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심판호
'기사, 괴츠 폰 베를리힝겐’
'이 성인 앞에 엄숙히 맹세합니다’
'고귀한 신광의 이름으로’
'영명신무한 황제의 이름으로’
'저는 검은 영역과 맞서며’
'모든 사악과 맞설 것을 맹세합니다’
'반드시 이 신성한 땅을 지키겠습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목숨을 다하여’
'계속 싸워 나가, 마침내――’

----
하얀 빛 속에서 모든 것이 고요했다.
감각 자체가 차단된 것처럼 모든 것이 허무로 변했다.
지휘관: (왠지 낯익은 전개인데…….)
나는 눈앞의 순백의 풍경을 응시했다. 순백의 풍경 역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하얀 빛은 사라지고 세계는 색을 되찾았다.

멤피스: 지휘관, 괜찮아? 어디 안 좋은 데는 없어?
눈앞의 색채가 회복됨과 동시에 멤피스와 헬레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괜찮아……. 이런 건 이제 익숙하니까.
지휘관: 둘 다 무사해서 다행이네. 나보다 먼저 의식이 돌아온 거야?
헬레나: 지휘관보다 아주 조금 먼저였어…….
헬레나: 클레망소는 주변 환경을 조사하러 나갔어. 하지만 창밖 풍경으로 보면…….
지휘관: ……창밖 풍경?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햇살이 들판을 비추고, 싱그러운 초록빛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았다.
다만――
지휘관: ……잔디가 잘 가꾸어졌네. 성도…… 더는 폐허가 아니야.
→ ……또 새로운 실험장인가?
클레망소: 그럴지도 모르겠네~
클레망소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갑자기 좌석 옆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클레망소: 주변 지역의 안전은 확인했지만,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어.
클레망소: 아직 객실에서 나오지 마. 지금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심판호를 약간 조정해야 하니까.
지휘관: 약각 조정한다고……?
클레망소: 후후, 이걸 볼래?
천장에서 갑자기 모니터가 내려오더니, '심판호'의 구조도가 화면에 나타났다.
클레망소: 그럼 시작할게♪
클레망소의 목소리와 함께 객실이 규칙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화면 속 비행기의 구조도 변화했다.
기수, 주익, 엔진… 비행기를 구성하는 각 모듈이 변화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변형이 아니었다. 일부 모듈은 갑자기 사라지고, 다른 모듈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변화는 눈앞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객실의 벽과 바닥이 변화하며 재구축되었고, 공간도 점차 확장되었다.
몇 분 만에 아늑했던 객실은 시야가 탁 트인 지휘실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 또한 변형을 마치고 마치 거대한 육상용…… 기지 차량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지휘관: 이건…… 설마 안티 엑스와 똑같은 제조 기술을 사용한 거야?
지휘관: 아니…… 심판호에 이 정도의 최첨단 기술이 탑재되어 있었다면 전에는 왜 트레일러같은 게 필요했는데……?
클레망소: 역시 지휘관이야……. 독특한 착안점이네.
클레망소: 우선 나는 최대한 심판호의 성능을 숨기고 싶었어. 어쨌든 이건 심판정의 전용기니까.
클레망소: 게다가 '비행기'를 활주로가 아닌 곳에서 이동시키려면 당연히 '트레일러'가 필요하잖아?
클레망소: 이런 종류의 비행기는 활주로 없이는 이륙할 수 없다. 이것 또한 소위 '속성'과 상징' 같은 거야.
클레망소: 이 점은 엘리자베스 META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 그녀의 열차를 보고 영감이 떠올랐거든.
클레망소: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음에 시간이 있을 때 천천히 들려줄게.
클레망소: …지금은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지휘용 콘솔에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차량 외부에 있는 클레망소는 심판호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클레망소: 파견했던 정찰 드론이 방금 전에 소식이 끊겼어. 딱 사진에 나오는 저 구역의 경계를 넘어선 순간에 말이야.
정찰 정보에서 주변의 푸르른 풍경과는 명백히 이질적인 검은 영역이 보였다.
그곳은 마치 인위적으로 땅에서 억지로 잘라낸 늪지대 같았다.
지휘관: 레이더 탐지 결과는?
클레망소: 레이더는 그 구역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어. 저곳에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나와.
클레망소: 하지만 실제로는 정찰 드론이 진입하자마자 연락이 두절되었지.
지휘관: 그래, 알겠어.
멤피스: 지휘관, 설마 지금…….
지휘관: 응. 조사하러 가야지.
지휘관: 우리가 여기에 휘말린 건 하이어로팬트가 보여준 징조를 조사하기 위해서야.
지휘관: 그녀의 목적을 분석하기 전에, 우선은 눈앞의 상황을 파악해야 해.
지휘관: 시간이 아까우니 얼른 출발하자.
지휘관: 그러고 보니…….
지휘관: ……심판호는 지상에서 자율 주행할 수 있어?
클레망소: 불가능하진 않지만, 이곳의 지형 데이터가 부족해서 내가 직접 운전하는 게 안전할 것 같아.
클레망소: 후후. 오랜만의 운전이라 그런지 왠지 설레네.
클레망소: 그럼 출발하자.
~02. 자유 용병
가속, 브레이크, 그리고 재가속
심판호에 서스펜션이 정말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거친 운전이었다.
프린츠 오이겐: 의외네……. 이럴 줄 알았으면 Z2한테 운전해 달라고 할걸.
Z2: ……?
클레망소: 다 들리거든?
멤피스: 아하하…….
약간의 소동 후, 심판호는 검은 늪의 경계선을 무사히 넘었다.
그리고 다시 형태를 바꾸어 이번에는 지휘함으로 변신했다.
지휘관: 역시 이 형태가 더 낫군.
나는 창밖으로 이 구역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했다.
이곳은 경면해역 같은 독립된 공간이다. 그러나 외부에서도 관측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경면해역과는 다른 듯했다.
내부 공간은 외부에서 관측했을 때보다 확실히 더 넓었다. 칠흑 같은 물도 얼마나 깊은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알제리: 수면에 섰을 때의 느낌이…… 그리 좋지 않네.
라 갈리소니에르: 우연이네……. 나도 마찬가지야.
지휘관: 이런……. 설마 META화 침식인가?
알제리: 그건 아닌 것 같아……. 몸에도 의장에도 이상은 없어.
알제리: 하지만 이 검은 심연에서…… 극도로 강한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져.
알제리: META화 현상과 비슷하지만…… 아니, 오히려 그 이상으로 심각할지도 몰라.
마인츠: 나도 한번 서 볼까?
클레망소: 괜찮아. 이미 짚이는 구석이 있으니까……. 이런 일을 대비해서 미리 준비를 했거든.
클레망소: 지휘관, 심판호의 배리어 시스템이라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
지휘관: 함 외의 모든 인원은 즉시 귀함하라. 클레망소, 배리어를 가동해.
멤피스: 잠깐만! 지휘관, 레이더가 고속으로 접근 중인 미확인 물체를 다수 포착했어!
지휘관: ……역시 적이 있는 건가. 클레망소, 배리어로 대처할 수 있겠어?
클레망소: 지금 가동하려는 배리어는 물리 공격은 막을 수 없지만, 주변에 안전하게 싸울 수 있는 영역을 만들 수는 있어.
지휘관: 좋아. 명령을 수정한다. 지휘함 주변에 머무르며 배리어 안에서 수비를 굳혀라!
지휘관: 이동하면서 적을 섬멸한다!
----
쾅――――!
적의 수는 많았지만 전투력은 매우 낮았다.
외관상으로는 확인된 적 없는 새로운 적이었지만, 어딘가 흉조 현상과 함께 나타나는 침식 구현체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전투력 면에서는 일반적인 침식 구현체를 크게 밑돌았다.
그렇게 전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전투가 종반에 접어들었을 때, 배리어 밖에서 그림자 하나가 달려왔다.
카라비니에레(META): 엄청 멋진 '신의 전차'네요! 여러분은 혹시 '성인 동맹군'의 소탕부대십니까!?
카라비니에레(META): 앗, 소개가 늦었습니다!
카라비니에레(META): 저는 자유 용병 카라비니에레라고 합니다! 지금은 레겐스부르크 대주교님께 고용되어 영지 내 '검은 영역'의 침투 문제를 해결 중에 있습니다!
카라비니에레(META): 설마 운 좋게 정규군을 만나게 될 줄이야! 오늘 임무는 수월할 것 같네요!
카라비니에레의 통신이 끝나자 함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멤피스: 지휘관…… 다른 실험장에 갈 때마다 매번 이런 느낌이야?
지휘관: 실험장마다 다르지만…… 이런 경우도 있지.
헬레나: 카라비니에레는 방금 '검은 영역'이라고 말했어.
프린츠 오이겐: 그거랑 신의 뭐뭐라고도…… 으음…….
지휘관: 아직 단정지을 수는 없어……. 하지만 현지인과 사이좋게 지내서 나쁠 건 없지.
지휘관: 클레망소, 우선 우리 정체는 밝히지 말고, 카라비니에레 META에게 함께 싸우자고 전해줘.
지휘관: 이 '검은 영역'에 현지인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싶어.
지휘관: 다른 일들은 눈앞의 위험을 해결하고 나서 논의하자.
클레망소: 후후, 알겠어.
----
쾅――――!
카라비니에레(META): 음……. 적들의 밀도가 제법 약해졌습니다. 새로운 적도 나타나지 않고 있고……. 이건 기회입니다!
카라비니에레(META): 휴대용 자동 해산 장치――가동!
장치의 가동과 함께 공간 곳곳에서 제창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제창의 내용을 자세히 확인할 틈도 없이 검은 영역은 순식간에 붕괴했다.
카라비니에레(META): 흐흥♪ 이것으로 의뢰 완료입니다!
~03. 용병의 정보
전투 종료 후 심판호는 기지 차량 형태로 돌아왔다. 우리는 응접실에서 카라비니에레 META와 대면했다.
서로의 인식 차이가 너무 커서 예상대로 자기소개는 그리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카라비니에레(META): ……성인 동맹군이 아니라 외부의 방문자……입니까?
카라비니에레(META): ……앗! 알겠습니다! 용병단 이름이 '외부의 방분자'라는 말씀이시죠!?
카라비니에레(META): 여러분은 정말 엄청나게 강하시네요! 설마 신의 전차까지 가지고 계실 줄이야!
카라비니에레(META): '심판호'라고 하는군요! ……그야말로 신의 전차에 걸맞는 이름입니다!
순간 사정을 설명할까 생각도 해 봤지만, 세이렌이나 실험장 이야기부터 시작하기엔 일이 너무나 복잡했다…….
지휘관: 네 말대로 우리는 '외부의 방문자' 용병단이야.
서로 자신을 소개할 때, 카라비니에레 META는 멤피스나 헬레나 등의 이름에는 반응하지 않았고, 클레망소에게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프린츠 오이겐을 보자 표정이 굳어졌고, 마인츠를 보고 나서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마인츠: ……카라비니에레? 왜 그러지?
카라비니에레(META): 설마 마인츠가…….
카라비니에레(META): 마인츠가…… 확실해…….
카라비니에레(META): 마인츠 대주교님이 순국하신 뒤에 뒤를 이은 마인츠 대주교님이…… 설마 함선이었다니!?
카라비니에레(META): 그렇다면 여러분 용병단이 강한 것도 설명이 되네요……!
카라비니에레(META): 하지만…… 선제후 자리는 성인 맹약서에 따라 레겐스부르크 대주교님이 계승했을 텐데요…….
카라비니에레(META): 큰일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일이…… 크흠, 큰일이 생기다니 말입니다!
나는 클레망소와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동시에 프린츠 오이겐에게 눈짓을 보냈다.
간단한 대화 이후, 자연스럽게 정보를 이끌어내는 역할은 오이겐에게 돌아갔다.
카라비니에레 META는 용병단장인 나보다도 확연히 그녀를 더 존경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프린츠 오이겐: 카라비니에레. 임무를 보고하러 레겐스부르크시로 돌아가는 거지?
프린츠 오이겐: 사실 우리도 마침 그곳까지 안내해 줄 가이드를 찾던 중이었거든. 고용 의뢰를 받아 주겠어?
카라비니에레(META): 좋아요. 시세대로 부탁드립니다.
프린츠 오이겐: 고마워. 그럼 심판호로 이동하면서 얘기할까?
프린츠 오이겐: 아까 네가 언급한 일들에 대해 궁금해서 말야. 그 밖에도 뭔가 주목할 만한 일이 있을까?
카라비니에레(META): 최근에 주목할 만한 일이라……. 으음, 역시 그것뿐이겠네요.
카라비니에레(META): 얼마 전 수도에서 쾰른 대주교님을 필두로 성인 맹약서에 나온 고대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엄청난 규모였을 텐데 끝날 쯤에는 왠지 조용하게 지나갔단 말이죠.
카라비니에레(META): 전황에도 아무런 영항을 주지 못한 것 같고…… 제가 들은 소문으로는 의식은 실패했다고 해요…….
카라비니에레(META): ……수도 말씀이신가요? 그거야 당연히 신성총련제국의 수도, 브란덴부르크죠.
카라비니에레(META): ……검은 영역이요? 확실히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죠.
카라비니에레(META): 하지만 대체 어떻게 생겨난 건지…… 황궁이나 교회의 높으신 분들도 해명하지 못하고 있어요.
카라비니에레(META): 물론 저도 자세히는 모르고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되어도 결국은 지옥이라느니 악마라느니, 늘 하던 뻔한 말들뿐이니까요.
카라비니에레(META): 그래도 전황에 대해서라면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 술자리에서 올릴 화제는 될지언정 여러분께는 별로 가치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카라비니에레(META): 어쨌든 여러분은 이미 직접 눈으로 교외에 나타난 검은 영역을 보셨으니까요…….
카라비니에레(META): 제국 방벽이나 왕국 방벽마저 뚫고…… 이렇게 제국 한복판에 당당하게 나타났으니까요…….
카라비니에레(META): 우리의 대부분의 동맹국을 삼킨 검은 영역은, 이제 제국까지 집어삼키려는 것 같아요…….
카라비니에레(META): ……휴대용 자동 해산 장치 말씀이세요? 그건 여러분의 심판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카라비니에레(META): 게다가 그건 제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위에서 지급해준 물품에 불과하니까요.
카라비니에레(META): 그보다 제 힘이 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카라비니에레(META): 이 힘은 어떤 귀중한 귀회를 잡아, 신의 전당의 시련을 이겨내고 받은 신의 축복이랍니다!
카라비니에레(META): 흐흥.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신의 기계가 보호해주지 않아도 제 힘만으로 검은 영역의 사악한 힘에 대항할 수 있어요!
카라비니에레(META): ……검은 영역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요?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이신 것 같은데요……?
카라비니에레(META): 걱정해도 소용없잖아요. 어차피 하루하루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카라비니에레(META): 게다가 신성총련제국은 아직 패배하지 않았어요!
수다쟁이 카라비니에레 META는 우수한 정보원이었다.
세계정세부터 생활 풍습까지, 그녀의 단편적인 말들을 통해 이 실험장의 기본 상황을 끼워 맞출 수 있었다.
이 세계를 주도하는 세력의 이름은 '신성총련제국'. 그 세력 범위는 유럽 대륙 내에 이른다.
제국 외부는 극소수의 지역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이미 검은 영역에 삼켜진 상태다.
그리고 이 제국의 기술 수준은 다른 실험장의 사르데냐 동맹보다도 훨씬 낮은 것 같았다.
지휘관: 하지만…….
지휘관: 이곳은 사르데냐 연맹보다 신앙심이 더 깊고, '신'이라고 이름 붙은 시설의 종류나 이용 빈도도 사르데냐 동맹보다 훨씬 많아…….
지휘관: 낙후된 현지 기술, 선진적인 신의 무기, 깊은 신앙심, 그리고 제어 가능한 META화의 응용…….
지휘관: ……확실히 하이어로팬트의 스타일이네.
지휘관: 즉…… 이번에 그녀가 내게 바라는 건 사르데냐 동맹 때와 비슷할지도 몰라.
지휘관: ……검은 영역의 위협을 제거하고 이 실험장을 구해달라는 걸까?
~04. 공식 접촉
카라비니에레의 안내에 따라 심판호는 레겐스부르크시로 향했다.
길가의 풍경을 보니, 검은 영역에 삼켜지지 않은 지형은 실험장β와 거의 유사했다.
그러나 수로망의 밀도가 상당한 것은 사르데냐 동맹의 특징과 같았다.
레겐스부르크(META): 나는 레겐스부르크 대주교. 제국의 선제후이자 이곳의 관리자다.
레겐스부르크(META): 전방의 무장 집단은 즉시 차를 세우고 신원을 밝힌 후, 검문에 협조하도록!
도시는 이미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곳을 통치하는 레겐스부르크 대주교는 검문소 앞에서 직접 우리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지휘관: 합리적인 판단이군.
눈앞에 나타난 레겐스부르크 대주교의 모습은 그야말로 함선 '레겐스부르크'였다.
제어 가능한 META화 기술을 채택한 것으로 보이는 그녀는, 지금 II형 세이렌의 의장과 유사한 스타일의 기계 전차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주변에는 전투 드론이 선회하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방패와 장창을 든 기사 시종들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지휘관: …….
→ 기묘하군……
프린츠 오이겐: 그저 맹목적으로 세이렌의 기술을 쓰다 보니 이런 기묘한 조합이 탄생한 거겠지.
프린츠 오이겐: 이 실험장에서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 흥미롭군……
클레망소: 어머, 지휘관은 벌써 이 실험장의 사회학적 가치나 철학적 가치를 찾아낸 모양이네~
클레망소: 어쩌면 문학적 가치도 덧붙여야 할까?
지휘관: ……카라비니에레. 대주교에게 우리를 소개해 줄래?
카라비니에레(META): 물론입니다. 제게 맡겨 주세요~
레겐스부르크(META):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오는군. 마지막으로 반복한다. 무장 집단은――
카라비니에레(META): 아앗! 쏘지 마세요! 대주교님, 접니다! 카라비니에레입니다!
레겐스부르크(META): ……카라비니에레?
레겐스부르크(META): ……며칠 못 본 사이에 용병단이라도 창설한 건가?
레겐스부르크(META): ……그리고 이 신의 전차는 또 뭐야? 어디 유적에서 새로 파내기라도 한 거야? 세금은 제대로 냈겠지?
카라비니에레(META): 그게 조금 복잡해서요…….
카라비니에레(META): 우선은 이 용병단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용맹한 신의 전차 '심판호', 그리고 신비로운 '외부의 방문자' 용병단입니다!
~05. 선제후의 정보
카라비니에레가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무언가를 말한 뒤, 소개는 다행히 무사히 끝난 것 같았다.
레겐스부르크는 검문소 통과를 허가한 후, 카라비니에레와 함께 심판호에 탑승했다.
카라비니에레(META): 여러분. 이분이 바로 신성총련제국의 일곱 선제후 중 한 분이시자――
레겐스부르크(META): 이제 됐어, 카라비니에레. 딱딱한 인사는 필요 없어. 그런 건 질색이라서 말이지.
레겐스부르크(META): 프린츠 오이겐, 마인츠, 그리고 지휘관 단장인가. 나는 레겐스부르크다.레겐스부르크(META): 그나저나 이 심판호는 정말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고 있군…….
레겐스부르크(META): 사양할 필요 없어. 여기서부터는 내가 직접 안내할 테니, 어서 이 신의 전차를 움직여 봐!

