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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클렌부르크 캐릭터 스토리 ~붉은 달 아래 영야의 계약

킹루클린 2026. 5. 13. 03:42

붉은 달 아래 영야의 계약

 ~01. 헥세의 계약 선언
모항. 해안

해가 저무는 가운데 황혼녘의 바람이 바다 안개를 걷어내자, 먼 수평선 너머로 옅은 비취색 안개가 서서히 퍼져 나갔다.
오늘의 업무를 마치고 집무실을 나서자 독특하고 리드미컬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메클렌부르크: 지휘관――! 드디어 찾았다!

하늘거리는 치맛자락 끝에 푸른 잎사귀 몇 장을 매단 메클렌부르크가 어스름을 뚫고 나타났다.

지휘관: 메클렌부르크?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메클렌부르크: 흐흥~ 늦다니? 밤을 다스리는 마녀에게는 만물이 잠든 시간이야말로 기적이 깨어나는 순간이라고!

가볍게 한 걸음 다가서며 메클렌부르크는 일부러 턱을 들어 나를 내려다봤다. 서로 다른 색의 눈동자가 흥분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메클렌부르크: 잘 들어, 지휘관! 지금 이 순간, 마녀의 이름으로 선언하겠어――
메클렌부르크: 심혈을 기울여 만든 '궁극 비행 장치'가 붉은 달이 강림하기 전에 마지막 창조의 문을 넘어섰어!

지휘관: 궁극 비행 장치?

메클렌부르크: 그래! 중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고고한 별바다와 영원한 밤의 경계를 넘나드는――나의 몽환적인 애기(愛機)!
메클렌부르크: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말을 길게 끌며 검지손가락을 세워 입술 앞에서 흔들었따.

메클렌부르크: 이렇게 위대한 창조물을 호락호락 보여줄 것 같아?
메클렌부르크: 오늘 밤 떨오리는 것은 붉은 달…. 즉 밤의 마녀의 마력이 가장 고조되는 시간!
메클렌부르크: 그러니까 결정했어. 오늘 밤, 우리만의 '계약의 의식'을 집행할 거야!

지휘관: 어쩐지 그럴싸한걸.

메클렌부르크: 흐흥~ 지휘관, 이 의식은 마력의 원천! 그리고 너는 의식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야.

지휘관: 나도?

메클렌부르크: 당연하지! 너를 힘과 영원한 궤적을 나와 공유하는 '영야 계약의 마왕'으로 임명하겠어!

지휘관: 저기, 그 '영야 계약의 마왕'이라는 건…… 무슨 역할이야?

메클렌부르크: 아주 많지!
메클렌부르크: 고대의 마도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마왕'의 위광과 '마녀'의 항적이 공명하면 어둠을 가르는 궁극의 힘을 다스릴 수 있다고!
메클렌부르크: 자, 지휘관――너의 대답은?

거절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대감과 아주 약간의 긴장을 눈동자에 머금은 채, 메클렌부르크는 내게로 손을 내밀었다.


→ 좀 재밌어 보이네
지휘관: 좀 재밌어 보이네. 나도 참가할게.

→ 영광이야
지휘관: 마녀에게 선택받아서 영광이야.


메클렌부르크: 다, 다행이다…!

메클렌부르크는 내가 내민 손을 덥석 잡았지만, 힘이 과한 걸 깨달았는지 얼른 놔줬다.

메클렌부르크: 역시 내가 고른 마왕! 놀라운 결단력이야!
메클렌부르크: 그럼 계약의 첫 단계――나와 함께 잊혀진 의식의 땅으로 가자!
메클렌부르크: 어둠에 숨겨진 길에서 헤매지 않도록 해. 나만의 마왕!



 ~02. 어둠의 숲속 음산한 소리
뒷산. 숲의 오솔길

메클렌부르크는 내 손을 꼭 잡고 뒷산 숲으로 향했다.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달빛이 숲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장식했다.
점점 숲속 깊은 곳으로 향했지만 메클렌부르크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지휘관: 오래 전부터 준비했었나 보네.

메클렌부르크: 그럼!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비행 장치를 만들었고, 의식 과정도 수없이 많이 연습했어. 절대 실수하지 않을 거야!

지휘관: 숲을 빠져나갈 준비도?

