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만찬
아이리스 주재 철혈 대사관
만찬
비스마르크의 초대장을 받은 다음 날. 멤피스와 함께 철혈 대사관에 왔다.
대사관 구역에서 열리는 외교 만찬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철혈의 주최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항상 엄숙하고 조용하던 철혈 대사관도 오늘 밤은 드물게 북적였다.
신분증을 확인받고 대사관 정문을 지나자 잘 정비된 가로수와 잔디밭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만찬은 꽤 대규모였다. 행사장은 실내 홀, 지붕이 있는 반 야외 공간, 잔디 정원 등 3개 구역을 아우르는 형태였다.
사람들의 왕래,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 대화와 미소가 뒤섞여 떠들썩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
멤피스: 와아……. 나 철혈이 주최하는 파티에는 거의 가본 적 없긴 한데…….
멤피스: 군대 인상만큼이나 분명 딱딱한 스타일일 줄 알았어.
멤피스: 이런 여유로운 느낌의 파티도 열 수 있구나…. 고정관념이란 진짜 무섭네.
지휘관: 어쩌면 아이리스의 로맨틱한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지?
멤피스: 음… 그러네. 방금은 못 들은 걸로 해줘.
지휘관: 그나저나 튤리파 왕국 대표단 사람들 봤어?
지휘관: 비스마르크 일행도 안 보이는 거 같은데….
멤피스: 튤리파 왕국이 오늘 밤의 주역이라면 분명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에 있겠지.
멤피스: 밖은 좀 쌀쌀하니까 일단 실내로 들어갈까,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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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에 들어서자 열정적인 교향악이 우리를 맞이했다.
바깥의 우아한 공기와는 달리 화려한 홀 내부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멤피스와 가볍게 배를 채우고 있는데, 멀리서 비스마르크가 튤리파 왕국 대표단을 이끌고 다가왔다.
비스마르크: 지휘관. 멤피스. 너희에게 소개할게.
튤리파 왕국 대표단의 구성원은 예상 외였다.
이전에 함선 전력화 이야기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군 대표 외에도, 튤리파 왕국의 왕실, 그리고 여러 명의 의회 대표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와 튤리파 왕국의 연결 고리를 넓히려는 비스마르크의 의도는 알기 쉬웠지만, 그 외에 그녀 자신의 의도도 적지 않아 보였다.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함선 전력화에 관해 군 대표는 이전부터도 적극적이었지만, 왕실은 그 이상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반대로 의회 측은 예의를 갖추면서도 어딘가 약간의 거리감과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흐름은 항상 의회 측이 주도했다.
아무래도 함선 세력을 장악해 다시 권력을 잡은 로열의 왕실과는 달리, 튤리파 왕국의 왕실은 그저 허울뿐인 존재인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함선 전력화 계획'으로 함선들이 더 늘어나면 튤리파 왕실도 로열처럼 함선을 귀족 체계로 편입함으로써 권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왕실이든 의회든 군이든 함선을 공정하게 대하고 그 권리와 지위를 보장하는 한, 우리는 각 진영의 내부 사정에 간섭하지 않는다.
이는 아주르 레인의 일관적인 입장이자, 물론 내 입장이기도 하다.
본심이 1할, 외교적 수사가 9할인 대화가 겨우 끝을 맞이했다.
튤리파 왕국 대표단은 초대 손님들 중 각자의 목표를 정하고 재빨리 흩어져 다음 행동을 개시했다.
멤피스는 오늘 방문객 전원의 명단을 수집하러 향했다.
그리고 나는 비스마르크와 함께 그녀가 미리 준비한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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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분위기의 회의실은 책상과 의자의 배치를 조금 바꾼 것으로 조용한 개인실로 탈바꿈했다.
미리 준비된 식사와 절제된 조명이 마치 캔들 디너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지휘관: 아까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 만나서 반가워, 비스마르크.
지휘관: 요즘 몸 상태는 어때? 그 이후로 괜찮아?
비스마르크: 지극히 정상이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비스마르크: 우선은 튤리파 왕국과의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며 건배하자.
비스마르크: 후후후. 오늘 고른 와인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비스마르크: 밖은 소란스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개인실에서 차분하게 얘기하고 싶었어.
지휘관: 응. 확실히 이게 편할 거 같아. 배려해줘서 고마워. 이것도 주최 측의 작은 특권인가?
비스마르크: 그렇지. 그런데… 멤피스를 혼자 둔 게 좀 걸리네.
지휘관: 그 애라면 혼자서도 파티를 잘 즐길 수 있을 거야.
비스마르크: 그럼 다행이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오늘 이 외교 만찬을 어떻게 생각해?
지휘관: 철혈 대사관이 이런 만찬을 여는 건 드문 일이지. 하객 명단에도 거의 전 진영이 이름을 올리는 장관을 보였고.
지휘관: 다들 희희하며 진영의 장벽을 넘어 담소를 나누고 있어. 물밑에서 거래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고.
지휘관: 마치 전쟁이 시작되기 전 그때로 되돌아간 것 같아.
비스마르크: 너는 이 모습이 우리의 향후 새로운 질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지휘관: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만으로는 앞으로의 위기에 맞설 수 없지.
비스마르크: 그래? 저번에 만났을 때는 네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지금처럼 확고한 태도는 느낄 수 없었는데.
지휘관: 그동안 나도 많은 일을 겪었거든.
지휘관: 네가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어. 여기서 일어난 일도 있고, 아득히 멀리서 일어난 일도 있고…….
비스마르크: 음…. 꽤 막연한 말투네. 좋은 경향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지휘관: 어흠. 조금 분위기를 탔나 봐.
비스마르크: 후후후. 먼 미래의 이야기는 차치하고, 우선은 눈앞의 이야기를 정리하자. 가령――'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의 전면 정전 협정'이라든가.
지휘관: 끝없는 회의가 결국 결실을 맺었군.
비스마르크: 네가 중앵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순조롭지는 못했을 거야.
지휘관: 중앵 일은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야.
지휘관: 듣기로는 틀은 이미 잡혔고 세부 협의에 들어갔다며?
비스마르크: 응. 오늘 이 자리도 그걸 위한 포석이야. 몇몇 진영과는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비스마르크: 현재 모든 진영이 합의한 내용은 다음 두 가지야.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의 즉시·전면적인 정전 전 세력의 전쟁 상태 해제.
