아, 아니에요! 그냥 뭔가… 똑같은 장면을 본 거 같아서….
 
미카사: 일반적인 훈련에서 겨루는 것은 상관 없지만, 중앙 탑이 아직 남아 있는데 서로 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사카와: 네! 명령을 따르고 있었던 것뿐이니까, 싸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미카사: …흠. 아무리 그래도 양산함의 공격까지는 막을 수가 없구만.
 
미카사: 나가토와 달리 동료를 지키려는 마음이 부족했던 겐가? 아니면 같은 심상 효과는 통상적으로 두 번 발동되지 않아서인가…….
 
함선 간의 공격은 막을 수 있었지만 양산함의 무차별적 공격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피해가 누적되던 진츠는 여기서 전투 불능 판정을 받았다.
 
미카사: 고생 많았네. 진츠.
 
미유키: 으으, 죄송해요…. 미유키가 제대로 호위했어야 하는데…….
 
진츠: 괜찮습니다. 어디까지나 훈련 상황이니까요.
 
진츠: 미유키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훈련탄치고는 연출이 조금 과하긴 하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미카사: 바로 빠지는 겐가?
 
진츠: 남아 있을 이유는 없죠. 강한 염원도 없는 제가 한가로이 돌아다닌다면 오히려 방해가 될 것입니다.
 
진츠: 솔직히 이번 훈련은 저보다 센다이가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여러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21. 승리의 길
훈련해역. 7턴째(아카기).
 
류호: 공중 정찰 정보를 보고합니다. 중앙 거점 외부의 적 배치가 판명되었습니다. 언제라도 돌격할 수 있습니다.
 
류호: 하지만 미유키는 포위당했으며 진츠는 전투 불능으로 퇴각, 미카사 대선배께서도 직접 훈련장으로 들어와 무사시 씨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습니다.
 
아카기: 대선배가 자진 출격한 이상 이제 충돌은 피할 수 없어.
 
아카기: 야마시로. 후퇴해서 대선배가 중앙 거점을 공격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렴.
 
야마시로: 사, 살았다…. 야마시로, 양산함하고 엄청 열심히 싸웠어요…….
 
아카기: 하지만 아직 피해도 적고 탄약도 여유가 남아 있지. 후퇴하면서도 거점 병력 견제를 잊지 마.
 
야마시로: 네, 네엣!
 
아카기: 미유키는 그대로 대기하렴. 대선배와 나가토 님의 동향을 계속 보고해줘.
 
미유키: 응……!
 
아카기: 카가, 류호. 함재기를 발진시켜서 중앙 탑에 위력 정찰을 실시해.
 
아카기: 어떤 적이 기다리고 있는지…. 무사시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밝혀내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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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해역. 7턴째(미카사).
 
콩고: 중앵의 함재기…. 아카기 함대의 공격대가 틀림없어요! 대선배, 저희도 움직일까요?
 
미카사: 음. 드디어 아카기도 왔군. 아무래도 우리를 위해 중앙 탑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모양이야.
 
콩고: 그렇다는 건… 우리와 맞붙는 건 포기했으니 가서 중앙 거점 공략에 집중하라는 걸까요?
 
미카사: 그럴 가능성도 있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카기가 우리를 미끼로 삼을 작정인 것 같네.
 
키누: 그래서 공격 경로를 열어줬다고?
 
하타카제: 일단 우리를 던져 보고 저 탑에 뭐가 있는지 알아낼 셈이겠지.
 
미카사: 아카기가 아무 이득 없는 행동을 할 리가 없지. 그렇지만 우리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네.
 
미카사: 키리시마, 콩고. 미안하네만 자네들에게 중앙 거점 척후를 맡기겠네. 지금은 적의 정보가 필요해.
 
미카사: 하구로는 이대로 대기하며 무사시와 아카기의 동향을 감시하게. 재차 공격할 기미가 보인다면 내게 연락하게.
 
하구로: 네? 그럼 대선배하고 키누는 어디로 가는 검까?
 
미카사: 우리는 나가토와 합류할 걸세. 중앙 거점을 놓치더라도 주변 거점을 모두 따낸다면 아직 나가토에게 승기는 있어.
 
미카사: 승부가 끝나기 전에 몇 가지 미진한 부분을 매듭지을 필요도 있겠지.
 
 
 
 ~22. 합류
훈련해역. 7턴째(나가토).
 
카와카제: 미카사 대선배께서 다 잡은 거점을 남겨 두고 떠나셨습니다. 무슨 오산이었을까요?
 
나가토: 아니. 일부러 그랬을 게야.
 
거점에 남은 적을 물리친 나가토는 미카사 쪽을 바라보며 통신기를 꺼냈다.
 
나가토: 짐을 위해 거점을 남겨 둔 건가? 대선배…?
 
미카사: 음. 그렇다.
 
나가토: 고, 고맙다….
 
나가토: 직접 훈련장에 들어서서 하루츠키를 지켜 주기도 했고….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람이 없구나….
 
미카사: 신경 쓰지 말게나. 피곤해서 기분 전환하러 왔을 뿐이니.
 
미카사: 게다가 이런 기경을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하면 너무 아쉽지 않은가.
 
나가토: 그럼에도…, 고맙다….
 
미카사: 왜 그러느냐? 아까부터 목소리가 떨리고 있네만.
 
미카사: 이 훈련은 자네의 심상을 반영하는 것. 스스로 의지를 강하게 다지지 않으면 금방 압도되어 수세에 몰릴 걸세.
 
나가토: 자신을 관철……. 그렇다면 이 거점은 사양 않고 받아가도록 하겠노라.
 
통신을 마친 나가토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미카사의 말을 뇌리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다.
 
나가토: ……좋다. 카와카제와 쇼카쿠는 전진하여 다음 거점을 공략할 준비를 하여라. 이대로 대선배가 떠먹여 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느니라.
 
나가토: 하루나와 히에이는 중앙 거점을 공격할 준비를 하여라.
 
나가토: 하루츠키는 짐과 함께 미유키와 사카와를 보러 가자꾸나. 긴급 수리 도구가 남아 있다면 나누어 주거라.
 
하루츠키: 네! 어호님이 명하신대로!
 
나가토: 음. 우선은 마음을 터놓을 필요가 있겠지. 우리는 중앵의 동료이지 적이 아니니 말이야.
 
하루츠키: 어호님께서 드리는 긴급 수리 도구입니다! 저기, 원하신다면 하루츠키도 도와드릴게요…!
 
고헤이를 든 하루츠키는 열심히 기도를 올렸다. 미유키와 사카와의 의장이 조금이나마 회복된 것 같았다.
 
미유키: 어쩐지 포근한 느낌이야……. 고, 고마워…….
 
사카와: 하루츠키의 다정한 바람이 통한 것 같네요. …아, 나가토 님…!
 
나가토: 무사시가 그대를 보낸 이유는 아노라. 그러나 몇 번을 시험해봐도 짐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카와: 그…, 회복시켜 주신 건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무사시 씨가 명령하신다면 저희는 다시 공격할 수밖에 없어요.
 
나가토: 그것은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대 역시 중앵의 일원이며, 동료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니라.
 
사카와: 에헤헤…….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사카와: 그나저나 이런 대단한 결계가 있다니…. 유라한테도 보여 주고 싶은데…. 좀 아쉽네요.
 
미카사: 유라? 요즘 본 적이 없네만, 어디 있는지 아는가?
 
사카와: 으으음~ 무사시 씨가 무슨 임무를 내렸다고 들었는데,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사카와: 유라에게 볼일이라도 있으세요, 대선배?
 
미카사: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네.
 
나가토: …흠. 이것으로 짐의 차례는 끝인가.
 
나가토: 무사시에게 내 의지가 전해졌으면 좋으련만…….
 
 
 
 ~23. 「탑」
 
훈련해역. 7턴째(무사시).
 
무사시의 차례가 돌아오자, 나가토 함대와 함께 휴식하고 있던 사카와 일행의 통신기로 새로운 지시가 날아들었다.
 
하구로: 아, 무사시 씨의 명령임까? 무슨 「지휘」가 오는 검까…?
 
사카와: 그러니까… 「탑」 쪽으로 진군하라는 명령이네요. 그리고 지원도 해주시겠다네요.
 
사카와: 나가토 님의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요! 더는 싸우지 않아도 돼요!
 
사카와: 뭐, 서로 싸우지 않더라도 승리를 바라는 건 똑같으니까 당연히 10점이나 되는 탑을 노리겠죠?
 
