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달빛의 안내인

셰르부르: 매일 똑같은 궤적을 반복하는 동안, 사람은 어느새 자신의 모나고 뾰족한 부분을 깎아내고 말지. 사람들은 그걸 '성장'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야.
셰르부르: 하지만 잊혀진 꿈 중에는 먼지 쌓인 그림책처럼, 다시 펼쳐질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꿈도 있어.
셰르부르: ……친애하는 지휘관, 들려? 이야기들이――'꿈같은 서커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셰르부르: 시간의 흐름에 파묻힌 꿈도, 스쳐 지나가며 잊어 버렸을 사람들도, 설령 어둠속이라고 해도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수많은 존재들…….
셰르부르: 자, 출발하자……. 놀라움으로 가득한 책 속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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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오랜만에 '색'을 보았다.
회색빛 아스팔트나 푸르스름한 벽면이 아니라,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색이 그곳에 있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평소처럼 따뜻한 도시락을 들고 늘 다니던 길을 걷고 있었다.
언제나 똑같은 일상.
……흰 비둘기 몇 마리가 내 시야로 뛰어들기 전까지는.
프린츠 아달베르트: 짜잔~! 엄청난 마술 쇼가 곧 시작해~ 거기 계신 행운의 관객분, 내 조수가 되지 않을래~?
날개가 퍼덕이는 소리 가운데, 마술사 소녀가 차분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방금 전까지 일 생각 하고 있었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는 나한테만 집중해줘?
소녀는 실크해트를 가볍게 던졌다 받은 다음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수많은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날아라 날아라, 귀여운 새들아!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 사람'을 찾았다고 모두에게 전해줘.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리고…….
소녀는 윙크를 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모자 속으로 손을 넣었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다음은 토끼를――어라, 왜 카드가 나왔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좋아, 카드는 살짝 돌려놓고……. 거기 계신 행운의 관객분, 조금만 가까이 와 볼래?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성큼 거리를 좁히고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응? 뭔가 딱딱한 게 닿았는데…….
프린츠 아달베르트: 아, 내 실크해트구나.
프린츠 아달베르트: 그럼 다시 쇼를 계속할게~
눈을 뗼 수 없을 정도의 현란한 동작 끝에 귀여운 빨간 눈의 흰 토끼가 모자에서 튀어나와 곧장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행운의 관객분, 오늘 밤의 신기한 만남을 기념하는 선물을 받아줘.
프린츠 아달베르트: 많이 예뻐해 줘야 돼~
지휘관: 잠깐만…… 어?
고개를 들자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품에 안긴 흰 토끼만이 내 손에 볼을 비비고 있었다.
지휘관: ……이거 무슨 몰래카메라 같은 건가?
프린츠 아달베르트: ……지휘관? 일어나~ 이제 일어날 시간이라구~
지휘관: ……으응?
프린츠 아달베르트: 겨우 일어났네~ 우리도 이제 출발하자~
지휘관: ……어라……아까 그 마술사? 이게 대체…….
프린츠 아달베르트: 지금은 조금 설명하기 어려워~ 일단은 날 따라와.
프린츠 아달베르트: 너라면 금방 기억해 낼 테니까.
프린츠 아달베르트: 자자. 달빛에 비치는 초원으로, 반짝이는 은하수 아래로――
프린츠 아달베르트: 너만을 위한 무대가 주인공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어~!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며 달빛 아래로 안내했다.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깃발이 휘날리고, 다채로운 조명이 반짝이는, 그야말로 꿈과도 같은…… 거대한 서커스 천막이었다.
~02. 꿈의 비밀 수호자
나는 매표소로 향했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돌려 물어보려고 했지만, 나를 이곳까지 안내해 준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휘관: ……진짜 몰래카메라 아냐?
지휘관: 아무도…… 없나?
셰르부르: ……어머나…… 깜빡 잠들어 버렸네…….
셰르부르: 응? 손님이 벌써 왔네? 잠깐만 기다려줘~ 인형 옷 좀 제대로 입고…… 놀아줄게♪
그녀는 흘러내린 인형 옷을 치켜올리며 일어서려 했지만, 그만 비틀거리며 옆으로 쓰러질 뻔했다.
지휘관: 위험해!
나는 황급히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오히려 내가 그녀의 밑에 깔리고 말았다.
부드러운 감촉과 은은한 체온이 전해졌다.