비스마르크: 그리고 원칙적으로 각 진영의 영토를 전쟁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
비스마르크: 다음 회의에서는 이 두 가지를 정식으로 표결에 부칠 예정이지만, 문제는 없을 거야.
비스마르크: 일단은 정전부터겠지.
비스마르크: 영토 인도, 주둔군 철수, 재건 지원, 전쟁 배상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추가 협정을 맺어 처리할 계획이야.
비스마르크: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 모두 이 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할 거고.
지휘관: 응. 옳은 전략이야. 드디어…… 진영간의 싸움이 끝나는구나.
비스마르크: 네가 여러 진영을 결집하고 일련의 공동 작전을 훌륭히 성공시킨 덕분이야.
비스마르크: 전쟁이 끝난 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돼.
지휘관: 고마워.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신중한 낙관론이야.
지휘관: 아무튼 연합 합병은…… 수렁 같은 일이니까.
비스마르크: 그 부분은 한 걸음씩 나아가자. 조바심을 내서 될 일도 아니고.
비스마르크: 그보다 '저지대 조약' 서명식이 다음달 초야. 괜찮다면 현지에서 참관하지 않을래?
지휘관: 저지대 조약이라…….
지휘관: (튤리파 왕국을 포함한 3개국은 이 조약으로 철혈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중립국의 위치를 회복하게 돼.)
지휘관: (……하지만 세이렌 앞에서 중립이란 환상에 불과하지.)
지휘관: (어디까지나 튤리파 왕국은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 양쪽의 관찰국의 입장에서 '중립적'인 존재가 되는 거야.)
지휘관: (이 특별한 지위는 연합 합병 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유지되고, 그 후 추가 협의에 따라 변하게 되겠지.)
지휘관: 그래. 시간이 된다면 꼭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이 새 시대로의 첫걸음을.
지휘관: 그리고 연합 합병에 있어서도…… 거대한 첫걸음이 될 거야.
비스마르크: 후후.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지휘관: 저지대 조약을 위해 다시 한 번 건배하자.
지휘관: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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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 진영의 정세부터 세이렌의 동향, 다른 세계의 META 조직, 그리고 철혈의 자연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비스마르크과 이렇게 오랫동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녀의 쿨한 표정 뒤에 의외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면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만찬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비스마르크: 참. 마지막으로 알려줄 소식이 하나 있어.
비스마르크: 네가 주도하고 우리 유럽 네 진영이 협력하여 만든 튤리파 왕국의 함선 함대 말인데.
비스마르크: 조만간 그녀들과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
지휘관: 응? 지금으로서는 튤리파 왕국에 방문할 예정은 없는데…?
지휘관: 조인식에 참석한다는 뜻이야?
비스마르크: 아직은 비밀이야. 내일이면 알게 될 거야.
~02. NA 해역 정화전
아이리스 교국. 수도
지휘관 집무실
다음 날
만찬 다음 날. 상층부에서 내려온 한 통의 작전 지시서가 어제 비스마르크가 남긴 수수께끼의 답을 밝혔다.
멤피스: 'NA 해역 정화전'이 이렇게 빨리 시작될 줄이야……. 튤리파 왕국의 함대가 제1단계 작전 부대에 포함되어 있어.
멤피스: 아직 세이렌과의 실전 경험은 없을 텐데……. 괜찮은 거야?
지휘관: 누구나 처음은 있어.
지휘관: 이번 작전에서 그 애들이 마주하는 적은 그다지 강하지 않아. 첫 출전으로는 매우 적합할 거야.
세이렌 실험기관이 사라지면서 세계는 '포스트 세이렌'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세이렌 본체의 갑작스러운 자폭은 세계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남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심각한 것은 NA 해역이다.
컴파일러의 본체는 자폭이 아니라 우리에게 파괴되었기 때문에 곧바로 복구 프로그램이 기동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옵저버가 자폭 명령을 내렸을 때 컴파일러의 본체는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명령 외 대상이 되어 자폭을 면하고 말았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빠르면 올해 안에 새로운 컴파일러 본체가 NA 해역에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누가 됐든 받아들일 수 없는 미래다.
따라서 NA 해역의 컴파일러 잔존 세력을 뿌리 뽑는 것이 각 진영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이를 위해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는 복구 중인 본체 및 잔존 세이렌 세력을 일소하는 공동 작전을 입안했다.
작전명――'NA 해역 정화전.‘
본디 이 작전은 로열, 아이리스, 철혈, 그리고 북방연합 네 진영이 담당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튤리파 왕국의 함선 전력화가 적기에 1단계 성과를 거뒀기에 자연히 작전에 참가하게 되었다.
지휘관: (……튤리파 왕국의 함선 전력화 계획은 애초부터 나와 관련이 있었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가 그 아이들을 이끌게 된 건가.)
지휘관: (임무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아. 튤리파 왕국 연안에 인접한 세이렌 경면해역을 한 곳 파괴하는 거야.)
지휘관: (작전에는 튤리파 왕국 함대말고도 타 진영의 지원함대도 동행할 예정이니… 전투 난이도는 더욱 낮아지겠지.)
지휘관: (…다만 이게 튤리파 왕국을 회유하기 위한 상층부의 설계인지, 아니면 비스마르크의 의도인지는 모르겠네.)
멤피스: 지휘관. 지시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 "우선 튤리파 왕국으로 향해 함대 전력을 평가한 후, 필요할 경우 각 진영에 추가 지원 여부를 판단하라."
멤피스: 그런데도…… 북방연합은 앞서서 지원 의사를 밝혔어.
멤피스: 일단은 거절해야 하나?
지휘관: 아니. 각 진영의 의도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전력이 늘어나는 건 환영할 일이야.
멤피스: 알겠어. 그러면…… 언제 출발해?
지휘관: 작전 전에 튤리파 왕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면 빨리 출발해야겠지.
멤피스: 그럼… 내일 기차로 이동할까?
지휘관: 응. 좋아.
멤피스: 알겠어. 바로 튤리파 왕국 측에 연락해 둘게!
~03. '신항' 기지
튤리파 왕국 영내
기차. 지휘관 전용 차량
다음 날
멤피스는 능숙하게 모든 준비를 마쳤다.
