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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모래사장 ~비너스 편

킹루클린 2026. 4. 25. 00:31

 ~01. 일에 더욱 열중하기 위해
나른한 오후의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문득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엘리제는 해먹에 몸을 맡긴 채 조용히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는 천천히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엘리제: 지휘관님? 우연이군요. 그런데 이 시간에…… 업무는 괜찮으십니까?

지휘관: 한 고비는 넘겼어. 엘리제는…… 쉬는 중이야?

엘리제: 네. 잠시 기분 전환이라도 할까 해서요. 설마 여기서 당신을 만날 줄은 몰랐지만요.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엘리제: 곁에 앉으시겠어요? 이곳은 전망도 멋지고 바닷바람도 무척 기분 좋답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옆의 해먹에 걸터앉았다. 바다 내음을 머금은 부드러운 바람이 뺨을 간지럽혔다.

엘리제: 그러고 보니…… 모항의 여러분께,
엘리제: 업무에 집중하려면 제대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엘리제: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은 그게…… 처음이라서.

지휘관: 그럼 이건…… 배운 걸 실천하고 있는 중이구나.

엘리제: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확실히 이 느낌…… 나쁘지 않아요.

그녀는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는 다시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엘리제: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맑고 투명한 넓은 바다…….
엘리제: 이런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지금까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휘관: 모항 아이들이 말한 대로야. 지금 엘리제는 평소보다 훨씬 느긋해 보이는걸.

엘리제: 그건 아마도…… 지금의 저는 그저 휴식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녀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 한 가닥을 붙잡아 살며시 귀 뒤로 넘겼다. 무심한 동작 하나에도 우아한 기품이 느껴졌다.

엘리제: 지휘관님도 항상 남달리 노력하고 계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엘리제: 가끔은 이렇게 머리를 비우고, 그저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요?

지휘관: 엘리제가 옆에 있으니까 확실히 마음이 편안하네.

엘리제: ……그렇습니까.

그녀는 대답하는 대신 그저 조용히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엘리제: 그렇다면…… 조금만 더 이렇게 있죠.
엘리제: 그나저나 이 평온한 시간을 독점하는 건…… 조금 불공평한 기분이 드네요.
엘리제: 그러니 다음에는 지휘관님이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미리 알려 주세요.
엘리제: 저도…… 당신의 힘이 되어 드리고 싶으니까요.



 ~02. 해변에서의 한때
어느 오후, 시즈쿠의 안내를 받아 여러 개의 암초로 둘러싸인 은밀한 만에 도착했다.

시즈쿠: 도착했어, 지휘관. 봐. 바위 덕분에 밖에서는 안 보여……. 여기는 우리만의…… 작은 모형 정원.
시즈쿠: 여기에는 수면과 하늘, 그리고 물속에 숨은 작은 생물들뿐이야……. 그러니까 꼬리가 조금 나와 있어도… 괜찮아.

그때 그녀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손가락으로 살며시 바위 표면을 가리켰다.

시즈쿠: 지휘관, 봐봐……. 작은 게가… 바위 위를 엄청 빨리 달려가고 있어…….
시즈쿠: 아, 여기도! 바위 밑으로 은빛 물고기들이 빠져나가고 있어…….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이끼 낀 바위 틈새를 가리켰다. 그 움직임에 맞춰 꼬리가 수면을 가볍게 훑었다.

시즈쿠: 저 아이들, 평소에는 엄청 부끄러워하더니 오늘은 숨지도 않네…….

지휘관: 시즈쿠를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시즈쿠: 그럴지도…… 이렇게 보러 오는 건 나뿐이니까.
시즈쿠: 하지만 오늘은 지휘관도 함께니까…….
시즈쿠: …히익!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꼬리를 파닥거렸다.

시즈쿠: 지, 지휘관…. 꼬리…… 집혔어…….
시즈쿠: 꽉, 꽉 집고 있어… 캥…….

지휘관: 가만히 있어 봐. 내가 해 볼게.

나는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가 꼬리에 매달린 게를 재빨리 붙잡았다.
손가락에 힘을 주자 게는 탁 하고 집게발을 놓았고, '퐁당' 소리와 함께 물에 떨어져 그대로 바위틈으로 도망쳤다.

시즈쿠: 하아…… 사, 살았다아…….
시즈쿠: 으으…… 털이 엉키고 흠뻑 젖었어……. 이상한 해초까지 묻었네…….