대주교 호위대의 호송이 붙으며 이번 여정의 격식이 단숨에 높아졌다.
시내로 들어선 후, 나는 이 신성총련제국의 주요 도시를 면밀하게 관찰했다.
도시는 전통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군대와 마찬가지로 곳곳에 최첨단 기술이 섞여 있었다.
지휘관: ……마을에 군대가 집결해 있는 것 같은데. 검은 영역에 있는 적들과 싸우러 가는 거야?
레겐스부르크(META): 그래. 우리는 그것들을 '악의의 그림자'라고 부르지. 지옥에서 온 악의가 모여서 만들어진 환영이라는 뜻이야.
지휘관: 그렇다면 이런 군대만으로는 아마…….
악의의 그림자의 전투력은 침식 구현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함선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중세 수준의 검을 든 기사들이 덤벼서 해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닐 텐데…….
레겐스부르크(META):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리에게는 '신의 무기고'에서 지원받은 구조체가 있어. 게다가 '신의 병기창'에서 생산된 장비도 있지. 인간의 손으로 벼려낸 검이나 방패보다 훨씬 강력해.
레겐스부르크(META): 전군에게 지급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주력 부대를 지키기에는 충분해.
내 우려를 눈치채고 레겐스부르크는 그렇게 설명했다.
지휘관: (이 하이어로팬트는 참 친절하군…….)
레겐스부르크(META): 흥……. 정말이지 세상 물정을 모르는군. '외부의 방문자' 용병단 나리.
레겐스부르크는 갑자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아무래도 이 세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적인 질문을 너무 많이 던진 것 같다…….
레겐스부르크는 카라비니에레와는 달리 마인츠나 프린츠 오이겐이 아니라 내게 경의를 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레겐스부르크(META): 일개 자유 용병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대주교의 눈을 속일 수는 없지.
레겐스부르크(META): 이토록 많은 함선을 거느린 '용병단'이라니…… 용케도 그런 변명을 생각해냈군.
지휘관: ……상황이 아직 불투명해서 가장 말이 될 만한 구실을 댔을 뿐이야.
지휘관: 너는 사정을 전부 알고 있는 거야? 혹시 우리를 이곳에 소환한 것도……?
레겐스부르크(META): 내가 '등림자'라는 고대 의식에 참여했는지를 묻는 거라면, 대답은 '그렇다.‘
레겐스부르크(META): 네가 그 의식으로 인해 소환되었는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레겐스부르크(META): ……의식이 끝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보름 남짓. 제국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레겐스부르크(META): ……너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지휘관: '등림자'라는 의식은 어떤 의식이지? 검은 영역을 없애기 위한 건가?
레겐스부르크(META): ……검은 영역을 없앨 수만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건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 거다.
레겐스부르크(META): 우리가 그 의식을 거행한 데에는 훨씬 더 시급한 이유가 있었어.
레겐스부르크(META): ……사실 '등림자' 의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우리도 잘 몰라.
레겐스부르크(META): 다만 이 의식이 현재 공석인 교황의 자리를 채우고, 대관식을 치르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지.
지휘관: ……대관식? 교황 자리가 공석이라고?
레겐스부르크(META): 그래. 의외지? 신성총련제국의 왕관은 비어 있는 상태다……. 그것도 벌써 수년 째 이어지고 있지.
레겐스부르크(META): 중요한 결정은 쾰른 대주교가 대행하고, 자잘한 일들은 각 제후가 직접 처리하고는 있지만, 갈수록 격화되는 검은 영역의 위협 속에서는…….
레겐스부르크(META): 이미 카라비니에레에게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국 영토 밖의 아펜니노 반도에서는 교황을 포함해 우리의 수많은 맹우들이 검은 영역에 삼켜졌어…….
레겐스부르크(META): 대관식은 반드시 교황이 수행해야 하는데 말이지…….
레겐스부르크(META): 그래서 우리는 '등림자' 의식을 통해 대관식을 치르기 위한 또 다른 해결책을 찾으려던 거야.
지휘관: 제국 전력의 통합, 그리고 또 다른 해결책이라…….
레겐스부르크(META):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마. 나도 무심코 한 소리니까……. 본래 이런 이야기를 즐기는 체질은 아니거든.
레겐스부르크(META): 너희는 브란덴부르크로 가라. 뒷일은 쾰른이 알아서 해결해 줄 거야.
레겐스부르크(META): 벌써 해도 저물었고, 신의 수로를 활성화하는 것도 위험하니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쉬고 내일 출발하는 게 어때?
지휘관: 그럴게. ……그런데 활성화라니? 신의 수로는 또 뭐야?
레겐스부르크(META): 신이 남긴 태고 시절의 수많은 기적 중 하나다. 수로들은 하천망의 형태로 제국령 내의 주요 도시들과 연결되어 있지.
레겐스부르크(META): 수로의 입구는 도시 반대편에 있어. 내일 내가 안내해 주지.
레겐스부르크(META): 이대로 숙소로 가서 쉬어도 좋지만, 제안을 하나 하마.
지휘관: 말해 봐.
레겐스부르크(META): 나는 군을 이끌고 빈 방면으로 증원을 가야 해. 오늘 밤은 출발 전 마지막 파티가 예정되어 있어.
레겐스부르크(META): 시내의 각계 유명 인사 등 네가 정보를 캐내기에 적합한 인재들이 잔뜩 모일 거다.
레겐스부르크(META): ……어쩌면 재미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정보가 더 필요한 거 아니었어?
지휘관: 그건 그래. 그럼 이만 실례하지.
레겐스부르크(META): '외부의 방문자'의 용병단장, 지휘관. 지주로서 정을 베풀 수 있어서 영광이야.
~06. 기사와 파티