상층부의 작전 지시를 받은 다음 날. 우리는 튤리파 왕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최대 항구 도시인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도심을 벗어나 초원과 숲, 언덕을 지났다. 풍차와 제방, 형형색색의 꽃밭이 차창 너머로 펼쳐졌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어느새 기적 소리와 함께 기차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무려 3시간의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이번 튤리파 왕국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멤피스와 함께 내리자마자 튤리파 왕국의 깃발을 든 소녀가 다가왔다.
소녀 곁에는 북방연합 제복을 입은 두 여성의 모습도 있었다.
에베르첸: 지휘관님. 멤피스.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튤리파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베르첸: 튤리파 왕국 소속 어드미랄렌급 구축함 에베르첸입니다.
지휘관: 반가워. 에베르첸.
지휘관: 어흠. 이름 그대로 튤립이 만발한 아름다운 튤리파 왕국……. 오는 길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 인상적이었어.
지휘관: 왕국의 새 시대의 해군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이번 작전에서의 활약을 기대할게.
지휘관: (튤리파 왕국의 함선 전력화는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지휘관: (대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한 이 분위기가 바로 튤리파 왕국 함선의 특징인가.)
에베르첸: 튤리파 왕국 함대는 반드시 지휘관님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지휘관: 옆에는…… 북방연합의 카잔하고 올레그 맞지?
카잔: 지휘관. 오랜만이야.
카잔: 우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령부의 명령에 따라 튤리파 왕국을 지원하러 왔어.
카잔: 또 함께 싸울 수 있게 됐네. 지휘관.
지휘관: 그래. 저번에는 전투가 한창이라 겨우 얼굴만 봤었지만, 이번에는 드디어 제대로 협력할 수 있겠어.
지휘관: 너희가 있으면 튤리파 왕국 함대의 부담도 줄어들 거야. 이번에도 기대할게.
올레그: 흐흥. 벌써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구요. 지휘관님, 저희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에베르첸: 그럼 이제 차량으로 교외에 있는 함대 정박지로 이동하겠습니다.
에베르첸: 가는 길에 튤리파 왕국에 대한 질문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에베르첸: 차량은 이쪽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따라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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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서쪽으로 나아갔다. 화려한 꽃밭과 풍차는 물론이고, 강가를 따라 쌓은 거대한 제방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멤피스: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제방보다 훨씬 높고 두꺼워……. 게다가 부대시설도 많고.
멤피스: 그리고 제방을 기반으로 한 대형 기계 구조물까지…….
멤피스: 이게 튤리파 왕국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제방 방어 시스템'인가?
멤피스: 연안 지역뿐만 아니라 내륙의 하천 양안까지 요새화되어 있다니, 좀 놀랐어.
에베르첸: 네. 튤리파 왕국은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고, 영내에도 수로가 펼쳐져 있습니다.
에베르첸: 따라서 다른 진영 이상으로 제방을 중시하고 있으며, 건설 기술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에베르첸: 과거 세이렌이 바다에서 나타났을 때 함선 전력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튤리파 왕국은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에베르첸: 그래서 저희는 제방을 무장시켰습니다.
에베르첸: 지난 몇 년 동안 저희는 국토 전역의 제방을 총정비하여 중요 거점을 지키기 위한 광대하고 복잡한 방어 시설을 완성했습니다.
에베르첸: 물론 세이렌 주력 군단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만…… 낙오된 양산형이나 통상 규모의 공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위 능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에베르첸: 과거에는 바다로부터 왕국을 보호하던 제방이지만, 지금은 세이렌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었습니다.
지휘관: (국토를 요새화하고 인구를 방어 시설 주변으로 집중시킨다.)
지휘관: (함선도 없고, 세이렌 전쟁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튤리파 왕국 나름의 자구책이었던 거군.)
지휘관: (……효과는 한정적이지만 그 외의 선택지는 없었을 거야.)
지휘관: (세이렌…… 인가.)
멤피스: 세이렌 실험기관은 이미 파괴됐고, 튤리파 왕국도 함선 전력을 갖게 되었으니까 분명 앞으로 더 나아질 거야.
에베르첸: 네. 저도 반드시 밝은 미래가 올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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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고 석양이 조용히 거리를 감싸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튤리파 왕국의 함선 및 양산형 함대가 배치되어 있는 정박지에 도착했다.
멤피스: 저 앞에 있는 건물 엄청 반짝거리네…. 혹시 지은 지 얼마 안 됐어?
에베르첸: 네. 함선 전력화 계획을 추진할 때, 북방연합에서 파견된 고문분께서 함선 함대는 기존의 해군 함대와 다르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새 기지를 건설할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에베르첸: 북방연합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빠르게 완공될 수 있었습니다.
올레그: 헤헹~ 이 공사에는 제 공로도 조금 있다구요~
멤피스: 튤리파 왕국의 건설 공사에 북방연합이 관여했다니 의외네.
카잔: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줬을 뿐이야.
카잔: 극지방의 전황이 일단락된 지금, 북방연합은 튤리파 왕국말고도 겨우 타국을 지원할 여유가 생겼어.
지휘관: 전후 재건……. 그것도 확실히 중요한 일환이지.
지휘관: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우리는 서로 돕고 함께 이겨내야 해.
멤피스: …….
데 제벤 프로빈시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튤리파 왕국 소속 경순양함, 데 제벤 프로빈시엔이라고 합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멤피스, 카잔, 올레그. '신항' 해군 기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베르첸: 제벤 언니. 여기서 지휘관님을 마중하기로 했잖아요……. 왜 늦으셨나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훈련 일정을 입력하려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기계에서 연기가 나지 뭐예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래서 불을 끄느라 시간이 지체돼서…….
에베르첸: 또 터트린 건가요……. 제벤 언니. 이제 기계에는 손대지 않는 게 좋겠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하지만 저는 이 함대의 기함인걸요. 그리고 정박지 관리 책임자기도 하고…….
에베르첸: ……그 이야기는 일단 놔두고, 훈련은 또 뭔가요…? 그런 일정이 있다고는 못 들었는데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우리 전투력에 대해서 지휘관님이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놀래 드리려고 했는데…….
에베르첸: 놀래기는커녕 문제만 됐잖아요…. 일정은 정해져 있는 거라 갑자기 훈련을 끼어 넣어나 할 수는 없어요.
