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다시 하늘로
실험장 ES-131618
사디아 교국
대성당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루. 어제의 태양은 여느 때처럼 저물었고, 오늘의 태양도 여느 때처럼 떠올랐다.
오늘도 역시 희망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라파엘로: 성당 천장 벽화, 드디어 완성이다~!
라파엘로: 납품하고 검수까지 끝내고 잔금을 받으면 한동안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겠지~♪
라파엘로: 흥~흐흐흥~♪
조수에 카르두치: 멀리서부터 콧노래 소리가 들리더라……. 벽화가 완성된 거야?
라파엘로: 완벽하지~ 이거 봐봐, 멋지지? 이번 달 최고의 자신작이야♪
조수에 카르두치: '교황의 개선'……. 그림의 주제는 이해하겠어.
조수에 카르두치: 하지만 이 풍경은 조금 이상하지 않아……? 저 막대기는 뭐야? 조명 기둥?
라파엘로: 저건 '가로등'이라는 거야! 교황 성하께서 꿈속에서 직접 내게 보여주신 풍경이라고!
조수에 카르두치: 꿈속에서 얻은 영감이라니…… 부럽네.
조수에 카르두치: 나도 꿈속에서 교황 성하와 대화를 나누며 시와 노래의 영감을 얻고 싶어….
라파엘로와 카르두치는 잡담을 나누며 성당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내 두 사람의 귀에 사람들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라파엘로: ……거리에 소동이라도 난 건가? 서커스단이 왔나?
조수에 카르두치: 아니, 하늘이 어떻다느니 얘기하는 것 같은데…….
라파엘로: ……하늘? 탑으로 데려가 줄게! 높은 곳에서 한번 보자!

라파엘로와 카르두치는 성당에서 가장 높은 탑으로 올라갔다.
태양은 여전히 하늘 높이 떠 있었지만, 짙은 어둠 또한 공중에 퍼지고 있었다.
마치 하늘 전체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듯, 빛과 어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었다.
빛과 어둠의 경계선 위로 거대한 옥좌가 떠 있었다.
옥좌에 앉은 사람의 형체는 판별하기 어려웠지만, 그 목소리는 사르데냐 동맹의 상공 전체에 낭랑하게 메아리쳤다.

마르코 폴로: 사디아 교국――피렌체 공화국――제노바 공화국――
마르코 폴로: 밀라노 공국――베네치아 공화국――나폴리 왕국――그리고 시칠리아 왕국이여――
마르코 폴로: 너희들의 교황이――돌아왔노라!
~22. 황제 소환 의식
마르코 폴로는 성공했다.
가장 이목을 끄는 방식으로, 반론의 여지조차 없는 '기적'을 행하며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 실험장에서 그녀의 교황으로서의 지위를 의심하는 자는 이제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세계 연결 의식은 완성되었고, 황제 소환 의식의 전제 조건도 충족되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왔다.

브란덴부르크
궁전 휴게실
연일 계속된 이동으로 다들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마르코 폴로 혼자만 여전히 높은 텐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 가는데도 그녀는 의식을 위한 준비 작업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있었다.
그것도 관계자 전원을 붙잡아 두고서…….
멤피스: 아 진짜…… 마르코 폴로……!
헬레나: 지휘관…… 먼저 쉴래?
지휘관: 아니. 준비 작업도 신경 쓰이니까…… 확인이 끝나면 쉴게.
쾰른(META): 마르코 폴로. 내일 의식에서는 선제후가 전원 참석하여 다 함께 기도문을 낭독할 예정입니다.
쾰른(META): 그 후에 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마르코 폴로: 그거 말인데, 안전장치를 하나 마련해 두자고.
마르코 폴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기도문을 다 외운 뒤에는 함선이든 누구든 상관없이 전부 퇴장시켜야 해.
쾰른(META):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도문에는 아직 문제가 있나요?
마르코 폴로: 아주 약간. 기도문의 이 부분은 삭제해줘.
쾰른(META): 그러니까…… '호엔슈타우펜 가문' 부분 말씀이십니까?
마르코 폴로: 맞아! 지나치게 세세한 기술은 소환 의식에 역효과밖에 없으니까!
쾰른(META): 알겠습니다. 기도문 외에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마르코 폴로: 현재로서는 괜찮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검사하고 내일을 위해 쉴게!
쾰른(META): ……지금부터 또 확인하시겠다는 겁니까? 이제 쉴 시간도 얼마 없을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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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기도문 낭독이 끝나고, 대강당에는 나와 마르코 폴로 두 명만이 남았다.
지휘관: 다들 퇴장해야 한다면 나도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마르코 폴로: 괜찮아, 넌 다르니까.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잖아♪
마르코 폴로: 예전에 날 소환시키는 의식도 훌륭하게 해냈었지. 그러니까 이번에도 분명 문제없을 거야!
마르코 폴로: 게다가 네가 여기 있으면 '쐐기'가 늘어나니까 수고도 덜 수 있고…….
지휘관: ……쐐기?
마르코 폴로: 곧 알게 될 거야. 그럼 준비하고, 슬슬 시작해 볼까~!
마르코 폴로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입에서는 무언가를 찬송하는 말이 흘러나왔고, 몸에서는 빛이 나기 시작했다.
대강당은 점차 빛으로 뒤덮여 갔다.
끝없는 순백 속에 또렷한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 …….
지휘관: ……전에 봤던 환영인가? 대체 정체가 뭐야? 아비터?
???: "나는 아비터 엠퍼러IV.“
아비터 엠퍼러IV: "황제의 이름으로, 황제 소환 의식을 통해 그대와 마주하노라.“
아비터 엠퍼러IV: "'그 녀석'이 나를 방해하고 있기에, 나는 '그 녀석'과 대치 중이다.“
아비터 엠퍼러IV: "시간이 많지 않다.“
아비터 엠퍼러IV: "월경 실험 NO.1은 반드시 완수해야만 한다.“
내가 질문할 틈도 없이 그림자는 빛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여전히 궁전 안에 있었고, 마르코 폴로 역시 아직 찬송을 이어가고 있었다. 빛은 그대로 황제의 옥좌 위에 응집되며 사람의 모습을 형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 기억 속의 존재,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로 변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실험장…… 궁전의 대강당…… 그리고 신성총련제국의 황제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설마 그런 직함이 내 몸에 깃드는 날이 올 줄이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완전히 오용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박혀 들어간 쐐기에 의해 현실로 바뀌었구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참으로 흥미롭군.
지휘관: ……오용된…개념?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마르코 폴로가 사욕을 위해 너를 살짝 이용했다고 할까.
마르코 폴로: 아하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하지만 잘 풀렸으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마.
마르코 폴로: 흐흥. 너라면 내 의도를 이해할 줄 알았어.
지휘관: 그래서 정말로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야? 실험장β에 있었고, 지금은 잔불에 있을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맞는 거지?
지휘관: 다른 실험장의… 혹은 훨씬 더 본질적인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가 아니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가가 드디어 계획함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구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하지만 지금은 의문에 답할 때가 아니란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너희는 내가 필요했고, 나는 그에 응했다. 그렇게 이해하면 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럼 대관식을 끝마치자꾸나. 함께 이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
마르코 폴로: 대관식! 진작에 준비해 뒀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는 옥좌에 단정히 앉았다. 마르코 폴로는 정중하게 왕관을 들어 그녀의 머리 위에 가볍게 씌워줬다.
