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및 관련 글/중·소형 스토리

제로부터 시작하는 마왕 토벌

킹루클린 2024. 4. 2. 15:38

 

 ~01. 모험의 시작
푸슌: 있지, 지휘관.

푸슌: 이 모항에 한 가지 부족한 게 뭔지 알아?

지휘관: ……부족한 거?

푸슌: 응! 모더니티, 즉 현대화의 물결에 뒤처지는 점이야!

푸슌: VR, 인공지능, 빅 데이터…….

푸슌: 시대를 앞서간 최첨단 기술 중 어느 하나도 이 모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구!

지휘관: (말없이 TB가 있는 디바이스를 돌아본다.)

푸슌: 그러니까, ‘지휘관이 있는 집무실’ 말고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단 거야!

지휘관: 그러니까 보급률을 얘기하는 거야……?

푸슌: 마, 맞아 그거!

지휘관: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푸슌: 아무튼 그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선수를 쳐서 동료들을 모아뒀어!

푸슌: 시간 외 근무까지 하면서 준비한 내용이야! 읽어 봐!

의욕이 가득한 푸슌한테 두툼한 기획서를 받았다.

지휘관: 『모항 버추얼 리얼 프로젝트』…….

지휘관: 기획 위원회 일원은… 푸슌, 아야나미, 이나즈마, 이카즈치, 롱아일랜드, 프리드리히 카를, 쿠우, 브리스톨, 로열 포춘…….

지휘관: 2페이지도 있네.

지휘관: 클레망소, 밸리언트, 오이겐, 마르코 폴로, 카사블랑카, 하이티엔, 다 빈치, 잉그러햄, 유바리…….

지휘관: 아카시하고 TB 이름까지 있잖아…….

쟁쟁한 면면들이지만 직감적으로 어딘가에 지뢰가 묻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휘관: 저기, 이거 근데…….

푸슌: 지휘관! 아카시한테 이번 비용은 모두 부담하겠다는 언질도 받아놨어!

푸슌: 지휘관은 여기 도장만 땅~ 찍으면 돼!

푸슌: 어차피 공짜니까 눈 딱 감고 한번만 믿어 봐~

지휘관: 아카시가……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고?

예상을 아득히 초월한 단어들의 조합으로 뉴런에 버그가 뜨고 말았다!
뭐, 푸슌이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모항 버추얼 리얼 프로젝트』. 허가해 볼까――

----

2주 후.
학원 광장에 거대한 기계가 자리잡고 있었다.
모항 곳곳에 설치된 동일한 수백 대의 기기들이 거대한 네트워크를 쌓아 올리고 있었다.

아카시: 으후후후…….

아카시: 드디어 이 날이 찾아왔다냐…….

아카시: 이번에는 아카시가 크게 힘 좀 썼다냐….

아카시: 평소에는 책상 위에서 하는 TRPG를 버추얼 공간에서의 모험으로 레벨 업 시켰으니 말이다냐!

아카시: 이제 이 플랫폼을 장악만 할 수 있다면…… 돈이 저절로 흘러들어올 게 뻔하다냐!

아카시: 으후후후후……!

라고, 기쁜 나머지 손발을 퍼덕거리고 있는 졸부 고양이는 일단 놔두고…….
맨 처음 버추얼 대모험을 체험할 용사 파티가 결정된 것 같다.

푸슌: 설명할게! 푸슌의 직업은 용사. 리버풀하고 유니콘은 프리스트!

푸슌: 다들 기억했지? 절~~대로 헷갈리면 안 돼!

리버풀: 응응♪ 프리스트 의상 귀여워서 좀 맘에 들었어!

리버풀: 어? 근데 왜 프리스트가 두 명이야?

푸슌: 너희는 철저하게 회복에 전념하고 공격은 나한테 맡겨! 에헤헤. 개발 직원 권한으로 강한 장비도 준비해뒀으니까!

유니콘: 응……. 유니콘, 치료 마법으로 모두를 지킬 거야!

푸슌: 역시 유니콘! 믿음직스럽네~

푸슌: 어~이! 거기 실실 웃고 있는 고양이! 슬슬 출발해도 돼?

아카시: 으후후후후……아! 시스템 가동 문제 없다냐! 언제든지 가능하다냐!

푸슌: 그럼 최종 확인~ 이세계로 떠날 준비는 됐어~?

리버풀: 으아아, 잠깐만…. 화장 OK, 옷도 OK, 폰카도 OK…. 응, 난 괜찮아!

유니콘: 저기…… 오빠한테는 정말 말 안 해도 돼?

유니콘: 오빠도 참가하는 거지…?

푸슌: 괜찮아 괜찮아! 모르니까 서프라이즈인 거지!

푸슌: 흐흥, 이미 지휘관의 일정을 확인하고 몰래 ‘끼워’ 놓았거든!

푸슌: 페이옌에 견줄 ‘모험왕’이라는 이름에 걸고, 지휘관은 무조건 참가할 것을 보증하지!

유니콘: 그럼… 유니콘도… 괜찮아!

푸슌: 후후후…… 드디어 이 날이 왔어…….

자랑스럽게 하늘을 향해 휙 손가락을 뻗은 푸슌은 스스로 생각한 슬로건을 당당하게 선언했다.

푸슌: 이세계의 모험을 향해 출발――!

----

푸슌 일행이 이세계로 떠난 그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돌벽으로 둘러싸인 조촐한 홀에 있었다. 멀리서 천구의가 기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휘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지휘관: 방금 전까지 회의실에서 프리드리히 카를의 보고를 받고 있었는데…….

지휘관: 그러더니 갑자기 여기에……. 모항 내에 이런 장소가 있었나?

아카시[행운과 부의 신]: 먼 곳에서 온 모험가여. 만쥬 신전에 온 것을 환영한다냐~

돌아보자 홀 안쪽 옥좌에 앉아 있는 아카시의 모습이 보였다.

지휘관: ……아카시? 이게 대체 뭐야?

아카시: 아카시? 아니다냐! 행운과 부의 신이다냐!

아카시: 으후후후. 아무래도 상황을 깨닫지 못한 것 같구냐.

아카시: 이곳은 만쥬 신전. 무수한 세계를 잇는 신들의 나라다냐.

아카시: 그리고 이곳의 신들은 죽은 사람을 적당히 이세계로 보내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다냐.

아카시: 아무튼 너는 행운과 부의 신에게 선택받았다…… 대충 그런 거다냐!

아카시: 정말 유감이다냐~ 아직 젊은데 이곳에 오다니~

아카시: 그래도 괜찮다냐! 바로 이세계로 전생시켜 줄 테니까냐!

지휘관: ……………….


→ (적당히 맞춰준다)
지휘관: 뭐, 뭐어라고――!

지휘관: 하도 야근을 많이 해서 몸이 버티질 못한 건가……!

지휘관: 내가 지금 여기서 쓰러지면 마감이 오늘인 보고서하고 마감이 내일인 계획서는 어떻게 되는 거야!

지휘관: 모항 사람들의 생활이 걸려 있는데….

지휘관: 이거 놔! 원래 세계로 돌려 보내줘!

아카시: 냥!? 냐아냐냐냐아…!?

아카시: 고생이 많구냥 지휘관……. 정말로냥…….

아카시: 오히려 캐릭터가 된 게 더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냐…….

→ (적당히 맞춰주지 않는다)
지휘관: 이거 그거지? 저번에 말했었던 『모항 버추얼 리얼 프로젝트』?

지휘관: 여기로 날려 보내지기 전에 기획 위원회의 카를하고 협의를 하던 중이었는데….

지휘관: 역시나 한패였구나!

아카시: 냐? 한패라니 무슨 말이냥?

아카시: 프로젝트가 끝났으니 당연히 지휘관에게 시찰받아야 하지 않겠냥~
지휘관: 흠. 즉 ‘대형 버추얼 체험 게임’은 완성됐다는 거로군.

지휘관: 위원회 멤버가 저러니 이런 꼴에 휘말리는 것도 당연한가….

아카시: 그렇다냐. 아무튼 한번 체험해 보는 게 어떻겠냥?

지휘관: 그건 좋긴 한데….

아카시: 으후후. 지휘관이라면 그렇게 말해줄 줄 알았다냐.


아카시: 지휘관의 캐릭터 빌드 카드다냐.

아카시: 여기서의 여정은 바캉스라고 생각하고 즐기라냐~

지휘관: 캐릭터 빌드는 벌써 정해진 거야?

지휘관: 어디…. 분명 이런 종류의 게임이라면 먼저 출신지, 태생, 시작 시 소지 스킬을 고르는 거겠지?

아카시: ……향후 구현될 수도 있다냐!

아카시: 다운로드 콘텐츠, 기대해 달라냐!

아카시: 어흠. 여행을 떠나는 모험가여. 이세계에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마.

 

 

 



 ~02. 제로부터 결성하는 용사 파티

 

빛이 번쩍이고, 이세계 모험용 복장을 입은 함선들이 마을로 내려왔다.

리버풀[프리스트]: …이 햇살, 그리고 냄새……. 모항하고 완전 달라….

리버풀: 게다가 어느새 바뀐 프리스트 복장!

리버풀: 굉장하네! 버추얼 리얼리티!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유니콘도 스태프에 담긴 마법의 힘이 느껴져….

유니콘: 정말로 마법을 쓸 수 있을 거 같애…….

푸슌[용사]: 자, 잠깐만!

푸슌: 용사의 검은 생기긴 했지만… 나만 복장이 그대로잖아!?

푸슌: 나름대로 용사 복장을 많이 디자인해 뒀었는데!?

푸슌: ‘규칙과 질서의 신’, 이머전시 콜!

TB[규칙과 질서의 신]: 일회용 긴급 연락 아이템 사용이 확인되었습니다.

TB: 용사 복장의 최종 결정본이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TB는 자주적으로 판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TB: 따라서 게임의 정상적인 진행을 우선시하여 디폴트 의상 애셋을 사용하였습니다.

TB: 긴급 연락을 종료합니다.

푸슌: 그러고 보니 그랬다……. 용사의 검에만 집중하느라 용사 복장을…….

푸슌: 으으, 나도 참……. 그래도 최소한 용사의 검은 제대로 제출해서 다행이야!

푸슌: 오오… 이 그립감…. 역시 내가 설계한 무기. 퍼펙트해!

푸슌: 그럼 바로 시스템 패널에서 속성 장비와 퀘스트를 체크~

푸슌: 응? 유니콘은 견습 프리스트가 됐네?

유니콘: 어어…. 견습 프리스트 직업 설명에 “막 신성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강대한 힘을 가진 마법사. 고대에 사용되었던 마법을 일부 물려받았다.”라고 나와 있어.

유니콘: 유니콘, 소환 마법을 물려받았나 봐…. 이렇게 하면 유우하고 같이 모험할 수 있겠네.

푸슌: 견습 프리스트가 원래 그런 설정이었어…!?

푸슌: 역시 유니콘! 이 푸슌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태연하게 해버려!

푸슌: 이걸로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도 확보……. 에헤헤헤~ 모험이 척척 진행되겠는걸!


푸슌: 그럼 다음 퀘스트는…… 오, 벌써 떴다!

푸슌: 처음으로는 파티의 지휘관을 찾아 ‘끝없는 수해’로 가라……고 되어 있네.

리버풀: 파티의 지휘관이면 주인님하고 합류하라는 임무인가 봐!

리버풀: 이세계에서도 주인님의 직업은 ‘지휘관’이구나….

푸슌: 역시 좀 그런가? 투표로 결정된 거긴 하지만….

푸슌: 만약 내가 정할 수 있었다면… 큭큭큭. 지휘관은 ‘버서커’로 만들었을 거야!


푸슌: 힘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기쁨을 맛보여 주고 싶거든! 크핫핫핫하―!

유니콘: …이성을 잃은 버서커 오빠……. 왠지 무서워…….

푸슌: …라는 반대 의견이 있어서 말야! 뭐 나는 어느 쪽이든 상관 없었지만.

푸슌: 아무튼! 여기서 계속 수다나 떨어 봤자 아무 일도 안 생기니까 메인 퀘스트 밀러 가자!

푸슌: ‘끝없는 수해’로, 출발!



 ~03. 제로부터 시작하는 지휘관
눈부신 빛이 사라지자, 눈앞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손발을 움직여 봤다. 가상 공간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나무를 만지면 살짝 촉촉함을 머금은 껍질의 감촉까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식물 특유의 냄새가 흙냄새와 뒤섞여 코로 전해졌다.

지휘관: 오감은 이상 없음.

지휘관: 이 정도까지 현실과 똑같이 구현되어 있다니. 정말로 이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네….

지휘관: 역시 아카시하고 TB야.

지휘관: 이런.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걸 먼저 확인해야지!

………….

→ 로그아웃 버튼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살짝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나는 손을 더듬어 시스템 패널을 호출했다.
패널 맨 아래에는 당당하게 “모험을 끝낸다”라고 쓰여 있는 버튼이 있었다.

지휘관: 좋아. 언제든 내 마음대로 탈출할 수 있구나!

→ 통각 테스트다!
오감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이라면 통각 역시도 재현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앞에 있는 나무에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

지휘관: 촉각은 있어. 충격도 느껴져. 하지만 아픔은 거의 없네….

지휘관: 통각의 피드백이 매우 적어.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겠지.

지휘관: 세세한 부분까지 배려가 잘 되어 있군.

………….

지휘관: 그럼 다음은 빌드를 확인해 볼까.

지휘관: 어디 보자… 이번 스탯과 빌드는……?

지휘관: ……직업: 지휘관. 레벨: 1.

지휘관: ……수호신: 행운과 부의 신――그러니까 아카시인가.

지휘관: ……기본 스탯: HP100, MP50, 공격력11, 방어력9, 민첩성12, 운750.

지휘관: ……네?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아무래도 잘못 본 건 아닌 것 같다.

지휘관: 운이……750?

지휘관: 다른 스탯을 전부 더해도 전혀 못 미치는 숫자잖아…….

지휘관: 스킬은…… 오. 이번에는 초기 스킬이 6개나 있네.

지휘관: 투척C, 주력B, 전장 지휘SSS, 정보 기록SSS, 정보 분석SSS…….

지휘관: ……매혹이나 차밍 같은 건 없는 것 같네.

지휘관: 좋아. 완전히 이해했어.

지휘관: 힘은 약하지만 비정상적으로 행운이 높고 지휘 능력도 뛰어난 지휘관이라는 설정이군.

지휘관: ……믿음직한 동료들과 파티를 맺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겠네.

그 때 숲속에서 둥둥거리는 드럼 소리가 들렸다.
머릿속…이 아니라 모험 단말에 정보가 표시되었다.

 

모험 단말: “끝없는 수해에는 무수한 만쥬 슬라임이 서식하고 있다.”

모험 단말: “방금 들린 드럼 소리는 킹 만쥬 슬라임이 이끄는 슬라임 순찰대에서 나온 소리다.”

지휘관: 적의 정보를 자동으로 알아봐 주는 건가? 과연. ‘정보 분석’이나 ‘정보 기록’의 능력이 작용한 거로군.

지휘관: 꽤나 쓸 만은 한데…….

지휘관: 적을 막는 데는 쓸 수가 없네. 그렇다면――

 

 

→ 투척 스킬로 싸우자!
지휘관: 여기는 초보자 마을 근처 숲이니까 적도 그렇게까지 강하진 않을 거야.

지휘관: 이세계 모험 중이기도 하니까…… 한번 싸워 보자!

지휘관: 무기는 없지만 근처에 있는 ‘나무 막대기’나 ‘돌’을 사용하면…….

지휘관: 어떻게든 되겠지!

시야에 보이는 가장 큰 돌을 주워, 멀리 보이는 킹 만쥬 슬라임을 향해 전력으로 던졌다.

――――!

킹 만쥬 슬라임의 HP가 아주 조금 줄었다!
킹 만쥬 슬라임이 화를 내며 몸을 부풀려 이쪽으로 돌진해 온다!

 

→ 주력 스킬로 도망가자!
지휘관: 전투용 장비도 스킬도 없고 기초 스탯도 빈약하니… 싸움은 피하는 게 낫겠지.

지휘관: 좋아. ‘주력’ 스킬로 도망가자.

빠직. 달리는 도중 떨어져 있던 잔가지를 밟아 버렸다.

지휘관: 운이 750이나 되는데 이게 된다고……!?

지휘관: ……아니, 이건 주사위 굴리는 게임이 아니잖아. 운 스탯은 상관 없어…!

멀리 있던 킹 만쥬 슬라임이 이쪽을 눈치채고 고속으로 돌진해 왔다.

 

 

지휘관: 큰일 났네…….

지휘관: 초보자 마을 근처 몹 치고는 너무 강하잖아…!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지휘관: 크윽! 내 모험은 여기서 끝인가…….

――――!!!

푸슌[용사]: 마물 녀석! 너희의 적은 이 용사 푸슌 님이다!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오빠, 지금 도와줄게…!

리버풀[프리스트]: 주인님. 방어 마법 서클 안으로 들어와!

지휘관: 푸슌이 이끄는 용사 파티…? 나이스 타이밍!

----

푸슌: 이걸로 끝이다!

푸슌: 받아라! 용사의 검!

――――!!!

따다다딴~단땃따단~♪

흥겨운 승리 BGM이 울리는 가운데 킹 만쥬 슬라임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푸슌: 전투 승리! 푸슌 파티는 연계도 완벽해!

유니콘: 후우……. 오빠가 갑자기 저런 강력한 마물하고 만나다니…….

리버풀: 응! 운영자가 일부러 주인님을 노린 걸 거야!

지휘관: 그렇겠지. 그래도 설마 이길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지휘관: 너희도 지금 다 초기 스탯이지?