에베르첸: 그리고 보세요. 항국에 정박 중인 건 뭐죠?
데 제벤 프로빈시엔: ……우리 양산형 함대죠?
에베르첸: 선두에 있는 저 두 척은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저건…… 우리 의장이잖아요?
에베르첸: 맞아요. 우리 의장은 앞으로 있을 실전을 대비해서 완전 전개된 상태로 정비 점검 중이에요.
에베르첸: 이런 상황에서 뭘로 훈련을 할 건가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으음…… '마법'으로?
에베르첸: ………….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안 되나요?
에베르첸: ……안 돼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정말로 안 되나요?
에베르첸: ……절대로 안 돼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에……. 그럼… 알겠어요…….
카잔&올레그: ……….
멤피스: ………….
지휘관: …제벤. 에베르첸. 군사 기밀 이야기는 기지에 들어간 후에 하자.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앗…… 죄송합니다! 환영 만찬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여러분, 저를 따라오세요!
~04. 추가 정보
튤리파 왕국 영내
'신항' 기지 주변
만찬 후. 튤리파 왕국의 제방 방어 시스템이 궁금해 멤피스와 함께 가장 가까운 제방으로 향했다.
아주르 레인 지휘관이라는 신분 덕에 별다른 장애 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곧 우리는 철근 콘크리트로 축조되고, 외부에 추가 강철 장갑이 깔린 제방 위로 올라갔다.
멤피스: 구조적인 강도만 본다면 우리의 파나마 운하 요새에도 뒤지지 않아 보여.
멤피스: 여기는 그냥 산책로지, 전략적 요충지도 아닌데…….
멤피스: 튤리파 왕국은 제방 방어 시스템에 진심이구나.
지휘관: 그러게. 그리고 곳곳에 복구 흔적도 있네. 과거에 여러 차례 세이렌의 공습을 받았겠지.
멤피스: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번 작전 목표이기도 한 세이렌 경면해역이 있으니 거기서 왔을지도 몰라.
통신기: ――――
지휘관: 응? 이런 시간에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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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라지자 익숙한 밤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헬레나(META): 이번엔 제대로 사전에 연락했어.
지휘관: 타이밍이 별로 안 좋은데. 지금 멤피스하고 같이 있거든…….
헬레나(META): 알고 있어. 제방 위를 산책 중이지?
헬레나(META): 괜찮아. 이번에는 시간의 흐름을 1/360으로 구축했으니까 대화가 끝날 때까지 몇 초도 걸리지 않을 거야.
지휘관: 마르코 폴로 쪽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헬레나(META): 아니. 그냥 네 다음 작전에 대해 알려줘야 할 정보가 있어서.
지휘관: 튤리파 왕국 주변 경면해역에 대해서?
헬레나(META): 응. 네가 받은 정보에는 뭐라고 나와 있었어?
지휘관: 상층부의 정보에 따르면 '컴파일러가 튤리파 왕국의 동향을 감시하고 봉쇄하기 위해 설치한 전초 기지'라고 하던데.
지휘관: 컴파일러를 잃고 나서 방어 시스템은 계속 오프라인 상태고, 내부 함대도 휴면 상태에 빠져 있어 튤리파 왕국 함선들의 실전 훈련에는 제격인 장소라고…….
지휘관: ……혹시 아니야?
헬레나(META): …후후후.
지휘관: …얼마나 틀린 거야?
헬레나(META): 거기는 오미터가 관리하던 무기 실험장이야. 신형 병기 개발과 실험에 사용되던 곳이지.
헬레나(META): 방어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고, 오미터의 본체는 자폭했지만 내부의 실험 프로그램은 멈추지 않았어.
헬레나(META): 이제 얼마나 틀렸게?
지휘관: ……우리 정보기관이 세이렌 실험기관의 내부 구조를 해명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네.
헬레나(META): 걱정 마. 그래서 이렇게 알려주러 왔잖아.
헬레나(META): 신형 병기에 관한 자료도 옵저버한테서 받았으니까 나중에 보내줄게.
헬레나(META): 아무튼 튤리파 왕국의 두 척만으로는 안 돼. 북방연합의 지원이 온 게 다행이었어.
지휘관: 원래는 그 아이들의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 함대를 둘로 나눌 생각이었는데…….
지휘관: 네 정보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헬레나(META): 감사받을 정도는 아냐.
헬레나(META): 그럼 난 갈게. 밤 산책 재밌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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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피스: 으으음…….
멤페스: 흐으으으음…….
빛이 사라지자 시야에 멤피스의 얼굴이 들어왔다.
멤피스: 지휘관. 너 갑자기 멍해졌어.
지휘관: 어어… 잠깐 생각 좀 하느라 정신줄을 놨었나 봐.
멤피스: '생각'? 누가 널 부른 건 아니고?
멤피스: ……헬레나 META, 맞지?
멤피스: 정말이지! 걔는 이렇게 갑자기 남의 의식을 탈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는 하는 거야?
멤피스: 만약 지휘관이 운전 중이었다면? 길을 건너던 중이었다면 어떡하려고……?!
지휘관: 아니, 괜찮아. 헬레나도 분별은 있으니까.
멤피스: ……그 '분별'이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네.
멤피스: 그래서 걔가 뭐라고 했어?
지휘관: 헬레나는…….
멤피스: 쉿. 지휘관, 잠깐만. 누가 왔어.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하고 멤피스 씨?
데 제벤 프로빈시엔: 여기서 뵙게 되다니…. 두 분께서도 기분 전환하러 오셨나요?
멤피스: ……? 제벤. 우리가 출발 전에 기지에 연락 남겨 놨을 텐데?
데 제벤 프로빈시엔: 으으……. 통신기가 뭔가를 수신하긴 했는데, 조작해 봐도 도저히 반응이 없어서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리고 왠지 모르게 연기가 나서…….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래서 에베르첸이 기술진을 데리고 왔는데…….
멤피스: …….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래도 괜찮아요! 결국 여기서 이렇게 만났잖아요!
지휘관: 제벤. 혹시 앞으로 있을 전투가 불안해?
