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져 기우는 그림자의 꽃
~01. 울려 퍼지는 청옥의 소리
……솔직히 별로 실감은 안 나.
「성역」을 찾으러 쇼카쿠 언니와 함께 경면해역을 헤매다 위험에 빠지고,
미카사 대선배와 만나 나가토 님을 깨우고,
그런데도 다시 아카기 선배와 카가 선배가 있는, 이 바다에 발을 디디게 되다니
선배들은 대체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나도, 쇼카쿠 언니도, 대선배나 나가토 님도… 하물며 모든 중앵 사람들조차도, 알 리가 없겠지
그래서, 나는……
중앵. 제사의 섬.
딸랑딸랑!
히비키: 류호 씨 비켜~~!
기자재를 나르고 있는 특형 구축함 「히비키」는 균형을 잃어 당장이라도 넘어질 듯했다.
딸랑! 콩!
버둥거리면서 엉덩방아를 찧은 히비키. 그 탓에 의식에 쓰일 기자재가 쏟아지고 말았다.
히비키: 아야야…….
히비키: 류호 씨 너무해……. 히비키를 안 도와주다니><
잠수항모 「타이게이」에서 개조되어 경항모가 된 「류호」는 우아하게 기자재를 주웠다.
류호: 함선은 그 정도로 다치지 않습니다. 그보다 기자재는 조심히 나르라고 했을 텐데요?
히비키: 히잉, 류호 씨!
류호: 제사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좀 더 주의하세요.
히비키: ……그나저나 걔네들 정말 오는 거예요?
류호: 중앵 소속이라면 오지 않을 리가 없지요.
류호: “유서 깊은 중앵의 제사를 통해 신께 나아갈 길을 묻는다면, 세이렌과 외부세력의 위협으로 그늘져 있던 중앵의 미래도 분명 광명으로 가득 차리라.”
???: 류호 씨. 여기 계셨군요.
류호: 노시로 씨? 수고하셨습니다. 볼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노시로: 철혈 측 사절단의 연락을 수신했습니다. 제사에 참석한다…… 라는데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류호: 그럼…… 이번 제사는 타 진영이 참석하는 첫 제사가 되겠군요.
류호: 노시로 씨. 그분의 안내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노시로: ……네. 바로 임하겠습니다.
노시로: 류호 씨께서는 중앵 함대의 위용을 떨치기 위해 제사에 참가하는 함선들이 전과를 겨루는 봉납행사,
노시로: 「연합함대훈련」의 참가자들과 대전조의 편성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류호: 흔한 행사의 여흥 수준이 아닐 터이니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군요.
똑똑.
키누: 류호. 아카기 씨와 그 일행 분들이 곧 제사의 섬 근해에 도착할 거다.
히비키: 일항전, 역시 왔구나~
노시로: 류호 씨. 우선은 당신 차례군요.
류호: ……네. 그렇네요.
류호: 중앵에 있어서 중요한 제사…. 지금은 나, 아니 우리 손에 달려있어.
류호: …중앵을 위해, 꼭 성공시키겠어!
류호: 그럼 여러분. 각자 맡은 자리로 돌아갑시다!
모두: 네!
류호: 지난날의 원한…이 아니라 훈련의 성과를 모두에게 보여드리겠습니다!
회장을 둘러보고, 모두는 제각기 맡은 자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중앵의 바다는, 제사의 열광에 휩싸이고 있었다.”
~02. 움직이는 꼭두각시의 실
중앵. 제사의 섬.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졌으며, 독자적인 문화권을 가진 일대 세력 「중앵」.
본섬에서 떨어져 있는 「제사의 섬」은, 주위의 낙도 6개를 가교로 이어 놓아 마치 빛을 발하는 태양, 혹은 얼음결정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미즈호의 대지와는 바다로 인해 떨어져 있지만, 수많은 제사의전을 지내온 이 섬은 중앵의 신령스러운 곳이라고 불리워도 손색이 없었다.
카가: 제사의 섬이라…. 좋은 장소를 골랐군.
아카기: 그래. 이곳도 사람들의 생각이나 신앙이 모이는, 하나의 「성역」이야.
아카기: 상층부 놈들. 「결전계획」이라고 떠들어대는 주제에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야마시로: 아카기 씨는 「결전계획」을 믿지 못하는 건가요?
아카기: 인적자원…… 힘이나 사상의 언령을 낭비하고, 「촉매」를 사용하면서까지 만들어낸 함선을 그저 놀리고 있을 뿐이잖아요.
야마시로: 그치만 시나노 씨는 잠들어 있어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거나 제사 지시를 내리거나 할 수 있다고 그러던데요?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아카기: 그런 소문을 믿는 아이는 대체 얼마나 세상물정을 모르는걸까?
카가: “그늘져 있던 중앵의 미래도 분명 광명으로 가득 차리라…….” 허울좋은 소리지.
아카기: 야마시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단은 당신 전문이니 의견을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야마시로: 아, 네! 그게요, 우선은 제사의 이유를 설명하면요…….
야마시로: 이 제사의 섬에 모셔져 있는 중앵의 보물, 『와타츠미』의 봉인이 풀리면….
야마시로: 제사에서 모인 신앙의 힘과 보물을 촉매로 해서 바다의 신께 기도를 올리면, 함력이 없는 함선도 나타난다든가 뭐라던가 그런대요.
야마시로: 그렇게 생각하면 아마 스루가 씨도 신께서 만든 사자가 아닌가 해요….
야마시로: 또 제사는 원래 중앵의 무녀가 주관하고, 「축제」와 「제사」를 아울러 하나의 행사로 이루어져 있어요.
야마시로: 원래대로라면 나가토 님께서 맡으시는 게 맞는데……
야마시로: 이렇게 멋대로 주관자를 고르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 같은데…. 제 생각은 그래요!
카가: 나가토 님은 지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역시 신의 언령은 기대할 수 없는 건가.
아카기: 그 아이는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즈이카쿠와 쇼카쿠, 그리고 미카사 님과 행동을 같이 하고 있는 한.
아카기: 애초에 『와타츠미』와 축사를 암송할 사람만 있다면 누가 맡든 상관없는 일일 텐데요.
아카기: 카가. 설마 이런 뜬소문을 믿은 건 아니죠?
카가: 아닙니다. 다만…. 투자한 이상 원금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은 돌려받고 싶을 뿐입니다.
아카기: 그래요. 불확실한 예언에 매달리고 사상의 언령과 보물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야마시로: 저기, 죄송해요 아카기 씨. 지, 지금 이야기 야마시로는 잘 모르겠지만 위험한 얘기죠? 만약 누가 묻는다면…….
아카기: …….
아카기: 후후후. 그냥 농담이랍니다.
~03. 안내 담당①
류호: 제사의 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내를 맡은 류호라고 합니다.
아카기: 류호가 마중을 나왔구나. 오랜만이야.
류호: 잘 부탁드립니다. 아카기 씨. 카가 씨.
카가: 제사의 규칙은 알고 있다. “제사에 참가하는 함선은 봉납으로서 자신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였지.
아카기: 카가. 경항모라고 얕보지 마려무나. 제사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자라면 분명 그에 합당한 실력이 있을 거야.
류호: 네. 모든 것은 우리 중앵의 미래를 위해……!
류호: 경항모 류호. 갑니다.
~04. 밀려오는 파도
류호: 과연 초대 일항전 선배님들…. 졌습니다.
류호: 각설하고, 제사의 섬에 오기 위해 먼 발걸음을 옮겨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카기: 네. 그야말로 쉴 틈도 없었죠.
아카기: 그나저나 류호. 엄청난 성장이구나. 지금의 너라면 중앵 항모 기동부대의 일익을 맡아도 더할 나위 없겠어.
류호: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공부할 것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갑자기 그런 중책을 맡기셔도…….
아카기: 아니. 이건 솔직한 평가야.
아카기: 세계는 약육강식. 너처럼 힘있는 자만이 대의를 외칠 수 있어……. 카가 식으로 표현하면 이럴까?
아카기: 아무튼 농담은 이쯤하고, 이번 제사를 준비하느라 수고 많았어.
아카기: 앞으로도 중앵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꾸나.
류호: 하하. 그럼 항모 기동부대의 일익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노력하겠습니다!
류호: 그런데, 아카기 씨는 우리 중앵을 이끄는 분이십니다. 이런 훈련에 얼굴을 비추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카기: 아니. 이런 행사야말로 협력해야지.
아카기: 제사든 세이렌의 기술이든, 상층부의 「결전계획」이든, 쓸 수 있는 수는 뭐든지 사용하는 게 중앵의 방식이야.
류호: 아카기 씨…….
아카기: ………….
아카기: (아마기 언니라고 해도, 분명 이렇게 하실 거야.)
아카기: 후후후. 어쩐지 옛날의 나를 보는 듯한 기분이구나.
류호: ……아카기 씨?
