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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색여롱 Online

킹루클린 2026. 3. 1. 15:43

 

 ~01. 완연한 춘색
바가티르: 모델링 로드 중…….
바가티르: 맵 데이터 읽는 중…….
바가티르: 최종 단계 진입――

월드 생성 중……
■■■■■■■■■97.8%……

지휘관: 이건 무슨 실험을 하는 거야?

모스크바: 지휘관? 마침 잘 왔어.
모스크바: 이게 바로 내가 전에 말했던, 모두가 감자 농가 체험을 직접 체험하는 대신 만든 여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야.
모스크바: 기획부터 완성까지 동황 동료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지.

젠하이: 북방연합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바가티르: 플레이어 연결 완료――

…………loading…………
■■■■■■■■■98.5%……

 

지휘관: 너희들 옷이……. 정말 대단한 기술이네.

모스크바: 지휘관도 이 테스트에 참여해 주겠지?
모스크바: 우리 여관은 새로운 지배인을 맞을 준비가 됐어.

지휘관: 재미있어 보이네.

롱우: 저기…… 실례합니다…….
롱우: 롱우의 보물 레시피도 게임 안에 넣어 주실 수 있나요? 전부 실전에서 얻은 교훈들인데요…….

지안: 그 레시피가 있으면 게임 안에서도 지휘관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겠죠?

롱우: ……안 되는 걸 일일이 시험해 볼 필요는 없어요.

바가티르: 스캔 실행……. 레시피 데이터를 가져왔습니다.

…………loading…………
■■■■■■■■■91.3%……

 

모스크바: 아무래도 조금 더 기다려야겠네.
모스크바: 마침 잘됐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목적을 다시 한 번 소개하지.
모스크바: 우리는 바가티르 동지의 계산 및 논리 능력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 관리 정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모스크바: 여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우리의 데이터 수집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젠하이: 테스트 내용은 여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인 '식사'와 '숙박'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와 젠하이의 해설은 바가티르의 갑작스러운 경고음에 의해 중단되었다.

바가티르: 경고. 식별 불가능한 데이터 패키지 감지……. 강제 로드를 시도 중인 것 같습니다…….

푸슌: 에헤헤! 게임이라고 하면 이 푸슌 님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빠질 수 없지!
푸슌: 이걸 장착하면 점원이 음식을 나를 때 일정 확률로 이세계로 슝 날아가 버려. 음식이 식기 전에 마왕을 쓰러트려야만 해!

바가티르: 경고. 데이터가 호환되지 않습니다……. 확장팩 로드에 실패했습니다.

푸슌: 뭐어――!? 어째서?! 분명 미리 테스트했었는데!

바가티르: 초기 파라미터, 확인 완료.

…………loading…………
■■■■■■■■■99.9%……

바가티르: ………….

모스크바: 왜 그래, 바가티르?

바가티르: 아뇨.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한 완충 시간을 남겨두었습니다.
바가티르: 생성을 재개합니다……. 비중단성 오류 확인. 대량의 캐릭터가 유입되었습니다.

 

바가티르: 환경 데이터 생성 중――진행도: 100%
바가티르: 인물 배치 중――진행도: 100%

모스크바: '춘색여롱 Online'…… 스타트!

 





 ~02. 여관 잠입 대작전
여관 로비는 환한 조명과 함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닝하이: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핑하이: 바오즈 먹고 싶어…… 바오즈 파는 사람…….

닝하이: 핑하이, 너 또 잘못 말했잖아…….

주머니엔 성냥, 그러나 마음속은 바오즈로 가득한 수상한 자매는 여관 뒤편에 있었다.

닝하이: 드디어 잠입 성공이다! 핑하이, 기억나? 여기가 저번에 우리가 파산시켜 버린 그 '불행의 여관'이야!

핑하이: 하지만 지금은 엄청 번창하고 있어. 이러면 더는 망하진 않을 거 같아…….

닝하이: 새로 온 지배인이 그렇게 대단하다나 봐. 정말일까…….
닝하이: 아무튼 오늘은 이 여관에 잠입해서 번창하는 비밀을 밝혀내겠어!
닝하이: 그러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해 왔지. 첫째, 손님인 척 정문으로 들어간다. 둘째, 주방 뒷문으로 몰래 들어간다. 마지막 셋째는…….

핑하이: 언니, 저기 창문…… 살짝 열려 있어.

닝하이: ……그럼 세 번째 방법으로 가자!

시간차를 두고 가벼운 착지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주방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핑하이: 무사히 들어왔네……. 와아, 찜통이 엄청 많아!

닝하이: 집중해. 일단 장부부터 찾자.

오조르노이: 장부라면 어디 있는지 알아. 안내해 줄까?

닝하이: 그럼 부탁해……가 아니라, 으아아악!

무시무시한 곤봉을 든 사람이 문가에 기대고 있었다. 날카로운 안광이 두 자매를 꿰뚫었다.

오조르노이: 여관 경비, 오조르노이야.
오조르노이: 둘 다 낯선 얼굴인데, 여기 사람은 아니지?

닝하이: 우, 우리는 그러니까…… 경영 비결을 배우러 왔어!

핑하이: 응응! 공부하러 온 거야!

오조르노이: 주방에 몰래 잠입해서 장부를 찾는 게 대체 무슨 공부야?
오조르노이: 순순히 자백해! 너희 고용주는 누구지? 스승은 누구야!
오조르노이: 대답하지 않는다면…… 지배인 앞까지 끌고갈 테다! 이런 발칙한 짓은 절대로――

오조르노이의 설교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자 핑하이와 닝하이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행동을 개시했다.

닝하이: 핑하이, 도망쳐!

핑하이: 언니, 내가 엄호할게!

두 사람은 일제히 로비를 향해 달려갔다.

오조르노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거기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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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을 개업한 지 시간이 꽤 흘렀다. 모스크바와 젠하이의 도움 덕에 경영도 궤도에 오른 상태였다.
모스크바와 함께하던 정리 작업도 끝났고, 방을 나가 가게 일을 도우려던 찰나였다.
그때――

닝하이: 핑하이, 갈라지자! 밖에서 만나!

핑하이: 알았어!

쿵……. 정면에서 무언가가 부딪혔다.
쿵……. 이번에는 뒤에서 무언가가 들이받았다.

핑하이: 으으으, 머리야…….

닝하이: 갈라져서 도망치자고 했잖아! 왜 부딪친 건데…….

지휘관: 밤중에 대체 무슨 소란이지?

오조르노이: 아까 몰래 숨어든 애들인데, 나한테 들키자마자 도망치려고 했어!

닝하이: 그런 게 아니야! 우린 그저…….

핑하이: 비결을 훔쳐보려고…….

닝하이: 그래, 맞아…… 아니, 아니야! 우리는 그저 성냥팔이라고! 장사 규모가 좀 크다고 유세 부리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지휘관: '그냥 성냥팔이'란 말이지…….

모스크바: 내가 알기로…… '춘색여롱'의 이전 지배인은 분명 두 소녀였어.
모스크바: 결국 경영 부진으로 파산해서 그 후로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닝하이: 으아아아, 그만해. 제발 그만……!

핑하이: 진실은 어쨌든…… 경영 비결을 배우고 싶다는 건 진짜야.

지휘관: 홀이든 주방이든 장부든…… 궁금하다면 내일부터 당당하게 보러 와도 돼.
지휘관: 대신 너희도 일을 좀 도와줘. 최근 가게가 커져서 일손이 부족하거든.

닝하이: 저, 정말로 그래도 돼!?

핑하이: 밥도 줘?

지휘관: 물론이지. 다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건 이제 금지야.

핑하이: 야호~ 그럼 결정~

닝하이: 나 참. 난 아직 대답 안 했다고……. 하지만 방금 한 말,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야!

핑하이: 언니. 말은 그렇게 해도 실은 엄청 기쁘지?

닝하이: 아, 아니라니까――!



 ~03. 테스트 섹션은 테스트가 필요해
닝하이와 핑하이가 일을 돕기 시작한 이후로 여관 사업은 점점 더 번창했다.
그러나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클라렌스의 등장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클라렌스 K 브론슨: 테스트 섹션이라면 확실하게 테스트해야지.
클라렌스 K 브론슨: 음……. 인쇄 상태는 양호하고, 색 바램도 없어. 종이 품질은 합격. 제본도 튼튼하니…… 합격.

닝하이: 왜 저렇게 메뉴판만 뚫어져라 보는 거지……? 소, 손님. 주문하시겠어요?

클라렌스 K 브론슨: 볶음밥 하나 부탁해.

닝하이: 네에~ 볶음밥 하나! 사이드 메뉴나 국물은 어때? 바오즈도 추천하는데.

클라렌스 K 브론슨: 아니. 볶음밥이면 충분해. 테스트는…… 크흠. 양은 너무 많을 필요 없어.

잠시 후, 핑하이가 따끈하고 고슬고슬한 볶음밥을 가지고 왔다.

