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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온 캐릭터 스토리 ~숲의 바람과 마음의 나침반

킹루클린 2026. 3. 15. 22:01

숲의 바람과 마음의 나침반

 ~01. 숲의 초대
모항. 집무실

오전의 마지막 서류를 정리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 집무실 문 쪽에서 뜻밖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들어와.

조심스럽게 들어온 사람은 피크닉용 예쁜 바구니를 품에 안은 알비온이었다.

알비온: 지휘관님, 계셨군요……!

평소보다 들뜬 목소리에서 기대감이 느껴졌다.

지휘관: 알비온?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서둘러?

알비온은 긴장한 듯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알비온: 사실 그게…… 최근에 뒷산 숲에서 휴식하기 딱 좋은 장소를 발견했거든요.
알비온: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운 '치유의 바람' 소리가 들려와요…….

지휘관: 치유의 바람?

알비온: 네. 기상 현상으로서의 바람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숲이 들려주는…… 조화로운 공명이라고 할까요…?

지휘관: 그렇구나. 기분 좋을 것 같네.

알비온: 네! 오늘은 날씨도 정말 좋고 바람 소리도 선명해서…….
알비온: 지휘관님과 함께 들을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알비온: 저기……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휘관: 물론이지. 뭘 준비하면 돼?

알비온: 다행이에요! 아, 지휘관님은 아무것도 준비 안 하셔도 괜찮아요.

알비온은 들고 있던 피크닉 바구니를 열어 그 안에 든 과자와 손으로 그린 지도를 보여주었다.

알비온: 평소에 가장 자주 이용하는 경로를 간단하게나마 지도로 그려 봤어요.
알비온: 그리고 과자도 준비했어요……. 지휘관님과 함께 먹고 싶어서 만들어 봤답니다.
알비온: 괜찮으시다면…… 가는 길에 함께 먹어요.

지휘관: 맛있겠는걸. 이렇게까지 준비해줘서 고마워.

알비온: 이건 후배로서…… 아뇨, 초대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니까요.
알비온: 그럼 지휘관님, 가요.

피크닉 바구니를 손에 든 알비온은 문가에 서서 나를 돌아봤다.

알비온: 오늘의 바람은 분명…… 아주 부드러울 거예요.

나는 알비온의 뒤를 따라 집무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기 전에 그녀가 기도하듯 나직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비온: 오늘의 바람이…… 제 마음을 지휘관님께 전해줄 수 있기를….



 ~02. 숲속의 생물
모항 뒷산. 숲 입구

숲에 들어서자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흙과 나무의 향긋한 내음이 감돌았다.

알비온: 도착했어요. 여기서부터가 제가 자주 삼림욕을 하는 곳이에요.
알비온: 지휘관님. 천천히 걸으면서 숲의 숨결을 느껴 봐요.

지휘관: 숲의 숨결을 느껴……? 혹시 요령 같은 게 있어?

알비온: 음…… 요령이라고 한다면, 글쎄요……. 귀를 가만히 기울이는 걸까요?
알비온: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눈을 감고 가만히 서서 숲의 목소리에 몸을 맡겨 보세요.
알비온: 이런 식으로요…….

알비온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숲의 서늘한 산들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날렸다.

알비온: 보세요……. 새들의 지저귐이 아까보다 훨씬 또렷하게 들리지 않나요?

나는 알비온의 행동을 따라하며 눈을 감았다. 귀에 전해지는 소리들이 서서히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지휘관: 오……. 정말이네.

알비온: 이제 스스로가 한 그루의 나무나, 숲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알비온: 잎과 잎이 스치는 소리, 멀리서 흐르는 아련한 시냇물 소리, 햇살이 이끼를 데우는 온기…….
알비온: 이 모두가 숲이 대화하는 방식이랍니다.

나는 의식을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무언가 안개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기분이었다. 문득 눈을 뜨자 알비온의 다정한 시선이 눈에 들어왔다.