데 제벤 프로빈시엔: ……역시 지휘관님은 금방 알아차리시는군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훈련도 많이 했고, 싸우는 법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지만…….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래도… 튤리파 왕국을 대표하는 첫 실전이라고 생각하니까 도저히 진정되지가 않아요……. 저는 기함인데…….
지휘관: 걱정 마.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야.
지휘관: 너희 실력은 확실해. 평소 훈련하던 대로만 하면 문제 없을 거야.
데 제벤 프로빈시엔: ……네! 지휘관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아, 맞다! 제방을 따라 조금만 더 걸어가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원이 있어요. 괜찮으면 함께 가보시겠어요?
지휘관: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이만 돌아가자. 작전이 모레니까 준비도 해야 하고.
지휘관: 다 끝나면 같이 보러 가자.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약속한 거예요♪ 그럼 같이 돌아갈까요?
멤피스: …그래. 같이 돌아가자.
~05. 출항

튤리파 왕국 주변 해역
연합 작전 함대
이틀 뒤
잔잔한 바닷바람에 튤리파 왕국의 깃발이 나부꼈다. 튤리파 함선의 첫 전투 날이 찾아왔다.
제벤과 에베르첸은 의장을 군함 형태로 전개하고 가장 먼저 신항에서 출항했다.
뒤이어 내가 탄 지휘함. 그리고 튤리파 왕국의 양산형 함대가 뒤를 따랐다. 카잔과 올레그는 주역인 튤리파 함선들에게 이목이 쏠리도록 하기 위해 나와 함께 지휘함에 동승하고 있었다.
물론 화려한 퍼레이드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항구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벤과 에베르첸은 의장을 다시 장착했고, 근해에서 대기하던 북방연합 양산형 함대와도 합류했다.
함대는 지휘함을 중심으로 윤형진으로 대형을 바꾸어 목표 지점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잠시 후.
올레그: 카잔. 지휘관님 너무 신중하지 않아요?
올레그: 옵저버 같은 상위 개체가 사라진 지금, 우리 전력으로 낙오된 세이렌 정도는 낙승이잖아요?
카잔: 분명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걸 거야.
카잔: 그리고 봐봐. 튤리파 왕국 아이들도 긴장하고 있잖니?
올레그: 으음…. 그건 그렇긴 한데…….
데 제벤 프로빈시엔: 잘 된다… 안 된다… 잘 된다… 안 된다… 잘 된다… 안 된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아앗……. 안 되네요. 다시…….
데 제벤 프로빈시엔: 잘 된다… 안 된다… 잘 된다… 안 된다….
에베르첸: 제벤 언니. 계속 뽑다간 지팡이가 맨들맨들해질걸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아…. 그, 그럼 좀 더 자라게 할게요…….
에베르첸: 능력은 그렇게 쓰라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그, 그러면…… 꽃을 더 가져와서….
에베르첸: 그런 문제가…… 하아. 이 이상은 관두죠…….
에베르첸: 제벤 언니. 자꾸 긴장되면 주변 순찰이라도 할까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아. 좋네요. 바로 갈까요?
멤피스: ……잠깐만. 다 들었어!
멤피스: 함대 내에서 멋대로 행동하면 안 돼!
에베르첸: ……죄송합니다. 생각이 부족했어요….
올레그: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 긴장한 거 아니에요?
올레그: 보통은 안 저럴 텐데……. 작전 중 규율 준수는 우리 본능 같은 거잖아요?
카잔: 어쩌면 짊어진 기대감이 너무 커서 스트레스가 쌓인 걸수도 있고. 아니면…… 그 '특수 멘탈 큐브' 때문일까?
올레그: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올레그: '비밀 영역'을 조사한 뒤로 모두가 가지고 있던 멘탈 큐브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었죠.
올레그: 구조는 안정적이지만 유난히 활성화돼서…… 저도 엄청 오랫동안 연구했어요.
올레그: 바로 그 멘탈 큐브로 구현된 튤리파 함선……. 그래서 더욱 실전에서의 활약이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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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함. 지휘 갑판
멤피스: 하아…. 진짜 다들 정신이 없네.
지휘관: 괜찮아. 위험해역에 진입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지금은 그냥 익숙해지게 놔 두자.
지휘관: 그나저나 멤피스도 첫 출전 때 저랬어?
멤피스: 그럴 리가!
멤피스: 난 첫 출전 때 냉정하게 세이렌 양산함을 몇 척이나 격침시켰거든.
멤피스: 동료들이 차마 잊지 못할 정도로 멋지게 활약했다구.
멤피스: ……뭐야, 그 표정. 못 믿겠으면 호놀룰루한테 물어보든가!
지휘관: 아니, 그냥……. 시간이 참 빠르구나 하고.
멤피스: 응? 지휘관 너 내가 늙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지휘관: 절대 아니야.
멤피스: 흥. 우리 함선은 나이 따위 안 먹거든!
통신기: ――――
지휘관: 오, 드디어 왔군.
멤피스: 지휘관. 정찰기가 보낸 보고야.
멤피스: 항로 이상 없음. 현재 속도를 유지하면 약 45분 후에 경면해역 영향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
지휘관: 그럼 슬슬 진형을 조정해야겠군.
통신기: ――――
지휘관: 에베르첸. 들려?
에베르첸: 지휘관님, 에베르첸입니다. 지시 사항이 있으신가요?
지휘관: 노파심에 묻는데, 튤리파 왕국의 통신 설비는 경면해역의 재밍에 대응 가능해?
에베르첸: …죄송합니다. 불가능합니다…….
지휘관: 올레그. 북방연합 쪽은 어때?
올레그: 이론상으로는 가능한데요…. 상황에 따라 못 쓰게 될 수도 있어요.
지휘관: 알겠어. 전 함에 통보한다.
지휘관: 약 45분 후 함대는 경면해역의 영향권에 진입한다. 외부와의 통신은 높은 확률로 차단되겠지만, 이는 작전의 상정 내이니 침착하게 대응한다.
지휘관: 각 함정은 멤피스의 지시에 따라 진형을 조정하고 전투를 대비하라.
모두: 네!
지휘관: (갑자기 옛날식으로 돌아가니까 좀 적응이 안 되네….)
지휘관: (나중에 헬레나 META한테 뭔가 공유해 줄 기술은 없는지 물어보자…….)
지휘관: (밑져야 본전이니까 '별바다'에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시켜 봐도 되겠지. 설마 거절하기야 하겠어?)