훈련장 중심에 있는 최대 거점, 「탑」. 아카기 함대의 위력 정찰이 이루어졌지만, 전혀 피해가 들어간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각 함대의 함선들이 차례로 탑 근처로 모이기 시작했다.
 
스즈츠키: 와아. 멀리서 봐도 박력이 엄청났는데 가까이서 보니 왠지… 살아 있는 거 같아서 무섭네….
 
치요다: 으으, 그런 말 하지 마! 불빛이 깜빡이는 게 마치 살아 숨 쉬는 거 같잖아!
 
와카츠키: 다른 네 개의 거점은 중앵의 성지나 랜드마크 모습이었는데, 왜 여기는 세이렌 시설일까요….
 
사카와: 그러고 보니 지휘관님하고 아카기 씨가 철혈의 반역 때도 이런 「탑」을 파괴했다고 들었어요!
 
사카와: 「탑」은 좀 더 높은 세이렌을 나타내는 걸까요?
 
치요다: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별 거 아니잖아. 치토세 언니. 우리의 연계력을 보여 주자!
 
치토세: 으, 응…! 치토세와 치요다의 연계 필살기…. 사, “사우전드 페더”…!
 
사카와: 아! 여기서 다들 필살기를 선보이는 흐름인가요? 그럼 사카와도――
 
사카와: 엣헴! ……꿰뚫는 푸른 파도. 명동하는 나찰의 칼날. 울어라, “사카와 귀신 베기”!
 
사카와의 의장에서 거대한 빛의 참격이 탑을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치토세와 치요다의 연계 공격도 탑 외벽에 착탄하면서 호쾌한 굉염이 치솟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탑은 함선들을 향해 무형의 충격파를 방출했다.
 
 
키리시마: 들은 것처럼 우리의 공격을 흡수했어…. 이게 이 「탑」의 방어 기구인가.
 
콩고: 명색이 중앙 거점인데 지역 거점보다 반격의 피해가 적은 것은 이례적이군요.
 
키누: 이대로 계속 공격하게 놔둘 리가 없지. 봐. 탑이 내뿜는 빛의 패턴이 바뀌었다.
 
키리시마: 진짜다. 아까하곤 달라…. 혹시 우리 공격에 반응하는 건가?
 
하타카제: 아직 판단은 일러. 저 탑이 정말로 지휘관이 말했던 그 탑과 같다면… 안에 무언가 끔찍한 것이 잠들어 있을지도 몰라.
 
콩고: 그 정도 공격으로는 흠집도 안 나요.
 
그러나 무사시 함대의 공격이 멈춘 순간, 탑 끝에서 눈부신 섬광과 함께 이전에 없었던 거대한 충격이 바다를 뒤흔들었다.
 
하구로: 뭐, 뭐임까……. 아까하곤 전혀 다름다…!?
 
콩고: 입이 방정이지…! 다들 조심하세요! 무언가 바뀐 것 같아요!
 
충격파가 그칠 무렵, 탑 밑동에 있었던 키리시마, 스즈츠키, 치요다, 야마시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세이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비터 허밋IX: …….
 
콩고: 키리시마가…… 일격에 소멸?!
 
미카사: 첫 번째는 경고 사격이었던 모양이군. 자신이 받은 피해를 몇 배의 위력으로 되돌려주는 것인가….
 
미카사: 지휘관은 이런 적과 싸웠던 겐가….
 
하타카제: 방금 일격으로 무사시의 부하가 세 명이나 전투 불능 판정이 났어. 결계의 힘으로 바깥으로 쫓겨난 모양이야.
 
하타카제: 무사시가 이곳을 설계한 거라면 자기 자신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마땅히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왜 자신의 병력을 낭비한 거지?
 
하구로: 대, 대선배. 저 세이렌은…….
 
미카사: NA해역에 나타났던 아비터…….
 
나가토: …의 스페어 보디다. 만약 본체라면 기색을 깨닫지 못했을 리가 없지.
 
쇼카쿠: 네. NA해역에서 여러 번 맞붙었다고 들었습니다. 설마 탑을 지키는 것이 아비터라니.
 
아카기: 이게 네가 준비한 깜짝 파티니? 무사시?
 
아카기: 하지만 놀랐어. 상위 개체라고는 들었지만, 「옵저버」보다 강력한 「아비터」 스페어 보디를 준비해 오다니.
 
아카기: 쇼카쿠도 기억하지? 우리가 NA해역 중심부에서 마주쳤던 것이 이 아이의 본체야.
 
아카기: 그때는 잘도 더러운 짓을 했었지. …아마기 언니의 환영을 만들어서… 감히 그런 짓을…….
 역주) 세이렌 작전 스토리 “붉은빛 원항” 11챕터.
 
아카기: 후후후, 후후후후후…. 스페어 보디여도 절대 용서 못해…….
 
아카기: 원한다면 보여 주겠어! 네가 준비한 무대에서, 「아카기」의 연출을…!
 
 
 
 ~24. 약자를 향한 애정
성지 누각. 응접실.
 
무사시: 나가토 님이 이기도록 돕는 것은 상관없다만, 자신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인가?
 
무사시는 홀로 반상에 앉아 조용히 전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사시: 아카기나 나가토 님과는 달리 그대는 강해. 그러므로 나의 심상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무사시는 유감이라는 듯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 때 문득 창가에서 작은 새소리가 들리는 것을 깨달았다.
 
무사시: 또 너로구나. 이 누각은 피를 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을 텐데.
 
무사시: 곧 폭풍이 올 것이야. 후우… 좋다. 나의 말동무가 되어 준다면, 연약한 그대에게 일시적인 비호를 부여하지.
 
무사시의 말에 안도했는지, 어린 제비는 명랑하게 짹짹 울었다.
 
무사시: 재미있는 아이로고. …내 그대에게 하나 질문을 하지.
 
무사시: 이 반상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훈련」의 승자는 누구일까…….
 
무사시는 앞에 있는 반상을 가리켰다. 제비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깃털을 가다듬기 위함인지 몇 번 날개를 퍼덕였다.
 
무사시: 그대에게는 어려운 질문이었나…. 아니, 내게도 마찬가지지.
 
통신: ――――――!
 
통신기에서 알람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자 무사시는 시선을 다시 반상으로 옮겼다.
 
무사시: 모두가 「탑」 주변에 모인 지금――슬슬 종반이라고 할 수 있겠군.
 
무사시: 나는 그대를 위해 조각들을 맞추었어. 이제 그대가 바라는 「힘」이 바로 눈앞에 있지.
 
무사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대를 꾸미는 일뿐.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는 그대의 심상 여하에 달린 것이야.
 
무사시: 마음껏 이 연극을 즐기도록 하렴. 연약한 아이야――
 
 
 
 ~25. 관망
훈련해역. 8턴째(아카기).
 
야마시로: 아, 아직이에요…! 야마시로는 아직 더 싸울 수 있어요! 으으으으――!
 
미유키: 야, 야마시로 씨…. 이제 괜찮아…….
 
카가: 대단한 내구력이군. 불운에도 지지 않고 강하게 살고자 하는 심상이 반영된 건가.
 
야마시로: 에헤헤헤! 별로 대단한 건 아니에요! 야마시로, 모두를 위해서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더니 왠지 맞아도 안 아팠어요!
 
야마시로: 어? 그런데 치요다하고 스즈츠키는요? 키리시마도 없네??
 
아카기: 저 탑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당했어. 역시 최후의 거점. 방심할 수 없겠네.
 
아카기: 무사시야 어찌됐든, 대선배와 나가토 님도 탑을 공격할 준비를 하는 모양이야.
 
아카기: 내가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한 선의? 이제 와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류호: 아카기 씨. 저희 차례가 돌아온 것 같습니다.
 
류호: 방금 탑의 공격으로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해서 일부 함종의 운용에 약간의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카기: 좋아…. 안정성이 높은 전함에 유리한 환경이군. 하지만…
 
아카기: 파도에 약한 구식 함도 아니고, 이 정도 흔들림은 문제없어.
 
카가: 아카기. 우리도 계속 탑을 공격할 건가?
 
아카기: 아니. 지금은 일단 상황을 보자. 저 탑은 그냥 공격해서 함락시킬 수 있는 게 아니야.
 
아카기: 진형을 수습하렴. 미유키. 그쪽 상황은 어떻지?
 
미유키: 양산함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어…! 계속 관찰하다가 혹시 그쪽 방향으로 가면 알려줄까?
 