푸슌: 원래라면 이 킹 만쥬 슬라임은 지금 레벨로는 절대 못 이겨!

푸슌: 하지만! 푸슌은 기획이자 참가자로서 보너스가 있거든!

푸슌: 바로 이 전설의 용사가 사용하는 ‘용사의 검’!

푸슌: 이것만 있으면 킹 만쥬 슬라임 정도는 순삭할 수 있어!

지휘관: 호오. 그러니까 치트라는 거지?

푸슌: 치트 아냐! 하다못해 직원들만 아는 이스터 에그라고 해줘!

푸슌: 근데 이상하네……. 지휘관과 합류하는 퀘스트가 끝났는데도 새 퀘스트가 안 떠….

지휘관: 아직 개발 중인 건가?

푸슌: 윽. 그, 그럴지도…….

리버풀: 푸슌도 개발진 아니었어?

푸슌: 그, 그건 일부러 안 봤던 거야……!

푸슌: 미리 다 알아버리면 직접 플레이 할 때 신선함이 하나도 없잖아!

지휘관: 그것도 그래. 게임은 신선함이 중요하지.

푸슌: 그치 그치!

지휘관: 그럼 모험 게임의 정석대로 우선 가까운 마을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건 어때?

푸슌: 그거 좋다! 지휘관도 완전 신났구나!

푸슌: 으흠! 파티의 ‘지휘관’이니까 일단은 지휘관이 시키는 대로 하자!

푸슌: 하지만! 파티명은 어디까지나 ‘용사 푸슌의 모험가 파티’라는 걸 잊지 마!



 ~04. 뭔가 이상한 초보자 마을
우르스프 마을. ‘기원’을 뜻하는 우르스펑(Ursprung)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곳은 끝없는 수해를 빠져나온 모험가들이 마주치는 첫 번째 마을.
이름을 따라간다는 건 바로 이런 거겠지.

브리스톨[우르스프 마을 촌장]: 우르프스 마을에 어서 오시게! 나는 이 마을의 촌장인 브리스톨이라고 하네.

브리스톨: 먼길 오느라 피곤할 테지. 여느 때 같으면 지주로서 잔치를 대접하거나 할 테지만….

브리스톨: 요새는 마왕군의 침공이 날로 잦아져서 전선이 긴박한 상황일세….

브리스톨: 왕국군의 징발도 많고, 도저히 대접할 여유가 없구만….

브리스톨: 물자만이 아니라 마을의 젊은이들도 대부분 징집되어 남아 있는 건 나 같은 늙은이들 뿐이라네….

브리스톨: 하아…. 전쟁은 언제쯤 끝날련지.

브리스톨: 아이고, 내 정신 좀 보게…. 그만 이야기가 길어지고 말았군. 자, 모험가들이여. 이런 마을에 머물 게 아니라 바로 왕도로 향해서 임금님을 알현하게나.

브리스톨: 임금님께 허락을 받고 마왕 토벌을 시작하는 것일세!

지휘관: ………….

푸슌: …….

브리스톨: 왜 그리 서 있는 겐가? 퀘스트는 이미 전달했네만?

푸슌: 서브 퀘스트는…?

지휘관: 분실물 찾기나 논밭을 망치는 몬스터 퇴치, 집안 청소 같은 서브 퀘스트는 없어?

리버풀: 혹시 서브 퀘스트까지는 생각 못한 거야?

브리스톨: 크, 크흠. 글쎄, 무슨 말인지 나는 하나도 모르겠구먼.

브리스톨: (작게) …이 마을에는 추가 임무나 히든 아이템 같은 건 하나도 없으니까 얼른 딴 데로 가.

푸슌: 뭐라고!? 벌써 내쫓는 거야?

푸슌: 이래봬도 용사 파티라구! 조금은 받들어줘도 좋잖아!

브리스톨: 자, 자네들 같은 용사 파티는 많을 때는 하루에 십여 쌍은 보이니 말이지.

푸슌: 흥. 그럼 이 전설의 ‘용사의 검’은 어때! 이걸 가지고 있다는 건 푸슌이 이 왕국에서 유일무이한 최강의 용사라는 뜻이지!

브리스톨: 하아…. ‘용사의 검’도 많을 때는 일주일에 100개 이상은 봤었지….

푸슌: 뭐라고! 고작 NPC 주제에 잘난 척은! 혼내줄 거야!

푸슌: …어? 공격이 안 되네?

브리스톨: 흐흥. 나는 모험가를 이끄는 중요한 NPC라 질서와 규칙의 신의 가호――‘시스템 프로텍트’를 받고 있지.

브리스톨: 애초에 NPC를 맘대로 쓰러트려서 퀘스트를 끝낼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네!

푸슌: 으으으……. 브리스톨 자식…….

푸슌: 왕도로 가자! 가면 되잖아~!


브리스톨: 행운을 비네. 용감한 모험가들이여.

브리스톨: 그렇지! 만약 정말로 마왕을 해치우면 그때는 꼭 이 마을로 다시 돌아오게!

브리스톨: 내가 잔치를 열어 대접해 줄 테니 말이네!



 ~05. 왕도와 임금님
이곳은 왕도. 인간 왕국의 심장부다.
밖에서 보니 우뚝 솟은 성벽이 장엄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대로변에 여기저기서 들리는 활기찬 목소리가 번영한 도시를 멋지게 연출하고 있었다.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오빠. 굉장한 성이네.

리버풀[프리스트]: 저 건물 엄청 이쁘다……. 아, 저쪽도…….

리버풀: 으으, 주인님하고 기념사진 찍고 싶어! 찍고 싶은데에!

리버풀: 출발 전에 체크했는데… 설마 스마트폰이 가상 공간에 반영이 안 되다니!

푸슌[용사]: 괜찮아 괜찮아! 패널 열고 잘 봐봐! 스크린샷 기능이 있지?

리버풀: 진짜다! 만세~!

리버풀: 이세계의 왕도에 온 기념! 자~ 주인님도 스마일~☆

유니콘: 오빠… 북서쪽에 큰 신전이 있어.

유니콘: 유니콘은 견습 프리스트니까 저기로 가면 새로운 스킬도 배울 수 있고, 강해질지도 몰라……!

리버풀: 응? 그럼 나도 프리스트니까 똑같이 스킬을 배울 수 있으려나?

리버풀: 얼른 가보자! 주인님!

푸슌: 아! 그 전에 상업 구역에 들러 보자!

푸슌: 새 장비도 구하고 싶지?

지휘관: (신전, 상업 구역, 장인 구역, 모험가 길드…….)

지휘관: (왕도에만 머물러도 꽤 오래 탐색할 수 있겠네…….)

푸슌: 아무튼 이번에는 내 말대로 상업 구역에…… 어?

푸슌: 대로에서 골목길로 들어갈 수가 없잖아!?

상업 구역으로 가려고 했던 푸슌은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혔다.

푸슌: “진행 중인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한 후 개방됩니다.”

푸슌: 오픈월드 아니었어!? 왜 이동 제한이 있는 거야!?

프리드리히 카를[철혈 교회 기술자]: 후후후. 어서 오렴~ 모험가 여러분. 왕도에는 처음이니?

프리드리히 카를: 보안 상 신성 교회와 철혈 교회는 외부인이 출입하지 못하게 결계를 잔뜩 세워 놨단다~

프리드리히 카를: 그걸 해제하려면 왕도의 지정 구역에 가서 등록을 해야 돼~

프리드리히 카를: 어머, 미안해. 소개가 늦었구나. 나는 프리드리히 카를. 철혈 교회 소속 기술자야.

프리드리히 카를: 모험가라면… 우선은 왕궁이나 모험가 길드네. 안내해 줄까?

지휘관: 그럼 우선은 임금님을 알현하러 가자. 안내 부탁해.

프리드리히 카를: 물론이지. 이쪽으로 오렴, 아가~♪

----

왕궁. 알현실.

킹 조지 5세[임금님]: 용사와 지휘관. 그리고 프리스트 2명.

킹 조지 5세: 꽤나 흥미로운 조합이군.

킹 조지 5세: 그대들의 바람, 확실히 들었다.

킹 조지 5세: 마왕을 토벌하려는 그 마음가짐과 각오에는 실로 경의를 표한다.

킹 조지 5세: 인간 왕국을 대신하여 감사를 표하지.

킹 조지 5세: 자금을 제공하여 그대들의 퀘스트 완수를 돕겠네.

리버풀: 폐하. 외람되지만 질문이 하나 있는데…….

킹 조지 5세: 응? 무엇인가, 충성스러운 프리스트여. 사양하지 말고 말해 보거라.

리버풀: 지금까지 마왕을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적의 마왕을 판별하면 돼?

리버풀: 그림이나 사진 같은 건 없어?

킹 조지 5세: 좋은 질문이다. 프리스트여.

킹 조지 5세: 확실히 얼굴을 모르면 토벌하는 것도 여의치 않지.

킹 조지 5세: 사실 마왕은 어떤 특수한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어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얼굴을 확인할 수 없다.

킹 조지 5세: 허나 며칠 전에 우리 궁정 마법사가 그 마법을 일시적으로 깨트려서 비로소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지.

킹 조지 5세: 위병. 모험가들에게 그걸 보여주거라.

히어로[위병]: 네에~ 임금님♪

히어로: 흐흥. 자알~ 보도록 해. 이게 왕국 궁정 마법의 지혜의 결정체, ‘스냅샷’이야.

히어로: 마왕의 그림자, 나와라♪

알현실 가운데 자흑색 마법의 구체가 떠올랐다.
그 속으로 희미하게 뿔과 꼬리가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지휘관: 이 아이가…… 마왕…….

지휘관: (여기서 ‘정보 분석’을 사용해서 마왕의 특수 능력을 파악해 놓으면 다음에 만났을 때 유리하게 싸울 수 있겠지…….)

지휘관: 그렇다면 스킬 발동이다.

……하지만 패널에는 무엇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흑색 마법의 구체가 맹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킹 조지 5세: 이럴 수가… ‘스냅샷’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니?! 대체 어찌된 일이냐?!

 

데본셔[마왕]: 후후후후――――

데본셔: 후하하하하하하――

데본셔: 이 느낌…. 누군가가 저를 훔쳐보고 있군요?

데본셔: 당신? 당신? 아니면… 당신?

구체에 비친 마왕의 모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언할 수 없는 프레셔가 알현실에 퍼져갔다.
그 중압감은 마치 마왕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만 같았다…….

데본셔: 예의도 모르는 벌레들이로군요.

데본셔: 두 번 다시 훔쳐보지 못하도록 철저히 훈육해 드리죠.

데본셔: 멸망의 빛이여――

킹 조지 5세: 이런! 위병! 방어 마법을 준비하라!

유니콘: 오빠, 위험해――!!

급하게 배리어가 펼쳐졌지만, 그럼에도 작열의 빛의 막강한 힘이 피부로 느껴졌다.
잠시 후 빛이 사라졌다. 알현실에는 구체도, 마왕의 그림자도 없었다.
……아니, 알현실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지휘관: 다들 다친 데는 없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임금님도 위병의 보호로 무사한 모양이고.

유니콘: 오빠. 임금님, 왠지 엄청 화 나 보여…….

리버풀: 혹시 아까 ‘정보 분석’을 사용한 탓일까…? 우와, 큰일 났네…….

푸슌: 지, 진짜로 큰일이야……!

푸슌: 퀘스트는 클리어했고 보수도 손에 넣었으니….

푸슌: 지휘관, 리버풀, 유니콘. 도망치자아아!

킹 조지 5세: 위병! 이 위험천만한 모험가들을 감옥에 처넣어라――!

킹 조지 5세: 위병! 위병――!

 

 

 

~06. 왕도에서 쇼핑!

잠시 후. 왕도 마을에서――

 

푸슌[용사]: 후우. 한 끗 차이였어. 하마터면 감옥에 처박힐 뻔했네!

 

리버풀[프리스트]: 왕궁 안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 아무도 안 쫓아오네.

 

푸슌: 아마 우리가 맵을 이동해서 그런가봐! 에헤헤. NPC는 그것까진 못 하니까!

 

푸슌: 그나저나 임금님도 참, 갑자기 500골드나 주시다니 통도 크셔~!

 

 

→ 얼리 액세스 전용 혜자 임무인가?

푸슌: 그런 거면 정식판에도 남겨줬으면 좋겠다!

 

→ 이젠 동전 10개로 마왕을 토벌하는 시대가 아니니까!

푸슌: 그건 그래!

 

 

아무튼 임금님이 제공해준 윤택한 자금 덕분에 마음껏 쇼핑을 할 수 있었다.

푸슌은 대장장이에게서 용사의 갑옷 한 벌을 구입했고, 유니콘은 스태프를 단번에 최고강까지 끌어올렸다.

리버풀은스탯은 변변찮지만 왕도에서 가장 귀여운 옷을 구입했다.

그리고 나는…… 안타깝게도 지휘관이라는 직업은 대부분의 무기나 갑옷을 장비할 수 없는 것 같다.

대신 남은 예산을 전부 연금 폭탄에 쏟아붓기로 했다.

유일한 전투 기술이 투척이니까 연금 폭탄과 조합하는 게 가장 적합하겠지.

 

푸슌: 맞다! 다들 들어봐!

 

푸슌: 아까 모험가 길드를 지나다가 엄청난 소문을 들었어!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엄청난 소문?

 

푸슌: ! 소문에 따르면…… 예전에 한 번 마왕을 쓰러트렸던 전설의 대마법사가 끝없는 수해에 살고 있대!

 

푸슌: 봐봐. 지금 파티 구성은 용사와 지휘관, 프리스트 2! 즉 마법 화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푸슌: 그 대마법사가 파티에 들어와 준다면 결점을 보완할 수 있어!

 

리버풀: 숲에 사는 대마법사……. 왠지 재밌겠다!

 

 

→ 천 년을 넘게 산 엘프일까……?

푸슌: 자세히는 몰라! 실제로 만나 봐야지!

 

→ 수해 깊은 곳은 위험하지 않을까…?

푸슌: 괜찮아! 가장자리보다야 위험하겠지만 그래도 마물은 결국 만쥬 슬라임 정도니까! 문제 없음!

 

 

푸슌: 삐삐삐. 퀘스트 목표, ‘전설의 대마법사를 파티에 영입한다’!

 

푸슌: 퀘스트 목적지, ‘끝없는 수해깊은 곳!

 

푸슌: 용사 파티, 출발이다!

 

 

 

~07. 수해 깊은 곳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끝없는 수해의 길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그러나 정보 수집과 분석 스킬 덕에 내 단말기는 길이 갈리는 지점에서 항상 올바른 길을 보여줬다.

덤불을 빠져나가자 숲 사이에 탁 트인 공터가 나타났다.

 

래피[전설의 대마법사]: 코오Zzzzzzzz

 

래피: Zzzzzzzz

 

리버풀: ……저기, 누가 풀밭에서 자고 있는데?

 

리버풀: 게다가 엄청 귀여운 토끼토끼 스태프도 가지고 있어……. 저 아이가 그 대마법사야?

 

푸슌: 글쎄. 너희 생각은 어때?

 

유니콘: 유니콘, 저 아이한테서 엄청난 마력이 느껴져.

 

지휘관: ‘정보 분석으로 봐도 레벨하고 마법 공격력이 굉장히 높게 나타나 있어.

 

푸슌: ……. 진짜 대마법사인가.

 

푸슌: 근데 왜 무방비 상태로 풀밭에서 자고 있지? 이런 거 파티에 넣으면 정말 도움이 될까?

 

래피: ……마법 반응 감지.

 

래피: ……? 너희들은?

 

지휘관: 눈치챈 거 같으니 한번 얘기해 볼까?

 

----

 

래피: ……래피, 사정은 알았어.

 

래피: 허나 거절한다.

 

리버풀: ! 우리는 마왕을 토벌하러 가는 건데?

 

리버풀: 래피는 전에 한번 마왕을 쓰러트린 마법사잖아? 왜 거절하는 건데?

 

래피: 마왕을 쓰러트려도…… 얼마 후 새로운 마왕이 나와.

 

래피: 래피, 이제 지쳤어. 싸우고 싶지 않아…….

 

푸슌: . 역시 도움은 안 될 거 같네.

 

지휘관: (왠지 느낌이 이상해…….)

 

지휘관: (, ‘정보 분석스킬에 반응이 있네. 혹시 사용 타이밍을 알려주는 건가?)

 

래피에게 정보 분석스킬을 사용해 본다

 

스킬을 발동하자 대마법사에 관한 정보가 단말기로 흘러들어왔다.

 

모험 단말기: “대마법사 래피. 종족: 토끼토끼성인.”

 

모험 단말기: “천 년 전 마왕을 베어 죽였다는 전설의 용사 파티의 일원.”

 

모험 단말기: “현재 스테이터스: 저주에 사로잡혀 있다.”

 

모험 단말기: “저주 명칭: ‘나태의 저주’.”

 

모험 단말기: “전대 마왕이 남긴 저주. 저주의 대상자를 반복되는 과거 속에 가둔다. 이는 이성이 완전히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될 때까지 계속된다.”

 

모험 단말기: “해주 방법: 불명.”

 

지휘관: 아무래도 저주를 풀어야만 파티에 들어올 거 같아.

 

푸슌: 설마 그런 일이 있었다니.

 

푸슌: 마왕은 천 년 전에 토벌되었는데 저주는 아직까지 남아 있어.

 

푸슌: 천 년 동안 계속 저주에 시달리고 있었구나.

 

리버풀: 오히려 천 년 동안 저주에 시달렸는데 그럼에도 이성을 붙잡고 있다니 대단해!

 

유니콘: 오빠. 래피의 저주를 풀 방법을 찾자!

