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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제벤 프로빈시엔 캐릭터 스토리 ~꽃피는 가전

킹루클린 2025. 11. 9. 19:31

꽃 피는 가전

 ~01. 피를 피한 곳은
관엽 식물 가게를 뒤로 하고 나는 제벤과 함께 대로를 거닐었다.
나는 이름도 모르는 식물 화분을 양손에 안고 있었고, 제벤도 막 새싹이 돋아난 묘목이 담긴 봉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오늘 하루는 감사했습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하루 종일 고생해 주신 답례로 오늘밤은…… 제가 마사지 해 드릴게요.

지휘관: 오……. 고마운 제안이네.
지휘관: 일단은 이걸 다 옮긴 다음 얘기지만.
지휘관: (별로 많지는 않은데 의외로 무겁네…….)

들기 쉬운 자세로 바꾸려고 화분의 위치를 조정할 때 갑자기 뺨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지휘관: 응?

제벤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어머?
데 제벤 프로빈시엔: 비가 오나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아까까지는 맑았었는데…….

지휘관: 그러네. 일기예보가 틀렸나 봐.
지휘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전에 얼른 돌아가자.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 그러면…….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뛰어서 가요!

제벤은 내 팔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빗방울 역시 우리의 생각을 읽은 듯 점점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꺄악…!? 갑자기 이렇게 잔뜩……!?

연달아 내리는 비를 피하려는 듯 제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그러나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고, 머리와 어깨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젖고 말았다.

지휘관: 안 돼. 이대로는 흠뻑 젖고 말 거야.

주위를 둘러보니 길가에 비를 피할 만한 가게가 있었다.

지휘관: 저기서 비를 피하자!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 아, 네!

마음이 급한 탓에 우리는 그곳이 어떤 가게인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무작정 들어갔다.
그리고 점내 방송이 귀에 들렸는데…….

"가전제품 감사 세일 개최 중! 전 상품 최대 70% 할인! 추가로 추첨을 통해 호화 경품을 드립니다!"

지휘관: (……어?)
지휘관: (여기 전자 상가였어…?!)

나는 옆에 있는 제벤을 봤다.
묘목이 든 봉지를 곁에 내려 놓은 그녀는, 이곳이 어떤 가게인지 아직 모르는 눈치였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아, 지휘관님……. 머리도 옷도 흠뻑 젖으셨네요……. 얼른 닦아야 되는데…….

제벤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젖은 머리를 닦아줬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관엽 식물이라고 해도 이렇게 한 번에 물을 주면 병이 나요…….

지휘관: 난 괜찮아.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안색이 안 좋으신데…… 혹시 어디 아프세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따뜻한 물 좀 구해 올게요…!

지휘관: 아니, 괜찮아!

나는 황급히 제벤을 만류했다.

지휘관: 어디 가지 말고 곁에 있어줘.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

제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 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 그렇죠……. 어렵게 만든 기회니까…… 계속 붙어 있어야 데이트라고 할 수 있겠죠…….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걱정 마세요….…. 제가 곁에 있을 테니까요~

지휘관: 그래…. 부탁해, 제벤.



 ~02. 전자동 살수기
비는 전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휴게 공간의 벤치에 앉아 식물들을 발밑에 내려 놓았다.
세찬 빗소리가 가게 내의 음악과 뒤섞이는 가운데, 제벤은 졸린 듯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지휘관: (매장이 너무 춥네…. 아까 비도 맞았고, 이대로 잠들면 감기 걸릴 거야…….)

나는 외투를 벗어 제벤의 어깨에 걸쳐줬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자상하시네요……,

꾸벅꾸벅 졸면서도 내 귓가에 중얼거리는 제벤.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겨우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나 싶었는데 갑자기 머리 위로 물 몇 방울이 떨어졌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어머……? 비가 새나…?

우리는 동시에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곧 물방울이 위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근처의 전시장에서 살수기 한 대가 돌아다니며 작은 정원에 물을 주고 있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보세요, 지휘관님! 저기 식물이 많아요!

나는 제벤에게 이끌린 채 정원으로 향했다. 전시장 앞 팻말에 제품명과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바쁘지만 식물은 좋아. 그런 당신을 위한 전자동 살수기. 최대 50㎡까지 사용 가능……."
데 제벤 프로빈시엔: "조작이 쉽고 간편하며, 광범위한 면적에 동시에 물을 줄 수 있습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전자동 살수기…… 재밌겠네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지휘관: 당연하지.

전에 제벤이 전자 제품을 사용했을 때의 '전적'을 떠올리며 나는 그녀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함께 전자동 살수기의 사용법을 확인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우선 이 버튼을 누르고, 다음은 이 버튼……. 이러면 자동으로 물을 줄 수 있는 걸까요?