아카기: 그래. 지금은 대선배와 함께 있는 게 안전할 거야. 나중에 따로 연락할 테니 기다리렴, 미유키.
 
미유키: 응…!
 
야마시로: 저기이… 야마시로는 어떻게 할까요…?
 
아카기: 아직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거 같으니 돌아가서 우리가 놓친 거점을 제압하고 있으렴. 가능하면 긴급 수리도 받도록 하고.
 
야마시로: 감사합니다! 탑 공격은 진짜로 위험했어요…….
 
아카기: 류호. 야마시로를 따라가서 회복될 때까지 엄호를 맡아 주겠어?
 
류호: 네, 알겠습니다! 아직 제압하지 않은 거점이 있어서 아까부터 근질근질했습니다…!
 
 
 
 ~26. 결전에 앞서
훈련해역. 8턴째(미카사).
 
「탑」의 반격으로 키리시마를 잃은 미카사 함대도 아카기 함대와 마찬가지로 사정거리 밖으로 후퇴했다.
 
키누: 키리시마가 이렇게 퇴장할 줄이야…. 하구로. 중앙 거점의 상황은 어땠지?
 
하구로: 탑에 가까이 있던 네 명 중 야마시로 말고는 전원 탈락임다…. 아카기 씨는 이걸 노리고 일부러 공격 경로를 비켜준 검까….
 
미카사: 단정 짓긴 아직 이르네. 우선은 다시 관망세로 돌아갈 수밖에 없겠군.
 
미카사: 우리도 한번 전력을 재정비하세. 모두 겁먹지 말게나! 훈련은 지금부터가 진짜일세!
 
콩고: 네! 대선배님, 명령만 내려주세요!
 
미카사: 중앙 거점을 제압한 자가 곧 승리를 차지하겠지만, 당장 우리의 전력으로 제압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네.
 
미카사: 아카기도 이를 깨달았기에 피해를 수습하고 아직 제압하지 못한 거점을 순회하는 것이겠지.
 
하타카제: 대선배. 내가 중앙으로 가겠어. 속도와 기동성을 살리면 탑 주변에서 계속 정찰을 할 수 있을 거야.
 
미카사: 좋다. 자네가 양산함에 당하지 않도록 나와 콩고가 엄호할 테지만,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말게나. 아비터의 초계함대의 주의를 끌 게야.
 
미카사: 그리고 무사시의 감시도 필요하네. 그 아이를 제외한 사령 전원이 전장에 내려왔으니 지금 무사시의 행동은 알 길이 없네.
 
미카사: 만일 무사시도 전장에 내려온다면 누군가 발을 묶어둘 역할을 맡아야 게야.
 
하타카제: 알겠어.
 
하구로: 그럼 하구로는 뭘 하면 됨까?
 
미카사: 키누와 함께 나가토의 함대와 합류하게. 가능한 한 많은 거점을 점령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네.
 
하구로: 넷슴다. 나가토 님께 거점을 다 넘기면 되는 검까?
 
미카사: 음. 중앙 거점은 10점이나 되지만, 그 차이를 만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미카사: 나가토는 현재 9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네. 이 우세를 끝까지 유지해야만 해.
 
하타카제: 만일 아무도 중앙 거점을 함락하지 못한 채 훈련이 종료된다고 해도 나가토 님의 승리야.
 
하구로: 옙! 하구로, 바로 이동을 개시함다!
 
미카사: 나가토. 자네도 괜찮겠지?
 
나가토: 음. 상관없노라.
 
미카사: 좋다. 조금씩 전력을 집중해서 탑 공략을 준비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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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해역. 8턴째(나가토).
 
나가토: 그대들은 들으라. 지금부터 미카사와 협력해 승리를 쟁취할 것이니라.
 
나가토: 소규모 함대를 나누어 미제압 거점을 확보함과 동시에 나머지는 중앙 탑을 점령할 준비를 할 것이다.
 
나가토: 모든 거점을 제압한다면 중앙 거점을 공격할 때 서로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테지.
 
나가토: 중앵의 동료는 서로 싸우지 않는다…. 짐은 짐의 길을 끝까지 나아갈 것이니라.
 
쇼카쿠: 모자란 점수를 보충하려면 무사시 씨의 영역에 있는 거점까지 손을 뻗어야 하는데… 정말 괜찮을까요?
 
쇼카쿠: 만일 무사시 씨가 대책을 세워 놓았다면…….
 
나가토: 무사시는 중앙 탑을 차지하지 않는 한 승리할 수 없노라. 이제 와서 거점 지키기에 급급해봤자 헛되이 전력을 소모할 뿐이다.
 
나가토: 하구로가 가세할 터이니 미카사 대선배 구역의 거점 제압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가토: 그러니 쇼카쿠, 하루나, 히에이――무사시의 영역은 그대들에게 맡기마.
 
나가토: 카와카제와 짐은 이곳에 남아 탑에서 솟아나는 적을 섬멸할 것이니라.
 
나가토: 힘을 합하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각 함, 행동을 개시하라!
 
 
 
 ~27. 수작
훈련해역. 8턴째(무사시).
 
사카와: 아카기 씨도 나가토 님도 대선배도 모두 남은 거점을 노리고 있네요~
 
사카와: 게다가 나가토 님과 대선배는 병력을 확충하기 전까지는 탑을 점령하려는 모든 시도를 저지할 생각이신가 봐요.
 
치토세: 손해만 놓고 보면 우리가 제일 큰데…. 스즈츠키도 치요다도 전투 블능이고…. 으으, 치요다… 괜찮을까…….
 
와카츠키: 아까 나가토 님의 함대가 경계선을 지나간 걸 봤습니다! 우리 쪽 거점까지 점령하려는 거겠죠…?
 
와카츠키: 저희 이미 진 거 같은데요……. 혹시 무사시 씨도 나가토 님처럼 저희를 도와주실까요…?
 
사카와: 분명 도와줄 거예요! 그것도 가장 위기일 때!
 
사카와: 신목의 벚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등장한 나가토 님. 타오르는 피안화의 폭염과 함께 내려온 아카기 씨――
 
사카와: 미카사 대선배는 화려하진 않지만 공격할 수 없는 장벽을 만들었는데…. 아무튼 무사시 씨의 연출도 엄청 멋있을 거예요!
 
사카와: 아, 마침 무사시 씨의 지시가…. 으음, 뭐죠?
 
치토세: 지시가 다 달라…. 게다가 중앙 거점을 노리라는 지시는 없네…….
 
와카츠키: 와카츠키가 받은 지시는 소거점 제압이네요…. 나가토 님과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카와: 제 거는…… 뭐죠…? 대체 왜……?
 
사카와: …………미유키.
 
미유키: 으, 응……?
 
사카와: 갑자기 이런 말 해서 미안해요.
 
미유키: 혹시…… 아….
 
사카와: 네…. 치토세와 함께 미유키를 공격하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미유키: 우으……. 그치만 왜…? 무사시 씨하고 아카기 씨, 협력하는 거 아니었어…?
 
사카와: 사카와도 모르겠어요…. 무사시 씨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이 통신기는 수신 전용이고.
 
사카와: 미유키가 반격해도 피하지 않을 테니까 그걸로 용서해 주세요! 네?
 
미유키: 으, 응…! 그럼 미유키도 아카기 씨의 부하로서 열심히 싸울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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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미카사 함대.
 
하구로: 어, 방금 무사시 씨가 아카기 씨를 공격한 검까??
 
하구로: 둘이 같은 편 아니었슴까? 대체 왜?
 
콩고: 저도… 잘 모르겠네요. 미카사 대선배께서는 짐작 가는 바가 있으신가요?
 
미카사: ……유감이지만 나도 무사시의 의도를 모르겠군.
 
미카사: (사이가 틀어진 건가? 아니, 그건 말이 안 돼…. 무사시는 아직 응접실에 있으니 아카기와 연락을 취할 수가 없어.)
 
미카사: (그리고 이제 와서 그런 짓을 할 이유도 없고.)
 
미카사: (그래. 두 사람은 처음부터 함께 움직였으니, 이것 또한 계획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아.)
 
미카사: (이것으로 미유키는 전투 불능이 되었고, 사카와도 큰 피해를 입었다. …결국 부하를 줄이는 것이 목적인 셈이야.)
 
미카사: (아카기는 철혈의 반역이 성취된 지금, 세이렌의 경계가 점점 더 삼엄해지고 있다고 하였어. 그것이 지금의 상황과 관련이 있나?)
 
미카사: 역시… 무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어…….
 