아카기: 아니, 아무것도 아냐. 목표를 확고히 하고 열심히 하렴, 류호.
류호: 네!
~05. 또 하나의 전장
제사의 섬. 주변 해역.
즈이카쿠: 여기가 제사의 섬이구나……. 중앵 본섬하고도, 나가토 님의 거처하고도 상당히 다른 분위기네…….
쇼카쿠: 애초에 이 제사는 중앵의 무녀이신 나가토 님이 집전하셔야 하는 걸 텐데…. 설마 나가토 님을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무시해버리다니.
쇼카쿠: 일항전 선배들, 상층부에 꽤나 연줄을 만들어놨구나.
즈이카쿠: 경면해역에서의 일 때문에 우리를 배제하려 하는 걸지도 몰라…. 일항전 선배들, 정말 세이렌과…….
미카사: 즈이카쿠. 너무 섣부른 판단이다. 이렇게 제사의 섬에 무사히 도착하지 않았더냐?
즈이카쿠: 뭐 아무리 아카기 선배라도 미카사 대선배의 말이라면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나도 언젠가 “대선배”라고 불려 보고 싶다~
쇼카쿠: 앞으로 몇 십년 정도 지나면 언젠가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즈이카쿠 대 선 배♪
즈이카쿠: 그렇게 부르지 마 쇼카쿠 언니! 부끄러우니까!
미카사: 하하하하.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니 보기 좋구나. ……여기서 하나 진지한 이야기라도 해볼까.
미카사: 쇼카쿠. 즈이카쿠. 제사의 섬에 도착하기 전에 한번 더 확인해두자.
미카사: 분명 경면해역에서의 아카기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고, 일견 중앵의 동료들에게 해를 끼치려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미카사: 하지만 아카기는 지금 중앵을 이끄는 존재 중 한 명이다. 중앵의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정면에서 아카기 상대로 일을 키우는 건 좋은 계책이 아니야.
미카사: 내 추측이 맞다면, 중앵 내 「성역」에서 벌어진 아카기의 행동을 알고 있는 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해.
미카사: 애초에 그 해역이 세이렌의 경면해역이라면, 그곳에서 너희가 만난 아카츠키와 야마시로도 진짜인지 알 수 없는 것이지.
미카사: ……쇼카쿠와 아카기, 카가는 진짜지만 말이야.
미카사: 아무튼, 이번 제사의 참가는 어디까지나 아카기의 행동의 진의, 그리고 중앵 동료들의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즈이카쿠: 즉 우리 편을 늘리기 위한 거란 말이죠? 알고 있다구요!
미카사: 그렇지. 지금 우리의 행동은 여차할 때에 아군이 되어줄 수 있는 동료로 이어질 것이야. 사교 또한 전장이라는 말은 이를 뜻하는 말이다.
미카사: 북방연합이나 로열과는 이런 기회가 많았었지. 만약 철혈도 참가한다면 만만치 않은 일이 되겠구나…….
쇼카쿠: 네. 임기응변이 중요하겠네요.
즈이카쿠: 슬슬 주최 측이 행차하실 때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가죠.
~06. 안내 담당②
스루가: 제사 주최 담당 스루가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미카사 님, 그리고 쇼카쿠 씨, 즈이카쿠 씨.
미카사: 그대가 바로 키이급 3번함 스루가구나. 음. 백문이 불여일견. …제사를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다. 중앵의 동료들을 대신해 감사를 전하마.
스루가: 감사합니다. 저는 같은 중앵 함선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딱히 칭찬 받을 만한 일은….
미카사: 하하하. 겸손도 지나치면 비굴이 될지니. 들은 바에 의하면 합동훈련의 준비뿐만이 아니라 직접 참가 신청도 하였다고 그러더구나.
스루가: 아, 네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미카사: 훈련이라곤 하지만, 타 진영의 참가자도 있는 이상 중앵의 위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대의 힘을 가늠해볼 겸 우리와 한번 겨뤄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스루가: (엥 이렇게 갑자기!? 이런 타입은 좀 껄끄러운데…!)
미카사: 아! 방금 마음속으로 “이렇게 갑자기!?”라고 외쳤지 않느냐?
스루가: (어떻게 안 거야!?)
미카사: “어떻게 안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말했구나. 마음을 잘 읽히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닌데 말이다. 정말이지, 요즘 젊은이들은….
스루가: …윽! 이런 질문을 드려서 송구합니다만,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미카사: 관록이라는 놈이지. 전장에서 적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다보면 머지않아 요령을 알게 될 것이다.
미카사: 이론에 대해서는 출중하다고 들었다. 자, 어디 내가 한번 실전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마!
스루가: 미카사 님께서 직접 지도해주신다면 저도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미카사: 좋은 마음가짐이다. 자, 덤벼봐라!
스루가: (미카사 님 상대로 적당히 하다간 전부 다 들통나버려. 정말 진짜로 온 힘을 다해야해…!)
스루가: 전함 스루가, 갑니다…!
~07. 스루가의 전법
미카사: 이건… 폭격기?
스루가: 네. 미카사 님의 구식 의장은 대공화력이 빈약하고 알고 있습니다.
스루가: 그래서 양산형 항모를 후방에 배치하여 항공 공격을 하게 했습니다. 이 승부는 제가 받아가겠습니다…!
미카사: 과연. 전함인 자신을 미끼 삼아 항모를 지키고 항공 공격으로 교란하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합리적인 전법이구나.
미카사: 하지만…… 우리의 전법까지도 구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설픈 판단이다!
~08. 공동작전
스루가: 그, 그랬네요…!
스루가: 분명 “우리”라고 하시기도 했고, 즈이카쿠 씨와 쇼카쿠 씨의 서포트도 있었네요…. 하아, 역시 대선배께는 이길 수 없네요……. 제가 졌습니다.
미카사: 뭐, 나도 몇 번 위험한 때가 있었지만 말이다.
스루가: 그런 말씀 하셔도 순식간에 전황을 뒤집으셨잖습니까…. 여, 역시 대선배십니다…….
스루가: (대선배의 병장은 이미 파악이 끝났었고 이쪽의 공격 위치와 상대와의 거리도 거의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었어…. 항공 공격이 없었다고 해도 질 리는 없었을 텐데.)
스루가: (어디서 문제가 있었던 건지 전혀 짐작이 안 가……. 무섭다 이 사람!)
미카사: 방금 “이 사람 무섭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
스루가: 아,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미카사: 괜찮다. 나를 얕보았지만 아무래도 생각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더구나.
미카사: 항공 공격을 구사했더라도, 그대는 자신의 의장을 과신하여 돌격하기는커녕 어디까지나 정통 전술로 내게 맞섰다.
미카사: ……하하. 그나저나 시대의 변화란 참으로 멋지구나. 보다 강한 기관에 주포, 그리고 항공기라니.
미카사: 나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스루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가 구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니, 과연….)
미카사: 스스로를 한탄 하는 것이 아니다. 싸우는 자로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어찌하겠느냐.
미카사: 바라건대 나와 같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나오지 않았으면 했다만 세상만사가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 법..
미카사: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중앵이 힘을 바란다면 함선인 나도 좌시할 수는 없지. 함선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할 뿐이다.
미카사: 그것이 과거의 동료들에게서 이어받은, 설령 시간의 흐름에 떠밀려간다고 해도 완수해야만 하는 나의 사명이다.
미카사는 주먹을 가슴 앞에서 움켜쥐었다.
미카사: 중앵 외에 다른 진영도 참가하니 말이다. 섬의 방위태세가 만전인지 걱정하는 늙은이의 노파심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구나.
스루가: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미카사: 하하하. 미안하구나. 즈이카쿠, 쇼카쿠. 슬슬 섬으로 가자꾸나.
미카사: (그렇다곤 해도, 힘만을 갈구하다간 자신이 나아갈 길이 일그러지고 말지.)
미카사: (아카기. 그대는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것인가….)
~09. 스페어 플랜
제사의 섬. 근해.
프린츠 오이겐: 틸레. 아직이야? 벌써 점심인데?
Z2: 지금 열심히 기록하고 있어요…. 슬슬 끝나가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Z2: 해역을 통째로 하나의 폐쇄공간으로 하여 외부의 관측을 막는 기술……. 세이렌의 기술을 응용한 「결계」…. 마치 마법 같네요.
프린츠 오이겐: 마법? 우리 기술이 아직 그 분야로 발을 넓히지 않아서 그런 것 뿐이야.
프린츠 오이겐: 그보다 탄약은 어때?
Z2: 네. 충분합니다.
프린츠 오이겐: 의장 상태는?
Z2: 문제없습니다.
프린츠 오이겐: 야무지구나. 그럼, 탈출 루트는 어때?
Z2: 확보는 해놓았습니다만 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린츠 오이겐: 후훗. 혹시 모르잖니?
Z2: 아카기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프린츠 오이겐: 내가 아니라 본국에 있는 「그녀」가 걱정하는 중이거든.