지휘관: 걱정 마. 모항에 관리 용 설비가 있어. 나중에 데려다 줄게. 금방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시즈쿠: 정말? ……약속이야.

햇살에 기분 좋게 달궈진 마른 바위에 시즈쿠와 함께 걸터앉았다. 들리는 것은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소리뿐.

시즈쿠: 신기해. 방금 전까지는 그렇게 허둥지둥했는데.
시즈쿠: 이렇게 지휘관 옆에 앉으니까…… 불안한 마음이…… 전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
시즈쿠: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도…… 될까?



 ~03. 마음을 취하게 하는 레시피
밤의 바 구역은 고요함에 잠겨 있었다. 카운터 너머만이 부드러운 호박색 빛에 감싸여 있었다.
샌디에게 자기 전의 한 잔을 부탁하려고 왔으나, 카운터 뒤에 당당하게 놓여 있는 욕조를 보고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피어오르는 김 속에서 샌디는 홀로 나른하게 욕조 가장자리에 기대어 있었다. 일렁이는 수면 위에는 오렌지 껍질과 로즈마리 가지 몇 개가 떠 있었다.

샌디: 어머? 어서 오세요, 지휘관님……. 마침 오늘 밤 첫 손님은 누가 될까……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샌디: 후후……. 많이 놀라신 것 같네요. 이건… 글쎄요? 조금 영감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근무 환경을 살짝 바꿔본 거랍니다♪

그녀는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욕조 가장자리에 팔을 얹었다. 어깨를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흔들리는 수면 위로 똑 하고 떨어졌다.

샌디: 이렇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새로운 칵테일에 대한 아이디어가 솟아오를지도 모르죠.
샌디: 가끔은 이런 파격적인 것도…… 재미있지 않나요?
샌디: 그건 그렇고…… 지금은 영업시간이 아닙니다만……. 지휘관님께서 일부러 찾아오셨다는 건 뭔가 마시고 싶으신 게 있어서일까요?

그녀가 살며시 수면을 훑자 번져 가는 잔물결이 조명을 반사하며 미소 짓는 그녀의 눈동자를 요염하게 비췄다.

샌디: 이 차림 그대로…는 조금 프로답지 않은 모습이지만, 지휘관님만 괜찮으시다면…… 여기서 한 잔 만들어 드릴 수도 있는데, 어떠세요?

지휘관: 이 상태로?

샌디: 물론이죠. 아니면…….
샌디: 설마 지휘관님. 이 욕조에 같이 몸을 담근 채로 제가 만든 특별한 한 잔을 즐기고 싶으세요?♡

샌디는 쿡쿡 웃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선반에 나열된 병을 집었다. 그 유연한 움직임에 맞춰 물이 흔들리며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샌디: 보세요. 오히려 이쪽이 더 편리하지 않나요? 온도도, 향기도, 촉감도…… 전부 레시피의 일부가 될 수 있으니까요.

지휘관: 내가 올 줄 알고 있었어?

샌디: 바텐더의 직감이에요. 지휘관님의 생각 한두 개 정도는 훤히 보인답니다♪

얼음이 글라스에 떨어지는 맑은 소리가 어두운 공간에 울렸다. 그녀는 능숙하게 셰이커를 흔들었다. 그 궤적은 매끄러운 곡선을 그렸다.
그녀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미리 차갑게 식혀둔 글라스에 칵테일을 따랐고, 마무리로 신선한 민트와 라임을 곁들였다.

샌디: 지휘관님을 위해 특별히 만든 모히토예요. 이 바닷바람 같은 상쾌함이 언제나 당신과 함께하기를…….
샌디: 어떠세요? ……약간이지만… 촉촉하게 퍼지는 온기를 느끼셨나요?

지휘관: 그래. 평소보다 부드러운 맛이 나네.

샌디: 후후. 오늘 밤의 테마는 '릴랙스'니까요. 지휘관님도 가끔은 어깨에 힘을 빼고 잠시나마 이런 순간에 잠겨 보는 것은 어떠세요?

나는 천천히 잔을 비웠다. 칵테일의 온기와 피어오르는 김이 마치 하나로 녹아드는 듯했다.