하구로: 무, 무슨 말임까? 그게 미유키를 공격한 것과 무슨 관계가….
 
미카사: 잘은 모르겠네. 하지만 이 훈련장이 정말로 경면해역이라면, 두 사람은 분명 무슨 수작을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어.
 
콩고: 처음부터 함선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아카기 씨가 우리에게 탑으로 가는 길을 내어준 것도 설명이 되네요…….
 
미카사: 장담할 수는 없네. 그렇다면 처음부터 거점을 무시하고 우리를 노렸겠지. 하지만 무사시가 왜 거점을 확보하기보다는 사카와와 와카츠키를 이용해 싸움을 붙였는지는 이해가 되는군.
 
하구로: 그렇다면 나가토 님을 견제한 것도 이해가 감다. 나가토 님의 목표는 사람을 줄이는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였으니 말임다.
 
하타카제: 무사시는 처음부터 이 훈련은 의지와 각오의 싸움이 될 거라고 그랬지. 그렇다는 건….
 
하구로: 목표를 위해서 기꺼이 동료를 희생시키겠다는….
 
하타카제: 어쩌면 나가토 님 때와 마찬가지로 아카기를 시험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미카사: 그래서 나가토 상대로 와카츠키를 단독으로 보낸 게로군. 나가토에게 자신의 길을 버리게 하거나, 혹은 나가토가 이 이상 전진하는 것을 막거나. 어느 쪽이든 손해는 없음이니.
 
키누: 제길….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미카사: 조급해하지 말게. 당장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다리는 수밖에.
 
미카사: (역시 처음부터 훈련에 동의하지 말았어야 했나?)
 
미카사: (아니, 하지만 이로 인해 나가토가 드디어 자신의 이상을 찾았고, 이를 관철할 의지를 얻었다.)
 
미카사: (지금 당장은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자. 나가토가 이길 수 있다면,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아!)
 
 
 
 ~28. 여파
훈련해역. 9턴째(아카기).
 
함선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전국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인지, 훈련장 내 바다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남은 함선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더는 훈련을 즐길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아카기: 훈련장에 있는 함선을 줄인다……. 그렇게 나왔구나, 무사시.
 
류호: 이것으로 무사시 씨의 차례는 끝났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갑자기 미유키를 공격한 거죠?
 
카가: …………계획의 일환이다. 그렇지 않나? 아카기.
 
아카기: 그래. 계획의 일환이야. 미유키는 우리와 단절되어 있었으니 무사시 입장에선 골칫거리였겠지.
 
류호: …알겠습니다. 그럼 거점 제압이 끝나면 저희도 중앙으로 향합니까?
 
아카기: 그래. 하지만 네게는 따로 맡길 일이 있어.
 
아카기: 모처럼 무사시가 기회를 마련해 줬으니 쓰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겠지.
 
아카기: 류호. 카가. 함재기로 「탑」을 공격하렴.
 
류호: 그 탑은 저희의 공격을 주변으로 반사하지 않습니까…? 아직 사정권 내에 하타카제 씨가 있을 텐데…….
 
아카기: 그게 목적이야. 함선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면 대선배의 심상도 발동하지 않아.
 
야마시로: 역시 서로 싸우는 거네요…. 야마시로, 이제는 함께 힘을 모아서 중앙 거점을 공격하는 줄 알았는데요….
 
아카기: 내가 언제 중앙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그랬었니? 너는 수리에 집중하렴. 나중에 쓸모가 있을 테니까.
 
야마시로: 아, 네! 그럼 야마시로, 계속해서 수리하겠습니다!
 
류호: 믿고 있습니다. 그 충격파는 야마시로의 내구력이 아니면 막을 수 없으니까요.
 
야마시로: 아프니까 너무 믿어도 곤란해요><
 
아카기: (나가토 님도, 대선배도, 그렇게 쉽게 계획대로 흘러가게 놔두진 않을 거야. …어떻게 할 거지? 무사시.)
 
 
 
 ~29. 연합함대
훈련해역. 9턴째(미카사).
 
하타카제: 큭…. 「탑」을 공격해서 그 여파를 내게 돌릴 셈이었나…. 당할 뻔했군….
 
하타카제: 하지만 이것으로 대선배의 추측이 증명됐어. 아카기도 “함선을 줄이고 있다.”라고.
 
미카사: 음. 추측이 사실이 된 이상 마음대로 하게 놔둘 수는 없지.
 
미카사: 하타카제는 후퇴하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상대가 적극적으로 탑을 공격하지 않는 이상 지금은 시간을 끄는 것이 상책이야.
 
미카사: 이대로 버틴다면 점수 차로 인해 나가토의 승리가 된다.
 
미카사: 무사시와 아카기 모두 초조해하고 있을 게야. 우리는 찬찬히 대응하면 되네.
 
미카사: 양산함을 데리고 남은 거점을 점령하도록 하세. 하구로, 키누. 부탁해도 되겠나?
 
하구로: 넷슴다. 단독행동은 위험하단 거죠?
 
미카사: 맞네. 무사시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만, 만일 이번 차례에 하타카제의 수리까지 끝낼 수 있다면 잡는 건 쉽지 않을 게야.
 
미카사: 콩고는 중앙 거점을 비껴서 북쪽으로 이동하게. 무사시의 공격을 막아야 해.
 
콩고: 네. 맡겨 주세요.
 
미카사: (이것으로 하타카제를 노리기는 어려워졌다……. 우리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어디까지 나올지 지켜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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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해역. 9턴째(나가토).
 
하루츠키: 어호님! 거점 공략이 끝났습니다! 또 1점 추가예요!
 
나가토: 히에이, 하루나. 고생 많았다.
 
히에이: 네. 직접 싸우는 일 없이 무사히 와카츠키를 저지하면서 거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와카츠키: 한 수 배웠습니다……. 역시 나가토 님이세요….
 
나가토: 한번 점령한 거점은 빼앗을 수 없다. 이것으로 짐과 그대가 싸울 이유는 사라졌노라.
 
와카츠키: 네! 하, 하지만… 무사시 씨가 다시 명령을 내리신다면… 그 때는, 저기…….
 
나가토: ……선처하겠네.
 
 
 
 ~30. 본심

성지 누각. 응접실.
 
천둥이 요란하게 울렸다. 바깥은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다.
 
무사시는 방의 불을 켜지 않은 채, 반상에서 나오는 불빛에 의지해 전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무사시: 지금까지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제는 네 소원을 이루어주마.
 
무사시: 그대…… 아카기가 뜻을 펼치기에는, 아직 관중이 많아.
 
무사시: 그 집념. 그 의지. 그대가 선택한 가시밭길은 결코 이해받을 수 있는 길이 아니야――
 
무사시: 그리고 그 광기에 가까운 심상을 해방하려면, 모든 굴레를 제거할 필요가 있어.
 
무사시: 연약한 아카기―― 강해지고픈 그대를 위해, 내가 그 등을 밀어 주도록 하지.
 
지휘가 내려졌다. 치토세와 양산함들 주변에 빛의 고리가 나타났다.
 
곧이어 수없이 많은 함재기가 부상했다. 목표는 탑의 반격으로 이미 큰 피해를 입었던 하타카제였다.
 
미카사는 대규모 공습을 막아낼 능력이 없었다. 다음 순간, 하타카제는 반상 위에서 사라졌다.
 
무사시: 힘을 합치는 것은 좋다만,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설득력이 없는 법이야.
 
무사시: 중앵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서로가 품은 신념을 내려놓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해.
 
무사시: 그 뜻이 참으로 중앵의 미래를 짊어질 만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자기만족인지….
 
무사시: 아카기의 길에 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나는 그 길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사시: 마찬가지로 나가토 님의 그 지키려는 자세에도 나는 역시 감명 받았다.
 
무사시: 중앵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며, 하물며 이 반상 위 훈련의 승패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야.
 
무사시: 곧 길이 드러난다. 그대들은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그리고――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31. 바다를 덮는 어둠
훈련해역. 10턴째(아카기).
 
「부하」 함선이 계속 줄어듦과 동시에 훈련해역의 하늘도 점점 어두워졌다.
 
어둠에 덮인 바다가 몰고 오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함선들은 훈련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실감했다.
 
카가: 아카기의 예상대로 하타카제는 무사시 함대에 의해 전투 불능이 되었다.
 
카가: 녀석의 목적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아직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겠지.
 
아카기: 그럴지도 모르지만, 막을 내리기에는 딱 알맞은 분위기구나.
 