프린츠 오이겐: 그 덕에 안중에도 없는 계획서까지 만들게 됐지.
Z2: 네에…. 그나저나 굉장히 허술한 계획이네요. 중앵의 아카기.
프린츠 오이겐: 그치? 세이렌은 그리 쉽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Z2: 이 제사를 통해 사람을 모아 놓았으니, 그대로 전력으로 투입하는 거였다면 좋겠습니다만. 아니라면….
프린츠 오이겐: 안타깝지만 중앵을 복종시키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야. 딱히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닌걸.
Z2: 네, 알고 있습니다. 최악이네요.
프린츠 오이겐: 본국이 정한 방침이야. 거스를 셈이니?
Z2: 아뇨. 그런 건….
Z2: 마지막 좌표의 스캐닝과 기록도 완료했습니다. 오이겐 씨.
프린츠 오이겐: 그래. 자, 미아인 척 행동하는 것도 이쯤 할까.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하니 말야~
~10. 안내 담당③
노시로: 제사의 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철혈 사절단 여러분.
노시로: 아가노급 경순양함 노시로. 제사의 주최위원으로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프린츠 오이겐: 이렇게 초대해주시니 같은 레드 액시즈 맹우로서 대단히 영광일 따름입니다.
프린츠 오이겐: 철혈에 있는 동료들을 대신해 중앵의 여러분 및 시나노 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노시로: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숙소로 안내해드리겠…….
프린츠 오이겐: “제사에 참가하는 함선은 봉납으로서 자신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소위 개막전 형식으로 대항훈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노시로: 네. 말씀대로 봉납으로서 훈련탄을 사용한 해전 훈련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노시로: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앵 측의 행사로, 철혈 여러분께 이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프린츠 오이겐: 흐응.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란 말도 있잖아? 저희도 중앵의 행사를 체험해보고 싶은데요?
노시로: 그건…….
프린츠 오이겐: 내 개인적인 부탁이기도 해. 설마 주최 측에서 손님의 흥을 깨는 짓을 하지는 않겠지?
노시로: ……주최 측으로서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죠.
노시로: 경순 노시로.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린츠 오이겐: 후훗. 실은 너희도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거 아냐? …어디 중앵 최신예함의 힘을 한번 보여줘 봐.
프린츠 오이겐: 철혈 소속 중순 프린츠 오이겐.
프린츠 오이겐: Eisen und Blut über alles!
~11. 도발
프린츠 오이겐: 뭐야 최신예함이 고작 이 정도야?
프린츠 오이겐: 부족한 몸이라더니 빈말이 아니었나 봐?
노시로: (저 훈련탄의 위력과 노골적으로 내비치는 살의…. 프린츠 오이겐, 진심으로 싸우고 있어…. 그렇다면…….)
노시로: (……아니, 상대는 손님이야. 거칠게 대할 순 없어.)
노시로: 훌륭한 전술이십니다. 과연 역전의 무훈함. 노시로, 탄복하였습니다.
프린츠 오이겐: 전술? 아니, 이건 실력의 차이야.
프린츠 오이겐: 너 같은 상대로는 전술 같은 건 필요도 없어.
노시로: (프린츠 오이겐……!)
노시로: 그렇습니까. 그저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전력으로 임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프린츠 오이겐: 아아~ 철혈의 맹우라고 들었는데 어이가 없네. 중앵 최신예함이란 게 고작 이 정도라면 중앵의 힘도 뭐 뻔하겠네.
프린츠 오이겐: 실망이야. 틸레. 본국으로 돌아가자.
노시로: (………….)
노시로: 깔보지 마. 프린츠 오이겐.
노시로: 중앵 최신예함의 힘이 그토록 보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 하나하나 찬찬히 보여드리겠습니다.
노시로: 저야 그렇다 쳐도 감히 중앵을 모욕한 것, 후회하게 해드리죠!
프린츠 오이겐: 어머 이제 좀 진심으로 할 맘이 들었어? 좋네, 그 표정이야!
프린츠 오이겐: 같이 즐겁게 싸워볼까!!
~12. 권모술수
콰광-----!!!
노시로: 빈틈 발견…!
아카기: 그쯤 하렴, 노시로. 물러나!
노시로: 아카기 씨!? ……알겠습니다.
아카기: 세이렌이 공격해온 건가 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짓일까? 철혈의 프린츠 오이겐.
프린츠 오이겐: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중앵의 전통행사라고 하길래 손님으로서 얌전히 견학하려고 한 건데.
프린츠 오이겐: 네가 조금만 늦게 왔으면 난 얘한테 토막 나고도 남았을걸?
아카기: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 노시로가 그 프린츠 오이겐과 정면으로 맞붙어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는 거니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아카기: ……너. 노시로를 가라앉힐 셈이었지?
프린츠 오이겐: 난 그냥 평범하게 이벤트를 즐겼을 뿐인데? 뭐 좀 부추긴 건 맞지만.
노시로: 아카기 씨,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었는데…….
아카기: 조금이라니. 만약 아까 일제사격이라도 당했다면 바로 수리 도크 행이었어.
아카기: 프린츠 오이겐이 틈을 보인 건 진짜가 아니라 널 사선으로 유도하기 위한 행동이었어. 알겠니?
노시로: 큭…. 죄송합니다 아카기 씨. 조금 냉정함을 잃었습니다.
Z2: 오이겐 씨의 도발에 넘어간 게 잘못이지만, 뭐 어쩔 수 없죠.
Z2: 히퍼 씨라면 첫 마디에 이미 폭발했을 거예요. 그에 비하면 노시로 씨는 잘 참으신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프린츠 오이겐: 후후. 미안했어. 너무 성실해 보이는 애라 좀 놀리고 싶어졌었거든.
프린츠 오이겐: 사과의 선물로 철혈 특산품을 준비했는데… 어때? 받을래?
노시로: 아뇨. 도발에 넘어간 제 잘못입니다. 실례를 범했습니다.
아카기: ……그나저나 도착이 예정시간보다 많이 늦어졌네요. 도중에 길을 잃기라도 하셨나요?
프린츠 오이겐: 글쎄? 중앵의 바다는 처음인지라 찾아오는 것만 해도 힘들었다고.
노시로: …저는 약속대로 결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못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을 텐데요.
아카기: 말은 잘하시네요.
아카기: 동맹 관계이니 그렇게 꽁꽁 숨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어떻게” 길을 잃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프린츠 오이겐: 후후. 아카기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군.
프린츠 오이겐: 실은……………….
프린츠 오이겐: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아~
Z2: 오이겐 씨 말 대로입니다. 혹사당해서 공복으로 쓰러지기 직전입니다.
아카기: 칫………….
아카기: 손님을 공복인 채로 내버려두어선 우리 중앵의 체면이 말이 아니겠지요. 노시로. 두 분을 섬까지 안내해주겠니?
아카기: 후후. 제사의 본모습을 놓쳐선 아니 될 테니까요….
~13. 암약하는 그림자
“자신을 관철하라”……라고 대선배는 말했다.
믿고 있었던, 중앵과 동료들을 이끌고 있는 아카기 선배와 카가 선배가
설마 세이렌과 결탁을 맺었을 줄이야…….
그 「성역」 사건 이후로도 조사를 계속 해왔다.
다행이도 대선배와 나가토 님, 무츠 님과 카와카제는 날 믿어주었다.
그 해역에서 만났던 아카츠키와 야마시로는 아무래도 무사한 것 같지만
둘 다 그때의 일은 잊어버린 모양이다…….
이 제사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 해도…….
……………
……분명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며칠 전. 어느 해역.
이 시대에 존재할 수 없는 시설의 잔해와 곳곳에 남아 있는 참격의 흔적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또 이곳을 습격한 존재의 정체는 무엇인지를 드러내주고 있었다.
이곳은 세이렌이 창조한 「경면해역」. 정확히 말하자면, 「경면해역」이었던 곳이다.
타카오?: …잘 마무리되었다. 소인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지.
옵저버: 어머. 오랜만의 손님이네. 별일이야.
타카오?: ………….
옵저버: 사람을 무시하는 건 실례 아니니?
타카오?: ……그대들과 나눌 말은 없다.
옵저버: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너와 계~속 얘기하고 싶었다구.
옵저버: 코드 G도 그렇고, 너는 「잔불」이라고 스스로 그랬었나? 너희는 모두 다 그런 성격이야?
옵저버: 아무 말도 없이 남의 집을 헤집어 놓고…. 정리하는 내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는데?
옵저버: 너희가 모습을 드러낸 뒤로 여기 있는 단말기의 소모와 작업 프로세스의 리소스 사용률이 3배 더 늘어났어.
옵저버: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너, 코드 G가 우리를 교란하기 위해 보낸 거 맞지?
타카오?: ……그녀의 계획을 캐기 위해 일부러 모습을 드러낸 건가? 그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꺼져라.