핑하이: 볶음밥 나왔습니다. 맛있게 먹어!

클라렌스 K 브론슨: 음……. 비주얼은 괜찮네. 향도 문제없고, 타지도 않았어.
클라렌스 K 브론슨: 나쁘지 않아. 저기, 추가 주문해도 될까?

닝하이: 어? 아, 다른 메뉴 추가하게?

클라렌스 K 브론슨: 아니. 볶음밥 '마이너스 1인분' 부탁해.

핑하이: 마이너스 1인분……?

지휘관: 핑하이, 닝하이. 무슨 일이야?

닝하이: 아, 지배인. 마침 잘 왔어! 이 손님이 하는 말이 이해가 가?

닝하이는 클라렌스와 했던 대화를 들려줬다.

닝하이: 혹시 볶음밥을 취소해달라는 걸까……?

클라렌스 K 브론슨: 아니. 내 요구는 말 그대로 '마이너스 1인분' 볶음밥이야.

지휘관: 알겠어.

진지한 표정의 클라렌스를 뒤로 하고, 나는 그녀 앞에 놓여 있던 볶음밥을 치웠다.

지휘관: 볶음밥 '마이너스 1인분'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클라렌스 K 브론슨: 올바른 대응이네. 그럼…… 감주 '마이너스 1잔' 줘.
클라렌스 K 브론슨: 볶음밥 '2의 32제곱분' 줘.
클라렌스 K 브론슨: 닭고기 덮밮 3그릇 줘.
클라렌스 K 브론슨: 볶음밥 'NaN개' 줘.
클라렌스 K 브론슨: 그리고――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주문 테스트를 반복한 뒤에야 클라렌스는 겨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클라렌스 K 브론슨: ……합격. 아니, 아주 우수해.

지휘관: 클라렌스 테스터. 이제 안심하고 볶음밥을 즐길 수 있겠어? 내가 대접할게.

클라렌스 K 브론슨: 응. 고마워.

벨이 울리고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기묘한 시간은 끝나고, 다시 평소처럼 화목한 일상이 이어진다.



 ~04. 핵심 기능 수정 로그
정오. 홀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고, 담소를 나누는 소리와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가득했다.
닝하이와 핑하이는 카운터에서 매출을 확인하면서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닝하이: 예전엔 '불행의 여관'이었는데…… 정말 많이 변했네.

핑하이: 응.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니는 텅 빈 홀에서 장부를 보면서 한숨만 쉬었고, 등불 기름값조차 못 낼 지경이라고 그랬었는데.


키어사지를 가게 안으로 맞이하던 중,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지휘관: 갑자기 든 생각인데, 이 여관은 입지도 좋고 주변 경치도 괜찮잖아.
지휘관: 그런데 왜 전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던 거지?

핑하이: 말하자면 길어…….

닝하이: 사건의 시작은 우리가 태어났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지휘관: 응. 들려줘.
지휘관: 키어사지. 백엔드 기록 로그의 텍스트 좀 확인해줘.

키어사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을 움직여 허공에 무언가를 그렸다. 마치 뭔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키어사지: 게임 백엔드, 이벤트 로그 분석 중…….
키어사지: 로그 분석 완료. 여관 시스템 기동 후 각 모듈에 이상은 없었어.
키어사지: 단 심층 로그 데이터와 대조하면…… '전체 선택 후 무시'라는 비정상 상태의 기록이 남아 있어.

닝하이: ……후우. 어쨌든 우리는 마침내 파산 지배인의 과거에서 벗어나 이렇게 전도유망한 새 여관의 일원이 됐으니까~

지휘관: 아, 응. 듣고 있어, 듣고 있어.

핑하이: 얘기 다 끝났어.

지휘관: 핑하이, 닝하이. 심부름 좀 부탁해. 주방에 가서 롱우한테 좀 전해 줄래?
지휘관: 오늘 두 사람이 먹을 고기만두는 다 내가 쏘겠다고 말야.

닝하이&핑하이: 지배인 최고!!

나는 핑하이와 닝하이를 배웅한 뒤, 옆에 있던 키어사지를 바라봤다.

지휘관: 모스크바를 불러줘. 같이 이 게임의 '디자이너'를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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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안에는 책상과 의자 등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창고라고는 하지만 마치 여느 객실 같았다.
가장 안쪽에는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대량의 케이블과 기계들이 쌓여 있었다. 그곳에 누군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지휘관: 그러니까…… 숨겨진 버그였다는 건가?

바가티르: 정답입니다. 여관 자금이 장기간 최저선으로 유지되면, '경영 전망 없음' 상태가 되어 모든 인터랙티브 API가 무효화됩니다.
바가티르: 핑하이와 닝하이가 파산한 것도 이와 관계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모스크바: 흠……. 훌륭한 판단력과 효율성이었어. 지배인 동지, 그리고 바가티르 동지도.
모스크바: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

바가티르: 바로 복구에 착수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네. 해결됐습니다.

지휘관: 벌써?

바가티르: 아뇨. 이래봬도 예상 처리 속도보다 0.1초 늦었습니다.



 ~05. 에필로그

 

계속되는 사업 번창으로 의해 모스크바와 젠하이는 여관의 모든 사람을 초대하여 나를 위한 축하연을 개최했다.
그런데 연회장으로 향하던 도중 누군가가 앞길을 가로막았다.

임플래커블: 여관의 번창을 축하하며 나와 힌덴부르크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

힌덴부르크: 네가 직접 '확인'해야 할 선물이지.

어디선가 청아한 현악기 소리가 울렸다. 기분 좋은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대 중앙 기둥 쪽에서 임플래커블과 힌덴부르크가 유연한 몸짓을 선보이고 있었다.

임플래커블: 그대로 감상할지, 아니면 다가와서 이 축복을 더 가까이서 느낄지…… 선택은 네게 맡길게.
임플래커블: 전부 봄빛으로 물든 달밤……. 이 작은 무대에서 바치는 여흥….

힌덴부르크: 계약자. 그 눈에 똑똑히 새기도록 해.

두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무대에 강력한 마력이라도 깃든 듯, 나는 도저히 눈을 뗼 수 없었다.
비파 선율 속에서 문득 두 사람의 움직임이 멈췄다.

임플래커블: 어때? 이 선물은…… 마음에 들어?

힌덴부르크: 후후후……. 계약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모양이네.

지휘관: 최고였어. 멋진 선물이었어.

임플래커블: 그럼, 상으로 술 한 잔 줄 수 있을까?

힌덴부르크: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계약자…… 이후의 여흥은 더 즐거울지도 모르지.

공기 중에 은은한 향기와 여운이 감도는 가운데, 두 사람은 양옆으로 다가왔다.
축제는 담소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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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른 곳에서는――

핑하이: 삼선춘권이다……. 윽, 매워….

롱우: 겉에 고추기름을 발랐거든요. ……오늘은 여관의 번창을 축하하는 연회니까, 음식도 붉게 물들여 봤어요.

지휘관: 롱우. 매운 걸 못 먹는 사람도 생각해야지.

롱우: 걱정 마세요. 안 매운 바닷가재와 오리구이도 마련돼 있으니까요. 양도 충분하고 보기에도 엄청 경사스럽게 보인답니다.

오조르노이: 예산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잘 해냈어!
오조르노이: 기존의 작은 여관에서부터 조금씩 커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니까…… 왠지 감회가 새로운걸.

클라렌스 K 브론슨: 그래. 시스템 안정성도 여러 번 확인했고, 퍼포먼스도 아주 좋아. 훌륭해.

바가티르: 알코올을 섭취한 탓에…… 기체의 움직임이…… 현저히 둔해졌습니다…….

모스크바: 오오. 분위기가 알맞게 달아올랐군. 지배인 동지가 거둔 승리는 확실히 인정받을 만한 성과야.
모스크바: 이번 테스트는 여기서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겠어.
모스크바: 하지만, 만약 지배인 동지가 괜찮다면…… 이 즐거운 게임 시간을 조금 더 연장할 수도 있는데.
모스크바: 어때? 네 대답은?

→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 조금만 더 놀고 일할래

모스크바: 후후후, 그래. 처음엔 테스트였지만…… 당분간은 편하게 쉬도록 해.
모스크바: 그럼 나의 친우여. 당신이 이 여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모스크바: 자, 한 잔 더 하자!



 ~06. 끝나지 않는 대국
밤이 깊었는데도 모스크바의 방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 바둑돌을 손에 쥐고 익숙한 나무 바둑판을 응시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모스크바: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나의 친우여, 잠시 시간을 내 주겠나?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고 여전히 바둑판을 바라봤다. 부드러운 조명이 그녀의 집중하는 옆모습을 비췄다.

지휘관: 이런 늦은 시간까지 연구하고 있었던 거야?