야마시로: 으으…. 어쩐지 무서워요오…….
 
류호: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무사시 씨는 오로지 우리를 공격하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방금도 하타카제를 공격하기 위해 지휘까지 사용하면서 기어코 날려 버렸죠.
 
아카기: 그래도 덕분에 저쪽 진형이 흐트러졌어.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야.
 
아카기: 대선배는 아마 시간을 끄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두고 봐야 아는 법이지.
 
아카기: 슬슬 움직이자. 야마시로. 병력을 이끌고 중앙 거점으로 이동해서 전개하렴.
 
야마시로: 지, 진짜요…? 정말이요?? 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니고, 대선배도 중앙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야마시로: 그럼 야마시로하고 양산함끼리만 전열에 선다는 거잖아요…? 으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예요…….
 
류호: 아카기 씨. 야마시로의 내구는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아비터를 견제하는 역할이라면 제게 맡겨 주십시오.
 
류호: 직접 전투만 아니라면, 아직 내구에 충분히 여유가 있는 제가 도움이 될 겁니다. 한 명이라도 중앙에 진입하면 모두 거점을 노릴 수 있으니까요.
 
아카기: …………좋아. 애초에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카가: …………내가 가겠다.
 
아카기: 카가?
 
카가: 류호는 탑의 공격을 받으면 전투 불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위험은 가능한 한 줄이는 편이 좋겠지.
 
아카기: ………그래. 가려무나.
 
아카기: 카가가 아비터를 이끌어내면 우리도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아카기: 이제 막바지야. 다음에야말로 모든 것을 끝내겠어.
 
 
 
 ~32. 천변지이
훈련해역.
 
키누: 완전히 어두워졌어…. 이 훈련장은 경면해역만큼이나 날씨 변화가 심하군.
 
하구로: 굉장한 분위기임다…. 마치 개기일식 같슴다.
 
콩고: 정말 이상한 곳이에요. 모든 기상 현상이 마치 실제처럼 느껴지다니.
 
콩고: 만약 이것이 무사시 씨의 「심상」이라면, 너무 검어서 조금 무섭지만요…….
 
미카사: 후후. 무사시가 이렇게 어두운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미카사: (개기일식은 예로부터 미신, 공포, 큰 혼란의 상징이었지.)
 
미카사: (무사시의 알 수 없는 행동과 지금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미카사: (무사시는 자기 입으로 이 훈련장이 경면해역이라고 하였으니.)
 
미카사: 「심상」이라는 말에 정신을 빼앗기면 냉정하게 생각할 수 없게 될 게야.
 
하구로: 그, 그렇죠. 지금은 눈앞의 상황에 집중해야 함다.
 
미카사: 훈련이 끝나면 무사시에게 물어보도록 하자꾸나. 하하하.
 
콩고: 이렇게 어둡다면 함재기의 방향을 잡는 것도 상당히 힘들겠어요. 원거리에서 공격받을 일은 없다고 봐도 되겠죠?
 
미카사: 그래. 치토세의 공격 능력도 많이 떨어졌고, 아카기는 탑을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미카사: 아직 무사시의 움직임이 남았다는 것이 골치 아프긴 하네만…. 아직도 짐작 가는 바가 없구나.
 
나가토: 미카사 대선배. 다음 계획은 무엇이지?
 
미카사: 방금 공격으로 진형이 흐트러졌으니 우선은 상황을 정리하세.
 
미카사: 일단 훈련 자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아카기는 탑 공략에 들어갔으니 더 이상 우리를 노리지는 않을 게야.
 
미카사: 무사시는 탑을 점령해도 더 이상 나가토를 이길 수 없네. 하지만 아카기는 아니지.
 
미카사: 역전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아카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탑을 점령하려고 들 게야.
 
미카사: 그렇다는 건 즉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일세.
 
미카사: 아카기가 탑을 점령하는 것을 적당히 방해하기만 한다면 나가토의 승리는 확실하네.
 
미카사: 다만 불안정 요소…… 무사시 본인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남아 있네.
 
미카사: 무사시는 마지막까지 전장에 뛰어들지 않았어. 따라서 그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네.
 
미카사: 「부하」를 줄일 목적으로 직접 훈련장에 들어오리라 보긴 힘드네. 하지만 절대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
 
미카사: 무사시가 무얼 꾸미든 간에 최대한 그 아이의 행동반경을 줄여 놓아야 하네.
 
나가토: 음. 상황은 알았노라.
 
미카사: 키누. 하구로. 양산함을 수습하고 하루츠키와 협력하여 이 구역의 마지막 거점을 제압하게.
 
미카사: 카와카제와 쇼카쿠에게도 같은 것을 부탁해도 되겠나? 중앙 거점으로 이동하기 전에 최대한 전력을 모아야만 하네.
 
미카사: 무사시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치토세와 사카와, 와카츠키를 빌려서 중앙 탑 공격에 협조할 수 있었으련만….
 
미카사: 뭐 유감이지만 무리겠지. 마지막 전투에서 그 아이들이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준비를 해야 하네.
 
미카사: 하루나와 히에이는 무사시의 영역으로 돌아 들어가서 탑을 둘러싸는 형태로 대기하게. 공격 경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끔 말이야.
 
나가토: 그 탑의 반격으로 키리시마가 일격에 쓰러졌다. 최대한 거리를 길게 잡는 것이 좋을 것이니라.
 
나가토: 콩고급 순양전함 셋이 건재하니 최대 화력을 내기 위해서는 짐과 미카사 대선배를 포함해 전원 일제 공격이 바람직하겠지.
 
나가토: 그리고 「심상」은…….
 
미카사: 아아. 콩고 자매들은 이 훈련장에서 평소 이상으로 전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잘 활용해야겠지.
 
미카사: 자, 마지막은 무사시가 훈련장으로 들어왔을 때의 대책이네.
 
미카사: 솔직히 무사시가 전력으로 공격해 온다면 나가토 이외에는 정면으로 부딪쳐서 이길 자가 없네. 회피에 전념할 수밖에 없을 게야.
 
미카사: 다른 대책이 있다면 무사시가 들어오기 전에 모든 부하를 쓰러트리는 것이지.
 
미카사: 부하 함선이 전원 쓰러지면 패배가 확정이니 만큼 더 이상 간섭할 수는 없을 것이네.
 
미카사: 승리를 노린다면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할 것이네. 동의하지 않을 게라 생각하지만…… 나가토, 어떤가?
 
나가토: 짐은 동료에게 칼을 겨누지 않을 것이다. 공격은 하지 않겠노라.
 
미카사: “천리지행, 적수성연”이라….
 
미카사: 나가토. 자네가 관철한 신념으로써 드디어 승리를 거둘 때가 왔네.
 
미카사: 탑의 반격은 분명 번거로울 테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전력이 남아 있고, 피해를 받아줄 양산함도 있네.
 
미카사: 탑을 일격에 파괴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것은 없겠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두 번째 공격을 준비할 수 있어.
 
미카사: 아카기의 함재기는 비교적 안전하게 공격할 수 있지만, 탑 공격에는 포격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네.
 
미카사: 우선은 내가 첫 번째 공격을 맡겠네. 그 다음 자네가 두 번째 공격으로 탑을 제압하는 것이야.
 
미카사: 중앵 함선들이 모두 협력해야 올바른 미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아카기에게 보여주자꾸나!
 
 
 
 ~33. 백면구미
훈련해역.
 
미카사와 나가토 함대가 착실하게 「탑」 공략을 준비하던 와중…….
 
하구로: 무사시 씨, 움직이질 않슴다…. 설마 지휘를 포기한 검까…?
 
콩고: 무사시 씨가 그럴 리 없어요. 분명 뭔가 다른 계획을 꾸미고 있을 거예요.
 
하루츠키: 어? 무사시 씨의 함대가… 중앙 거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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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토세: 무사시 씨의 명령대로, 지금부터 중앙 거점에 있는 아비터의 스페어 보디 공격을 개시한다…….
 
와카츠키: 치토세 씨, 와카츠키도 돕겠습니다!
 
치토세: …와카츠키…? 너도 똑같은 명령을 받았어?
 
와카츠키: 네! 이미 피해가 많아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치토세 씨는요?
 
치토세: 아까 공격으로 함재기를 거의 다 써버렸어…. 아비터한테 얼마나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
 
와카츠키: 어쩔 수 없죠…. 마지막으로 한번 활약해보고 싶었는데, 무사시 씨의 명령이라면 와카츠키, 아무 걱정 없이 돌격하겠습니다!
 