지휘관: 그런 거 같아.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정말 편리하네요……. 이게 있으면 더 많은 꽃을 기를 수 있겠어요~

지휘관: (이 제품이 꽤 맘에 드는 모양이네.)
지휘관: (하지만 충동구매했다간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지휘관: 확실히 좋아 보이긴 하네. 하지만…… 제벤이 이런 기계를 다루는 건 쉽지 않을 텐데.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도 참. 저를 너무 얕보시는 거 아니에요? 이런 간단한 조작은 쉽게 해낼 수 있다구요♪

지휘관: 정말로?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

제벤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지휘관: 그럼 한 번 해봐. 무사히 사용할 수 있으면 사 줄게.
지휘관: 이번 데이트 선물로.

데 제벤 프로빈시엔: 와아~ 지휘관님 ,감사합니다!

제벤은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럼 할게요. 일단은 기계를 켜고…….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지켜봐 주세요!



 ~03. 역시나 문제 발생
기계를 몇 번 조작한 후, 제벤은 주저 없이 시작 버튼을 눌렀다.
나는 말없이 그녀의 모습을 주시했다.

지휘관: (아직까지는 문제 없어 보이네…….)
지휘관: (설마 이번엔 성공하나……?)

살수기에서 물이 나와 정원에 쏟아졌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보세요, 지휘관님! 성공했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니까요~

지휘관: 제벤도 성장했구나.
지휘관: 그럼 어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아앗~!?

계산하러 가던 도중 전자동 살수기의 노즐이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했다.
분출된 물이 또다시 나와 제벤의 얼굴을 흠뻑 젖게 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으으……. 왜 이렇게 된 거죠?
데 제벤 프로빈시엔: 일단 멈춰야 해……. 정지 버튼을 찾아야 되는데…….

제벤은 허둥지둥 패널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살수기는 멈추기는커녕 더욱 빠르게 회전했다.

지휘관: 제벤. 내가 할게.

나는 제벤이 다음 버튼을 누르기 전에 먼저 기계의 전원을 껐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으으…….
데 제벤 프로빈시엔: 설명서대로 조작했는데…. 방금 전까지는 잘 되고 있었는데…….

제벤의 얼굴에는 낙담의 빛이 가득했다.

지휘관: 기계가 고장 났나……?

데 제벤 프로빈시엔: 괜찮아요, 지휘관님. 위로해 주지 않으셔도 돼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저, 언제나 지휘관님께 폐만 끼치네요…….

지휘관: 아냐. 방금 제벤의 조작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
지휘관: 내가 해도 똑같았을 거야.

제벤의 젖은 머리칼과 속눈썹에 물방울이 매달려 반짝이고 있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지휘관: 제벤이 너무 귀여워서 전자동 살수기가 꽃으로 착각했을지도 몰라.

데 제벤 프로빈시엔: 푸흡…….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도 참. 이럴 때까지 농담을 하시다니…….

방금 전까지 낙담하던 제벤이 마침내 웃음을 터트렸다.

지휘관: 자. 얼른 물 좀 닦자.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에~

나는 손수건을 꺼내 제벤의 머리칼에 묻은 물방울을 닦았다.
그녀는 마치 미모사처럼 내 손길에 맞춰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04. 연인에게 맛있는 커피를
나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자판기에서 커피 2잔을 받아왔다.
뜨거운 커피가 목구멍을 통과하자 습한 공기도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이 커피……  참 맛있네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어쩐지 지휘관님께서 자주 드시던 커피랑 맛이 비슷한 것 같은데요…?

지휘관: …정말이네.
지휘관: (제벤이 전에 실수로 망가뜨린 커피 머신이랑 똑같나 봐…….)

커피를 다 마셨지만 제벤은 아직 부족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한 잔 더 받아올게요~

제벤은 곧장 가서 커피를 새로 받아왔다.
돌아왔을 때의 그녀의 표정은 훨씬 밝아져 있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다녀왔어요~

지휘관: 기분이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었어?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 커피 받으러 가면서 봤는데 그 기계, 지휘관님께서 전에 쓰시던 커피 머신하고 똑같은 기종이었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사용법도 붙어 있고, 버튼을 몇 번 누르니까 진한 향의 커피가 나오는 거 있죠!
데 제벤 프로빈시엔: "갓 갈아낸 향긋한 커피로 연인의 잠을 깨웁시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늦게까지 일하는 그이에게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선물~"
데 제벤 프로빈시엔: "이 커피 머신을 가진 자, 연인의 마음도 가질 수 있다!"

제벤은 광고 문구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완전히 망상에 빠진 것 같았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커피 머신 사용법을 배원다면 분명…….