모스크바: 네가 낮에 보여준 '비진(飛鎭)'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여러 대응책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네 계산 범위 안이었던 모양이군.
모스크바: 이번에야말로 온 힘을 다해 상대할 테니, 한 판만 더 부탁해도 되겠나?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아이스블루 눈동자에는 냉철하면서도 결연한 광채가 서려 있었다.
바둑돌이 오가는 가운데 모스크바의 손은 처음엔 빨랐으나 도중부터 점점 속도가 느려졌다.

모스크바: ……바가티르에게 최근 여관의 수익을 검토하게 했어.
모스크바: 그 아이가 사무 업무를 도와준 덕분에 경영 전략의 버전 업 효율이 12.7%나 올랐지.

지휘관: 테스트는 순조로운 모양이네.

모스크바: 데이터는 결국 표면적인 것에 불과해. 시스템이 산출한 최적의 답은 종종 '사람'이라는 변수를 무시하곤 하지. 마치 이 국면처럼…….

그녀는 흰 바둑돌 하나를 집어 들고 바둑판의 가장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모스크바: 네 상투적인 수단이라면 전부 계산할 수 있어. 하지만 '네'가 실제로 어떤 수를 둘지는 계산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지.
모스크바: 보아하니 친한 친구 사이라도 깜짝 놀랄 만한 수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겠는걸.

지휘관: 놀랄 만한 수라……. 내가 보기엔 모스크바가 오히려 이 판에 함정을 파 놓은 것 같은데?

모스크바: 후후후. 날카롭네.
모스크바: 아무래도 너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나를 잘 알고 있나 봐.

대국은 계속 이어졌다. 점점 국면에 압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우세를 굳히며 모스크바를 고전하게 만들 결정적인 수를 두려고 했으나… 순간 망설였다.
그러자 그녀는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모스크바: 너는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
모스크바: ……방금 망설인 건, 나를 막다른 곳까지 몰아넣고 싶지 않아서겠지. 그렇지?

그녀는 내 손을 이끌어 바둑돌을 다른 위치에 두게 했다. 본래 두려던 수보다 더욱 강력한 한 수였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떼지 않은 채 그대로 내 손을 꽉 쥐었다.

모스크바: 네 다정함이 바둑판 위에서의 약점이 되어선 안 돼.
모스크바: 이 대국에서 만큼은 불필요한 생각은 접어두고, 오롯이 나와 마주해줘.
모스크바: 그리고 대국 외의 일이라면…….

그녀는 내 손가락을 굽히게 하더니, 그대로 자신의 손바닥을 맞댔다.

모스크바: 전부 내게 맡겨줘, 친우여.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지듯 방 안의 조명이 일렁였다.

모스크바: 계속하지. 대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07. 심규 중 매혹의 춤
힌덴부르크가 남긴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를 따라 나는 여관 깊숙한 곳에 위치한 다락방에 도착했다.
주인공인 힌덴부르크는 무대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문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돌리며 어딘가 위험한 미소를 지었다.

힌덴부르크: 준비운동은…… 마침 끝났어, 지배인.
힌덴부르크: 하지만 역시 '계약자'라고 부르는 걸 더 좋아하겠지? 후후후.

힌덴부르크는 그대로 무대 위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힌덴부르크: 계약자. '지배의 춤'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힌덴부르크: 그것은…… 보는 이의 욕망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모든 것을 내던지게 만드는 춤.
힌덴부르크: 운 좋게도 당신은 지금 그 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

힌덴부르크는 몸을 굽혀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왔다.

힌덴부르크: 오늘의 초대는 테스트이기도 해. 친애하는 계약자. 네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해 보겠어.
힌덴부르크: 규칙은 간단해. 나를 봐…… 오직 나만 바라봐.
힌덴부르크: 만약 춤이 끝나기 전에 눈을 돌리거나…… 참지 못하고 내게로 다가온다면…….

힌덴부르크는 내 가슴팍에 손가락으로 커다란 엑스를 그리며 쿡쿡 웃었다.

힌덴부르크: 네가 진다면…… 모든 것을 잃고 내게 완전히 지배당하게 될 거야.

지휘관: 만약 이긴다면?

힌덴부르크: 이겨? 후후. 만약 네가 이긴다면…… 그래. 날 마음대로 해도 좋아. 공평하지? 그럼…….

그녀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주변의 공기가 일변했다.
그녀는 손끝으로 천천히 목덜미를 훑었다……. 그 몸짓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춤은 이어지고, 그녀가 회전할 때마다 베일이 흩날리며, 살짝 스친 팔에 미세한 향기가 남았다.
때로는 다가오고, 때로는 멀어진다.
마치 사냥감을 관찰하며 즐기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는 시종일관 나를 포착하고 있었다.

힌덴부르크: 제법 집중해서 보고 있네……. 하지만 당신의 고동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

그녀의 동작은 점점 대담해졌다. 그대로 내 품으로 파고드는가 했더니, 직전에 동작을 멈추고 거리를 두었다.

힌덴부르크: 잊지 마. 그대로…… 움직이면 안 돼.

그녀는 손으로 내 어깨를 짚고 얼굴을 가까이 갖다대며 짓궂은 눈초리로 나를 들여다봤다.

힌덴부르크: 보고 있자니 목이 타나 봐? 후후……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그녀의 춤은 처음의 흐르는 듯한 유혹적인 동작에서, 힘으로 구속하려는 듯한 강렬한 동작으로 변해 갔다.
그녀의 손끝이 내 옷깃을 스치고 소매를 잡아당기며, 발끝은 내 종아리를 스치고 신발을 가볍게 밟았다.
반투명한 옷감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살랑이며 유려한 곡선을 그렸다.

힌덴부르크: 어디……. 네 몸은…… 그 눈처럼 얌전히 있을 수 있을까?

힌덴부르크는 갑자기 다가와 내 손을 들어올렸다. 내 손과 그녀의 허리의 거리는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힌덴부르크: 그대로 있어. 닿으면…… 네 패배야.

그 아찔한 간격 속에서도 힌덴부르크는 계속 춤을 추었다. 얇고 검은 천 사이로 그녀의 부드러운 배가 살짝 눈에 띄었다.

그녀의 스텝이 내 고동과 일치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손이 앞으로 나갔다…….
그 순간 그녀의 발이 내 발등에 가볍게 닿았다.

힌덴부르크: 스스로 다가오다니……. 계약자의 완패네.

그녀는 승자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마의 땀을 닦고는, 그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힌덴부르크: 규칙대로 너는 모든 것을 잃었어……. 오늘 밤 내게 반항할 권리까지도. 그러면…….

귓가에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는 선언했다.

힌덴부르크: 내 지배하에,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08. 향을 머금은 술잔
여관 앞의 번화함이 가라앉을 무렵, 잠시 쉬려 방으로 돌아갔더니…….
동황 스타일 옷을 입은 임플래커블이 테이블 위해서 여유롭게 쉬고 있었다.

임플래커블: 휴우……. 드디어 왔구나.

지휘관: 임플래커블? 무슨 일이야? 객실에 뭐 부족한 거라도 있어?

임플래커블: 부족하다고 하면 부족할 수도 있겠네……. 실은 오늘 좋은 술을 손에 넣었거든.
임플래커블: 그리고, 달도 이렇게나 아름답고…….
임플래커블: 동황 동료가 말하길, 이런 밤에는 누군가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최고의 사치라고 하던데.
임플래커블: 그래서 생각했어……. 지휘관이 혼자 돌아왔을 때, 혹시나 마음 한구석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임플래커블은 술병을 들어 맑게 빛나는 액체를 잔에 부었다.
고요함 속에서 액체가 잔을 채우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임플래커블: 그래서 당신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이 소박한 '휴식'을 준비했어.
임플래커블: 이렇게나 멋진 밤인걸. 혼자 일찍 잠들기에는 너무 아깝잖아…….
임플래커블: 자, 첫 번째 잔은… '축복'이야. 오늘 밤은 아무런 고민도 없기를.

임플래커블은 가득 채워진 잔을 내게 건넨 후,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임플래커블: 평범하게 마시고 평범하게 대화하는 건 조금 무미건조한 느낌이 드네.
임플래커블: 동황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음주 예법에 대해 들어 봤어?

지휘관: '합환주'를 말하는 거야?

임플래커블: 정답. 우리 마음이 통한 모양이네.

임플래커블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술 향기가 섞인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
차가운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사지에 온기를 퍼트렸다.
그러던 중 문득 술병이 기울어져 술 몇 방울이 임플래커블의 다리에 떨어졌다. 검은 스타킹에 작은 얼룩이 생기고 말았다.

임플래커블: 어머……. 더렵혀져 버렸네…….

그녀는 손끝으로 스타킹에 뭍은 흔적을 덧그리면서도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임플래커블: 우선은 닦을까? 아니면…….
임플래커블: 병에 남은 술부터 마저 마실까?

나는 대답 대신 그녀에게서 술병을 받고는, 그대로 입에 대고 남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임플래커블: 후후후……. 욕심쟁이네.

임플래커블은 내 손을 잡고 손가락을 스타킹에 생긴 따스하고 축축한 얼룩으로 이끌었다.