~06. 튤리파의 서전 1
쾅――――!
튤리파 왕국 함대가 요격을 행하고 있었다.
분노를 가득 담은 포탄 한 발 한 발이 꺼림칙한 적을 하나씩 불태워 갔다.

에베르첸: ……세이렌 함대가, 불타고 있어요.
에베르첸: 왕군 해군 궤멸로부터 오늘까지 흐른 모든 피가…… 지금 이 불길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에베르첸: 저희가 마침내 해냈어요……. 튤리파 왕국이, 마침내 해냈습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에베르첸. 아직 감상에 젖기는 일러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우리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튤리파 왕국의 깃발도 이제 막 이 바다에 휘날리고 있으니까요.
에베르첸: 맞아요, 제벤 언니……. 이건 아직 시작에 불과해요.
에베르첸: 우리의 새로운 미래는…… 이제 시작하는 거예요.
쾅――――!
데 제벤 프로빈시엔: 에베르첸. 적의 증원이 왔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양산형 함대를 이끌고 협공하러 가죠. 최대한 빨리 섬멸합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첫 전투는 완승이어야죠. 튤리파 왕국의 힘을 보여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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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튤리파 왕국 함대는 처음의 어색함을 극복하고 차츰 전투에 익숙해졌다.
원래부터 아군이 우위였던 전황은 이미 압도적인 형세가 되어 있었다.
멤피스: ……위험천만했던 세이렌의 경면해역도 이제는 실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게 되었어.
멤피스: 심지어 우리는 1군도 아니었는데…….
멤피스: 우리 전력이 정말로 양에서 질로 바뀌었구나.
지휘관: 이제야 알았어?
멤피스: ……전부터 희미하게 느끼고는 있었어.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하니까.
멤피스: 그래도 우리가 강해지는 것과 동시에 적도 강해졌으니까……. 성장을 실감할 기회는 의외로 적었지.
멤피스: 이번에는 달라. 적은 약했던 그대로지만 우리는 새롭게 변했어.
멤피스: 색적 시간까지 포함해서 12시간 내에 작전이 완전히 종료될 것 같아.
멤피스: 회항 속도만 빠르면 정박지에서 점심을 먹을 수도 있겠어.
지휘관: (확실히 작전은 순조로워. 튤리파 왕국 함대도 궤도에 오른 것 같고.)
지휘관: (하지만 어떤 보고보다도 역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게 제일이지. …저 아이들은 역시 특별해.)
지휘관: (허공에서 돋아나는 덩굴. 그리고 자연의 기운……. 이건 심상 구현화의 일부일까?)
지휘관: (이 기묘한 힘과 현상은…… 그 특수 멘탈 큐브와 관련이 있을 거야.)

지휘관: ('비밀 영역' 조사 이후 당시 북방연합이 소지하고 있던 모든 멘탈 큐브에 원인 불명의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어.)
지휘관: (이 현상의 원인에 관해서는 북방연합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지휘관: (비밀 영역의 특수한 환경이 원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내 멘탈 큐브 적성이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혹은 양쪽이 모두 작용하여 상승효과를 일으켰다는 설도 있고.)
지휘관: (어쨌든 이 현상은 다시는 재현되지 않았어.)
지휘관: (게다가 북방연합은 새로운 함선을 만들 때 비밀리에 이 특수 멘탈 큐브를 사용하기도 헀어.)
지휘관: (그럼에도 그 큐브로 만들어진 함선들은 아무런 이상도 없었고, 평범한 함선들처럼 문제 없이 임무를 수행했어.)
지휘관: (오히려 튤리파 왕국의 함선에게서 이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지.)
지휘관: (이 현상의 원인을 밝힐 수만 있다면…….)
지휘관: (우리 세계의 전체적인 전력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통신기: ――――
카잔: 지휘관. 북방연합 함대는 적을 모두 섬멸했어.
카잔: 현재는 경면해역 핵심 제어 타워 남서에서 포위를 시도 중이야. 1시간 내에 예정 위치에 도착할 거야.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튤리파 왕국 함대도 섬멸 임무를 완료했습니다. 현재 제어 타워 남동에서 포위망을 전개 중이에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곧 북방연합 함대와 합류하여 총공격을 실시하겠습니다!
지휘관: 잘했어. 그대로 계속해줘.
통신기: ――――
지휘관: ………….
멤피스: 지휘관? 전황은 순조로운데 왜 아직도 심각한 표정이야?
지휘관: 전에 제방에서 내가 했던 말 기억나? 이 경면해역은 사실 오미터가 신형 병기를 개발하는 곳이었다는 거.
지휘관: 헬레나의 정보가 틀릴 리가 없어.
멤피스: ……뭐? 근데 우리 아직 신형 병기 같은 건 못 봤잖아…….
지휘관: 그게 문제야.
지휘관: 세이렌의 신형 병기…… 어디 있는 거지……?
~07. 튤리파의 서전 2
쾅――――!
제어 타워를 파괴하는 싸움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압도적인 힘 앞에 모든 저항은 무의미했다. 경면해역 유지 장치를 탑재한 제어 타워는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경면해역 실험으로 야기된 이상 징후는 점차 잦아들었고, 재밍으로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던 통신기도 외부의 정보를 다시 수신하기 시작했다.
지휘관: ……미확인 메시지가 왜 이렇게 많지?
멤피스: 지휘관. 큰일 났어.
멤피스: 우리가 떠난 뒤에 튤리파 왕국 연안이 세이렌 함대의 기습을 받았대!
나쁜 예감이 적중했다.
헬레나 META가 제공한 정보는 맞았다. 이 경면해역은 확실히 정상 가동 중인 세이렌의 무기 실험장이다.
우리가 함대를 이끌고 실험장을 파괴하기로 했을 때, 실험장 내 제어 AI는 신형 병기를 출격시켜 무방비가 된 튤리파 왕국의 연안부에 기습을 가한 것 같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빈집 털이 전술이라니…… 비겁해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제방 방어 시스템은 이미 세이렌 함대와 교전 중이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얼른 돌아가야 해요…!
멤피스: 기다려. 경면해역 유지 장치는 파괴되었지만 해역에는 아직 세이렌이 남아 있어.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데 제벤 프로빈시엔: 하지만 적이 우리의 국토를 폭격하고 있다구요!