치토세: 으, 응…. 치토세도 꽤 재밌었어…. 슬슬 치요다가 보고 싶은데…….
 
치토세: 결과는… 치요다하고 같이 과자나 먹으면서 지켜볼까…….
 
와카츠키: 과자라면 무사시 씨가 휴게실에 많이 준비해 놓으셨어요! 에헤헤, 와카츠키가 먼저 퇴장했으면 접시 같은 것도 준비해 놓고 다른 분들을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와카츠키: 맛있는 과자는 다 같이 먹고 싶어서요! 아, 푸타가 다 먹어 버린 건 아니겠죠?
 
치토세: 그, 그럼 얼른 끝내고 휴게실로 가자……!
 
아비터 허밋IX: ……………….
 
――――――!
 
그렇게 와카츠키와 치토세는 아비터의 공격으로 훈련장에서 퇴장했다.
 
 
같은 시각….
 
사카와: 죄송합니다 카가 씨. 무사시 씨의 지시 때문에…….
 
카가: 괜찮다. 이것도 분명 아카기의 작전일 테지.
 
사카와: …어, 어라? 카가 씨는 안 도망가시나요?
 
카가: 아비터의 견제는 충분히 해냈다. 그 동안 대선배 일행이 탑에 충분히 타격을 입혔겠지. 남은 건…….
 
――――――!
 
사카와가 발사한 공격이 카가에게 착탄하자 의장에서 푸른 유염이 피어올랐다.
 
카가는 일체 피하지 않고 아비터와 사카와의 공격을 모두 받아냈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러자, 하늘거리던 유염이 점점 모여 거대한 여우불 모양으로 변했다.
 
사카와: 에…………에에에엑!? 이, 이게 뭐예요?! 카가 씨?
 
카가: 식귀 “백면구미”. 본디 그레이 고스트를 위해 준비한 기술이지만, 이 훈련장의 심상의 영향으로 이렇게 선보일 수 있었지.
 
식귀가 포효했다. 카가의 모습이 사라지고, 주변이 푸른 불꽃으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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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토: 사카와가 전투 불능……? 이 불꽃은 카가가 한 짓인가!?
 
콩고: 그런 것 같네요…. 그리고 사카와의 퇴장으로 무사시 씨의 「부하」가 전원 탈락했습니다.
 
콩고: 또한 무사시 씨의 패배로 인해 무사시 씨가 점령하고 있던 거점들이 중립 상태가 됐습니다. 만약 이곳들을 아카기 씨가 차지하게 된다면 나가토 님의 점수를 따라잡을 거예요.
 
나가토: 으음…. 하지만 작전은 변함없다. 어찌됐든 아카기가 중앙 거점을 차지하면 우리의 패배니라!
 
미카사: 무사시가 패퇴한 이상, 더는 아카기에게 가세할 수 없어. 즉, 아카기도 이제 여력이 없다는 말이네.
 
나가토: 아카기가 중립 거점을 공격할 여유는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느긋하게 기다릴 시간은 없다.
 
나가토: 전력을 나눠 중립 거점을 제압하는 사이에 만약 아카기가 중앙 거점을 공략한다면, 짐의 병력은 각개 격파될 것이야….
 
나가토: 다음 공격으로 먼저 중앙 거점을 공략할 수 있을지… 걸어 보는 수밖에 없겠구나.
 
하구로: 넵. 그리고 아직 카가 씨가 돌아다니고 있슴다….
 
미카사: 그 식귀……. 완전히 허를 찔렸어.
 
카가: 이것이 나의 신념이다. 아카기…, 언니를 이기게 하기 위해서라면 이 몸 따위는 희생해도 상관없어.
 
미카사: 전투 불능이 되어서도 식귀로서 남아 있는 겐가…. 이렇게 강한 「심상」이 반영될 줄이야….
 
카가: 그렇다. 그리고 동료들의 퇴장으로 아카기 언니는 겨우 본심을 말할 수 있게 되었지.
 
미카사: 「부하」를 줄인다…. 자네들도 무사시와 같은 속셈이었구만.
 
미카사: 아카기가 말했던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수 없다.”라는 말은, 함선이 적을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뜻인가?
 
미카사: 이 훈련장에서는 의장의 성능이 제한되지. 반대로 말하면, 제한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장의 성능”이다.
 
미카사: 우리나 자네나 탑을 공격하고 있지만, 그것이 자네의 협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
 
미카사: 아카기. 자네에게는 「탑」을 쓰러트릴 비책이 있는가?
 
아카기: 당연하죠. 미카사 대선배.
 
아카기: 무사시가 그랬었죠. 이 훈련은 「심상」을 나누는 것이며, 각자의 길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아카기: 저는 처음부터 중앙 거점을 공격하는 것으로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공통의 적이 있다면 협력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라고.
 
아카기: 하지만 승리를 넘겨준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가토: 그대 혼자의 힘으로 아비터를 쓰러트리고 탑도 파괴하겠다는 것인가…?
 
아카기: 맞아요. 조건은 이미 갖추어졌습니다. 슬슬 대선배와 나가토 님께도 보여드리죠.
 
카가: 힘이 따르지 않는 각오는 무력하다. 무력한 자는 싸움에서 패배하고, 그 미래는 닫힌다.
 
카가: 언니께서 꿈꾸던 바람은 곧 나의 바람――그리고 이 힘이야말로 언니께서 바라는 미래를 여는 힘이다!
 
카가: 언니를 저지하고 싶다면, 먼저 이 카가의 식귀, “백면구미”를 쓰러트려봐라!
 
나가토: 카가! 그대는 기어코……. 전 함, 카가를 노려…… 큭!!
 
아카기: 후후후. 역시 미숙해요…. 이것으로 승리는 이 아카기의 것입니다.
 
아카기: 자, 보여드리죠. 이것이 아카기의 심상, 아카기가 선택한 길, 미래를 향한 새벽바람이야!
 
아카기: 후후후,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34. 눈물달의 종언
――이곳은 중앵의 성지. 고귀한 자손을 모시는 곳.
 
하늘을 찌를 정도의 누각. 그 응접실에서 검은 머리의 여성, 무사시가 반상을 응시하고 있었다.
 
검은 비구름도 막지 못한 치솟는 뇌광이 복도의 나무 바닥에 그녀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무사시: 대국의 승패는, 이것으로 마무리….
 
강풍이 포효하듯 창문을 크게 뒤흔들었다. 피난 온 제비는 두려운 듯 무사시의 손바닥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이 누각은 비호해주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지켜주고, 사랑해주는 존재는 분명 이곳에 있었다.
 
무사시: 그대의 심상은 이토록 강렬하여 휘몰아치는 폭풍에도 지지 않을 기세로 중앵의, 세계의 바다를 휘젓는구나.
 
무사시: 미카사 대선배도, 나가토 님도, 신념을 관철하는 것은 좋으나 아무래도 나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썼었지.
 
무사시: 그래서 그대와의 대화의 기회를 놓치고, 그대에게 승리를 양보하게 되었다.
 
무사시: 기껏해야 반상의 대국. 한 번의 훈련으로 중앵의 미래가 정해지지는 않는다.
 
무사시: 그러나 이 대국을 통해 나도, 그대도, 미카사 대선배와 나가토 님도 서로의 심상을 말할 수 있었다.
 
무사시: 그리고 마침내, 그대도 그 「힘」을 동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야.
 
무사시: 큰 힘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대가 이를 모르지는 않겠지.
 
무사시: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 추구하겠다면, 그만큼 그대의 사랑은 깊고, 가치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무사시: 아아. 아카기. 그대가 바라는 미래의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무사시: 그대는 그것을 위해 어디까지 자신의 정혼을 바칠 것인가.
 
무사시: 길은 합쳐지고 다시 갈라진다. 하지만 저마다 가는 발걸음이 마음에 새겨졌다.
 
무사시: 이윽고, 길은 다시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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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이 내뿜는 빛이 타오르는 바다를 밝게, 그리고 붉게 비췄다.
 
훈련장 중앙에 있는 「탑」이 무너지고, 안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빛이 되어 사방으로, 하늘로 흩어졌다.
 
아카기: 후후후. 설마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는데. 무사시가 좋은 선물을 남겨줬어.
 
아카기: 계속 이때만을 기다렸어. 허밋.
 
아카기: 상층부를 이용하여 중앵을 기만하고, 게다가 감히 아마기 언니의 모습을 흉내 내다니…….
 