임플래커블: 나의 체온과 이 흔적…… 느껴져?
임플래커블: 부디 오늘 밤 내 전부를 느껴줘…….

그녀는 비어 버린 술병을 옆으로 치우고 두 팔로 나를 껴안았다.

임플래커블: 고민이나 압박감, 그리고 마음에 남은 응어리까지…….
임플래커블: 전부…… 내게 맡기고 깨끗하게 털어내렴…….

비녀를 뽑자 아름다운 금발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어스름한 조명 아래서 임플래커블은 숨김없이 모든 것을 내게 드러냈다.

임플래커블: 가벼운 취기 말고도…… 당신이 더 많은 것을 경험했으면 해….
임플래커블: 전부 다…… 내게 맡겨줘.
임플래커블: 지금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건 나뿐이야. 당신은…… 나만을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해. 후후후…….



 ~09. 블라인드♥촉각 타격
어느 날. 크라스니 캅카스에게 의문의 훈련 제안을 받은 나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작음(雀吟)'이라고 적힌 별실의 문을 열자, 작탁에 앉아 있던 크라스니가 나를 돌아봤다.

크라스니 캅카스: 왔구나……. 저기,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시각을 차단해야 하니까.
크라스니 캅카스: 이거…… 씌워 줄래?

그녀는 나를 향해 얼굴을 살짝 들어올렸다. 속눈썹은 흥분으로 잘게 떨렸으며, 호흡도 멈춘 것 같았다.
안대를 씌워 주려다 그만 크라스니의 얼굴을 스치고 말았다.
그러자 깜짝 놀라 몸을 떨던 그녀는 이내 잔뜩 굳었다. ……어쨌든 안대는 무사히 착용했다.

크라스니 캅카스: 그, 그럼… 첫 번째 훈련……. 지휘관이 좋아하는 패를 골라서, 내 몸 곳곳에 대줘.
크라스니 캅카스: 나는 1분 내로 촉각만을 이용해서…… 패를 맞출 테니까.

나는 그녀 말대로 첫 번째 패를 들어 그녀의 목덜미로 가져갔다.
차가운 패가 피부에 닿는 순간 그녀는 저절로 목을 움츠리며 짧은 비명을 질렀다.

크라스니 캅카스: 차가워……! 하, 하지만…… 이 무늬는…….

크라스니가 앓는 소리를 내는 사이 순식간에 1분이 흘렀다.
탄탄한 그녀의 배에 두 번째 패를 가져갔다.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마작패를 배에 대자,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크라스니 캅카스: 응그읏!?

크라스니는 배를 힘껏 수축시키며 몸을 둥글게 말아 복부 전체로 내 손을 감쌌다.

크라스니 캅카스: 하앙……. 이 패는 좀 울퉁불퉁해서, 배에 문지르면…… 시원하고 살짝 저려…….

그녀는 번민에 싸인 목소리를 내며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크라스니 캅카스: 응아아앙……♡
크라스니 캅카스: 하아……. 첫 훈련은 실패했지만… 괜찮아. 다음도 준비해 놨으니까…….
크라스니 캅카스: 다음은…… 내 발가락에 패를 끼워줘….
크라스니 캅카스: 그리고…… 바, 발바닥에 그 패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써줘…….

손끝이 발바닥에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그녀는 마치 감전된 듯이 재빨리 발을 뺐다.

크라스니 캅카스: 으읏――!?
크라스니 캅카스: 패 못 끼웠어……. 생각보다 훨씬 민감해서……. 하, 한 번 더 부탁해……!
크라스니 캅카스: 응…… 가로…… 가로 획…… 어라? 잠깐… 간지러워…… 에헤헤……♡

결국 두 번째 도전도 마작패가 떨어지며 끝났다.
세 번째는 떨어지지 않도록 그녀의 발가락을 한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는 빠르게 패 이름을 적기로 했다.

크라스니 캅카스: 으으응…… 기다려…… 빨라…… 하아아앙! 안 대애, 거기 만지면 더는 못 참아…… 요, 용서해줘어――!!

그 뒤로 몇 차례 훈련을 거듭한 결과, 내가 최대한 천천히 글자를 쓰자 그녀는 겨우 패를 맞출 수 있었다.
크라스니는 전신의 힘을 다 써버린 듯 숨을 헐떡이며 한참 후에야 겨우 안대를 벗었다.
그녀는 촉촉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입가에 만족스러운 곡선을 그렸다.

크라스니 캅카스: 오늘의 정신 훈련은 정말 좋았어어……. 감각 하나하나, 전~부 또렷하게 기억나~♡



 ~10. 춘광의 릴랙세이션
해질녘, 정원 정자의 등롱에 불이 켜졌다.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니, 누워 있는 퍼시어스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놀다 지쳐 움직이기 싫은 것 같았다.

퍼시어스: 일찍 왔네, 지배인…….
퍼시어스: 정말. 이 침대, 너무 엉망이라 잘 수가 없어.
퍼시어스: 시트는 구겨졌고 베개도 떨어졌잖아. 너라면……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지?

지휘관: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뭐, 됐다….

추궁은 포기하기로 했다. 나는 베개를 주워 들고 시트도 말끔하게 폈다.
퍼시어스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이따금 몸을 살짝 일으켜줬다. 그러나 그 외에는 줄곧 현장 감독처럼 지켜보고만 있었다.

퍼시어스: 왼쪽. 그래, 거기……. 배겨서 불편했단 말야.
퍼시어스: 좀 더 폭신폭신한 베개로 바꿔 줄래? 구름처럼 몽글몽글한 느낌이면 좋겠는데.
퍼시어스: 이제 아까보다 편하게 누울 수 있겠네.
퍼시어스: 그리고…… 아까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엉망이 됐어. 침대 옆 상자에 빗이 들어 있는데…… 머리 빗는 법은 알지?

퍼시어스는 천천히 등을 내 쪽으로 돌렸다. 팔과 어깨 라인이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나는 상자에서 빗을 꺼내, 퍼시어스의 머리카락을 모은 다음 위에서부터 살며시 빗어 내렸다.
빗질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리던 도중, 문득 그녀가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퍼시어스: 머리만 빗겨 주는 것뿐인데……. 네 심장 소리가 너무 잘 들려…….
퍼시어스: 두근, 두근 하고……. 마치 부지런히 일하는 새 같아.

마치 저녁 바람에 녹아들 것만 같은 속삭임.
나는 다시 빗질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무심코 손끝이 그녀의 귓불에 닿았다.
품에 안긴 퍼시어스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퍼시어스: 빗은…… 일단 내려놔.
퍼시어스: 손…… 아까 닿았던 곳에 한 번 더…….
퍼시어스: ……응. 거기.
퍼시어스: 으응…… 간지러워.
퍼시어스: 귀? 아니……. 으음, 가슴이……?
퍼시어스: 설마…… 어느 부지런한 새 한 마리가 내 가슴 속으로 날아든 걸까……?

퍼시어스는 몸을 돌려 내게 완전히 밀착했다. 그녀의 따스한 숨결이 바로 곁에서 느껴졌다.

퍼시어스: 아무튼…… 침대도 정리해 줬고, 머리도 빗겨 줬으니까…….
퍼시어스: 오늘 밤은……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지휘관: 너만 허락한다면 계속 여기 있을게.

등롱의 빛이 퍼시어스의 눈동자에서 흔들렸다. 그녀는 그대로 고개를 들어 내 손을 잡고, 자신의 옷깃과 목덜미 사이 빈틈으로 이끌었다.
가빠지는 숨결과 함께 퍼시어스의 피부도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퍼시어스: 여기라면 달빛에 눈이 부실 일도 없고…… 침대도 정말 포근하니까…….
퍼시어스: 오늘 밤은…… 여기 있어줘. 아무 데도 가지 마…….



 ~11. 오조르노이의 호신술 훈련
??: 지배인. 빨리 따끈한 술이랑 고기 좀 넉넉히 가져와!

머리 위에서 일부러 톤을 올린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놀랍게도 지붕 위에 오조르노이가 서 있었다.

오조르노이: 지배인, 너무 느리잖아!

팔짱을 낀 오조르노이가 용마루에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오조르노이: 만약 질 나쁜 손님이었다면 벌써 난동을 부렸을 시간이라고!
오조르노이: 혹시나 내 근무 시간이 아닐 때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여관의 경비인 오조르노이는 지금 무전취식을 하는 악역을 맡아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을 교육해 주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런 식의 상황 재현 훈련은 효과가 매우 좋다고 한다.

지휘관: 아무리 질 나쁜 손님이라도 굳이 지붕 위까지 올라가진 않을 테고, 하물며 거기서 음식을 주문하지도 않을 거 같은데……?

오조르노이: 그만큼 흉악한 놈이라는 거야! 오히려 위험도가 올라간 거라구!
오조르노이: 시범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똑똑히 보고 배우도록 해!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오조르노이는 앞으로 다가와 내 손목을 잡고 교묘하게 발을 걸었다.
나는 순식간에 균형을 잃었고, 그대로 그녀의 밑에 깔린 채 쓰러졌다.