멤피스: ……알아. 하지만 이건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의 공동 작전이야.
멤피스: 참전 함대의 일원으로서 임무 완수를 최우선으로 해야 돼.
데 제벤 프로빈시엔: ……국토가 불타고 있어도, 말인가요?
멤피스: 자신을 믿고, 제방을 지키는 동료를 믿고, 그리고…… 지휘관을 믿어줘.
멤피스: 사태가 아무리 급박해도 냉정을 잃어서는 안 돼.
멤피스: 이번 전투는 우리가 절대 우세를 점하고 있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낸다면 지휘관은 반드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낼 거야.
데 제벤 프로빈시엔: 후우…….
데 제벤 프로빈시엔: 맞아요.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제가 마음이 급했어요…….
지휘관: 상황이 변했으니 배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겠어.
지휘관: 우리는 경면해역 내 세이렌 함대를 섬멸하고 경면해역을 와해시키는 데 성공했어.
지휘관: 하지만 해역에는 아직 잔존 병력이 많아.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지휘관: 확실하게 매듭을 지을 필요는 있지만… 전원이 남을 필요는 없지.
지휘관: 지금부터 전력을 나눠서 튤리파 왕국 연안을 지원하기로 한다.
지휘관: 제벤, 에베르첸, 튤리파 왕국 양산함으로 함대를 재편성하고, 내 지휘함과 함께 조속히 회항한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감사합니다! 바로 대열을 정비하겠습니다!
지휘관: 카잔은 북방연합 함대를 이끌고 이곳에 남아 적을 마저 소탕해. 한 놈도 놓치지 마.
카잔: 알겠어. 걱정하지 마.
지휘관: 인근 로열 함대에게도 협조를 요청해 놓을게. 함께 해역 정리하는 걸 도와줄 거야.
지휘관: 정리가 끝나면 바로 튤리파 왕국으로 복귀해서 지원해줘.
지휘관: 이 전투는 확실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끝내야 해.
지휘관: 튤리파 왕국의 피해가 커지기 전에 모든 적을 철저히 소탕한다!
모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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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대는 전속력으로 항행했다. 곧 포화로 밝게 빛나는 왕국 해안선이 시야에 들어왔다.
제방 방어 시스템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예상했던 참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방어선은 여전히 견고했고, 전황은 생각보다 훨씬 양호했다.
티르피츠: 라이프치히, 뉘른베르크. 튤리파 왕국의 제방 방어선과 연계해서 적의 선봉대를 섬멸해.
라이프치히: 네!
뉘른베르크: 알겠습니다!
티르피츠: 쉬페. 거물만 노리지 마. 이번 목표는 적의 조기 섬멸이 아니라 전선을 연안에서 멀리 떨어트려 지상 시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거야.
그라프 쉬페: 알겠어…… 주의할게.
아브로라: 어머. 철혈 함대도 저희와 같은 생각을 하나 보네요.
아브로라: 무르만스크, 그로즈니. 철혈과 연계하여 전선을 바깥으로 밀어내죠.
무르만스크: 네에~
그로즈니: 다 날려 버릴 거야~
데 제벤 프로빈시엔: 해안선에 원군이……?!
에베르첸: 다행이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멤피스: 이번 NA 해역 정화전에는 참가하지 않은 철혈과 북방연합의 본토방위함대….
멤피스: 이렇게 적극적으로 지원하러 오다니…….
지휘관: 좋은 현상이야.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군.
지휘관: '아주르 레인' 재결성의 희망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어.
멤피스: 응!
지휘관: 그리고…… 바다에 떠 있는 저 커다란 놈들이 오미터가 개발하고 있었다는 신형 전투 병기겠지.
지휘관: 초노급 근절 무장 '스피르니데'…….
지휘관: 저걸 쓰러트려야 진정으로 이번 작전이 끝났다고 할 수 있어.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튤리파 왕국 함대가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휘관: 연안 방어 부대 및 아군 함대와 협력하여 적을 완전히 섬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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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그렌빌: 지휘관~! NA 해역 반격 작전 이후로 오랜만이네!
그렌빌: 로열 소속 구축함 그렌빌, 요격함대를 이끌고 지원하러 왔어!
하디: 아직 전투 피해가 확산되지 않은 걸 보니 아무래도 적당한 타이밍에 도착한 것 같네요…!
카잔: 잔존 병력 소탕은 완료했어. 카잔, 로열 함대와 함께 가세할게.
올레그: 햣하-! 저렇게 큰 놈은 처음 보는데요!
올레그: 흐흐흐……. 잔해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싶다아~!
히어로: 뭘 기다리는 거야? 돌격하자. 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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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해안은 적막을 되찾았다.
새벽의 첫 빛이 내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08. 열화와 새싹
튤리파 왕국 영내
'신항' 기지
이틀 뒤
열화에 불탄 대지에서 새싹은 더욱 풍성하게 자랐다.
하루도 걸리지 않는 통계와 조사를 거쳐 튤리파 왕국은 곧바로 제방 방어 시스템 복구에 착수했다.
그리고 분주한 건설 현장 어느 곳――

올레그: 오오오… 또 자란다! 진짜 눈앞에서 성장하고 있어요…!
올레그: 점점 굵어지고, 점점 커져서…….
올레그: 강철판 더미를 순식간에 휘감아 위로 올려 보냈어요…!
올레그: 이 얼마나 신기한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에베르첸: ……만족하셨나요?
올레그: 완전 만족이에요!
올레그: 아…… 저기…. 일부러 이렇게 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베르첸: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필요해서 하는 거니까요.
에베르첸: 생명과 자연의 힘은 재건을 위해 써야 하는 법이죠.
에베르첸: 제방 방어 시스템은 왕국의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시스템이에요. 튤리파 왕국 함대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힘을 보태야 합니다.
올레그: 그렇죠! 그렇고 말고요, 에베르첸!
올레그: 후후후…… 크흐흐흐…….
에베르첸: 올레그? 갑자기 왜 그러세요?
올레그: 그냥 갑자기 기쁜 일이 생각났을 뿐이에요!!
올레그: 멋진 바이오 기술을 보여줬으니…… 이번에는 제가 공업 기술의 압도적인 힘을 보여줘야겠죠!