 

지휘관: 물론이지. 하지만 아무래도 보통 수단으로는 안 될 거 같아. 정보를 모아야겠어.

 

푸슌: 지휘관! 래피가 자고 있던 매트 옆에 접시가 놓여 있어! 혹시 누가 정기적으로 밥을 갖다주고 있는 거 아닐까?

 

리버풀: 정말이다! 그 사람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자세히 관찰해 보니 주변에는 음식이 담긴 접시뿐만 아니라 치료용 포션도 몇 병 놓여 있었다.

 

프리드리히 카를[강철 교회 기술자]: 포션은 근처 마을에 살고 있는 약사가 준 거야~

 

푸슌: ? 왕도에서 만났던 강철 교회의 기술자?

 

푸슌: 여기는 어떻게 왔어? 설마 지휘관을 스토킹한 거야?!

 

프리드리히 카를: 후후……. 갑자기 튀어나와서 미안해~ 하지만 스토커는 아니야.

 

프리드리히 카를: 너희가 끝없는 수해를 향해 떠나는 걸 봤었거든.

 

프리드리히 카를: 수해 깊은 곳은 보다시피 위험하니까살짝 걱정돼서 따라왔을 뿐이란다.

 

프리드리히 카를: 교회도 대마법사의 저주를 풀려는 시도를 많이 해봤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었어~

 

지휘관: 그래서 근처에 사는 약사를 믿어 보기로 한 건가.

 

프리드리히 카를: 맞아. 이 포션도 다 그 약사가 주고 간 거야.

 

프리드리히 카를: 왠지는 모르겠지만 대마법사를 계속 챙겨주더라구.

 

프리드리히 카를: 나름대로 해주를 해보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지만.

 

프리드리히 카를: 아쉽게도 아직 성과는 없는 거 같아.

 

프리드리히 카를: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프리드리히 카를: 나는 이미 포기했지만 괜찮다면 찾아가 보렴. 그럼 나는 이만.

 

푸슌: 근처 마을에 살면서 대마법사의 저주를 해주하려는 약사……. 힌트는 충분하네.

 

푸슌: 지휘관. 한번 찾아가 보자!

 

 

 

~08. 마을의 약사

테말클레 마을. 온천을 뜻하는 테말클렐레(Thermalquelle)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끝없는 수해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연중 온화한 기운이 머무는 마을.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광장에 우뚝 솟은 가마솥 옆에서 퀘스트 대상 인물을 발견했다.

 

누비안[약사]: 가마솥이 보글보글

 

누비안: 수리수리 마하수리, 귀를 빙글빙글

 

누비안: 융합해서 엘리먼트, 마력 듬뿍듬뿍

 

누비안: 포션은 탄생 직전

 

누비안: 능력 향상 두근두근. 광대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자유롭게 누빌 것에 틀림없음

 

누비안: , 맛볼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리버풀: 저 애인가?

 

유니콘: 오빠무서워어.

 

푸슌: 괜찮아 괜찮아. 약사는 다들 이런 느낌이니까! 아마도!

 

푸슌: 겉모습부터 언동까지 더 왕도라는 느낌이네!

 

지휘관: 왕도라. 뭐 여기까지 왔으니까 일단 이야기라도 들어 보자.

 

----

 

누비안: , 너희는 대마법사의 저주를 풀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누비안: 으으으으으. 강산이 수백 번은 바뀌었는데 아직도 그녀를 기억해 주는 분이 있다니.

 

푸슌: , 갑자기 울기 시작했어!?

 

누비안: 미안해. 너무 감격해서 그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네.

 

누비안: 이 누비안, 계속 그녀의 저주를 풀려고 노력했지만.

 

누비안: 좀처럼 진전이 없어서.

 

누비안: 그래! 마침 잘됐다. 이 포션은 지금 막 만든 거거든.

 

누비안: 거기 지휘관. 괜찮으면 한번 먹어 볼래? 이번에야말로 효과가 있을 거 같은 느낌이야!

 

지휘관: 먹어 보라고? 내가?

 

지휘관: 나는 저주 같은 거 안 걸려 있는데?

 

누비안: 후후, 걱정 마. 이건 저주를 푸는 게 아니라 정력을 키우는 마법약이니까.

 

누비안: 저번에 갑자기 생각나서 만들어 봤어.

 

누비안: 애초에 누비안은 약사지, 저주 해제 같은 건 내 전문이 아닌걸.

 

누비안: 마음에 작용해서 정신적으로 몰아붙이는 저주라면 기운을 북돋우는 마법약으로 상쇄시키면 되지 않을까?

 

푸슌: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서 저주를 해제?! 확실히 좋은 생각이긴 한데.

 

유니콘: 정력을 키우는 포션.오빠, 시험해 봐!

 

리버풀: 응응. 주인님, 시험해 봐!

 

지휘관: 하아?

 

유니콘: 오빠, 걱정하지 마. 만약 부작용이 생기면 바로 상태 회복 마법을 걸 테니까!

 

리버풀: 응응! 정화 마법이 안 듣는다고 해도 리버풀은 치료하고 부활 마법도 쓸 수 있으니까 걱정은 붙들어 매!

 

푸슌: 파티에 프리스트가 2명이나 있으니까 포션 한 개 정도는 끄떡없지!

 

푸슌: 자 자, 지휘관!

 

간다!

마시면 되잖아, 마시면!?

거절한다는 선택지는없는 건가!?

 

각오를 다지고 누비안이 건네준 포션을 단숨에 들이켰다.

 

모험 단말기: “시스템: 새로운 스킬 독 내성B’를 획득했습니다.”

 

누비안: 와아역시 누비안의 마법약이야. 새로운 스킬까지 부여할 수 있다니.

 

지휘관: 효과가 아까 말했던 거하고 많이 다른데?

 

누비안: , 아하하. 이번에도 실패라는 거구나.

 

누비안: 그렇다면 궁극적인 해결책을 시도할 수밖에!

 

지휘관: 궁극적인 해결책?

 

누비안: 누비안의 선생님이자 은빛해안섬 북쪽 탑에 사는 지혜의 마녀, 아르한겔스크에게 물어보는 거야!

 

누비안: 선생님은 신화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선대 지혜의 여신의 애제자이기도 해!

 

푸슌: ! 그러면 누비안은 지혜의 여신의 제자의 제자라는 뜻!?

 

푸슌: 그렇게 대단한 뒷설정이 있었다니?

 

푸슌: 그럼 바로 그 선생님을 만나러 가자!

 

누비안: 근데 사소한 문제가 있어.

 

누비안: 선생님은 북쪽 탑에 틀어박혀 있어서 누비안 말고는 아무도 만나주지 않을 거야.

 

누비안: 게다가 누비안이 마을을 떠나면 마을 사람들의 병을 고쳐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걸.

 

리버풀: 그렇구나. 약사가 사라져 버리면 확실히 마을 사람들도 곤란하겠네.

 

푸슌: 그런 건 간단하지~!

 

푸슌: 마을 사람들이 필요한 건 병을 치료받는 거지 병을 고쳐주는 사람이 아니잖아?

 

푸슌: 만능 치료 포션을 듬뿍 준비해 두면 약사가 잠시 마을을 비워도 문제 없을 거야!

 

누비안: 그렇구나! 역시 용사님! 천재야!

 

푸슌: 에헤헤. 그냥 모험하면서 쌓은 경험치가 많을 뿐이야~

 

누비안: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하나네.

 

지휘관: 설마…….

 

누비안: 아까도 말했지만 마을을 오래 떠나 있을 수가 없어서.

 

누비안: 만능 포션을 만들기 위한 소재를 모아주면 안 될까?

 

푸슌: 으극…….

 

리버풀: .

 

유니콘: 아으.

 

지휘관: 수집퀘는 역시 피할 수 없는 건가…….

 

 

 

~09. 탑의 마녀

왕도 서쪽. 거울 호수 중심에 있는 은빛해안섬.

온갖 고생 끝에 만능 포션 재료를 99개 모아 누비안에게 전달하고, 용사 파티는 드디어 약사와 함께 섬으로 떠났다.

파티를 태운 작은 배는 간신히 섬에 정박했다.

일단 보기에는 이 섬에는 울창한 숲과 울퉁불퉁한 바위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푸슌[용사]: 저기그 북쪽 탑이라는 거 정말로 여기 있어? 이 파릇파릇한 섬, 어딜 봐도 은빛은 아닌데.

 

푸슌: 잘못 온 건 아니지?

 

누비안[약사]: 흐흥걱정 붙들어 매~

 

누비안: 탑이 보이지 않는 건 선생님이 마법으로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야.

 

누비안: 선생님은 시끄러운 거하고 누군가가 방해하는 걸 싫어하니까.

 

누비안: 그리고 섬 이름 말인데. 지금은 파랗긴 하지만 선생님 말씀으로는 먼 옛날에는 넒은 빙판이 있었다고 해. 그래서 은빛해안섬 아닐까?

 

누비안: 아무튼 지금부터는 나한테 맡겨!

 

씩 웃은 누비안은 공터에 서서 거기 있는 고목에 절을 하고 헛기침을 했다.

 

누비안: 지혜의 마녀 아르한겔스크 선생님! 제자인 약사 누비안이 만나러 왔어!

 

그러자 먼 하늘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검은 금속으로 된 높은 탑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푸슌: 붉은 빛을 띤 검은 탑. , 아무리 봐도 마왕의 거점인데.

 

누비안: 흐흥, 괜찮아! 선생님 취향일 뿐이지 마왕군하고는 전혀 관련 없어!

 

누비안: 날 따라와! 안내할게!

 

----

 

높은 탑의 최상층. 전설의 로열 캐스터는 매직 서클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르한겔스크[지혜의 마녀]: 너희가 온 목적은 알고 있어.

 

푸슌: ?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누비안: 진짜 바보네~ 선생님은 지혜의 마녀라서 뭐든지 알고 있어!

 

누비안: 근데 선생님. 왜 안 도와주는 거야? 천 년 전에 마왕을 쓰러트리고 저주를 받은 대마법사 말야.

 

누비안: 누비안은 저주를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아르한겔스크: 후우. 여전히 미숙하구나.

 

아르한겔스크: 이렇게 하자. 너희 파티원 중에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한 명 있어.

 

아르한겔스크: 지휘관이라는 자가 이곳에 남아 내 제자가 되겠다고 한다면 저주를 푸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지휘관: 지혜의 마녀의 제자? 괜찮은 제안 같은데?

 

아르한겔스크: 그렇지? 이곳에 있으면 온갖 지식과 마법을 배울 수도 있고, 세상의 비밀을 알 수도 있어.

 

누비안: , 잠깐만 기다려! 지휘관. 선생님의 제자가 되면.

 

누비안: 이 탑을 절대 벗어 날 수 없다구!?

 

누비안: 백 년 후 선생님의 초급 시험을 돌파해야만 겨우 나갈 수 있어!

 

지휘관: , 백 년?

 

푸슌: 아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너무 거창하지 않아? 농담이지?

 

아르한겔스크: 농담이 아니야! 지혜의 마녀의 제자니까 수행이 백 년 단위인 게 당연하잖아?

 

유니콘: 안 돼. 오빠, 남으면 안 돼!

 

푸슌: 그래! 지휘관은 나하고 같이 마왕을 토벌하러 가야 되니까!

 

아르한겔스크: 과연. 강제로는 안 될 것 같네.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아르한겔스크: 나의 시련을 이겨내면 저주를 푸는 방법을 알려 주겠어.

 

리버풀: 지혜의 마녀의 시련이라면퀴즈 같은 거야?

 

아르한겔스크: 원래라면 그렇겠지.

 

아르한겔스크: 하지만 그쪽 지휘관의 정보 분석스킬은 상당한 수준이야. 어떤 퀴즈라도 손쉽게 풀 수 있겠지.

 

아르한겔스크: 그러니까 이번에는 정석대로 전투의 시련으로 하겠어.

 

아르한겔스크: 준비는 됐지? 과제를 낼게――

 

----

 

콰광――

 

푸슌: 이걸로 끝이야!

 

푸슌: 용사 슬래시, 받아라――!

 

 

아르한겔스크: 흐응. 실로 훌륭했어. 합격이야.

 

푸슌: 에헤헤~ 푸슌한테 걸리면 식은 죽 먹기지!

 

리버풀: 후우…… 어떻게든 됐네. 힐러는 정말 부담이 크다니까.

 

유니콘: . 저주를 다 풀 수 있어서 다행이야.

 

지휘관: (아르한겔스크가 내보낸 건 마물이 아니라 세이렌이었어.)

 

지휘관: (게다가 전투 중에 상급 저주 스킬도 사용했고.)

 

지휘관: 지혜의 마녀. 방금 마물과 저주 스킬은 대체 뭐지?

 

아르한겔스크: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마녀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마물을 조종하거나 상급 저주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딱히 이상하지는 않지?

 

아르한겔스크: 후후. 그렇게 배우고 싶다면 마음을 바꿔서 제자로 들어오는 건 어때?

 

누비안: 선생님, 그만 좀 봐줘!

 

아르한겔스크: 누비안. 한동안 못 봤다고 이제 다른 사람 편을 드는 거니?

 

아르한겔스크: , 약속은 약속이니까. 시련을 이겨낸 너희에게 저주를 푸는 방법을 알려줄게.

 

아르한겔스크가 살짝 손을 들자 정교한 피리가 나타났다.

 

아르한겔스크: ‘시간의 플루트’. 옛날 대마법사가 소속되어 있던 용사 파티 대장의 유품이야.

 

아르한겔스크: 그녀의 귀에 대고 이걸 불면 저주가 풀릴 거야.

 

아르한겔스크: 다만 그 다음은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르한겔스크: . 이걸 받고 퀘스트로 돌아가도록 해.

 

푸슌: 앗싸! 키 아이템 획득!

 

지휘관: (“다만 그 다음은아르한겔스크는 아직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푸슌: 지휘관.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출발하자!

 

푸슌: 끝없는 수해로 돌아가 대마법사의 저주를 풀어줄 테다!

 

 

 

~10. 전설의 용사

끝없는 수해 깊은 곳. 대마법사가 잠자는 땅.

 

래피[전설의 대마법사]: 코오…………Zzzzzz

 

래피: Zzzzz

 

누비안[약사]: 대마법사는 또 잠든 거 같아.

 

누비안: 오랫동안 저주에 시달렸으니 지금도 악몽에 사로잡혀 있을 게 틀림없어.

 

푸슌[용사]: 괜찮아! 래피. 우리가 저주를 풀어줄게!

 

시간의 플루트가 내는 맑은 음색과 함께 래피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쑥 빠져나갔다.

검은 기운은 공중에서 서로 얽히며 팽창해 순식간에 숲속 공터 전체를 뒤덮었다.

 

푸슌: 시간의 플루트가 저주를 풀긴 했는데뭔가 상황이 이상해지지 않았어?!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오빠. 무서운 게 튀어나올 거 같아!

 

리버풀[프리스트]: 배리어를 쳐 두는 게 좋겠어!

 

누비안: 이런! 저주가 풀리면서 저주의 힘이 마물로 변했어!

 

누비안: 조심해! 이 마물들은 정말로 천 년 전 대마물이야!

 

검은 기운은 점점 실체화되면서 차례차례 사람 모양의 마물로 변했다. 일행은 순식간에 마물들에게 포위되었다.

 

푸슌: , 이럴 수가?! 용사의 검이 마물의 기운에 압도되다니?!

 

리버풀: 그 용사의 검이란 거 애초에…….

 

유니콘: . 브리스톨도 그랬잖아? 일주일에 100개 정도는 봤다고.

 

푸슌: 말도 안 돼! 진짜라고 해도 지금 말하지 마!

 

푸슌: ! 지금이야말로 자신감이 필요할 때인데!

 

자벨린[전설의 용사]: 스스로를 의심하고 전장에서 물러나는 건 용사의 행동이 아니야.

 

자벨린: 아무리 강한 적을 마주하더라도 용기를 내서 맞서야 해!

 

아야나미[전설의 격투가]: 신시대의 모험가들이여,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도우러 온 거예요.

 

Z23[전설의 전사]: 래피의 저주를 풀어줘서 고마워. 지금부터는 같이 싸우자!

 

----

 

래피: 후아아암. 궁극 폭발 마법…… 익스플로전…….

 

아야나미: 필살기, 다이내믹 킥이에요!

 

Z23: 차지 300%산을 가르는 일격!

 

자벨린: 용사의 검이여, 진정한 힘을 발하라――밀리언 슬래시!

 

전설의 용사 파티의 도움으로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다.

 

푸슌: , 강해! 이게 전설의 용사 파티의 힘!

 

아야나미: 사양하지 말고 더 칭찬해줘도 되는 거예요.

 

리버풀: 그보다 다들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는데?

 

Z23: 투명…….

 

Z23: . 저희는 과거의 환영. 시간의 플루트의 힘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해요.

 

Z23: 힘이 다 떨어졌으니 곧 사라지겠죠.

 

누비안: , 근데 래피도 투명해지고 있는데?

 

자벨린: . 래피도 똑같아.

 

자벨린: 토끼토끼성인은 원래 천 년이나 살 수 없어.

 

자벨린: 지금까지 살아 있었던 건 아마 마왕의 때문이겠지.

 

자벨린: 저주가 사라졌으니 이제 우리와 함께 하늘로 돌아가야 해.

 

래피: 래피, 푹 자고 싶어…….

 

래피: 모두 고마워……. 저주를 풀어줘서.

 

누비안: 그럴 수가……. 겨우 저주를 풀었는데…… 으으으…….

 

지휘관: (아르한겔스크가 말을 삼킨 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어서 그랬던 건가.)

 

래피: 울지 마. 계속 래피를 돌봐준 보답으로…….