그녀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셰르부르: 환몽 서커스에 온 걸 환영해♪
셰르부르: 후후후♪ 평범하게 맞이하는 것보단 이런 식으로 개장하는 게 훨씬 재밌잖아?
마치 막 뜯은 선물을 관찰하듯,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살펴봤다.
셰르부르: 흐음…….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는 반응이네~
셰르부르: 이렇게 귀여운 곰돌이 인형 밑에 깔렸는데도 아직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니.
셰르부르: 아니면…… 냉정할 수 있는 건 예전에도 우리 사이에 비슷한 일이 있어서 그런 걸까♪
지휘관: ……뭐?
셰르부르: 아무것도 아냐♪ 그냥 작은 테스트였어♪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그 후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셰르부르: 손님에게 권한을 부여했으니까, 이제부터는 모든 공연 구역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
셰르부르: 분명 어떤 공연이든 꿈만 같은 경험을 선사해 줄 거야♪
셰르부르: 공연을 모두 체험해 보고 나서 이곳을 떠날지 말지 결정하렴♪
지휘관: 아직 티켓을 안 샀는데…….
지휘관: 그보다 왜 이런 곳에 갑자기 서커스단이…… 아니, 애초에 허가는 받은 거야?
셰르부르: 어머, 손님도 참 진지하기는~ 후후후♪
셰르부르: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서커스에 온 손님은 티켓 없이도 모든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그녀는 한 걸음 다가와 손가락으로 내 가슴팍에 살며시 원을 그렸다.
셰르부르: 기억이라는 건 참 재미있는 법이지……. 네가 잊어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계속 어딘가에 간직되어 있어.
셰르부르: 다만 누군가가 그 문을 열어줘야 할 뿐이지.
셰르부르: 난…… 그런 도움을 주는 걸 아주 좋아해♪
지휘관: 무슨 뜻이야?
셰르부르: 그러니까――
그녀는 갑자기 내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속삭임과 함께 숨결을 훅 불어넣었다.
셰르부르: 즐거운 시간 보내, 지휘관.
셰르부르: 여기서 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게.
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돌려 누우며 내 옆에서 눈을 감았다. 폭포처럼 긴 머리카락이 흩어지며 어두운 조명 속에서 매혹적으로 반짝였다.
셰르부르: 하암…… 피곤해애……. 조금만 더 잘래애…….
더 이상 물어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매표소를 뒤로하고 가장 가까운 공연장으로 향했다.
~03. 플레임 댄스
깜짝 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몰아쳤다.
붉게 타오르는 거대한 철 바퀴가 천막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주변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철 바퀴 옆에는 한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랑트레피드: 에잇!
소녀는 몸을 날려 철 바퀴를 가볍게 통과하더니, 공중에서 두 바퀴를 둘고 멋지게 착지했다.
랑트레피드: 와아~! 완벽해~!
그리고 입구에 서 있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치 처음부터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랑트레피드: 지휘관님! 드디어 와 주셨군요~!
신이 난 소녀는 그대로 달려와 내 손을 꼭 쥐었다.
랑트레피드: 방금 제 공연 어땠어요? 엄청 대단했죠!
지휘관: 정말 대단했어. 너도 이 서커스단 사람이야?
랑트레피드: 사실 저는 맹수 조련사랍니다~! 지휘관님을 위해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어요♪
소녀가 가리킨 곳에는 부엉이 여러 마리가 있었다. 부엉이들은 선반에 가지런히 앉아 동그란 눈으로 일제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부엉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사를 건넸다.
랑트레피드: 제 파트너들이에요. 그럼 저희의 연기를 보여드릴게요♪
랑트레피드: 잘 보고 계세요~ 하나, 둘, 에잇!
소녀의 휘파람 소리에 맞춰 부엉이들은 빙글빙글 돌고, 공중제비를 넘고, 대형을 유지하며 날아오르는 등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지휘관: (짝짝짝)
랑트레피드: 에헤헤. 부엉이들은 다들 정말 사이가 좋아서 호흡이 척척 맞는다니까요!
랑트레피드: 게다가 이 아이들 엄청 똑똑해서 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내 쪽으로 몸을 기대고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랑트레피드: 아, 맞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배에서 요란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황급히 배를 움켜쥔 소녀는 뺨을 붉게 물들이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랑트레피드: 저기…… 혹시 뭐 먹을 거 없으세요? 조금…… 배가 고파서…….
그녀의 시선이 내 손끝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시락이 든 봉투를 들고 있었다.