옵저버: “상관없다”…라? 여기를 이렇게 폐허로 만들어 놓고 그런 발언은 좀 아니지 않아?
옵저버: 하지만 괜찮아. 어차피 더는 안 쓰는 곳이니까. 속이 풀릴 때까지 더 파괴해도 상관없어.
타카오?: ………….
옵저버: 코드 G의 좌표라면 이미 파악하고 있어.
옵저버: 그리고, 네가 그녀 대신 「경면해역」을 헤치고 다니고 있는 것도.
옵저버: 그런데 코드 G는 왜 갑자기 잠잠해진 거야? 이 세계의 함선들을 지휘하는 존재와 만난 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타카오?: ……하고 싶은 말은 그것 뿐인가.
옵저버: 글쎄? 그렇지만 이 해역의 통신장치는 이게 마지막이야. 네가 베어 버리기 전에 할 말은 전해놔야지 안 그러면 손해잖아?
옵저버: 그러니까 하나만 더, 중요한 걸 알려줄게.
옵저버: 중앵의 그 「제사」, 슬슬 개최될 거야.
타카오?: …………!?
옵저버: 얻게 되는 것은 신의 은총인지, 아니면 알려지지 않은 마성의 지벌인지…… 궁금하지 않아?
타카오?: …….
타카오?: 신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죄로 인해 재앙이 일어난다면, 그건 이 세계의 인류의 자업자득이다.
옵저버: 솔직하지 못하네. 너, 알고 있을 텐데?
옵저버: 인류가 『와타츠미』라고 부르는 것의 정체를.
옵저버: 아~아. 그리고 이 세계의 아카기는 아무래도 그 돌멩이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통신이 끊어졌다.
타카오?: 기다려!
타카오?: …….
타카오?: 또 다시,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건가…!
~14. 연회
제사의 섬.
제사 전날 밤에 큰 연회가 열렸다.
제사의 섬은 각종 의식을 개최하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섬이다.
그렇기에 비록 본섬에서 떨어진 외딴 곳이긴 하지만, 열린 연회의 격식도 로열이나 사디아의 최고급 연회와도 견줄 만 했다.
그렇지만 온갖 사치를 다한 연회와는 달리 이 연회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제사의 전야제이며, 이른바 신께 공물을 바치는 봉납의 제전이다.
각지에서 달려온 일반 참가자들을 위한 환영회와 편의상 합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왁자지껄 들뜨기 보다는 다가올 대의식을 향해 격려와 위로의 말을 건네는 참가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화기애애하면서도, 다들 분위기를 읽고 마다하는 듯한……
그런 중앵의 제사답게, 어딘가 삼가고 있는 풍경이다.
…………
연회장.
아카기: 류호, 노시로, 스루가. 이번 제사의 개최 준비를 맡느라 고생 많았어요.
류호: 중앵의 무가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닙니다.
노시로: 네. 오히려 무사히 제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아카기 씨가 상층부와 잘 교섭해주신 덕분입니다.
스루가: 아카기 씨가 몸소 제사에 참석하시다니, 준비에 관여하고 있는 몸으로서 매우 영광입니다.
아카기: 빈말이라도 부끄럽답니다.
아카기: 어머, 미카사 님 아니신지요? 여전히 건강해 뵈어서 다행입니다.
미카사: 하하. 나야말로 그대의 옛날 모습을 생각하니……
미카사: 아니, 미안하다. 이 늙은이가 찬물을 끼얹고 말았군.
미카사: 중앵의 동료들을 이끌고 민심을 편안히 하는 그대의 수완, 훌률하구나.
아카기: 송구스럽습니다. 아카기는 어디까지나 신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미카사: 그래. 철혈과 함께 레드 액시즈를 세우고, 세이렌의 기술을 연구하고, 유니온과 로열과 싸우는 것도 말이더냐…….
아카기: 네. 대선배님께서 멋대로 만든 「신생연합함대」를 그냥 눈감아 주는 것도 신의 뜻에 따른 것이지요.
아카기는 술잔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낮은 목소리로 미카사를 추궁했다.
아카기: 한참 전에 은퇴한 대선배님께서 새삼스레 다시 나오신 것은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기 때문일까요?
미카사: 「신생연합함대」 말이냐. 그건 그냥 취미일 뿐이다. 그대가 신경 쓸 것 없다.
미카사: “다시 나왔다”는 또 다른 이야기군. 중앵의 일원인 내가 제사에 참가 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네만.
미카사: 중앵의 미래를 염려하여 스스로의 몸을 바치는 것도 불사하는 마음은 그대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아닌가?
아카기: 맞습니다. 그런데 나가토 님께서는 이번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카기: 들리는 소문으로는 나가토 님께서는 이미 눈을 뜨셨고 지금은 미카사 님의 「신생연합함대」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하던데……?
쨍그랑!!
아카기: 뭐지?
연회장 구석에 숨어 있던 즈이카쿠가 술잔을 떨어트렸다.
쇼카쿠: 죄송합니다 아카기 씨. 저희 즈이카쿠가 그만 손이 미끄러져서….
쇼카쿠: 즈이카쿠도 참, 미카사 님과 아카기 씨 앞에서 실례를 범하다니! 아, 저희는 곧 나갈 테니 여러분께서는 계속 연회를 즐기시기 바라요♪
즈이카쿠는 말없이 고개를 꾸벅이고 회장에서 나갔다.
미카사: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구나. 미안하다. 철혈 분들께는 내가 직접 즈이카쿠 대신 사과하마.
미카사: 그나저나 설마 철혈 사람들까지 제사에 참가할 줄은 몰랐구나.
미카사: 어디, 중앵의 식사는 입에 좀 맞으신가?
프린츠 오이겐: 나쁘지 않아. 특히 이 「중앵주」는 독특한 맛이 나네.
미카사: 음. 이것은 쌀과 쌀누룩, 그리고 물을 중앵의 전통 방식으로 섞어서 만든 것이네.
미카사: 제사를 드릴 때 신께 바치는 공물로도 사용되고 있지.
프린츠 오이겐: 라이스구나…. 그렇담 보리로 만든 맥주와 다른 맛이 나는 것도 이해가 가네.
프린츠 오이겐: 다음에 유럽 대륙에 갈 기회가 있으면 꼭 철혈의 슈바르츠 비어 한번 먹어봐.
미카사: 오, 유럽 대륙이라. 꽤나 그리운 곳이로군.
미카사: 로열에서 동료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던 시절이 떠오르는구나. 하하하.
프린츠 오이겐: 뭐, 로열 녀석들 얘기는 접어두고. 우리 철혈도 손님답게 중앵의 식도락을 즐겨볼까.
Z2: 오이겐 씨, 회를 가져왔어요. 드셔보실래요?
오이겐의 보좌를 맡은 Z2, 통칭 게오르그 틸레는 접시를 탁자에 올려 놓았다.
미카사: 음, 이건…….
Z2: 이거하고 같이 먹는다고 들었습니다. 네, 이 와사비라는 것을……
Z2: 생선의 흰 부분에 골고루 녹색이 될 때까지 발라서…….
미카사: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너무 많은데….
프린츠 오이겐: 그래? 우리 먹는 법은 잘 몰라서.
스루가: 그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보다 틸레 씨, 말 좀 들으세요!
프린츠 오이겐: (얘가 그 소문의 키이급 전함 「스루가」구나. 바둥거리는 게 귀엽네. 후후후.)
Z2: 오이겐 씨. 이 꼬치도 맛있다고 들었습니다. 같이 먹어봐요.
스루가에게 어딘가로 끌려갔던 Z2였지만, 순식간에 탈출하고 새로운 음식을 가져왔다.
아카기: 여러분, 계속해서 연회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15. 적습
제사의 섬. 연회장.
삼가면서도 모두가 연회를 즐기고 있는 와중……
스루가: 여, 역시 미카사 대선배시네요…. 그런 역경 속에서도 역전할 수 있다니….
미카사: 하하하. 나 스스로도 용케 살아남았구나 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북방연합의 아브로라는……
퍼--엉!!!
회장 밖에서 맹렬한 포격 소리가 들려왔다.
수평선 너머가 빨강과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가운데서 칠흑 같은 그림자가 희미하게 바다속에서 떠올랐다.
류호: 저건…… 세이렌!
히비키: 아, 응! 우리쪽 경계거리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갑자기 나타났어!
히비키: 키누하고 카스미가 다른 경계 담당 함선을 데리고 요격하러 갔어!
연회장은 순간 침묵에 휩싸였다. 그리고 싸움 직전의 긴장감과 열기가 회장 안을 맴돌았다.
스루가: (제사의 섬은 분명 「결계」가 지켜주고 있을 텐데…. 세이렌 함대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류호: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제사의 섬의 방비는 안전합니다!
류호: 무슨 일이 생겨도 저희 주최 측에서 곧바로 대응하겠습니다!