왕관이 이끄는 빛이 하늘을 찌르고, 이내 제국의 모든 땅에 쏟아져 내렸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신성총련제국 전역을 지배하던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의심과 망상은 사라지고, 결의와 희망이 돌아왔다.
'교황'이 '황제'에게 왕관을 씌워주며, 신성총련제국의 대관식은 막을 내렸다.
~23. 합주
브란덴부르크
궁전 대강당
잠시 후
대관식이 끝나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는 관례에 따라 알현과 축복을 받았다.
그러나 그 직후 좋지 못한 소식이 찬물을 끼얹었다.
쾰른(META): 대관식 후 검은 영역이 전면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현재 각지의 국경 부대로부터 전투 보고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쾰른(META): 게다가 적의 전투력도 이전보다 강화된 것 같습니다…….
지휘관: (우리의 강함에 맞춰서 적을 내보낸다. 세이렌 실험장의 전형적인 특징이군…….)
지휘관: (국경 방어선에 즉시 증원이 필요하겠어…….)
지휘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가 황제가 된 지금, 자원 배분은 문제가 없을 테고…….)
지휘관: (마르코 폴로가 유지해 주는 한 수로도 걱정 없을 거야…….)
지휘관: (각지의 비행장에 있는 무인 수송기들도 활용해야겠군…….)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가…… 아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의 목소리가 내 생각을 가로막았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여기에는 내가 있단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내가 소환된 것은 신성총련제국을 이끌어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함이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렇다면 아가는 어째서 여기에 소환된 거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검은 영역을 어떻게 소멸시킬 것인가? 실험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등림자'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이어로팬트는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가는 바로 이러한 일들에 집중해야 해.
지휘관: …….
→ 네 말이 맞아. 여기는 맡길게
지휘관: 지금 가장 의심스러운 건 갑자기 출현한 탑이야. 우선 거기부터 조사해야겠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전황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단다. 마음 놓고 조사하려무나.
→ 어디부터 조사하는 게 좋을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다섯 개나 존재하는 탑부터란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땅에서 솟아올라 하늘을 찌른다――현시점에서 '등림'이라는 개념과 부합하는 것은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구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리고 프린츠 오이겐과 마르코 폴로를 빌려 가도 괜찮을까?
지휘관: 전선 증원으로 돌리려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렇단다.
마르코 폴로: 뭐?
지휘관: 알겠어.
마르코 폴로: 잠깐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마르코 폴로는 사르데냐 동맹 쪽으로 향하렴.
마르코 폴로: 방금 한 말 취소. 바로 갈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사르데냐 동맹은 남부와 동부 전선을 담당하고, 동시에 그쪽에 있는 두 개의 탑을 경계하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프린츠 오이겐은 제국의 변경 공작령으로 가서 쾨니히스베르크를 지원하며 3번 탑을 경계하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쾰른과 마인츠는 성인 동맹군 주력을 이끌고 북부 연안에서 아이리스 교국의 방어선을 사수하며 남은 두 개의 탑을 경계하려무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미 배치된 나머지 부대는 그대로 유지하며, 지휘권은 너희 네 명에게 이양하마. 우선 5개 전선은 이렇게 가도록 하자꾸나.
쾰른(META): 명을 받들겠습니다.
지휘관: (다섯 개의 방어선, 다섯 개의 탑……. 하이어로팬트는 'V'……. 5라는 숫자가 뭘 암시하는 건가?)
지휘관: (수수께끼 풀이는 질색인데…… 지금은 전투에 집중해야 하건만…….)
지휘관: (후우…… 진정하자……)
지휘관: (마르코 폴로를 제외하면, 이 구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사람은 클레망소겠지.)
지휘관: (아니, 어쩌면 마르코 폴로 이상으로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지휘관: (그녀는 이미 뭔가를 깨달아서 역할을 분담해 사전 조사를 제안했던 게 아닐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가는 어떻게 할 거니? 어디부터 조사를 시작할 거지?
지휘관: 아이리스 교국 내에 있는 5번 탑부터.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후후. 나도 그곳을 추천하려던 참이었단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렇다면, 이제 함께 악장을 연주해 보자꾸나――
~24. 전역 반격
신성총련제국
변경 공작 연맹령
국경선
쿵――――!
국경선. 제국의 방벽이 인세와 지옥의 경계를 가르고 있었다.
빛이 모든 전사들 곁에 떠돌며, 그 공격에 사악함을 몰아낼 힘을 부여하고 있었다.
쾨니히스부르크(META): 신의 빛이 심연이 이빨을 드러내게 만들었군요.
쾨니히스부르크(META): 이것은 새벽이 오기 전의 어둠…… 죽기 직전의 발악…….
쾨니히스부르크(META): 화려하고, 피비린내 나며, 광적이라 눈을 뗄 수가 없네요.
프린츠 오이겐: 쾨니히스베르크. 죽기 직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일러.
프린츠 오이겐: 기껏해야…… 그래. 치명상을 입은 짐승 정도랄까?
쾨니히스부르크(META): 즉, 이 광적인 공세가 한동안은 더 이어진다는 뜻인가요?
프린츠 오이겐: 적어도 피를 더 흘리게 만들어야지……. 사냥감이 날뛸수록 죽음이 더 가까워질 테니까.
프린츠 오이겐: 물론 우리가 먼저 짓밟히지 않는다는 대전제하에서 말이지만.
쾨니히스부르크(META): 후후후. 여러분은 황제 폐하께서 직접 보내신 원군이니 우리 모두 기대를 걸고 있답니다.
프린츠 오이겐: 칭찬해줘서 고마워~
프린츠 오이겐: 틸레, 평소보다 세 배는 더 의욕을 발휘해 주렴.
Z2: ……하긴 하겠지만요, 네. 처음부터 거절했으면 좋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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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데냐 동맹
지중해 구역
국경선
쿵――――!
상황을 파악한 후, 경험이 풍부한 사르데냐 동맹 연합 국가들은 즉시 전력을 조직해 검은 영역을 향해 반격을 개시했다.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곳은…… 심상의 힘은 강화되었지만 META화의 부정적인 영향은 사라졌어.
줄리오 체사레(META): 마음껏 싸우기 좋은 곳이네.
쿵――――!
화려한 옥좌가 허공을 날며 적들과 제공권을 다투는 동시에 밑에서의 전투를 지휘하고 있었다.
마르코 폴로: 전열을 유지하고, 방패는 장벽 뒤로 받쳐 들어!
마르코 폴로: 그리고 머스킷의 사각이 너무 낮잖아! 예광탄의 궤적을 따라서 쏘란 말야!
마르코 폴로: 복종진이야, 복종진――!
마르코 폴로: 단종진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이 교국 함대는 대체 누가 지휘하는 건데!
마르코 폴로: 편대가 너무 엉성해! 그런 식으로 적의 봉쇄를 돌파할 수 있을 거 같아?
마르코 폴로: 항모대, 함재기가 날 따르게 해! 이 마르코 폴로가 직접 돌격을 선도하겠어!
괴츠 폰 베를리힝겐: 이것 참…… 독특한 교황님이시군요.
마조레 바라카: 정말 독특하긴 해. 뭐, 그래도 우리를 이끌고 전설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니 다들 존경하고 신뢰하고 있지만!
U-2501: ……사기 충전. "나도 불타오르기 시작했어 >w<“
조수에 카르두치: 배치가 끝났으니 우리도 전투에 합류할까?
라파엘로: 잠깐만――교황 성하께 갑자기 긴급 연락이 왔어!
라파엘로: 하늘을 보라는데……?
프린츠 모리츠: 하늘……? 어라, 웬 양피지 두루마리 같은 게 떨어지고 있는데?!
라파엘로: 어디 보자~ 그러니까…….
조수에 카르두치: 뭐라고 적혀 있어?
라파엘로: 교황 성하께서 보내신 두루마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
마르코 폴로: 신광의 그물을 가동하라!
~25. 지름길