샌디: 아무래도 지휘관님으 꽤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네요.
샌디: 그렇다면…… 앞으로도 부디 이 바를 애용해 주시길…… 후훗♪



 ~04. 몰입형 만화가
오후의 자료실은 연필이 종이 위를 스치는 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그 가운데서 츠쿠시는 화판을 마주하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나는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가 그녀의 어깨 너머로 시선을 보냈다. 콘티 속의 말풍선에는 아직 대사가 한 마디도 적혀 있지 않았따.

지휘관: 막힌 거야?

츠쿠시: 히익! 지, 지휘관님? ……아, 으으……. 네, 네에…….

그녀는 놀란 작은 동물처럼 어깨를 움츠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츠쿠시: 분위기도, 장면도, 표정도 다 그렸는데…… 정작 중요한 대사가 한 글자도 안 떠올라요…….

지휘관: 그렇게 고민하다니…. 대체 무슨 장면이길래?

츠쿠시: 그, 그게…… 여주인공이 용기를 내서…… 나, 남주인공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장면인데요…….
츠쿠시: 아주 오랫동안 간직해 온,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꼭 전해야만 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런 마음…….
츠쿠시: 여러모로 궁리해 봤는데, 전부 너무 직구거나 가식적이거나…… 아, 아무튼 설레는 느낌이 전혀 안 살아요!!

지휘관: 설레는 느낌이라…….
지휘관: 츠쿠시가 그린 캐릭터잖아. ……그러면 네가 여주인공이 됐다고 생각하고 몰입해 보는 건 어때?

츠쿠시: 모, 몰입이요!?

츠쿠시의 뺨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츠쿠시: 저를…… 그런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 여주인공에게 대입하라고요!?

지휘관: 그래. 그 아이의 입장이라면, 그 순간 눈앞의 상대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이 뭐야?

츠쿠시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녀는 그림 속 남주인공의 옆얼굴에 슥 눈길을 준 뒤 다시 나를 훔쳐봤다.

츠쿠시: 그 아이의…… 입장에서…….

그녀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시선을 점차 비웠다. 그렇게 츠쿠시는 자신이 그려낸 세계 속으로 천천히 빠져들었다.

츠쿠시: "나, 나…… 계속…….“

목소리는 점점 가늘어졌지만, 호흡은 미세하게 가빠졌다.

츠쿠시: "오래 전부터…… 깨닫고 보니…… 항상 너를…….“

츠쿠시의 손가락이 무의식중에 연필을 꽉 쥐었다. 내리깐 눈의 긴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츠쿠시: "동료로서도, 친구로서도 아니고…….“
츠쿠시: "……조금 더, 나를…….“

그 말을 뱉자마자 그녀는 튕겨 나가듯 움직임을 멈췄다. 마치 말로 형상화된 대사의 열기에 스스로 데인 것처럼.
츠쿠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동공이 확 작아졌다.

츠쿠시: ………….
츠쿠시: 아아아아앗――!!!

짧은 비명과 함께 츠쿠시는 의자에서 튀어올랐다. 그 기세에 화판이 크게 기울어졌다.

츠쿠시: 아, 안 돼 안 돼 안 돼! 이런 거 절대 못해요오!

그녀는 양손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감싸고, 귀끝까지 빨개진 채 횡설수설하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츠쿠시: 이, 이런 대사를 어떻게 입 밖으로 내뱉어요! 사, 상상만 해도……!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츠쿠시는 홱 등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쳤다. 남겨진 것은 흔들리는 문과 바닥에 흩어진 원고뿐이었다.
나는 아직 미세하게 흔들리는 문을 바라보다가, 발치에 떨어진 원고 속 수줍은 소녀의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휘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05. 당신의 럭키 바니
???: 흥 흐흐~응♪

경쾌한 콧노래가 시원시원한 멜로디와 섞여 보드게임 방의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살며시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입구 근처에서 즐거운 음악을 흘려보내고 있는 라디오였다.
패티는 펼쳐진 지도 한복판에 대자로 누워 허공에 띄운 발끝을 리듬에 맞춰 까딱거리고 있었다.

패티: 흥~♪ 흥 흐흥…… 응?
패티: 킁킁…… 앗! 지휘관이다! 헬로 헬로~♪

타이트한 바니걸 수트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드러나는 신체의 곡선을 돋보이게 했다. 세련된 장식들이 조명 아래에서 부드러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휘관: 패티, 그 옷은……?