메클렌부르크: 당연하지! 이건 내 마력을 응축한 '마녀의 빛나는 마음'이야!

메클렌부르크는 자랑스럽게 랜턴을 치켜들었다. 램프 덮개 틈 사이로 따스한 빛이 흘러나왔다.

메클렌부르크: 이게 안개와 어둠의 마법으로 가득한 이 숲에서 우리를 인도해 줄 거야!
메클렌부르크: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내 곁에서 떨어지면 안 돼!

지휘관: 알았어. 발밑 조심하고.

내 덤덤한 반응을 보고 메클렌부르크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갑자기 가까이 다가왔다.

메클렌부르크: ……참. 지휘관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메클렌부르크의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 낮게 깔린 목소리는 어쩐지 기세등등했다.

메클렌부르크: 이 숲에는…… 수많은 '밤의 권속'들이 살고 있어.
메클렌부르크: 내가 없었다면 지나가는 나그네를 그냥 놔두지 않았을걸?

메클렌부르크는 그대로 내 손을 꽉 움켜쥐고 익숙하게 오솔길을 나아갔다.

지휘관: ‘밤의 권속'이 뭐야? 왠지 위험하게 들리는데.

메클렌부르크: 그건…….
메클렌부르크: 갑자기 발밑을 달려 나가는 숲의 정령이기도 하고…… 길을 잃은 유령이기도 해.
메클렌부르크: 그중 일부는 아주 위험해.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힘이 흐트러져서…… 공포의 안개 속에 갇히게 될 거야!

지휘관: (……다람쥐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를 말하는 건가?)

메클렌부르크: 그, 그러니까――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메클렌부르크: 으아아아악――?!

메클렌부르크는 내 팔을 꽉 붙잡고 그대로 내 등뒤로 숨은 채 머리만 빼꼼 내밀었다.

메클렌부르크: 바, 방금 그거 뭐야?

지휘관: ……덤불을 밟았나?

메클렌부르크: …….

메클렌부르크는 보기 드물게 말이 없었다.

메클렌부르크: 흥……. 아, 알고 있었어. 역시 잠재되어 있던 마왕의 힘이 일으킨 공간의 파동이군.
메클렌부르크: 정말이지……. 그렇게 힘을 마구 휘두르다가는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말 거야!

걱정하는 투로 말하면서도 내 소매를 붙잡은 그녀의 힘은 오히려 아까보다 강해져 있었다.
메클렌부르크의 표정은 등뒤에 있어서 볼 수 없었지만, 몸을 밀착하는 그녀의 기척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메클렌부르크: ……어쩔 수 없네. 마녀의 기운이 어지럽혀진 이상, 이제부터는 네가 안내하도록 해.

지휘관: 그러니까…… 나보고 앞장서라고?

메클렌부르크: 그, 그래! 그래도 걱정 마. 내가 뒤에서 방향을 알려 줄 테니까. 이건 계약자로서…… 필요한 협력이야.

그렇게 말하며 메클렌부르크는 이번에는 손을 꽉 잡았다. 밤바람 속에서도 온기가 또렷하게 전해졌다.
굽이진 오솔길을 한참을 걸어가는 동안 랜턴 빛이 짙은 밤의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메클렌부르크: 이제 곧 '옛 마녀가 떠난 땅'에 도착해! 내가 공들여 찾아낸, 완벽한 의식 장소!
메클렌부르크: 지휘관에게…… 아니, '마왕'에게 잊지 못할 최고의 밤을 선사하겠어!
메클렌부르크: 자――바로 저기야!



 ~03. 교차하는 별들의 홀
고성. 홀

마지막 숲을 빠져나오자 고성의 윤곽이 밤안개 속에서 서서히 떠올랐다.
성 안은 널찍했다. 메클렌부르크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현관을 지나 높은 돔이 있는 홀로 나를 안내했다.

메클렌부르크: 지휘관, 봐봐. 여기가 바로 첫 번째, '성궤계합'의 의식을 치를 방이야!

무너진 돔 천장 중앙에는 커다란 균열이 나 있었다. 그 틈 사이로 별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지휘관: 그러니까…… 여기서 별을 구경한다고?

메클렌부르크: 그냥 보기만 하는 게 아니야.

메클렌부르크는 내 손을 잡아끌어 홀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로 등을 맞대고 서는 자세를 취했다.