지휘관: 해보고 싶어?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저는…….

아까 문제를 일으킨 것 때문에 제벤의 눈은 여전히 부끄럼과 당혹감을 품고 있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저번에도 지휘관님의 커피 머신을 망가뜨렸는데…….
데 제벤 프로빈시엔: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께 또 폐를 끼치게 되니까요…….

지휘관: 괜찮아. 어디까지나 시도만 해보는 거니까.
지휘관: 이번에는 내가 잘 지켜보고 있을게.
지휘관: 내가 먼저 조작해서 기계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제벤에게 맡길게.
지휘관: 그럼 문제없을 거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제벤이 나를 살며시 껴안았다.
은은한 꽃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역시 지휘관님은 자상하세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이번에 성공하면 제가 지휘관님께 선물로 드릴게요!

제벤은 내 손을 잡고 기쁜 표정으로 커피 머신 쪽으로 향했다.



 ~05. 커피 머신 챌린지
제벤과 손을 잡고 커피 머신 판매 코너로 왔다.
익숙한 커피 향이 풍겼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거요! 지휘관님!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 커피 머신, 집무실에 있던 거하고 똑같지 않나요?

지휘관: 그러네. 거의 똑같아…….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렇죠? 실기 영상도 여러 번 봤었거든요. 이 커피 머신이라면 가전제품에 서툰 사람이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지휘관: ……그래.
지휘관: (먼젓번 거하고 달라진 건 없어 보이는데…….)

제벤과 함께 실기 영상을 봤다.

지휘관: 좋아. 순서를 알았어.
지휘관: 제벤. 내가 먼저 만져 볼 테니까 순서를 잘 봐.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께 맛있는 커피를 내려 드리기 위해서 눈을 부릅뜨고 있을게요!

제벤은 주먹을 불끈 쥐고 마치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싸움에 임하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가능한 한 천천히 동작을 취하면서 순서를 하나씩 제벤에게 설명했다.

지휘관: 어때? 알겠어?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렇군요…. 이제 알겠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럼 다음은 제 차례네요.

지휘관: 그래. 힘내.

데 제벤 프로빈시엔: 우선은…… 원두를 가는 버튼을 누릅니다….

제벤은 내 동작을 따라하며 올바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커피 가루가 기계에서 나왔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다음은…… 추출이네요.

그녀는 내가 보여준 대로 충실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동작까지 흉내내고 있었다.
기계는 약간 덜컥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순조롭네요! 다음은 마지막 순서…….

크게 숨을 들이마신 제벤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버튼을 살짝 눌렀다. 그러자――

삐삐!

데 제벤 프로빈시엔: 꺄앗!

제벤이 마지막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커피 머신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유 거품이 여기저기 튀고, 머신 뒤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 지휘관님……!

지휘관: 괜찮아. 전원 끌게!

나는 황급히 콘센트를 뽑고 제벤을 바라봤다.

지휘관: 제벤. 다친 데는 없어?

방금 상황으로 제벤의 뺨에도 우유 거품이 묻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나는 서둘러 뺨에 묻은 거품을 닦아줬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죄, 죄송해요……. 지휘관님…….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의 얼굴에도……. 괜찮으세요……?

지휘관: 괜찮으니까 걱정 마.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저는…… 정말 바보예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순서는 똑같았는데…… 어째서…….
데 제벤 프로빈시엔: 어째서 저만……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없는 걸까요…….

제벤의 목소리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침울한 기색이 전해졌다.

지휘관: 정말로 커피를 내려 주고 싶었구나…….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 지휘관님은 언제나 고생하시니까, 저도 뭔가 해 드리고 싶다고 생각해서…….
데 제벤 프로빈시엔: 단지…… 그런 작은 소원이었을 뿐인데…….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런데…….

제벤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지휘관: 제벤의 마음은 잘 알겠어.
지휘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줘. 이거 계산하고 올게.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 하지만 이 기계…… 제가 고장 내 버렸는데요…….

지휘관: 일단 나한테 맡겨.



 ~06. 작은 소원
커피 머신을 수리한 후, 나는 제벤을 방으로 초대했다.
그녀는 여전히 낙심한 채로였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지휘관: 기계 고쳤어. 다시 한 번 해볼래?

제벤은 고개를 저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역시 안 할래요……. 혹시 또…….

지휘관: 아직도 그때 일이 신경 쓰여?

데 제벤 프로빈시엔: …….

그녀는 침묵했지만, 얼굴에 드러난 실의의 빛은 그녀의 마음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었다.

지휘관: 수리 도구도 미리 준비해 놨어. 만약 정말로 기계가 고장 나더라도 바로 고칠 수 있어.
지휘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한 번 해봐.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하지만 이미 몇 번이나 실패했고, 지휘관님께 화상을 입힐 뻔한 적도 있었는데…….

