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덫과 사냥감
포츠머스 어드벤처: "포츠가 설치한 완벽한 함정~ 어떤 사냥감도 도망칠 수 없다네♪"
울창한 숲으로 가려진 고성 앞에서 으스스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랄랄라~♪ 오늘도 즐거운 헌팅 데이~♪ 열심히 설치한 함정에 걸리기만 하면……♪"
지휘관: (이런 숲 속에 왜 성이…? 그리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악마 소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거대한 거미줄을 손보고 있었다.
지휘관: (설마 숲 속에 악마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정말이었나?)
나는 나무 그늘 뒤에 몸을 숨기고, 들키기 전에 몰래 떠나려 했다.
하지만 몇 걸음 움직이자 소녀가 있는 방향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으아아아악!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포츠머스 어드벤처: 이 포츠머스 어드벤처가, 자기가 설치한 함정에 걸리다니!
뒤를 돌아보니, 악마 소녀 포츠머스는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으에에엥…. 잘 못 날아서 실수로 자기 함정에 빠지다니….
포츠머스 어드벤처: 이럴 줄 알았으면 적당히 마실걸…!
포츠머스 어드벤처: 에잇, 에에잇――!
발버둥칠수록 거미줄은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옭아맸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으으… 설마 포츠, 이대로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거야!?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얼굴이 새빨개진 포츠머스.
→ 그녀를 돕는다
악마라고는 하지만 매우 불쌍해 보인다
지휘관: (도와주는 대가로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는다면 나쁜 거래는 아니겠지.)
→ 이 틈을 타 벗어난다
급한 마음에 길을 헤매다가 그만 전설의 악마를 만나고 만 것이다.
게다가 저쪽은 사냥감을 노리는 함정을 설치하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곳을 떠나야 한다.
지휘관: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 빨리 여기서 벗어나자!)
→ 상황을 지켜본다
이 상황 자체가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 일단은 지켜보자.
지휘관: (하지만… 지금 숨어 있는 곳은 발견되기 쉽겠어….)
(빠직)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만 근처의 나뭇가지를 밟아버렸다.
지휘관: (이런…!)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 거기! 누구 있지!?
아니나 다를까 악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아무도 없는 척한다
숨을 죽이고 환경과 동화되도록 노력했지만…….
포츠머스 어드벤처: 허튼 짓 하지 마! 이미 다 봤어!
포츠머스 어드벤처: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도망치려고 하면 나중에 풀려났을 때 반드시 후회하게 해 줄 거야!
→ 당당하게 모습을 보인다
들켰으니 더 이상 숨을 필요는 없겠지.
지휘관: (어쩔 수 없다. 임기응변으로 벗어나자.)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아~ 마음씨 착한 나그네여, 제발 도와주세요~ 나는 숲 속에 사는 요정인데 그만 함정에 걸려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다.
만약 아까 자초지종을 보지 못했다면 방금 연기에 속아넘어갔을지도…… 아니, 그건 아닌가.
지휘관: (뭐, 괜히 따지고 드는 것도 귀찮고.)
지휘관: 도와줄 수는 있지만, 대신 나를 해치지 않고 무사히 숲을 빠져나갈 때까지 호위해 주겠다고 약속해.
포츠머스 어드벤처: 네! 약속할게요!
지휘관: 그것만으로는 못 믿겠어. 분명 악마에게는 약속을 꼭 이행하게 하는 계약이 있었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앗! 그걸 어떻게?
포츠머스 어드벤처: 아니, 애초에 내가 악마란 걸 어떻게 알았어…?
지휘관: ……다음에 또 요정이라고 속일 일 있으면 그 뿔하고 날개부터 숨겨.
포츠머스 어드벤처: ……흠. 들켰으니 어쩔 수 없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내 배에 손을 얹어! 그러면 계약을 맺을 수 있어!
들은 대로 그녀의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따스한 감각이 서서히 온몸에 퍼졌다. 이내 그 열은 손등에 모이고, 기묘한 문양이 떠올랐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계약 완료! 근데 좀 간지럽네…….
지휘관: 그래그래. 그럼 약속대로 도와줄게.
포츠머스 어드벤처: 하아~ 다시 자유로워지니까 기분 최고~
지휘관: 그럼 이번엔 네가 약속을 지킬 차례야. 날 숲 바깥까지 안내해줘.