메클렌부르크: 지금부터 '식별', '접속', '선고'의 의식을 거행한다!

그녀는 손을 들어 밤하늘을 가리켰다.

메클렌부르크: 저기 가장 밝고 붉게 빛나는 별 보여? 저건 '마녀의 적성'――나의 영원한 좌표야.

지휘관: (저건…… 화성인가?)

메클렌부르크: 그 옆을 봐. 깊은 푸른빛을 띤 별……. 저건 '영야의 마왕성'이야. 마왕의 운명의 별이지.

지휘관: (틀림없이 금성이네……. 호오, 오늘은 보기 드물게 합이 일어나는 날인가 보군.)

메클렌부르크: 자, 나의 운명의 마왕이여. 이제 나와 함꼐 두 별의 궤적을 잇자!

메클렌부르크는 무언가 주문을 읊조렸다. 이윽고 밤하늘의 두 별이 천천히 가까워졌다.

메클렌부르크: 자――적성과 마왕성의 궤적이 이 순간, 이 장소에서 하나가 되었어!
메클렌부르크: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계약성궤'야!

메클렌부르크는 몸을 돌려 내 두 손을 꼭 붙잡았다.

메클렌부르크: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의 운명은 저 별들처럼――서로에게 이끌리며 끝없는 밤하늘에서 같은 항로를 공유하는 거야!

그녀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오드아이 눈동자에는 뜨거운 기대가 가득했다.

메클렌부르크: 마왕, 어때?
메클렌부르크: 방금…… 별들의 공명이 연주하는 운명의 선율이 느껴졌어?


→ 그러고 보니 별의 색이……
지휘관: 음… 붉은색과 짙은 푸른색이라서…… 메클렌부르크의 눈동자 같다고 생각했어.

메클렌부르크: ……눈치챘어?

메클렌부르크는 눈을 치켜떴다.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메클렌부르크: 맞아. 마녀의 눈은 원래 가장 특별한 별을 비추는 법이니까.


→ 뭔가 보이지 않는 연결을 느꼈어
지휘관: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유대감으로 연결된 기분이야. 신기하네.

메클렌부르크: 흐흥. 그치?

메클렌부르크는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메클렌부르크: 그건…… 인연이 이어지고 마력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감촉이야…….


지휘관: 말로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뭔가가 마음에 새겨진 기분이야.

메클렌부르크: 마음에 새겨졌다라…….
메클렌부르크: 흐흥~ 역시 지휘관…… 아니, 마왕은 내가 선택한 특별한 존재야.
메클렌부르크: 의식의 도입부는 대성공이야. 이걸로 마왕의 자질도 완전히 깨어났어.

지휘관: 방금 그게 성공인 거야?

메클렌부르크: 마녀의 힘이 그렇게 인도하고 있으니까!

지휘관: 마녀의 힘이라…… 대단하네.

나는 화성과 금성에 대한 말은 꺼내지 않고 적당히 그녀의 분위기에 맞춰 주었다.

지휘관: 그럼 다음엔 어디로 가야할지도 그 마녀의 힘이 알려주는 거야?

메클렌부르크: 크흠――다음은…… 공명한 별들이 우리를 인도해 줄 거야.
메클렌부르크: 자, 다음 의식의 방으로 가자.
메클렌부르크: 마왕이여――운명의 마녀를 잘 따라와!



 ~04. 영혼의 약을 함께 마시자
고성. 옛 실험실

의식의 방을 떠나 메클렌부르크는 옆에 있는 반쯤 열린 나무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썩은 나무 선반과 먼지를 뒤집어쓴 유리 기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중앙에는 의외로 깨끗하게 청소된 실험대가 있었다.

메클렌부르크: 나의 '임시 포션 공방'에 어서 와!
메클렌부르크: 계약의 두 번째 단계――'영혼의 잔 나누기'는 여기서 거행할 거야!

지휘관: 영혼의…… 잔 나누기?

메클렌부르크: 응! 이거 봐!

메클렌부르크는 의미심장하게 윙크를 하며 와인 잔 두 개를 꺼내 실험대 위에 나란히 놓았다.
이어서 그녀는 작은 병 몇 개를 꺼냈다. 빨간색, 호박색, 짙은 푸른색……. 다양한 색의 액체가 병 속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지휘관: 이건……?