오조르노이: 앗! 바…… 방금 그 표정은 뭐야!

순간 얼굴을 붉히면서도 오조르노이는 곧바로 페이스를 되찾았다.

오조르노이: 착각하지 마! 난 그냥 막무가내인 손님을 연기하고 있을 뿐이니까! 이것도 수업의 일부라구! 자, 계속할 거야!
오조르노이: 잘 보니까 지배인, 꽤 잘생겼잖아~
오조르노이: 결정! 널 납치하겠어!

지휘관: 이러면 골치 아픈 손님이 아니라 그냥 사람 잡아가는 산적이잖아.

오조르노이: 원래 나쁜 놈들은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법이야! 네 안전 의식이 너무 희박한 거라고!
오조르노이: 어쨌든 지금은 네가 날뛰며 저항할 차례야! 이대로 고분고분하게 끌려가고 싶진 않지?
오조르노이: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는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줄게!

그렇게 말하며 오조르노이는 내 손을 끌어당겨 힘을 주었다. 이번에는 둘이서 지붕 위를 빙글빙글 두 바퀴 정도 굴렀다.

오조르노이: 응…… 바로 그거야!

대자로 뻗은 오조르노이는 숨이 약간 가빠졌고, 뺨도 살짝 붉어져 있었다.

오조르노이: 남은 건 악당을 철저하게 제압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그렇게 말하며 오조르노이는 내 허리에 팔을 감고 꽉 힘을 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

오조르노이: ……어어, 이건…… 좀 너무 가까운데…….

오조르노이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시선을 피했다.

오조르노이: 자, 내 시범은 이걸로 끝……. 다음은 네가 직접 해 봐!
오조르노이: 만약 내 마음에 안 들면 따끔하게 혼내줄 테야!
오조르노이: 어, 어라……?! 왜 그렇게 움직임이 깔끔해……? 이렇게 빨리 배운 거야!?
오조르노이: 수, 수업은 제대로 들었나 보네…… 어, 어어?

오조르노이는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조금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조르노이: 자, 잠깐만……. 이거 안 돼…… 안 된다니까……!
오조르노이: 가르쳐 준 거랑 다르잖아――!

오조르노이의 일대일 호신술 훈련은 아직 계속될 거 같다……?



 ~12. 서버 점검 중
평소에는 물자 보관용으로 쓰이는 창고지만, 진짜 용도는 따로 있다.
사실 이곳이야말로 이번 테스트의 핵심이자 바가티르의 기계실이기도 하다.

바가티르: ………….

바가티르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 수많은 케이블이 연결된 서버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지휘관: 서버 점검하다가 잠든 건가…….

바가티르: ………….

내 질문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넓은 창고에는 팬이 돌아가는 소리만이 들렸다.
나는 바가티르를 데려가기 위해 그녀의 몸을 안아 올리려 했다.
그러나 몸에 손이 닿는 순간 바가티르의 몸이 축 늘어지더니 그대로 나를 향해 쓰러졌다.
그녀는 밭은 숨을 내뱉으면서 머리를 내 목덜미에 기댔다. 그녀의 무게가 온전히 느껴졌다.

바가티르: 지…… 지휘관……?

품속에서 멍한 목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들여다보자 바가티르는 천천히 눈을 떴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동공 깊숙이 박힌 렌즈의 초점을 조절하며 내 모습을 확인했다.

지휘관: 괜찮아?

바가티르: 괜찮아, 지휘관…….
바가티르: 게임 '춘색여롱 Online'……. 정기 서버 점검 작업 진행 중…….
바가티르: 서버 데이터 갱신 진행도: 75%…….
바가티르: 점검에는 대량의 계산 자원이 사용되기 때문에…… 다른 모듈의 전력 소모를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가티르: 경고. 현 단계에서 기체를 강제로 이동시킬 경우 데이터가 파손될 위험이 있습니다.
바가티르: 지휘관, 지금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마…….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는 내게 더 바싹 밀착했다.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기댈 수 있는 자세를 찾는 것 같았다.
창고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지금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가티르의 무게와 온기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십 초, 혹은 몇 분일지도 모른다…….

지휘관: ……바가티르?

대답은 없었다. 그저 숨소리만이 귓가에 들릴 뿐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몸을 미세하게 떨었다.

바가티르: 서버 데이터 갱신 진행도: 100%――업데이트 완료.
바가티르: 지휘관…….
바가티르: 파라미터 안정화에 협력해 준 덕분에 문제없이 업데이트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바가티르: 하지만 업데이트가 끝났는데도 내 시스템 내에서…….

바가티르는 다시 눈을 떴지만, 몸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바가티르: 으으……. 시스템 내부에 해독 불가능한, 심지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상 데이터 발생…….
바가티르: 과부화, 과부화 경고――지, 지휘관…….

바가티르는 발그레 볼을 붉히며 내 시선을 이리저리 피했다.

바가티르: 다음으로 이 이상 데이터를 해석하고 싶으니까…….
바가티르: 조금만 더 이대로 있어줘……. 이상 데이터의 발생 원인을 찾아내고 싶어…….



 ~13. 요리사의 휴일
밤. 주방 쪽에서 평소보다 훨씬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항상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던 롱우는, 자기도 모르게 커다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 정도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롱우: 어, 어떡하죠…….
롱우: 걱정돼서 도저히 못 참겠어요…….

지휘관: 일단 앉아 봐. 분명 괜찮을 거야.
지휘관: 롱우가 워낙 고생했으니까 보답으로 다들 요리를 만들어 주려는 것뿐이야.

후펜: 맞아, 롱우 언니! 그러니까 걱정 말고 나하고 같이 불꽃놀이 보러 가자, 응?

롱우: 하지만…… 주방은 아주 위험한 곳이라구요. 식재료 손질하다가 실수하는 정도라면 몰라도…….
롱우: 만약 냄비가 불에 타거나, 손이라도 베이면…… 위험하잖아요?
롱우: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롱우: 역시 한번 보고 올게요!

지휘관: 그건 안 돼. 오늘 하루는 롱우를 푹 쉬게 해 주겠다고 모두와 약속했거든.

롱우: 그럴 수가……. 아, 페이옌이 주방에 들어갔어요!
롱우: ……푸슌!? 푸슌까지 주방에!
롱우: 만약 주방에서 장난이라도 치면 어떡하죠?
롱우: 어, 어떡해…….
롱우: 어? 또 누가 왔는데…? 잠깐만요. 저건…… 지안 씨!? 지안 씨도 가는 거예요!?
롱우: 안 돼, 절대 안 돼요!

지휘관: 기왕 이렇게 된 거…… 동료들을 믿어 보지 않을래?

우리는 지안이 당당하게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곧바로 주방에서 쫓겨나는 지안을 보며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휘관: 거봐, 괜찮다니까.
지휘관: 그보다 이것 좀 봐봐.

나는 테이블 위 상자에서 반짝이는 탕후루 두 개를 꺼내 롱우에게 건넸다.

지휘관: 단거 먹으면서 기분 전환이나 하자. 하지만 그 전에…… 나랑 먼저 한 판 해야 돼.

롱우: 네? 승부요?

지휘관: 가위바위보야. 롱우가 이기면 이 탕후루를 줄게.

롱우: 정말로요? ……그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작하죠!


→ 주먹을 낸다
롱우: 이건…… 무승부네요.

→ 가위를 낸다
롱우: 이건…… 야호! 롱우가 이겼어요!

→ 보를 낸다
롱우: 으으으…… 졌어요……!


지휘관: 뭐, 승패와 상관없이 이건 롱우에게 주는 상이니까 그냥 줄게. 한번 먹어 봐.

롱우: 감사합니다…… 으음…… 정말 맛있어요.
롱우: 다들 지휘관님만큼 요리를 할 줄 안다면 저도 안심할 수 있을 텐데…….

지휘관: 뭐든 연습이 필요한 법이잖아. 가끔은 아이들에게 주방을 맡겨 보는 건 어때?

롱우: 뭐, 그건 그렇지만요……. 아, 음식이 나왔어요!

페이옌과 푸슌은 킥킥 웃으며 갓 만든 따끈따끈한 음식을 가져왔다. 의외로 비주얼은 괜찮아 보였다.
롱우는 젓가락으로 살며시 한 점을 집어 입에 넣고,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롱우: ……꽤 괜찮네요. 다들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는 게 느껴져요.
롱우: 지휘관님도 어서 드셔 보세요.
롱우: 오늘 모두와 함께 먹는 이 음식은…… 지금까지 먹어 본 것 중에서 가장 행복한 맛일 거예요.

그 순간 폭죽이 터지며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14. 휘파람새의 날개는 하얗다
홀에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지만, 탁자와 의자는 모두 정리되었고, 폐점 시간이 찾아왔다.