포츠머스 어드벤처: 어? 잠깐 잠깐, 그건 안 돼!
지휘관: 응? 그게 무슨….
풀려난 악마 소녀는 내 두 손을 꽉 쥐었다. 나는 그 기이한 괴력에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해치지 않고 널 바래다 주기로 약속하긴 했지만, 그 시간까지 정하진 않았지?
포츠머스 어드벤처: 만약 그 시간이 만 년 뒤라면?
포츠머스 어드벤처: 큭큭큭…. 함정에 빠진 불쌍한 나그네여. 악마 포츠는 욕심쟁이랍니다♥
포츠머스 어드벤처: 앞으로는 계속 널 지켜줄게. 대신 네 전부를 받아갈 거야~♥
~02. 월하의 도주극
밝은 보름달이 신비로운 마을을 비추고 있었다.
나름대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말발굽 소리를 제외하면 말이다.
브리스톨: 하아…하아…. 더 빨리 달려!
브리스톨: 절대 잡히면 안 돼!!
자칭 레전드 탐색자 브리스톨, 그리고 그 조수인 나는 지금 마을 출구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브리스톨의 품에는 머리 없는 기사의 머리가 안겨 있었다. 머리 잃은 머리 없는 기사는 우리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모든 것은 브리스톨이 도서관에서 찾아낸 「머리 없는 기사. 그 전설에 숨어 있는 진실」이라는 필사본에서 시작되었다――
브리스톨: 이럴 때 '말하자면 길어진다' 같은 표정 짓지 마!
브리스톨: 뭐, 널 고용한 건 나니까 여기서 무사히 데리고 나갈 책임이 있지만….
브리스톨: 어, 어쨌든 잘 따라와! 더 빨리!
브리스톨은 말하면서 머리 없는 기사의 머리를 꼭 껴안았다.
브리스톨: 데이터군 857, 우리가 더 못 뛸 거 같으면 뒤에서 밀어줘!
→ 그런 기능도 있어…?
브리스톨: 엄밀히 말하면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하니까!
브리스톨: 멈추면 끝장이라구!
→ 멈출까 보냐…!
지휘관: 걱정 마! 네가 멈추지 않는 한, 나도 멈추지 않아!
브리스톨: 응!
창백한 달빛 아래를 계속 달렸다.
그 와중에 주변 풍경은 점점 황량해져 갔다――
브리스톨: "황량한 늪지대를 자욱한 안개가 덮고…."
브리스톨: "썩어 가는 식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브리스톨: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멈추면 죽음, 혹은 죽음보다 더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기에."
브리스톨: "등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점점 다가온다. 허나 그것은 도저히 생물이 내는 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브리스톨: "아아, 점점 다가온다…. 금속 갑옷에서 나는 소리와, 비인간적인 낮은 울음소리…."
브리스톨: "아무것도 없는 기사의 목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숨이 가쁜 와중에도 브리스톨은 말을 끝맺었다.
지휘관: 그게 필사본에 나온 머리 없는 기사에 대한 묘사야?
브리스톨: 응! 이런 식으로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면 더 빨리 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브리스톨: 봐봐. 우리는 둘이니까 다리가 네 개. 머리 없는 기사도 말을 타고 있으니까 네 개….
브리스톨: 똑같이 다리 네 개니까 우리가 뒤질 이유는 없지!
지휘관: …….
기상천외한 발상에 어이가 없었지만, 어떻게든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보냈다. 그때 문득 필사본의 마지막 페이지가 떠올랐다.
지휘관: 분명 맨 마지막 장에 기사는 해가 뜨기 전까지만 존재한다고 나와 있었지?
지휘관: 해가 뜰 때까지만 어디 숨어 있는 게 낫지 않을까?
브리스톨: 시간 벌기라…. 그럼 지금 바로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건 어때?
브리스톨: 상대도 우리가 돌아갈 줄은 상상도 못하겠지. 잡히지 않도록 조심해서 가면 꽤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브리스톨은 기사의 머리를 단단히 안고, 다른 손을 내 쪽으로 건넸다.
긴장 때문인지, 전력으로 뛰어서 그런지 땀이 배어난 소녀의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브리스톨의 손을 잡고 방향을 바꿔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브리스톨: 아하하! 더 빨리 뛰어도 돼! 아직 따라갈 수 있으니까!