아비터의 스페어 보디였던 잔해가, 아카기의 발밑에 처참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아카기: 용서 못해. 그래, 절대로 용서 못해. 비록 네가 스페어 보디에 불과할지라도 말야.
 
아카기: 상위 개체인 너를 쓰러트릴 힘도, 지식도 이미 손에 넣었어. 다음에는 반드시 네 본체를 노릴 거야.
 
아카기: 이것만 없다면, 스페어 보디인 너도 고작 이 정도…….
 
아카기는 세이렌의 잔해를 뒤져 희미하게 빛을 내는 랜턴을 뜯어냈다.
 
격렬한 전투에도 흠집 하나 없는 그 용기를, 아카기는 집어들었다.
 

아카기: 이제 끝이야. 세이렌.
 
아카기: 너희는 이렇게 잔해 속에서 쓰레기처럼 기어다니는 게 훨씬 어울려.
 
아카기: 앞으로는 아카기가 위에 서겠어. 너희의 그 자랑스러운 계산이니 재현이니, 전부 부숴 버리겠어.
 
아카기: 나가토 님도, 대선배도 아무 관계없어. 이건 아카기의, 나 혼자만의 싸움이야.
 
아카기: 무사시와 카가 덕분에 지금 이 힘의 방출을 본 사람은 극히 드물 거야.
 
아카기: 그리고 설령 봤다고 해도, 이것이 「힘」인지 아니면 실험장의 연출인지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아카기: 너희는 날 막을 수 없어.
 
아카기: 너희에게 중앵의 미래는 넘길 수 없어.
 
아카기: 중앵의 미래는 힘없는 이상만으로는 개척할 수 없어. 이게 너희와 나의 차이점이야.
 
아카기: 너희는 알지 못해! 너희가 나아가는 길에는 끝이 없다는걸!
 
아카기: 확실히 나는 중앵을 이끌 만한 자격이 없어.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아!
 
아카기: 하지만 내가 아니면 안 돼. 나만이 중앵을 구할 수 있어.
 
아카기: 힘이 없으면 중앵은 결코 「강자」가 될 수 없어. 힘이 없는 나는… 아카기는 아무도 구할 수 없어.
 
아카기: 아마기 언니께서 못한 일을, 내가 해내야만 해.
 
아카기: 다시는 언니를 잃지 않기 위해서…. 아마기 언니를 다시 만나고, 그리고 함께 중앵의 동료들과――
 
아카기: 그것이 바로 나의 길, 내가 바라는 미래야.
 
아카기: ……………………슬슬 탑의 충격파가 멈추겠지.
 
아카기: 마지막이야. 이제 더는 이 「결계」… 아니, 경면해역에 볼일은 없어.
 
아카기는 랜턴을 들어 탑을 향해 내밀었다. 그러자 반파된 탑 표면의 빛의 모양이 다시 변화했다.
 
하늘에 떠 있는 달도, 바다를 뒤덮은 먹구름도 그 모습이 점차 지워져 간다.
 
아카기: 비스마르크는 어리석게도 「힘」을 거절했지.
 
아카기: 하지만 나는 당신과는 달라. 이 아카기는, 「힘」을 얻는 것이 두렵지 않아.
 
아카기: 그리고 이 힘으로 중앵의 미래를 열고, 올바른 존재에게 넘기겠어.
 
아카기: 그러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주저하지 않을 거야.
 
아카기: 설령 이 몸이 타버린다 해도. 중앵뿐만 아니라 온 세계에서 배척당한다고 해도…….
 
아카기: 나는――「신」을 능가하고 말겠어.
 
 
 
 ~35. 폭풍이 지나간 뒤
훈련 다음 날. 어제 폭풍이 몰아쳤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날씨는 화창했다.
 
야마시로: 후아아아…… 완전히 개었네요~
 
야마시로: 어제는 훈련장 바깥에서도 폭풍이 몰아치고 있어서… 야마시로, “어라? 나 아직 훈련장에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무사시: 「성지」의 날씨 변화는 심하단다. 그대들의 귀로도 이 맑은 하늘처럼 순풍이 있기를 빌겠어.
 
야마시로: 감사합니다! 그럼 나가토 님, 무사시 씨, 미카사 대선배! 저희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무사시: 그래. 다음에 또 놀러 오렴.
 
미카사: 음? 그러고 보니 아카기와 카가를 보지 못했구나. 인사도 없이 몰래 돌아갔을 리는 없을 텐데.
 
무사시: 그것 말이다만…. 어젯밤 급한 일이 생겨서 본섬에서 연락을 받고 바로 돌아갔어.
 
미카사: 그렇다는 건 폭풍 속을 나아간 겐가? 무사했으면 좋겠다만….
 
무사시: 나도 만류했지만 듣지 않더군. 꽤 급박한 일인 모양이야.
 
무사시: 그러면, 미카사 대선배와 나가토 님은 조금 더 머물 텐가?
 
무사시: 바둑 말고도 몇 가지 재미있는 놀잇거리가 있다만.
 
미카사: 고맙지만 나도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노는 것은 또 다음에 함세.
 
무사시: 어호님께서는 어때? 어제 세이렌의 힘을 사용한 강화 양산함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나가토: 미안하지만 다음으로 하지. 짐도 볼일이 있어서 이만 실례하마.
 
나가토: 연락할 일이 있다면 야마카제를 통해서 하도록 하여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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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토: 미카사 대선배. 미안하다. 짐이 그때 카가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면…….
 
미카사: 그저 훈련일 뿐이니 신경 쓰지 말게.
 
나가토: 무사시에게 들었다. 짐이 이기면 대선배가 하는 질문에 모두 대답해 주겠다고 약조했었노라고….
 
미카사: 이제 됐다. 무사시도 홧김에 대답해 주겠노라고 한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니.
 
미카사: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이상, 무사시에게 물어봐도 의미가 없네.
 
미카사: 시나노의 꿈과 재현의 연관성. 와타츠미의 행방. 신목 주변의 알 수 없는 결계. 이 모두를 조사해야만 해.
 
미카사: 그리고 이번에는 아카기의 “본심”을 들을 수 있었네.
 
나가토: 비록 졌지만 나름 성과는 얻었다는 건가.
 
미카사: 그렇지. 자, 얼른 돌아가서 다음 수를 생각하세――
 
 
 
 ~36. 부유섬 요새
철혈 부유섬 요새.
 
즈이카쿠: 후우…… 드디어 도착했네…. 저번 실험에서 진짜 세이렌이 침입해서 자폭할 뻔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돌아왔구나.
 
통신: 방문자는 식별 번호를 제시하십시오.
 
즈이카쿠: 중앵 항공모함 즈이카쿠. 무사시의 명령으로 외교차 방문했어. 식별 번호는…….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 선 즈이카쿠는 미리 준비한 특수 통신기에 자신의 식별 번호를 말했다.
 
통신: 식별 번호 확인. 부유섬 요새에 어서 오십시오.
 
검문을 마치고 조금 더 나아가자,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철혈의 경면해역, 부유섬 요새로 변했다.
 
즈이카쿠: 전에는 이런 검문이 없었는데…. 새로 추가했나?
 
즈이카쿠: 폭풍이나 안개 같은 이상 기상이 아니라 평범하게 검문을 받고 경면해역에 들어오니까 좀 이상하네….
 
즈이카쿠: 뭐 그래도 어떻게 잘 마련해 뒀겠지. 저번에 세이렌 침입 사건도 있었으니까.
 
즈이카쿠는 생각을 환기하고 부유섬 요새의 거대 시설군을 둘러봤다.
 
예전에 왔을 때와는 시설의 구조도, 섬의 위치도 모두 달라져 있었지만, 즈이카쿠는 헤매지 않고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그럭저럭 나아갔다.
 
경면해역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세이렌의 시설――자동으로 가동되는 공장이나, 훈련장에서 나오는 소리만이 즈이카쿠의 귀에 닿았다.
 
마치 관객이 없는 공연에서 연주자 없는 연주를 듣는 기분이었다.
 
즈이카쿠: 전에는 그냥 훈련장이라고 들었는데, 공장이라도 증설한 건가….
 
즈이카쿠: 게다가 아무도 없고…. 으으, 무섭다 무서워.
 
즈이카쿠: 철혈의 요새는 원래부터 좀 음산한 감이 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음산하네….
 
즈이카쿠: 무사시 씨의 명령만 아니었어도 이런 데는 안 오는 건데…….
 
즈이카쿠는 통신기에서 가끔 울리는 안내 음성을 따라 어느 「탑」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경면해역의 제어 시설인 것 같았다.
 