알비온: 괜찮아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느낀 것을 그대로 전해드려 볼까요?

그녀는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오더니 서늘한 두 손으로 내 눈을 가렸다.

알비온: 자…… 눈을 감고 생각을 바람에게 맡기세요.
알비온: 제가 들은 것들을…… 천천히 알려드릴게요…….

고요한 어둠 속에서 알비온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마치 숲을 가르는 산들바람 같았다.

알비온: ……지금 참새 세 마리가 오른쪽 앞 삼나무에 앉아 번갈아 지저귀고 있어요…….
알비온: 왼쪽 뒤에서는 다람쥐가 마른 가지를 뛰어넘었네요……. 아, 멈춰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어요…….
알비온: 그리고…… 시냇물의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동쪽 계곡에서 불어오고 있어요…….

알비온의 목소리에는 마치 마력이 깃든 것 같았다. 덕분에 점점 여러 종류의 '소리'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햇살, 그립자, 잔디, 흙내음, 멀리서 들려오는 아련한 시냇물 소리, 바람에 휘날리는 알비온의 머리칼…….
신비로운 정적이 서서히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알비온: 어떠신가요? 느껴지시나요?

지휘관: ……느껴져. 아까와는 전혀 달라.

알비온: 다행이네요…… 아!

알비온은 갑자기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근처 덤불을 가리켰다.

알비온: 지휘관님, 저기 좀 보세요…….

덤불 뒤에 숨어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촉촉한 검은 눈망울이 보였다.

알비온: 아기 사슴이에요…….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다니… 숲이 지휘관님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알비온: 이렇게――

아기 사슴은 귀를 파닥이며 몇 걸음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이고 이끼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가까이 오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그곳에 머무를 뿐이었다. 마치…… 나와 알비온을 숲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알비온: 네……. 숲이 지휘관님을 무척 환영하고 있는 것 같아요.



 ~03. 햇살 속 다과회
뒷산. 숲속 공터

알비온을 따라 숲을 빠져나가자 갑자기 탁 트인 곳이 나타났다.
눈앞의 초원에는 햇살이 쏟아지고, 작은 들꽃들이 여기저기 핀 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카펫 같았다.

알비온: 도착했어요, 여기가…… 오후의 햇살을 즐기기 가장 좋은 곳이에요.
알비온: 앉아서 느긋한 바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깃털이 된 것처럼…… 정말 차분해지거든요.

지휘관: 경치가 좋네……. 어쩐지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야.

알비온: 후후.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다과회 세트'를 준비할게요.

지휘관: 응. 기대되네.

알비온은 초원에 주저앉아 바구니에서 아마색 시트를 꺼냈다. 그녀는 시트를 펼치려고 했지만, 바람에 날려 좀처럼 잘 되지 않았다.

알비온: 지휘관님, 저기 모서리 좀 눌러 주실 수 있나요? 오늘의 바람은…… 조금 장난꾸러기인 모양이에요.

지휘관: 알겠어.

알비온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찻잔과 런치 박스를 시트 위에 늘어놓았다. 런치 박스의 뚜껑이 열리자 달콤한 향기가 퍼져 나갔다.

알비온: 오늘 과자는 숲에서 얻은 영감을 많이 사용해서 만들었어요.
알비온: 가령 이 베리 타워는 숲에서 딴 산딸기와 딱총나무 꽃꿀을 사용했고요……. 꽃잎에 맺힌 아침 이슬을 형상화했답니다.
알비온: 이 스콘은 박하 잎을 조금 넣어서, 박하의 상쾌함을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지휘관: 맛만 있는 게 아니라 알비온의 숲에 대한 이해도 담겨 있구나.

알비온: 네. 숲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니까요…….
알비온: 조금 서툴지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제가 느낀 숲의 마음을 지휘관님도 느껴 주셨으면 해서요.
알비온: 아마 제게는 이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전달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후후후.