아이리스 교국
랭스 방어선
목표를 정한 후, 나는 심판호를 타고 랭스시 방어선으로 향했다.
아이리스 교국에 속하는 이 땅은 신성총련제국의 방벽 밖에 위치해 있지만, 사전에 주둔하고 있던 클레망소 덕분에 의외로 정세는 안정적이었다.
지휘관: 이제야 알겠군. 실은 교국 수도의 자료가 아니라 다른 걸 조사하러 여기 온 거지?
클레망소: 역시 지휘관이네. 우리 관계가 한 걸음 더 깊어진 걸까?
지휘관: 찾고 있던 답은 발견했어?
클레망소: 힌트를 찾자마자 단서가 저절로 튀어나오더라.
클레망소: '등림자'…. 지휘관은 탑을 통해 그 단어의 진짜 의미를 확인하고 싶은 거지?
지휘관: 그래. 이전 의식 중에 환상을 봤어.
지휘관: 처음부터 잘못 알고 있던 걸지도 몰라.
지휘관: '등림자' 의식은 등림자를 소환하는 의식이 아니라, 월경 실험을 가동하기 위한 의식이야.
지휘관: 이 '등림자'라는 단어도 내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 혹은 어떠한 행위를 가리키는 걸지도 몰라…….
지휘관: 예를 들면…… '올라가서 굽어보는 자'가 등림자라든가….
클레망소: 하늘을 향한 계단을 올라라……인가.
클레망소: 그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단순해.
클레망소: 게다가 이 검은 탑은 아무리 봐도 사람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잖아.
지휘관: 어쨌든 이게 유일한 단서야. 시험해 보는 수밖에 없어…….
지휘관: 적이라면 함대로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지만, 수수께끼 풀이로 넘어가면…… 도무지 감이 안 잡히네.
클레망소: 어쩌면…… 지름길이 있을지도 몰라.
클레망소: 지휘관, 아까 환상 속에서 월경 실험-등림자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됐다고 했지?
클레망소: 그건 누구한테 들은 거야?
지휘관: '엠퍼러'…. 황제라고 자칭한 새로운 아비터야.
지휘관: 무언가와 교전 중인 듯했는데, 내 협력을 통해 하이어로팬트의 실험을 완수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
클레망소: 이 월경 실험은 엠퍼러와 하이어로팬트 두 사람만 담당하고 있는 건가?
클레망소: 이전 실험은 더 많은 아비터가 관여하고 있었잖아?
지휘관: 데빌도 있었어. 어쩌면 실험 단계에 따라…… 필요한 인원 규모가 다를지도 모르지.
클레망소: 데빌, 하이어로팬트, 엠퍼러…….
클레망소: 환상을 보려면 무슨 조건이 필요한 걸까?
지휘관: 아마도 그렇겠지. 다만 그게 어떤 조건일지는 짐작이 안 가.
지휘관: 하이어로팬트의 환상은 세계 연결 의식 때였고, 엠퍼러의 환상은 황제 소환 의식 때였어.
클레망소: 그러면 하이어로팬트와는 여전히 직접 소통할 수 없고, 반면 엠퍼러는 다른 무언가와 대치하느라 바쁘다는 느낌이네?
클레망소: 그렇다면 데빌과 이야기해 보는 건 어때?
지휘관: 데빌…… 그 애라면 별 문제는 없겠지.
지휘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아까 말한 '지름길'이라는 게 데빌과 대화해서 직접 진상을 캐내자는 거야?
클레망소: 맞아. '악마'와 관련된 상징을 찾아서 이곳의 규칙에 따라 의식을 거행하면 될 거야.
지휘관: 그렇다면 검은 영역에 있는 적이군. 그것들을 쓰러트리면 소멸해 버리니까, 어떻게든 포획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클레망소: 그 악의의 실체들이 개념적으로 '악마'를 의미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내가 훨씬 더 좋은 걸 갖고 있어.
클레망소: 이건 어때?
클레망소가 손을 흔들자 검은 금속 잔해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지휘관: 이건…… 데빌의 함재기 잔해야?!
지휘관: 아비터는 전투가 끝나면 모든 잔해를 회수할 텐데…… 어떻게 입수한 거야?
클레망소: 거짓 신 사건 때 입수했지. 그때 왜 바로 처분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운 좋게 손에 넣을 수 있었어.
지휘관: 그때라면…… 데빌은 분명 타워에게…….
지휘관: ……그나저나 용케도 그런 걸 주웠네. 그런데 왜 그런 위험한 물건을 아직도 들고 다니는 건데?
클레망소: 이거 말고 다른 것들도 아직 많이 있는걸.
지휘관: 뭔지 물어봐도 돼?
클레망소: 음~ 수많은 비밀이랄까?
지휘관: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클레망소: 후후후. 그럼 의식 준비를 시작할게.
클레망소: 그동안 주변의 적이나 검은 영역 등 방해가 될 만한 것들을 최대한 줄여 주면 고맙겠어.
클레망소: 지휘관에게 맡겨도 되지?
지휘관: 함대를 이끌고 적을 섬멸하는 일인가. 이제야 제대로 실력 발휘 좀 해 보겠군.
지휘관: 클레망소는 준비에 전념해줘. 적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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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적의 전투력이 다소 향상되었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장애물이라고 부르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우리는 충분히 넓은 안전 구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클레망소: 이 정도면 충분해, 지휘관.
클레망소: 이제부터 검은 태양을 사용해서 널 의식 속으로 초대할 거야.
클레망소로부터 통신 연락이 왔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녀의 모습에 그림자가 겹쳐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휘관: (……통신 장애인가……?)