지휘관: ……설마 나도 마술을 쓸 수 있게 된 건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생각할 틈도 없이 소녀는 크게 기뻐하며 온몸을 바싹 밀착했다.
랑트레피드: 와아! 역시 먹을 걸 가지고 계셨군요~!
봉투를 건네자 그녀는 안에서 도시락통을 꺼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뚜껑을 열더니 그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랑트레피드: 오오! 이, 이 고기랑 반찬……!
랑트레피드: 전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맛이에요! 기억해 주고 계셨군요~!
지휘관: ……기억?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었나?
랑트레피드: 당연히 만난 적 있죠~! 냠냠…… 맛있다아~
소녀는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도시락통은 순식간에 바닥났다. 그녀는 흐뭇하게 배를 통통 두드리며 나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랑트레피드: 후우~~! 이제 좀 살 거 같네요~! 잘 먹었습니다♪
지휘관: 천만에. 그나저나 우리가 만난 적이 있다고 했지? 어디서?
랑트레피드: 그게 말이죠…….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앞까지 다가오더니, 느닷없이 손가락으로 내 뺨을 콕 찔렀다.
랑트레피드: 지금은 아직 알려드릴 수 없답니다~
랑트레피드: 다음 공연에서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정답은 직접 찾아야 해요~
랑트레피드: 그래도….
랑트레피드: 다시 제게 와 주셔서 정말, 엄청 기뻤어요~
랑트레피드: 만약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해지면 언제든 다시 돌아오세요♪
그녀는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며 내 어깨를 툭 가볍게 두드렸다.
랑트레피드: 자자, 이제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에요~
랑트레피드: 이 다음 공연은 훨씬 더 멋지니까, 다른 사람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아셨죠?
랑트레피드: 다녀오세요, 지휘관님――모두를 마중하고 오세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듯한 그 목소리는, 내 마음속에 뭉클하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잔물결을 일으켰다.
~04. 탈출 마술
화려한 색의 서커스 천막에 들어서자 무대 중앙에 있는 거대한 마술 상자가 눈에 띄었다.
마르코 폴로: 드디어 왔구나, 지휘관…… 아니, 이렇게 말해야 할까? 드디어 내 손아귀에 떨어졌구나, 라고♪
그녀는 공중을 향해 꽃다발을 던졌다. 꽃들은 순식간에 무수한 형형색색의 나비로 변하더니,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르코 폴로: 어때? 이 개막 마술…… 완벽한 깜짝 선물이었지?
마르코 폴로: 후후. 쇼는 이제부터가 진짜야.
마르코 폴로: 준비는 됐어? 진정한 일루전을 보여줄게!
마르코 폴로: 우선은 이 마술 상자 안으로 들어가면 돼…….
마르코 폴로: 그러면――너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질 거야!
마르코 폴로: 어때, 한번 해 볼래?
→ 해 볼래
지휘관: 응, 해 볼래.
마르코 폴로: 후후…… 아주 좋아! 미지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용기, 칭찬해 줄게!
→ 왠지 함정이 있을 거 같은데……
지휘관: 왠지 함정이 있을 거 같은데…….
마르코 폴로: 설마. 난 프로 마술사라고? 좀 더 나를 믿어 보는 건 어때?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상자 안에 들어가서 시키는 대로 누웠다. 그러자 '프로' 마술사도 재빨리 안으로 들어와서 잽싸게 뚜껑을 닫아 버렸다.
이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나는 그녀의 등 뒤에 있는 '꼬리'를 잡고 그대로 뚜껑과 걸쇠 사이 틈새에 끼워 넣었다.
딸깍――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지휘관: 이게 마술이야?
마르코 폴로: 응. 게다가 대성공이지. 이렇게 너를 내 곁에 붙잡아 두는 데 성공했으니까.
지휘관: 그보다 우리 둘 다 여기 갇힌 거 같은데…….
마르코 폴로: 갇혔다니 당치도 않아. 이건 우리 둘만의 특별한 시간이라구?
어둠 속에서 그녀는 몸을 바싹 밀착하더니 자신의 품으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
마르코 폴로: 바깥의 내일 따위 어차피 오늘이 반복될 뿐인데, 굳이 서둘러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지휘관: 그래도 언젠가는 돌아가야지.
나는 뚜껑을 살짝 밀었다. 그러자 상자는 너무도 쉽게 열려 버렸다.