알비온은 찻잔을 건네면서 내 감상을 듣고 싶다는 듯 눈동자를 반짝였다.

알비온: 차는 어떠세요? 한번 레몬그라스와 감국을 넣어 봤는데요…….

지휘관: ……엄청 상큼해. 햇볕에 말린 풀 냄새 같다고 할까…?

알비온: 과, 과자는 어떠세요?

지휘관: ……이건…… 신맛과 단맛의 균형이 잘 잡힌 부드러운 맛이야.

알비온: 나뭇잎 사이를 통과한 햇살이 손바닥에 닿을 때처럼…… 포근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나는 알비온의 말에 따라 찬찬히 음미해 봤다.

지휘관: 아…….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네.

알비온: 다행이에요…….
알비온: 사실 느끼지 못하셨어도 괜찮아요.
알비온: 저는 그저…… 지금까지 제가 보고 듣고 맛보았던 이 숲의 모든 것을 지휘관님과 나누고 싶었을 뿐이에요…….
알비온: 아주 조금이라도 전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요.

지휘관: 그렇다면 맛보다는…… 알비온이 준비하며 쏟았을 정성이 더 잘 느껴졌어.

얼굴이 빨개진 알비온은 무의식적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렸다.

알비온: 감사합니다…….
알비온: '치유의 바람'이 부는 곳에 도착하면 자연에 부드럽게 감싸이는 감각을 더 선명하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쑥스럽게 웃으며 바람에 흐트러진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지휘관: 그곳은 정말 대단한가 봐?

알비온: 물론이죠……. 그 감각은 실제로 존재하니까요. 후후후.
알비온: ……저, 지휘관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세상에 이렇게 따뜻한 바람이 있는 줄 몰랐어요.

알비온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알비온: 다과회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시 출발할까요?
알비온: 빛이 가장 예쁠 시간에 그 장소를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04. 길 잃은 소리
뒷산. 숲 깊은 곳

티세트를 정리하고, 우리는 숲속 깊은 곳으로 계속 나아갔다. 길목의 나무들은 더욱 빽빽해졌고, 어느새 길은 짐승들만이 다닐 법한 좁은 길로 변해 있었다.

알비온: 지휘관님. 이제부터 가는 길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걱정 마세요. 제가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알비온: 다만 이곳에 올 때마다 매번 새로운 발견을 하게 돼요.
알비온: 평소와는 다른 빛의 각도, 다른 소리, 그리고…… 예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작은 꽃 같은 것들이요.

지휘관: 어쨌든 알비온만 따라가면 된다는 거네.

알비온: 물론이죠. ……보세요. 저기 가지가 갈라진 떡갈나무가 첫 번째 표식이에요.
알비온: 그 왼쪽을 지나면 꾸벅꾸벅 조는 곰처럼 생긴 바위가 보이실 거예요.

떡갈나무 옆을 지났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그럴싸한 바위는 보이지 않았다.

알비온: 어라…… 이상하네요. 어디서 살짝 어긋난 걸까요……?

지휘관: 이 보라색 꽃, 방금 전에도 보지 않았어?

알비온: 그러고 보니…… 확실히 본 기억이 있네요…….

알비온은 걸음을 멈추고 그늘 속에 피어난 들꽃들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알비온: 그래도 '낮잠 자는 곰 바위'는 분명 이 근처에 있을 텐데…….

그녀는 무성한 잎사귀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 하늘과 주변 나무들을 둘러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알비온: 이상해요……. 왠지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어요…….
알비온: 바람 소리도…… 달라진 것 같고…….

지휘관: 어디선가 표식을 놓친 건가?

알비온: 아니요…… 잠시만요…….

알비온은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며 기억 속 풍경과의 차이점을 확인했다.