레전드 탐색자 브리스톨이 상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 스릴 넘치는 도주극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브리스톨: 자, 해가 뜨기 전까지 계속 도망다니자!
~03. 비 오는 밤의 인형
천둥 번개가 요란한 어느 밤. 비를 피할 곳을 찾던 나는 황야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낡은 저택에 도착했다.
지휘관: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문을 두드려도 대답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후한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번개가 다시 밤하늘을 갈랐다. 나는 주저하면서도 각오를 다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은 오랫동안 방치된 듯 낡은 냄새가 물씬 풍겼다.
건조한 곳을 찾던 와중, 방안에 있는 '이상한' 무언가가 내 눈길을 끌었다.
지휘관: 이건…?
긴 탁자 위에는 온몸에 붕대가 칭칭 감긴 '소녀'가 반듯이 누워 있었다.
눈은 감고 있고 피부는 창백했다. 이목구비는 마치 인형처럼 가지런했다.
쿠구궁――!
지휘관: !?
강렬한 번갯불이 거대한 창문으로 비쳤다. 어둠에 쌓여 있던 저택은 한순간에 밝아졌다.
돌핀: 안녕~
조용히 누워 있어야 할 '소녀'가 어느새 몸을 일으켜, 웃는 얼굴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지휘관: 넌… 인간이야? 아니면…?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가능한 한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돌핀: 글쎄~ 뭘까….
그녀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돌핀: 이름이 '돌핀'이라는 거 말고는 하나도 기억 안 나~
매우 기괴한 상황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지휘관: 왜 이런 데 있어? 여기가 네 집이야…?
눈앞에 있는 소녀, 돌핀에 대한 호기심만 커져 갈 뿐이었다.
돌핀: 에헤헤, 그것도 모르겠어~ 전부 '저주' 때문일까~?
돌핀: 나도 모르겠고, 하나도 기억 안 나니까 자꾸 물어보지 마~
돌핀: 그보다 너에 대해서 더 알려줘~
돌핀: 돌핀을 깨웠으니까 너를 '마스터'라고 부르면 될까?
소녀의 목소리는 천진난만했다. 그 눈동자는 병아리 같은 순진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 마음대로 해
돌핀: 에헤헤, 마스터~
→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돌핀: 응? 그치만 표정은 그렇게 불러달라고 하는 거 같은데~?
→ 좋아!
돌핀: 에헤헤, 마스터 얼굴에 엄청 마음에 든다고 쓰여 있어~
지휘관: …뭐, 호칭이 어쨌든 나는 그냥 비를 피하러 온 등산가일 뿐이야.
지휘관: 비가 그치면 바로 떠날 거야.
돌핀: 어… 그렇게 빨리 가는 거야?
돌핀은 내 대답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돌핀: 혼자는 쓸쓸한걸…. 날 깨웠으니까 더 많이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어….
지휘관: …….
돌핀이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여기 혼자 남아 있으라고 하기에는…….
쿠구궁――!
다시 번개가 치며 저택 안을 환하게 밝혔다.
돌핀: 그럼 비가 그치지 않으면 계속 여기 같이 있어주는 거지~?
돌핀: 여기 남아줘~ 그럼 계속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잖아?
돌핀은 내 옷자락을 잡고 조금씩 다가왔다.
뿌리치고 싶었지만 그녀의 힘은 예상 외로 강했다.
돌핀의 눈동자에 수상한 빛이 반짝였다. 귀여운 얼굴에도 희미하게 광기가 흘렀다――
돌핀: 이대로 남아서 돌핀의 진짜 '마스터'가 되어줘~
돌핀: 어차피 내가 깨어 있는 한… 비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테니까♪
~04. 망각의 회랑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지금 낯선 건물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는 어디지? 나는 누구야? 여기엔 뭘 하러 왔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만이 내가 머리를 강하게 부딪혀 기억을 잃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지휘관: 누구 없어요…?
텅 빈 공간에 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1초… 2초… 3초…….
아무도 없나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문의 목소리: 이쪽으로…….
그 목소리는 속삭임인가, 아니면 으르렁거리는 신음 소리인가…….
잠시 망설인 후,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칠흑 같이 어둡고 오한이 드는 방이 나왔다.
