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발명품
~01. 다 빈치, 비서함이 되다
어느 맑은 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 다 빈치의 새 발명품이야! 얼른 시험해봐!
흘러넘치는 바이탈리티를 자랑하는 발명가――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기괴한 머신을 가지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짜잔―! 이번 신작은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이야! 뭉친 어깨를 풀어줘서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엄청난 거라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여러모로 책상 업무가 많은 지휘관이니까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자 얼른!
그러고 보면 요즘 서류 업무가 많아서 피로가 쌓였던 참이다. 한 번 시험해 보자――
이건….
확실히 어깨 결림 해소에는 탁월하지만….
이 소음은 어떻게 좀 안 되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뭐라고 했어!? 잘 안 들려!
이거 소음이 너무 커――
딸깍.
이대로는 대화가 안 되니 일단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의 전원을 껐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흠흠. 소음 문제가 있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의 설계 목적은 ‘주물주물’이었으니까. ‘저소음’은 고려하지 않았거든.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러니까 약간의 소음은 뭐, 아하하…!
→ 약간이라고 할 레벨이 아닌데…
→ 사용자 경험은 어디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에이 뭐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기! 아무튼 어깨 결림 말고도 뭐 또 고민인 거 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뭐든 좋아! 다 들어줄 테니까. 오히려 많을수록 도움이 된다고나 할까♪
…일부러 집무실까지 찾아온 건 항상 하던 영감 찾기의 일환이었던 건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 하하하…. 역시 지휘관이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사실 요즘 좀 슬럼프거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박식하고 믿음직한 지휘관이라면 영감 한두 가지 정도는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상관은 없는데 우선 일부터 끝내야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야호―! 고마워, 지휘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일이라면 나도 도와줄게! 갑자기 들이닥쳐서 미안하기도 하고, 둘이서 하면 더 빨리 끝나잖아!
일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쪽은 다 빈치니까 분명 효율을 우선시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녀는 함선들이 쓴 신청서들을 하나하나 진지하게 훑어보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흐음…. 설마 이런 니즈도 있을 줄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다…!
뇌리에 무언가가 번뜩이기라도 했는지 다 빈치는 책상을 쾅 치며 일어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결정!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 나 내일부터 비서함 할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신청서를 보니까 영감이 막 떠오르는 거 같아! 비서함이 되면 매일매일 마음껏 읽을 수 있겠지…. 후후후♪
상관 없긴 한데 비서함의 본분은 잊지 말도록 주의를 주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무, 물론이지! 영감은 영감대로 찾고, 일도 제대로 할 테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 다 빈치가 본 실력을 발휘하면 순식간에 끝난다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때? 지휘관♪
이렇게 다 빈치의 비서함 생활이 시작되었다――
~02. 발명을 위한 발명을 발명하기 위해서
이후로 다 빈치는 선언한 대로 날마다 적극적으로 비서함 업무를 수행했다.
업무가 다 끝나고 나면 영감 발굴 작업에 들어가 제출된 신청서를 꼼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과연. 르 말랭은 간식과 산소콜라 전용 보급 코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근데 오히려 귀찮지 않아? 결국 자기가 거기까지 가야 되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냥 창고에서 간식과 콜라를 공수하는 드론을 만들면 되잖아. 빅토리어스처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면 조금 있다 간식과 콜라가 배달되는 식으로.
…간식은 그렇다 쳐도 콜라는 너무 흔들리면 위험하지 않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 그러네…! 편리성과 안정성을 양립시키기 위해서는….
다 빈치의 두뇌가 풀 가동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됐다! 펜하고 종이가 어디 있지…. 당장 스케치 해놔야 돼!
하루 일과가 끝나면 다 빈치는 도면 서너 장 정도를 완성하고, 다섯 개 정도의 개념을 스케치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후우…. 이 정도면 윤곽은 잡혔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 한번 볼래?
언제나와 같이 다 빈치는 도면을 들고 조언을 구하러 왔다.
도면에는 상반신?은 선풍기고, 하반신?은 새의 다리와 같은 정체불명의 물체가 그려져 있었다.