파티 시작 전. 성의 서재에서는 지금 막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레겐스부르크의 군대는 내일 변경으로 향합니다……. 그러니 이 파티가 우리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되겠지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말 것인가…….
프린츠 모리츠: 키히히히……. 애초에 괴츠의 계획은 너무 보수적이라니까.
프린츠 모리츠: 인장을 훔쳐서 명령서를 위조한다니, 완전 지루하잖아.
프린츠 모리츠: 이미 심하게 골병이 든 이런 제국에는 극약 처방이 필요하지 않을까?
괴츠 폰 베를리힝겐: 추천서를 위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파격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프린츠 모리츠: 흐흥~ 내가 하고 싶은 말은――'심잠(深潛) 축복장'이 필요하다면, 그냥 보물고를 털면 되잖아!
프린츠 모리츠: 내가 알기로 레겐스부르크 대성당에는 적어도 한 장은 있고, 뉘른베르크시의 보물고에는 일곱 장 이상이나 있다고!
프린츠 모리츠: 직접 빼앗는 게 절차를 밟아서 신청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걸!
괴츠 폰 베를리힝겐: 제국을 더 잘 섬기기 위해… 대성당과 제국의 보물고를 습격해 심잠 축복장을 손에 넣자……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프린츠 모리츠: 먼지나 뽀얗게 쌓이게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우리가 쓰는 게 훨씬 의미 있잖아!
프린츠 모리츠: 책임은 다 내가 질게!
괴츠 폰 베를리힝겐: 아뇨. 당신은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책임입니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역시 제 계획대로 가죠. 인장을 훔쳐서 당당하게 심잠 축복장을 빌려오는 겁니다.
프린츠 모리츠: 그러면 조사 인원만 겨우 한 명 늘어날 뿐이잖아. 조사단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Z14: 저기…… 모두의 몫을 훔치는 건…… 어, 어때……?
Z14: 뉘른베르크시에 도착하면, 그때 또 명령서를 위조하면 되니까…….
괴츠 폰 베를리힝겐: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죠. 파티가 시작되면 각자 즉시 행동을 개시하세요.
똑똑똑――
논쟁이 결론을 거둔 직후, 갑자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내 열쇠 구멍에 열쇠가 꽂히더니 굳게 닫혀 있던 서재 문이 열렸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어머, 대주교님. 파티 준비는 잘 되어 가시나요?
레겐스부르크(META): ……시치미 떼지 마라. 다 들었으니까.
레겐스부르크(META): 하나 충고하지. 다음에 음모를 꾸밀 때는 '피해자'의 서재를 고르지 말도록.
레겐스부르크(META): 너희의 조사단 신청을 허가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심잠 축복장을 남용하면 제국의 방벽이 약화된다.
레겐스부르크(META): 안 그래도 위기 상황인데 말이야.
괴츠 폰 베를리힝겐: 하지만…….
레겐스부르크(META): 너희가 '심잠'에 집착하는 이유가 검은 영역의 약점을 분석하고 그 침공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서라는 건 이미 알고 있어.
레겐스부르크(META): 그래서 이전에 프린츠 모리츠가 사들였던 물건의 사용을 묵인해 주지 않았나.
레겐스부르크(META): 그때 심잠 축복장을 가지고 따로 행동했던 건 아마…… U-2501과 Z15였지?
프린츠 모리츠: 윽…….
레겐스부르크(META): 이 이상 사소한 일로 추궁할 생각은 없어.
레겐스부르크(META): 따라와라. 너희에게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레겐스부르크(META): 제국 방벽의 강도 문제는 곧 해결될지도 모른다……. 너희가 실력을 좀 발휘해 줘야겠어.
----

레겐스부르크시
성 연회장
잠시 후
나는 출정 전 만찬에 참석했다.
지휘관: 지금까지 수많은 파티에 참석해 봤지만…… 이런 중세를 무대로 한 영화에나 나올 법한 파티는 처음이네.
지휘관: 분위기에 녹아들기 쉽지 않겠어…….
멤피스: 그러게…….
헬레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건 쉽지 않지….
오이겐과 클레망소는 자연스럽게 파티 분위기에 녹아든 것 같았다.
각자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이 세계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저 음식을 즐기는 것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레겐스부르크(META): 아무래도 파티가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
레겐스부르크(META): 이해해. 사실 나도 파티는 별로 체질에 맞지 않아서 말이야…….
레겐스부르크(META): 소개하지. 여기는 자유 기사 괴츠 폰 베를리힝겐, 프린츠 모리츠, 그리고 Z14다.
레겐스부르크는 세 명의 소녀를 소개시켜주었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처음 뵙겠습니다. '외부의 방문자' 용병단의 단장――지휘관 각하. 저는 괴츠 폰 베를리힝겐입니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듣자 하니 이제부터 제국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란덴부르크로 향하신다던데, 저희도 동행해도 괜찮겠습니까?

괴츠는 검은 영역 조사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가 가진 보호 배리어가 있으면 검은 영역의 수면 위에서 행동할 수 있듯이, 검은 영역의 내부도 결코 생명이 발을 들일 수 없는 구역은 아니라고 한다.
'심잠 축복장'이라는, 검은 영역과 함께 대성당 곳곳에 출현한 성물을 가지고 있으면 안전하게 그 안으로 잠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그 성물을 이용해 적을 파악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대가인지, 성물들을 사용하면 제국 전체 방벽의 강도가 약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때문에 그녀들은 제국 방벽의 안정으로 이어지는 대관식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이 계획을 보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레겐스부르크(META): 브란덴부르크로 향할 셈이라면 그녀들과 동행하는 게 좋을 거다.
레겐스부르크(META): 네가 하려는 일은 결코 대성당 안에서 고문서나 읽어 내려가는 그런 간단한 일이 아닐 테니까.
레겐스부르크(META): 어때?
~07. 신의 수로
다음 날. 카라비니에레 META, 그리고 괴츠 일행과 함께 우리는 심판호를 타고 레겐스부르크시의 '신의 수로' 입구에 도착했다.
신의 수로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그 정체는 안티 엑스가 남긴 인공 운하망이다.
물리적으로 신성총련제국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대량의 '신의 통신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정보 교류 또한 책임지고 있다는 모양이다.
대형 고속선도 다닐 수 있는 곳이라 심판호 같은 큰 배도 간단히 수용할 수 있었다.
수로의 소유권은 신성총련제국의 황제에게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관리는 여러 담당자에게 위임되어 있다.