알비온: 이 나무…… 껍질 색이 전보다 더 짙어졌어요. 저쪽의 이끼도 이렇게까지 왕성하게 자라진 않았었는데…….
알비온: 아, 알겠어요…….
알비온: 바람 소리와…… 햇살의 각도를 대조해 보면…….
알비온: 큰일이에요, 지휘관님……. '치유의 바람'의 기운이…… 이동한 모양이에요.
알비온: ……방향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어요…….

지휘관: 괜찮아.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다시 천천히 찾으면 되지.

알비온: 하지만…… 오늘을 놓지면 다음에 또 언제 지휘관님과 올 수 있을지 모르는데…….
알비온: 조금만 더 찾아볼게요. 분명 이 근처일 거예요…….

알비온은 내 팔을 잡아당기며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슷비슷한 나무 그림자들을 몇 번이고 지나쳤다.

지휘관: 알비온,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알비온: 지휘관님과의 소중한 데이트인데…… 길 안내조차 제대로 못 하다니…….
알비온: 안 돼……. 꼭 찾아야만 해요…….

조금씩 숨이 가빠오는 알비온의 손바닥에는 땀이 배어 있었다.

 

 

 

 ~05. 반딧불이 있는 곳
뒷산. 숲 깊은 곳

어두컴컴한 숲속을 한참 나아갔지만,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한 탓에 알비온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지휘관: 알비온. 일단 멈추자.

알비온: 지휘관님……?

지휘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어도 오늘은 충분히 즐거웠어.
지휘관: 이렇게 알비온과 함께 숲속을 걷고, 바람 소리를 듣거나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해.

알비온: 으으…… 하지만…….

지휘관: 알비온이 아까 가르쳐줬던 '숲의 목소리를 듣는 요령', 기억나?
지휘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눈을 감고 가만히 서서 숲의 목소리에 몸을 맡겨 보세요." 라고 했었지?

알비온: 전부…… 기억해 주고 계셨군요…….

지휘관: 그러니까 아까처럼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볼까?
지휘관: 어쩌면 바람이 갈 곳을 가르쳐 줄지도 모르잖아.

알비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숲속에서 함께 눈을 감았다.

지휘관: 어때? 무슨 소리 들려?

알비온: 네……. 벌레 우는 소리랑…… 낙엽이 살랑살랑 산기슭으로 날아가고…… 그리고…….
알비온: 시냇물 소리가 나요……! 꽤 거리가 멀지만, 바람이 정말 길을 가르쳐 주고 있어요……!

순식간에 미소를 되찾은 알비온은 내 양손을 잡고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알비온: 감사합니다……. 아까는 당황해서 제가 믿고 있던 '바람의 속삭임'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어요…….
알비온: 지휘관님을 즐겁게 해 드리고 싶어서 준비한 건데, 서두르다가 길을 잃다니……. 전부 망쳐 버렸어요…….


→ 망치지 않았어
지휘관: 알비온은 망치지 않았어. 네가 진심은 충분히 느껴졌으니까.

알비온: 지휘관님…….

→ 망쳐도 괜찮아
지휘관: 망쳐도 괜찮아. 알비온과 손을 잡고 숲속을 걸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으니까.

알비온: 저, 저도요! 지휘관님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알비온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알비온: 알비온과 함께 있으면 즐겁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했어요.
알비온: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평소 자신 있던 일인데도 실수를 해버렸네요…….

지휘관: 오늘 있었던 일 전부…… 길을 잃은 것까지 포함해서 최고의 추억이 됐어.

알비온: 길을 잃은 것……까지 말인가요?

지휘관: 물론이지. 이렇게 바람을 따라 정처 없이 걷는 일은 좀처럼 없으니까.
지휘관: 그러니 지금은 이대로…… 안심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알비온: 네!


우리는 바람이 실어다 준 시냇물 소리를 따라 나무 사이를 지났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 보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알비온: 제법 어두워졌네요…….
알비온: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숲속에 있었던 적은 없었어요……. 무섭지는 않지만 왠지…… 주변 소리가 전혀 다르게 들려요…….