이게 대체…?
→ 새 선풍기니?
레오나르도 다 빈치: 차암…. 위에 있는 건 선풍기가 아니라 프로펠러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아래에 있는 건 새가 착지할 때의 움직임을 참고해서 만든 착륙 장치고.
→ 새 로봇이니?
레오나르도 다 빈치: 로봇이라기보단 비행기지. 굳이 말하자면 조류형 드론일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봐봐. 위에 있는 이건 프로펠러고, 아래에 있는 건 가 착지할 때의 움직임을 참고해서 만든 착륙 장치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진짜 주목할 곳은 바로 여기!
다 빈치는 눈을 반짝이며 기계 가운데 검게 칠해진 부분을 가리켰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다 빈치 특제 전용 수납 공간!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쪽은 콜라용, 그리고 이쪽은 간식용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운반 중 안정성도 확보하면서 넣고 빼기 쉽게 버클을 달아 놨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흐흥. 어때 지휘관!
다 빈치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도면을 이해하려고 해봤지만 도무지 낙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으음…. 너무 급하게 그려서 이해하기 어려운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치만 자꾸 솟구치는 영감을 펜이 따라가질 못하는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내가 볼 때야 괜찮지만 남한테 소개할 때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발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발명?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거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영감 고마워! 좋은 소식 들려줄게,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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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 바로 만들어 봤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름하여, ‘전자동 설계도 쓱싹쓱싹 드래프터’!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내가 떠올린 것들을 놀라운 속도로 정확하게 도면으로 만들어주는 엄청난 녀석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제 지휘관도 설계도 해석 걱정은 접어둬도 돼!
말만 들으면 확실히 대단해 보인다. 일단 시험을 해보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알겠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흠. 일단은 여기 타이어를 하나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니다. 프레임을 먼저 그려야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니 아니! 너무 크게 잡았잖아! 이러면 콕핏 내부 공간이 압박을 받게 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응? 아니 잠깐. 콕핏을 반대쪽으로 옮기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엔진을 거기에 두면 안 되잖아!?
처음에는 정확하게 다 빈치의 지시대로 움직였던 드래프터였지만….
다 빈치의 무자비한 혹사로 ‘전자동 설계도 쓱싹쓱싹 드래프터’는 순식간에 비명을 지르며 과열되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에에잇! 역시 내가 직접 그릴래!
다 빈치는 드래프터를 포기하고 다시 평소처럼 직접 설계도를 그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내 불찰이었어……. 역시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서 언어는 신경으로 직접 전해지는 전기 신호보다는 비효율적이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설계도는 역시 직접 그리는 게 최고야!
기계의 시스템이 다 빈치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일반적인 서류 업무에서라면――
이 ‘전자동 설계도 쓱싹쓱싹 드래프터’는 충분한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03. 거리로 나가다
어느 화창한 휴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든 것도 있구나…. 설마 이렇게 생겼다니.
운동장에서 산책을 하던 도중 허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다 빈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이네. 안녕―
뭐 하고 있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여기 있는 장비를 개량하기 위한 별명을 생각 중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장비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해야 하는 법!
레오나르도 다 빈치: 봐봐. 예를 들면 이 허들은 사용할 때마다 누군가가 직접 운반해서 설치해야 되잖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만약 설치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다.
혹시 누가 해달라고 부탁한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니. 그냥 내가 해보고 싶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나저나 오늘은 영감 찾으러 다닐 건데 지휘관도 어때?
산책 겸 다 빈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나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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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 카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여전히 여기 점원들은 휴일만 되면 엄청 바쁘구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주문에 맞춰 자동으로 음료를 만들어주는 로봇을 발명할 수 있다면 부담이 훨씬 줄지 않을까!?
→ 설마 또 굉음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니야! 이번에는 카페의 쾌적도를 고려해서 저소음 설계를 할 거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 불쌍하게도 내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구나….