패티: 에헤헤, 잘 어울려? 패티, 토끼 귀를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을 들었어!
패티: 그래서 이 옷으로 갈아입은 거야. 패티, 진짜 행운의 토끼처럼 보여?
패티: 지휘관은 게임하러 온 거지? 그럼 잘 됐다!
패티: 지금 패티의 토끼 귀를 쓰다듬으면 분명 엄청난 행운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지휘관: ……패티를 쓰다듬으라고?

패티: 응응! 해 봐!

그녀는 휙 고개를 움직여 머리에 달린 폭신한 토끼 귀를 내 얼굴에 들이밀었다.

패티: 어때? 보기보다 훨씬 폭신폭신하지?
패티: 에헤헤……. 마치 지휘관의 손바닥에서 체온이 전해지는 거 같아. 훈훈해…….
패티: 아, 심장 소리가 빨라졌어♪ 이건…… '설렘의 냄새'?

패티는 눈을 깜빡이더니 아기 토끼처럼 코를 킁킁거렸다. 마치 공기 중의 냄새를 분별하려는 것처럼.

패티: 응…… 지휘관한테서 '다정한 냄새'가 점점 강해져……. 패티, 이거 완전 좋아♪
패티: 꽃향기보다…… 달콤한 과자보다…… 훨씬 훨씬 더 좋아♪

그녀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나를 바라봤다. 옷 가장자리의 선이 몸의 곡선을 따라 유연하게 뻗어 있었다.

패티: 하지만…… 왠지 오늘은… 지휘관이 무척 가깝게 느껴져…….
패티: 이렇게 확 다가온 느낌……. 그 자체에서 행복의 냄새가 나♪
패티: 이렇게 행운을 나눠줄 수 있는 게 패티는 무엇보다 기뻐!
패티: 그리고 지휘관도 지금…… 조금 해피해지지 않았어?

그녀는 작게 고개를 기울이며 폭신한 토끼 귀를 가까이 댔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아침 이슬에 젖은 풀꽃 같은 싱그러운 향기가 피어올랐다.

패티: 패티는 괜찮아……. 왜냐면 지금 지휘관의 냄새, 녹아내린 꿀처럼 달콤한걸♪
패티: 자♪ 이걸로 행운이 지휘관에게 잘 전달됐을 거야♪

나는 폭신한 토끼 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패티는 만족스러운 듯 코를 찡긋하더니, 눈을 감고 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패티: 됐다! 이걸로 행운 나눠주기 완료♪
패티: 이제 지휘관은 분명 게임에서 이겨서 아~주 해피해질 거야!

패티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지만, 그 맑은 눈동자는 여전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떨어질 줄을 몰랐다.

패티: 하지만 행운은 틈틈이 충전해야 하니까….
패티: 또 필요해지면 꼭 패티에게 말해줘야 해?

그녀는 살짝 몸을 옆으로 비켜서 지도가 펼쳐진 테이블 위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줬다.

패티: 하지만…… 일단 지금은 이 노래를 패티랑 같이 끝까지 들어줄래? 에헤헤♪



 ~06. 프리티 비스트 조심
정글 깊숙한 곳에서 촬영을 하던 도중, 갑자기 등 뒤의 덤불에서 맹렬하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잡았다~! 정글에서 길을 잃은 인간♪

미처 뒤돌아볼 틈도 없이 뒤에서 습격당해 시야가 반전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지면에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카메라는 어딘가로 굴러가 버렸고, 눈앞은 짐승 귀가 달린 누군가에게 완전히 가려졌다.

유키노: 니히힛♪ 지휘관, 포획 완료♪

그녀는 양손을 내 머리 옆에 짚고, 두 무릎으로 내 몸을 단단히 가뒀다. 도망칠 곳이 차단된 나는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유키노: 깜짝 놀랐어? 정글 모험에는 원래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지♪

지휘관: 유키노? 이게 대체…….

유키노: 니히히. 백수의 왕의 인사야. 어때? 압박감 장난 아니었지?

그녀는 일부러 몸을 조금 더 낮췄다. 눈동자에는 장난이 성공했다는 듯 빛이 반짝였다.

유키노: 아까 두리번거리던 지휘관, 진짜 길 잃은 연약한 동물로밖에 안 보였다구.
유키노: 그래서――유키노 님이 직접 사냥하러 와준 거란 말씀!

지휘관: 그럼 그 사냥감이…….

유키노: 응! 지휘관, 바로 너야!

그녀는 한 손을 떼더니 검지를 들어 내 코끝을 가리켰다.