류호: 스루가, 노시로. 출격이다.
노시로&스루가: 네!
류호: 이 류호가 있는 이상, 회장에 계신 여러분의 손을 번거롭게 하진 않겠습니다!
~16. 세이렌의 위협
노시로: 하아압~!!
노시로: 스루가, 괜찮아요? 세이렌과의 실전은 처음이죠?
스루가: (모의전이나 연습이라면 몇 번이고 해봤지만 진짜의 박력은 역시 전혀 달라~!!)
류호: 큭…! 끝이 없군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니…!
스루가: (설마 첫 실전부터 위기라니!! 제사 주최 같은 거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류호: 중앵 본섬은 오랫동안 세이렌의 습격이 없었기에 그다지 실감은 없었지만….
류호: 역시 세이렌은 인류의 위협입니다…!
류호: 여러분! 정신 바짝 차리고 전력으로 싸웁시다!
~17. 「장기말」
류호: 카스미! 키누! 잘 버텨주었습니다! 얼른 이쪽으로……
스루가: 류호, 위험해!
카스미?: …….
키누?: …….
노시로: 당신들, 무슨 짓을……!?
류호: 어쩐지 두 분 다 평소 느낌과는 다릅니다만…….
스루가: 이놈들은 아군이 아냐! 세이렌이 우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장기말」이야!
류호: 큭! 더러운 짓을…!
류호: 다들 적의 겉모습에 현혹되지 마세요! 맡은 바 역할대로 제사의 섬을 지킵시다!
~18. 경면해역
노시로: 허접한 잡동사니들… 썩 꺼지세요!
류호: 이 해역은 모두 청소했군요! 얼른 다음 해역으로 가죠!
노시로: 류호. 세이렌의 노림수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만약 『와타츠미』라면….
류호: 일항전과 오항전, 그리고 미카사 대선배도 제사의 섬에 계십니다. 만일 세이렌이 성동격서를 행한다 하더라도 도리어 당하고 말 겁니다.
노시로: 그렇게 되면 섬까지 적을 허락한 저희의 책임이 될 테지만요. ……저건!!
류호: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어…!?
노시로: 그뿐만이 아닌 것 같네요. 계기판이 고장나고 있어요.
스루가: 이건 대체…….
키누: 「경면해역」이다. 섬 건너에서 이제 왔다만, 아무래도 섬 주변 해역 전체가 경면해역이 된 것 같아.
류호: 키누! 카스미! 두 분 다 괜찮으세요?
키누: 그래. 류호의 요격기를 보고 급히 달려왔다. 저쪽의 양산형은 전부 격파했어.
키누: 이 해역답지 않은 기상이변, 외부와의 통신 단절…. 기록대로의 현상…이군.
키누: 그런데 단 하나만 달라. 경면해역은 보통 바다 위에서만 발생하는데, 이번처럼 마치 섬을 뒤덮은 것 같은 케이스는 어느 기록에도 없어.
키누: 고작 이 정도의 세이렌을 격퇴한 것만으로 경면해역이 사라지진 않아. 류호. 어떻게 할 셈이지?
류호: 지시를 내릴 것도 없습니다. 저쪽에서 벌써 두 번째 벙력이 온 것 같군요.
노시로: 나타난 곳은 암초가 많은 해역이야…. 저 크기로 암초를 통과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대체 어떻게…?
류호: 카스미, 스루가. 잠깐 상황을 보러 다녀오겠습니다. 다들 이대로 방어선을 구축하세요!
모두: 네!
~19. 중앵의 어호(御狐)
어둠에 휩싸인 바다 위를 두 소녀가 질주한다.
나가토: 카와카제!
세이렌 전함의 교차사격이 카와카제를 노렸다.
카와카제: …무녀님 물러나십시오! 여긴 제가!
나가토: 무슨 말이냐! 그대는 이미 만신창이지 않느냐!
카와카제: 선도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이렌의 함정에 걸려 무녀님을 위험에 빠트린 책임…….
카와카제: 이 카와카제, 목숨을 걸고 죗값을 치르겠습니다!
포격일섬. 한번 교차한 포격은 이번엔 빗나가는 일 없이……
카와카제가 아니라 나가토가 소환한 양산형 전함에 착탄했다.
카와카제: 무녀님. 저 따위를 위해 고귀한 힘을 쓰시다니…….
나가토: 무슨 망발이더냐!
카와카제: 무녀님!?
나가토: 짐은 나가토! 중앵의 전함 나가토이니라!
나가토: 소중한 동료 한 명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중앵을 지킨다는 말이냐!
카와카제: 무녀, 님…….
포착에 실패하여 잠시 움직임을 멈춘 양산형 세이렌을 향해 나가토는 자신의 주포를 쏘았다.
나가토: 빅 세븐의 힘, 똑똑히 보아라!
-------!!
강력한 주포의 일제사격. 중앵을 지키는 무녀의 염원이 담긴 포탄의 위력은 적을 격파하기에 충분했다.
주변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고, 세이렌의 포위도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카와카제: 무녀님, 이쪽으로!
나가토: 카와카제!!
나가토는 손을 뻗어 다친 카와카제를 반쯤 예항하는 모습으로 탈출을 서둘렀다.
……하지만 증원된 세이렌의 주포가 두 사람의 발목을 다시 붙잡고 말았다.
카와카제: 무녀님. 저는 괜찮습니다! 내버려두세요!
카와카제의 탄원을 무시한 나가토는 필사적으로 거대한 의장을 구사하여 세이렌의 포격을 피하고 추격을 따돌리려 했다.
한편 세이렌은 수가 많다는 이점을 살려 나가토의 앞길을 막고 포격으로 진로를 바꾸게 하면서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갔다.
카와카제: …………큭!
그야말로 위기일발이었다.
카와카제: 나를 희생해서라도, 무녀님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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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급강하폭격으로 인해 진로를 막고 있던 세이렌은 순식간에 고철덩어리로 변했다.
즈이카쿠: 마음가짐은 훌륭하지만 진짜로 실행하면 안 돼!
즈이카쿠: 카와카제를 잃으면 나가토 님은 분명 슬퍼할 거야-!
즈이카쿠가 날린 폭격기가 두 사람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카와카제: 즈이카쿠 씨. 윽… 고, 고마워….
카와카제는 감사의 말을 남긴 채 그대로 즈이카쿠의 품속으로 쓰러졌다.
나가토: 카와카제!
즈이카쿠: 괜찮아. 잔뜩 날 서 있던 긴장의 끈이 끊어진 것 뿐이야.
즈이카쿠: 잠시 쉬고 있어도 돼. 나가토 님은 우리가 지킬 테니까.
나가토: 또 그대에게 도움을 받았구나…. 고맙다. 즈이카쿠.
즈이카쿠: 아, 실은 우연히 지나가던 중이었을 뿐이지만 말야.
나가토: 그, 그런가?
즈이카쿠: 응. 원래는 그냥 연회장에서 빠져나온 건데 갑자기 세이렌이 나타났길래 쓰러트리고 있던 참이었어.
카와카제: 무녀님…….
카와카제: 세이렌이 이 해역에 나타났다는 것은 분명 『와타츠미』를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카와카제: 일부러 그런 위험한 곳에 가실 필요는…….
나가토: 안 된다. 이 제사는 당연히 짐이 지내야 한다.
나가토: 게다가 정말 세이렌이 『와타츠미』를 노린다면 절대 뜻대로 되게 두어선 안 되느니라.
나가토: 즈이카쿠. 카와카제를 부탁해도 되겠느냐? 잠시 휴식이 필요할 터이니.
즈이카쿠: 물론이지! 나가토 님. 제사의 섬에서 미카사 님이 기다리고 계셔!
~20. 재회
스루가: 즈이카쿠 씨!? 여기는 위험해요! 얼른 섬으로…… 어?
류호: 나, 나가토 님!?
나가토를 본 제사 주최 담당들은 놀라면서도 예를 표했다.
카스미: 무녀님……. 카스미, 처음 봤어…….
류호: 무녀님, 상태가…! 세이렌으로부터 지켜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류호: 무녀님께서 참석하시는 줄도 모르고 호위도 준비해놓지 않은 점, 부디 용서를……
나가토: 괜찮다. 짐이 억지를 부려 카와카제를 데리고 온 것 뿐이니라. 그대들의 탓이 아니다.
스루가: 나가토 님께서 참석하셔서 다행입니다!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는데…….
나가토: 응? 그대들은 어찌할 셈이었느냐…?
스루가: 네. 시나노 씨가 만일 의식을 거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야마시로 씨가 대역을 서겠다고…….
나가토: 야, 야마시로라……. 음…….
나가토: 카와카제. 그대는 이제 괜찮느냐?
카와카제: 네. 항행만이라면 괜찮습니다….
나가토: 어서 제사의 섬으로 가자.
카와카제: 세이렌의 「장기말」…. 이런 때에…!