→ 현장의 의견을 들어보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물론이지. 아무리 나라도 멋대로 일을 진행하지는 않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뭐, 사람에 따라서는 안 물어 보는 편이 더 좋은 경우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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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 야외 수영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 수영장에서 나올 때는 몸이 젖어 있잖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때 바람이 휙 불기라도 하면 갑자기 몸이 식어서 감기에 걸릴 수도 있겠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하지만 수영장에서 나올 때 자동으로 열을 내뿜는 수영복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 없을 거야!
→ 좋은 발상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치 그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수영용 자동 발열 따끈따끈 슈트’. 무사히 완성되면 입고 같이 수영하러 가자!
→ 물속에서 누전되기라도 하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러네, 감전될 수 있겠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음… 역시 화학 반응 쪽으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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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 교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칠판은 수시로 지워야 하잖아? 그치만 지우는 것도 번거롭고 분필 가루가 자꾸 떨어지니까 건강에도 안 좋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서 생각한 게 ‘분진 비산 억제 쓱쓱 싹싹 자동 칠판지우개’라는 말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버튼을 누르면 분필 자국도 싹 지우고, 칠판 가장자리에 남은 가루도 모두 집진 장치로 처리해 주니까 완전 깔끔해!
→ 이건 쓰기 좋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흐흥! 맘에 들면 집무실 칠판에도 달아줄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신형 모니터가 들어온 이후로 칠판을 쓴 적이 없던 거 같기는 하지만….
→ 실수로 버튼을 누르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물론 칠판에 써 놨던 게 모두 깔끔하게 지워지겠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2중 확인 장치를 추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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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다 빈치와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영감이 솟구쳐 들떠 있는 그녀를 보니 절로 미소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집무실로 돌아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후후♪ 이렇게 많은 영감을 얻을 줄은 몰랐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평소와 뭐가 달랐냐면 역시 지휘관이네. …오늘은 하루 종일 지휘관하고 같이 있었으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러니까! 영감이 필요해지면 다시 지휘관을 불러도 될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이 옆에 있으면 뭔가 평소보다 더 느낌도 오고, 혼자서는 깨닫지 못하는 부분까지 조언을 받을 수 있으니까 엄청 도움이 되거든!
→ 물론이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고마워! 그럼 약속한 거다?
→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없는 게 당연하잖아♪
~04. 천재라도 모르는 것?
몹시 피곤한 어느 날.
어깨가 결려서 전의 그 기계를 찾고 있는데 아무 데도 보이질 않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 혹시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 찾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거 창고에 넣어버렸어.
폐기하려는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치만 지휘관이 소음이 크다고 했잖아?
그 안마기의 효능에 비하면 소음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 현재 설계로는 소음을 줄이면 성능도 같이 떨어져. 이래서야 어깨 주물주물이 아니라 어깨 투닥투닥이 될걸?
그런가. 아쉽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안마를 받는다고 해도 소음이 너무 크면 오히려 피곤해지겠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실제로 지휘관도 시끄럽다고 그랬고. 이러면 본래 목적에선 탈락이야.
그러니까 소음만 줄일 수 있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치만 '주물주물'이 아니라 '투닥투닥'이 된다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안 돼 안 돼! 그러면 원래 콘셉트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무리 천재인 나라도……. 아니, 천재인 나니까 그런 부분에서 타협하고 싶지 않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 유감이지만 그건 실패작이었어. 지휘관도 잊어버려!
"콘셉트에서 벗어나면 모두 실패작"인가….
천재의 기준은 너무 엄격하다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저기…, 지휘관이 꼭 보고 싶다면 창고로 안내해 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괜찮아. 실패작이라고 부수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온전하게 구석에 놔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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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의 '실패작'이 있는 창고에 왔다.
입구에서부터 온갖 크고 작은 실패작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천재에겐 실패작일지 몰라도 일반인인 내가 보기엔 보물 창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 봐봐. 예전에 만든 '자주식 또로롱 피아노'야! 연주하면서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근데 야외에서 연주하니까 별로 크게 들리지 않더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연주하면서 이동하는 것도 꽤 위험해서 결국 여기 놔두게 됐어.