메클렌부르크: '영원 계약의 포션'을 조제하기 위한 재료들이야.

지휘관: 이런 수상한 물건들을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메클렌부르크: 어, 몰랐어? 모항에는 마녀의 창고가 있어. 대가를 치르면 고대의 신이 남긴 은혜와 교환할 수 있다구.

지휘관: 그 대가라는 게…… 설마 돈이야……?

메클렌부르크: 정답! 역시 마왕이야. 마녀의 창고의 비밀을 꿰뚫어 보다니……!

지휘관: (자판기 음료수를 병에 옮겨 담았나 보네……. 그러면 마셔도 별 탈 없겠어.)

메클렌부르크: 어흠――포션 조제를 시작할게! 마녀 비전의 기술을 똑똑히 지켜보도록 해!

메클렌부르크는 병 안의 액체를 차례대로 잔에 부었다. 빨간색과 호박색이 뒤섞이고, 심해의 푸른색이 천천히 가라앉으며 잔 밑바닥에 성운이 퍼져 나갔다.

메클렌부르크: 자, 마왕.
메클렌부르크: 고대의 계약에 따르면, 힘과 운명을 공유하는 자는 함께 이 포션을 전부 마셔야 해.

나는 와인 잔을 받아들었다. 그러나 잔 속에서 일렁이는 성운을 보고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메클렌부르크: 계약의 효과를 확실히 하려면……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다 마셔야 해.

지휘관: ……알았어.

메클렌부르크: 나도 같이 마실게.

메클렌부르크는 잔을 들어 올리고 나와 팔을 교차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메클렌부르크의 달콤하고 따스한 향기가 났다.

메클렌부르크: 이 포션을 통해 영야의 맹약을 맺노니――
메클렌부르크: 나의 궤적은 그대와 교차하고, 나의 마력은 그대와 공명할지어다…….

우리는 동시에 내용물을 들이켰다.

지휘관: (윽…….)

새콤달콤한 액체가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왔다. 혀 위에서 거품이 톡톡 터지더니 지나치게 달콤하고 느끼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맛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메클렌부르크: 콜록, 콜록……. 계약은…… 역시 쉽게 되는 게 아니네…….

메클렌부르크는 입을 가리고 작게 기침했다.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 있었다.

메클렌부르크: 마왕? 어때? 뭔가 느껴져? ……마력이 차오르는 감각이라든가, 영혼이 떨리는 느낌 같은 거.
메클렌부르크: 아니면…… 시야가 맑아지면서 눈앞에 있는 어둠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됐다거나?

지휘관: 음……. 특별한 맛이랑…… 약간 뜨거우면서도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 들어.

메클렌부르크: 역시――내가 느낀 거랑 똑같네……! 아무래도 우리 영혼은… 벌써 공명하기 시작했나 봐…!

지휘관: ………….

메클렌부르크: 그럼…… 다음은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의식이야.
메클렌부르크: 고귀한 마왕이여――'인연의 굴레'의 방으로 안내할게!

밤바람이 메클렌부르크의 앞머리를 가볍게 휘날렸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방 안쪽에 있는 문으로 향했다.

 

 

 

 ~05. 인연의 굴레를 걸어라
고성. 의식의 방

우리는 고성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홀에 들어섰다. 높은 창을 통해 쏟아지는 비취색 달빛이 홀을 밝히고 있었다.
홀 바닥에는 거대하고 복잡한 마법진 같은 게 그려져 있었지만, 선이 삐뚤빼뚤해서 어떤 마법진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지휘관: 이건……?

메클렌부르크: 이건 '사랑과 인연의 굴레'를 잇는 궁극의 의식 마법이야! 사흘 동안 열심히 그렸다고!
메클렌부르크: 양옆의 날개는 나를, 중앙의 검은 지휘관을 의미해. 꽤 근사하지?


→ 잘 그렸네
지휘관: 잘 그렸네. 메클렌부르크는 이쪽으로도 재능이 있구나.

→ 센스가 좋네
지휘관: 정말로…… 눈길을 사로잡는 센스인걸.


메클렌부르크: 이 문양이 상징하는 의미는… 나의 날개가 있다면 검은 하늘조차 꿰뚫을 수 있다는 뜻이야!

우리는 손을 잡고 마법진의 중심에 섰다. 붉은 달빛이 만들어낸 두 사람의 그림자가 정확히 날개와 검 문양 위에 겹쳐졌다.