지휘관: 후우. 보람찬 하루였어…….

티시어스: 응응. 보람찬 하루가 끝났네~
티시어스: 수고했어, 근면한 다람쥐 씨. 여기 따끈따끈한 샤오롱바오가 있으니까 같이 먹자♪
티시어스: (오물오물)

지휘관: (우물우물)
지휘관: 고마워, 티시어스…… 어라, 티시어스?

티시어스: 응, 나야~ 오늘 엄청 잘했지? 사람들한테 칭찬도 많이 받았다구!

지휘관: 물론이지……. 음… 그런데 내 기억이 맞다면 티시어스는 손님 아니었어?

티시어스: 에헤헤. 하긴 그러네.
티시어스: 그래도 음식은 맛있게 다 먹고 나서 도운 거니까, 손님으로서의 책무도 제대로 완수한 셈이야.
티시어스: 그러니 문제 없음!

지휘관: ……정말 괜찮은 거 맞아?

티시어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티시어스: 중요한 건 티시어스가 오늘 이렇게나 열심히 했는데 아직 지배인한테 '보상'을 못 받았다는 거지.

지휘관: 보상이라니…… 급료 말야? 계산을 해 봐야겠는데…….

티시어스: 아니 아니. 급료는 종업원에게 주는 거고, 티시어스는 '도와준 손님'이잖아~
티시어스: 그러니까 보상은 급료가 아니라 별도의 사례가 돼야겠지?
티시어스: 후후. 뭐가 좋을까~? 고민되네~
티시어스: 그럼 이 샤오롱바오로 할래!
티시어스: 서로 아~ 하면서 먹여주기~
티시어스: 자, 입 벌려 봐…… 아~
티시어스: 참 잘했어요♪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 같아서 귀여워~
티시어스: 그럼 이번에는 지휘관이 티시어스한테 먹여줄 차례♪

샤오롱바오를 티시어스의 입가로 가져가자, 그녀는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고 한 입, 두 입 베어 물었다…….
다 먹은 후, 그녀는 내 손가락을 입술과 혀로 빨아들였다.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이 한동안 이어졌다. 마치 담섬보다 훨씬 깊은 맛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티시어스: 음…… 맛있었어. 잘 먹었습니다~
티시어스: 아. 샤오롱바오가 하나밖에 안 남았네.
티시어스: 그렇다면…… 반씩 나눠 먹자!

티시어스는 샤오롱바오를 입에 문 채 미소를 지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말랑한 감촉이 은은한 온기와 함께 입술에 닿았다.

티시어스: 이거, 맛있다…….
티시어스: 더…… 먹어 볼래?
티시어스: 에헤헤……. 그럼 오늘 밤은 많이, 더 많이 다양한 걸 먹어 보자……♪



 ~15. 화등유소
나는 지안과 함께 산책로를 걸었다. 주변은 평소처럼 조용했다. 뭐, 이 조용함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

지안: 지휘관…… 아니, 지배인님~?

지휘관: 아아, 미안. 생각 좀 하느라.

지안: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신가요? 괜찮으시다면 제게 말씀해 주세요~

지휘관: 실은…… 연못 주변 환경은 훌륭한데, 별로 변화가 없는 거 같아서.

지안: 어머? 그렇다면 이 지안에게 맡겨 주세요. 후후후……. 기대하셔도 좋아요~


며칠 뒤, 밤. 영업을 마치고 여관을 나서자 찬란한 수상 조명이 눈에 확 들어왔다.
동물 모양의 다양한 등롱이 생동감 있게 빛나고 있었다.

지안: 어서 오세요~ 제가 준비한 일루미네이션은 어떠신가요?
지안: 표정을 보아하니 마음에 드시는 것 같네요? 유람선도 마련해 뒀으니 부디 따라와 주세요♪

우리는 뱃머리에 나란히 섰다. 지안은 살며시 내 손을 잡았다.
약간 쌀쌀한 밤공기 속에서 지안의 온기가 등롱처럼 따스하게 데워주었다.

지휘관: 이런 대규모 세트를 만드느라 고생 많았겠는데?

지안: 당신께서 좋아하신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답니다.
지안: 보세요. 이 앞에는 모두가 띄운 꽃등이 있어요. 빛의 강 같아서 참으로 아름답네요.
지안: 소원을 빌며 띄워 보내면 내년에 이루어진다고들 하니까요…….
지안: 유람선에도 꽃등을 실어 두었으니 저희도 소원을 적어서 띄워 볼까요?

지안은 붓과 종이를 가져오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품에 안겨 종이를 펼쳤다.

지안: 지휘관님과 함께 소원을 적고 싶어요……. 그래도 될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안은 종이를 마주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그녀는 평소보다 더욱 차분한 인상이었다.

지안: 무얼 적을까요……. 사실 제 소원은 벌써 이루어진 것 같지만요. 후후후~
지안: 지휘관님께서는 바라는 소원이 있으신가요?
지안: 아, 이렇게 하죠. 저는 눈을 감고 있을 테니, 지휘관님께서 제 손을 잡고 소원을 적는 거예요…….
지안: 다 적고 나면 지휘관님이 뭐라고 적으셨는지 제가 맞춰 보는 거죠……. 후후후. 어떤가요?

나는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고 종이 위로 붓을 천천히 움직였다.
서로의 심장 소리가 겹치는 가운데, 글자를 적을 때마다 느껴지는 간지러움 때문인지 지안은 참지 못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

지안: 음…. 지휘관님의 소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지안: 지안도 도와 드릴 테니까…… 반드시 이루어질 거예요.

우리는 꽃등을 강물에 띄워 보냈다. 작은 불빛이 일렁이며 물결을 타고 빛의 강을 향해 나아갔다.

지안: 환상적인 광경이네요…….
지안: 마지막으로 특별한 선물이 하나 더 있답니다.
지안: 이 배의 선실 안에 있으니까… 같이 보러 가실까요~?

수많은 꽃등의 불빛이 흔들리는 가운데, 선실의 창문에 서로에게 의지하는 희미한 두 개의 그림자가 비쳤다.



 ~16. 도장깨기!? 요리 대결!
정오.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곳곳에서 다양한 음식과 뛰어난 요리 솜씨를 극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얼빈: 지배인 있나? ……좋아! 마침 잘 됐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다들 입구 쪽을 바라봤다.

하얼빈: 오늘 여기 있는 사람들의 밥값은 전부 내가 치르지. 안면을 튼 기념이다! 그리고 꼭 나와 여관 측의 요리 대결을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

뜬금없는 호언장담에 손님들은 일제히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홀에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지휘관: 하얼빈? 대체 무슨 생각이야?

하얼번: 쉽게 말하자면 '도장 깨기'다!
하얼빈: 어차피 한가하니까 나도 옆에 새 여관을 열기로 했거든.
하얼빈: 이번 요리 대결에서 만약 내가 이기면, 우리 집 입구에 '옆집보다 맛있는 집!'이라는 간판을 걸 수 있도록 해줘야겠어!
하얼빈: 어때? 두렵나?

지휘관: 우리에겐 롱우가 있어. 두렵지 않아.
지휘고나: 그렇게 승부를 하고 싶다면 끝까지 상대해 주지. 그럼 공정하게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밑준비를 시작하자.

홀 중앙에는 이미 조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두 요리사의 등장을 정적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롱우: 주방은 전장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 마주할 곳은 아무래도 진짜 '전장'인 것 같네요…….

하얼빈: 이미 각오는 된 모양이군. 그럼 이제 나설 차례다, 수석 요리사!

하얼빈의 외침과 함께 지안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지안: 네에~ 저랍니다~!

롱우: ……하아?

하얼빈: 하하하, 그렇게 놀라지 말라고! 잘 생각해 봐. 네 상대로 평범한 요리사를 골랐을 리가 없잖아!
하얼빈: 어때? 다시 한 번 묻지. 두렵나? 포기하려면 아직 늦지 않았어!

지휘관: 포기할 리가 없잖아. 승리가 확실한 시합을 포기하는 바보가 어딨어.

나는 눈짓으로 롱우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 오조르노이, 안전을 위해서…… 흠흠. 두 요리사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변에 출입 금지선을 쳐줘.

오조르노이: 알겠어!

지휘고나: 나와 하얼빈 말고도 심판이 한 명 더 필요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여기 모인 손님들 중에서 고르는 게 좋겠지.

하얼빈: 좋은 제안이다. 누구로 할까……. 좋아, 너로 정했다!

시그넷: 제, 제가 심판이요? 아, 알겠습니다!

하얼빈: 정해졌군. 시그넷도 심판석으로 오라고! 자, 준비는 끝났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다!

지안이 눈앞의 식재료를 흥미진진하게 살펴보는 사이, 롱우는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른 번개가 번쩍였나 싶더니, 어느새 두 사람의 테이블 위에 있던 식재료는 전부 손질이 끝나 있었다!

하얼빈: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지안도 순식간에 재료 손질을 끝낸 건가……?