아무튼 지도상 레겐스부르크에서 브란덴부르크로 가려면 세 개의 도시――
스트라스부르시, 마인츠시, 그리고 마그데부르크시를 경유해야 한다.
일정에 따르면 우리는 저녁 무렵에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할 예정이다.
괴츠와 따로 행동하고 있는 U-2501, Z15와도 거기서 합류하기로 되어 있다.
멤피스: 지휘관. 통행 가능 신호야. 이제 수송선을 가동할 수 있어.
지휘관: 그럼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자.
----

신성총련제국
스트라스부르시
저녁
저녁노을 속에서 수송선은 스트라스부르시에 도착했다.
이 지역을 담당하는 엘베가 수로 출구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괴츠 일행과 따로 행동했던 U-2501과 Z15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
Z15: 아무튼 다들 조사를 마치고 돌아왔어~
Z15: 검은 영역의 상황은 솔직히 말해서 좀 안 좋은데…….
Z15: 수중에서 적들이 공세 준비를 갖추고 있는 걸 U-2501이 발견했거든.
Z15: 게다가 더 깊은 곳에는 더 불길한 뭔가가 잠복해 있는 것 같아…….
엘베(META): 큭……. 정세가 더 악화되다니…….
U-2501: 나쁜 소식을 가져와서 미안해….
지휘관: (수중에…… 더 불길한 것이?)
지휘관: (사디아의 세계박람회 때도 마르코 폴로가 수중에서 뭔가를 부리고 있었어…….)
지휘관: (그래서 적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던 거였는데…….)
지휘관: (그 원리는 분명…….)
지휘관: (음……. 신앙의 심상을 어떤 계량 가능한 존재로 변환했던, 거였나…?)
지휘관: (이번에도 그런 장치가 있는 걸까…….)
~08. 급보

스트라스부르시에서 여러 업무를 마치자, 해는 이미 지평선 너머로 저물어 있었다.
이곳은 레겐스부르크시와 마찬가지로 성과 대성당에만 '신의 기계'로 인한 전등이 켜져 있을 뿐, 다른 구역의 조명은 듬성듬성 놓인 횃불과 오일 램프가 전부였다.
때문에 밤이 되면 도시의 대부분이 어둠에 잠겼다.
세계박람회 때의 수중 장치가 신경 쓰여 클레망소를 찾았지만,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과 마주쳤다.

엘베(META): 처음 뵙겠습니다, 지휘관 각하. 저는 엘베예요. 만나 뵙게 되어 기뻐요…….
지휘관: 안녕, 엘베.
지휘관: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
엘베(META):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아…, 원래는 마인츠 선제후 건에 대해 클레망소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엘베(META): 이제 와서는…… 그 문제도 사소한 일이 되어 버린 것 같네요.
엘베(META): ……정말이지 흉흉한 밤이에요.
엘베(META): 사실 이리로 오는 길에 급보를 받았어요……. 검은 영역의 공세가 거세졌다고 해요.
클레망소: 전선이 위급하다는 뜻이니?
엘베(META): 랭스 방면의 전황이 위험해요……. 트리어 대주교와 수행하던 교구군은 전멸, 성인 동맹군의 방어선도 붕괴 직전이래요.
클레망소: ……7대 선제후가 또 한 명 줄어들다니. 중대한 손실이네.
클레망소: 하지만 이걸로…… 마인츠의 문제도 더는 문제가 아니게 됐어.
지휘관: ……그 '문제'라느니 '문제가 아니다'라느니 하는 건…… 대체 무슨 뜻이야?
클레망소: 우리 쪽 마인츠의 신분에 관한 말이야.
클레망소: 선제후란 말 그대로 투표를 통해 제국 황제를 선출할 수 있는 강력한 제후를 말해.
클레망소: 신성총련제국의 '성인 맹약서' 규정에 따르면 선제후는 총 일곱 명으로, 원칙적으로는 각자의 계승 순위에 따라 선출되는 모양이지만…….
클레망소: 제국이 중대한 위기에 처했을 때는 함선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도록 되어 있거든.
클레망소: 방금 언급된 트리어 대주교는 선제후 중 한 명이었고, 함선 마인츠는 선제후의 계승 조건에 부합하는 존재야.
클레망소: 그러니 내일이면 우리 마인츠가 선제후가 되겠네.
지휘관: 우리는 '외부의 방문자'인데도?
엘베(META): 걱정하실 것 없어요. 중요한 것은 '징조'에 명확히 대응하느냐 마느냐와….
엘베(META): ……저희에게 협력할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 이니까요.
지휘관: 물론이야. 우린 그러기 위해 왔으니까.
지휘관: 복잡한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고――
지휘관: 성인 동맹군이라는 건 분명…… 신성총련제국을 포함한 모든 잔존 동맹국의 군대로 구성된 연합군을 말하는 거였지?
지휘관: 랭스 쪽에 함선들이 있어? 버틸 수 있을까?
엘베(META): 네……. 아이리스의 국토 대부분은 검은 영역에 삼켜졌지만, 랭스 방면의 방어선은 아직 견고해요.
엘베(META): 아이리스의 남은 주력군이 모두 그곳에 있으니까 하룻밤 정도는 문제없을 거예요.
엘베(META): 하지만 앞으로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엘베(META): 이미 밤새 원군을 소집했어요……. 어떻게든 이틀 내로 증원군을 보낼 수만 있다면…….
지휘관: 그걸로는 너무 늦을지도 몰라….
지휘관: 우리가 먼저 지원하러 갈게. 운하망은 밤에도 사용할 수 있어?
엘베(META): 정비 작업을 중단하면 사용 가능해요……. 지금 가동하고 올게요!
지휘관: 클레망소, 다른 동료들에게도 연락해. 지금 바로 출발한다.
클레망소: 벌써 연락했어. 카라비니에레 META와 괴츠네도 계속 우리와 함께 행동할 모양이야.
클레망소: 다들 심판호로 향하고 있을걸?
지휘관: 알겠어. 우리도 얼른 가자.
지휘관: 이 세계를 위협하는 근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가 온 것 같군.
엘베(META): ……랭스를 잘 부탁드립니다. 신의 빛이 우리를 승리로 인도하기를….
~09. 랭스 방어선
빛조차 없는 밤. 검은 분류가 끊임없이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대지와 검은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요동치고, 변화하며 이내 복구 불가능한 침식으로 이어졌다.
뒤켄: 겨우 제17차 공세를 물리쳤어……. 정말 힘겨운 밤이군.
르 아르디: 우리는 지금 홍수 속의 방파제나 다름없어……. 아무리 버텨내도 등뒤의 땅은…….
뒤게 트루앵: ……아르디. 모두 함께 각자의 자리를 사수하도록 해요. 홍수는 언젠가 지나가기 마련이에요.
르 아르디: ……제법 진지한 말도 할 줄 아네….
뒤게 트루앵: 당연하죠~ 어둠 속에서 신념을 관철하는 것이 바로 성직자니까요~
르 아르디: 하아……. 아무튼 검은 영역에 집어삼켜진 뒤로 모든 통신 연락도 끊겨 버렸어. 원군이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부아 벨루: ……이 정도의 대규모 침공이면 신성총련제국도 분명 이변을 눈치챘을 거야.
부아 벨루: 다만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증원군이 도착하기까지 이틀은 더 걸릴지도 몰라.
마세나: 이틀……. 우리가 방어에만 전념한다면 금방 지나갈 거야.
뒤게 트루앵: 맞아요~ 정 안 되면 성물을 단번에 해방하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뒤게 트루앵: 그렇게 하면 아무리 강력한 악마의 군세라고 해도 잿더미로 변하겠죠~
르 아르디: ……부디 상황이 거기까지 치닫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야.
뒤켄: 주목! 다음 공세가 온다!
르 아르디: 하아…… 이걸로 18차네. 다들 힘내~!
----
쾅――――!
헬레나: 지휘관…… 전방의 적들이 모두 정리됐어. 이동 가능해.
지휘관: 좋아, 진군을 재개한다.
지휘관: 클레망소, 정찰 드론을 더 띄워. 한시라도 빨리 아이리스 함대를 찾아야 해!
밤새도록 전진한 끝에 우리는 마침내 제국의 서부 전선에 도착했다.
우리는 냉병기와 악의의 그림자가 맞서는 부조리함, 그리고 신을 향한 찬가를 드높이며 목숨을 걸고 싸우려는 결연한 의지를 목도했다.
또한 검은 영역 내부에 있는 아이리스 함대가 '신성 정화' 의식을 준비 중이며, 방어선에 있는 병력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지휘관: 전군 후퇴라니……. 그 '신성 정화'라는 거, 설마 적과 동귀어진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겠지….
지휘관: 얼른 그녀들을 찾아야 해!
----
쾅――――!
멤피스: 지휘관, 드론이 목표 위치를 발견했어! 그런데…… 영상이 좀 이상해…!
멤피스: 지휘실로 전송할게――
드론이 보낸 영상 속에는 양산형 함선을 동반하지 않은 아이리스 함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녀들은 바다 위에서 원형진을 갖추고 있었다.
원의 중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은 주변의 적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변의 바닷물도 검은색에서 점차 회색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클레망소: 저게 아마도 신성 정화 의식이겠네……. 지휘관, 빛의 중심에 뭐가 있는지 보여?
지휘관: 빛의 중심…….
자세히 관찰하자 사각형의 물체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황금빛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신성함마저 느껴졌다.
지휘관: 저게 대체 뭐지……?
클레망소: 지휘관, 함선은 몇 명이나 보여?
지휘관: 어디 보자, 다섯 명…….
지휘관: 아니……, 실체가 있는 다섯 명 말고도…… 희미하게 다섯 개의 허상도 보이는 거 같은데……?
클레망소: 보이는구나……. 아무래도 내 추측이 틀리지 않은 것 같네. 저건 분명 오리진 큐브야.
지휘관: ……황금빛의……오리진 큐브라고??
클레망소: 그녀들이 가진 기술은 아마 내가 가진 '검은 태양'과 같은 체계일 거야.
클레망소: 검은 태양이 기동하면 그 핵인 오리진 큐브도 황금빛으로 변하거든. 비록 아주 잠깐일 뿐이지만.
클레망소: 어쩌면…… 이 실험장에서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클레망소: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줘. 의식을 중단시키고 그녀들을 구할 방법이 있으니까.