메클렌부르크: 엄청 중요한 의식이니까 절대로 실수하면 안 돼.
메클렌부르크: 이건…… 계약의 궁극적인 증표니까.

메클렌부르크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메클렌부르크: 자, 마왕. '굴레'를 꺼내줘.

그녀는 벨벳으로 장식된 작은 상자를 내 손 위에 올려놨다. 상자 안에는 정교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메클렌부르크: 이제 곧 마력의 격류가 극한에 달할 시간이야……. 너의 마녀에게…… 이걸 걸어줘….

지휘관: ……그래.

나는 상자에서 목걸이를 꺼내 메클렌부르크의 뒤에 섰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였다. 잔머리가 귓가를 따라 늘어졌고, 붉게 달아오른 귀와 하얀 목덜미가 드문드문 보였다.

메클렌부르크: 붉은 달을 증표 삼아…….
메클렌부르크: 별의 궤적을 인도 삼아…….
메클렌부르크: 밤의 마녀 메클렌부르크는 지금 이 순간――
메클렌부르크: 나의 항로, 나의 밤, 나의 모든 것을…… 영야 계약의 마왕과 연결하노라…….

하늘의 붉은 달이 그녀의 뺨, 촉촉한 눈가, 살짝 벌어진 입술을 모두 비취색으로 물들였다.

지휘관: 메클렌부르크…….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어떻게든 목소리를 냈다.

메클렌부르크: 계약은 성립됐어……. 이제 마녀와 마왕은 진정한 동행자야!
메클렌부르크: 그럼――우리의 계약의 날개를 붉은 달 아래에 선보이자!

그녀는 다짜고짜 내 손을 잡고는 의식의 방을 뛰쳐나와 단숨에 밖으로 달려나갔다.
복도, 나선형 계단을 달리며 그녀의 치맛자락이 돌계단 위에서 나풀나풀 춤을 췄다.
밤바람이 휘몰아쳤다.
금속 광택을 띤 유선형 비행 장치가 테라스에 자리하고 있었다. 날개가 양옆으로 접힌 모습은 마치 쉬고 있는 거대한 새 같았다.

메클렌부르크: 봐봐, 마왕!
메클렌부르크: 이게 바로…… 내 최신형 비행 장치야!

지휘관: 대단한걸……. 지금 바로 날 수 있는 거야?

메클렌부르크: 물론이지. 계약은 이미 끝났으니까, 이제 이 아이는 밤의 마녀와 마왕만의 날개야.
메클렌부르크: 자…… 마음껏 날아 봐!

 

 

 

 ~06. 붉은 달빛 아래 하늘을 날아라
밤하늘 아래.

메클렌부르크가 시동 버튼을 누르자 좌석 등받이가 천천히 감싸 안듯 넘어가며 우리를 단단하게 고정했다.

메클렌부르크: 날 꽉 잡아. 그래야 이륙 전 안전 점검을 통과할 수 있어!

지휘관: ……알겠어, 마녀.

나는 자세를 가다듬고 두 팔을 그녀의 허리에 감으며 몸을 밀착시켰다.


지휘관: 이러면 돼?

메클렌부르크: 으으…… 그래, 됐어!

메클렌부르크는 신속하게 터치 패널을 조작했다.

메클렌부르크: 안전 점검 클리어! 홍월 비행 파티――
메클렌부르크: ――지금 시작한다!

그녀가 버튼을 누르자 비행 장치의 날개가 힘차게 변형되었다. 추진기의 블래스터에서 낮고 강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메클렌부르크: 꽉 안고 있어줘야 돼~ 나의 마왕!

강렬한 중력 가속도가 단번에 몰려옴과 동시에 비행 장치가 고성 테라스에서 튀어 나갔다.

지휘관: ――윽…!!

메클렌부르크: 아하하하하! 첫 비행 대성공――!!

짧은 부유감 후 기체는 곧 수평을 되찾았다. 우리는 함께 끝없는 밤하늘로 돌입했다.
시야 속 고성은 작은 점이 되었고, 숲은 짙은 융단으로 변했다. 구름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우리를 뚫고 지나갔다.

메클렌부르크: 봐봐, 지휘관…….

