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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 패션 특집! 나른한 봄날

킹루클린 2025. 4. 29. 20:44

모항 패션 특집! 나른한 봄날

 ~01. 따스한 아침 햇살
아침. 나른한 고양이 울음소리에 나는 잠을 깼다. 풍겨 오는 음식의 향기가 나를 주방으로 이끌었다.

카잔: ……음. 딱 좋네. ……아침밥은 역시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제일이지…….
카잔: 어머, 지휘관? 벌써 깼어?

카잔은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발밑에서 통조림에 열중하던 고양이도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싱크대 앞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몸에 걸친 시스루 드레스가 요염한 곡선을 그렸다.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지글지글 요리가 익어가는 소리가 그런 그녀의 모습과 함께 행복한 아침을 수놓았다.

지휘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혹시 내 알람 껐어?

카잔: 봄은 피곤해지기 쉬운 계절이니까. …좀 더 푹 잤으면 해서.
카잔: 내친김에 네 자는 얼굴도 더 볼 수 있고 말이야. 후후후. 네 무방비한 모습, 정말로 사랑스러웠어♪

카잔의 말에 대답하려 할 때, 폭신폭신한 털이 발밑을 가볍게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대로 무릎을 굽혀 앉아 애교 부리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잔: 후후……. 이 아이도 지휘관을 많이 좋아하나 봐.
카잔: 나도 지휘관한테 쓰담쓰담 받고 싶은데.

지휘관: 쓰다듬어 주는 걸로 만족해?

카잔: 어머. 역시 지휘관이야.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다니까.
카잔: 역시 오래 지내다 보면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나 봐.
카잔: 그나저나…… 어제는 푹 잤어?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정도야?
카잔: 혹시나 지휘관이 침대에서 떨어질까봐 밤새 꼭 껴안고 있었는데…….
카잔: 너무 힘주어 안아서 혹시 답답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돼서…….

지휘관: 잘 잤어.

카잔: 그래…… 그럼 다행이네.
카잔: 맞다. 따뜻한 우유 마실래?

나는 컵을 받으려고 했지만, 그 전에 카잔이 먼저 컵을 집어 들고 입가로 가져갔다.
그녀는 우유를 향해 후~ 하고 부드럽게 입김을 불었다. 그녀의 눈은 촉촉했고, 뺨도 발그레진 것처럼 보였다.
카잔은 그대로 우유를 입에 조금 대었다. 입술에 희미하게 우유의 흔적이 남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흡족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카잔: 으응…. 지휘관이 딱 좋아할 온도네. 자. 마셔.

나는 카잔이 내민 우유를 받으려 손을 내밀었다. 손끝이 닿는 순간 그녀는 살며시 내 새끼손가락을 휘감았다.
은은한 우유향이 퍼졌다.

카잔: 지휘관. 그 전에 한 가지…… 뭔가 중요한 걸 빼먹은 것 같은데?
카잔: 면역력을 키우려면 우유 한 잔으로는 부족한데….
카잔: 뭐가 더 필요한지… 맞혀 볼래……?


→ 우유에 뭐 탔어…?
카잔: 설마. 우유도 중요하지만…… 우유를 준비한 카잔도 중요하지?
카잔: 자, 지휘관. 이리 와. 따뜻하게 안아줄게.

→ 카잔은 뭘 하고 싶은데?
카잔: 후후후. 역시 지휘관은 나를 잘 안다니까.
카잔: 그럼 얼른 이리로 와……. 따뜻하게 안아줄게.


카잔의 품은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호흡을 위한 공간조차 남겨주지 않았다.

카잔: 항상 살뜰히 챙겨 주고 싶어. 어떤 때라도 너를 바라보고 싶어…….
카잔: 부드럽게 감싸주는 요람이든, 든든한 기둥이든……. 네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되어 줄게….
카잔: 내 나쁜 버릇일지도 모르겠지만……. 후후후.
카잔: 지휘관. 괜찮다면 아침밥 만드는 것 좀 도와줄래?
카잔: 응. 이렇게…… 내 손을 잡고, 천천히 국자를 휘젓는 거야…….
카잔: 너무 세게 젓지 말고…… 응. 그렇게.
카잔: 함께…… 맛있는 아침을 시작하자.



 ~02. 가까이 다가서는 온기
나는 신체 시계에 따라 저절로 눈을 떴다. 온 방안에 꽃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부드러운 햇살 속에 튤립을 살며시 쓰다듬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 좋은 아침이네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아이 착하다……. 그래요~ 저도 당신처럼 언제나 가장 예쁜 모습으로 지휘관님 곁에 있고 싶어요…….

제벤은 꽃잎에 맺힌 아침 이슬을 가볍게 털어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꽃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어머? 지휘관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어제는 늦게까지 일하셔서 조금 더 주무실 줄 알았어요.

지휘관: 제벤? 왜 여기 있어…?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게… 지휘관님의 주무시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식물들에게 지휘관님이 깨어났을 때 맨 처음 보시는 게 저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데 제벤 프로빈시엔: 식물들이 그 소원을 듣고 저를 들여보내줬답니다.