 

래피: . 래피, 시간의 플루트의 마력을 다시 가득 채웠어.

 

래피: 다음에 위기가 닥쳤을 때플루트를 불면 우리가 나와서 도와줄게…….

 

래피: 그러니까, 다시 만날 수 있어…….

 

누비안: …….

 

자벨린: 맞다! 신시대의 용사여!

 

자벨린: 용사의 검이 왜 마물에게 압도당했는지 궁금하지?

 

푸슌: 용사의 검이 가짜라서?

 

자벨린: ! 네 용사의 검은 가짜야. 진짜 용사의 검은 이거!

 

푸슌: 에엑!? 어딜 봐도 생선인데 그게 용사의 검!?

 

자벨린: 맞아!

 

자벨린: 후대 사람들도 역시 이미지하고 너무 다르다고 생각해서,

 

자벨린: 지금 네가 가진 모습의 용사의 검을 만들었을지도 몰라.

 

자벨린: 아 물론 그 용사의 검도 좋은 검이야.

 

푸슌: 하지만 진짜는 아니잖아…….

 

자벨린: 낙심하지 마!

 

자벨린: 용사의 검이 용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용사가 용사의 검을 만드는 거야!

 

자벨린: 마왕을 쓰러트리면, 이번엔 그게 바로 용사의 검이 될 거야!

 

푸슌: . 그렇지! 맞아!

 

푸슌: 고마워! 전설의 용사 자벨린!

 

자벨린: 에헤헤, 도움이 됐으면 다행이네!

 

아야나미: 그럼다음에 또 보는 거예요. 신시대의 용사 파티.

 

리버풀: 아아 잠깐만! 마지막으로 기념사진 찍자! , 다들 스마일!

 

리버풀: 찰칵! 안녕! 전설의 용사 여러분

 

전설의 용사 파티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숲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푸슌: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푸슌: 대마법사를 영입하려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해 버렸네.

 

리버풀: 그치만 전설의 마법 아이템 시간의 플루트를 얻었잖아?

 

리버풀: 이걸로 마왕 토벌 여정에 걱정거리를 덜었네!

 

푸슌: 그건 그렇지만.

 

푸슌: 그래도 정말 감동적인 퀘스트였어…….

 

푸슌: 이제 어디로 가지?

 

――――!!

 

리버풀: ? 얘들아, 남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리버풀: 보아하니양군이 서로 부딪히고 있나봐!

 

누비안: 설마마왕군이 습격한 건가?!

 

누비안: 여기는 망루 장벽 안이잖아? 마왕군이 있을 리가!

 

유니콘: 오빠, 얼른 가보자!

 

 

 

~11. 공중에서 나타난 적

망루 요새로 이어지는 대로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

 

잔 다르크[신성 교회 성녀]: 물러서세요――!!

 

르 테메레르[왕국군 2급 마법사]: 성녀님, 위험해!

 

로피니아트르[왕국군 2급 마법사]: 얼어붙어라――프리징 체인’!

 

잔 다르크: 감사합니다!

 

로피니아트르: 성녀님. 저희는 경장입니다. 적의 수가 많아서 장기전은 불리해요!

 

잔 다르크: 압니다. 하지만 피난 중인 마을 사람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잔 다르크: 제가 마물을 유인할 테니 두 분은 마을 사람들을 지키면서 대피하세요!

 

르 테메레르: , 그건 안 돼 성녀님!

 

잔 다르크: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명령에 따르세요!

 

 

한편 전장 반대편에서는――

 

누비안: 습격한 건 암흑 만쥬 슬라임 나이트…….

 

누비안: 정말로 마왕군이야. 그것도 가장 무서운 마왕의 공중사냥부대라니!

 

푸슌: 저기서 싸우고 있는 건 왕국군이야?

 

누비안: , 저건 신성 교회의 성녀님!?

 

누비안: 성녀님이 왜 왕도를 벗어났지!?

 

유니콘: 오빠…… 전황이 위험해!

 

유니콘: 왕국군은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지휘관: 다들 전투 준비! 우리도 가세한다!

 

----

 

――――!!!

 

잔 다르크: 후우. 이걸로 마지막이군요.

 

잔 다르크: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왕국의 모험가 여러분.

 

잔 다르크: 여러분이 와 주시지 않았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푸슌: 천만에! 용사 파티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인걸!

 

누비안: 성녀님. 왜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마왕군하고 싸우고 있었던 거야!?

 

잔 다르크: ……마물과의 싸움은 제 본의가 아니었습니다.

 

잔 다르크: 망루 요새로 가던 도중 마물에게 습격당하고 있는 마을 사람을 보았기 때문에 도움을 주었을 뿐입니다.

 

잔 다르크: 설마 요새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조차 마왕군에게 습격을 당하다니…….

 

잔 다르크: 아무래도 전선의 전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 같군요…….

 

잔 다르크: 모험가 여러분.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푸슌: ! 뭐든지 말해!

 

잔 다르크: 망루 장벽은 빛과 정의의 신을 포함한 많은 신들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왕도 쉽사리 넘을 수 없고, 일반 마물은 더욱 불가능합니다.

 

잔 다르크: 하지만 며칠 전 대규모 전투로 망루 장성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잔 다르크: 제가 이번에 왕도를 떠난 것도 그 구멍을 복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설마 마왕군이 주변까지 침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죠.

 

잔 다르크: 아무래도 마왕도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언가를 꾸미는 것 같습니다.

 

잔 다르크: 지금 당장 요새로 가서 군사 배치를 하고 싶지만…… 고향을 습격당한 마을 사람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잔 다르크: 이 피난민들은 모두 구멍 근처 프리드 마을에서 왔습니다.

 

잔 다르크: 지금 이 순간에도 프리드 마을에서 마물이 날뛰고 있을 텐데…….

 

잔 다르크: 죄송하지만 마물을 몰아내는 임무를 여러분께 맡겨도 되겠습니까?

 

페이옌[프리드 마을 촌장]: 제발 페이옌의 마을을 구해줘, 모험가 여러분~!

 

푸슌: 마물을 퇴치하고 마을을 구한다. 그야말로 용사를 위한 퀘스트가 떴네!

 

푸슌: 지휘관, 어떡할래?

 

 

→ 물론 도와야지

푸슌: 잘됐네! 지휘관도 돕겠대!

 

→ 보수만 잘 쳐주면!

페이옌: 다, 당연하지…. 퀘스트만 클리어하면 엄청난 보상을 받을 거야!

 

페이옌: 클리어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큭큭큭.

 

 

푸슌: 그럼 걱정 말고 우리 용사 파티한테 맡겨!

 

페이옌: 응응! 평안과 수호의 신의 가호가 있기를!

 

 

 

~12. 프리드 마을 구원 작전

프리드 마을. ‘평안을 뜻하는 프리던(Frieden)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지만 그 평안은 지금 전화로 인해 유린당하고 있었다.

 

지휘관: ……집들이 이미 태반이 소실됐어.

 

지휘관: 마물도 마을 사람들도 전혀 보이지 않아……. 이상한데.

 

???: 거기 낯선 자들! 멈춰라! 그리고 신분을 밝혀라!

 

???: 화재 현장에 숨어든 도둑 떼라면 용서하지 않겠다!

 

푸슌[용사]: 도둑은 너겠지!

 

푸슌: 우리는 마왕 토벌을 위해 여행하고 있는 용사 파티야! 너야말로 누구야?

 

뱅가드[왕국군 배너렛 나이트]: ……모험가 파티구나.

 

 

뱅가드: 미안해. 너무 신경이 곤두섰나봐.

 

뱅가드: 나는 왕국군 배너렛 기사이자 망루의 서쪽 장성을 지키는 지휘관, 뱅가드라고 해.

 

뱅가드: 프리드 마을이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하러 왔어.

 

뱅가드: 걱정 마. 마물은 모두 해치웠으니까.

 

뱅가드: 너희도 마물을 퇴치하러 온 거야?

 

푸슌: 그렇긴 한데……. 우리가 나설 자리는 없어 보이네.

 

푸슌: 이럼 서브 퀘스트는 실패인가~

 

푸슌: 지휘관. 메인퀘로 돌아가자.

 

지휘관: 아니. 아직 퀘스트는 끝나지 않았어.

 

리버풀[프리스트]: ……주인님?

 

지휘관: 뱅가드. 너는 서쪽 장성의 지휘관이라고 했지?

 

지휘관: 그쪽은 분명 지난 싸움에서 큰 구멍이 뚫렸다고 들었는데.

 

뱅가드: ……그건 왕국군의 기밀인데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지휘관: 그건 중요하지 않아. 지금 중요한 건 장성의 지휘관인 네가 부대를 이끌고 주둔 지역을 떠났다는 거야.

 

지휘관: 지금 장성의 구멍은 누가 지키고 있지?

 

지휘관: 마왕군이 거기를 노리고 있는 거 아닌가?

 

뱅가드: , 듣고 보니 확실히…….

 

뱅가드: 으아아아! 얼른 장성으로 돌아가야 돼!

 

――――!!

 

리버풀: 또 싸우는 소리……!

 

누비안[약사]: 이번엔 망루 장성 쪽이야!

 

뱅가드: ……!

 

뱅가드: 왕국군 집합! 전원 망루 장성으로 긴급 귀환한다!

 

푸슌: 우리도 갈게!

 

뱅가드: ……고마워!

 

 

 

~13. 장성 공방전

먹구름처럼 하늘을 뒤덮고 있던 마물이 거센 빗방울처럼 내리 닥치기 시작했다.

검과 마법, 기계와 갑옷이 서로 얽혀 부딪쳤다.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장성 위는 혼돈의 전장이 되어 있었다.

 

르 말랭[왕국군 가드 나이트]: 비행 마물뿐만 아니라 언데드 군단까지……. 꽤 본격적이군요.

 

르 말랭: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네요…….

 

랑돔타블[왕국군 가드 나이트]: 왕국군 수호 기사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알제리[왕국군 배너렛 나이트]: 진형을 지켜라! 어떤 마물도 통과시켜서는 안 돼!

 

뱅가드[왕국군 배너렛 나이트]: 빛나라, 로열 세이버!

 

뱅가드: 늦어서 미안해!

 

랑돔타블: 멋진 일격이다!

 

랑돔타블: 뱅가드 지휘관. 마침 잘 왔군.

 

랑돔타블: 조금만 더 늦었으면 쓰러트릴 마물이 없었을 거야.

 

르 말랭: 마을은 어땠습니까?

 

뱅가드: 마물은 전멸. 마을 사람들도 모두 피난했어.

 

르 말랭: 다행이네요.

 

뱅가드: ……미안해. 그만 마왕군의 유인책에 넘어가고 말았어.

 

알제리: 무슨 말이니?

 

알제리: 우리가 장성을 지키는 건 영내 사람들을 마왕군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잖아?

 

알제리: 마을이 습격당했는데도 구하러 가지 않는다면 왕국군 기사의 수치잖아?

 

뱅가드: 그래…… 네 말이 맞아.

 

뱅가드: 마을 문제는 해결했으니 이제 이쪽 문제를 해결할 차례네.

 

뱅가드: 알제리, 상황은 어때?

 

알제리: 마왕군이 모든 전선에서 공세를 취하고 있어. 며칠 전 습격보다 더 본격적이야.

 

알제리: 이번 공격의 지휘를 맡은 자는 마왕군의 대간부, 드래곤 로드 블뤼허야.

 

뱅가드: 드래곤 로드……. , 잘됐네.

 

뱅가드: 왕국군의 원수, 공중사냥부대의 대장……. 고통받은 민초들의 원한, 지금 이 자리에서 갚아주지!

 

블뤼허[드래곤 로드]: ――핫핫핫하

 

블뤼허: 불타라! 부서져라!

 

블뤼허: 마왕군 앞에서 잿더미가 되어라!

 

블뤼허: 장성을 지키던 왕국군이 오합지졸이 됐네. 냐하이 싸움 쉽게 이길 수 있겠는걸~

 

푸슌: 이야압! 네가 드래곤 로드구나!

 

푸슌: 별로 강해 보이진 않는데~

 

푸슌: 그냥 물량공세로 약점을 숨기고 있는 거 아냐?

 

푸슌: 지금 떨어트려서 그 코를 꺾어 줄 테다!

 

블뤼허: ? 모험가?

 

블뤼허: 냐하하하왕국군은 모험가까지 동원해서 장성을 지키게 할 정도로 몰락한 거야?

 

블뤼허: ! 힘의 차이도 분간할 수 없다면 이 블뤼허가 직접 가르쳐 주겠어!

 

유니콘: 블뤼허가 함정에 걸려들었어! 오빠!

 

리버풀: 하핫이 싸움, 쉽게 이길 수 있겠네!

 

지휘관: 후후후. 아무리 아군의 숫자가 많아도 장수는 적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되지.

 

지휘관: 기회를 봐서 놈을 떨어트리자.

 

푸슌: ! 드디어 칼집에서 용사의 검을 뽑을 순간이군!

 

----

 

조프르[전투 천사]: 빛과 정의의 신이여. 축복의 빛을 내려 용감한 전사들에게 승리를 안겨 주소서!

 

프리드리히 카를[강철 교회 기술자]: 강철과 거룡의 신이여. 분노를 해방하여 적에게 파멸을 안기소서――

 

뱅가드: 저건…… 신성 교회와 강철 교회의 지원군?!

 

잔 다르크[신성 교회 성녀]: 여러분, 승리의 희망을 버리지 마십시오!

 

잔 다르크: 지원군이 도착했으니 함께 마물을 섬멸합시다!

 

----

 

――――!!!

 

블뤼허: 치잇!

 

블뤼허: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블뤼허: 기억해 두겠어!

 

블뤼허: 반드시 다시……으아아아아아아아천천히날아아아아――!

 

블뤼허는 비참하게 드래곤에게 매달린 채로 날아가 별똥별처럼 먹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푸슌: . 드래곤의 가죽이 너무 두꺼워서 결국 도망쳐 버렸어.

 

잔 다르크: 그래도 대단한 승리였습니다.

 

잔 다르크: 대간부의 통제가 없어졌기 때문에 마물의 군세가 붕괴하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잔 다르크: 도발로 적장을 유인한 후 완벽한 연계로 격파한다.

 

잔 다르크: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내시다니……. 당신은 정말로 뛰어난 지휘관이시군요.

 

잔 다르크: 여러분이시라면언젠가 정말로 마왕을 쓰러트리고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맡겨줘!

잔 다르크: 후후후. 자신감이 넘치니 좋군요.

 

잔 다르크: 하루바삐 여러분이 마왕을 쓰러트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너무 과찬인걸

지휘관: 마물을 다 해치운 것도 아닌데 아직은 일러.

 

잔 다르크: 네. 아직 긴장을 놓을 때가 아니죠.

 

 

잔 다르크: 그럼 승리의 축하연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휘관님.

 

 

 

~14. 승리의 축하연

전투가 끝나고 우리는 망루 요새에서 열린 축하연에 정식으로 초대받았다.

지금은 망루 장성의 심장부로 간주되는 곳이지만, 예전에는 어디에나 있는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

마왕의 군세가 옛 왕성의 벽을 무너뜨리고 성벽을 넘기 전까지는.

지금의 국경 땅에 있던 옛 왕조의 마지막 왕족이자, 인간 왕국의 새 시대를 개척한 제1국왕은, 신들의 도움을 받아 이곳을 중심으로 지금의 망루 장벽을 쌓아올렸다.

망루 장벽 덕분에 인간 왕국의 생존자들은 간신히 마왕군의 발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왕도는 재건되었고, 왕국도 다시 번영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망루 장성의 중심부인 이곳도 점차 인간 왕국의 제2도시, 망루 요새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금, 요새 곳곳은 화려하게 장식되었고, 거리에는 사람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승리를 상징하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

 

망루 요새. 연회장.

 

로피니아트르[왕국군 2급 마법사]: 대마법사의 저주를 풀어줬을 뿐만 아니라…….

 

로피니아트르: 전설의 용사 파티의 다른 멤버들도 만난 건가요?!

 

푸슌: 에헤헤, 맞아! 그리고 더 놀라운 건……

 

푸슌: 전설의 용사의 칼은…… 그냥 물고기 모양이었어!

 

르 테메레르[왕국군 2급 마법사]: 물고기가 용사의 검? 말도 안 돼! 거짓말~!

 

푸슌: 거짓말 아냐~!

 

리버풀[견습 프리스트]: 네네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이젠 중요한 게 아니지.

 

리버풀: 시선을 이쪽으로 플리즈!

 

르 말랭[왕국군 가드 나이트]: 으윽. 그 끈적끈적한 건 뭔가요?

 

리버풀: 리버풀이 가장 잘하는 장어 젤리야! 축하연에 딱 맞는 요리지?

 

리버풀: , 장어를 못 찾아서 식감이 비슷한 만쥬 슬라임 장어 비슷한 걸 대신 썼지만!

 

리버풀: , 다들 사양하지 말고 먹어~

 

랑돔타블[왕국군 가드 나이트]: , 만쥬 슬라임 장어 뭐시기가 뭐야!? 그냥 마물 아니야!?

 

르 말랭: , 사양하겠습니다! 어흠! 친절한 모험가님, 마음만 받을게요!

 

 

르 말랭: 이렇게 맛있는 요리는 역시……

 

누비안[약사]: 역시 맛있는 음료하고 같이 먹어야겠지?

 

르 말랭: 으응?

 

르 말랭: 약사님? 그 손에 들고 있는 오색찬란한 광채를 발하는 시커먼 액체는 대체 뭐죠?

 

누비아: 당연히 누비안 특제 스페셜 드링크지.

 

누비아: 마시면 전투로 쌓인 피로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거야!