검은 태양이 솟아오르고, 세계는 차가운 빛에 젖어들었다.
~26. 강제 접속
???
?? ??
???
검은 태양이 솟아오르고, 세계는 차가운 빛에 젖어들었다.

아비터 데빌XV: 이게…… 무슨 상황이야?
데빌은 투구 모양 기계 위에 앉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데빌이 이렇게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아비터 데빌XV: 내가 실험장에 강제 접근한 적은 있어도, 실험장 쪽에서 강제로 접근당한 건 처음이네…….
아비터 데빌XV: 기술 발전 속도가 제법 빠르구나. 감탄했어…….
→ 오랜만이야, 데빌
아비터 데빌XV: ……우리가 이렇게 스스럼없이 안부를 주고받을 만큼 친한 사이였던가?
아비터 데빌XV: 여기서 바로 널 소멸시켜 버릴 수도 있는데.
지휘관: 어설픈 협박은 관둬. 너희에게 나를 해칠 수 없다는 제약이 걸려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아비터 데빌XV: ……누구한테 들었어? 왜 그런 것까지 알려준 거야?!
지휘관: ……그냥 한번 떠본 건데 진짜였나 보군.
아비터 데빌XV: ………….
아비터 데빌XV: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볼일이 없다면 난 이만 돌아가겠어.
지휘관: 기다려. 볼일이 있어서 부른 거야!
아비터 데빌XV: 딱 한 번뿐이야. 돌아가면 응답 메커니즘을 조정할 거니까, 이 허점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이번 한 번뿐이라고.
지휘관: 우리는 협력하려고 비장의 카드까지 보여줬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매정하게 굴 거야?
아비터 데빌XV: ……네 처지를 알고서 하는 소리야?
아비터 데빌XV: 뭐, 됐어……. 두 번이야. 이번을 제외하고 앞으로 딱 한 번 더 봐줄 테니, 용건이 있다면 얼른 말해!
지휘관: 하이어로팬트는 대체 내게 뭘 시키려는 거지?
지휘관: 골치 아픈 수수께끼는 사양이야…… 누구나 알게 쉽게 설명해줘.
아비터 데빌XV: ………….
아비터 데빌XV: 하이어로팬트는 더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충분한 강도를 지닌 심상을 모아야 해.
아비터 데빌XV: 이 실험장은 그걸 위한 에너지를 저장하는 풀 같은 거지.
지휘관: 그럼 '등림자'는 하이어로팬트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야?
지휘관: 그녀가 고차원으로 가려는 건 탈출을 위해서야?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서?
지휘관: '월경 실험-등림자'라는 건 대체 뭘 뜻하는 거지?
아비터 데빌XV: 그것에 대해서는 내게 알려줄 권한이 없어.
지휘관: 알겠어……. 그럼 저 검은 탑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지휘관: 왜 하필 다섯 개지?
아비터 데빌XV: 어머? 그건 그냥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과녁'일 뿐이야.
아비터 데빌XV: 신의 이름으로 하나씩 화려하게 부숴 버리라고.
아비터 데빌XV: 올바른 심상이 자극받으면 에너지 축적도 훨씬 매끄럽게 진행될 테니까.
아비터 데빌XV: 왜 하필 '5'라는 숫자인지는……. 사실 15나 72나 999 같은 숫자도 고려해 보긴 했는데.
아비터 데빌XV: 그러면 파괴하기가 너무 어렵잖아?
아비터 데빌XV: 가령 '보름달의 봉오리' 때처럼 말이지.
지휘관: ……글로리어스 META의 세계는 너희의 월경 실험을 위해 희생된 건가.
지휘관: 만약 그때 채리엇을 불러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묻고 싶군.
아비터 데빌XV: 봉오리와 연결되어 있던 세계는 전부 제2종 의태물의 침입을 받아, 제2종 의태물 연구를 위한 훌륭한 샘플로 바쳐졌겠지.
지휘관: ……만약 이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비터 데빌XV: 부정적인 심상 역시 똑같은 심상일 뿐이야.
지휘관: ………….
아비터 데빌XV: 다른 질문 있어? 없다면 얼른 가서 움직이기나 해.
아비터 데빌XV: 후후. 행운을 빌게.
~27. 또 하나의 가능성
검은 태양은 여전히 높이 걸려 있었지만, 데빌의 모습은 더는 보이지 않았다.
정보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가라앉았다.
지휘관: '화려하게 검은 탑을 없애고 하이어로팬트가 실험을 완수하게 만든다'라…….
지휘관: 좋아. 만약 그걸로 이 세계의 재앙을 걷어내고 다시 태어나게 할 수만 있다면…….
지휘관: ……하지만 애초에 이 모든 건 하이어로팬트… 안티 엑스 시스템에서 비롯된 거야.
지휘관: 필요하다면 그들은 자기 자신조차 희생할 수 있어. 그러니 당연히 다른 것들을 희생시키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겠지.
지휘관: ……'심판자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지휘관: 하지만 실험장 세계의 사람들에게 그들은 처형인이자, 증오해야 마땅할 적이야.
지휘관: 그런 처형인과 태연하게 담소를 나누고, 그들이 허락한 승리를 쟁취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찬사와 감사를 받는 나는…….
지휘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지휘관: ……이게 벌써 몇 번째지? 앞으로 얼마나 더 반복해야 하는 걸까?
지휘관: ……엔터프라이즈가 결국 그런 모습이 되어 버린 것도 당연해.
지휘관: 그녀는 대체 얼마나 많은 걸 보았고,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던 걸까……
마음속의 균열이 점점 넓어져 갔다.
'자기 의심'――그런 감정이 처음으로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클레망소: 지휘관! 이런 실험장들의 처지는 네 탓이 아니야. 너 역시 안티 엑스를 통제할 수 없으니까.
클레망소: 설령 이 승리가 안티 엑스의 허락 아래 얻어낸 것이라고 해도…… 그건 네가 여기 있어 준 덕분이야.
클레망소: 만약 네가 없었다면……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이름 없는 실험장들을 생각해 봐…….
지휘관: ……그럴지도 몰라.
지휘관: 하지만 심판자 계획은 전원의 동의하에 실행이 결정된 안건이야. 그 속에는…… 나라는 존재 역시 포함되어 있었을 텐데.
클레망소: 정말로 그럴까? 지휘관은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했잖아.
지휘관: 확실히 많은 기억을 잃었지. 하지만 이 일만큼은…….
클레망소: 이 일은 최종적으로 이사회에 의해 가결되었고, 너 또한 실행에 관여했어.
클레망소: 하지만 그게 정말로 과거의 네가 동의했다는 걸 의미할까?
클레망소: 이사회의 결의 절차는 잘 모르지만, 아무리 중대한 결의안 표결이라 할지라도 대개는 총 투표수의 3분의 2 또는 4분의 3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아?
클레망소: 과거의 네가 정말 동의했었다고 확신할 수 있냐는 말이야.
지휘관: ……?
뭐라 말할 수 없는 한기가 몸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던 중, 나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지휘관: 듣고 보니…… 어째서 나는 당연히 그렇게 믿고 있었던 거지……?
지휘관: 내가 심판자 계획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말은…… 그 누구에게도 들은 적 없어.
지휘관: 그런데도 불구하고…… 심판자 계획의 필요성을 묵인했을 뿐만 아니라, 나 또한 심판자 계획을 따라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지휘관: 이해를 하든, 수정을 하든…… 줄곧 그렇게 지레짐작하고 있었어…….
지휘관: 그것이 과거의 내가 만들고, 동의했으며,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계획이었으니까…….
지휘관: 하지만…… 만약 총공격을 반대했던 것처럼……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던 거라면?
지휘관: 사실은 다른 생각이나, 숨겨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었다면……?
새로운 생각이 마음속 균열을 메우며 급속도로 강해지기 시작했다.
지휘관: 심판자 계획의 핵심은 월경 실험이야.
지휘관: 월경 실험은 아비터 시스템의 막대한 리소스를 소모하지만, 분명 엑스에 대항할 성과를 낳고 있어…….
지휘관: 하지만 '나'는 이 계획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기는커녕, 없어도 그만인 존재…….
지휘관: 설령 내가 없더라도 안티 엑스는 월경 실험을 통해 힘을 기르고, 엑스에 맞서 이길 방법을 찾을 거야. 그들이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지휘관: 그렇다면…… 나는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상태가 되어 버린 거지?
지휘관: 만약…… 심판자 계획 때문이 아니라면……?!
생각은 이내 벽에 부딪쳤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클레망소: 지휘관, 인생이란 긴 법이야. 지금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들도 계속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떠올릴 수 있을 거야.
클레망소: 그리고 이 길에서 나는 너를 믿고 있어. 너 역시 스스로를 믿어야 해.
클레망소: 실험장의 재앙은 네가 초래한 게 아니야. 너는 진심으로 모두를 구하려 하고 있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지휘관: ……네 말이 맞아. 지금 생각해야 할 건 어떻게 저 다섯 개의 탑을 처리할까지,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야.
클레망소: 그래야 내가 아는 지휘관답지.
클레망소: 탑을 처리할 방법 말인데, 아이리스에 있는 탑에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
클레망소: 내가 앞장서서 본보기를 보여주는 건 어떨까?
지휘관: 정찰 정보가 아직 부족해. 탑이 얼마나 견고한지도 모르는 상태고…….
지휘관: 게다가 적에 의해 삼엄하게 보호받고 있을 텐데, 대체 어쩔 셈이야?
클레망소: 그건 비밀이야~
클레망소: 하지만 걱정 마. 화려하면서도 사람들을 고무시킬 멋진 전개가 될 테니까.
~28. 검은 영역의 심판
검은 태양의 영역을 벗어나자마자 나는 프리드리히에게 연락하여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후후. 아무래도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모양이구나?
지휘관: 응. 정답으로 직행하는 꼼수를 좀 썼거든.
지휘관: 클레망소가 아이리스 영토 내의 탑을 처리할 거야. 그리고 이 승리는 제국 전역에 널리 퍼트릴 필요가 있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긍정적인 심상을 격려하기 위함이구나. 후후, 이 승리는 반드시 대대로 전해질 것을 약속하마.
연락도 마쳤고 해야 할 준비도 전부 끝났다. 이제는 승전보만을 기다릴 뿐이다.
멤피스: 지휘관. 클레망소는 이미 함대를 이끌고 출격했어.
헬레나: 정말로 여기서 지켜보기만 해도 괜찮아……?
지휘관: 응. 클레망소가 문제없다고 했으니 괜찮을 거야.
지휘관: 내 짐작이지만, 아마 클레망소는 이 실험장에 대해…… 아이리스 교국이 겪었던 참화에 대해 줄곧 감정을 억눌러 왔던 게 아닐까 싶어.
지휘관: 그렇기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곳의 아이리스를 새로 태어나게 하고 싶은 거겠지.
지휘관: 지금은 안심하고 그녀에게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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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뒤켄: 적의 저지 부대는 분쇄했다. 이제 안심하고 전진할 수 있어.
르 아르디: 이 검은 태양 덕분일까. 훨씬 편하게 싸울 수 있는 기분이야!
뒤게 트루앵: 네. 영원히 싸울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마세나: 이대로 탑 밑까지 쳐들어가도 분명 괜찮을 거야……!
클레망소: 아직은 부족해. 첫 단계부터 탑을 파괴하는 건 무리야.
클레망소: 엄호는 여기까지만 해줘도 괜찮아. 이 이상 진입하면 말려들 위험히 있으니까.
클레망소: 검은 영역과 탑에 아주 화끈한 선물을 할 생각이거든……. 다들 잘 지켜봐줘.
클레망소: 알제리, 갈리소니에르. 너희는 남아 줄래?
알제리(META): 그래.
라 갈리소니에르(META): 알겠어~
부아 벨루: 클레망소. 교국에 겨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어……. 반드시 무사히 돌아와줘.
클레망소: 그래, 걱정 마. 반드시 어둠을 몰아내고 아이리스의 빛을 다시 밝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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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우아한 숙녀는 홀로 어둠 속을 나아갔다.
저 멀리 솟아오른 높은 탑 아래, 악의로 구성된 군세가 당장이라도 쏟아져 나올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클레망소: 아름다웠던 세계가…… 지금은 전부 검은 영역 속에 잠겨 있네.
클레망소: 대지에 존재했던 모든 문명의 흔적들이…….
클레망소: 이것이 안티 엑스.
클레망소: 설령 같은 목표를 품고 있을지언정, 우리와는 치명적인 이견을 가진 존재…….
클레망소: 후우…….
클레망소: 힘이 부족하다면 묵묵히 인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뜻일까…….
클레망소: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품어라.
클레망소는 높은 탑을 올려다본 뒤, 그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어둠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클레망소: 이곳에 도사린 죄악과 부정한 것들아. 신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선고한다.
황금빛 군마가 치솟아 오르며 주인을 태우고 돌격을 개시했다.
클레망소: 너희의 죄, 그 첫 번째. '대의의 사칭.‘
활을 든 백마의 기사가 나타나 돌격대에 합류했다.
클레망소: 너희의 죄, 그 두 번째. '역사의 유린.‘
검을 든 적마의 기사가 나타나 돌격대에 합류했다.
클레망소: 너희의 죄, 그 세 번째. '자원의 수탈.‘
천칭을 든 흑마의 기사가 나타나 돌격대에 합류했다.
클레망소: 너희의 죄, 그 네 번째. '무도한 살육’
대낫을 든 청마의 기사가 나타나 돌격대에 합류했다.
클레망소: 너희의 죄, 그 다섯 번째. '과학의 봉쇄.‘
허공에서 반사되어 증폭되는 제창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클레망소: 너희의 죄, 그 여섯 번째. '사상의 제한.‘
검은 태양이 하늘에 군림하며 칠흑의 심연에 불을 붙였다.
클레망소: 너희의 죄, 그 일곱 번째. '문명의 파괴.‘