지휘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지휘관: (그런데 왠지 제벤이라면 또 그럴 거 같기도 하고….)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런데 푹신한 침대가 너무 기분 좋아서 편안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었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이제 완전히 집 모드네요……. 데이트는 어떻게 하죠……?

지휘관: 생각해 보니 오늘은 같이 정원을 산책하기로 약속했었지.
지휘관: 나 설마 늦잠 잔 건가?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아뇨. 지금 시간이…….
데 제벤 프로빈시엔: 밤 12시네요…….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어라?

지휘관: ……밤 12시?

백야도 아니고 이렇게 쨍쨍한 밤이 있을 리가 없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 그치만 자명종 바늘은 이 자리에 멈춰 있는걸요…?

나는 제벤의 시선을 따라 침대 머리맡의 자명종을 봤다. 그녀 말이 맞긴 했다…….
……시계 바늘은 말 그대로 '멈춰' 있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어제 지휘관님을 방으로 모신 다음 아침 알람도 맞춰 드리려고 했는데…… 그래서…….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아! 자세히 보니 바늘이 아예 안 움직이네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설마 또 제가 망가뜨린 걸까요……. 설명서대로 열심히 했는데…….

지휘관: 그렇게 된 거였군.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지휘관: 미안. 내가 소홀했어. 다음부터는 알람 세팅은 내가 할게.

데 제벤 프로빈시엔: 죄송합니다……. 또 지휘관님께 폐를 끼쳤네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사과의 뜻으로…… 제벤의 마음을 담은 소소한 서프라이즈를 받아 주세요♪

제벤은 내게 살며시 몸을 기대더니 손을 들어 시야를 부드럽게 가렸다.
그러자 싱그러운 꽃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무슨 향인지 아시겠어요?


→ 봄 내음?
지휘관: 꽃향기보다는 봄의 내음 그 자체 같은데…….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런가요? 제 생각보다 더 아름다운 대답이네요….

→ 코가 막혔나 봐……
지휘관: 향은 좋은데…… 너무 가까워서 구별이 안 돼…….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러면 코를 깨우기 위한 원두도 준비해야겠네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후후후. 오늘의 향기는 바로 지휘관님만을 위한 노란 튤립의 향기랍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튤리파 왕국에서 노란 튤립은 '당신의 미소는 태양처럼 내 삶을 밝게 비춥니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후훗. 제가 보는 지휘관님의 이미지 그 자체랍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따스하게 빛나는 태양빛. 수줍은 꽃봉오리조차도 참지 못하고 살며시 피기 시작하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과 함께하는 날은 언제나 이 봄날처럼 찬란할 거예요.



 ~03. 오후의 광합성
봄기운이 완연한 오후. 나는 에베르첸의 방에 초대받았다.
방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몇 번 노크해도 대답이 없자 나는 살짝 걱정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에베르첸: 음. 공진화학설인가요…….
에베르첸: 두 종의 형태적 특징은 장기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서서히 변화하고, 서로 영향을 끼치며…….
에베르첸: ……결국에는 서로 적응하는 관계가 되죠.

햇살이 비치는 창가. 에베르첸은 나를 등지고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바라보고 있었다.
실내를 환하게 밝히는 태양의 은혜도, 공기 중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먼지도 모두 고요한 채였다.
나는 그녀가 읊은 이론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말했다.

지휘관: 어떻게 보면 나와 에베르첸의 관계와 닮았네.

에베르첸: ……지휘관님이 제게 끼치는 영향은, 제가 지휘관님께 끼치는 영향보다 더욱…… 어?

에베르첸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에베르첸: 지휘관님, 언제……. 아, 벌써 약속 시간인가요?
에베르첸: 죄송합니다. 너무 집중하느라…… 노크 소리도 못 들었네요…. 게다가 설마 뒤에서 기습하시다니…….
에베르첸: ……그리고 거리가…… 너무 가까워요…….
에베르첸: ……저쪽에 앉으세요. 지휘관님을 위해서 비워 둔 곳이니까.
에베르첸: 어흠. 예전에 연구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할 때 서로에게 더 기묘한 감정을 느끼기 쉽다고 합니다.
에베르첸: 예를 들면…… 춤을 출 때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고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죠?
에베르첸: 전진, 후퇴, 방향 전환……. 하나하나 서로를 '바라보면서' 행하는 것으로 비로소 템포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에베르첸: ……결론은, 지휘관님. 저는 당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어요. 그뿐입니다.
에베르첸: 지휘관님은요? 저와 같은 마음이세요…? 아니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시나요?

말투는 이지적이지만, 에베르첸의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귀 끝은 발그레 물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정면에 앉아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지휘관: 에베르첸. 잠시 손 좀 줄래?

에베르첸: 응? 뭐하시려고요?