의문의 목소리: 와…줬구나….
어둠 속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의문의 목소리: 후우…….
캄캄한 방에 갑자기 촛불 하나가 켜졌다.
은은한 빛 너머로 관 안에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팬시: 후후….
팬시: 네가 바로… 내가 기다리던 '인간'…….
색소가 옅은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팬시: 널, 계속 기다렸어…. 이 순간을, 계속 기다렸어.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 탓인지, 소녀가 내뱉는 말은 어딘가 어눌하고 목소리도 약간 잠겨 있었다.
→ 날 기다리던 거야?
→ 넌 누구야? 날 알아?
팬시: 내게 관심 있어? …후후, 기뻐.
그녀는 우아한 움직임으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팬시: 나는 팬시…. 빛조차 닿지 않는 심연의 밑바닥에서 온, 잊혀진 영혼.
팬시: 그리고 너는, 세상의 끝을 헤매는 나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녀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끝이 기묘하게 갈라진 혀가 드러났다.
팬시: 내 부름에 응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팬시: '반려'가 되어 줄 거야?
지휘관: ……그건…….
지휘관: 그 전에 궁금한 게 있어. 넌 대체 누구야? 나는 누구고? 왜 여기 온 거지?
지휘관: 유감이지만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아.
팬시: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팬시: 이해하기 쉬운 개념으로 설명하면, '마물'일까?
팬시: 너는 과거의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나의 부름을 들을 수 있고, 나를 찾을 수 있었어….
팬시: 과거도, 기억도 없는 인간. 그리고 잊혀진 채 세상의 끝을 헤매는 마물….
팬시: 최고의 궁합이지 않아?
지휘관: 잠깐만. 아까는 '계속 기다렸다'고 했지. 그런데 지금 말하는 걸 보면….
지휘관: 네가 처음에 한 말은 그냥 내 궁금증을 유발해서 여기 남게 하려고 그랬던 거지?
팬시: 응… 들켰네.
팬시: 말로 함정을 파는 건 역시 어려워.
팬시의 목에서 형용할 수 없는 끄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지휘관: 뭘 할 셈이야?
위험을 감지한 나는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방 출구 쪽으로 물러났다.
팬시: 너를 반려로 삼고 싶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냐.
미소 짓는 팬시의 입꼬리가 갑자기 섬뜩한 곡선을 그렸다.
그와 동시에 방 주변에 널려 있던 촉수 장식이 마치 생명을 부여받은 것처럼 사방에서 덮쳐 왔다.
지휘관: 이 촉수들은… 네 일부냐?!
팬시: 응.
촉수에 잡혀 어쩔 수 없이 관 속의 소녀와 밀착되었다.
팬시: 드디어….
팬시: 드디어… 너를 얻었어….
팬시가 촛불을 끄자 관 뚜껑이 서서히 닫혔다.
의식은 서서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녹아들어 마침내 사라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방은 다시 고요해졌다.
~05. 봉인된 인어
다이빙을 즐기던 도중 문득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렸다.
노랫소리에 이끌려 다다른 곳에는 해저 동굴이 있었다.
지휘관: (……어? 그냥 숨이 쉬어지잖아?)
눈앞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지휘관: (……혹시 이 동굴에는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보물이라도 있는 건가……?)
보물에 대한 열망에 이끌려 나는 천천히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깊숙한 곳에서 묶여 있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머리 위로 들려 있는 소녀의 양손은 알 수 없는 재질의 끈으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허리 밑으로 있는 것은 인간의 다리가 아니라 물고기의 꼬리였는데, 그곳도 역시 단단하게 묶여 있었다.
방금 들은 노랫소리는 다름 아닌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 같았다.
지휘관: (붙잡힌…… 인어?)
건즈웨이: 아! 다행이다! 내 노랫소리가 들렸구나!
결박된 인어는 내 존재를 깨닫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건즈웨이: 내 이름은 건즈웨이! 보다시피 인어야!
건즈웨이: 그것도 이 재앙의 바다를 정화시킨 엄청난 인어야!
건즈웨이: 저기, 친절한 나그네님. 건즈웨이의 봉인을 풀어줄래?
건즈웨이: 계속 이렇게 봉인된 채로 있다간 나, 점점 약해져 죽어버릴 거야…… 으으…….