악의의 군세는 공격을 가하려 했으나, 차가운 광휘에 압도당한 채 기사들에 의해 차례차례 처단되었다.
클레망소: 너희가 전쟁을 찬양한다면, 전쟁으로써 갚으리라.
클레망소: 너희가 죽음을 노래한다면, 죽음으로써 갚으리라.

검은 태양은 검은빛을 벗어던지고 찬란한 빛을 뿜어냈다.
빛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제국의 가장 먼 변방에서조차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빛은 무수한 빛의 창이 되어 쏟아져 내리며, 검은 탑의 곳곳을 순백의 광휘로 지워 나갔다.
지휘관: ……정말 화려한 처형이네.
지휘관: 탑 하나가 제거되었어. 다음 탑으로 넘어가자.
~29. 하늘을 나는 빛
사르데냐 동맹
지중해 구역
국경선
검은 탑의 출현은 신성총련제국 내에 커다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사르데냐 동맹 측에서는 별다른 소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조수에 카르두치: 세계 연결이라는 사건이 더 충격적이었으니까…….
라파엘로: 그래도 덕분에 우리의 미래도 활짝 열렸잖아? 다들 이렇게 의욕으로 가득 찬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
라파엘로: 교황 성하의 영명하신 결단에 감사를!
라파엘로: 강적을 물리치고 우리를 광명으로 인도하소서~!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호! 제법 괜찮은 찬사네! 아주 좋아!
마르코 폴로: 내 용맹한 모습도 제대로 기록하고 있지?
라파엘로: 당연하지☆
마르코 폴로: 좋아! 나중에 기념 갤러리를 세울 생각인데, 그 안에 전시할 그림은 전부 너한테 맡길까 하거든. 어때?!
라파엘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교황 성하!
라파엘로: 에헤헤…… 당분간은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다~
조수에 카르두치: ………….
마르코 폴로: 이미 결정했어! 두 번 탑은 우리가 화려하게 처리하는 거야!
마르코 폴로: 어디 보자――근처에 있는 이 탑으로 할까?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 아까 그 빛의 창은 다들 봤지?
마르코 폴로: 지휘관이 저렇게 크게 판을 벌였으니 우리도 뒤쳐질 수는 없지!
조수에 카르두치: 저기, 우린 뭘 하면 돼?
마르코 폴로: 지휘관의 사신이 이쪽으로 오고 있을 거야. 넌 적당히 환영회라도 준비하면서 시간을 벌어줘.
마르코 폴로: 라파엘로. 넌 각 성당에 '신광의 기반'을 이 주파수로 조정하라고 전해.
마르코 폴로는 그렇게 말하며 숫자가 적힌 작은 쪽지를 라파엘로에게 건넸다.
라파엘로: ……완전히 새로운 주파수네. 설마――
마르코 폴로: 맞아! 신광의 그물에도 여러 모드가 있단 말씀!
마르코 폴로: 애초에 빛의 창을 가장 먼저 무기로 쓸 생각을 했던 건 나였는데…….
마르코 폴로: 이번에야말로 모두에게 진짜배기 빛의 창을 보여주겠어!
마르코 폴로: 신광의 그물로 하늘을 꿰뚫을 빛의 장창을 엮어내서 검은 탑에 강력한 일격을 먹이는 거야!
마르코 폴로: 전 세계에 이 교황의 무소불위한 힘을 똑똑히 보여주고, 저쪽에서 대접이나 받으며 희희낙락하고 있을 지휘관도 깜짝 놀라게 해 줄 테다! 오~호호호~!!
~30. 내일을 위해
'기사, 괴츠 폰 베를리힝겐’
'반드시 이 신성한 땅을 지키겠습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목숨을 다하여’
'계속 싸워 나가, 마침내――’
괴츠 폰 베를리힝겐: …이 목숨이 다하거나, 혹은 전투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그날까지.
괴츠 폰 베를리힝겐: 줄곧 전장에서 죽을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설마 완전한 승리의 날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괴츠 폰 베를리힝겐: 하물며 자유 기사로서 함대를 이끌고 이날이 도래하는 것을 직접 지켜보게 되다니…….
괴츠 일행은 사르데냐 동맹의 지원군과 함께 레겐스부르크가 지키고 있는 남동 국경선을 지원하러 가는 중이었다.
연달아 두 개의 검은 탑이 붕괴하면서 각 부대의 사기는 크게 고조되었고, 지금까지 제국의 상공을 뒤덮고 있던 절망과 음울한 공기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Z15: 길목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고맙다고 환호하고 있어~! 이런 즐거운 광경은 처음 봐!
Z14: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하지만…… 드디어 희망이 보여…….
U-2501: 다섯 개의 탑을 소멸시키면…… 끝이야. "2/5 완료! (o°▿°)o“
프린츠 모리츠: 요즘은 하루하루가 꿈만 같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게 바뀌어 버렸네.
괴츠 폰 베를리힝겐: 후후후……. 그러게 말이에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검은 영역이 소멸하고 평화가 도래하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가라앉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만…… 만신창이가 된 고향을 우리 손으로 직접 재건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죠.
프린츠 모리츠: ……엉망이 된 내 영지가 생각나네.
프린츠 모리츠: 듣기로는 그곳도 옛날에는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하는데……. 언젠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Z15: 영지라니, 부럽다~ 포상으로 뭘 받을 수 있으려나……
Z14: 전쟁이 끝나면…… 심잠을 계속할 필요도 없어지고, 예산도 끊길 텐데…….
Z14: 그, 그건…… 좀 큰일일지도 몰라……!
U-2501: ……실업 위기!? "Σ(ŎдŎ|||)ノ“
괴츠 폰 베를리힝겐: 그렇게까지 심각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프린츠 모리츠: 키히히히, 결정했어! 전쟁이 끝나면 너희들 모두 내 영지에서 일하도록 해!
프린츠 모리츠: 설령 검은 영역이 사라지고 심잠을 계속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해도, 수많은 새로운 사명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31. 황제 독주곡
신성총련제국
브란덴부르크
궁전 대강당
황제는 여전히 빛나는 옥좌에 앉아 눈앞의 자료를 훑어보고 있었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이미 전후의 부흥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영토…… 인구…… 재정…….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군사력…… 기술 수준…… 문화 신앙…….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안티 엑스에 의해 철저하게 개조된 세계는…… 역시 커다란 잠재력을 품고 있구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검은 영역에 꽤 많이 침식당하긴 했지만, 그 대신 관리 비용도 줄어들었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게다가 세계 연결 시스템의 중추 역할을 해낼 수만 있다면 본전은 뽑고도 남겠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어머? 탑을 연달아 두 개나 파괴하다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렇다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제국의 통치자로서, 나 역시 독주곡을 연주하마.

궁전의 아치형 창문. 황제의 시선은 자욱한 구름을 넘어…… 세계의 가장 높은 곳을 향했다.
'행성 동기 궤도'라고 불리는 외층 공간, 그곳에 1km에 달하는 방추형 시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사회 제식 MK3000형 전역급 오비탈 캐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권한 인증,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목표, 옛 카마르 연맹령.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목표 좌표, 업로드 완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잔불의 화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게도 한번 보여주려무나.
그렇게 너무도 간단히, 손쉽게, 효율적으로 세 번째 탑이 제거되었다.
황제는 짧은 독주를 마치고 다시 서류로 눈길을 돌렸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전후 부흥 정책을 어서 확정지어야겠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는 장차 짊어져야 할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잔불에게는 기지가 필요하지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가에게도, 분명 필요할 테니까.
~32. 신의 이름으로
신성총련제국. 상공
심판호 기내
압박감을 주던 다섯 개의 탑 중 세 개가 벌써 해결되었다.
마치 깔린 레일 위를 달리는 것처럼, 우리는 예상과 완전히 부합하는 승리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휘관: ('검은 영역'은 '흉조 현상'의 열화 버전 같은 거고…… ‘악의의 그림자'는 '침식 구현체'의 열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어…….)
지휘관: (그렇다면 저 탑은 대체 무엇의 열화 버전에 해당하는 걸까…….)
지휘관: (그리고 마르코 폴로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지휘관: (두 사람은 어떤 면에서 다른 실험장의 함선들을 능가하고 있어. 하지만 힘을 얻은 방식은 META화와는 또 달라.)
지휘관: (훨씬 더 본질에 가까운 로드니 META와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를 보고 그 차이를 확신하게 됐지…….)
지휘관: (두 소환 의식은 대체 무슨 원리로 성립한 걸까…….)
지휘관: (특별계획함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지휘관: (실험장β가 출현했던 때를 기점으로 두고, 단서를 처음부터 다시 훑어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멤피스: 지휘관, 곧 신성총련제국의 남동쪽 국경선에 도착해.
멤피스: 그리고…… 마르코 폴로한테서 통신 요청이 왔어.
지휘관: ……마르코 폴로가?
마르코 폴로: 후후후. 지휘관,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헬레나: 틈만 나면 바로 우쭐댄다니까…….
마르코 폴로: 흥, 참견하지 마!
마르코 폴로: 나는 위대한 교황이니까, 그에 맞는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고!
헬레나: ……어?!
지휘관: ……어음, 마르코 폴로. 이건 지휘용 통신 회선이니까 잡담이라면…….
마르코 폴로: 크흠! 당연히 진지한 이야기야!
마르코 폴로: 너희는 지금쯤 다음 탑을 어떻게 파괴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겠지?
헬레나: ……딱히 그렇게까지 고민하진 않았어!
마르코 폴로: 교황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아!
마르코 폴로: 아, 아무튼! 교황인 내가 공평무사한 마음으로 그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겠어.
지휘관: '공평무사'라고 쓰고 '사리사욕'이라고 읽는 거겠지……. 뭐, 좋아.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데?
마르코 폴로: 아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가 아주 화려하게 탑을 날려 버렸잖아. 그러니까 나는 훨씬 더 화려하게, 그 녀석을 압도할 만한 방법을 생각해 냈지!
지휘관: 네 승부욕에 나까지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들어는 볼게.
지휘관: 그나저나 2차 피해 같은 건 없겠지?
마르코 폴로: 절대 없어!
지휘관: 그럼 난 뭘 하면 돼?
마르코 폴로: 나는 의식 준비에 전념할 테니까, 그동안 함대를 이끌고 탑 아래까지 진격해. 그 다음엔 내 연락을 기다리기만 하면 돼.
마르코 폴로: 어때, 간단하지? 힘든 일은 내가 다 짊어지고, 공은 둘이서 반씩 나누는 거야!
지휘관: ……역할 분담은 대충 알겠어. 대신 너무 요란하게 날뛰진 말아줘.
마르코 폴로: 호호호~ 걱정 마! 다 생각이 있으니까!
----

쾅――――!
레겐스부르크(META): 마음껏 싸우고 마음껏 적을 찢어발긴다……. 오랜 세월동안 받아온 고통을 오늘 백 배로 갚아주겠어!
카라비니에레(META): 적의 방어선이 붕괴됐습니다! 탑이 바로 눈앞입니다, 전원 돌격!
Z15: 돌격~! 화끈하게 돌격하자~!
Z14: 이제 정말 마지막이니까…… 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
프린츠 모리츠: 키히히히, 걱정하지 마~ 다쳐도 이 '한밤중의 괴담 수간호사'가 고쳐줄 테니까♪
Z14: 하으……. 다치면 정말로 안 되겠네…….
U-2501: ……동의 "っ ̯ -。“
괴츠 폰 베를리힝겐: 반드시 승리하여 다 함께 눈부신 내일을 맞이합시다.