검은 태양이 하늘에 걸렸다.
'심판'의 상징 아래, 악의의 그림자들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마세나: ……어?
뒤게 트루앵: 저건…… 대체…?
~10. 교국의 불씨
랭스 방어선
정화 구역
잠시 후
클레망소의 적시 대응은 아이리스 함대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광활한 구역까지 안전하게 만들었다.
다만 검은 영역이 흩어진 후, 일부 대지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성분을 알 수 없는 회백색 결정으로 변해 있었다.
부아 벨루: 검은 영역에 오랫동안 침식된 땅은 이렇게 변해 버려……. 이번에 일부라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었던 건 기적이나 다름없어.
부아 벨루: 그런데 너희들은……?
클레망소: 엘베의 의뢰를 받고 달려온 지원군의 선발대야. 본대는 이틀 내로 도착할 거고.
마세나: 후우…… 다행이다. 성인 동맹군이 우리를 버릴 리가 없지.
클레망소: 여기는 우리에게 맡겨. 너희는 일단 철수할래? 아니면……?
뒤게 트루앵: 당연히 다른 거점을 지원하러 가야죠~
뒤게 트루앵: 제 추측이 맞다면 당신은 아이리스 출신이시죠? 저희와 함께 행동하지 않으시겠어요?
클레망소: 아쉽지만 지금은 '외부의 방문자' 용병단에 몸을 담고 있는 처지라서 말이야.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함께 싸우자.
클레망소: 그나저나 내 '검은 태양'이 전세에 미치는 위력을 이미 봤을 텐데….
클레망소: 이 싸움을 한시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서, 너희의 신성 정화 의식과…… 다른 모든 의식에 관한 자료를 얻고 싶어.
부아 벨루: 싸움을 끝낸다라…….
부아 벨루: 미안해. 마음 같아서는 협조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자료가 있는 대성당은 이미 교국의 수도와 함께 검은 영역에 집어삼켜졌어.
부아 벨루: 대성당의 배리어는 아직 버티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곳으로 통하는 길은 이미…….
클레망소: 그렇구나…… 알았어.
클레망소: 지금은 무리하게 뛰어들 때가 아니네. 우리도 차근차근 나아가자.
짧은 휴식을 마친 후, 아이리스 교국 함대는 감사를 표하고는 다음 전장을 향해 떠났다.
그녀들을 배웅하고, 향후 전투 배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함교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찾아왔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존경하는 지휘관 각하.
괴츠 폰 베를리힝겐: 아이리스 군을 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성인 동맹군의 전력 손실을 막을 수 있었어요.
지휘관: 신성 정화 의식을 사용한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프린츠 모리츠: ……맞아.
U-2501: 유감이지만……(っ ̯-)
괴츠 폰 베를리힝겐: 여러분께서 이토록 강하실 줄은 미처 몰랐어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비밀이 많은 분들이지만…… 저희 편이라 정말 다행입니다.
지휘관: (비밀이 많다라…….)
지휘관: (그건 서로 마찬가지지…….)
~11. 주교의 판단
검은 태양 덕분에 랭스의 방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가까이에서 검은 영역의 성질을 조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클레망소가 미리 심판호에 연구실 모듈을 설치해 준 덕분에 많은 샘플을 수집할 수 있었다.
분석 작업 같은 경우…… 이번에는 연구원이 동행하지 않았지만――
멤피스(META): 오리진 큐브가 황금빛으로……? 그런 정보는 처음 듣는걸…….
멤피스(META): 설마 거짓 신 사건보다 훨씬 이전에 일어났던 일이라니…….
멤피스(META): 그쪽 상황은 정말로…… 크흠. 놀랍네. 역시 넘버β의 실험장다워.
멤피스(META): 요크타운은 아마도 안티 엑스가 세계α를 떠난 후에 입수한 기술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어.
멤피스(META): 만약 기회가 된다면 우리도 검은 태양 시설 내부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은데.
지휘관: 물론 가능하지만 하나 더 상의할 게 있어.
지휘관: 이 실험장은 현지 세력의 전력이 빈약하고 전선도 너무 길게 늘어져 있어. 컴파일러를 지원군으로 투입할 수는 없을까?
멤피스(META): 검토는 해 봤지만 결론은 안 돼.
멤피스(META): 실은 네 좌표에 이상이 나타난 직후에 바로 지원하러 가고 싶었어!
멤피스(META): 하지만 이렇게 통신은 하고 있어도, 현재 네가 있는 실험장의 정확한 위치를 우리 쪽에서 특정하지 못하고 있어.
멤피스(META): 어쩌면 하이어로팬트가 뭔가 특별한 위장 수단을 사용했을지도 몰라…….
멤피스(META): 아무튼 우리로서는…… 으음, 해석하려고 해도 시간이 걸려.
지휘관: ('탑'의 권한을 잃어버렸으니 지원을 보내는 것조차 어려운 건가…….)
지휘관: 알겠어. 이쪽 전황은 아직 괜찮으니까 걱정 마.
멤피스(META): 응!
----
이틀 후, 엘베 META가 지원군을 데리고 나타났다. 우리는 그녀에게 정화가 완료된 방어선을 인계했다.
그 후 우리는 브란덴부르크를 향해 나아갔다.

랭스시――
쾰른시――
마인츠시――
마그데부르크시――
브란덴부르크――

마인츠시에 도착하자 호화로운 환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쾰른(META): 여러분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드디어 만나 뵙게 되었군요.
퀼른(META): 저는 제국의 섭정이자 선제후인 쾰른이라고 합니다. 신성총련제국을 대표하여 여러분께서 제국에 제공한 원조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같은 쾰른이라고는 해도 화려한 영접용 예복을 몸에 두른 그녀는, 기억 속의 모습과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지휘관: 반가워. 브란덴부르크까지는 가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쾰른(META): 그렇습니까? 저는 오히려 쾰른시까지 직접 마중을 나갈까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쾰른(META): 여러분의 도착은 저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또한 저희의 희망을 짊어지고 계시기도 하니까요. 이쪽에서 먼저 찾아뵙는 것이 도리겠지요.
지휘관: 제국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쾰른이라고 레겐스부르크가 그랬어.
지휘관: 여기 오기 전까지 만난 사람들은 다들 우리의 존재에 대해 놀라워했는데, 너는 침착해 보이네.
지휘관: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줄 거라 믿어.
쾰른(META): 네. 계속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러니 우선 대성당으로 자리를 옮기시죠.
쾰른(META): 그리고 침착해 보인다고 말씀하셨지만, 저 역시 의외로 놀랐던 점도 있답니다.
쾰른(META): 여러분의 명단을 처음 받았을 때, 저는 마인츠야말로 제가 소환한 '등림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쾰른(META): 이제 와서 보니 그녀는 그저 함께 휩쓸렸을 뿐이겠죠.
쾰른(META): 정말 중요한 인물은 단연 지휘관님, 당신일 테고요.
지휘관: 응? 그건 무슨 말이야?
지휘관: 나 말고도 클레망소나 오이겐 같은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가진 동료들도 있는데……?
쾰른(META): 다른 분들은 함선이시니 싸울 수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쾰른(META): 그러나 당신은 다르죠.
쾰른(META): 함선을 소환하는 의식에서 함께 소환된 일반인……. 그가 과연 정말로 평범한 '일반인'일까요?
쾰른(META): 이미 대성당에 의식 준비를 모두 마쳐 놨습니다.
쾰른(META): 성인 맹약서에 따르면 선제후의 지위는 순위를 통한 계승 외에도 '선제후 인증 의식'이라는 또 다른 방식이 있다고 합니다.
쾰른(META): 의식을 통해 인증을 받으면 함선이라도 선제후가 될 수 있으며, 심지어 7명 이상을 임명해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쾰른(META): 물론 이 의식을 거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교황 소환 의식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등림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쾰른(META): 우선은 간단한 검증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12. 선제후 인증 의식

마인츠시
대성당
잠시 후
마인츠: 이걸로…… 된 건가?
대성당 안. 마인츠는 쾰른이 준비한 수많은 촛대 사이에 서 있었다.
쾰른(META): 네. 거기 서서 마음으로 느껴 보세요.
마인츠: ……구체적으로 뭘 '느껴야' 하지?
쾰른(META): 이 장소, 당신의 이름이 가진 유래, 그 안에 담긴 의미, 그리고 그것이 짊어진 기대를 느껴 보세요.
쾰른(META): 신의 이름으로, 당신이 무언가를 얻기를 바랍니다.
쾰른은 마지막 준비를 마치고 내게로 걸어왔다.
지휘관: 나는 뭘 하면 돼?
쾰른(META): 성인 맹약서에는 '등림자'가 해야 할 구체적인 사항은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쾰른(META): 당신은 그저 의식의 자리에 서 계시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지휘관: 그냥 여기 서 있기만 하면 된다고……?
나는 고개를 들어 대성당 내부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이곳의 시대상에 맞는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긴 했지만, 이 대성당은 아무래도 어떤 거대한 기계 장치의 껍데기인 것 같았다.
지휘관: (아마 이것도 하이어로팬트가 남긴 시설이겠지…….)
지휘관: (안정성은 문제없겠지……?)
쾰른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대성당에는 나와 마인츠 둘만 남겨졌다.
조명이 켜짐과 동시에 대성당 내부 어디선가에서 웅장한 제창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의 영향 때문인지 마인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지휘관: 이건……?
빛이 허공에서 솟아나 세상을 가득 채웠다――
----
소피아: 역사상 실제로 건조된 적 없는 함선은 당연히 일반 대중의 집단 인식 속에 고유한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소피아: 그러한 존재를 멘탈 큐브를 통해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소피아: 우선 그 설계도를 완성하고, 실제로 건조할 수 있을 정도의 상세한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소피아: 그 후――그 개념에 이미지를 고정시킵니다.
소피아: 동형함이 실제로 건조되었다면 경우라면 조금 더 쉽습니다. 실재하는 동형함을 이용해 그 이미지의 경계를 규정할 수 있으니까요.
소피아: 하지만 동형함조차 존재한 적이 없다면 조금 번거로워집니다.
소피아: 그 경우, 가장 좋은 착안점은 바로 그 '이름'입니다.
소피아: 이름과 그 원형을 연관시킴으로써 인지 및 전파 가능한 구체적인 이미지 생성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소피아: 이것이 현재 우리가 합의한 견해……가 맞겠죠?
안쥬: 그래. 근데 뭐, 나도 좀 생각이 있는데. 만약 이름과 이미지가 한동안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안쥬: 먼저 하나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그것을 이름과 개념적으로 결합시켜서 멘탈 큐브를 통해 탄생시킨다…….
안쥬: 그런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
비스마르크Zwei: 프리드리히, 그 힘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놀랄 것 없어. 특별계획함으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을 뿐이야.
----
쾰른(META): 이 장소, 당신의 이름이 가진 유래, 그 안에 담긴 의미, 그리고 그것이 짊어진 기대를 느껴 보세요.
쾰른(META): 신의 이름으로, 당신이 무언가를 얻기를 바랍니다.
----
지휘관: 방금 안쥬와 소피아가 나눈 대화는…… 계획함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론적 토대인가……?
지휘관: 이름이 없다면 이름을 연결하고…… 의미가 없다면 의미를 부여한다…….
지휘관: 이름이 짊어진 의미…… 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지휘관: 그런 거였군……. 이게 바로 이 의식의 본질이야!
지휘관: 이것이 특별계획함 프로젝트의 본질……!
그렇다면 선제후 인증 의식은 성공하고, 마인츠 역시 한층 더 강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이미 교황의 개념과 유일한 정답을 연결해 뒀기 때문에, 교환 소환 의식 또한 성공할 것이 틀림없다.
그 정답이란, 거듭되는 개념의 연계를 통해 스스로의 힘을 축적하고 있는 존재…….
지휘관: 마르코 폴로가 나설 차례다!
~13. 별도 행동

마인츠의 의식이 끝나고, 영감을 얻은 나는 브란덴부르크가 아니라 아비뇽으로 향해 교황 소환 의식을 수행하기로 했다.
아비뇽은 로마에 이어 교황을 대표하는 두 번째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휘관: 전에도 이런 일을 했었던 것 같은데…….