거센 바람 소리에 메클렌부르크의 목소리가 흩어졌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붉은 달은 그곳에 걸려 있었다.

지휘관: 아름다워…….

메클렌부르크: 이런 풍경은 몇 번이나 봤지만…… 오늘 밤은 느낌이 전혀 다르네.
메클렌부르크: 귓가에 바람 소리뿐만 아니라 네 숨소리도 들리고…… 뒤에서 안아주는 네 체온도 느껴져……. 그리고…….

메클렌부르크는 뒤를 돌아봤다. 살짝 떨리는 속눈썹 아래 눈동자에 별빛과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메클렌부르크: 이게 계약의 힘이구나……. 같은 풍경이어도 이렇게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니♪

비행 장치의 고도가 올라갈수록 별빛이 더욱 가까워졌다.
이제 밀폐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심장 소리뿐이었다.

메클렌부르크: 지휘관, 저기 봐――
메클렌부르크: 마녀의 적성과 영야의 마왕성이…… 곧 하나가 될 거야!
메클렌부르크: 조금 더 가까이 날아 볼까?

지휘관: 뭐? 고도를 더 높이는 거야?

메클렌부르크: 당연하지! 잊었어? 우리 아까 영혼 계약의 잔을 나눴잖아!
메클렌부르크: 마왕의 용기는 이 마녀가 직접 인증했으니까!
메클렌부르크: 그러니까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메클렌부르크: 끝까지 함께해줘!



 ~07. 영야의 비익
밤하늘. 구름 위

마침내 시야가 맑게 트였을 때, 우리는 이미 정적만이 감도는 밤하늘 속에 있었다.

메클렌부르크: 나의 마왕, 마녀의 비밀 기지에 온 걸 환영해.
메클렌부르크: 이곳에 초대받은 건 네가 처음이야. 영광이지?

지휘관: 비밀 기지……?

메클렌부르크: 응!

메클렌부르크는 두 팔을 벌리고 공중에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메클렌부르크: 봐봐. 이곳은 운해 위에 펼쳐진 고요한 왕정――

끝없이 펼쳐진 구름이 지상의 세계를 가리고 있었다. 등불, 숲, 모항…… 모든 것이 은백색 운해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메클렌부르크: 그러니까 지금 여기엔 지휘관과 나, 우리 둘뿐이야…….

그녀는 잠시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메클렌부르크: 적성과 마왕성이 교차하는 이 신성한 순간, 드디어 계약의 최종 단계를 진행할 수 있겠어.

지휘관: 최종 단계?

메클렌부르크: 그래. 마지막은 이 비행 장치의 권한에 관한 거야.

그녀는 손을 뻗어 살며시 내 손등을 덮었다.

메클렌부르크: 이제 나의 마녀의 항적과 마왕의 권한이 영원히 융합될 거야.
메클렌부르크: 최고 권한, 연결…… 확인.

'삐빅'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꼐 인터페이스는 절차 완료를 알리는 파란색으로 변했다.

영야 계약 마왕의 지문 및 신원 정보, 등록 완료.

메클렌부르크: 이 비행 장치의 이름은――'영야의 비익'으로 하겠어.
메클렌부르크: 이제부터 영야의 비익은 우리 두 사람의 명령에 동시에 응답할 거야…….

메클렌부르크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 왔다.

메클렌부르크: 즉……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네 마음대로 이 비행 장치를 조종해서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갈 수 있다는 뜻이지.

지휘관: 어디든지?

메클렌부르크: 어디든지♪

메클렌부르크의 얼굴에 짓궂으면서도 진심 어린 미소가 번졌다.

메클렌부르크: 나의 마왕, 지금부터가…… 진짜 밤의 시작이야.
메클렌부르크: 밤하늘 아래, 구름 위…….
메클렌부르크: 우리만의 영역, 마녀와 마왕만의 영역…….
메클렌부르크: 여기서 무엇을 하든, 누구도 우리를 방해할 수 없어.

비행 장치는 밤하늘의 속삭임과 함께 밤의 깊은 곳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갔다.
고도가 낮아질 때의 부유감과 급상승할 때의 압박감이, 이 예기치 못한 여정 속 짜릿한 경험이 되었다.
적성과 마왕성의 궤적이 교차했다. 지금 이 순간, 밤하늘에서 함께 빛나는 광경은 그 무엇보다도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