소녀들의 돌격 덕분에 성인 동맹군은 파죽지세로 전진했고, 제국의 방벽에서 탑까지 이어지는 안전한 경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마르코 폴로: 아주 좋아! 훌륭하다, 전사들이여!
마르코 폴로: 이제부터는 내가 활약할 시간이야!
마르코 폴로: 교황의 이름으로 이곳에 신의 시선을 소환하노니――
마르코 폴로: ――"신이시여, 이 땅의 오염을 정화하소서.“

하늘에 떠 있던 태양이 거대한 눈으로 변했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이것이, '신의 시선'?!
마르코 폴로: 정답~! 신의 시선을 받는 자들이여, 영광스럽게 싸우도록 하거라!
거대한 눈이 주시하는 가운데 검은 탑은 화려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검은 영역 자체가 광범위하게 무해한 재로 변해 갔다.
마르코 폴로: 지휘관, 내 교황 의식은 끝났어. 어때? 화려했지?
지휘관: ……대단하네. 화려함 하나만큼은 마르코 폴로를 따라올 사람이 없겠어.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호!
마르코 폴로: 호호호…… 어라, 갑자기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
마르코 폴로: ……어떻게 된 거지?
~33. 마지막 수수께끼
신성총련제국. 상공
심판호 기내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말이었다. 마르코 폴로는 하이어로팬트의 힘을 거침없이 휘두른 뒤,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곁을 지키던 라파엘로의 말에 따르면 "미소를 지으며 색색 잠들었다"고 한다.
멤피스: 요즘 계속 저 패턴 아니야?
멤피스: 의기양양하게 나타나서 통쾌하게 활약하고는 곧바로 잠들어 버리는 거…….
멤피스: ……왠지 엄청 속 편한 생활을 누리고 있네.
헬레나: 동감이야…….
지휘관: 으음…… 이 이야기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지휘관: 그나저나 마르코 폴로가 마지막으로 치른 의식 덕분에 실험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어.
지휘관: 본인은 잠들었지만 검은 영역의 변환은 멈추지 않고 있어.
지휘관: 이대로 간다면 몇 시간 이내에 검은 영역은 이 세계에서 깨끗하게 사라질 거야.
헬레나: 마지막 탑도 이대로 같이 사라져 주면 좋을 텐데…….
지휘관: 그건 장담할 수 없겠네. 어쨌든 각 함대는 일단 전진을 멈추도록.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자.
----
멤피스: 지휘관, 검은 영역이 소멸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어.
멤피스: 탑에 가까워질수록 저항하는 힘이 강해지는 것 같아…. 일부 구역에서는 이미 변환이 완전히 멈췄다고 해.
지휘관: 역시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군……. 각 함대에 연락해. 출격한다.
쾅――――!
지휘관: 심판호의 방어 시스템이 작동했다고? 어떻게 된 거야?
멤피스: 레이더에 비행 유닛 감지…… 잠깐, 이 반응은?!
헬레나: 지휘관, 큰일이야. 전선에 이변이…….
헬레나: 지금 정찰기 영상을 화면에 띄울게……!

'어둠'이 해면에서 떨어져 나와 새까만 벽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정찰기가 보내온 영상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몇 초의 시간이 걸렸다.
지휘관: 검은 영역이 남은 힘을…… 전부 비행 타입의 적들로 바꾼 건가?
새까만 벽의 실체는 무수한 적들이었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물량이 메뚜기 재앙처럼 신성총련제국을 향해 몰려들었다.
마치 세상의 종말 같은 광경이었다.
지휘관: 마지막 발악인가……. 이 세계 사람들의 손으로 결판을 짓게 해 주고 싶었지만…….
지휘관: 멤피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에게 연락해줘.
통신: ――――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가, 듣고 있단다.
지휘관: 적들이 반격을 시작했어. 지금 당장 탑을 파괴해야 해. 프리드리히, 아까 그 공격을 다시 사용할 수 있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충전은 진작에 끝났어.
지휘관: 탑을 파괴하고 종지부를 찍어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래. 아가의 소원대로――
----
쾅――――!
신성한 빛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며 마지막 탑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엘베(META): ……악의의 그림자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광포해졌어요!?
카라비니에레(META): 으으…… 이건 진짜 위험한데요!
쾰른(META): 모두 방벽에 머물면서 마구 발포하세요! 어떻게든 여기서 적의 숫자를 줄여야 합니다!
마인츠: 프리드리히, 지휘관, 이대로는 방어선이 버티지 못해!
국면은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탑은 전부 사라졌고, 세계를 뒤덮고 있던 검은 영역은 대부분 무해한 재로 변했다.
그러나 적들이 펼치는 마지막 반격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적 개개인의 전투력은 빈약하여 손쉽게 섬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메뚜기 떼 같은 파상 공세는 제국의 방벽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지휘관: ……한시도 방심할 수 없군.
지휘관: 아무리 개별 전선에서 이기고 있더라도, 방어선 전체로 보면 압도적인 물량에 밀리고 있어.
지휘관: 이대로 가다간 전방 부대는 건재하겠지만 후방이 불바다가 되고 말 거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방어선은 걱정하지 말거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내 신분에 걸맞게, 이 옥좌에서 제국의 방벽을 마지막까지 지키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하지만 아가……. 이 새로운 난관에는 어떻게 맞설 셈이지?
지휘관: 이런 상황조차…… 하이어로팬트가 보내는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어.
지휘관: 예를 들면…… 과거의 반격에서도 이와 똑같은 흐름이 있었다든가.
지휘관: 엑스와의 전쟁에서 지금과 같은 무력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든가…….
지휘관: 그녀는 분명 내가 이해했으면 하는 거야……. 문제의 본질을, 그리고 그녀의 선택을.
지휘관: 높은 차원으로 가기 위한 '등림자 계획'에 대해서…….
지휘관: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그 안에 있을 터…….
지휘관: 내가 '등림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지휘관: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어. 더는 수수께끼 풀이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
지휘관: 멤피스, 클레망소에게 연락해줘.
통신: ――――
클레망소: 지휘관?
지휘관: 클레망소, 검은 태양으로 의식을 구축해줘.
지휘관: 실험은 거의 끝나가니까, 다시 한 번 지름길을 쓰겠어……. 이 실험의 설계자와 직접 만나고 올게.
지휘관: 내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하는 눈치니…… 아예 직접 만나서 대화해야겠어.
지휘관: 그리고 의식에 필요한 '교황'을 뜻하는 상징은…….
지휘관: 마르코 폴로가 한 번 더 고생해 줘야겠군.
~34. 하늘을 오르는 자
검은 태양이 하늘에 떴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끝없는 순백 속에 홀로 서 있었다.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
하이어로팬트는 마치 조각상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덧없고, 닿으면 톡 터져 사라질 물거품 같았다.
→ 안녕, 하이어로팬트
→ 또 만났네, 하이어로팬트
→ 오랜만이야, 하이어로팬트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
대답은 없었다. 눈동자 역시 빛을 머금고 있지 않았다.
지휘관: 실험을 진행하면 네 상황도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지휘관: 어쩐지 이전보다 더 나빠진 것 같군…….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
대답은 없었다. 눈동자 역시 빛을 머금고 있지 않았다.
지휘관: 그래……. 명확하게 질문하겠어.
지휘관: 하이어로팬트. '월경 실험-등림자'에 대해 알고 싶어.