마인츠시――
스트라스부르시――
교황 소환 의식의 실행 규모는 매우 커서, 여러 도시의 성당과 연계해야 하기 때문에 조율할 사항이 많았다.
그러던 중 괴츠 일행으로부터 제노바 시내에서 '심잠'을 진행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적의 침공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싶다는 것 같았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후우……. 저는 검은 영역을 조사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고 있어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제국의 방벽을 약화시키면서까지 감행하는 조사인 만큼, 반드시 그 가치를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프린츠 모리츠: 적의 공격 방향을 조사하는 건 우리한테 맡기고, 너는 반드시 의식을 성공해 줘!
U-2501: 잘 진행되기를……<(_ _)>
지휘관: 부디 조심하고, 연락은 상시 유지해.
U-2501: 조심할게……(>w<)

스트라스부르시――
아비뇽――
여정 중에 별다른 일은 없었다.
아비뇽에 도착하자마자 쾰른은 즉시 의식 준비에 착수했다.
이미 시간이 늦은 데다 괴츠 일행의 준비 상황도 확인해야 했기에, 의식은 내일 정오에 거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클레망소는 내내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녁 식사 후, 그녀가 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누자며 나를 초대했다.
지휘관: ……잠시 따로 행동하고 싶다고?
클레망소: 한동안 고민해 봤는데 말야.
클레망소: 의식이 끝난 후에 마르코 폴로를 잔뜩 부려먹을 생각이지?
클레망소: 만약 내가 관여되어 있다는 걸 알면 그 아이의 의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클레망소: 게다가 우리는 이 실험장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클레망소: 이곳의 아이리스는 대부분 검은 영역에 삼켜졌고, 심판정도 뿔뿔이 흩어져 버렸잖아……. 그래서 나는 그쪽 업무를 인계받아 심판정을 재편하고 싶어.
지휘관: 하지만 네 일차적 목적은 그게 아니잖아?
지휘관: 교국 성도에 있는 자료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으니 한시라도 빨리 조사하러 가고 싶다…… 맞지?
클레망소: 후훗. 역시 지휘관에게는 숨길 수 없다니까.
클레망소: 그래. 네 말대로야.
지휘관: ……자신 있어?
클레망소: 절대적으로 자신 있지.
지휘관: 알제리와 라 갈리소니에르를 데려가. 내 쪽 방어 전력을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클레망소: 그럼 지휘관의 호의에 기꺼이…… 아니, 배려해 줘서 고마워~
클레망소: 나중에 다시 보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14. 교황 소환 의식
DOLYL AOLYL PZ SPNOA, AOLYL PZ ZOHKVD(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가 있으며)
DOLYL AOLYL PZ ZOHKVD, AOLYL PZ SPNOA(그림자가 있는 곳에는 빛이 있다)
ADV ZPKLZ VM VUL JVPU(한 동전의 양면)
DOLU VUL MHPSZ, AOL VAOLY MSVBYPZOLZ(한쪽이 쇠하면, 다른 쪽이 번성한다)
----

눈에 들어온 것은 끝없는 순백이었다.
지휘관: 대성당에서 의식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텐데, 어느 새에…….
제창도 들리지 않았고, 빛이 분출되는 현상도 관찰할 수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 끝없는 순백의 공간에 있었다.
→ ……하이어로팬트?
→ ……마르코 폴로?
순백의 공간은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귀를 기울여 봐도, 순백의 내부는 조용할 뿐이었다.
나는 주변을 관찰했지만, 순백의 공간 속에는 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지휘관: 설마 의식이 실패한 건가……?
지휘관: 그럴 리 없을 텐데…….
지휘관: 의식이라고 해 봤자 어차피 하이어로팬트가 남긴 인증 절차잖아……?
지휘관: 절차를 틀렸다고 한들 반응이 없을 뿐일 텐데…….
지휘관: 하지만 이 상황은…….
지휘관: 응……? '아래'에…….
순백 속에 아무것도 없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지금 단단한 평면 위에 발을 딛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앞으로 걸어가 봤지만, 곧 지나칠 수 없는 '벽'에 부딪혔다.
지휘관: 순백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벽이 숨겨져 있다…… 미궁인가……?
지휘관: 하지만…… 길도 보이지 않고 벽의 경계마저 불명확한 미궁을 대체 어떻게 돌파하라는 거지…….
지휘관: …….
지휘관: ………….
지휘관: ……………….
지휘관: 훗…….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군.
지휘관: 너는 움직일 수 없지만, 그 대신…… 내가 답을 구하면 반드시 응답해 준다, 맞지?
지휘관: 하이어로팬트, 마르코 폴로가 있는 곳을 알려줘.
나는 이 끝없는 순백을 향해 답을 구했다.
그러자――마르코 폴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 이게 누구야, 지휘관이잖아! 이렇게 빨리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마르코 폴로: 역시 내가 없으면 세계도 돌아가지 않는 법이지!
마르코 폴로: 그래! 사정은 다 알고 있어! 실험장 ES-40111로 가서 교황의 이름으로 그 세계를 구하면 되지?
마르코 폴로: 그런 대활약은 안심하고 이 마르코 폴로에게 맡기라고!
마르코 폴로: 어라……. 너 왜 멍하니 있는 거야?
마르코 폴로: 얼른 출발해! 지금 당장 날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단 말야!
----
세계는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다.
순백이 사라지는 그 순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하이어로팬트와 시선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변함없이 조각상처럼 생기가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 눈빛에서 수많은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옅은 찬사, 기대, 그리고――
지휘관: ……일말의… 초조함…?
~15. 심잠 준비

제노바시
성인 동맹군 거점
괴츠 일행
수로를 통해 제노바에 도착한 후, 괴츠 일행은 최고 속도로 성인 동맹군 거점으로 달려갔다.
항구 도시인 제노바는 제국의 방벽 덕분에 간신히 일부 근해 구역을 유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곳은 검은 영역의 관찰과 심잠을 실행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며, 궤멸한 사르데냐 동맹의 전력도 많이 집결해 있었다.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설마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이야.
괴츠 폰 베를리힝겐: 네……. 길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예상보다 빨리 돌아온 데다 심잠 축복장은 단 한 장도 챙겨오지 못했습니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정세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최소한 심잠 그 자체의 의의는 선제후분들께서도 인정해 주셨습니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그나저나 카라치올로. 예전에 로마에 있었을 때 '등림자' 의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대체 무슨 의식이죠? ……천국이나 다른 곳에서 '등림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소환하는 의식일까요? '외부의 방문자' 용병단과도 관계가 있나요?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미안하지만 나도 등림자 의식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외부의 방문자' 용병단에 대해서라면… 소문은 들었어.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만약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면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알베르토 다 주사노: 아비뇽이라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요. 그쪽에서 의식이 끝나면 적당한 구실을 대서 여기로 와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그건 안 돼.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만약 교황 소환 의식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쾰른은 최대한 빨리 대관식 준비를 추진할 테니까.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그렇게 되면 제노바가 아니라 브란덴부르크로 향하겠지.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다만 반드시 만나야겠다면…… 기회는 만들어 볼게.
알베르토 다 주사노: 아하하……. 역시 중요한 일부터 먼저 끝내도록 해요!
알베르토 다 주사노: U-2501, 심잠용 보호 의식 준비는 이미 다 마쳤어요.
알베르토 다 주사노: 언제 입수할 건가요? 그리고 얼마나 깊이 들어갈 건가요?
U-2501: ……한계까지.
U-2501: 추측을 확인해 보고 싶어…….
알베르토 다 주사노: ……추측?
괴츠 폰 베를리힝겐: 이번 여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얻었답니다. 아무래도 심잠 축복장을 사용해 검은 영역에 들어가면 제국의 방벽이 약해지는 모양이에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그래서 U-2501은 검은 영역에서의 실제 경험과 연관지어, 검은 영역과 제국의 방벽이 어쩌면 동일한 힘의 양면성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세웠어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선의 심상이 방벽을 형성하고, 악의 심상이 검은 영역을 형성하는 건 아닐까 하고요.
괴츠 폰 베를리힝겐: 따라서 적이 처음 나타났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것을 '악의의 그림자'라고 부르고 있었죠.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로마에 있었을 때 그런 가설을 들은 적이 있어.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하지만 이래서야…… 악의 심상이 너무 강하고, 선의 심상은 지나치게 약해.
프란체스코 카라치올로: 선과 악의 마음 크기가 이 정도로 차이가 날 리가 없는데…….
U-2501: 악의는…… 반드시 나쁜 생각만을 뜻하는 게 아냐……. 부정적인 감정도 포함되어 있을지도 몰라……. "전황이 악화되면 절망이라는 부정적 감정도 증폭되는 법이라구! <(_ _)>“
U-2501: ……그래도…… 확실히 격차가 너무 커…….
U-2501: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실증이 필요해. "밤을 새워서라도 조사하고 싶어… っ ̯-“
Z15: 아, 안 돼 안 돼! 피로한 상태로 잠수하는 건 좋지 않아!
Z14: 밤에는 위험해……. 역시 낮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U-2501: ……알았어. "검은 영역 안이라면 낮이든 밤이든 똑같지만 っ ̯-“
~16. 계획 있음