류호: 여긴 저희에게 맡기고 나가토 님께서는 얼른 섬으로 가십시오.
나가토: 음. 부탁한다!
~21. 의심암귀
제사의 섬.
아카기: 그러시군요. 나가토 님께서는 병든 옥체를 무릅쓰고 제사에 참석하려다가 길을 잃었다, 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카기: 미카사 님. 외람되오나 나가토 님의 뜻이 그러하셨다면 함께 오셨으면 되는 것이 아니었는지요?
미카사: 나도 즈이카쿠로부터 방금 연락을 받은 참이다. 애초에 나가토 님이 스스로 오시겠다고 하신 것이니 내가 어찌 할 수는 없었을 게야.
미카사: ……. 그보다 아카기. 어딘가 따분하다는 표정이다만?
아카기: 글쎄, 왜 그럴까요? 술을 마셔서 얼굴이 조금 발개진 것 뿐이랍니다.
카가: ………….
카가: 아무튼 나가토 님이 오신 이상, 시나노가 대신 의식을 거행할 필요는 없겠군.
카가: 만일의 경우에는 야마시로에게 시키려고 했다만….
야마시로: 에에에엑!?
야마시로는 크게 놀랐다.
야마시로: 야, 야마시로가 의식을 집전하는 건가요?!
아카기: 어디까지나 차선책이었을 뿐입니다. 설령 의식을 행한다고 쳐도 축사를 그대로 암송하기만 하면 끝났을 일이에요.
아카기: 뭣하면 지금 시험 삼아 한번 해보지요. 히비키, 『와타츠미』를 예행식장으로 가져오세요.
히비키: 아, 네!
히비키가 달려나갔다.
프린츠 오이겐: 흐응. 그 「보물」이란 걸 드디어 볼 수 있는 거야? 들은 바로는 함력이 없는 함선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던데?
프린츠 오이겐: 그걸로 철혈의 「Z계획」인지 뭔지도 착착 해주면 좋겠네.
Z2: 오이겐 씨, 취하셨나요?
프린츠 오이겐: 취하긴 누가~ 그냥 해본 말이야.
Z2: 죄송합니다 여러분. 지금 오이겐 씨의 발언은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아카기: 후후. 우리는 맹우인걸요. 오히려 저희 힘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셔도 괜찮답니다.
프린츠 오이겐: 그러면 그 『와타츠미』라는 거, 우리 철혈에도 빌려줄 수 있어? 아하하하하~
미카사: ………….
쇼카쿠: (속닥속닥)
미카사: (작은 소리로)나가토는 아직인가?
쇼카쿠: (작은 소리로)첫 연락 이후로는 경면해역 때문에 정보가 들어오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하실래요?
미카사: (작은 소리로)아무것도. 아카기의 속내는 읽어냈다만, 『와타츠미』를 어찌 하진 않을 게다.
히비키: 『와타츠미』, 예행식장에 가져다 놨습니다!
제사의 본질이 되는 보물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연회장 안이 살짝 소란스러워졌다.
Z2: 오이겐 씨가 가면 상황이 안 좋아질 테니 확인은 제게 맡겨주세요.
그리고 회장의 참가자들이 속속 임시 식장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Z2: ………….
Z2: 오이겐 씨, 괜찮으세요? 저희도 슬슬 움직일 시간인데요.
Z2: 오이겐 씨?
Z2: ………….
프린츠 오이겐: 후우…… 하암………….
Z2: 진짜로 취하신 거였나요. 계획이 완전 파탄 났네요.
Z2: 중앵주…. 무섭군요.
~22. 쟁탈전
???(타카오): “뒤로 돌아간다! 어떻게 해서든 저걸 멈춰야 해!”
「그것」은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이상한 모습이었다.
강철의 몸을 가졌으면서도 사고나 거동은 수생 동물 그 자체. ……인류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존재다.
???(진츠): 타카오 씨! 퇴각하죠! 저희 쪽은 이미 총붕괴입니다!
???(타카오): 조금만 더 버텨! 곧 아군의 증원이 온다!
최강의 공성무기가 될 수 있는 「그것」은, 인격과 사고, 제어기술이 없다면 그저 무차별적으로 파괴를 일삼는 성가신 존재.
근대화기와 자연의 맹위를 합한 악몽 앞에서 소녀들은 속수무책으로 격퇴 당했다.
???(유다치): 저건!? 하얀 「벽」이!?
???(타카오): 기다려!
???(타카오): 이, 이게……!
???(타카오): 이게 『와타츠미』라고……!?
타카오?: ………….
타카오?: 「세이렌」……!
제사의 섬. 임시 식장.
제사의 섬의 임시 식장에서 중앵의 보물 『와타츠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감실에 놓여 있는 「그것」의 겉모습 자체는 딱히 별 게 아니라, ……네이비 블루 색의 평범한 돌이었다.
창문으로 비치는 달빛을 바다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히비키: 그럼 이 자리에 없는 류호 씨를 대신해, 아카기 씨의 명령에 따라 저 히비키가 의식의 진행을 맡도록 하겠습니다아.
히비키: 중요한 건 리허설이야 리허설! 자자, 야마시로 씨, 이리로 이리로!
야마시로: 아으으…. 이건 보물 『와타츠미』인가요? 바다의 신의 힘을 간직한 신성한 돌! 응~ 어떻게 봐도 돌이네요….
야마시로: 그럼 『와타츠미』의 의식, 잘 봐주세요!
모두: “대해의 용이시여 작은 용이시여 오색의 폐백을 오방으로 나누시고”
모두: “천지신명께 정제하여 정결한 마음을 속히 깨닫게 하시옵소서”
모두: “야오요로즈의 신들 전에 감히 아뢰옵나이다”
----!
야마시로가 『와타츠미』를 만지려는 찰나 마치 반동이라도 받은 것처럼 가볍게 튕겨졌다.
히비키: 어, 어라?
나가토: 당장 의식을 멈추어라! 절대 『와타츠미』를 만져선 안 된다!
나가토와 즈이카쿠가 임시 식장으로 뛰어들었다.
미카사: 나가토! 무사했구나!
아카기: …………칫.
나가토: 저것은 중앵 이외의 것을 막는 방어 결계! 이곳에 첩자가 있느니라!
나가토의 경고에 식장에 있는 함선들은 일제히 응전 태세를 갖췄다.
야마시로: 에, 에에에에!?
마치 시야가 일그러지는 듯한 광경과 함께 중앵도, 철혈도 아닌 「그녀」가 야마시로 뒤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옵저버: 이 광학미채는 꽤 자신작이었는데 설마 간파당할 줄이야~
모두: 세이렌!!
즈이카쿠: 위장해서 잠입한 건가! 비겁하다!
옵저버: 어머, 그 암초해역에서 살아남은 거야?
옵저버: 아쉽네…. 그 「잔불」이 우리 전력을 깎아먹지만 않았어도 너희가 여기 도착할 일은 없었을 텐데.
나가토: 그대는 우리 중앵의 『와타츠미』로 무얼 할 셈인가!
옵저버: 후후후. 글쎄…….
카와카제: 나가토 님, 위험해요-!
옵저버가 촉수를 움직이기 전에 포탄 한 발이 임시 식장 지붕에 착탄했다.
콘크리트와 나무로 만들어진 지붕은 포탄의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 식장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잔해에 깔리는 일은 없었다.
옵저버: 역시 왔구나 「잔불」. 후후후. 나중에 동향 친구와 함께 찬찬히 얘기라도 나눠볼까.
옵저버는 식장 입구를 향해 재밌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리고 마치 달빛에 녹은 것처럼 사라졌다.
미카사: 변함없이 신출귀몰하군…. 그밖의 세이렌은 없나?!
황망한 가운데 식장에 있는 함선들은 신속하게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카스미: 미카사 님. 죄송해요. 방금 잘 모르는 함선들이 우리 방어선을 빠져나갔어…….
카스미: 죄송해요……. 카스미, 막지 못했어…….
미카사: 괜찮다. 계속해서 섬 주변을 경계하거라. 상위 개체라면 몰라도 양산형 세이렌은 이렇게 깊숙이 들어올 수 없다.
미카사: (방금 공격한 것은, 혹 그 세이렌이 말했던 「잔불」이라는 자인가……?)
히비키: 저, 저기! 저희는 뭘 해야…!
즈이카쿠: 너희는 여기서 나가토 님과 『와타츠미』를 지켜! 적은 나하고 쇼카쿠 언니가 어떻게든 할게!
미카사: 아아, 부탁하마!
~23. 잔불의 습격
즈이카쿠: 네가 세이렌이 말했던 「잔불」이냐! 잘도 임시 식장을 파괴했겠다!
즈이카쿠: …그 칼을 보아하니 우리 중앵 사람이구나! 어서 정체를 드러내!
타카오?: ………….
정체불명의 함선은 말없이 오항전 자매를 향해 뒤돌아섰다.