그 입구에서, 즈이카쿠는 근처 받침대에 올려져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즈이카쿠: 이건……「와타츠미」!?
 
즈이카쿠: 아니 말도 안 돼. 「와타츠미」는 시나노 씨가 다시 중앵으로 가져왔잖아. 대선배가 그렇게 말했는데.
 
즈이카쿠: 그럼 이건 대체……….
 
가까이에서 보니 「와타츠미」는 기계 장치에 끼워져 있었다.
 
즈이카쿠: 잘 보니 모양도 크기도 다르네. ……어? 나는 왜 이걸 처음 봤을 때 「와타츠미」라고 생각한 거지?
 
비스마르크: 철혈의 부유섬 요새에 온 걸 환영해.
 
갑자기 나타난 영상이 즈이카쿠의 눈길을 빼앗았다.
 
즈이카쿠: 당신은…… 비스마르크!?
 
즈이카쿠: 저번에 컴파일러와 싸웠을 때는 목소리만 들었었는데, 이렇게 얼굴을 보니까 좋네!
 
즈이카쿠: 아, 근데 비스마르크 씨는 철혈 본토에 있는 거 아니었어?
 
즈이카쿠: 내가 온 걸 어떻게 알았지?
 
즈이카쿠: 어어, 그리고 이 기계에 연결되어 있는… 「돌」은 뭐야?
 
즈이카쿠: 중앵의 「와타츠미」는 아니지……?
 
비스마르크: 그렇게 한꺼번에 물어보면 대답할 수가 없어. 즈이카쿠.
 
즈이카쿠: 아…… 미안. 좀 놀라서…….
 
비스마르크: 괜찮아. 일단은 안쪽으로 들어오렴.
 
비스마르크: 궁금한 게 많은 건 이해해. 중앵으로 돌아갈 때까지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제공할게――
 
 
 
 ~37. 비탄
훈련장. 중심부.
 
무사시: 관측 결과는 어때?
 
진츠(META): 네. 와타츠미의 출력은 안정적입니다.
 
진츠(META): 아카기의 「심상」에 따라 원하는 형태로 검은 큐브의 재구축에 성공했습니다.
 
진츠(META): 다소 제한은 있겠지만, 아카기는 큐브의 힘을 안전하게 끌어낼 수 있습니다.
 
무사시: 잘 됐구나. …아니, 정말 잘 된 걸까?
 
진츠(META): 전에 해본 적 있는 실험을 재현한 것뿐입니다.
 
무사시: 그 검은 큐브 말이지…. 하지만 이 「힘」은 아카기의 용골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 거지?
 
진츠(META): 이론적으로 검은 큐브는 용골을 침식해서 최종적으로 대상의 존재를 붕괴시킵니다. …하지만 그 속도는 함선에 따라 다릅니다.
 
진츠(META): 그래도 검은 큐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안전합니다. 제때 멈추면 META화를 늦출 수도 있습니다.
 
진츠(META): …아카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군요. 무사시 씨는.
 
무사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니까. 이것은 단순한 연명 조치. 자아를 상실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늘릴 뿐이지.
 
진츠(META): 이 방법은 연구의 부산물이니까요. 와타츠미를 이용한 결전병기만 완성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무사시: 그대도 그 연구에 희생되었나?
 
진츠(META): 글쎄, 어떨까요…… 콜록콜록.
 
무사시: 지금 그대의 모습이…… 바로 이 기술의 위험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지 않나?
 
진츠(META): 아닙니다. 이런 몸이 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검은 큐브…… META의 연명 조치와는 관계 없습니다.
 
진츠(META): 그리고 만약 제 META화 진척이 심했다면 이렇게 무사시 씨와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을 테죠.
 
무사시: 「와타츠미」를 이용한 결전병기라…….
 
무사시: 그대들은 그런 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엑스」에게 진 거지?
 
진츠(META): 그 무기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던 자가 있었어요.
 
진츠(META): …………그 이야기는 또 다음에 하도록 하죠.
 
진츠(META): 제 소망은 파멸의 미래를 피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무사시: 우리들, 아니, 이 「가지」에 걸어볼 셈인가. 그대의 제안은 마음이 놓이면서도 위험한 냄새가 나는구나.
 
무사시: 만일의 경우, 아카기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진츠(META): 제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머지는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진츠(META): 천 리 길은 지금 막 한 걸음 내딛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무사시 씨. 너무 시간을 낭비하지는 마시길…….
 
 
 
 ~38. 박람회에서
시나노: “중앵 항공모함 시나노가 무사시에게.”
 
시나노: “……박람회 참가 중 보고할 사항이 있어 급하게 연락을 함에 미리 사과한다.”
 
시나노: “지하 창고에서 발생한 경면해역 사건은 사디아 함선의 활약으로 무사히 해결되었다.”
 
시나노: “하지만 내가 느낀 위화감. 그리고 꾸었던 묘한 꿈의 정체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시나노: “착각일 수도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추후 따로 쓰겠다.”
 
시나노: “이후 남은 박람회 기간 동안은 평안하였다. 각 진영이 모두 화목하고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나노: “세이렌은 지중해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로열 제도에 습격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시나노: “규모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상층부의 소문에 따르면 이 공격은 철혈의 반역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 같았다.”
 
시나노: “하지만, 소문의 출처를 포함해 수상한 것이 많아 편지로 적는다.”
 
시나노: “수상한 점은 세 가지.”
 
시나노: “첫 번째. 로열은 컴파일러 제거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시나노: “두 번째. 습격에는 징후가 없었고, 로열 초계함대의 색적 보고도 없었다.”
 
시나노: “세 번째. 여왕은 습격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으며, 이미 적들을 요격할 대비가 되어 있었다.”
 
시나노: “본건은 시나노 및 박람회 참가 함선이 계속해서 조사할 것이다.”
 
시나노: “세이렌의 보복이 사실이라면 중앵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나노: “부디 경각심을 가지고――와타츠미를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부탁한다”
 
시나노: “……시나노 배상.”
 
 
 
 ~39.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눈
악몽을 꾸었다.
 
흐릿한 그림자가, 모습이, 존재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그 존재는 사라졌다――
 
의식이 느슨해지면, 그것은 다시 나타났다.
 
소리를 내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단지 서 있기만 하는 조각 같은 사람의 그림자.
 
경보음? …「별바다」 기지에 무슨 일이 있나…?
 
…아니. 아무래도 아직 꿈속인 것 같다. …아까와는 다른 꿈이다.
 
의식을 여기저기 돌려봤다. 조금 전까지 노려보던 존재는 없는 것 같다.
 
악몽에서 해방됐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주변에 경보음이 울리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
 
헬레나(META):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 지휘관.
 
헬레나(META): 지금은 자고 있을 때가 아니야. 적들이 다가오고 있어.
 
헬레나(META): 일어나. 지휘관. 얼른 일어나――――
 
……………….
 
헬레나: 다행이다…. 지휘관. 겨우 일어났구나.
 
헬레나: 아무리 깨워도 반응이 없어서, 멤피스를 부를까 생각했었어…….
 
어젯밤 실험 후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자다가 악몽을 꾼 것 같다.
 
헬레나에게 시간을 물어봤다.
 
헬레나: 그게, 시계로는 16시 16분이야.
 
오후 4시…? 그렇게나 잤다고…?
 
헬레나: 나도 위화감이 들어. 체감 시간으론 지금은 새벽 3시나 4시일 거야.
 
헬레나: 그런데 아까 「별바다」 기지의 모든 시계가 일제히 16시 16분으로 바뀌었어.
 
헬레나: 그리고 TB한테 거대한 「정체불명의 물체」가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
 
거대한 물체……? 「별바다」의 위치는 극비일 텐데…?
 
헬레나: 지금 기지 전체가 적색 경보로 상향되었어.
 
헬레나: 앞으로 30분이면 입구를 봉쇄하고 시설 전체를 은폐할 거야. 하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어.
 
헬레나: 다행히 아직 시간은 남았어. 25분 남았으니까 지휘관. 자, 같이 대피하자.
 
다른 함선들은 괜찮은 거야…?
 
헬레나: 외부에 있는 아이들은 이미 긴급 탈출했어. 시설 중심부에 있는 아이도 필요한 작업을 마치면 대피할 거야.
 
그렇다면… TB는――
 
헬레나: 응. 유감이지만 TB는……. 여기에 그 아이의 주기가 있으니까……….
 
헬레나: 시간이 없어. 지휘관, 얼른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