아비뇽시
대성당
의식이 끝난 후
하이어로팬트의 협력으로 교황 소환 의식은 무사히 종료되었다.
마르코 폴로는 참으로 기묘한 원리를 통해 아비뇽 대성당에 나타났다. 마치 실험장θ 때의 상황 같았다.
당당하게 등장한 그녀는 이곳이 로마가 아니라 아비뇽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지휘관: (하이어로팬트가 그녀를 이곳으로 보내기 전에 무슨 정보를 줬을까…….)
지휘관: (설마 '검은 영역이 나타나 종언에 이른다'라는 식의 성가만 들려준 건 아니겠지…….)
의식이 끝나자 쾰른이 즉시 대성당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마르코 폴로에게 대관식 준비를 위해 브란덴부르크로 돌아갈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 이 세계는 상징과 의식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우선 의식의 절차부터 파악해야 하지 않겠니?
마르코 폴로가 손을 흔들자 대성당 지하에서 제단이 솟아올랐다.
마르코 폴로: 성인 맹약서의 원본이라…… 로마에서 용케도 회수해 왔네.
마르코 폴로: 우선 교황인 이 몸이 찬찬히 훑어본 다음에 앞으로의 일을 결정하도록 하겠어.
쾰른(META): 성인 맹약서라면 브란덴부르크에도 있습니다만…….
마르코 폴로: 그건 사본이잖아? 내가 찾는 건 '원본'이야.
마르코 폴로: 사본과 원본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마르코 폴로: 예를 들면 이 페이지에 있는 무늬 말인데, 사본에도 제대로 똑같이 옮겨 그려 놨어?
쾰른(META): ……무늬 말입니까?
쾰른(META): 혹시…… 이 무늬가 무슨 암호라는 말씀이신가요!?
마르코 폴로: 당연하지.
마르코 폴로: 원본의 가치는 바로 그런 데 있는 법이야.
마르코 폴로: 하아……. 내 충실한 조수 라파엘로가 여기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마르코 폴로: 뭐, 오이겐으로 그럭저럭 만족할 수밖에 없곘네.
프린츠 오이겐: 어머? 나를 고작 대타로 취급하는 거야?
프린츠 오이겐: 이렇게 얕보인 건 오랜만이네.
마르코 폴로: 얕본다고? ……의식을 집행할 조수가 필요한데, 네가 적임자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
프린츠 오이겐: 글쎄……. 틸레라면 열심히 배우려 하지 않을까~?
Z2: …….
쾰른(META): ……의식을 준비하시는 겁니까? 실례지만 어떤 의식이죠?
쾰른(META):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즉시 브란덴부르크로 돌아가 대관식을 거행하는 것입니다.
마르코 폴로: 하아, 그렇게 서두르지 말라니까……. 왕관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건 인선이야.
마르코 폴로: 대관식이라고 해도 무에서 황제를 창조해 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애초에 적임자는 있어?
마르코 폴로: 제대로 된 적임자가 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공석으로 방치되지는 않았겠지…….
쾰른(META): ……역시 안 되는 걸까요.
쾰른(META): 그 말이 맞습니다……. 성직 선제후에게는 피선거권이 없고, 세속 선제후과 대귀족들에게도 합의를 얻지 못했습니다…….
마르코 폴로: 그치? 조급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일단 진정하라고.
지휘관: ……질문이 하나 있는데, 그 '상징'이라는 것만 맞으면 함선도 황제가 될 수 있어?
쾰른(META): 그렇습니다만, 실제로 인정받는 것은 극히 어렵습니다…….
지휘관: 그럼 교황 소환 의식과 마찬가지로 직접 '황제'를 소환하는 건?
지휘관: 가령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라든가?
쾰른(META):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성인 맹약서의 명부에 그런 이름의 함선은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휘관: ……명부?
지휘관: 이 세계에서는 함선이 구현되기 전에 명부에 적혀 있는 거야?
쾰른(META): 그렇습니다. 이 비밀을 아는 자는 극소수지만요…….
쾰른(META): 다만…… 마인츠와 마르코 폴로라는 이름도 명부에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쾰른(META): 황제의 이름 중에서도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프리드리히 1세, 2세, 아니면 3세입니까?
지휘관: ……아마 프리드리히 2세였을 거야.
프린츠 오이겐: ……응?
마르코 폴로: 풉…….
쾰른(META): 프리드리히 2세의 이름이라면…… 인증에는 문제가 없겠네요.
쾰른(META): 다만 황제 소환 의식은 맹약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아서…….
지휘관: 괜찮아. 나와 마르코 폴로가 어떻게든 해 볼게. 마르코 폴로, 문제없지?
지휘관: 그나저나 아까는 갑자기 왜 웃은 거야?
마르코 폴로: 아, 별거 아냐. 그냥 재밌는 게 떠올라서!
마르코 폴로: 프리드리히라면 아주 좋지! 소환 의식은 내게 맡겨!
마르코 폴로: 훗훗훗……. 프리드리히라면 내 계획에도 제격이니까…….
지휘관: ……무슨 꿍꿍이지?
마르코 폴로: 아냐. 아까 성인 맹약서의 비문 부분을 조사하다가 황제 소환 의식과 비슷한 의식을 발견했거든.
마르코 폴로: 다만 이 의식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 아까 의식 준비를 하겠다고 한 것도 먼저 이 전제 조건을 달성하고 싶어서였어.
지휘관: ……설마 처음부터 이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마르코 폴로: 그, 그런데?
지휘관: ……그래서 전제 조건이라는 게 뭔데?
마르코 폴로: 우선 시칠리아 왕국이 필요해!
지휘관: ……왜?
쾰른(META): 시칠리아 왕국…….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지휘관: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는데…….
마르코 폴로: 신경 쓰지 마~ 때가 되면 알게 될 테니까.
마르코 폴로: 날 여기로 부른 건 내 지식이 필요해서잖아? 그럼 내 판단을 믿으라고!
마르코 폴로: 아무튼 황제 소환 의식에는 시칠리아 왕국이 필요해.
마르코 폴로: 하지만 시칠리아 왕국은 현재 검은 영역에 삼켜진 상태지. 그런데 검은 영역의 침식을 이겨내려면 먼저 대관식을 거행해야 하고…….
마르코 폴로: 이거 완전 외통수잖아?
지휘관: ……듣고 보니 그러네.
마르코 폴로: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말씀!
마르코 폴로: 실험장 ES-131618, 즉 사르데냐 동맹이 있는 실험장에서는 아펜니노 반도는 멀쩡하고, 섬 외부 영역만 결손되어 있었어.
마르코 폴로: 이 실험장과 정확히 '상호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지휘관: ……'상호 보완?
지휘관: 설마 두 실험장을 연결하겠다는 거야?!
마르코 폴로: 정답~!
마르코 폴로: 세계 연결 의식을 사용해 두 실험장을 연결해서 서로 보완하고, 하나로 합치는 거야!
지휘관: 그……런 게 정말 가능해?
마르코 폴로: 흐흥. 성인 맹약서에는 그렇게 나와 있다고.
마르코 폴로: 너희는 검은 영역에 대항할 힘이 부족한 거잖아?
마르코 폴로: 사르데냐 동맹은 다 내 편이니까, 이렇게 연결하면~ 짜잔!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이 한 번에 확 커지잖아!
마르코 폴로: 애초에 영원의 도시에 앉지도 못하는 교황이 무슨 놈의 교황이야!
마르코 폴로: 어때? 나 진짜 천재지!!!
지휘관: …….
지휘관: (특이점처럼 실험장을 잇는 통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두 실험장의 공간 일부를 겹친다고……?)
지휘관: (둘 다 하이어로팬트의 실험장이니, 어쩌면 그녀가 건설한 시점에 무언가 기저 설계를 해뒀을 수도 있어…….)
지휘관: (아니면 더 고도의 인공 특이점 기술일지도…….)
지휘관: ………….
지휘관: ……어떤 상황이라고 해도 이런 미친 계획에는 동의할 수 없어.
지휘관: 하지만 하이어로팬트가 너를 믿고 있으니, 나도 너를 믿겠어.
지휘관: ……자신 있어?
마르코 폴로: 걱정 마. 절대적으로 자신 있으니까.
지휘관: 그럼 마음대로 해 봐.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 프린츠 오이겐, Z2, 둘 다 따라와! 세계 연결 의식 준비를 시작하자!
~17. 검은 영역
검은 영역 내부 ???
???
U-2501은 홀로 칠흑 같은 심연 속을 잠항하고 있었다.
남들에게는 구분조차 되지 않는 칠흑일지라도, 그녀의 눈에는 색다른 빛깔을 띄고 있었다.
U-2501: (심연은…… 잠항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변화하는 것 같아.)
U-2501: (처음에는 전혀 분간할 수 없었지만, 그 다음에는 희미한 색이…… 그리고 지금은 또렷하게 보이게 됐어.)
U-2501: (자흑색, 청흑색, 적흑색……. 역시 검은 영역은 무수한 악의로 이루어져 있어.)
U-2501: (저 적들도…….)
U-2501: (외견은 같아도, 구성된 악의의 근원이 달라…….)
U-2501: (게다가…… 검은 영역으로 회귀하고 있어…….)
U-2501: (그래서 아무리 쓰러트려도 끝이 없는 거구나……. 곤란하네…….)
이번에는 심연 속의 색채가 선명했다. 암류도 확실하게 보였기에 U-2501의 잠항은 순조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예전 조사 때 도달했던 최심부에 이르렀다.
U-2501: (아직 여력이 남아 있는데…….)
U-2501: (조금 모험을 해 볼까……?)
U-2501: (……어라? 아래쪽에 유독 거대하고 새까만 덩어리가…….)
U-2501: (게다가……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어……?!)
U-2501: (저건…… 대체!)
----
검은 영역 ???
아이리스 교국 옛 영토
아비뇽을 떠난 후, 클레망소는 랭스로 돌아가지 않고 신성총련제국의 국경 방벽을 빠져나와 곧장 검은 영역으로 들어갔다.
클레망소: "심판 아래에서 길을 지켜보리라.“
하늘에 걸린 검은 태양이 사악함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클레망소: 의장에 통합된 제3세대 검은 태양 시스템……. 실험장 환경…… 검증 성공…….
클레망소는 유연하게 데이터를 기록한 뒤, 먼 곳을 올려다봤다.
클레망소: 검은 영역이 대지를 침식한 탓에 바다가 여기까지 넓어졌네. 뭐, 덕분에 파리로 가는 길은 아주 편해졌지만 말야.
클레망소: 알제리, 라 갈리소니에르. 제3세대의 느낌은 어때?
알제리(META): ……그 어느 때보다 몸이 가볍게 느껴져.
알제리(META): 제2세대 때도 부작용은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승격'이 지속되면 날뛰고 싶은 충동이 간섭하곤 했거든.
알제리(META): 지금은 그런 감각이 전혀 없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나도 그래!
라 갈리소니에르(META): 힘과 함께 샘솟던 복잡한 감정들이 완전히 사라졌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뭐라고 할까……. 그러니까 META화의 힘이…… 더 순수해진 느낌?
클레망소: 역시…… 이곳의 환경은 평범하지 않아.
알제리(META): 그게 무슨 말이야……?
클레망소: 3세대가 2세대에 비해 달라진 점은 의장과의 통합 여부뿐이야.
클레망소: 그 외의 부분에 변화가 있다면…… 전부 검은 영역이라는 환경에 의한 영향이지.
클레망소: 어쩌면…… 실험장 전체가 거대한 '검은 태양'이고, '검은 영역'은 그 상징을 나타내는 표현에 불과할지도 몰라…….
클레망소: 알제리, 라 갈리소니에르. 이 '승격' 의식의 기술적 본질을 알고 있어?
알제리(META): 본질……. 오리진 큐브의 조사(照射)를 이용해 META화를 자극시키는 거 아냐?
클레망소: 후후후. 1세대 때조차 장치를 사용할 때는 특정 문구를 읊어야만 했어.
클레망소: 오리진 큐브가 조사하는 대상은 '너'라는 실체가 아니라, 네 '이름'의 상징이야.
클레망소: 지금 '승격'을 정지해 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함께 지켜볼까?
라 갈리소니에르(META): 알았어, 해 볼게!