즈이카쿠: !? 당신은…!
쇼카쿠: 타카오와 같은 모습의 「장기말」인가?
쇼카쿠: 아니 달라…. 넌 아까 그 포격으로 옵저버의 행동을 멈췄지.
즈이카쿠: 의장을 장비하고 있는 걸 보니 함선이구나! 넌 대체 누구야! 목적은 뭐지? 왜 우릴 공격한 거야?!
즈이카쿠: 뭐라도 말해! 정 아무 말도 안 한다면……
즈이카쿠: 이 오항전, 항모 즈이카쿠가 강제로라도 말하게 해주겠어!
타카오?: 소인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목적은 두 가지다.
타카오?: 하나는 너희가 본 대로 옵저버가 그 돌을 빼앗지 못하게 지키는 것. 다른 하나는…….
쇼카쿠: (목소리까지 타카오하고 똑같아…?)
즈이카쿠: 다른 하나는?
타카오?: 그래…. 그 지긋지긋한…
타카오?: ……『와타츠미』를 파괴하는 것이다.
~24. 대결
……
즈이카쿠: 큭…….
……
하얗고 검은 그림자들이 경면해역에서 굉음과 함께 춤추고 있었다.
즈이카쿠: …함재기는 신경도 안 쓰고 오로지 접근전만 걸어오고 있어…! 게다가 이쪽은 쇼카쿠 언니까지 두 명인데도 고작 참격을 피하기에만 급급하다니…!
즈이카쿠: 이 사람, 무서울 정도로 강해…!!
타카오?: 소인은 그대들과 싸울 생각이 없다. 하지만…….
타카오?: 그대들 함선이 『와타츠미』 파괴를 방해한다면……
타카오?: 소인의 칼솜씨, 똑똑히 보여주마!
쇼카쿠: 즈이카쿠!!
……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
타카오?: 의장이 가져다 준 이능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간 파멸한다. 기억해둬라.
쇼카쿠: 즈이카쿠, 괜찮아…. 소매와 의장이 베였을 뿐……이야.
쇼카쿠: 너 타카오지! 왜 중앵의 보물을 파괴하려고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거야!
「타카오」라고 불린 순간, 다음 참격을 준비하던 「잔불」은 움직임을 멈췄다.
타카오?: …………그 이름. 아니, 코드네임인가. 오랜만에 듣는군.
타카오?: …그나저나 「타카오」라.
타카오?: 인간들이 우리의 용골에 멋대로 새긴 관념일 뿐이다.
타카오?: 그 인간들마저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면……
타카오?: 이름 따위……
타카오?: 무의미해!!
!!
즈이카쿠: 큭, 카학…! 그레이고스트 보다도, 강해…!
!!
타카오?: …난입인가.
키누: 내 동료에게 손대지 마!
즈이카쿠: 다들 조심해! 보통내기가 아니야!!
류호: 네! 그렇기 때문에 다같이 싸우는 겁니다! 항공지원은 제게 맡기세요!
스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냐 즈이카쿠 씨!
카스미: 카스미도… 둥실이하고 함께 열심히 할게…!
즈이카쿠: 이렇게까지 사람이 늘어나면 좀 비겁한 느낌도 들지만….
즈이카쿠: 『와타츠미』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
~25. 타임오버
타카오?: 꽤나 하는군…! 큭, 슬슬 시간이…….
함선들의 맹공으로 「타카오」는 제사의 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즈이카쿠: 지나가게 둘 순 없어!!
타카오?: 반드시 지나가겠다!!
진로를 바꿔 일직선으로 『와타츠미』 쪽으로 향하려는 타카오에게 즈이카쿠가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고…
……다음 순간 거기에는 우뚝 멈춰선 즈이카쿠와 전속력으로 전진하는 「타카오」의 모습이 있었다.
쇼카쿠: 즈이카쿠! 괜찮아!?
즈이카쿠: 바, 방금은 대체…!?
즈이카쿠: (압도된 건 아니야. 분명 나는 손을 뻗으려고 했어….)
즈이카쿠: (하지만, 아냐…. 그 눈을 본 순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어….)
즈이카쿠: ……….
즈이카쿠: (나…… 저 사람을… 무서워하는 거야…!?)
~26. 번쩍이는 그림자
제사의 섬. 임시 식장.
히비키: 우와아…. 임시 식장이 완전 걸레짝이 됐네…. 이거 『와타츠미』 운반도 꽤 고생이겠네….
나가토: 음. 최악의 경우 이대로 의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히비키: 나가토 님, 잠깐만. 지금 의식용 도구를 꺼낼게! …호잇!
카와카제: 너, 구축함인데도 근력이 상당하구나.
히비키: 에헤헤. 뭐 평소에 축제에 참가하는 거 정말 좋아하니까, 이런 아이템 찾는 것도 옮기는 것도 식은 죽 먹기지! …엇차.
아카기: 미카사 님. 무얼 그리 골똘히 생각하시나요?
미카사: 음. 이 제사 말이다. 잘 말하기는 어렵지만….
미카사: 뭔가가 계속 걸려서 말이다.
아카기: 어머. 그 미카사 님을 고민하게 만들 정도의 위화감이란 대체 무얼까요?
아카기: 저는 딱히 아무런 생각도 없답니다. 이 『와타츠미』를 사용한 제사…, 애초에 평범한 축제였을 뿐이니 말이에요.
미카사: 아아. 나도 그리 생각하네. 신의 힘에만 기댄다고 해서 일이 잘 풀리는 것만은 아니지.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변혁을 일으켜야만 해.
아카기: 후후. 미카사 대선배님이시라면 분명 이해하리라 생각했답니다.
아카기: 이참에 저도 솔직해지도록 하지요. 제가 주도적으로 세이렌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모두 중앵의 미래를 위해서예요.
아카기: 신의 힘…. 아니, 신의 힘“만”을 의지하려 했던 낡은 시대와 결별하고 중앵에 빛나는 미래를 선사하는 것.
아카기: 그것이야말로 제가 꿈꾸는, 그리고 「그 사람」이 바라 마지않던 미래랍니다.
미카사: 허나 아카기. 세이렌의 기술이 그렇게 만능이었다면 나 또한 그대의 의견에 찬동했을 게야.
미카사: 그대가 하는 일은 아무래도, 세이렌을 이용하기 보다는 세이렌에게 이용당하는 것처럼 보이네만.
미카사: …세이렌의 힘은 위험해. 쉽게 제어할 수 있다고 자만하다간 큰일이 날게다.
미카사: 지금 그대가 가는 길은 비뚤어져 있어. 이대로 가다가 중앵의 동료들까지 다치는 일이 생길까봐 걱정스러운 게야.
미카사: 그대가 생각하는 「그 사람」도 분명 그런 결말을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다만.
아카기: 미카사 님. 송구합니다만 이 아카기,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아카기: 중앵에게 있어 올바른 길이란 대체 무엇인가요?
아카기: 아주르 레인을 탈퇴하지 않고, 세이렌을 근절하지 않고, 거짓 평화를, 가짜 친교를 영원히 계속할 작정이십니까?
아카기: 사람이 싸움을 원하는 이상,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져 언젠가 족쇄에 메일 뿐입니다.
아카기: 지금까지의 희생을, 미카사 님께서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치부하실 셈인가요?
히비키: 와와와왓!
!!
제사 준비를 하던 히비키가 때마침 성대하게 넘어……질 뻔했다.
히비키: 죄송합니다! 또 넘어질 뻔 했네><
히비키: 아, 나가토 님. 『와타츠미』 의식 리허설 준비 됐어!
히비키의 안내를 받아 중앵의 무녀 나가토와 그 호위를 맡은 카와카제는 식장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나가토: 그대들은 오롯이 중앵만을 생각하고 있다. 이는 짐이 가장 잘 알고 있노라. 그러니 적어도 이 제사 중에는 서로 다투지 말거라.
나가토: 짐은 둘째 치고 중앵의 모두들, 그리고 신 또한 기뻐하실 것이야.
아카기: ………….
나가토는 『와타츠미』를 향해 정중하게 중앵의 기도를 올렸다.
나가토: “대해의 용이시여 작은 용이시여 오색의 폐백을 오방으로 나누시고”
나가토: “천지신명께 정제하여 정결한 마음을 속히 깨닫게 하시옵소서”
나가토: “야오요로즈의 신들 전에 감히 아뢰옵나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가토: ……역시 그런가. 신의 말씀은 그리 간단히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구나.
류호: 미카사 님! 아까 「잔불」이라고 불린 적이 추격을 뿌리치고 지금 그쪽으로……
미카사: 뭐라고!?
--
「잔불」이라고 불린 함선이 식장 입구에 나타났다. 식장에 있던 함선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오직 두 명, 아카기와 카가를 빼고.
미카사: 그대는…… 타카오!?