단거리 이동이라면…. 예를 들어 실내에서의 이동이라면 지금 기능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실외에서도 레일을 깔고 그 위를 달리게 하면 안전면과 연출면을 양립할 수 있지 않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건 그렇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무 때나 원하는 대로 실외에서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이 발명품의 콘셉트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콘셉트에서 벗어나면 그건 그냥 실패작!
역시 여기서도 천재의 기준이 작동하는 건가….
눈을 돌려 주변을 보니 선반에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이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실패작인데… 진짜 가지고 갈 거야?
만드는 쪽에선 실패작이었어도 쓰는 쪽에서는 아닐 수 있다.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을 집어 들고 집무실로 향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실패작인데 지휘관은 이렇게나 좋아하고 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만드는 쪽에선 실패작이었어도 쓰는 쪽에서는 아닐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쓰는 쪽에서는… 지휘관에게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나… 지휘관이 내 발명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지금?)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희한하네….)
~05. 실험 결행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발명품은 태어난 순간에 내 손을 떠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떤 용도로 쓰일지는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것.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런 것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서, 남들이 내 발명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써본 적은 없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나는 항상 내 안에 솟아난 영감을 구현하기 위해서 발명을 하고 있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발명이라도, 결국 최초 콘셉트를 정하는 건 나였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콘셉트에서 벗어난 발명은 다 실패작으로 치부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금껏 그래 왔고 이게 문제라는 생각도 없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런데 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내 '실패작'을 지휘관이 보물처럼 껴안고 가는 걸 보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음이 뒤숭숭하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르겠어…. 진짜 모르겠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럼 실험해 볼 수밖에!
모항. 집무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 오늘 일은 다 끝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지막으로 이 신청서 좀 봐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 봐달라고 하긴 했지만 내용은 전부 내가 확인했거든. 도장 찍고 사인만 하면 돼.
…항상 하는 일인데 오늘은 유난히 말이 길다. …이건 분명 뭐가 있는 거다.
신청서를 꼼꼼히 읽어 봤다――
아니나 다를까 다 빈치가 넣은 서류도 한 장 섞여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하하…. 역시 지휘관. 들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니 원래 숨길 생각도 없었고 나중에 다 설명하려고 했어.
→ 도장 찍은 다음에?
→ 더는 숨길 수 없게 된 다음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 그런 거 아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흠. 아무튼 들켰으니 어쩔 수 없지! 지휘관, 신청서는 다 읽었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서 어땠어? 내용적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다 빈치의 신청서 내용은…… '다 빈치 실패작 전시회' 개최 요청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맞아! 창고에 있는 실패작들을 다 전시하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만드는 쪽에선 실패작이었어도 쓰는 쪽에서는 아닐 수 있다고 지휘관이 그랬었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걸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기도 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만약 지휘관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까지 터무니없이 중요한 걸 간과하고 있었다는 게 될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러니까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을 봐서라도 꼭 허락해줘!
그렇게까지 말하니 허락해 줄 수밖에.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지만.
이 전시회를 통해 유용하지만 다 빈치가 실패작으로 분류했던 발명품들이 다른 형태로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 빈치의 실패작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 고마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꼭 보러 와줘!
~06. 실패작 전시회
짧은 준비 기간을 거치고 다 빈치의 실패작 전시회가 무사히 막을 올렸다――
알프레도 오리아니: 다 빈치 실패작 전시회…. 이름만 들어도 저널리스트의 피가 끓는구나!
아크 로열: '풍경 뽀득뽀득 망원경'…. 확실히 풍경을 볼 때도 사용할 수 있지만….
아크 로열: 만약 평소 순찰에도 사용할 수 있다면….
브리스톨: 이건… '단발 마취침 푸슉 손목시계'?!
브리스톨: 전투에선 도움이 안 되겠지만 조사할 때는 써먹을 수 있겠어…!
르 말랭: '산소콜라 잉크 톡톡 만년필'… 핫! 이게 있으면 어쩌면….