지휘관: 나, 나도 아무것도 못 봤어…….

시합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지안의 얼굴에 점차 곤혹스러운 표정이 나타났다.
소금을 집었다고 생각했는데 넣을 때는 기름이 되어 있거나, 바구니에 채소를 넣었는데 냄비에 넣을 때는 다진 마늘이 되어 있기도 했다…….
심지어 화로에 불을 강하게 켰는데 어느새 약한 불이 되어 있었다.

지안: 설마…… 제 요리가 벌써 무아지경의 경지에 도달한 걸까요……!?

롱우: 하아, 하아, 피곤해 죽겠네요……. 그나저나 채소 볶음을 만들려던 거 아니었나요? 왜 그걸 넣으려고…… 윽!?

롱우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모든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휘관: 어흠! 남은 시간은 1분! 요리사 두 분은 제시간에 음식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얼빈: 응? 벌써 그렇게 됐나?

지휘관: 음식을 내는 속도도 중요하니까.

하얼빈: 과연. 일리가 있군….

시간이 다 되어 간다는 말에 지안은 기상천외한 고집을 꺾기로 했다. 종료를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자, 심판 앞에 두 음식이 놓여졌다.

시그넷: 롱우의 요리는 정말 맛있어요……. 지안 씨 요리도 맛있고요! 하지만 두 분 다 피시 앤 칩스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얼빈: 롱우의 요리는 언제나 그렇듯 최고지만, 지안의 요리도 나쁘지 않군! 식감이 약간 눅눅한 건 혹시 미세한 불 조절에 실패해서인가?

지휘관: 하얼빈과 같은 의견이야. 그럼…….

하얼빈: 이번 시합은 롱우의 승리다!

지안: 비록 졌지만 드물게 주방에 설 수 있어서 즐거웠답니다~ 기쁘네요~
지안: 어라, 롱우? 왠지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요…?

롱우: ……이번만이에요.

하얼빈: 아하하하! 이번 시합을 통해 여러모로 많이 배웠다. 많이 고민해 본 뒤에 다시 오도록 하지!
하얼빈: 약속대로 오늘 밥값은 전부 내가 내마! 계산해줘! 그럼 이만!



 ~17. 노림수 대국
지휘관: ……뭘 버려야 하나…….
지휘관: 1만이다.

패를 버리자 하가인 오조르노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재빨리 바닥에 깔린 패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오조르노이: 안 좋네……. 지배인은 통수패를 맞추고 있는 건가…….
오조르노이: 크라스니, 통수패를 낼 거면 조심해.

맞은편에 있는 크라스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고개를 기울인 채 패 하나를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크라스니 캅카스: 지배인은 혹시…… 이 7통을 기다리고 있는 거야~?


→ 그래. 그 7통이 필요해
크라스니 캅카스: 동황의 병법에는 '허즉실지, 실즉허지(虛卽實之, 實卽虛之)라는 말이 있다던데…….
크라스니 캅카스: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병법, 이미 간파했어~

→ 다른 패일지도 모르지
크라스니 캅카스: 꽤 신중하네……. 하지만 이걸로 오히려 내 판단을 확신할 수 있게 됐어.
크라스니 캅카스: 그럼 이 7통으로 진실을 찾아볼까~


크라스니가 7통을 내는 순간 나는 손패를 쓰러트렸다.

지휘관: 론. 청일색.

오조르노이: 아아아!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아까 조심하라고 했잖아…….

작탁에 엎드린 오조르노이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부루퉁한 표정으로 뺨을 파묻었다.

크라스니 캅카스: 이거 완패네…….
크라스니 캅카스: 그럼…… 약속한 대로 버, 벌칙 게임 부탁해…!

그녀는 7통을 손에 쥔 채 그대로 내 쪽으로 쓰러지듯 밀착해 왔다.

 

크라스니 캅카스: 자아…….

크라스니는 차가운 마작패를 자신의 목덜미로 가져가더니, 그대로 천천히 옷 사이 빈틈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서늘한 감촉에 몸을 떨며 목구멍으로 작은 신음 소리를 뱉었다.

크라스니 캅카스: 으읏, 으응……! 차가워…… 하지만…….

 

오조르노이: 뭐, 뭐하는 거야! 빨리 내려와! 다들 보고 있잖아!?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오조르노이는 놀란 고양이처럼 펄쩍 튀어올랐다.
당황한 그녀는 주변을 살피더니, 옆 작탁의 테이블보를 가져와 크라스니의 몸에 덮어줬다.

오조르노이: 적어도 이걸로라도 가려!

크라스니 캅카스: 으으……. 뭐, 가려도 괜찮겠지….
크라스니 캅카스: 오조르노이, 고마워~

오조르노이: ……어?

크라스니는 테이블보를 뒤집어쓴 채 그대로 내게 달려들어 손목을 낚아챘다.
나는 속절없이 쓰러지며 두꺼운 테이블보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크라스니의 온기와 향기로 가득한 밀폐된 공간 속, 바로 곁에서 열기가 서린 숨결이 느껴졌다.

크라스니 캅카스: 다들 지켜보고 있는데…… 모두의 앞에서…….
크라스니 캅카스: 테이블보에 싸인 채 몰래 나를 벌한다니……. 아핫…… 최고야아…….

오조르노이: 무무무무슨 이상한 소릴 하는 거야!?

비명과 함께 오조르노이는 천 틈새로 손을 뻗어 내 팔을 붙잡았다.

오조르노이: 빨리 나와! 이 바보 지배인! 그리고 너도! 지배인 좀 놓으라고!
오조르노이: 진짜 둘이서 대체 뭐하는 거야!?

----

같은 시각. 병풍 너머 옆 작탁에서 뱀파이어 역시 마지막 패를 마작판에 내려놓았다.

뱀파이어: 흐흥~! 멘젠츠모, 일색사동순! 아무래도 승자는…….

다음 순간 뱀파이어는 의기양양한 표정 그대로 굳어 버렸다.
작탁을 둘러싼 나머지 세 사람이 본인이나 패가 아닌, 눈을 크게 뜬 채 그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펜: 지, 지배인은? 아까까지 저기 있었을 텐데…….

이25: 뭔가 이상한 게 움직이고 있어요……. 새로운 기계일까요?

창춘: 하지만 저 모습…… 천 안에 누가 두 명 있는 거 같은데…….

네 사람은 일제히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천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옆에서 오조르노이가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던 그때, 갑자기 9통 하나가 천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후펜: 자, 잠깐만……. 설마 지배인이 저기에…….

창춘: ……잡아먹힌 거야!?

그제야 오조르노이도 멀리서 지켜보던 시선들을 눈치챘다.

오조르노이: 너희들 거기서 뭘 멍하니 보고만 있는 거야!? 빨리 와서 지배인을 구해줘――!



 ~18. 두근두근 개인실
새로 발생할지도 모를 인테리어 비용을 확인하기 위해 젠하이는 방에서 나왔다.
안뜰로 가자 수수한 외형의 드론이 윙윙거리며 머리 위를 저공비행으로 스쳐 지나갔다.

젠하이: 어머? 저건…… 파고의 드론? 방향을 보니… 새로 체크인한 손님에게 배달 가는 걸까요……?
젠하이: 아니…… 드론은 게임 설정상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데…. 왜 이런 곳에……?
젠하이: 말리러 가는 게 좋을까요……. 일단 뒤를 쫓아가 보죠.
젠하이: 테스트에 영향이 없었으면 좋을 텐데요…….

드론은 어느 방 앞에 멈췄다. 젠하이가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나른한 목소리로 '들어오세요'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방은 유럽식 귀족풍의 인테리어로 변해 있었고, 공기 중에는 와인과 나무 향기가 가득했다.

젠하이: ………….
젠하이: 아무래도 대대적인 개조를 하고 계셨던 것 같군요.

에기르: 흥……. 나와 지휘관이 하룻밤을 보내기에 평범한 객실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젠하이: ……과연. 분위기를 많이 신경쓰시나 봐요.

에기르: 후후후.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주변 환경도 그에 걸맞아야 하지 않겠어? 내 말이 틀리니?

에기르는 잔을 들어 술을 마시며 모호한 눈빛을 보냈다. 젠하이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

드론을 따라 두 번째 방에 도착한 뒤 젠하이는 다시 노크를 했다. 문은 곧바로 열렸고, 빅토리어스는 기쁘게 그녀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방 전체가 집무실을 본뜬 구조로 되어 있었다.

빅토리어스: 젠하이, 내 방 어때? 집무실이랑 똑같지 않아?

젠하이: ……정말로 얼핏 보면 진짜처럼 보이네요.

빅토리어스: 흐흥~ 이러면 지휘관이 진짜 집무실로 돌아갔을 때 나와 여기서 보낸 하룻밤을 떠올려 줄 거야!
빅토리어스: 젠하이, 내 계획 완전 최고지 않아?

젠하이: ……네. 기발한 생각이네요. 그럼 편히 쉬시길.