인어는 과장된 소리로 흐느꼈다.
지휘관: 약해진다기엔 너 엄청 건강해 보이는데….
건즈웨이: 어어…….
건즈웨이: 크흠! 건강해 보이는 건 바로 너를 만나서 그래!
건즈웨이: 왜냐면 여기 봉인된 이후로 내 노래를 들어 줄 상대는 물고기밖에 없었거든….
건즈웨이: 이렇게 나하고 얘기해 줄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건강해 보이는 것도 당연하지? 응! 맞아 맞아!
마치 그렇게 함으로써 발언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다는 듯 그녀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 일단은 그 재앙하고 봉인에 대해 알려줘.
지휘관: 안 그러면 내가 널 도울지 말지 판단할 수 없으니까.
건즈웨이: …재앙은 이 바다를 휩쓰는 무척이나 끔찍한 현상이야. 그것에 휘말린 모든 생물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되지.
건즈웨이: 나도 혹시나 재앙에 감염될까 봐 예전에 스스로를 이곳에 봉인하고 잠에 들었는데….
건즈웨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이 바다는 내 힘으로 정화되었다는 걸 깨달았어!
건즈웨이: 그런데 이 봉인을 풀 수가 없어서….
건즈웨이: 그러니까… 건즈웨이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친절한 여행자님. 당신밖에 없어!
건즈웨이: 당신이야말로 봉인을 풀고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선택받은 자야!
건즈웨이: 이렇게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는 것도 내 능력 덕분이니까!
소녀의 눈은 간절함과 부드러운 빛으로 가득했다.
소녀의 목소리는 무척 달콤하여 심금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
→ 인어를 믿는다
지휘관: 그래. 도와줄게.
건즈웨이: 응! ……응응! 친절한 나그네님…… 더 가까이 와줘?
나는 천천히 인어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꼬리에 닿았을 때, 나는 갑자기 끈적하고 섬뜩한 한기를 느꼈다.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피어올랐다.
→ 인어를 의심한다
지휘관: 잠깐만. 네 설명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어.
지휘관: 재앙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왜 재앙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봉인한 거야?
지휘관: 만약 지금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지휘관: 봉인을 풀 수 없다는 건 네가 이미 재앙에 감염되었다는 뜻 아냐?
지휘관: 정화의 힘으로 만든 봉인은 정화의 힘으로만 풀 수 있을 테니까.
건즈웨이: 으음. 정말, 똑똑하기는~
건즈웨이: 하지만 넌 네 의지와 상관없이 봉인을 풀게 될 거야.
지휘관: 뭐……?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이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랫소리가 다시 들렸고, 내 두 손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인어의 족쇄를 풀었다.
건즈웨이: 후훗.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건 건즈웨이를 원해서 그런 거야!
건즈웨이: ……자신을 바쳐서, 건즈웨이와 하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검은 꼬리가 내 허리를 감아 당겼다. 나는 너무도 쉽게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다시 환하게 웃었다.
그것은…… 드디어 사냥감을 손에 넣었다는 기쁨의 웃음이었다――
~06. 추격극
밤. 옥상. 궁지에 몰린 괴도 소녀가 이쪽을 돌아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미티: 아아~ 이제 도망갈 데가 없네~
아미티: 는 거짓말♪ 승부는 지금부터인걸.
아미티: 자, 명탐정님. 배짱이 있으면 따라와 보시지?
괴도 소녀가 그대로 뛰어내리자, 등 뒤의 촉수가 짙은 안개 속에 활짝 핀 꽃처럼 여기저기로 퍼졌다.
그래. 그녀는 인간이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이라고도 불리는 만들어진 괴물이었다.
그녀의 출신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도시에서 도난당한 보물들만이 지금 그녀의 정체는 영락없는 '괴도'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범행 현장에서 증거를 잡게 된 후, 나는 탐정으로서 그녀와의 끝없는 '쫓고 쫓기는 게임'에 빠져버린 것이다.
지휘관: 무슨…?!
아미티: 아하하~ 이번에도 내가 이겼나 보네. 재미없어~ 자, 보석은 돌려줄게~
아미티: 이렇게 높은 데서 떨어지면 나 산산조각 나려나~?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이쪽으로 보석을 힘껏 던졌다.
붉은 그림자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가운데, 그 놀리는 어조만이 여전히 귀에 맴돌았다.