어리둥절하면서도 에베르첸은 손을 내밀었다. 살짝 떨리는 그 손에서는 부끄러움과 긴장이 느껴졌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한 것 같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지휘관: 호흡이 너무 빨라.
지휘관: 아까 네가 말했던 공진화학설 있지? 그걸 지금 실천해 보자.
지휘관: 내 손을 잡고 같이 심호흡하자. 깊게, 천천히……. 스읍, 하아…. 아주 좋아.

에베르첸: 스읍……하아……스읍……하아…….

나는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호흡의 페이스를 이끌었다.

지휘관: 좀 나아졌어?

에베르첸: 네……. 역시 지휘관님께 온전히 맡기길 잘했네요….
에베르첸: 그러면…….

에베르첸은 갑자기 나를 창가로 밀어붙였다.
황금빛 태양 아래에서 그녀는 조용히 속마음을 전하려 하고 있었다.

에베르첸: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계속 진화한다…….
에베르첸: 그렇게 태어나는 것은…… 호흡이 잘 맞는 완벽한 협력 관계.
에베르첸: 지휘관님. 이번에는 제가…… 당신을 이끌어도 될까요?

 

 

 

 ~04. 아침의 해프닝
알비온: 지휘관님……. 아직 주무시고 계실 텐데…….
알비온: 제 꿈을 꾸고 계시는 거라면 좋겠네요. ……어제 데이트 정말 즐거웠으니까…….
알비온: 전술에 관해 이견도 없었고, 작전 계획 연계도 완벽했고…….
알비온: ……응? 어, 어라……?
알비온: 혹시 저…… 하루 종일 지휘관님과 전술 분석 공부만 했던 건가요……!?
알비온: 안 돼……. 귀한 데이트 날을 전부 공부로 소비해 버리고 말다니……!
알비온: 물론 지휘관님과 같이 공부할 수 있어서 기뻤지만…… 그래도 데이트라면 역시 좀 더 데이트다운 걸 해야 하잖아요…!
알비온: ……어떡하죠…. 이제 와서 이런 말 해도 늦은 거 같은데…….
알비온: 으으. 아직 포기해선 안 돼요. 제 인상을 만회해야 해요……!
알비온: 마침 아침 식사 시간이니까…… 아!
알비온: 냉장고에 있는 재료는 빵과 우유뿐…….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요…!
알비온: 빵을 토스터에 넣고…… 우유를 데워서…….
알비온: 후우. 우유가 적당히 데워졌네요. 지휘관님의 체온과 비슷해…… 후훗. 어… 꺄악!?

알비온은 작게 비명을 질렀다. 곧이어 큰 소리가 났다.
알비온의 혼잣말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지만 지금은 주저할 때가 아니다. 나는 서둘러 그녀가 있는 거실로 뛰쳐나갔다.

지휘관: 알비온, 괜찮아? 다친 데는…… 어?

눈에 들어온 건 경황없는 알비온의 모습이었다. 이건 예상한 바였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흠뻑 젖은' 상태였다.
우유 컵은 카운터 위에 넘어져 있었다. 그 옆으로 우유가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이 참사를 일으킨 존재……. 알비온의 가슴은 아직도 카운터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자신이 범인이라는 자각이 없어 보였다.

알비온: 으으…… 앗!? 지, 지휘관님……!!
알비온: 설마 알비온…… 그만 우유를 엎지른 건가요…?

지휘관: 게다가 몸에도 엄청 묻었고…….

알비온: 네, 네에에!? 가슴이……! 지, 지휘관님…. 제발 보지 말아 주세요……!
알비온: 이런 모습…… 너무 부끄러워요…….


→ 도와줄까……?
지휘관: 도와줄까……? 우유 흘린 거 닦아 줄게….

알비온: 지휘관님을 번거롭게 하다니…….
알비온: 네에에……. 부탁드려요…… 으으…….

→ 휴지를 건넨다
알비온: 지휘관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카운터 맞은 편에도 튀었을 거 같아서…….
알비온: 닦는 것 좀…… 도와주시겠어요……?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알비온의 피부는 붉게 물들었다.

알비온: ……으으. 가,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알비온: 이, 이제 다 끝났나요……? 저, 뭐라고 해야 할지…….
알비온: 아뇨! 곤란한 게 아니라 기뻐요! 정말… 기뻤어요……!
알비온: 지휘관님께 폐를 끼쳐서, 라고 하면 어폐가 있겠지만……. 이렇게 지휘관님의 관심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알비온: 후우. 이제 깨끗해졌을까요……?
알비온: 아…… 휴지가 흠뻑 젖었네……. 지휘관님께 또 민폐를…….

풀죽은 알비온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알비온: 지휘관님은 이런 알비온이…… 미우신가요……?
알비온: ……네? 딱히 별일… 아니라구요?
알비온: 다행이다……. 다음에는 더 조심하겠습니다.
알비온: 그러니까…… 지금은 알비온의 부탁 하나만 들어 주세요…….

소녀의 촉촉해진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바라봤다.

알비온: 저와 함께… 봄의 햇살을 즐기지 않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