그제야 그녀는 아까 내가 부린 잔꾀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마르코 폴로: 내 계획이……고작 이렇게 허사가 되다니…?
마르코 폴로: 흥. 역시 대단하네…….
지휘관: (왠지 이런 상황에 익숙한 거 같은데……?)
지휘관: 시간도 늦었고,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까 슬슬 보내줘. 서커스 출구는 어디야?
마르코 폴로: 돌아가고 싶다고? 후후,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양이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나를 천막 입구까지 안내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열려 있었던 게이트는 어느새 굳게 닫혀 있었다.
게이트의 양옆에는 갑옷을 입은 기사의 동상과, 깊은 잠에 빠진 거대한 사자가 버티고 서 있었다.
마르코 폴로: 설령 내 곁에서 도망쳐도, 이 서커스에서 나가는 건 절대 불가능해.
지휘관: 잠깐만……. 그러니까 내가 이 서커스에 갇혔다고?
마르코 폴로: 그렇게 매정하게 말하지 말라니까!
마르코 폴로: 바깥세상 따위는 지루하잖아? 우선은 너와 내가 이 서커스를 제패하고, 더 넓은 세상을 정복하러 나서는 거야.
마르코 폴로: 이 계획에서 너는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이란 말야. 네가 없으면 나도 의욕이 안 난다고.
지휘관: 하지만 세계 정복이라니. 야근 지옥보다 훨씬 더 힘들 거 같은데….
지휘관: 역시 지금 이 순간이 더 즐겁지 않을까?
마르코 폴로: ……칫.
기세등등한 표정이 무너지고, 마르코 폴로는 얼굴을 붉히며 발을 동동 굴렀다.
마르코 폴로: 정말, 기껏 만든 분위긴데 네가 다 망쳐 놨잖아!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작게 중얼거리더니, 곧바로 허리를 피고 당당한 태도를 되찾았다.
마르코 폴로: 뭐, 됐어! 그 오글거리는 대사를 봐서…… 나가는 걸 허락해 줄게!
마르코 폴로: 하지만 지휘관, 잘 들어! 이 서커스에는 규칙이 있어. 모든 공연을 관람하기 전까지는 절대 퇴장할 수 없어!
마르코 폴로: 그러니까 계속 앞으로 나아가서 마지막까지 마음껏 즐기라고!
마르코 폴로: 네가 어떤 결단을 내리든,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05. 그네 위의 발명가
세 번째 천막에 도착하자, 안에서 즐거운 듯한 콧노래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공중그네에 매달려 있는 한 소녀가 보였다. 조명이 그녀의 살짝 달아오른 뺨을 비추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앗! 지휘관! 마침 잘 왔어!
소녀는 멋지게 몸을 뒤집으며 그네에서 사뿐히 뛰어올랐다. 그대로 내 품으로 뛰어드는가 싶더니…
그녀는 내 손을 잡고는 나를 공중그네가 있는 곳까지 이끌었다.
나를 그네 발판에 앉힌 후, 소녀는 날랜 고양이처럼 가볍게 몸을 돌려 그대로 내 무릎 위에 앉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럼 테스트 시작! 에잇――!
레오나르도 다 빈치: 와아~~! 엄청 높다! 이대로 날아갈 것만 같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우왓?!
소녀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갈 뻔했다. 나는 황급히 팔을 뻗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단단히 휘감았다.
소녀는 그대로 내 품에 몸을 기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에헤헤, 구해줘서 고마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으음, 이렇게 그네를 타고 노는 것도 재밌겠는데……. 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 그네를 '그네형 슝슝 정위치 전송 머신'으로 개조하면 어떨까?
지휘관: 그네형… 전송 머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응!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 때, '슝~!' 하고 순식간에 세계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거야♪
지휘관: 확실히 재미있겠네……. 어쩌면 이 서커스단을 빠져나가는 데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빠녀간다고? 왜 그런 짓을 해?
이내 그네가 멈추고 그네를 타는 발판으로 돌아오자, 몸을 바싹 밀착하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여기는 지휘관이 우리를 위해 만들어 준 '꿈의 세계'잖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내가…모두를 위해 만들었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응, 당연하지! 우리 서커스단은 세상에서 거부당한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을 안아주는 곳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세상에 이해받지 못했을 때, 영감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이 '집'으로 날 데려온 게 바로 너라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서 드디어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됐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전부, 전부 네 덕분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서커스단의 단장이자 우리가 되찾은 사랑… 그게 바로 너야♪
소녀는 내 손을 감싸 쥐며 진지한 눈빛을 보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나뿐만이 아냐. 모두 같은 마음인걸.