→ 쫓아야 해
보석을 잡고, 나는 주저 없이 뒤따라 뛰어내렸다.
바람 소리가 귓전을 스치는 게 도저히 기분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아미티: 에이~ 보석도 돌려줬는데 왜 계속 쫓아오는 거야?
→ 널 잡기 위해서!
아미티: 어머, 그래~? 무서워서 어쩌나~
→ 악을 심판하기 위해서!
아미티: 어머, 내가 '악'이야? 너한테 잡힌다니 무섭네~
입은 무섭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녀에게서는 일말의 동요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입가에는 미소마저 띠고 있었다.
아미티: 사실은 날 지키려고 쫓아온 거지?
아미티: 명탐정님께서는 이 아미티가 납작해지는 걸 보고 싶지 않나 봐?
지휘관: …용의자에게 불상사가 일어나는 사태를 막고 싶을 뿐이야.
바람 소리가 점점 강해졌다. 우리의 추락도 곧 끝날 것이다.
그래플링 건의 고정 위치를 정한 뒤,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휘관: 피떡이 되고 싶지 않으면 내 손을 잡아!
아미티: 아하하하하~ 역시 이럴 만한 가치가 있었어.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괴도 소녀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아미티: 이제 넌 절대 도망갈 수 없어~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내 손을 꽉 잡았다.
아미티: 순진한 명탐정님~ 내가 훔치고 싶었던 보물은 처음부터 너였다구…….
그녀는 등 뒤의 촉수로 벽의 돌기를 단단히 붙잡아 강제로 추락을 멈췄다.
그리고 도발하는 것처럼 내 쪽으로 몸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아미티: 이건 네가 고른 길이야?
아미티: 후후후. 얌전히 내 것이 되도록 해. 명 탐 정 님~
~07. 악마의 등가교환
바닥의 한기를 느끼며 잠에서 깼다.
거대한 홀 중앙의 옥좌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앉아 있었다.
오와리: 아, 손님. 드디어 깼어~?
목소리와 미소는 감미롭기 그지없었지만, 그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오와리: 아, 너무 긴장하지 마. 나는 이 성의 주인. 오와리라고 불러.
오와리: 네가 길에 쓰러져 있길래 주워온 거야~
오와리: 그런데 넌 어디서 왔어? 주웠을 때는 꽤 엉망진창이던데.
그녀가 말을 할 때마다 뿔에 달린 장식이 흔들렸다. 그녀의 진심 어린 말투에서 배려와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지휘관: (기억 났다…. 길을 서두르던 중 야수에게 습격당해 중상을 입고 이 근처까지 도망쳐 왔었지…….)
지휘관: 어? 상처가 없네……?
오와리: 아, 상처? 너 완전 너덜너덜한 상태여서….
오와리: 내가 말끔히 치료해줬어~ 나 완전 쩔지!
마치 칭찬해 달라는 듯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 정말 대단하네.
오와리: 그런데 말야. 공짜로 도와준 거 아니다?
지휘관: (…어? 설마…….)
문득 악마는 인간을 속여 등가교환을 한다는 소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휘관: 그럼… 나는 뭘 하면 되지?
지휘관: 악마 군대를 이끌고 적의 영지로 쳐들어가면 돼? 아니면….
오와리: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악마 소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지휘관: …어? 등가교환하자는 거 아니었어?
오와리: 아, 맞아! 등가교환!
오와리: 어흠. 나는 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설마 그 정도 대가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오와리: 자, 이거 받아!
악마 소녀는 옥좌 뒤에서 황금 호미를 꺼내 내게 던졌다.
그리고 이내 자세를 가다듬고 위엄 있는 풍모로 다시 입을 열었다.
오와리: 무슨 뜻인지 알겠지? 손님~?
지휘관: …그렇군.
→ 적을 쓰러트리기 위한 무기구나!
지휘관: 농기구로 적을 쓰러트려서 더욱 큰 망신을 주려는 거구나… 역시 악마적인 발상!
→ 적을 매장하기 위한 도구구나!
지휘관: 이걸로 구멍을 파서 적을 매장하라는 거구나…. 역시 악마적인 발상!
지휘관: 그런데… 어느 쪽이든 별로 효율은 안 나올 거 같은데.