의기양양한 빅토리어스의 미소를 뒤로 하고, 젠하이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섰다.

세 번째 방의 문을 두드리려던 찰나, 안에서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시 노크를 하고 허락을 받은 뒤 방에 들어가 보니, 그곳은 아주 깔끔하게 정돈된 평범한 객실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창펑이 페이옌과 푸보에게 지시를 내리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창펑: 젠하이 씨, 무슨 일이신가요?

젠하이: 정기적으로 손님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것뿐이에요……. 그나저나 방 청소에 꽤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시는군요.

창펑: 네~ 언젠가 지휘관님께서 시간이 나셨을 때 푹 쉬게 해드리고 싶어서요.
창펑: 그리고 맛있는 음식도 준비했답니다…….

창펑은 조금 부끄러운 듯 아랫입술을 깨물며 수줍게 웃더니, 방구석에 있는 골판지 상자로 시선을 돌렸다.
젠하이 역시 골판지 상자를 바라봤다. 열려 있는 틈 사이로 라벨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장어, 해삼, 마, 자라…….

젠하이: …….

창펑: 젠하이 씨, 왜 그러세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젠하이: 아, 아뇨. 급한 볼일이 떠올라서 그렇습니다. 제 걱정은 마시고 청소 열심히 하세요.

복도로 나온 젠하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부채가 쥐여 있었다.

젠하이: 다들 자기 방을…… 취향대로 꾸미고 있는 것 같네요.
젠하이: 지배인의 관심을 끌려는 걸까요? 후후. 그렇다면 그건 그것대로 가게 측에서 부담할 인테리어 경비는 굳겠네요.
그녀는 부채로 탁 하고 손바닥을 가볍게 쳤다.

젠하이: 그나저나 다들 이렇게 열심히라면…… 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어요~



 ~19. 행운의 사람과 행운의 잉어
U-110: 킁킁……. 응. 아마도 이쪽 방향이 맞는 거 같아.

U-47: 전설 속 행운의 비단잉어가 이 근처 연못에 있다는 거야?

U-110: 응. 이 연못에 있어.

U-47: 그럼 행동을 개시하자. 반드시 가장 먼저 잉어를 잡고, 그리고…….

연못가에 다다른 두 사람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잉루이와 차오호를 발견했다.

차오호: 잉루이! 그쪽은 어때? 행운의 비단잉어는 잡았어?

잉루이: 잡기는커녕 아직 그림자도 못 봤어요.

차오호: 그래……. 아. 자, 잠깐. 뭔가 잡았어! 이거 설마…….

차오호는 양손에 힘을 주고 힘껏 끌어올렸다. 순간 U-47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U-47: ……아, 미안. 몰래 다가가는 게 본능이라서…….

U-110: 크앙――!

차오호: 꺄악!? ……너희도 행운의 비단잉어를 찾으러 온 거야?

잉루이: 혹시 '가장 먼저 비단잉어를 만진 사람은 일 년간 행운이 따른다'라는 소문을 듣고 오셨나요?

U-110: 응. U-110은 행운의 비단잉어를 만지고 싶어~

U-47: 근데 그 행운 말이야. 맨처음 만진 딱 한 사람에게만 유효한 거지?

차오호&U-110: 그런 거야!?

차오호: ………….

U-110: ………….

차오호와 U-110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동자에서 승부욕의 불꽃이 타올랐다.

차오호: 잉루이, 우리는 더는 예전의 우리가 아니야! 절대 질 수 없어!

U-110: 상어다~ 출격이다~!

U-47: 의욕이 넘치네.

잉루이: 그러네요~ 아. 차오호, 조심해요.

----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물고기를 잡지 못한 네 사람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U-110: 상어가…… 상어가 비단잉어를 깜짝 놀라게 해서…….

차오호: 하아…… 하아……. 이, 일단 휴전! 어떻게 하면 비단잉어를 잡을 수 있을지 같이 의논해 보자!

잉루이: 그럼 먼저 질문 하나 할게요……. 이 연못에 정말로 비단잉어가 있긴 한 건 가요?

차오호: 있어! 분명…… 있을 거야. 아마도, 응…….

마세나: 있어.

콧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던 마세나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마세나: 아까 다리 옆을 지날 때 금색이랑 빨간색 물고기가 날 졸졸 따라다녔는데, 정말 귀여웠어.

차오호&U-110: ……어? 어어어!?

U-110: 대단해, 크앙~!

차오호: 저기, 마세나.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결국 차오호와 U-110은 마세나에게 부탁해 비단잉어가 다시 나타나게 했다.
비단잉어를 만지는 데 성공한 두 사람. 이것으로 조금이나마 운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20. 스케치 해프닝
푸슌: 여, 기――!
푸슌: 확실해! 창펑이랑 안샨 언니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곳은 바로 여기야!

창춘: 그 말은…… 두 사람이 여기서 갑자기 사라졌다는 거야?

타이위안: 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사라지다니……. 그건 힘들지 않을까요……?

푸보: 유령의 소행일지도 몰라! 두 사람이 여기 왔을 때, 소리 없이 뒤에서 다가와서…… 와아악――!!

타이위안: 꺄아악! 유유유령 같은 건 사절이에요…! 살려주세요오오…….

사건의 발단은 몇 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안샨: 다들 이 돌더미를 잘 기억해 두세요. 이 돌더미를 중심으로 사생 활동을 할 테니까, 6시까지 여기로 모이세요.

푸슌: 오오, 크다! 누가 제일 먼저 꼭대기까지 올라가는지 시합하자!

안샨: 푸――슌――!

푸슌: 으아악! 노, 농담이에요! 아하하하…….

안샨: 맨날 놀 생각만 하고…. 여기 온 건 사생 숙제를 하기 위해서잖아요? 밤에 철저하게 검사할 거예요!
안샨: 만약 공책이 빈칸이거나 대충 그렸다면…… 각오하세요!

----

오후 5:50

푸슌: 큰일 났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 10분밖에 안 남았잖아……. 푸보, 도와줘!

푸보: 어!? 나라고 여유로운 건 아닌데……. 이런 엉망인 낙서를 제출했다간 분명 창펑 언니한테 엄청 혼날 거야…….

푸슌: 그그그러면…… 창춘이랑 타이위안은? 다 그렸으면 그림 좀 살짝 보여주면 안 돼?

창춘: 헤헤. 푸슌이 제시간에 못 맞출 줄 알고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그림'을 그렸지~ 짜잔!

푸슌: 뭐!? 이 그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놀 때의 나하고 푸보잖아?!

푸보: 잠깐만……. 그런 걸 안샨하고 창펑 언니가 알게 되면…….
푸보: 무조건 혼날 거야!?

??: 푸슌…… 푸보…….

푸보: 으아아아――!? 잘못했어요――

타이위안: 저, 저예요……. 그보다 창펑이랑 안샨 언니가 안 보이는데 다들 알고 계셨나요?

푸슌: 어? 없어?

창춘: 그러고 보니 아까 돌더미 반대 방향으로 갔던 거 같은데…….

타이위안: 네. 뭔가 느낌이 이상해요……. 찾으러 가요!


타이위안: 뭐, 뭐라도 발견했나요?

창춘: 여기 바닥만 유난히 깨끗한 걸 보니 아마 두 사람이 앉아 있었나 봐…….

푸슌: 여기도! 나무줄기에 손톱자국 같은 흔적이 있어……. 설마 무슨 괴물이라도 마주친 건가!?

푸보: 두 사람이 괴물한테 납치됐다고!? 어, 얼른 돌아가서 지배인한테 도와달라고 하자!

타이위완: 으으…ㅈ루. 아, 아무리 그래도 괴물 같은 게 있을 리가…….

창춘: 맞아~ 싸운 흔적도 없고 발자국도 안정적이야. 괴물한테 끌려간 것처럼은 안 보이네~

논의가 뜨거워지던 중, 창춘은 문득 이질감을 깨달았다.

창춘: 얘들아. 저기 흩날리는 잎사귀 말이야……. 가끔씩 한순간 멈칫하지 않아?

푸슌: 응? 어디 어디……. 우와, 진짜다! 잎사귀가 부자연스럽게 공중에서 끊기듯이 움직여!

푸보: 그보다…… 잎사귀가 전부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는 거 같은데……?

공중에 흩날리던 나뭇잎이 갑자기 부자연스럽게 멈추더니, 잎사귀 사이에서 강렬한 하얀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모두: 꺄아아악――유령이다――!!

안샨: 푸――슌――!

푸슌: 으악!? 유령이 안샨 언니 모습으로 변했어!?

창펑: 유령이 아니에요~ 후후후…. 설명해 드릴게요.

창펑과 안샨은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접속이 끊겼고, 따라서 그 자리에서 사라졌던 거라고 한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다들 이곳이 게임 속 세계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덕분에 푸보와 푸슌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곧바로 숙제를 완성했다.
잘됐군 잘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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