 

르 말랭: 네에!? 아니 잠깐. 왕국군 기사는 고작 하루 싸운 것 정도로는 지치지 않습니다!

 

르 말랭: 그러니 그 스페셜 드링크는 다른 분께정중하게 양보하겠습니다.

 

누비안: 에이~ 기껏 만든 건데 한 모금만 잡숴 봐~ ?

 

르 말랭: 아뇨! 단호히 거절합니다!

 

엄격한 왕국 기사들과 소탈한 모험가들이 연회장에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있었다.

연회장에는 즐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 때문에 나는 마음 놓고 연회를 즐길 수 없었다.

 

지휘관: ……오늘 언데드 군단 장군과의 전투에서 얻은 이 금화.

 

지휘관: 정보 분석 스킬에 따르면 이건 구 왕국 시대에 주조된 금화야.

 

지휘관: 이 금화를 왜 언데드 군단 장군이 가지고 있었지?

 

지휘관: 구 왕국…… 언데드 군단…… 그리고 마왕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지휘관: ……아직은 단서가 너무 적어서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지휘관: 이거 게임 세계관이 은근 재밌네.

 

리버풀: 주인님――!!

 

누비아: 지휘과안~!

 

즐거운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해서인지 동료들이 직접 나를 찾아왔다.

 

리버풀: 으으으. 리버풀의 요리를 아무도 안 먹어줘!

 

누비안: 으으으. 누비안의 스페셜 드링크를 아무도 안 마셔줘!

 

리버풀: 주인님, 먹어줄 거지!

 

누비안: 지휘관, 마셔줄 거지!

 

지휘관: (내성도 생겼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지휘관: , 당연하지…….

 

리버풀의 특제 요리를 먹는다

누비안의 특제 드링크를 마신다

둘 다 먹으면 안 돼?

 

----

 

지휘관: 으으…… 이건…….

 

지휘관: 기절했던 건가.

 

머리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좋은 향기도 느껴진다…….

 

유니콘: 오빠…… 정신 차렸구나.

 

유니콘: 리버풀하고 누비안은 유니콘이 잘 혼내줬어.

 

유니콘: 유니콘이 없으면 금방 오빠한테 이상한 걸 먹이려고 한다니까…….

 

지휘관: 유니콘이 돌봐줬구나? 고마워.

 

유니콘: 에헤헤……. 오빠, 몸은 괜찮아?

 

지휘관: 괜찮아. 문제 없어.

 

지휘관: 독 내성이 확실히 도움이 됐구나…….

 

잔 다르크: 지휘관님이 여기서 쓰러지신다면 마왕 토벌의 날은 더 멀어집니다.

 

지휘관: 그래. 마왕도 만나지 못하고 성녀와 프리스트, 천사가 있는 축하연에서 쓰러진다면.

 

지휘관: 그야말로 웃음거리겠지.

 

잔 다르크: 어쩐지 말 속에 뼈가 있네요.

 

잔 다르크: 아무튼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 동료 분들을 불러오겠습니다.

 

----

 

잠시 후. 망루 요새 대회의실.

 

잔 다르크: ……상기 공적을 고려하여 폐하께서는 알현실 폭파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잔 다르크: 동시에 망루 요새를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통행 허가증을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잔 다르크: 물론 여러분께서 메마른 대지로 향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보급 물자도 왕국군이 지원하겠습니다.

 

잔 다르크: 이후에 요새 왕국군 무기고에서 자유롭게 고르시면 됩니다.

 

푸슌: ……통행 허가증?

 

푸슌: , 설마요새를 지나 마왕을 잡으러 가려면 허가증이 필요한 거야?!

 

잔 다르크: 물론입니다.

 

잔 다르크: 메마른 대지는 매우 위험합니다. 왕국의 내일을 짊어질 자들을 실력이 부족한 채로 무턱대고 내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푸슌: 으으. 장성 공방전에 참가하질 잘했어.

 

푸슌: 허가증이 없다면 마왕 토벌도 도중에 끝났을 거야.

 

잔 다르크: 게다가 위병들에게 붙잡혀서 왕궁으로 끌려가 알현실 폭파의 책임을 졌겠지요.

 

푸슌: 아하하하하…….

 

잔 다르크: 아무튼 폐하를 대신하여 용감하게 싸운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잔 다르크: 아울러 탁월한 공헌을 하신 지휘관님께는 제가 개인적으로 특별한 보상을 드리려고 합니다.

 

지휘관: ……특별한 보상?

 

잔 다르크: 조프르.

 

조프르[전투 천사]: .

 

조프르: 지휘관님. 그동안의 당신의 활약상을 고려해 볼 때 저희는 당신이 마왕 토벌 파티를 이끌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프르: 빛과 정의의 신을 대표하여 당신에게 광명의 가호를 드립니다.

 

조프르: 이 가호가 마왕을 토벌하는 길에 도움이 되기를…….

 

전투 천사 조프르의 기도와 함께 황금빛이 주변을 비췄다.

 

모험 단말기: “시스템: 새 스킬 광명의 가호SSS’를 획득했습니다.”

 

잔 다르크: 무사히 가호가 부여되었군요.

 

잔 다르크: 의식이 끝났으니 오늘밤 중요한 일도 모두 끝났군요.

 

잔 다르크: 연회장으로 돌아가서 다시 연회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잔 다르크: 오늘의 연회는 저희 모두가 마땅이 받아야 할 상입니다.

 

----

 

망루 요새. 객실.

늦은 밤. 캄캄한 방안에서 홀로 서 있는 그림자가 있었다.

 

프리드리히 카를[강철 교회 기술자]: ……설마 가호를 선점당하다니…….

 

프리드리히 카를: 성녀님도 참~ 혼자 앞서나가다니 나쁜 아이네~

 

프리드리히 카를: 하지만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선 정신 영역에만 작용하는 광명의 가호만으로는 부족해.

 

프리드리히 카를: 내가 주는 육체 영역의 강철의 가호도 필요할 거야~

 

프리드리히 카를: 어머? 내 술식에 걸리고도 완전히 잠들지 않다니. 대단하구나 아가.

 

프리드리히 카를: 후후후. 그렇다고 완전히 일어난 것도 아닌 거 같지만~

 

프리드리히 카를: 그럼 내 사랑을 받아줘~

 

프리드리히 카를: 아침에 일어나면 분명 더 강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프리드리히 카를: 마왕 토벌 여행에서의 좋은 꿈이라고 생각하렴.

 

프리드리히 카를: 잘 자. 사랑하는 아가.

 

 

 

~15. 메마른 숲의 소녀들

그 후 파티는 3일간 망루 요새에 머무르며 재정비를 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고, 보급품을 조달하고, 마왕군의 자료를 최대한 살폈다.

그리고 우리는 요새의 문을 지나 마왕군이 장악하고 있는 메마른 대지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정비된 도로는 요새를 빠져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끊기고 말았다.

그대로 가다 보니 짙은 안개로 뒤덮인 숲이 나타났다.

주위 나무들은 생기를 잃은지 오래고, 메마른 가지들은 마치 뒤틀린 팔처럼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오빠. 왠지 느낌이 이상해…….

 

지휘관: 벌써 자료에 있었던 메마른 숲에 들어온 건가?

 

잔 다르크[신성 교회 성녀]: . 여기가 바로 메마른 숲입니다.

 

안개 속에서 나타난 것은 신성 교회의 성녀, 잔 다르크였다.

 

 

→ 왜 여기 있어?

잔 다르크: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잔 다르크: 여러분과 함께 가면 마왕을 토벌하는 순간을 가장 먼저 목격할 수 있으니까요.

 

잔 다르크: 어떠십니까? 저를 가입시켜 주시겠습니까?

 

지휘관: 물론이지.

 

잔 다르크: 후후후.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용사 파티에 들어온 걸 환영해!

잔 다르크: 역시 총명한 지휘관님이시군요.

 

잔 다르크: 저는 여러분의 파티에 가입하기 위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잔 다르크: 여러분과 함께 가면 마왕을 토벌하는 순간을 가장 먼저 목격할 수 있으니까요.

 

 

잔 다르크: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보시다시피 메마른 대지는 말 그대로 황무지입니다.

 

잔 다르크: 이 대지를 이렇게 바꿔놓은 것은 마왕의 마법인데, 저희는 이를 마왕의 저주라고 부릅니다.

 

잔 다르크: 망루 장벽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던 아득한 옛날……. 이곳의 메마른 숲도 이전에는 끝없는 수해의 일부였습니다.

 

잔 다르크: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시들고 생명을 거부하는 구역이 되어 버렸죠.

 

잔 다르크: 정보에 따르면 마왕은 망루 장벽 밖에 대마족이 지키는 3개의 거점을 설치했습니다.

 

잔 다르크: 각각 서부 거점, 중부 거점, 동부 거점입니다.

 

잔 다르크: 마왕은 이 세 거점을 통해 망루 장벽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해 왔습니다.

 

잔 다르크: 저희는 과거에도 신성 원정을 통해 이 저주받은 대지를 정화하려고 노력했지만.

 

잔 다르크: 설령 일부 토지를 정화에 성공한다고 해도이 세 거점이 버티고 있는 한

 

잔 다르크: 정화된 땅도 축복의 힘이 사라지고 다시 황무지로 돌아가 버립니다.

 

지휘관: 그럼 만약 거점을 파괴할 수 있다면.

 

지휘관: 정화한 땅은 황무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가?

 

잔 다르크: . 지휘관님은 지금 빛과 정의의 신의 축복을 지니고 계십니다.

 

잔 다르크: 거점의 영향만 사라지면 그 힘으로 황무지를 정화할 수 있을 겁니다.

 

푸슌[용사]: !? 지휘관이 정화하는 거야?

 

푸슌: 푸슌은?

 

푸슌: 용사 푸슌의 대활약은?

 

잔 다르크: 용사가 활약할 곳은 당연히 마물을 쓰러트리고 거점을 탈환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푸슌: ……, 그렇겠지.

 

푸슌: 확실히! 마물 토벌이야말로 용사가 활약하는 순간이지!

 

푸슌: 그럼 바로 근처 요새의 마물을 토벌하러 가자!

 

누비안[약사]: ! 조용히――!

 

누비안: 메마른 대지에는 흉포한 마물이 대량 서식하고 있다고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버서크 만쥬 슬라임 워리어: 삐약삐약삐약!

 

리버풀[프리스트]: 마물들한테 들켰어.

 

푸슌: . ……, 큰일 났다!

 

지휘관: 진형 변경, 전투 준비!

 

----

 

버서크 만쥬 슬라임 워리어: 삐약삐약삐약!

 

폭탄 만쥬 슬라임: 삐약! 삐약!

 

푸슌: , 마물의 수가 너무 많아!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어!

 

유니콘: 유니콘, MP가 바닥날 거 같아…….

 

리버풀: 나도…….

 

누비안: 이 포션으로 MP를 회복해! 포션은 아직 남았으니까 여긴 누비안한테 맡겨!

 

잔 다르크: 지휘관님. 이대로는 중과부적입니다!

 

지휘관: 장벽 밖의 마물은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군.

 

지휘관: 약점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정면으로 싸우지 않는 게 좋겠어.

 

???: 조금은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 있는 것 같군요.

 

???: 하지만 그만큼 머리가 돌아간다면 처음부터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어야 할 텐데요.

 

 

???: 마물을 교란하는 연막을 쳤습니다. 이 틈에 회복하시죠.

 

???: ……파티는.

 

???: 용사, 프리스트 둘, 약사, 지휘관, 그리고…….

 

???: 왕국군 성녀 아닙니까.

 

잔 다르크: 그 차림은…… 설마 뱀파이어 헌터입니까?

 

잔 다르크: 메마른 대지에서 마왕군에게 저항한다는 조직…….

 

잔 다르크: 그냥 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 일부 사람에게는 허구인 채로 존재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겠죠.

 

셰필드[뱀파이어 헌터]: 처음 뵙겠습니다, 성녀 ’. 뱀파이어 헌터 셰필드라고 합니다.

 

셰필드: 이상하군요. 평소에는 왕궁에 숨어 있어야 할 성녀가 왜 이런 곳까지 나온 겁니까?

 

셰필드: 옛 영토를 버리고, 모험가들을 속여서 죽음으로 내몰고, 장벽 뒤에 숨어 살아갈 생각만 하는 겁쟁이가 된 줄로만 알았는데.

 

잔 다르크: 왕국군 전사들을 모욕하는 언동은 용서치 않겠습니다!

 

잔 다르크: 저희는 매일 마왕을 물리칠 그날을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잔 다르크: 마왕을 토벌하러 나서는 모험가들에게도 언제나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며 지원하고 있습니다!

 

셰필드: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분투한다고요?

 

셰필드: 왕국군의 마지막 신성 원정이 얼마나 오래 전이었는지 기억하십니까?

 

셰필드: 당신이 태어난 이후로 한 번이라도 있었습니까?

 

잔 다르크: 그건…….

 

셰필드: ……재밌군요. 설마 성녀 쯤 되시는 분이 몰래 도망쳐 나오신 것은 아니겠죠?

 

푸슌: ? 그런 거야!?

 

푸슌: 그러면우리 성녀의 탈주를 도운 공범이 된 거야?!

 

푸슌: 왕국군한테 잡히면…… 으으으, 이번에야말로 감옥에 들어갈 거야!

 

잔 다르크: 저는……….

 

잔 다르크: 걱정 마십시오.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독단입니다.

 

잔 다르크: 모든 책임은 저 혼자 지겠습니다. 절대 여러분을 끌어들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지휘관: ……역시 그랬구나.

 

잔 다르크: 제가 몰래 도망쳐 나온 것을 짐작하고도 파티에 받아주신 겁니까?

 

 

→ 사람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잔 다르크: 확실히 마왕을 토벌하는 여정은 사람이 많을수록 안심이 되죠.

 

지휘관: 마왕을 쓰러트린다면 몰래 빠져나온 죄는 묻지 않겠지?

 

잔 다르크: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셨던 겁니까?!

 

→ ‘성녀 유괴’라니. 재밌겠네

잔 다르크: 유, 유괴……?!

 

유니콘: 오빠…….

 

지휘관: 어흠, 그냥 농담이야.

 

 

셰필드: . ……재미있는 파티군요.

 

셰필드: 아무튼 스스로 벽 밖으로 나온 사람은 뱀파이어 헌터의 동료입니다.

 

셰필드: 슬슬 회복은 마치셨습니까?

 

셰필드: 죽기 싫으면 따라 오세요.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16. 뱀파이어 헌터

뱀파이어 헌터 셰필드의 발걸음을 따라 고목과 폐허 속을 나아갔다.

 

셰필드[뱀파이어 헌터]: 여러분이 공략하고자 하는 마왕군의 거점은 영야의 어둠이라는 강력한 배리어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셰필드: 흡혈귀의 비전 술식이라 해제 방법을 모르면 절대로 안으로 진입할 수 없습니다.

 

셰필드: 오랫동안 싸워온 저희조차 어느 거점도 공략하지 못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셰필드: 세 거점 중 가장 방어 전력이 강한 곳은 중부 거점입니다.

 

셰필드: 망루 요새의 출입구에 가장 가까운 거점이라 마왕도 특히 신경 써서 보강을 행했습니다.

 

셰필드: 몇 년간 요새의 문을 나오자마자 이 최강의 거점으로 바로 돌입한 파티도 있었습니다만…….

 

셰필드: 그들은 모두 너무나 쉽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잔 다르크[신성 교회 성녀]: ……저희도 하마터면 그렇게 될 뻔했군요.

 

셰필드: 저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봐야 되겠죠.

 

셰필드: , 운도 실력의 일부입니다. 때로는 운이 실력보다 중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셰필드: 그것이 바로 제가 여러분 가운데서 찾은 가능성이고, 제가 여러분을 돕기로 한 이유입니다.

 

셰필드: ……곧 저희의 거점에 도착합니다.

 

셰필드의 시선을 쫓았지만 그곳에는 폐허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휘관: 뱀파이어 헌터의 거점은유적지인가?

 

셰필드: 아뇨. 그 아래입니다.

 

셰필드: 위장하고 있으니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죠.

 

멀리서 유적을 탐색하다 보니 웅장한 성벽 터에 나도 모르게 흥미를 느꼈다.

성벽 대부분은 무너져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부분은 하늘을 향해 고고하게 솟아 있었다.

 

지휘관: 구 왕성의 성벽 터인가?

 

자이들리츠[뱀파이어 헌터]: . 하지만 다들 천관성벽 유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자이들리츠: 당신들에게는 먼 옛날의 일일지도 모르지만, 저희에게는어제 일과도 같습니다.

 

자이들리츠: 셰피. 또 길을 잃은 모험가를 데려온 겁니까?

 

셰필드: ……말이 많군요.

 

자이들리츠: 후후, 다 압니다. 들어오시죠, 모험가 여러분. 여기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뭐하니까요.

 

----

 

폐허 속 마법으로 보호받는 입구를 지나 뱀파이어 헌터의 거점으로 들어갔다.

눅눅한 지하 공간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꽤 넓고 쾌적했다.

 

자이들리츠: 그래도 계속 생활할 장소인데 적당히 꾸밀 수는 없으니까요.

 

푸슌: 사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여기서 꽤 오래 살아온 거 같은데혹시 나이 많아?

 

자이들리츠: 나이가 많냐고요?

 

자이들리츠: 후후후. 그렇게 묻는다는 건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거나, 왕국에 저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이겠군요.

 

자이들리츠: 저희 뱀파이어 헌터는 구 왕성이 함락되기 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잔 다르크[신성 교회 성녀]: 구 왕성의 함락. 수백 년 전 일이었죠?

 

자이들리츠: …… 그렇습니다.