나는 눈앞에 있는 조각상의 환영에 답을 구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 하나가 떠올랐다.
손을 뻗어 문에 손을 대자, 눈앞의 세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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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귤러 기록||
||규정 위반||
||삭제 요망||
넓은 실험실 안. 낯익은 사람이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오스타: ……'교황'의 소통 특성을 엑스에게 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오스타: 우선 같은 차원에 도달할 필요가 있어.
오스타: 그것이 소통의 전제 조건이다. 정보의 차원이 다르면 소통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지.
오스타: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가 엑스의 차원으로 가거나, 엑스를 우리 쪽 차원으로 끌어내리거나.
오스타: 안타깝지만 두 번째 방법은 아마 불가능할 거야.
오스타: 우리와 같은 차원에 존재하는 모든 엑스는 하나같이 이성이 없는 부착물에 불과하니까.
오스타: 그것과 소통이 될 가능성도 없고, 의미도 없어.
오스타: 즉 남은 길은 하나――자신의 차원을 높이는 것뿐.
오스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이론은 간단하다.
오스타: 모든 시간에 투영을 구축하면, 더 높은 차원에서 실체를 재현할 수 있어.
오스타: 샘플의 스케일링이 충분하다면 엑스가 어떤 차원에 있든 반드시 그곳에 도달할 수 있지.
오스타: ……안타까운 점은, 이는 심판자 계획을 실행한 후 그녀들이 직접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타: 실험장α뿐만 아니라, 무수한 실험장을 사용해서 말이지…….
오스타: ……훗. 무수한 실험장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무수한 가능성뿐만이 아니다.
오스타: ………….
오스타: 다음으로, 소통에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찾을 필요가 있어.
오스타: 시각, 후각, 청각, 촉각……. 소통의 본질이란 같은 차원에 존재하는 두 실체가 유효한 정보 교환을 행하는 것이니까.
오스타: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 볼 때, 엑스를 한 종류의, 혹은 하나의 독립된 고차원 실체로 간주할 수 있을지는 심히 의심스럽군.
오스타: 그것은 말하자면 어떤 종류의 규칙, 혹은 규칙에 의해 발생한 현상 같은 것…….
오스타: 다만 그 현상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수반되지…….
오스타: 즉 소통의 전제는 성립되어 있지만, 문제는 그 주체가 될 실체 쪽이다.
오스타: 정보를 규칙적으로 재구성하여 엑스를 변환하거나…… 아니면 엑스의 실체를 구축하는 것은 어떨까?
오스타: 혹은 자기 자신을 베이스로 삼아 엑스의 정보를 재통합하고…… 나아가 컨트롤하는 것은?
오스타: 아니면 대량의 정보로 오염시켜 본래 안정되어 있던 구조를 파괴한다면, 혼란이나 모순, 불량이 발생해…… 약점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오스타: ……이건 '범인'의 몸으로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격이군.
오스타: ……하이어로팬트, 언젠가 정말 네가 성공한다면 새로운 칭호를 주마.
오스타: 그래…… 그때는 '등림자'라고 부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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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순백 속에서, 조각상의 환영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관: ……이게 바로 '등림자'의 유래였군.
지휘관: 너를 엑스와 같은 차원으로 끌어올려 그것에 간섭하는 것……. 그게 진짜 목적이었나?
지휘관: (그런데 왜 굳이 심판자 계획이 실행된 후에 해야만 하는 거지?)
지휘관: (처음부터 집중적으로 실험을 진행했더라면…….)
조각상의 환영 사이에 한 장의 종이 공예가 나타났다.
액자에는 두 명의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한 명은 소라고둥 위에 앉아 있고, 다른 한 명은 정모를 쓴 채 손을 흔드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지휘관: 이 그림은, 한 명은 나고…… 다른 한 명은 하이어로팬트인가?
대답은 없다. 그러나 종이 공예에 변화가 일어났다.
정모를 쓴 사람은 그대로였지만, 소라고둥에 앉은 사람은 서서히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공에서 수많은 스티커가 나타나더니 사람이 있는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소라고둥에 앉아 있던 사람은 액자를 비집고 나와 이내 조각상의 환영과 꼭 닮은 입체적인 모습이 되었다. 정모를 쓴 사람은 변함없이 그림 속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입체가 된 사람이 평면에 있는 사람을 덥석 움켜잡는 순간, 그림이 통째로 사라졌다.
지휘관: (그런가…. 그래서 수많은 실험장이 필요했던 거였어……. 이제야 겨우 이해가 가네.)
지휘관: (……아니, 난 아직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먼저 답을 보여준 거지?!)
지휘관: ……하이어로팬트. 설마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거야?
조각상의 환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조금 떨어진 곳에 또다시 문이 나타났다.
손을 뻗어 문에 손을 대자, 눈앞의 세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아비터 채리엇VII: 맞아요.
지휘관: ………….
지휘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왜 매번 내가 질문을 입 밖에 낼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멀리 떨어진 곳에 또다시 문이 나타났다.
지휘관: 대체 뭘 전하려는 거지…?
손을 뻗어 문에 손을 대자, 눈앞의 세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유토피아 사보이: 과거에는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현재에 와서는 그 관습을 일종의 의식으로서 이어가는 경우도 있는 법이지.
지휘관: ……그렇군.
지휘관: 왜 마르코 폴로를 대행자로 선택했는지 드디어 이해가 가네…….
지휘관: 이야기를 되돌리자. 내가 만나러 온 이유는 벌써 알고 있겠지?
지휘관: 수수께끼 풀이는 사절이야. 더 이상의 인명 피해 없이 실험장 ES-40111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지휘관: 정답을 직접 알려주면 안 돼?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
조각상의 환영이 한 번 깜빡였다. 어쩌면 생각에 잠긴 걸지도 모른다.
떨어진 곳에 또다시 문이 나타났다.
지휘관: 정답을 알려주기를 바랄 뿐이야…….
손을 뻗어 문에 손을 대자, 눈앞의 세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아비터 채리엇VII: 당연하죠! 문제없어요! 알려드릴게요!

유토피아 사보이: 다만――

오스타: 지름길을 선택하려면 약간의 대가가 따르지.
지휘관: ……대가?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대▇▆▅■가■▅…….
하이어로팬트의 조각상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나와 이마를 맞대었다.
환영임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몸이 둥실 떠오르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급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지던 순백의 공간이 사라지고, 신성총련제국의 상공이 나타났다. 나는 지금 이곳에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휘관: 이 느낌, 마르티리움 때 경험해 봤어…….
나는 하늘을 뒤덮은 메뚜기 떼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자 하이어로팬트 역시 나와 함께 응시했다.
그녀가 이토록 생기 넘치는 표정을 보여준 것은 '완벽한 미래' 이후로 두 번째였다.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월경 실험 NO1. 등림자’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스테이지1. 심상 여과성 장벽, 클리어.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스테이지2. 에너지 축적 풀, 클리어.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스테이지3. 상징의 사다리, 진행 중.
하이어로팬트의 시선이 닿자, 무수히 많았던 검은 적들이 무해한 재로 변해 갔다.
그리고 본래 검은 탑이 있었던 다섯 군데에 새로이 하얀 탑이 솟아올랐다.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스테이지3. 상징의 사다리, 클리어.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상승 개시’
하이어로팬트는 다섯 개의 하얀 탑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급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고, 시야도 좁아져 갔다.
지휘관: 지름길이라니…… 이걸로 위기는 완전히 끝났겠지…….
지휘관: 어라…… 이상하네……. 왠지 엄청나게…… 졸려…….
피로감이 해일처럼 밀려오며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갔다.
이성이 완전히 끊어지기 직전,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AOHUR FVB, JVTTHUKLY(고마워, 지휘관.)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KV UVA DVYYF. ZSLLW(걱정 말고 그대로 자.)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H UHW DPSS ZLYCL FVB DLSS(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지휘관: ……잘 자…….
지휘관: ……건투를 빌게, 하이어로팬트…….
~35. 먼 항해를 떠나기 전에

신성총련제국
어느 곳
전투 종료 후
하이어로팬트와 헤어진 뒤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깊은 잠에 빠진 탓인지 주변의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왔다.
멤피스: ……[지휘관]……[이건]…….
헬레나: ……[컴파일 필드에 연락해]…….
클레망소: ……[걱정할 필요 없어]……[단지]…….
멤피스와 헬레나는 걱정하는 투로 말했지만, 클레망소라 무어라 말하며 그녀들을 안심시켰다.

나는 브란덴부르크 궁전의 휴게실로 옮겨진 모양이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나는 곧 이곳을 떠날 거야]……[아가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가 뭐라 말을 건넸다.
클레망소: ……[의식을 실행]……[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줄게]…….
클레망소: ……[소중한 세계]……[중요한 임무]…….
클레망소: ……[심판정]……[일시적으로 남아]……[질서를 재건하겠어]…….
클레망소: ……[마르코 폴로를 데려가 줘]…….
클레망소: ……[채널을 안정시키고]……[연결을 재개]…….
클레망소 역시 뭐라 말을 건넸다.
그리고 프린츠 오이겐과 Z2의 목소리가 들려올 즈음――

나는 다시 심판호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 후 세계가 다시 한 번 눈부신 빛에 휩싸였다.
지휘관: 이걸로 여정은 무사히 끝났군…….
지휘관: 드디어 안심할 수 있겠어…….
'동맹은 성인 아래에서 결성되었고’
'성인 아래에서 확장되었다’
'폭풍을 헤쳐 나간 후’
'다시 폭풍과 대치하게 되리라’
'기회를 잡아라’
'두 번의 폭풍우 사이에’
'견고한 거선을 만들어라’
'먼 곳의 희망을 향해 출항하라’
성인 전의 동맹. END
~36. 이어지는 계약
빛이 사라진 후에야 의식이 돌아왔다.
지휘관: 기분이 안 좋거나…… 하진 않군.
기분이 안 좋기는커녕 질 좋은 수면을 취한 것처럼 개운하기까지 했다.
지휘관: 이것 참…… 강제적으로 휴식을 취하게 된 셈인가.
관계자들의 진의가 어찌 됐든, 아무튼 이번에도 좋은 결과로 끝났다.
지휘관: ……원래 세계로 제대로 돌아온 거겠지?
창밖으로 눈을 돌리자 그곳에는 낮은 나무와 잡초, 그리고 심하게 손상된 궁전의 유적이 펼쳐져 있었다.
지휘관: 멤피스와 헬레나는 아직 자고 있군…….
지휘관: 마인츠…… 프린츠 오이겐…… Z2……. 다들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
지휘관: 클레망소…… 알제리와 갈리소니에르도 없어. 역시 거기 남은 건가…….
지휘관: 하아……. 갈 때는 내가 가장 마지막에 깨어났는데, 돌아올 때는 가장 먼저 깨어났네.
지휘관: 이것도 나름대로 비겼다고 해야 하나?
???: 으으……. 여기는…… 심판호입니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카라비니에레(META): ……어라? 지휘관님……? 이미 돌아가신 거 아니었나요?
카라비니에레(META): ……제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겁니까?
지휘관: 카라비니에레?
지휘관: 네가 왜 여기 있어?
카라비니에레(META): 여기 있냐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카라비니에레(META): 잠깐만요?! 같이 있다는 건…… 이, 이건 꿈이 아니라 정말로 지휘관님과 함께 와 버린 건가요?!
카라비니에레(META):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지휘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지휘관: 너와의 용병 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착오로 같이 엮여 온 게 아닐까?
카라비니에레(META): 아…… 듣고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보수를 받지 못했으니까요!
카라비니에레(META): 지금 받아도 되겠습니까?
지휘관: 지금 준다고 해도 당분간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진 못할 거 같은데……. 차라리 계약을 연장하는 건 어때?
카라비니에레(META): 연장… 말씀이십니까?
지휘관: 여기는 실험장β야. 너를 돌려보낼 방법을 찾을 때까지, 여기서 내 호위를 맡아줬으면 해.
카라비니에레(META): ……세계를 초월한 용병 계약이라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없습니다!
지휘관: 그럼 아주르 레인의 지휘관으로서 정식으로 카라비니에레 META를 실험장β로 맞이하겠어. 환영해.
지휘관: 전에는 너희 세계를 안내 받았지만…….
지휘관: 앞으로는 우리 세계를 마음껏 즐겨 봐.
~37. 새로운 출발점