르 말랭: 당당하게 집무실 책상에 콜라를 잔뜩 놔둘 수 있을지도…!
소문이 퍼지면서 다 빈치의 전시회는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 말대로 큰 회장으로 바꾸길 잘했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실패작 전시회인데… 사람이 이렇게나 몰릴 줄이야.)
토리첼리: 우와…. 사람이 엄청나….
토리첼리: (살금…살금…)
레오나르도 다 빈치: 토리첼리! 와줬구나.
토리첼리: ?! 으, 으응….
토리첼리: (역시 들켰네….)
토리첼리: 그냥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 아니, 신경 쓰지 말아줘….
토리첼리: 다 보고 나면 바로 돌아갈 거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 그래. 의견이나 조언은 나중에 보내줘.
토리첼리: 아, 알겠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토리첼리까지 와주다니… 이번 전시회는 대성공이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니, 중요한 건 관람객의 수가 아니잖아. 실험도 제대로 해야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얼른 모두의 의견을 들으러 가보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저기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에 있는 건… 분명 '엔들리스 펄럭펄럭 티슈 방출 머신'이었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끊임없이 티슈가 나온다는 콘셉트였는데, 결국 안에 들어 있는 티슈를 다 써버리면 수동으로 보충해야 하니까 실패작으로 분류했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런데 티슈만 보충하면 되니까 아주 사용하기 쉽다는 서포크의 의견에 다들 찬성하고 있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왜 그렇게 되는 걸까…. 으으으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다른 곳도 가보자….
시마카제: 다 빈치 공! 이 자동 애완동물 급식기 대단하네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동 애완동물 급식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 이 실패한 '감자칩 바삭바삭 리필 로봇' 말야?
시마카제: 아아앗! 그런 이름이었군요! 시마카제, 전혀 몰랐습니다!
시마카제: 과연… 감자칩이 자동으로 나오는 기계였군요. 하지만 시마카제 생각에는 애완동물 급식기로 쓰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 그럼 줄게!
시마카제: 괜찮습니까!? 감사합니다! 다 빈치 공!
레오나르도 다 빈치: 괜찮아 괜찮아~ …조금만 더 돌아 보자.
잠시 후――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상하네…. 모두의 의견을 다 들어 봤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 딱히 뒤숭숭한 느낌은 없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남이 내 발명품을 어떻게 생각하든 역시 나는 별로 상관 없는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러면 저번에 지휘관 때문에 마음이 뒤숭숭했던 건… 그냥 기분 탓인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으으음……. 아, 양반은 못 되네. 지휘관! 일은 겨우 다 끝난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여기야 여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엄청 기다렸다구!
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다 빈치에게 붙잡혔다.
→ 전시회는 잘 돼가고 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응 응! 모두한테 참신한 영감도 많이 받았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실패작을 좋아해 주는 사람도 있어서 그냥 주기도 했고.
→ 나는 어떻게 찾았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흐흥. 물론 다 내 발명품 때문이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이 반경 500m 이내에 나타나면 반응하고, 위치 파악과 추적까지 할 수 있는 엄청난 물건!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하하, 믿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냥 CCTV를 확인하던 중이라서 바로 알았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조금 늦었지만, 파할 무렵이라 사람들도 많이 줄었으니 오히려 다행일지도 몰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금부터 이 다 빈치가 큐레이터로서 전시회를 안내해 줄게.
다 빈치의 안내를 받으며 기기괴괴한 실패작들을 둘러봤다.
문득 어느 회색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 저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아, '휴대형 방풍 또록또록 우산'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비는 물론이고 강풍에도 견딜 수 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얘만 있으면 폭우가 쏟아지는 날도 젖을 걱정 없음!
그런 엄청난 성능을 지녔는데 실패작이라니….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게… 방풍 구조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도저히 휴대할 수 없는 무게가 되어버려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접을 수도 없고, 표면은 특수 코팅이라 프린팅이 안 돼서 색도 밋밋한 회색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딜 봐도 실패작이지?
당사자인 다 빈치는 그렇게 말하지만….