 

자이들리츠: 지금 마왕 휘하에 있는 흡혈귀들은 원래 인간 왕국의 귀족들이었습니다.

 

자이들리츠: 사실 아득한 옛날, 흡혈귀와 인간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자이들리츠: 운명의 날……. 마왕군의 대군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자이들리츠: 왕이 대부분의 전력을 마왕군과의 전선으로 돌렸을 때, 비열하게도 흡혈귀들은 배후에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자이들리츠: 이 반란으로 결국 인간 왕국의 왕도는 멸망했고, 발라드 성에는 그 이후 더 이상 노래가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이들리츠: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내 지도 위에는 구 왕도 유적이라는 이름만이 남게 되었죠.

 

자이들리츠: 저희는 그날, 왕도의 재앙에서 살아남은 자들입니다.

 

자이들리츠: 시민, 위병, 메이드, 상인, 장인……. 왕성 함락 전까지는 제각기 다른 신분이었지만…….

 

자이들리츠: 지금은 모두 뱀파이어 헌터입니다.

 

자이들리츠: 저희는 맹세했습니다. 저희와 흡혈귀 중 어느 쪽이 완전히 멸망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잔 다르크: 설마 구 왕도 함락에 그런 진실이 숨어 있었다니.

 

잔 다르크: 왕도 천도의 대혼란 속에서 그 부분의 역사는 완전히 소실되어 버렸습니다.

 

잔 다르크: 저희는 마왕이 무력만으로 구 왕도를 함락시킨 줄 알았는데.

 

셰필드[뱀파이어 헌터]: . 마왕에게 그런 힘이 있다면 고작 망루 장벽에 가로막힐 리가 없겠죠.

 

잔 다르크: ……여러분도 과거에는 인간이었군요.

 

잔 다르크: 하지만 인간은 수백 년을 살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으신 겁니까?

 

자이들리츠: 정상적인 인간은 이렇게 오래 살 수 없죠.

 

자이들리츠: 그날 왕도에서 벌어진 재앙은 너무도 끔찍해서 일부 신들이 자비를 베푼 걸지도 모르겠군요.

 

자이들리츠: 신들의 가호 덕분에 저희는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자이들리츠: 여기 있는 사람들 말고는…… 모두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자이들리츠: 차라리 혼란 가운데 목숨을 잃었으면 좋았을 것을…….

 

자이들리츠: 많은 사람들은 마법의 독무를 들이마시고 오직 흡혈귀의 말에 순종하는 불사의 마물로 변했습니다.

 

자이들리츠: 왕도를 함락시킨 공로로 배신자 흡혈귀들은 기꺼이 마왕 진영에 가담했고, 지금은 마왕군 간부까지 올랐다는 걸 생각하면…….

 

지휘관: (가호와 저주…….)

 

지휘관: (뱀파이어 헌터는 신들의 가호로 인해 수명이 연장됐고, 대마법사 래피는 저주로 인해 수명이 연장됐어.)

 

지휘관: (불사의 마물도어느 의미에서는 수명이 연장되었다고 불 수도 있지.)

 

지휘관: (. 이런 현상들 간에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왕도에서 벌어진 일은 생각보다 더 복잡할지도 몰라…….)

 

지휘관: 구 왕성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어?

 

자이들리츠: ……설마 방금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탐색해 보려는 겁니까?

 

자이들리츠: 그렇다면 단념하시는 게 좋습니다.

 

자이들리츠: 그곳은 왕도가 함락된 날부터 언데드들의 본거지가 되어 저희조차 쉽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

 

지휘관: 거점을 지키는 영야의 어둠은 흡혈귀의 술식이라고 그랬지?

 

지휘관: 만약 왕성의 폐허가 일찍이 흡혈귀의 본거지였고, 게다가 순식간에 멸망했다면

 

지휘관: 술식을 풀 방법도 폐허 속에 파묻혀 있을지도 몰라.

 

지휘관: 만약 찾아낼 수만 있다면 거점의 배리어를 깨고 흡혈귀들을 물리칠 수 있을 거야.

 

셰필드: 일리있군요. 당신의 강운이라면 정말로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이들리츠: 그럼…… 좋습니다.

 

자이들리츠: 오늘은 늦었으니 부디 편히 쉬십시오. 내일 아침 함께 구 왕성 폐허로 보물을 찾으러 가봅시다!

 

 

 

~17. 템페스타 해적단

발라드 성’. 거리에 끊임없이 음악이 울려 퍼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때 인간 왕국의 심장부이기도 했던 이 땅은, 비록 폐허가 되었어도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보여주는 듯했다.

 

셰필드[뱀파이어 헌터]: 다녀왔습니다. 발라드 성.

 

셰필드: 폐허가 되었어도 당시의 격렬한 전화는 피했기 때문에 도시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셰필드: 흡혈귀 귀족들은 모두 왕궁에 살았으니 이 길을 따라 쭉 가기만 한다면.

 

셰필드: 이상하네요. 자이들리츠, 언데드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만.

 

자이들리츠[뱀파이어 헌터]: 그렇군요. 이곳은 언데드의 소굴인데.

 

위더[템페스타 해적단]: 후아암. 템페스타 해적단의 영토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대체 누구야?

 

리버풀[프리스트]: 템페스타 해적단?

 

골든 하인드[템페스타 해적단]: 어머~ 누군가 했더니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모험가들이잖아~

 

골든 하인드: 후후후. 왕성 폐허에서 보물찾기라도 하러 왔니?

 

메리 셀러스트[템페스타 해적단]: 이곳을 통과하고 싶다면 돈을 내놔라!

 

누비안[약사]: 뭐야, 도적 떼였잖아.

 

메리 셀러스트: 도적이라니! 우리는 엄연히 해적이라구.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뭍에서 활동하는 해적? 유니콘, 처음 봤어.

 

메리 셀러스트: 후후, 그럼 이제 처음이 아니지? 아니 아니!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휘말릴 뻔했어.

 

메리 셀러스트: 두목.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위더: 돈을 내놔――까지.

 

메리 셀러스트: 그랬지. 돈을 내놔라!

 

푸슌[용사]: 해적 주제에 용사 파티에게 협박을 하다니 배짱도 좋군!

 

푸슌: 이 푸슌이 혼쭐을 내주마!

 

----

 

위더: 얘들아잠깐 멈춰봐!

 

위더: 저쪽 지휘관이 두르고 있는 기운낯익지 않아?

 

골든 하인드: 어머? 저건 설마광명의 가호?

 

메리 셀러스트: 빛과 정의의 신의 광명의 가호? 왕국군 사람이었나!?

 

메리 셀러스트: 어이~ 거기 지휘관님~ 잠깐 멈춰 봐~

 

메리 셀러스트: 다 오해니까~

 

공격을 멈추게 한다

 

지휘관: 오해?

 

위더: . 오해야.

 

위더: 드디어드디어 왔구나. 위더는 계속 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위더: 그러니까 빨리 남은 대금을 치러줘!

 

→ …?

→ …남은?

→ …대금?

 

위더: 하아. 벌써 수백 년이 흘렀구나…….

 

위더: 우리는 원래 가끔 사소한 악행만 저지르는 자유로운 해적이었어.

 

위더: 물론 보급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뭍으로 올라가기도 했었고.

 

위더: 그럴 때면 언제나 용병 일로 잔돈을 벌곤 했지.

 

위더: 그랬던 어느 날. 큰돈이 걸린 일을 끝내고 뒤풀이를 하러 왕도로 돌아갔는데…….

 

위더: 밥을 먹는 중에 갑자기 거리에서 소동이 일어난 거야.

 

위더: 그리고 갑자기 왕도의 높으신 분이 나타나 왕궁을 지켜달라며 우리를 고용하려고 했어.

 

위더: 이 템페스타 해적단을 돈으로 사려고 하다니, 우릴 모욕할 셈인가 싶어서 거절하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어.

 

위더: 그런데그 일을 몇백 년이나 계속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구!

 

메리 셀러스트: 우리는 왕도에 저주가 내려 대부분의 국민이 자아가 없는 언데드로 바뀌는 순간을 목격했어.

 

메리 셀러스트: 개척과 모험의 신에 대한 믿음이 보상을 받았는지, 우리는 비록 죽었지만 이렇게 유령 해적이라는 모습으로 남을 수 있었지.

 

위더: 사실 유령 해적이란 거 멋있어서 좋지만.

 

위더: 그래도 말야! 같은 곳에서 몇백 년동안 일하는 건 너무하잖아! 위더 이제 지쳤어. 일하고 싶지 않아.

 

위더: 겨우겨우 마지막 대금이 청산되는 날이 왔어…….

 

푸슌: 으으음. 뭐랄까, 눈물을 자아내는 불쌍한 이벤트인데.

 

푸슌: 왜 이렇게 웃기지.

 

푸슌: 뭐 용사는 의협심도 가져야 하는 법이니까!

 

푸슌: 결국 돈이지? 저번에 망루 요새에서 많이 받았으니까!

 

푸슌: ! 이거면 충분해?

 

푸슌은 금화 한 자루를 꺼내서 툭 바닥에 던졌다.

 

위더: 어디 보자. 뭐야 이게. 누구 아는 사람 있어?

 

골든 하인드: 글쎄이런 동전은 본 적이 없는데~

 

메리 셀러스트: ! 가짜 돈으로 우릴 속이려는 거지!

 

푸슌: , 가짜?! 왕도에서 사용되는 진짜 금화인데?

 

지휘관: 흐음. 유령 해적들은 계속 이곳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통화가 바뀐 걸 모르는구나.

 

지휘관: 이곳을 지나가려면 이들이 알고 있는 구 왕국의 금화가 필요하겠어…….

 

지휘관: 그러고 보니 구 왕국 시절의 금화를 한 닢 가지고 있었지.

 

구 왕국 시절의 금화를 건넨다

 

메리 셀러스트: 이거지 이거. 역시 갖고 있었잖아!

 

메리 셀러스트: 그치만 한 닢만으로는 너무 부족한데?

 

지휘관: 알아. 이건 우리의 성의를 증명하는 보증금이라고 생각해줘.

 

지휘관: 우리를 들여보내 줄 수 있을까? 왕궁에서의 일이 끝나면 나머지도 지불할 테니까.

 

위더: 좋아. 그렇게 하지.

 

위더: 길을 터서 얘들을 지나가게 해줘

 

 

 

 ~18. 과거의 잔영
구 왕성 폐허. 왕궁.

잔 다르크[신성 교회 성녀]: 지휘관님. 왕성 폐허에서 정말 충분한 금화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휘관: 응. 직감이긴 하지만.

지휘관: 왕도가 함락되었을 때 임시로 징집되었던 해적들은 남은 대금에 대한 집착으로 이곳을 지키는 유령 군단으로 변했어.

지휘관: 하지만 뜻밖에도 그 유령 군단 덕분에 왕성 폐허는 수백 년 동안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었지.

지휘관: 그리고 왕성은 마침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고…….

지휘관: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려워.

지휘관: 유령이 되는 것 역시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뱀파이어 헌터의 형성과도 뭔가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 폐허에 정보 분석 스킬을 사용한다

잔 다르크: 여러분. 저기 벽에 돌이 빛나고 있습니다…!

셰필드[뱀파이어 헌터]: 설마… 숨겨진 방이 있다는 겁니까?

중후한 벽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서재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은 퀴퀴한 공기로 가득했고, 바닥에는 먼지가 잔뜩 쌓인 융단이 깔려 있었다. 마력으로 작동하는 램프는 불이 켜지긴 했지만 그 빛은 매우 미약했다.
서재 안쪽 책상에는 황금색 마법의 구체가 조용히 떠 있었다.

잔 다르크: 이 마법은…… 시간의 흐름을 늦추기 위한 궁정 마법입니다….

잔 다르크: 보통 문화재나 중요한 문서를 보존하는 데 쓰이는데…… 아!

구체를 만지자 마법진이 해제되고 수백 년 간 보호받고 있었던 내용물이 드러났다.
그것은 한 묶음의 문서와 편지 한 통이었다.

듀크 오브 요크[흡혈귀 공작]: 나는 왕도 흡혈귀 일족의 수장, 듀크 오브 요크다.

듀크 오브 요크: 아니…… 일족의 수장‘이었다’라고 해야 할까.

듀크 오브 요크: 이 편지가 몇 년 뒤에 읽힐지, 애초에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듀크 오브 요크: 나는 이 모든 사건을 기록할 의무가 있다.

듀크 오브 요크: 한 달 전. 이상한 병이 우리 일족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듀크 오브 요크: 처음에는 단순한 허약의 저주라고 생각했다.

듀크 오브 요크: 하지만 이 병에 걸린 흡혈귀는 일족과의 유대를 점점 잊고, 다른 목소리에 따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듀크 오브 요크: 그 목소리가 마왕의 부름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는 흡혈귀 일족을 지배하려는 마왕의 음모였다.

듀크 오브 요크: 하지만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듀크 오브 요크: 지금 이 순간, 흡혈귀의 ‘배신’으로 내가 사랑하는 왕도는 불타고 있다.

듀크 오브 요크: 남은 시간은 매우 적다.

듀크 오브 요크: 하지만 아직 최후의 카드가 남아 있다.

듀크 오브 요크: 적어도 일부의 생명과

듀크 오브 요크: 진실이 감춰진 이 방만은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듀크 오브 요크: 이 방 구석의 상자에는 해적단에게 지불할 금화가 보관되어 있다.

듀크 오브 요크: 책상 위에는 ‘영야의 어둠’을 푸는 술식과… 흡혈귀를 퇴치하는 술식의 서가 놓여 있다.

듀크 오브 요크: …이 편지를 발견한 그대여.

듀크 오브 요크: 부디 올바른 길을 관철하고 나의 권속을 해방시켜 주기 바란다――


난잡한 글씨로 휘갈긴 편지의 내용은 여기서 완전히 끊겼다.

자이들리츠[뱀파이어 헌터]: …흡혈귀 일족은 배신한 것이 아니라… 마왕에게 조종당하고 있던 거였군요….

자이들리츠: 저희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흡혈귀의 술식 덕분이라니….

자이들리츠: 하아…. 웃지 못할 진실이네요.

지휘관: 뒤늦은 진실 또한 진실이지.

셰필드: …그 말이 맞습니다. 진실은 진실입니다.

셰필드: 왕도가 멸망한 이유도 알았고,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도 말았습니다.

셰필드: 가시죠, 지휘관님. 필요한 정보는 모두 얻었습니다.

셰필드: 이제 세 거점을 함락시켜야만 합니다.

----

숨겨진 방에서 찾은 구 왕국 금화를 모두 템페스타 해적단에 전달했다.

위더[템페스타 해적단]: 이, 이렇게 많이…?

위더: 몇백 년치 이자를 다 합쳐도 이 정도는 안 될 텐데…?

골든 하인드[템페스타 해적단]: 위대한 모험가는… 정말로 씀씀이가 후하구나~

골든 하인드: 템페스타 해적단은 돈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분과는 좋은 관계로 남고 싶은걸♡

골든 하인드: 이 ‘해조의 나팔’을 받아줘~ 우리의 우정의 상징이야♪

메리 셀러스트[템페스타 해적단]: 위기에 처했을 때 불면 우리 템페스타 해적단이 바로 달려올게!

모험 단말기: “시스템: 새로운 스킬 ‘해조의 나팔SSS’를 획득했습니다.”

모험 단말기: “시스템: 현재 학습 가능한 스킬 수가 상한에 도달했습니다. 스킬을 교체하거나 획득한 스킬을 포기하십시오.”

지휘관: 흠…. ‘투척’은 유일한 전투 스킬이니까 버릴 수는 없고.

지휘관: ‘주력’은…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써본 적 없었지….

지휘관: 애초에 ‘주력’ 스킬이 없다고 못 달리는 것도 아니잖아?

‘주력’ 스킬을 눌러 소지 스킬을 교체했다.



 ~19. 동부 거점
문서에 기록된 술식에 따라 일행은 ‘영야의 어둠’을 해제하고 동부 거점에 발을 들였다.
이곳에 주둔하고 있던 흡혈귀들은 거점 방어 술식이 해제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한 듯,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손쉽게 제압당했다.

U-47[흡혈귀 문지기]: 큭……. 이 술식은…….

U-47: 너희들. 요크 수장과 무슨 관계지…?

U-47: …그렇군.

U-47: ……그 술식 덕분에 이제야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야.

U-47: ……벌써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U-47: ……그럼 나도 이제 쉬어야겠어.

U-47: ……거점 세 개를 모두 제압할 셈이야?

U-47: 내가 쓰러지면 다른 거점들은 경계를 강화할 테니까 기습은 한 번밖에 쓸 수 없을 거야.

U-47: 중부 거점은 아가씨와 메이드장이 직접 지키고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가는 게 좋을 거야…….

U-47: 우선은 서부 거점으로 가.

U-47: 서부 거점의 방어를 담당하고 있는 건 엘빙이야. 그 아이는 단 것을 매우 좋아해.

U-47: 특히 독창성이 풍부한 것들…….

U-47: 마왕군의 초토화 작전 때문에 분명 오랫동안 달콤한 걸 먹지 못했을 거야.

U-47: 그녀의 영지를 지나가는 밀수업자로 변장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바치겠다고 하면

U-47: 어쩌면 혹해서 너희를 만나 줄지도 몰라.

U-47: 그러면 기회가 생기는 거지.

U-47: ……그럼 안녕.

U-47: ……모험가들. 반드시 마왕을 물리쳐줘.



 ~20. 서부 거점
메마른 숲. 서부 거점으로 가던 도중――

잔 다르크[신성 교회 성녀]: 독창적인 디저트……. 과연 어떻게 해야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누비안[약사]: 디저트는 맛이 중요하지.