타카오?: 나가토 님. 물러나십시오. 소인의 칼은 중앵의 백성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타카오」에 기죽지 않고 나가토는 『와타츠미』 앞에 섰다. 설령 목숨을 바쳐서라도 『와타츠미』를 지키려는 기개가 엿보였다.
나가토: 그대의 정체와 『와타츠미』를 파괴하려는 목적을 고하지 않는 한, 그대의 뜻대로 하게 둘 수는 없다.
타카오?: ……『와타츠미』는 보물이 아닙니다. 재앙을 가져오는 존재입니다.
타카오?: 생각을 모아 실체화하여 언젠가 그대들에게 큰 재앙을 불러 올 것입니다.
나가토: 중앵의 제사의 역사는 짐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오래토록 이어지고 있다. 그대의 말 한 마디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타카오?: 그 역사는 거짓이다. 이 돌은 그대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나가토: ……뭐, 라고…?
타카오?: ……간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신속한 참격이 나가토에게 날아들었다.
카와카제: 무녀님!
직감적으로 아슬아슬하게 나가토를 빼낸 카와카제는, 힘을 쥐어짜내 칼의 궤도를 바꾸려고 했다.
!!
………………
그야말로 전광석화. 식장의 누구 한 명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카기: ………….
카와카제: 무녀님, 괜찮으십니까?
나가토: 짐은 괜찮다.
나가토의 뒤에 있언 『와타츠미』는 신묘한 검술에 의해 깔끔하게 두 조각 났다.
나가토: 『와타츠미』가……!
타카오?: ……이거 한 방 먹었군. 진짜 『와타츠미』는 다른 곳에 숨겨둔 건가.
타카오?: 평범한 돌에 세이렌 기술을 이용한 발광 도장 가공, 거기에 중앵의 방어용 소결계….
타카오?: 흥. 헛걸음이었단 거로군.
~27. 엔딩
며칠 후.
프린츠 오이겐: 중앵의 제사는 결국 실패한 거야?
Z2: 네. 별 수 없는 일이죠.
Z2: 설마 제사에 쓰이는 『와타츠미』가 가짜였다니,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겠죠. 지금 중앵 측은 대혼란입니다.
Z2: 물론 저도 일의 전말은 보지 못했습니다. 술 취한 오이겐 씨를 간호하느라.
Z2: 이럼 마치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네. 임무 실패입니다. 물론 「그녀」가 한 소리 하겠죠.
프린츠 오이겐: 틸레. 난 취했던 게 아냐. 그건 그냥 연기였다구.
Z2: 레베 군 이상으로 푹 자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훌륭한 연기군요. 네.
프린츠 오이겐: ……이 이야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Z2: 알겠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Z2는 대량 구입한 중앵주를 이고 가는 오이겐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프린츠 오이겐: 그리고 빈손이 아냐. 「신생연합함대」의 정체, 중앵의 내부사정, 그리고 신예함의 정보를 입수했잖니.
프린츠 오이겐: 이 정도 정보면 제사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그 작전」 얘기도 중앵에 잘 전달했고.
프린츠 오이겐: 남은 건 계획대로, 그 아카기와의 협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어떨지….
아카기: 프린츠 오이겐. 잠시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
프린츠 오이겐: 어머나 이게 누구야 중앵의 아카기 님? 배웅은 아까 항구에서 다 끝난 거 아니었나?
아카기: 네. 지금부터는 별로 남에게 알리기 싫은 이야기라서 말이죠.
아카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철혈이 쥐고 있는 함선과 세이렌의 정보를 좀 더 주실 수 있을까요?
프린츠 오이겐: 크게 나오시네…. 아무리 철혈과 중앵이 맹우라고 해도 그런 리퀘스트에 네 기꺼이, 라고 할 수는 없는데?
프린츠 오이겐: 그렇지만, 글쎄…. 우리 정보를 위해서 중앵은 어떤 대가를 지불할 셈이지?
아카기: 그럼 아까 제사에서 그쪽이 한 부탁에 응해 드리도록 하죠.
아카기: ……『와타츠미』, 한번 조사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28. 제사의 끝
며칠 후. 제사의 섬.
제사가 끝나고 세이렌과의 싸움에 참가한 자들의 연회가 열렸다.
미카사도 강제로(?) 나가토를 데리고 참석했다.
류호: 미카사 님!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미카사: 음. 나도 그 「잔불」인지 뭔지에 맞섰으니 말이다! 하하하!
미카사: 그나저나 세이렌 이상의 강적이 나타날 줄이야. 역시 지금보다 더 분전 노력해야 하겠군.
……
--!!
카와카제: 그 「타카오」, 의장을 쓰지 않고도 매우 강했어….
즈이카쿠: 아아, 쇼카쿠 언니와 함께 싸웠는데도 발도 못 묶었지. 나 혼자였다면 아마 싸움조차 되지 못했을 거야.
즈이카쿠: ……그레이 고스트도 그렇고 블루 고스트도 그렇고 역시 강한 놈들은 도처에 있다는 거네! 아하하하!
쇼카쿠: 즈이카쿠~ 요리 다 됐어~ 다른 분들도 와서 드세요~
튀김과 중앵 만두 등의 음식으로 인해 연회장의 분위기가 단숨에 달아올랐다.
즈이카쿠: (작은 소리로)쇼카쿠 언니. 저번엔 미안했어! 나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즈이카쿠는 자신을 감싸다 「잔불」에게 베인 쇼카쿠에게 사과했다.
쇼카쿠: 즈이카쿠 탓이 아니야. 그렇게 강한 상대라면 누구든 힘들었을 거야. 오히려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지.
쇼카쿠: 그리고, 나는 즈이카쿠의 피해 담당함 같은 거니까.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
쇼카쿠: 후후. 언니는 동생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만 봐도 만족한단다?
쇼카쿠: 그러니 언니를 위해서라도 계속 건강하게 살아남아야해, 즈이카쿠♪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 그거 사망 플래그니까 그만해!
한편, 연회장 구석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은….
카와카제: 무녀님. 일전엔 죄송했습니다.
카와카제: 위험에 맞닥트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할 때에 지켜드리지 못하다니…….
카와카제: 이 카와카제, 무녀님의 호위무사 실격입니다…!
카와카제는 고개 숙여 깊이 사과했다.
나가토: 실격이라니.
카와카제: …….
나가토: 그대가 호위 실격이라면, 그 로열이나 아이리스의 기사단 역시 모두 해체해야 할 것이다.
카와카제: 무녀, 님…….
나가토: 즉 그대를 뛰어넘는 호위무사 따위는 없다는 뜻이니라!
나가토: 그러니 계속해서 짐의 호위무사로서 정진하여라!
카와카제: ……네!
솔직히 격려로도, 위로로도 들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카와카제에게는 섬기는 당사자가 한 최고의 찬사였다.
카와카제: 무녀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가토: ……그래. 그걸로 됐다.
류호: 이걸로, 일단락이군요.
미카사: 그래.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구나…….
미카사: 흠. 생각해보면 먼 옛날에 세이렌과 싸웠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미카사: ……아니, 감상에 젖을 분위기는 아니로군.
류호: 하지만 『와타츠미』가 없으니 제사를 개최할 수가 없네요…….
류호: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토록 소중한 것을 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바꿔치기 했을까요?
미카사: 나가토의 말에 의하면 그 돌은 중앵 출신만이 만질 수 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임시 식장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돌을 만질 권한이 있었던 자 전원이 의심스럽구나.
미카사: 음. 나도 그렇지만 아카기와 카가도 돌을 바꿔칠 수 있었어.
미카사: ……어렵구나.
류호: 아카기 씨와, 카가 씨……!?
미카사: 그래. 하지만 내가 언급했다간 역효과만 날게야. 신생연합함대 건으로 꽤나 신경질적인 것 같으니 말이다. 류호는 무언가 짐작 가는 바가 있느냐?
류호: 분명 철혈 분들을 배웅하고 나서 아카기 씨와 카가 씨가 제일 먼저 제사의 섬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딱히 이거다 할 것은….
류호: 히비키는… 뭐,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짓을 할 만한 아이가 아닙니다.
미카사: ………….
카스미: 저, 저기…….
노시로: 카스미? 왜 그러죠?
카스미: 응. 이제 와서 말하긴 뭣하지만.
카스미: 시나노 씨, 일어났어.
스루가: 응. 이제 마지막까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겠네!
스루가: 그나저나 왜 시나노 씨를 제사의 주최로 삼은 거지? 아무리 그 초능력? 이란 게 있어도 의식에 맞추진 못했을 텐데.
스루가: 나가토 님도, 안 오신다고 들었는데 결국 왔고. 혹시 이거 누가 처음부터 이렇게 진행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거 아냐?!
스루가: 뭐, 어차피 제사에 관한 건 내 관할 밖이니 알 길이 없지. 깊게 생각하지 말고 좀 느긋하게 쉬어볼까~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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