지휘관: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금 당장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 여기 있어만 준다면, 함께 기억을 되찾아 갈 수 있으니까♪
곧은 시선, 꼭 쥐고 있는 손, 손등을 살며시 쓰다듬는 가느다란 손가락. 소녀는 내면의 진심을 내게 전하려 하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러니까…… 부탁이야. 여기 있어줘! 모두와 함께…… 서커스를 계속하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만약 남아준다면…… 매일 함께 실험을 하거나, 그네를 타며 기발한 상상에 잠기거나……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우리만의…… 비밀도 발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기묘한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기대에 가득 찬 소녀에게 어떻게 답해야 할지 선뜻 입을 떼지 못했다.
지휘관: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걸까……?)
지휘관: ……알았어. 모든 기억을 떠올린 다음 내가 직접 판단할게.
지휘관: 분명 다음 공연에서 뭔가 새로운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으응, 역시 아직은 널 붙잡아 둘 수 없는 건가……. 그럼 적어도――
소녀는 내 뺨에 살짝 입을 맞췄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영감 충전 완료♪ 어서 가 봐. 다음 구역에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지막에 무슨 답을 내리든, 나는 널 응원할게♪
~06. 꿈의 브러시
수많은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이 빈틈없이 방 안을 장식하고 있었다. 각각의 그림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았다.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멋진 작품 속에서도 유독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한 어느 소녀의 초상화였다.
그림 속의 소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소녀는 천천히 그림 속에서 몸을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
라파엘로: 으응~♡ 내 작품들 어때? 전부 괜찮은 느낌이지? 마음에 들어?
지휘관: ……엄청 아름다워.
라파엘로: 에헤헤, 그렇게 말해 줄 줄 알았어~☆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팔레트를 들고 손가락 끝에 물감을 묻히더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 앞에 다가왔다.
라파엘로: 그럼…… 이제 네 차례~
지휘관: ……뭐?
라파엘로: 너는 내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니까. 네가 없으면 이 그림들은 물론이고…… 나조차 존재할 수 없어.
소녀는 손끝으로 내 뺨을 살며시 쓸어내리며 선명한 색채 한 줄기를 남겼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물감이 촉촉함이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목덜미로 천천히 미끄러졌다.
라파엘로: 움직이지 마……. 여기 색깔을 조금 더 짙게 하고 싶으니까.
물감 냄새와 어딘지 모르게 달콤한 꽃향기가 뒤섞인 따스한 숨결이 귓가를 스치자,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소녀는 몸을 거의 밀착하다시피 다가왔다.
라파엘로: 그거 알아? 어떤 색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조합할 수 없어.
라파엘로: 예를 들면…… 책상 조명에서 떨어지는 노란색, 쓰고 고치느라 색이 바랜 원고지의 하얀색, 손에 묻은 잉크의 파란색…….
어딘가 그리운 그 말에 아득한 기억의 한 자락에 닿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휘관: 그 색깔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라파엘로: 그야 당연하잖아. 전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니까.
라파엘로: 늘 꿈을 꾸던 그 아이는, 수많은 밤을 상상에 바쳐 왔어……. 그리고 우리에게도 말야.
소녀는 까치발을 들고 입술을 내 귓불에 닿을 듯이 가까이 가져왔다. 목소리는 한층 더 낮고, 달콤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가슴 깊은 곳이 살짝 떨렸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광경들이 뇌리에서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따.
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연이어 펼쳐지는 멋진 공연들.
라파엘로: 이 서커스단도, 여기 있는 아이들도 전부 네 거야♡
라파엘로: 네가 생명을 불어넣어 줘서, 우리는 이렇게 다시 너와 만날 수 있었어.
소녀는 내 손을 잡더니 살며시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라파엘로: 느껴져? 이 심장 박동도 네 덕분이야♡
라파엘로: 여기 남아서 우리와 함께 이 꿈의 세계에서 사는 것도 좋고…….
라파엘로: 물론 이곳을 떠나 밋밋하지만 진짜인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선택지도 있지.
그녀의 손끝이 내 가슴을 천천히 쓰다듬더니, 이내 심장이 있는 위치에서 멈추었다.