누비안: 평범한 디저트하고 다른 맛을 낼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누비안: 흐흥. 마침 맛을 바꿀 수 있는 마법약을 몇 개 가지고 있어!

리버풀[프리스트]: 재료도 일반 디저트하고는 다른 게 좋겠지!

리버풀: 만쥬 슬라임 장어 뭐시기를 쓴다면… 분명 독창성이 부각될 거야!

푸슌[용사]: 색깔하고 모양도!

푸슌: 디저트 색깔하고 모양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푸슌: 색깔은…… 일단 컬러풀해야지! 무지개색 같은 알록달록한 게 좋지 않을까?

푸슌: 모양도 임팩트 있는 게 좋겠어! 눈에 확 들어오는 걸로!

푸슌: 예를 들면…… “컬러풀 시한폭탄 만쥬 슬라임 빅 케이크‘ 같은 건 어때?


→ 향기도 잊지 마!
지휘관: “색, 향, 맛을 모두 갖춰야 비로소 음식이 된다.”…. ‘향’은 냄새, 즉 후각의 자극도 중요해.

지휘관: 좀 더 독특한 향취도 더해 보자!

푸슌: 역시 지휘관! 부족한 점을 이렇게 쉽게 찾아내다니!

누비안: 향기라……. 마법약에서 쓸 만한 걸 찾아 볼게!

→ 그걸로 결정!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오, 오빠……. 이거 정말 먹을 수 있는 거야…?

지휘관: 흡혈귀의 미각은 인간과는 다를 수도 있잖아?

→ …………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오, 오빠……. 이거 정말 먹을 수 있는 거야…?

지휘관: 흐, 흡혈귀의 미각이 인간과 다르기를 빌자…….


자이들리츠[뱀파이어 헌터]: ……재미있는 게 만들어질 것 같네요.

셰필드[뱀파이어 헌터]: 저는 연기는 서투르니 이번 작전에는 참가하지 않겠습니다.

셰필드: 먼저 가서 중부 거점의 동향을 살피고 있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

용사 파티는 ‘컬러풀 시한폭탄 만쥬 슬라임 빅 케이크’를 들고 당당히 서부 거점에 접근했다.
가는 길에는 마물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엘빙[흡혈귀 차녀]: 정말로 독창적인 케이크…….

엘빙: 너희는 엘빙의 영토를 지나가는 밀수업자야……?

엘빙: 응……. 케이크는 두고 가도 좋아….

엘빙: 아니, 잠깐만…. 그대로 들고 있어. 지금 바로 맛보고 싶어…!

푸슌: 흐흥! 성공이다! 역시 케이크에 정신을 빼앗겼어!

만드는 과정은 엉망진창이었지만 적어도 케이크는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엘빙은 무방비 상태로 푸슌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주의가 온통 케이크로 쏠린 그 순간, 기회를 엿보고 있던 뱀파이어 헌터가 마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클린 히트를 선사했다.

엘빙: 아아……. 엘빙의 몸에서 생명의 힘이 빠져나가고 있어…….

엘빙: 저주의 힘도 같이…….

엘빙: 드디어 해방되는구나…….

엘빙: ……정말로 진기한 케이크를 볼 수 있어서

엘빙: ……너무 기뻤어…….

엘빙: 부디… 언니하고 메이드장을 부탁해…….

엘빙: 행운을 빌게…. 정의의 모험가 여러분…….



 ~21. 중부 거점
메마른 숲. 중부 거점으로 가는 도중――

셰필드[뱀파이어 헌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당장 작전을 변경하십시오.

자이들리츠[뱀파이어 헌터]: 셰피? 무슨 일입니까?

셰필드: 중부 거점은 지금 마왕군과 교전 중입니다.

잔 다르크[신성 교회 성녀]: ……마왕군과?

셰필드: 네.

셰필드: 두 거점을 잇달아 잃어서 초조해졌는지 마왕은 중부 거점에 새 담당자를 파견했습니다.

셰필드: 하지만 인수인계가 순조롭지 않은 것 같아서… 아무튼 지금은 양측의 군세가 난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푸슌[용사]: 기회다! 지휘관, 빨리 상황을 보러 가자!

----

중부 요새 안으로 들어가자 전투는 거의 끝나가는 중이었다.

뤼초[흡혈귀 장녀]: 후아아암…. 설마… 내가 이렇게 될 줄이야….

튀링겐[흡혈귀 메이드장]: 걱정 마라 뤼초. 내가 곁에 있겠다.

푸슌: 버, 벌써 흡혈귀 두 명을 쓰러트렸어!?

???: 후후후. 너희는 지나가는 모험가니?

???: 마침 잘됐어. 이런 멋진 광경을 지켜봐 주는 사람이 없다면 무척이나 아쉬우니까.

잔 다르크: …당신은 누구죠!?

???: 나?

 

뱀파이어[완벽하고 궁극적인 흡혈귀]: 나는 뱀파이어. 그 어떤 약점도 없는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흡혈귀야♪

뱀파이어: 마왕님의 명령으로 이 거점을 인수하게 됐어.

뱀파이어: 구세대 흡혈귀는 약한데다 고지식하기까지 하니까 내친김에 천국으로 보내줬지.

셰필드: 지휘관님. 이 흡혈귀는 확실히 강합니다.

셰필드: 하지만 부상을 당한 상태라 만전의 컨디션은 아닙니다.

자이들리츠: 네. 제가 보기에도 그렇군요.

자이들리츠: 하지만 경이로운 자기재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격하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 ‘정보 분석’ 스킬을 사용한다
분석에 따르면 정마로 아무런 약점이 존재하지 않는 강력한 흡혈귀였다.
하지만 현재 HP는 기껏해야 최대치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방안에 어떤 장치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지휘관: (접힌 공간 속에 숨겨진 함정…. 흡혈귀 메이드가 설치했지만 미처 사용하지 못한 거겠지.)

지휘관: (어쩌면 지금 싸움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지휘관: 모두 제 위치로! 전투 준비!

뱀파이어: 흐흥~ 내게 도전할 셈이야? 정말이지 목숨 아까운 줄을 모르네.

뱀파이어: 완벽하고 궁극적인 흡혈귀의 힘을 보여 주겠어――!

----

――――!!!

뱀파이어: 흥. 그 정도로 완벽하고 궁극적인 흡혈귀인 이 뱀파이어를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해?

뱀파이어: 나와라 나의 사역마들이여! 분수를 모르는 인간들에게 영원한 해방을 안겨 주어라!

윙드 만쥬 슬라임 군단: 삐약삐약삐약―――!!

지휘관: 유니콘과 리버풀은 MP 관리에 신경 써. 소모량이 적은 지속 회복 주문부터 사용해!

지휘관: 누비안, 마물 떼거리에 전체 공격 폭발 마법약을 사용해!

지휘관: 셰필드와 자이들리츠는 고립된 마물을 일점사로 한 놈씩 해치워!

지휘관: 잔 다르크는 회복 마법진 안에 남아서 다가오는 적을 처리해줘!

지휘관: 푸슌, 진형을 유지해! 혼자 튀어나가지 말고!

뱀파이어: 흥. 빈틈이 없네~

뱀파이어: 용사 파티의 지휘관… 너부터 먼저 처리해야겠어!

지휘관: 걸렸군.

지휘관: 일부러 눈에 띄게 지시를 내린 보람이 있었어.

나를 향해 돌진한 뱀파이어는 곧 흡혈귀 메이드가 사라지기 전에 설치한 함정에 걸렸다.
그리고――시간이 멈췄다.

→ 시간 정지 마법이었나…?!
→ 역시 시간 정지 마법이었군…!
→ THE――WORLD
지휘관: 시간이여 멈춰라!

뱀파이어: 으윽, 몸이… 움직이지 않아….

푸슌: 이걸로 끝이다아아――!

뱀파이어: 당! 했! 다!

----

이로써 마왕군의 거점 세 개가 모두 파괴되었다.
나는 ‘광명의 가호’의 힘으로 저주를 정화했고, 메마른 대지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었다.

셰필드: 처음에는 그저 또 다른 무모한 모험가들을 만났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셰필드: 하지만 설마 여기까지 해낼 줄이야…….

자이들리츠: 뱀파이어 헌터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이들리츠: 뱀파이어 헌터는 영원히 여러분의 맹우로 남을 것입니다.

자이들리츠: 이곳에서의 싸움은 끝났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각지로 향하여 다른 헌터들에게 왕도 함락의 진실을 전할 것입니다.

자이들리츠: 당분간은 만날 수 없게 되겠군요.

셰필드: …뱀파이어 헌터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증표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셰필드: 하지만 안심하십시오. 여러분이 마왕과 결전을 벌일 때――

셰필드&자이들리츠: 뱀파이어 헌터는 반드시 거기 있을 것입니다!



 ~22. 무기고 전투
마왕군의 무기고. 마굴 데모넨홀레(Dämonenhöhle).
염옥호의 중심에 위치한 마왕군의 전략적 요충지.
무기고는 연중 작열하는 용암에 둘러싸여 있어 수많은 공격자들의 악몽이 되곤 했다.
드래곤 로드가 통솔하는 공중사냥부대는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망루 장벽을 끊임없이 습격하고 있었다.

잔 다르크: ……오늘이야말로 모든 것을 끝낼 때입니다.

푸슌: 또 만났구나! 저번에 우리한테 진 놈!

누비안: 지난번에는 꼬리를 말고 도망쳤지만,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거야!

블뤼허[드래곤 로드]: 냐하? ……너희 진심이야?

블뤼허: 망루 장벽에서 내가 방심했던 건 인정할게!

블뤼허: 하지만―! 여기 데모넨홀레에서, 내 본거지에서 단 6명만으로 나하고 맞서겠다고?

리버풀: 그래! 왜, 무서워?

리버풀: 무서우면 빨리 항복해~

블뤼허: 으그그극! 열받아!

블뤼허: 자꾸 그렇게 건방지게 굴면 공중사냥부대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 주겠어!

블뤼허: 다크 만쥬 슬라임 기사대! 따라와!

다크 만쥬 슬라임 나이트: 삐약삐약!

유니콘: 오빠. 적의 대군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지휘관: 그렇다면 ‘해조’를 연주하자.

→ ‘해조의 나팔’을 발동한다

유유한 뿔 나팔 소리와 함께 우리는 마물 대군을 향해 돌격했다.
물론 돌격한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해조의 물결이 일으키는 물보라와 함께 유령의 해적선이 돌격에 가담했다.
그 군세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파도 소리 역시 더욱 요란해졌다.

위더: 템페스타 해적단, 해조의 나팔 소리를 듣고 약속대로 찾아왔어~

골든 하인드: 후후후. 씀씀이가 후한 친구들~ 또 만났네~

메리 셀러스트: 용암 속으로 배를 몰아서 건너편 요새를 공략하는 거야?

메리 셀러스트: 하하하. 이렇게 재미있는 작전에 참가하는 건 처음인걸!

로열 포춘[개척과 모험의 신]: 응응! 나도 이렇게 재밌는 건 처음 봐!

메리 셀러스트: 당신은… 개척과 모험의 신? 전설의 로열 포춘!?

로열 포춘: 맞아! 다들 오랜만이야!

로열 포춘: 그냥 멍하니 있었는데 갑자기 해조의 나팔 소리가 들려서 말야.

로열 포춘: 무슨 일인가 하고 와 봤는데 설마 이런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이야♪

로열 포춘: 유령 해적단이 드래곤 로드에 도전한다?

로열 포춘: 즐거운 카니발에 나도 끼워줘!

----

블뤼허: 아하하하하…….

블뤼허 이젠 하나도 모르겠어!

블뤼허: 언데드 유령 해적단?

블뤼허: 개척과 모험의 신?

블뤼허: 블뤼허……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패배 대사를 남기고 드래곤 로드는 마력의 조각이 되어 사라졌다.
염옥호 전역의 마물들은 해적 군단에게 모조리 소탕되었다.

로열 포춘: 하하하! 통쾌한 전투였네!

로열 포춘: 이렇게 재밌는 일을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이야!

로열 포춘: 템페스타 해적단은 계약을 다 이행했으니 나하고 같이 가자.

로열 포춘: 세계의 법칙에 따라 죽은 자는 편히 쉬어야 하는 법이야.

골든 하인드: 후후. 모험가 여러분~ 약속도 지켰으니 더는 이 세상에 아무런 미련은 없어~

메리 셀러스트: 드디어 푹 잘 수 있겠구나~

위더: 응……. 몇백 년이나 계속 싸워서… 이젠 지쳤어…….

위더: 그럼 앞으로의 여정에 행운을 빌게……. 씀씀이 후한 손님들….

리버풀: 아아 마지막으로 기념사진 한 장만 찍자! 자 다들 스마일♪

로열 포춘: 치~즈!

리버풀: 잘 가~ 템페스타 해적단! 개척과 모험의 신님~!



 ~23. 보급 거점 전투
마왕군의 무기고를 제압하고 템페스타 해적단을 배웅한 뒤, 일행은 기세를 몰아 계속 전진했다.
이내 마왕성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인 마왕군 보급 거점에 도착했다.

잔 다르크[신성 교회 성녀]: …신성 교회의 고지도에는 이곳은 항구 도시 슈니하펜(Schneehafen)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잔 다르크: 마왕이 나타나기 전에는 왕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였는데….

잔 다르크: 이 유적을 직접 보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오빠. 정찰하고 왔어.

푸슌[용사]: 으으응~ 유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느낌 정말 최고!

푸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역시 멋있다니까!

유니콘: 푸슌. 요점만 전하자….

푸슌: 어흠. 지휘관, 중대한 발견이 있었어!

푸슌: 보급 거점에 주둔하고 있었던 마물 대군이 뿔뿔이 도망치고 있어!

잔 다르크: …싸우지 않고 도망치다니…. 데모넨홀레가 파괴된 것을 보고 겁을 먹은 걸까요?

지휘관: 그럴지도…. 템페스타 해적단이 떠난다는 걸 아직 모르는 모양이야.

지휘관: 절호의 찬스로군….

지휘관: 혼란을 틈타서 보급 거점을 점령하자!

----

마왕 보급 거점. 메인 홀.

쾅――!!

푸슌: 어이~ 대마족! 있냐~? 용사 푸슌이 너를 토벌하러 왔다!

푸슌: 어? 지휘관… 아무도 없는데?

지휘관: 설마 여기도 포기했다고…?

누비안[약사]: 그러고 보면 오는 길에 아무런 저항도 없었네. 여기 대마족도 도망쳤나….

리버풀[프리스트]: …도망쳐? 마왕군 간부 중에도 겁쟁이가 있구나.

유니콘: 오빠… 책상 위에 편지가 있어.

잔 다르크: 무슨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지휘관님, 제가 열겠습니다.

 

야드[마녀 아이돌]: “일면식도 없는 모험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야드: “무기고에서 여러분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어요.”

야드: “그런 힘이 있다면 마왕성을 함락하는 것도 시간문제겠죠?”

야드: “야드는 여기 남아서 마왕의 버림 패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야드: “그러니 한 발 먼저 실례합니다♪”

야드: “보급 거점은 이제 여러분 차지예요.”

야드: “보물은 상자에 담아 뒀으니까 맘대로 가져가도 돼요.”

야드: “보급 물자도 창고에 뒀으니까 까먹지 마세요.”

야드: “야드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도 하나 남겨 놨으니까 꼭 들어 주세요♪”

야드: “전부 야드의 라이브, 그것도 베스트 셀렉션이에요♪”

야드: “후후후. 야드는 이렇게나 착한 아이인데…….”

야드: “혹시 이후 다른 곳에서 만나거나 한다면…”

야드: “오늘 일을 봐서 용서해 주세요♪”

야드: “마왕군 간부, 대마족 마녀 아이돌 착한 아이 야드가.”


리버풀: 정말로 맡은 거점을 버리고 도망친 거구나….

푸슌: 음…. 대세를 잘 아는 마족인 거 같네.

유니콘: 이런 대마족을 놓치면… 두고두고 문제가 생길 거 같은데….

지휘관: 적어도 마왕을 토벌하기까지는 별 문제는 없을 거야.

유니콘: 응…. 오빠 말이 맞아.

지휘관: 다음에 이 야드란 아이를 만나면…….

→ 그냥 봐주자
→ 아주 그냥 2배로 참교육 해주자



 ~24. 왕도에서 온 천사
보급 거점이 함락된 이후 마왕성으로 가는 길을 막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왕성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방어 마법진이 또렷이 보일 정도였다.
드디어 마왕과의 결전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푸슌[용사]: 휴우…. 마왕성에 가까워질수록 왠지 뜨거워지네….

푸슌: 누비안. 열을 내릴 수 있는 포션 같은 건 없어?

누비안[약사]: 음… 급속 냉동 포션이라면 있는데?

푸슌: 그럼 얼어버리잖아!?

푸슌: 유니콘, 유우 좀 빌려줄래?

유니콘[견습 프리스트]: ……으으…….

푸슌: 하늘에서 바람을 쐬면 얼마나 시원할까… 아!?

푸슌: 지휘관! 하늘에서 뭔가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어!

누비안: 저건… 왕국군의 전투 천사?

누비안: 우왓! 설마 성녀님을 잡으러 온 거야?

푸슌: 안 돼! 성녀는 이미 우리 동료야! 잡아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잔 다르크[신성 교회 성녀]: 여러분. 모두 진정하세요. 저건… 조프르입니다.

잔 다르크: 틀림없는 아군이에요!

조프르[전투 천사]: 빛과 정의의 여신의 가호가 있기를.

조프르: 오랜만입니다. 모험가 여러분.

잔 다르크: 조프르.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죠?