오와리: 아냐 아냐! 소중한 농기구를 그런 데 쓰면 아웃이야!
오와리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오와리: 잘 들어! 네가 지불할 대가는 바로…… 나와 함께 채소를 키우는 거야!
그녀는 가슴을 펴며 자신의 결정에 매우 만족한다는 듯 말했다.
오와리: 내가 생명을 줬으니까 너도 생명으로 갚아야지!
오와리: 너 왔을 때 완전 피투성이였거든? 나 악마 당근을 이만큼 써서 지혈했다니까!
오와리는 옥좌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왔다.
오와리: 그러니까 새 생명을 키워내기 전까지는 안 보내 줄 거야!
오와리는 황금 호미를 들고 내게 건넸다.
그녀의 손끝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 눈빛에는 다정함과 생명에 대한 갈망이 가득했다.
오와리: 헤헤~ 자, 손님!
오와리: 같이 새 생명을 키우러 가자~♪
~08. 만월의 늑대
달빛에 의지하여 어릴 적 살던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다름 아닌 어릴 적 내내 아껴 주고 함께 있어 주던 아타고 누나를 만나기 위해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건물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주변은 비정상적으로 조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휘관: ……?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때 문득 건물 옥상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타고: 악한 짐승들이여, 떠나거라!
아타고: 이곳은 그 아이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야…. 멋대로 날뛰게 두진 않겠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옥상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여자처럼 보였지만, 머리에는 짐승의 귀가 밤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늑대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보였다.
지휘관: (잠깐. 이 익숙한 목소리……. 설마….)
지휘관: 너는…….
짐승: 크르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림자 속에서 짐슴 몇 마리가 튀어나와 나를 에워쌌다.
아타고: 정말……. 포기할 줄을 모르는군.
아타고: 누나가 따끔한 맛을 보여 주겠어!
차갑고 위협적인 목소리였지만, 내 의혹을 풀기에는 충분했다.
지휘관: 아타고……?
아타고는 순간 멈췄다. 당황한 눈은 이내 애처로운 느낌으로 변했다.
그녀는 크게 짖어 짐승들을 쫓아내고 나를 옥상으로 끌어올렸다.
아타고: 너…… 왜 돌아온 거야…?
아타고: 주변 짐승들이 언제부턴가 마을을 덮치기 시작했어. 그래서 다들 진작에 피난 갔는데…….
지휘관: 아타고야말로… 그 모습은 뭐야?
지휘관: 설마 저주에 걸려서…….
아타고: 으응. 저주가 아니야.
아타고는 당황한 것 같았다.
이쪽으로 다가오고 싶은 것 같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꼬리도 초조함에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마침내 현실을 받아들인 듯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아타고: 사실 누나는…… 늑대 인간이야.
아타고: 네가 여기 살았을 때는 아직 어렸으니까, 널 겁주고 싶지 않아서…… 계속 숨기고 있었어.
아타고: 만약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네게 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진 않았는데…….
아타고는 입술을 깨물고 꼬리를 힘없이 늘어트렸다. 방금 짐승들을 쫓을 때 보였던 냉혹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타고: 이런 누나가…… 싫거나 무섭니…?
→ 아타고의 손을 잡는다
고개를 가로젓고 아타고의 손을 잡았다.
비록 그녀의 손은 복슬복슬한 털로 덮여 있었지만, 익숙한 온기는 어린 시절과 다를 바 없었다.
→ 아타고를 안아준다
어릴 때 아타고가 나를 껴안고 용기와 위로를 주었던 것처럼, 나도 아타고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희미하게 몸을 떨었다. 복슬복슬한 꼬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휘관: 모습이 어떻게 되든…… 싫어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아.
지휘관: 왜냐면 아타고는 내 영원한…….
짐승: 크르르릉――!!
말을 계속하려 했지만, 앞서 아타고에게 쫓겨난 짐승들이 수를 늘려 다시 이쪽으로 다가왔다.
서로의 몸을 발판으로 삼으며 우리가 있는 옥상으로 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아타고: 누나는 기뻐…….
아타고는 눈시울울 붉힌 채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고 있었다.
아타고: 전부 누나한테 맡겨.
아타고: ……오늘 밤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누나가 계속 지켜줄게.
아타고는 내 손을 꼭 잡고 짐승들이 닿지 않는 달빛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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