올레그: 이 방어 시스템은 우리가 함께 지켜낸 것. 그러니 저희 북방연합도 재건에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아!!
올레그: 미리 신청해 놨던 대형 건설 기계가 오늘 수송선과 함께 항구에 도착할 거예요!
올레그: 하하하하하! 같이 화려하게 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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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피스: 튤리파 왕국은 재건을 저런 식으로 하는구나… 좀 놀랐어.
멀리 열기가 가득한 공사장을 바라보며 나는 멤피스와 함께 제방 위를 거닐었다.
멤피스: 지휘관. 별바다도 특수 멘탈 큐브를 몇 개 연구용으로 제공받고 싶다고 오늘 상층부에 신청서를 올렸어.
멤피스: 그런데… 북방연합이 허락해 줄까?
지휘관: 아마 그럴 거야. 튤리파 왕국 함대가 실제로 특별한 힘을 보인 이상 더는 숨길 의미도 없으니까.
지휘관: (다만…… 어떤 구조인지 해명되기 전까지는 별바다도 별 성과를 내지 못할 것 같ㅈ지만…….)
통신기: ――――
멤피스: 비스마르크의 연락이야. 아까 작전 결과도 물어볼 겸 또 무슨 복잡한 얘기나 할 셈이겠지.
멤피스: 난 잠깐 산책 좀 하고 올게.
비스마르크: 지휘관 또 한번 훌륭한 성과를 거뒀구나.
비스마르크: 튤리파 왕국 함대의 첫 전투를 승리로 장식했으니 앞으로의 길도 순조로워졌겠지.
지휘관: ……분명 작전은 성공했지만 완벽하지는 않아.
지휘관: 압도적인 전력 차였음에도 튤리파 왕국은 이번 전투에서 손실을 입었어.
지휘관: 상층부의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미리 작전을 수정했는데도 말야.
지휘관: 만약 이 작전을 내가 지휘하지 않았거나,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지휘관: 세이렌 실험기관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남아 있는 세이렌 세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존재야.
지휘관: 지금까지 승전이 이어졌으니 다소 방심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
비스마르크: 맞아. 세이렌의 위협은 여전히 심각해.
비스마르크: 이번 튤리파 왕국 습격 사건은 들떠 있는 각 세력에게 경종을 울린 셈이지.
지휘관: ……그러고 보니 철혈도 과거 세이렌과 협력하던 시절에 경면해역을 몇 개 얻어 내지 않았어?
비스마르크: ……다 지난 일이야.
비스마르크: 새로운 시대……. 연합과 단결의 시대가 찾아왔어.
비스마르크: 정말 좋은 시대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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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와 이야기를 나누며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다 보니, 어느새 얼마 전 제벤이 추천했던 공원에 도착했다.
저 멀리 멤피스를 발견했다. 그녀는 손을 흔들며 통신기와 인근의 정자를 가리켰다.
비스마르크와의 잡담을 끝내고 나는 멤피스를 따라 정자로 향했다.
제벤은 이미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데 제벤 프로빈시엔: 지휘관님. 설마 오늘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공원의 풍경은 어떠세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튤리파 왕국의 절경은 이 밖에도 훨씬 많답니다. 작전도 무사히 끝났고, 모처럼 오셨으니 조금 더 튤리파 왕국에 머무는 건 어떠신가요?
데 제벤 프로빈시엔: 저뿐만 아니라 튤리파의 다른 분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랍니다.
지휘관: 으음… 원래라면 내일 파리로 돌아가야 하는데….
멤피스: 어차피 또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회의잖아?
멤피스: 지휘관은 요새 너무 과로했어. 이제 좀 쉴 필요가 있어.
멤피스: 상층부에 휴가 신청은…… 내가 대신 해 둘 테니까 지휘관은 그냥 있어!
지휘관: 음… 하지만 업무가…….
멤피스: 정말 중요한 업무는 어차피 통신기로 날아오잖아? 원격 근무하면 되지!
지휘관: 그럴까. 그럼…….
멤피스: 그럼 결정된 거지? 자, 휴가를 즐기자!
멤피스: 제벤. 같이 일정 좀 짜 줄래?
두 사람은 기쁜 듯이 휴가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나 역시 휴가에 대한 기대와 잠시나마 업무에서 해방이라는 기쁨을 곱씹으며 마지막으로 통신 단말기를 확인했다.
그리고 읽지 않은 메시지 한 통을 발견했다.
발신자는 퀸 엘리자베스. 발신 시각은 마침 얼마 전 비스마르크와 대화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지휘관: (엘리자베스……? 이런 타이밍에 무슨 일이지…….)
지휘관: (설마 축하 인사인가? 로열 함대도 이번 전투에 참여했으니…….)
지휘관: (일단 열어 보자…….)
메시지를 열자 예상대로 먼저 이번 작전의 성공에 대한 축하 인사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현재 로열 함대가 담당하고 있는 전선의 진전 사항에 대해서도 가볍게 언급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후의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엘리자베스 META와 미스 D는 무사히 '카멜롯'으로 귀환했고, '고래 사냥'도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래'는 돌려받았지만, 정작 미스 D는 기억상실 때문인지 고래의 사용법을 잊어버렸다고 적혀 있었다.
미스 D가 내게 비정상적인 친밀감을 보였던 점. 그리고 마르티리움에서 헬레나 META와 좋은 호흡을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엘리자베스는 나와 헬레나 META를 로열로 초대하여 함께 고래에 대한 비밀을 밝히고 싶다고 했다.
지휘관: (……거절할 수 없는 초대네.)
지휘관: (오늘 중으로 헬레나 META에게 연락하고 최대한 빨리 로열로 떠날 준비를 해야겠어…….)
멤피스: 지휘관! 맨처음으론 수도인 암스테르담부터 가볼까?
지휘관: 그게…….
→ 멤피스……
→ 휴가 말인데……
멤피스: ……지휘관. 표정이 왜 그래?
멤피스: 무슨 일 있었어? 나도 보여줘!
멤피스: ………….
지휘관: 그렇게 됐어.
멤피스: …………………….
지휘관: 내일 그렌빌네 함대를 따라서 로열로 이동하자.
멤피스: 으으으…… 휴가가……. 내 휴가 계획이이이이…….\
멤피스: 엘리자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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