신성총련제국
북해 국경
검은 영역이 사라진 후, 어느 날
우중중한 파도 사이에 인양선 한 척이 떠 있었다.
Z15: 으아아……. 너무 흔들리잖아!
Z15: 적이 없다고 해도 역시 북해는 항해하기에는 영 좋지 않아!
Z15: 전투는 이미 끝났는데…….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정원에 누워서 인생을 만끽하고 있어야 되는 거 아냐?
Z14: 이번 의뢰는 받지 말걸…….
Z14: 하지만 영지를 재건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모리츠의 비상금도 바닥났으니까…….
프린츠 모리츠: 나도 받기 싫었어……. 그런데 쾰른 대주교가 엄청나게 쏠쏠한 금액을 불렀단 말야!
프린츠 모리츠: 게다가 로열 장인 협회에 성 수리도 맡겨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고!
프린츠 모리츠: 그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끝내주는 '신의 인양선'도 줬잖아. 기지 대용으로 쓰라면서 말야!
프린츠 모리츠: 도저히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
U-2501: ……모두……함께…… "인양 작업도 재밌어 o(*//▿//*)q“
괴츠 폰 베를리힝겐: 설마 제국 공인 검은 영역 심잠 조사단에서 '회색 영역'의 보물 인양 팀이 될 줄은 몰랐군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바다에서 문명의 파편을 회수한다……. 제법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일이네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뭐, 목적지가 북해만 아니었으면 훨씬 좋았겠지만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하아……. 지금쯤 지휘관 각하께서는 무얼 하고 계실까요. 분명 마지막에는…… 어딘가로 옮겨지셨죠?
Z15: 엄청 궁금한가 보네~!
Z15: 돌아가면 뒷소문이라도 좀 알아봐 줄까?
괴츠 폰 베를리힝겐: 네. 궁금해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애초에…… 지휘관 각하께서는 저희를 구하려다 그렇게 되신 거니까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직접 감사를 전하지 않는 건 귀족으로서 예의가 아니에요.
프린츠 모리츠: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 용병단에 남은 사람도 있잖아.
프린츠 모리츠: 어쩌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걸? 그때가 되면 축하 파티를 열어서 성대하게 축하해 주자!
괴츠 폰 베를리힝겐: ……그때 저희가 여전히 북해에 있다면 참 곤란하겠네요~
U-2501: ……?! "충격적인 현실! Σ(っ°Д°;)っ“
프린츠 모리츠: 듣고 보니 그러네! 얼른 의뢰를 끝내야겠어!
Z15: 역시 맡는 게 아니었어――――!
~38. 후방 기지

컴파일 필드
???
조사를 마치고 PH항으로 복귀하기 전, 나는 마르코 폴로를 컴파일 필드로 돌려보냈다.
컴파일 필드는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컴파일 필드는 내가 실험장β로 돌아가는 때가 되어서야 겨우 실험장 ES-40111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멤피스(META): 미안해, 지휘관…….
지휘관: 괜찮아. 하이어로팬트가 월경 실험을 위해 준비한 특수한 실험장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
멤피스(META): 응…….
지휘관: 마르코 폴로를 부탁해. 무슨 이상이라도 생기면 바로 연락해줘.
멤피스(META): 응! 주의 깊게 살펴 볼게!
지휘관: 그러고 보니 요크타운 있어? 대화를 좀 나누고 싶은데.
멤피스(META): ……요크타운은 방금 전 실험장 ES-40111로 향했어.
지휘관: ……어?
멤피스(META): 그쪽을 먼저 사전 조사해 보고 오겠대.
멤피스(META):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와 클레망소가 그 실험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라고도 말했어.
지휘관: 클레망소도 분명 "채널을 안정시키고 연결을 재개한다"라고 했었지…….
멤피스(META): 맞아. 그 실험장은 후방 기지가 될 만한 잠재력이 있거든.
지휘관: 후방 기지라.
멤피스(META): 우리에게 합류한 실험 기관 개체들도 그쪽에 배치하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
지휘관: 잠깐만. 그쪽 실험장의 사정도 생각해야지……. 아니, 생각해 보면 그 실험장은 세이렌의 창조물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니 별 상관없나….
멤피스(META): 그래서 더더욱 그런 거야.
멤피스(META): 실험장 연결이라는 기술은 보기에는 마법 같지만 실제로도 무척 희귀하거든.
멤피스(META): 나도 직접 보는 건 이번이 겨우 두 번째야!
멤피스(META): 그래서 요크타운은 이 기술을 철저히 분석하겠다며 조사하러 간 거야.
멤피스(META): 이 기술을 대규모로 운용할 수만 있다면…… 각 실험장의 자원과 에너지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어!
지휘관: 실험장끼리 연결하면 각자의 굴레에서 탈출하는 걸 도울 수 있겠군. 티끌모아 태산인 건가.
지휘관: 언젠가 그런 날이 온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네.
~39. 빛을 쫓는 나방

??? ???
???
도시의 잔해 속에서 소녀는 눈을 떴다.
에식스(META): 여기는…….
에식스(META): 나……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에식스(META): 머리가 아파…… 기억이 안 나…….

소녀는 일어서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그러나 주변은 눈부신 네온사인 빛에 감싸여 있었고, 그 빛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에식스(META): ……도시의 폐허…… 네온사인 불빛……?
에식스(META): ……뭔가 이상해.
소녀는 도로변에 서서 눈앞의 도시를 바라봤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숲.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 밤하늘을 수놓은 네온사인 빛은 불야성을 이룬 도시의 모습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에식스(META): ……기묘한 곳이네.

브리스톨?: 여어, 동업자 친구. 일어났어?
육교 난간에 앉아 있던 작은 소녀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브리스톨?: 너는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로 와 버린 탓에 이 세계의 진실을 엿보게 된 거야.
브리스톨?: 수많은 사람이 그걸 알지도 못한 채 조용히 사라져 버렸지.
브리스톨?: 하지만 너는 운이 좋은가 봐……. 살아서 빠져나왔으니까 말이야.
브리스톨?: 오롯이 자신의 힘만으로 첫날밤을 버텨낸 사람은 다들 오랫동안 살아남더라고.
에식스(META): ……동업자, 라고요?
브리스톨?: 응? 너는 이변에 이끌려 찾아온 탐색자 아냐?
브리스톨?: 어쩐지 전혀 위장도 안 하고 있더라니……. 난 또 엄청난 실력자라서 자신감이 넘치는 줄 알았잖아.
에식스(META): ……위장?
브리스톨?: 그래, 이 '브리스톨'처럼 말이지~ 이런 식으로 기척을 죽이고 이 세계에 녹아드는 거야.
브리스톨?: 흐흥. 역시 너도 몰라보는구나.
에식스(META): 위장이라니…… 당신은 대체…….
에식스(META): ……그리고 이 도시는 대체 뭐죠?
브리스톨?: ――"빛을 쫓는 나방, 마침내 등불 앞에 나타나네.“
브리스톨?: 너무 서두르지 마~ 일단 너한테 가벼운 위장을 걸어뒀으니까, 우선 안전한 곳으로 가서 천천히 얘기하자고.
----

같은 시각.
꿈속. 눈을 뜨자 환한 교실이 보였다.
지휘관: 비스마르크와 소비에츠키 소유즈와 회의를 마치고 그녀들의 작전을 디브리핑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잠들어 버린 건가?
지휘관: 그리고 또 여기로 온 건가…….
지휘관: 교정이 아니라 교실 안이라는 건…… 이번에 날 부른 건 마담 M인가?
주위를 둘러봐도 교실 안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지휘관: 빈 교실……?
지휘관: 왠지 기시감이 느껴지는데…….

??: ………….
문득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들어 있었다.
지휘관: 네가 날 부른 거야?
지휘관: 혹시 저번에도?
??: 내가 아니라, '그녀'.
지휘관: ‘그녀'……?
??: ………….
??: '그녀'가 와.
(똑똑)
교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놈 리샤르?: 저기, 실례합니다……
보놈 리샤르?: ……오늘 여기서 수업을 한다고 들어서요…….
지휘관: ……?!!
또다시 강렬한 기시감이 엄습했다.
??: 도망치지 말고, 제대로 앉아.
이번에는 공간이 무너지지 않았다.
보놈 리샤르?: ……선생님?
지휘관: ………….
→ ……안녕
→ ……보놈 리샤르니?
→ ……지금 도망쳐도 안 늦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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