황혼 무렵의 숲은 낮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변화가 겁이 났는지 알비온은 슬며시 몸을 밀착했다.

지휘관: 무서워?

알비온: 아, 아니에요!
알비온: 지휘관님이 계시니까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알비온: 다만…….

기온이 떨어진 탓인지 알비온은 살짝 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겉옷을 벗어 알비온에게 걸쳐줬다.

알비온: 아……. 이러면 지휘관님이…… 춥지 않으세요?

지휘관: 괜찮아. 네가 입어.

알비온: 그렇다면…….

짧은 침묵 끝에 알비온은 갑자기 내게 달라붙었다. 옷 너머로 그녀의 체온이 살짝 높아진 것이 느껴졌다.

알비온: 이렇게 하면…… 둘 다 따뜻해지겠죠?
알비온: 조금…… 걷기 불편해질지도 모르지만요…….

지휘관: 그러네.

알비온: 정말…… 따뜻해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그러는 사이 근처 풀숲에서 희미한 빛 하나가 튀어나왔다.

알비온: 아…… 지휘관님, 저쪽에…….

뒤이어 두 개, 세 개……. 나무들 사이로 수많은 빛의 알갱이가 떠올라 마치 꿈결 같은 풍경을 자아냈다.

알비온: 반딧불이에요……!
알비온: 반딧불이가 있다는 건 근처에 깨끗한 물가가 있다는 뜻이에요…….
알비온: 이 아이들을 따라가 봐요. 이번에야말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06. 치유의 바람
뒷산. 숲 깊은 곳

반딧불이는 마치 가로등처럼 길을 안내해 주었다. 시냇물 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들려오더니, 이내 탁 트인 곳에 다다랐다.
시냇물은 달빛을 반사하며 마치 은색 띠처럼 빛나고 있었다.

알비온: 드디어…… 도착했네요…….

그녀는 안도한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이 반딧불이의 빛은 점차 풀숲으로 퍼져 나가 하나의 빛의 띠를 만들었다.

지휘관: 알비온이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야.

알비온: 아뇨……. 이건 지휘관님이 저를 믿어주신 덕분이에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비온은 달려들어 나를 힘껏 껴안았다.


→ 알비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살며시 알비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숲의 신선한 풀 내음과 나무 향이 났다.

→ 알비온을 안아준다
나는 그대로 알비온을 안아줬다. 알비온의 떨리던 어깨가 점차 잦아들었다.

 

 

알비온: 으으으…… 지휘관님…….
알비온: 정말 다행이에요……. 지휘관님 덕분에 무사히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어요.

지휘관: 길을 찾아낸 건 알비온이야.

알비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언가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알비온: ……아.
알비온: 들리시나요? 숲 건너편에서…….

나는 의식을 집중했지만 처음에는 시냇물과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서서히 건너편 숲의 일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알비온: 새들이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날아가고 있어요…….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밤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그 무리는 마치 하늘에 뿌려진 먹물 자국 같았다.

지휘관: 아름다운 광경이네…….

알비온: 아직 멀었어요. 이제부터 시작인걸요…….

숲속에 숨어 있던 새들이 일제히 날갯짓했다. 그 웅장한 소리는 마치 숲 전체가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다.
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날개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어우러져 고요한 자연의 교향곡을 빚어내고 있었다.

지휘관: 이게…… '치유의 바람'?

알비온: 네……. 그 밖에도 '바람의 속삭임'이 보내 오는 소리들이 공존하고 있어요…….
알비온: 나무줄기 안에서 쉬는 다람쥐, 둥지에서 우는 아기 새, 진흙 속에서 싹을 틔우는 씨앗들…….

지휘관: 그 소리들은…… 아직 안 들리네.