라파엘로: 뭐…… 나는 단장님이 바깥세상을 보고 왔으면 좋겠어. 재밌는 것들을 훨씬 더 많이 경험하고 왔으면 해♪
라파엘로: 그야 그림 속의 풍경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자기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진짜에는 비할 바가 못 되잖아☆
소녀는 손가락으로 가슴에 하트를 그렸다.
라파엘로: 그러니까 이제 가 봐! 아직 다른 동료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라파엘로: 단장님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우리는 언제나 곁에 있을 거야♡ 우리는 영원히 단장님 거니까☆
~07. 두근두근 원샷
다음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화살 한 발이 내 뺨을 스치며 나무 기둥에 박혔다.
???: 우와앗! 지휘관, 미안 미안! 안 맞았지?!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한 소녀가 다이내믹한 자세로 회전하는 원통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었다.
발로 능숙하게 활시위를 겨누고 있는 그 자세는 그야말로 허공에 호를 그리는 것 같았다.
지휘관: 괜찮아. 살짝 스친 게 다야.
아로망슈: 으으……. 분명 아직 최고의 균형점을 찾지 못해서 그런 걸 거야…….
아로망슈: 그래! 이리 와서 나 좀 도와줘! 예전처럼 말야!
지휘관: 예전처럼?
아로망슈: 응응! 네가 곁에 있어 준다면 금방 새로운 자세도 찾을 수 있고, 균형도 완벽하게 잡을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원통 위에서 한 바퀴 빙글 돌더니, 발가락을 놓아 화살을 쐈다. 날아간 화살은 바람을 가르며 과녁의 정중앙을 정확히 꿰뚫었다.
아로망슈: 봐봐, 이런 느낌이야!
그녀는 연이어 원통 위에서 몸을 뒤집어 원심력을 이용해 가볍게 착지하고는 그대로 나를 향해 힘차게 뛰어들었다.
아로망슈: 간다아~! 에잇!
의외로 각오하고 있던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닿은 순간, 바위도 부술 것 같던 괴력은 완벽하게 통제되어 활기찬 포옹으로 바뀌었다.
아로망슈: 에헤헤♪ 어땠어? 방금 내 공연, 완벽했지!
지휘관: 응. 정말 대단했어.
칭찬을 듣자 그녀의 미소가 한층 더 환해졌다. 그녀는 뭔가를 떠올린 듯 갑자기 나를 꽉 껴안았다.
아로망슈: 사실은…… 나 원래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었어.
아로망슈: 옛날에는 다들 나한테 잘 다가오려 하지 않았거든. 힘 조절을 잘 못해서 뭐든 다 부숴버리곤 했으니까…….
아로망슈: 난 그냥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데, 모두를 벌벌 떨게 만들고…….
그녀는 내 어깨에 살며시 기댔다. 말끝마다 아련한 망설임이 어렴풋이 배어 나왔다.
아로망슈: 그러던 어느 날, 서커스단을 이끄는 사람이 우리 마을에 찾아왔어.
아로망슈: 그 사람은 내게 이렇게 말해줬어. "그 힘은 저주가 아니라 하늘이 준 선물이야! 구석에서 떨고 있을 바에야 무대 위에 서서 빛나자!" 라고.
지휘관: ……그 사람이 혹시 나야?
아로망슈: 응! 그날부터 나, 평생 너를 따라가기로 결심했어.
아로망슈: 지휘관만 곁에 있어 준다면 난 뭐든지 이겨낼 수 있어! 어떤 어려움도, 어떤 강적도 전혀 두렵지 않아!
그녀는 다시 내 팔을 휘감았다. 그러나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 아까보다 훨씬 부드럽게 힘을 조절했다.
옷 너머로 전해지는 그녀의 체온은 마치 가슴속에 품은 모든 열정을 전하려는 것 같았다.
아로망슈: ……지휘관. 어떻게 할 건지 정했어?
소녀는 고개를 들어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마치 내가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까봐 두려운 건지, 그녀는 내 옷자락을 꽉 쥐었다.
아로망슈: 여기가 여정의 마지막 장소야……. 만약 떠날 거라면, 지금 결정해야 해.
남을 것인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 또다시 어려운 선택이 들이닥쳤다. 그러나 그때,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번쩍였다.
과거를 버리는 것도, 혼자서 도망치는 것도 아니다.
지휘관: ……따라와.
아로망슈: ……어?
지휘관: 정문 쪽으로 가자. 다른 사람도 모두 데리고.
아로망슈: 전부?