유키노: 국룰 전개상 잡힌 사냥감은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풀어줄 수 없는데……. 음~ 어떡할까~…….
유키노: 앗! 좋은 생각났다!

그녀는 옆으로 굴러간 카메라를 보더니 눈을 빛냈다.

유키노: 그걸로 정글에서 완전 멋진 내 사진을 만족할 때까지 찍어줘!

지휘관: ……일단 좀 내려와줘.

유키노: 안 돼~ 그럼 지휘관이 도망칠 지도 모르잖아? 그럼 이걸로 결정!

그녀는 몸을 일으키기는커녕 얼굴을 더욱 바짝 들이밀며 짓궂게 웃었다.

유키노: 첫 장은 여기서 찍자. 제목은 '유키노 님에게 붙잡힌 가엾은 인간'. 임팩트 대박이지? 니히힛♪

지휘관: ……말은 잘하네.

유키노: 아니거든, 팍 하고 떠오른 거라고! 그럼 이걸로 된 거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휙 하고 일어나 카메라를 내게 건넸다.

유키노: 자자, 촬영 시작! 지휘관, 내 페이스에 잘 따라와야 해♪

지휘관: 알겠다고 한 기억은 없는데….

유키노: 뭐~?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해도 늦었거든~!

그녀는 빙글 한 바퀴 돌더니 나뭇잎 사이 햇살이 비치는 공간으로 달려갔다.
뒤돌아 본 유키노의 머리끝과 짐승 귀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유키노: 여기야 여기! 지금 조명 완전 좋아!
유키노: 오늘 내가 만족할 때까지 안 찍어 주면 여기서 안 보내 줄 거야, 지휘관! 니히힛♡



 ~07. 뒷풀이 불꽃놀이
밤바람이 살랑이는 모항의 해변. 나는 미사키와 함께 파도에 젖은 백사장을 걷고 있었다.

미사키: 지휘관, 오늘은 같이 산책해 줘서 고마워. 정말 기뻐.
미사키: 괜찮으면 저쪽까지 가 볼래? 저기가 더 전망이 예뻐 보이네.

말하던 도중 발이 걸려 몸을 비틀거린 그녀는 다급히 내 팔을 붙잡았다.

지휘관: 괜찮아?

미사키: 으, 응……. 발을 살짝 삔 거 같아.
미사키: 지휘관, 저기… 조금 부축해 줄 수 있어……? 아! 마침 저기 앉을 만한 곳이 있으니까 좀 쉬었다 가자.

그녀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모래사장에 앉았다.

미사키: 여기 정말 전망이 좋네……. 구름도 적고, 별도 많이 보이고…….

슈우웅――펑!

그때 성대한 황금빛 불꽃이 밤하늘을 가르며 그녀의 옆얼굴을 선명하게 비췄다.

미사키: 앗! 시작했어! 지휘관, 봐봐!

그녀는 꼿꼿이 허리를 펴고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얼굴에 방금 전의 불편한 기색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불꽃은 연이어 밤하늘에 화려하게 피어났고, 춤추는 빛줄기들이 그녀의 옆얼굴을 물들였다.

미사키: 불꽃놀이는 관객이 많아야 더 신난다고 언니가 그랬지만…….
미사키: 이렇게 지휘관과 둘이서 보는 불꽃놀이도…… 멋지네. 에헤헤.
미사키: 아, 저기 좀 봐! 별가루 같은 불꽃이 잔뜩 올라오고 있어!

그녀는 즐거운 듯 하늘을 가리키며 자연스럽게 내 곁으로 다가와 몸을 밀착했다.

미사키: 지휘관은 어떤 불꽃을 좋아해?

지휘관: 지금 게 좋아.

미사키: 지금 거? 으음…… 방금 코스모스 같았던 불꽃?

지휘관: 가장 잘 보이는, 이거 말야.

그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부끄러운 듯 어깨를 움츠렸다.

미사키: 그럼…… 이번 모항 축제 때도 같이 보러 가 줄 거야?

지휘관: 응. 약속할게.

미사키: 앗, 봐봐! 마지막 연발탄이야!

멈추지 않는 빛의 교향곡이 정점에 달하며 해수면과 그녀의 눈동자를 눈부시게 비췄다.
마지막 불꽃이 밤하늘로 녹아들자, 그녀는 슥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미소와 함께 살며시 얼굴을 기울였다.

미사키: 돌아가자, 지휘관.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도 꼿꼿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