휴대성을 버리고 생각해 보면, 공원 벤치 같은 곳에 설치하면 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피난처가 될 것이다.
수수한 색도 오히려 공원의 경치를 방해하지 않고 잘 어우러질 것이다.
――라는 생각을 다 빈치에게 전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또야… 이 마음이 뒤숭숭한 느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 그럴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럼 얘는 지휘관 줄 테니까 아까 말한 대로 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나를 이렇게까지 동요시키는 건, 역시 지휘관의 의견뿐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콘셉트에서 벗어난 발명품은 실패작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콘셉트 자체를 초월한 새로운 영감이 예전부터 내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건 바로…… 지휘관에 대한 사랑!)
~07. 당신을 위한 발명품
전시회가 끝난 후. 어느 날.
레오나르도 다 빈치: 힐끔―
…왜인지 가끔씩 다 빈치의 시선이 느껴진다.
→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니?
→ 무슨 일 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무 것도 아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왜 그래?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 사실 요즘 어느 대단한 발명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거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뭐 발명이라고 해도 이미 실현된 아이디어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러니까 어쩌면 발명이 아니라 개선…… 으음, 퍼스널 커스터마이징?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최종 형태가 안 잡혀서… 조금 그러네.
사정은 알았지만… 쳐다보는 이유에 대한 대답이라기엔 좀 이상한데.
아무튼 다 빈치의 아이디어 실현을 돕는 것에는 더 적합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가령 토리첼리라던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토리첼리가 아니라… 지휘관, 너야!
뭐……라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름하여 '다 빈치 두근두근 인스피레이터'!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나도 모르게 이런 대단한 발명을 해버리다니…. 지휘관 진짜 치사해♪
그렇군…. 모르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괜찮아! 지금은 딱히 몰라도 되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무튼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은 가져갈게!
결국 다 빈치는 아무 대답 없이 안마기만 가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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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짜잔~! 개조 완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Jr'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뭐, 안마 성능은 아무래도 좀 떨어졌지만――
다 빈치는 기계를 작동시켰다. ……그런데 예상했던 시끄러운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삐― 하는 기동음 뒤에 들리는 건 집중해서 들으려고 하지 않는 한 거의 들리지 않는 희미한 작동음뿐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때? 지휘관이 제안한 대로 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만족하셨을까~?
→ 흠잡을 데가 없다
→ 정말 훌륭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흐흥! 다행이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응. 다행이야……♪
실패작으로 꼽혔던 '시큰시큰 어깨 주물주물 머신'이 설마 2대로 환생해서 부활할 줄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사실… 요즘 생각이 좀 바뀌어서.
실패작 전시회에서 동료들의 의견을 들어서 그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것도 있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흠흠. 역시 지휘관이 전시회를 허락해 준 건 그런 목적도 있어서 였구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남들이 실패작을 칭찬하는 걸 보면 실패작에 대한 내 생각도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지?
천재인 그녀의 눈은 속일 수 없나 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흥. 이 다 빈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 자체가 실수라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발명품은 태어난 순간에 내 손을 떠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떤 용도로 쓰일지는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것.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내가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 바꿀 수는 없고, 솔직히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아.
그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왜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발명품을 '개조'했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답은 뻔하잖아. 지휘관을 위해서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지금까지와 비교해서 콘셉트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는 이유도 있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휘관. 내 말뜻을 알겠어?
다 빈치의 눈은 각오를 다진 듯 결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맞아! 전부 지휘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발명한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다시 말해 지휘관의 소원 자체가 처음부터 콘셉트에 들어간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언젠가는 지휘관의 소원을 전부 들어줄게!
…………….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흐흥. 표정을 보니 지휘관, 벌써 다 알았나 보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미 누군가가 실현한 아이디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내가 커스터마이징 한 '새로운 발명'. 즉――
그렇게 된 거였나.
다 빈치가 연구하고 있던 것은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커스터마이징 된 '사랑'이라는 위대한 발명품.
설계도는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 지휘관. 네 소원을 말해 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발명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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