알비온: 괜찮아요……. '바람의 속삭임'으로 들은 모든 것을, 제가 지휘관님께 하나하나 가르쳐 드릴 테니까요.
알비온: 밤의 장막이 내리는 소리, 시냇물이 산에서 흘러내려 오는 소리, 그리고 별빛이 바위 위에 쏟아지는 소리까지도…….
알비온: 설령 '바람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알비온: 지휘관님은 훨씬 더 특별한 소리를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알비온: 그건 바로 지휘관님만을 향한…… '알비온의 속삭임'이랍니다.



 ~07. 알비온의 마음
뒷산. 숲 깊은 곳

냇가의 평평한 바위에 알비온과 나란히 앉았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웠고, 깜빡이는 반딧불이의 빛과 어우러져 대지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알비온: 이렇게 함께 별을 보고 있으니…… 꼭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에요.
알비온: 아까까지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다니……. 마치…… 대자연이 준 선물 같아요.

지휘관: 길을 잃었던 것도 그 선물의 일부일지도 몰라.

알비온: 그것도…… 말씀이신가요?

지휘관: 아니었으면 너와 이렇게 아름다운 별하늘을 보지 못했을 테니까.

알비온: 지휘관님은 언제나…… 저를 안심시켜 주시네요.
알비온: 별들을 바라보며 바람과 시냇물이 연주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알비온: 정말…… 정말 기뻐요.

지휘관: 나도 그래.
지휘관: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말고도 오늘은…… 특별한 소리를 들었거든.

알비온: 네? 무슨 소리인가요? 죄송해요, 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알비온: 역시 저는 아직 집중력이 부족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지휘관: 그건 아마 알비온이 느낀 모든 걸 내게 전해주는 데 너무 집중해서 그런 걸 거야.
지휘관: 네가 내게 전해주려 했던 마음들을 통해 그 '특별한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거든.
지휘관: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알비온의 마음과, 오늘을 위한 너의 모든 준비들, 그리고 도중에 겪은 문제들과 긴장한 모습까지…….
지휘관: 그 모든 것들이 어떤 바람 소리보다도 더욱 분명하게 들렸어.
지휘관: 그러니 분명 오늘 들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알비온의 '마음의 소리'라고 생각해.

알비온: 저의…… '마음의 소리'…….

알비온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알비온: 하, 하지만…….
알비온: 제 마음의 소리는… 잘 숨겼을 텐데…. 혼자 있을 때만 슬쩍 나오는 것들인데…….
알비온: 그, 그러면…… 제가 지휘관님을 존경한다거나, 지휘관님께 배우고 싶다거나…… 그리고, 그리고…….

지휘관: 그리고?

알비온: 그리고…… 존경보다 더 따뜻하고, 동경보다 더 가까운……. 지휘관님과 만날 때마다 두근거리던 마음…….
알비온: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사랑'의 마음…….
알비온: 그 마음까지…… 전부 들으신 건가요?

알비온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마지막 말은 시냇물 소리에 파묻힐 정도였다.
별빛이 담긴 그녀의 눈동자에는 수줍음과 불안함, 그리고 무엇보다 뜨거운 솔직함과 진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지휘관: 응…… 전부 들렸어.

알비온: 으으으……. 지휘관님, 너무해요…….
알비온: 더 많이 배우고, 더 믿음직해질 때까지는 숨겨두고 싶었는데…….
알비온: 결국 지휘관님께 다 들켜 버렸네요…….

지휘관: 그럼 안 돼?

알비온: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알비온: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도 계속 지휘관님 곁에 있어도 될까요?
알비온: 지휘관님이 어디를 가시든, 어떤 바람 소리를 들으시든, 그저 햇볕을 쬐며 산책하고 싶으실 때라도…….
알비온: 저를 곁에 있게 해주시겠어요?

지휘관: 응. 물론이지.

밤바람이 수면을 스쳤다. 촉목의 향기가 감도는 가운데 나는 알비온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 또한 화답하듯 손을 내밀었다……. 우리의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지휘관: 더 많은 경치를 보고, 더 다양한 바람의 소리를 들으러 가자.

알비온: 네……. 약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