라 갈리소니에르: '승격' 해제 완료…… 엥, 누구야?!

라 갈리소니에르(META): ………….

알제리: 내 옆에도 나타났어……. 이 아이는… 내 그림자인 걸까?

알제리(META): ………….
클레망소: 이게 바로 '승격'의 본질, 너희가 빌려 쓰고 있는 힘의 근원이야.
라 갈리소니에르: 그러니까……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실험장의…… META화된 자기 자신의 힘을 빌려 쓰고 있었다는 거야?
라 갈리소니에르: 왠지 못된 짓을 하고 있는 기분인데…….
클레망소: 걱정할 필요 없어. 빌리고 있는 상대는 '실체'가 아니라 '상징'에 불과하니까.
쿵――――!
거대한 충격과 함께 검은 태양 위로 선명한 균열이 생겼다.
알제리: 클레망소, 뭔가 거대한 게…!
라 갈리소니에르: 저건…… 검은… 탑?
클레망소: 탑…….
클레망소: ……큰일이네. 조사 작전은 일시 중단이야. 즉시 철수하자!
~18. 긴급 시동
신성총련제국. 상공
심판호 내부
하이어로팬트의 실험장에서 마르코 폴로를 데리고 있으니 확실히 든든했다.
그녀가 실험장 내 일부 설비를 가동하자, 신의 수로 연선에 갑자기 공항이 모습을 드러냈다.
덕분에 심판호의 비행기 형태를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연결 의식을 거행하기로 결정한 후, 마르코 폴로는 의식 장소를 신성총련제국의 아펜니노 반도 최남단 도시, 피렌체로 정했다.
그러나 심판호가 제노바 상공에 도달한 바로 그때, 제국 방벽 밖에 있는 검은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멤피스: 지휘관, 검은 영역 내부에 거대한 원기둥 모양의 물체가 출현했어. 게다가 계속 상승 중이야!
멤피스: 영상을 보낼게――

좌석 앞 디스플레이에 하부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이 비쳐졌다.
그러나 디스플레이를 보지 않더라도, 비행기 창문 너머로 계속 높아지는 거대한 물체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 관찰한다
심판호의 보호 배리어와 신성총련제국의 방벽 너머, 계속해서 상승하는 원기둥 모양의 물체에 시선을 집중했다.
지휘관: 하늘을 찌를 듯한 검은 탑…….
지휘관: ……아니, 얼핏 검게 보이지만 다양한 색상의 무늬가 겹쳐져 있어.
무늬는 시시각각 변화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뇌리에 '차징 파일'이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헬레나: 지휘관, 괴츠에게서 연락이 왔어…. 검은 영역의 심연에서 거대한 물체가 상승하고 있대…….
헬레나: ……우리가 보고 있는 물체와 같은 것 같아…….
마르코 폴로: 안 돼 안 돼……. 저건 다음 페이즈에 진입했다는 상징이라…… 상황이 악화될 거야!
마르코 폴로: 지휘관, 어서 괴츠의 동료가 아직 물속에 있는지 확인해줘!
마르코 폴로: 만약 아직 있다면 그대로 귀항하지 말고 물속에서 날 기다리라고 전해!
지휘관: ……물속에서 기다리라니? 왜지?
마르코 폴로: 정식으로 절차를 밟을 시간이 없어. 지금 당장 여기서 의식을 거행해야 해!
마르코 폴로: 아쉽네……. 프린츠 오이겐이랑 Z2를 잔뜩 부려 먹고 싶었는데……. 이제 나 혼자 어떻게든 하는 수밖에!
마르코 폴로: 얼른 해치를 열어! 이대로 뛰어내릴 거야! 최단 거리로 검은 영역에 진입해서 U-2501과 함께 세계 연결 의식을 완성하고 올게!
지휘관: ……마르코 폴로. 지난번에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마르코 폴로: ………….
마르코 폴로: 지금은 기합이 필요할 때야! 옛날 얘기는 꺼내지도 마!
마르코 폴로: 내 낭보를 기다리고 있으라고!
마르코 폴로: 간다――!
~19. 세계 연결 의식
검은 영역 내부. ???
???
긴급 연락을 받은 U-2501은 부상하지 않고 홀로 어둠 속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부드러운 빛을 느꼈다.
U-2501: ……이런 곳에 빛이?

마르코 폴로: 어이~ 들려?
빛과 함게 나타난 것은 흐릿한 사람의 그림자였다.
U-2501: 당신은…… 신임 교황, 마르코 폴로?
U-2501: 왜…… 투명한 거야?
마르코 폴로: 그야 당연히 너와 함께 의식을 완성하기 위해 빛이 되었으니까!
U-2501: ……의식을 완성한다고…?
마르코 폴로: 그래. 이 의식에는 조수가 필요해. 누군가가 개념 닻을 박아 넣어야 하거든!
U-2501: 개념 닻……이 뭔데? ……어디에 있어?
마르코 폴로: 개념 닻은 바로 이 빛을 말하는 거야. 자, 지금부터 네가 직접 보고, 직접 듣는 거야.
순간 빛 속에서 닻줄 같은 것이 나타나더니, 묵직한 충돌음이 들렸다.
마르코 폴로: 이 빛이 개념 닻이야. 빛을 따라서 아래로 잠수해 이 닻을 최심부까지 인도해줘!
마르코 폴로: 이건 전 세계의 존망이 걸린 일이야. 할 수 있지?
U-2501: 그냥 계속 잠수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
U-2501: 알겠어, 맡겨줘…….

U-2501은 홀로 심연을 향해 나아갔다. 현재 심도는 진작에 과거의 기록을 넘어선 상태였다.
빛은 끊임없이 어둠을 몰아내 주고 있었지만, 형체 없는 공포가 서서히 목을 조여 왔다.
'얼마나 더 내려가야 끝나지?‘
'빛이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돌아갈 때는 어떻게 하지?‘
'정말 돌아갈 수 있기는 한 걸까?‘
'너는 버려진 거야!‘
'이건 음모야! 배신이라고!‘
U-2501: ……나쁜 생각.
U-2501: ……검은 영역이 보여주는 환각이야.
U-2501: ……이런 걸로 동요하지 않아.
한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일 년……백 년?
시간은 흐려져 가고, 얇은 빛의 막으로 격리된 바깥에서는 심연이 점점 더 무거운 중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 빛의 막은 너무나도 약해서, 마치 금방 부서져 곧바로 죽음이 닥칠 것만 같았다.
'전부 진작에 끝났는데, 대체 뭘 위해 버티고 있는 거야?‘
'이런 무의미한 짓은 얼른 포기해!‘

U-2501: ……나쁜 생각……저쪽도 조급해지기 시작했어.
U-2501: 심잠을 선택한 건…… 너를 알고, 너를 쓰러트리기 위해서야.
U-2501: 겨우……이 기회를 잡았어.
U-2501: 너는 수많은 동료를 집어삼켰지……. 더는 그렇게 두지 않겠어…….
U-2501: 반드시 끝까지 해낼 거야…….
U-2501: 빛이 완전히 어둠을 몰아낼 때까지…….
U-2501: ……승리가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심연의 아래에서 찾아온, 두 번째 빛이었다.
빛은 서서히 퍼져나가면서 하나의 경계선을 만들었고, 수중과 수면의 사이를 다시 갈라놓았다.
새로운 수면 위에는 빛으로 가득 찬 세계가 우뚝 솟아 있었다.
신세계――
그것은 사르데냐 동맹의 세계였다.
~20. 간섭

신성총련제국. 상공
심판호 기내
마르코 폴로의 행동은 신속하고도 효과적이었다.
그녀가 기내에서 뛰어내린지 고작 5분 남짓 지났을 무렵, 세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눈부신 빛이 검은 영역에서 뿜어져 나와 아펜니노 반도 전체의 윤곽을 어렴풋이 그려냈다.
지휘관: 의식은 순조롭나 보군…….
나는 시선을 집중해 먼 곳의 빛을 바라봤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나 또한 빛 속에 있었다.
끝없는 순백 속에서 흐릿한 사람 그림자 세 개가 보였다.

????: ▇▆▆▇▆▆▆▆▇

???: ▆▇▆▆▆▆▇▇▆

???: ▇▆▇▆▆▇▆▆▇▆
지휘관: 하이어로팬트, 데빌……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누구지?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
아비터 데빌XV: ▆▆▆▇▇▆▆▇▆▆▇▆▆▇▆
???: ▆▇▇▆▆▆▆▇▇▆▆▆▇▆
지휘관: 뭘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
지휘관: 하이어로팬트는 내게 정보를 전하고 있을 텐데…… 왜 대화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지?
???: ▆▇▇▆▆▆▇▆
???: ▆▇▇▆▆▆▆▇▆▆▆▇▇▆
???: ▆▇▇▆▆▆▇▆▆▇▆▇
지휘관: ……내게 말을 걸고 있는 건가?
지휘관: 누구야……. 대체 뭘 말하려는 거지?
눈앞의 그림자들을 관찰하려 시도했으나, 갑자기 공간에 격렬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굉음은 공중에 떠 있는 빛의 덩어리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태양보다도 눈부신 광휘가 내 오감을 방해하며 더 이상 관찰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
세계가 산산조각 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심판호 내부로 돌아와 있었다.
아펜니노 반도는 점점 더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계속 관찰해도 방금 전의 환상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지휘관: ……뭔가가 나를 방해하고 있어.
지휘관: ……대체 뭐지? 하이어로팬트의 초조한 마음은 그것과 관계가 있는 건가……?
'스토리 및 관련 글 > 메인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성인 전의 동맹 下 (1) | 2026.06.01 |
|---|---|
| 회점의 전조 (0) | 2026.05.16 |
| 천궁에 울리는 노래 F (1) | 2026.01.17 |
| 천궁에 울리는 노래 (0) | 2025.12.23 |
| 새로운 세계로 (1) | 2025.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