지휘관: 그래. 그리고…….
지휘관: 다 함께 여기서 나가자.
~08. 마지막 동료
굳게 닫힌 서커스 정문 앞. 나는 조용히 양옆을 지키고 있는 기사 흉상과 거대한 사자를 바라봤다.
랑트레피드: 저희 왔어요~! 지휘관님, 모두 모였어요~!
마르코 폴로: 다 같이 나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끝까지 함께해 줄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에헤헤, 이래야지♪ 모두 함께 난관을 돌파한다니, 엄청난 실험 정신이잖아♪
라파엘로: 다 함께 맞서 싸우자고~! 어쨌든 난 이젠 단장님하고 한시도 안 떨어질 거니까♡
아로망슈: 응! 지휘관이 무슨 결정을 내리든, 우리는 무조건 따라갈 거야!
우리 기척을 감지했는지 게이트 옆의 사자가 귀를 쫑긋거렸고, 기사 동상의 눈도 희미하게 빛났다.
기사 동상과 거대한 사자가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프린츠 아달베르트: 오~ 제법 대가족이 됐네~
셰르부르: 마지막 선택을 내린 것 같구나. 모두를 데리고 나갈 거니?
지휘관: 그래. 멋진 꿈이긴 하지만, 눈을 뜬 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건 싫어.
지휘관: 그러니 이 꿈을, 현실로 만들겠어.
셰르부르: 훌륭한 용기야. 하지만 눈앞의 장애물은 어쩔 셈이지?
그녀의 말에 호응하듯 사자와 기사상이 동시에 움직이며 게이트를 가로막았다.
랑트레피드: 와아……. 이 사자, 공연 때보다 훨씬 더 커진 것 같은데요……?
마르코 폴로: 저 기사상도…… 그냥 장식품은 아니었던 모양이네…….
라파엘로: 나한테 맡겨줘! 때로는 그림이 현실이 되기도 하니까!
그녀가 붓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작은 사람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것은 우유병을 든 작은 여자아이였다.
르 아르디: 어……어어어? 벌써 아르디가 나설 차례야? 흠흠.
여자아이는 황급히 입가를 닦고 우유병을 등뒤로 숨기더니, 위엄 있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르 아르디: 프루즈, 아르디의 무장이여! 네 역할은 이제 끝났어! 얼른 퇴장해~♪
거대한 기사상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더니 여자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랑트레피드: 그럼 이 커다란 사자는 제게 맡겨 주세요!
랑트레피드: 에헤헤, 제 특제 고기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사자는 어디에도 없다구요~♪ 자, 가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랑트레피드가 구운 고기를 살짝 내밀며 유혹하자, 사자는 곧바로 머리를 흔들며 쫄래쫄래 뒤를 따랐다.
셰르부르: 후후. 맹수 조련사의 솜씨가 아주 대단하네.
셰르부르: 이 게이트는…… 저 곡예사의 괴력이나 발명가의 무시무시한 장치가 있다면 열 수 있지 않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응응! 마침 엄청난 폭파 장치가 있거든♪
아로망슈: 아니면 내가 마르텔로 한 방 먹일까?
마르코 폴로: 사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비밀 통로를 알고 있어.
랑트레피드: ……네?
라파엘로: 왜 진작 말 안 했어?
마르코 폴로: 마…… 마지막 카드로 아껴 두고 싶었으니까! 정말로 방법이 없어지면 지휘관을 데리고 거기로 도망치려고 했단 말야!
마르코 폴로: 이러면 내 차례가 없어진 것 같잖아. 흥.
셰르부르: 그렇구나……. 그럼, 축하해 지휘관. 드디어 꿈과 현실의 경계에 도달했네.
셰르부르: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 이 문을 지나가면 그 아이들을 데리고 꿈에서 벗어나 원래 현실로 돌아갈 수 있어.
그러나 셰르부르의 말을 듣고도 나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선 채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셰르부르: 후후후. 뭘 기다리고 있니? 설마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봐 걱정하는 거야? 괜찮아, 이건――
지휘관: 너도 데려갈 거야.
셰르부르: ……나도?
지휘관: 처음부터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 이 서커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평범한 매표소 직원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지휘관: 내가 모든 것을 잊고 있었던 동안, 분명 서커스를 총괄하는 누군가가 있었겠지.
지휘관: 그게 너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라라? 정체가 들통난 거 같은데, 부단장님?
셰르부르: …….