지휘관: 그건 제벤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

지휘관: 오늘은 만전을 다했어.
지휘관: 조금씩, 꼼꼼하게 커피 머신 사용법을 가르쳐 줄게.
지휘관: 설령 백 번, 천 번 실패한다고 해도……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려도 상관없어.

제벤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하, 하지만 그러면…… 또 지휘관님께 민폐를…….

지휘관: 민폐 아니야.
지휘관: 제벤이 커피를 내릴 줄 알게 되면 매일 제벤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걸. 완전 최고잖아.

나는 제벤과 눈을 맞추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금 내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었다.

지휘관: 제벤이 내려 주는 커피, 정말 기대돼.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내 말에 기운이 난 듯 제벤은 드디어 웃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저도 더는 약한 소리 하지 않을게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최선을 다해 열심히 배우겠어요…!

지휘관: 그래. 그러면 설명서에 있는 모든 단계를 분석하자.
지휘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말해줘. 한 번 더 시범을 보여 줄 테니까.

제벤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커피 머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싸움에 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커피 머신 사용법 배우기 대작전'…….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성공하겠어요!



 ~07. 커피 머신 대작전
제벤에게 커피 머신 사용법을 한 번 시연해 보였다.

지휘관: 이러면 완성이야.

데 제벤 프로빈시엔: ……빠르네요! 게다가 완벽하기까지…….

제벤은 눈앞의 향기로운 커피를 보며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갓 내린 커피는…… 탄 냄새가 나는 게 아니었군요…….

지휘관: …….
지휘관: (지금까지 대체 뭘 겪었던 거야…….)

제벤은 컵을 들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으음……. 지휘관님이 내리신 커피, 엄청 맛있네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럼, 이제 제가 해 봐도 될까요……?

지휘관: 물론이지. 그러려고 널 오늘 부른 거니까.

맛있는 커피에 자극을 받아 제벤은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럼…… 갑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이번에야말로…… 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

지휘관: ……….

데 제벤 프로빈시엔: ……………….
데 제벤 프로빈시엔: 으으…… 지휘관님…….

커피 머신에서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지휘관: 저, 적어도 저번처럼 검은 연기는 아니잖아. 발전했다는 증거야.

데 제벤 프로빈시엔: 하지만 저…… 아직 원두 분쇄까지만 진행했는데…….

지휘관: ……원두 분쇄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니까.
지휘관: 이 부분만 제대로 배우면 다음 순서는 문제없을 거야!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저, 정말요?

지휘관: 물론!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럼…… 한 번 더 해 볼게요!


지휘관: ……………….

데 제벤 프로빈시엔: 으으……. 이번에는 뭐가 잘못됐을까요…….

제벤은 고개를 숙이고 컵 속의 검게 탄 알갱이를 바라봤다.

지휘관: 음……. 아마 추출 시간이 너무 길었나 봐…….
지휘관: ……사실 나 장시간 추출한 맛도 꽤 좋아해.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정말로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저를 위로하려고 일부러 말을 꾸며내시는 건 아니죠…?

지휘관: 크흠. 그럴 리가…….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런가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다음에는…… 반드시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말겠어요~!


이런 식으로 꼬박 하룻밤이 지났다.
탁자에는 커피 가루와 우유 얼룩이 가득했고, 컵 몇 잔이 탁자에 쓰러져 있었다. 그 속에는 각각 다른 색의 갈색 액체가 들어 있었다.
아침 햇살이 조용히 실내를 비추자, 우리는 마침내 시간이 상당히 흘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결국…… 지휘관님께서 드실 만한 커피를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네요…….

지휘관: 그래도 꽤 성과가 있었지.

데 제벤 프로빈시엔: 성과요……?

지휘관: 그래. 적어도 16잔부터는 커피 머신이 고장 난 적이 없잖아.

데 제벤 프로빈시엔: ……하는 내내 그걸 기록하고 계셨던 거예요?

지휘관: 응. 제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당연히 열심히 해야지.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저…… 지휘관님께 계속 민폐만 끼쳤다고 생각했어요…….

제벤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해맑게 웃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절대 지휘관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게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러니까 내일…… 아니, 벌써 오늘 밤이 되었네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오늘 밤에도, 또 실례해도 될까요?

지휘관: 물론 대환영이야.
지휘관: 얼마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벤과 함께 열심히 할 테니까.

작은 약속 하나가 이 방에서 조용히 싹을 틔웠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그 약속은 감정이라는 자양분을 받아 단단한 가지와 잎을 낳고,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울지도 모른다.
그것은 분명 다음 이야기……, 혹은 그 다음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많은 이야기 속에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