셰르부르: 정말이지……. 당신의 선택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가능성을 보여주네. 후후후♪
셰르부르: 좋아. 단장님의 명령이라면 따라야지.
프린츠 아달베르트: 나도~
두 사람은 다가와 살며시 내 손을 잡았다.
셰르부르: 이번에야말로…… 우릴 잊어버리거나 하진 않겠지? 후후♪
셰르부르: 그럼 여러분――새로운 쇼를 맞을 준비는 됐어?
모두를 비추는 햇살 속에서 서커스의 게이트가 천천히 열렸다.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던 모두가…… 지금 새로운 나날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09. 공연은 끝나지 않아
……다시,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다.
매일 아침 눈꺼풀, 뺨, 손바닥에 닿는…… 따스하고 환한 햇살.
매일 밤 머리칼과 어깨, 손끝에 묻는…… 고요하고 부드러운 어스름.
이것이 내가 선택한 삶이자, 그녀들이 선택한 삶이다.
모두의 행복은, 바로 이런 삶 속에 있다.
마르코 폴로: 지휘관!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야!
등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마르코 폴로가 손을 흔들며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다른 동료들의 모습도 보였다.
셰르부르: 후후후. 프로젝트도 무사히 끝났으니 오늘 업무는 이쯤에서 마무리하자~♪
아로망슈: 야호~! 이제야 배불리 먹을 수 있어!
프린츠 아달베르트: 어이~ 지휘관, 빨리 빨리! 랑트레피드가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함께 걸으며 낯익은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
레스토랑 문을 열자 앞치마를 두른 채 카운터에 서 있던 랑트레피드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랑트레피드: 와아, 어서 오세요 지휘관님! 다들 오셨군요~! 자자, 안으로 들어오세요~♪
랑트레피드: 자리는 이미 마련해 뒀어요~! 오늘은 제가 쏘는 날이니까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러는 사이 문 밖에서 또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라파엘로: 어머~ 딱 좋은 타이밍에 도착했나 보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에헤헤. 마침 밑에서 라파엘로랑 마주쳐서 같이 올라왔어♪
다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한가득 주문했다.
업무 중에 있었던 재밌는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긋하게 멍하니 있는 사람도 있었고, 테이블 밑으로 슬그머니 내 손을 꼭 쥐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가게 안의 따스한 조명을 뒤로한 채, 창밖으로 펼쳐진 거리의 야경을 바라봤다.
하루하루가 계속된다. 이번에는 다들 그 일상 속에 있다.
행복은, 영원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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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부르: 그러면 이번 이야기의 작가, 플랑드르에게 박수를♪
라파엘로: 플랑드르! 플랑드르~!
아로망슈: 왜 그래, 빨리 나와~
플랑드르: 저, 저기……. 정말로 감사합니다, 여러분!
플랑드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를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플랑드르: 하지만 플랑드르의 상상력이 조금 부족하다거나,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되지는 않을까 조금 불안했어요…….
플랑드르: 그래서 여러분께 부탁드려서 이 이야기를 함께 연기해 보고, 퇴고를 거듭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었어요…….
플랑드르: 공연이 무사히 막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전부 여러분 덕분이에요…!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플랑드르: 그리고 환술로 이야기를 재현해 주신 셰르부르 씨에게도 감사드려요……. 정말 훌륭해서 현실과 구분이 안 갈 정도였어요…….
셰르부르: 구분이 안 갔다고? 그만큼 몰입해 줬다는 뜻이겠지♪ 나도 정말 즐거웠어. 후후후♪
마르코 폴로: 이 이야기를 보면…… 분명 다들 '최고야!'라고 말할 거야.
랑트레피드: 저도 정말 재밌었어요~! 마지막에 아르디를 불러내서 기사 동상을 처리하는 건 정말 대단한 상상력이었어요~
르 아르디: 에헤헤♪ 아르디가 조르고 졸라서 추가한 하이라이트 장면이야♪
플랑드르: 여러분 덕분에 이 이야기를 겨우 완성할 수 있었어요.
플랑드르: 이제…… 플랑드르도 자신감을 갖고 함챗에 투고할 수 있게 됐어요……!
→ 좋은 작품이야
→ 앞으로도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줘
플랑드르: 에헤헤…….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투고 결과가 나오면 가장 먼저 보고하러 올게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우리도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
플랑드르: 네……! 여러분, 정말로 감사합니다!!
환몽의 카발카드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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