조프르: 폐하와 신성 교회의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조프르: 모르고 계셨겠지만, 성녀님께서 아무 말 없이 왕도를 빠져나간 것에 대해 폐하께서는 몹시 걱정하셨습니다.

조프르: 하지만 마왕군의 거점이 하나둘씩 함락됐다는 소식을 들으시고는….

조프르: 폐하께서는 인류 천년기의 13번째……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신성 원정을 감행하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조프르: 지금 왕국군의 주력이 망루 요새에서 출정하여 여러분의 마왕성 공략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다른 곳에 배치된 마왕군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잔 다르크: 정말 기쁜 소식이군요…! 이것으로 배후의 걱정은 덜고 마왕성을 공격할 수 있겠어요.

조프르: 유감스럽지만 나쁜 소식도 있습니다.

조프르: 마왕성 동쪽에 있는 염옥 산맥 중 드래곤의 소굴이 된 거점이 있습니다.

조프르: 아시다시피 드래곤 일족은 수백 년 전부터 마왕군에 가담했습니다. 그 수장을 맡고 있는 메가 플레임 드래곤 역시 마왕이 직접 임명한 몇 안 되는 간부 중 한 명입니다.

조프르: 만약 이를 놓치고 간다면 마왕과 싸울 때 협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잔 다르크: 확실히 마왕성에 진입하기 전에 정리해 두는 편이 좋겠군요.

조프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프르: 저는 폐하와 신성 교회에 여러분의 상황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할 수는 없습니다.

조프르: …성녀님. 저와 함께 돌아갈 생각은 없으시죠?

잔 다르크: 네. 저는 이미 용사 파티의 일원이니까요.

조프르: 알겠습니다. 여러분께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25. 메가 플레임 드래곤 토벌!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마치 연옥 같은 전쟁터였다.
수백, 수천의 드래곤이 화산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몸길이는 수백 미터에 이르고, 온몸이 열화로 타오르고 있는 개체였다.
저 녀석이 바로 메가 플레임 드래곤. 드래곤족의 수장이자 마왕이 가장 신뢰하는 간부인 것이다.
그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용암이 솟구쳤다. 마치 이 염옥 산맥과 공명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잔 다르크: 하늘을 가릴 정도의 숫자…. 이게 바로 드래곤 대군…….

잔 다르크: 저희가 정말로 이길 수 있을까요?

지휘관: 적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정면 승부라니…….

지휘관: 어쩔 수 없네. 소모템은 쓸 수 있을 때 써야지.

지휘관: 전설의 영웅들을 불러낼 때다.

→ ‘시간의 플루트’를 발동한다

유유한 플루트 소리가 맑은 급류처럼 작열하는 공기를 찢었다.
마지막 음절이 끝났을 때 갑자기 전송 마법진 4개가 허공에 떠올랐다.
이어 네 사람의 그림자가 그 안에서 나타났다.

자벨린[전설의 용사]: 또 만났네! 신시대의 모험가들!

아야나미[전설의 격투가]: 메가 플레임 드래곤…. 본 적 없는 적이에요…. 도전할 가치가 있는 거예요.

Z23[전설의 전사]: 마침 강화도 끝났겠다, 새 도끼의 힘을 시험해 봐야겠어!

래피[전설의 대마법사]: 후아아암…. 얼른 끝내자……. 래피, 다 끝나면 잘래.…….

전장에 내려온 전설의 영웅들은 거침없이 곧장 드래곤을 향해 뛰쳐나갔다.

잔 다르크: 잠시만…… 제 생각이 맞다면…….

잔 다르크: 설마…… 선대 마왕을 토벌한 용사 파티입니까!?

푸슌: 아, 그러고 보니 잔에게는 말을 안 해줬구나….

푸슌: 그것도 정말 대단한 모험이었는데, 전투가 끝나면 사진하고 같이 들려줄게!

----

메가 플레임 드래곤: 크오오오――!!

아야나미: 장갑이 두꺼운 거예요……. 다이내믹 킥 2연격――!

래피: 래피의 폭발 마법, 아직 한 방에 쓰러트릴 수 없으니까…… 좀 더 약화시켜줘…….

Z23: 그럼 나도 한 방 더…… 기가 크래시!

메가 플레임 드래곤: 크오오오――!!

Z23: 큭, 또야!? 강한 공격은 다른 마물을 방패로 삼아 피하고 본체는 체력을 회복하고 있어!

자벨린: 마왕과 비견될 만한 지혜와 전투력이야…. 다들 방심하지 마!

푸슌: 용사 푸슌도 도울게! ――용사 슬래시!

누비안: 나도! 흐흥,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마법약을 아껴서는 안 되겠지!

누비안: 크아아앙! 비스트 에센스!

----

나는 후방에서 상태창으로 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현재 파티의 전투력이라면 충분히 메가 플레임 드래곤을 쓰러트릴 수 있다.
하지만 상대는 교활하게도 하급 마물을 이용해 전장을 교란하고 그 틈을 타 계속 회복하고 있다.
전투는 완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잔 다르크: 지휘관님. 저도 전투에 참가하게 해주십시오!

지휘관: 안 돼. 네가 없으면 프리스트들을 지킬 사람이 없어져.

잔 다르크: 하지만 전투가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메가 플레임 드래곤의 마력량을 생각하면 이대로는 아군이 먼저 소모되고 말 겁니다.

지휘관: 아마 저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정말 교활한 마물이군.

지휘관: 하지만 상대는 한 가지 간과하고 있어.

잔 다르크: 간과, 말입니까?

지휘관: 그래. 이 전황을 깨트릴 수 있는 존재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잔 다르크: 한 명 더? 설마…….

→ ‘투척’ 스킬을 사용한다

지휘관: (왕도의 상업 구역부터 망루 요새 창고, 그리고 지금까지 입수한 모든 보물 상자까지….)

지휘관: (그 동안 위력적인 폭발물을 위주로 수집해 왔어.)

지휘관: (간다, 메가 플레임 드래곤. 저장된 아이템은 충분한가!――)

메가 플레임 드래곤: ――?!

갑자기 쏟아진 폭발물들의 비는 메가 플레임 드래곤도 예상하지 못했다.
황급히 회피 행동을 취했지만 회복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팽팽하던 균형이 한 번 무너지자 이제 전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몇 턴이 지나고 마침내 메가 플레임 드래곤은 완전히 쓰러지고 말았다.

----

Z23: 후우…….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멋진 전투였어요.

아야나미: 지휘관님이 이런 비장의 카드를 숨기고 있었다니….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봐서는 안 되는 거에요.

지휘관: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 않더라도 내 몸을 지킬 수단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

지휘관: 그러고 보니 너희 파티에는 회복 담당이 없네? 옛날에 모험할 때는 힘들지 않았어?

래피: 래피, 전에도 그런 말 들은 적 있어…….

자벨린: 에헤헤. 쓰러지기 전에 상대를 전부 쓰러트리면 되잖아요!

자벨린: 그리고 저희 파티가 계속 4명만이었던 것도 아니구요.

자벨린: 오늘도 여러분하고 같이 싸웠잖아요~

자벨린: 마왕을 쓰러트리려면 동료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아야나미: 그럼 이번에야말로 정말 안녕인 거예요.

아야나미: 여러분은 대단한 거예요. 분명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을 거예요.

잔 다르크: 안녕히 가십시오. 전설의 영웅들이여…….


지휘관: 드래곤 둥지 공략도 끝났고, 우리도 조금만 쉬자…….

푸슌: 아! 지휘관! 중요한 걸 잊었잖아!

지휘관: 중요한 거?

푸슌: 그래! 쉬기는 아직 일러! 둥지를 탐색해서 드래곤의 보물을 손에 넣어야지!



 ~26. 마왕 토벌. 최종전
검고 높은 성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파티는 마침내 여정의 목적지, 마왕성에 도착했다.
약속대로 뱀파이어 헌터들은 앞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 밖의 인물도…….

프리드리히 카를: 강철과 거룡의 신을 대신해서 인사를 올릴게. 두려움을 모르는 모험가들.

프리드리히 카를: 마왕성 공략 작전을 시작한다고 들어서 교회를 대표해서 지원하러 왔어.

프리드리히 카를: 후후. 마왕성의 두터운 문은 내가 데려온 거신기로 어떻게든 할 테니까 안심해~

쾅―――!!

강철 거룡이 내뿜은 분노의 불길이 다중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마왕성의 문을 파괴했다.
용감하고 재주 좋은 뱀파이어 헌터들은 적의 전면 방어선을 돌파해 마왕의 옥좌까지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

마왕성. 옥좌.

푸슌: 마왕! 용사 푸슌 파티가 너를 토벌하러 왔다!

잔 다르크: 당신의 악행도 오늘로 끝입니다, 마왕!

데본셔[마왕]: 칫…. 시끄럽네요.

데본셔: 어머. 저번에 인간의 왕궁에서 저를 훔쳐보려고 했던 모험가 파티잖아요?

데본셔: 설마 살아서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군요.

데본셔: 그저 어쩌다 운이 좋았을 뿐인 모험가 주제에 감히 마족의 정점인 제게 도전하려 하다니. 그렇게 명을 재촉하고 싶습니까?

데본셔: 뭐, 좋습니다. 여기서 저승길로 보내 드리죠.

지휘관: 처음에 왕궁에서 그대로 덮쳤다면 우린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텐데.

데본셔: 마왕도 마왕 나름대로의 긍지가 있습니다!

데본셔: 마왕이란 결국 이렇게 옥좌에서 용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법이니까요.

푸슌: 응! 그래야 마왕이라는 느낌이지!

누비안: 덤벼라, 마왕! 약사 누비안이 상대해 주마!

유니콘: 유니콘, 회복 마법 준비 완료…! 언제든 싸울 수 있어…!

데본셔: 흥. 수다는 이쯤 하도록 하죠. 자, 최후의 결전입니다――!

리버풀: 기념할 만한 마왕 토벌 여정의 최종장, 지금 시작합니다~!

----

데본셔: 나약한 모험가들이여. 나의 저주를 받아라――

데본셔: 노쇠, 무기력, 허약 속에서 몸부림치며 괴로워하거라――

데본셔: 무릎 꿇고, 쓰러지고, 엎드려라――

잔 다르크: …이건… 마왕만이 사용할 수 있는… 궁극의 저주…!

리버풀: 위험해…. 이 저주… 지금 내 능력으로는 해제할 수 없어….

유니콘: 으으… 오빠…. 유니콘… 더는 못 버텨….

누비안: 포션이…… 병조차도 못 들겠어….

푸슌: 큭… 나는 용사야…. 이런 데서 쓰러질 수는….

데본셔: 후하하하…! 더는 못 싸우겠죠?

데본셔: 말했을 텐데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인데, 이 마왕을 토벌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우습군요.

데본셔: 나의 저주 속에서 천천히 몸부림치다가 죽음을 맞도록 하세요!

모험 단말기: “시스템: ‘강철의 가호SSS’ 및 ‘광명의 가호SSS’가 적용되었습니다.”

→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 나를 빼놓으면 안 되지

데본셔: …응? 당신은 왜 아직도 멀쩡한 거죠?

데본셔: 뭐, 됐어요. 용사도, 프리스트도, 성녀도, 약사도 모두 저주에 빠졌으니까요.

데본셔: 설령 나약한 지휘관 하나가 쓰러지지 않았다고 해도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지휘관: 나약한 지휘관?

지휘관: 마왕이라면 모험가의 스탯 정도는 확인할 수 있겠지?

데본셔: 흥. 당연하죠. 마족의 정점인 제가 모험가의 스탯도 확인 못할 리가….

데본셔: ………아니!?

데본셔: …마, 말도 안 돼.

데본셔: …레벨 999, HP 999999, MP 999999, 공격력 9999, 방어력 9999라고요…?

지휘관: 드디어 알아차렸군.

데본셔: …기초 스탯을 이 정도까지 끌어올리다니…….

데본셔: …메가 플레임 드래곤을 쓰러트린 건 우연이 아니었던 겁니까!?

지휘관: 그래. 여기서 너와 일대일로 겨룬다고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데본셔: ……큭…! 스탯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니!

데본셔: 용사 파티에서 최강이었던 건 당신… 지휘관이었군요!

지휘관: …….

→ 푸슌의 용사의 검을 든다

지휘관: …….

→ 잔 다르크의 신성검을 든다

데본셔: 뭐, 뭘 할 셈이죠…?

데본셔: 잠깐만, 저희 말로 하죠…?

데본셔: 저는 마왕입니다! 인간의 왕이 무엇을 약속했든 그것의 배를 줄 수 있어요!

데본셔: 오, 오지 마―――!



 ~27. 그 후의 이야기
“그렇게, 마왕은 토벌되었고――”
“세계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왕도로 귀환한 용사 파티는 영웅의 공적에 걸맞는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왕도는 기쁨에 휩싸였고, 성대한 축제는 보름 이상 계속되었다.
물론 ‘탈주한 성녀’에게 책임을 묻는 일도 없었다.

 

축제가 끝나자 일행은 푸슌의 제안으로 우르스프 마을을 찾았다.
개선한 용사들을 위해 촌장은 약속대로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다.
왕도의 연회에 비하면 검소하지만, 따뜻하고 인정이 넘치는 연회였다.

 

그 후 약사 누비안은 테말클레 마을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을 위한 무상 치료를 재개했다.
약사로 이름을 날린 그녀를 보려고 먼 왕도에서 진료를 받으러 오는 귀족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어느덧 누비안은 마을 변두리에 큰 장원을 차리게 되었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약사는 더 이상 아무도 은빛해안섬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신비로운 지혜의 마녀 아르한겔스크의 이름 역시 역사에 다시는 등장하지 않았다.

 

리버풀과 유니콘은 왕국의 신성 교회에 입교해 자신의 기량을 연마하기로 했다.
훗날 신임 교황 잔 다르크를 지지하는 두 팔이 될 때까지
두 사람의 우정은 여신이 내린 오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수백 년 넘게 문명 밖에 머물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온 뱀파이어 헌터들은 마침내 왕국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
셰필드와 자이들리츠는 귀족 작위에 올라 과거 흡혈귀가 지배하던 중부 거점을 포함한 광활한 영지를 다스리게 됐다.

 

메마른 대지에 생기가 돌아왔다는 소식은 곧 왕국 곳곳에 퍼졌다.
이로 인해 왕국 전역에 개척의 물길이 일게 되었다.
이 물결에 올라탄 프리드 마을 촌장 페이옌도 개척단을 이끌고 항구 도시 슈니하펜의 유적을 개척의 목표로 삼았다.
대지의 정화가 진행되면서 빙설 호수가 다시 생겨났고, 과거 유적지였던 곳도 활기찬 대도시로 거듭났다.
촌장 페이옌은 자유 도시의 시장이 되었다.

 

왕국군은 마왕이 토벌된 이후 오히려 전보다 더 바빠졌다.
마왕성의 붕괴를 확인하자 왕국군은 여러 부대로 나뉘어 망루 장벽을 떠났다.
충성스러운 기사들은 각자의 부대를 이끌고 부활하기 시작한 대지에 무수한 거점을 설립해 왕국의 개척단과 여행자들을 보호했다.

 

천관성벽 유적의 복원 작업도 강철 교회의 주도로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구 왕성 유적은 너무도 황폐하고 위험했기 때문에 왕은 재건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장된 수많은 문화재는 여전히 값진 자산이었다.
따라서 왕국군은 다수의 길드 의뢰를 냈고, 무수한 모험가들이 유적을 향한 모험에 뛰어들었다.
용사 푸슌도 그 중 하나였다.
왕으로부터 기사단장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그녀는 거절하고 메마른 대지를 헤치고 다녔다.
어둠 속에서 재기를 노리는 어느 대마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음유시인: “전설의 지휘관은 그 이후 역사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음유시인: “어느 사람은 변방의 땅을 통치하는 영주가 되었다고도 말하고.”

음유시인: “어느 사람은 북쪽 탑에서 백 년에 걸친 수행을 하러 떠났다고도 한다.”

음유시인: “지방에서는 새로운 파티를 결성해 신대륙을 찾아 먼 곳으로 향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음유시인: “야사에서는 지휘관이 진짜 마왕이고, 이미 왕국 전체가 그의 손아귀에 들어간지 오래라는 기록도 남아있다.”

음유시인: “허나 모험의 여정에서 지휘관과 함께 싸운 자들의 행보를 보면”

음유시인: “지휘관은 어디 평화로운 땅에서 조용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래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
그러니 지금은 잠시 쉬어야 할 때이다.

‘제로부터 시작하는 마왕 토벌’ FIN


----CAST----

우리의 지휘관에게 감사를.
마음껏 즐겼기를 바라며――

‘제로부터 시작하는 마왕 토벌’


● 제작

‘모항 버추얼 리얼리티 프로젝트’ 제작위원회
푸슌, 아야나미
이카즈치, 이나즈마
롱아일랜드, 프리드리히 카를
파먀티 메르쿠리야, 브리스톨
로열 포춘, 클레망소
밸리언트, 프린츠 오이겐
마르코 폴로, 카사블랑카
하이티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잉그러햄, 유바리
아카시, TB

음향
음향 감독 – 롱아일랜드

주연
지휘관
용사 – 푸슌
프리스트 – 리버풀
견습 프리스트 – 유니콘
약사 – 누비안
전설의 용사 – 자벨린
전설의 대마법사 – 래피
전설의 격투가 – 아야나미
전설의 전사 – Z23
임금님 – 킹 조지 5세
위병 – 히어로
신성 교회 성녀 – 잔 다르크
강철 교회 기술자 – 프리드리히 카를
왕국군 2급 마법사 – 르 테메레르
왕국군 2급 마법사 – 로피니아트르
전투 천사 – 조프르
왕국군 배너렛 나이트 – 뱅가드
왕국군 배너렛 나이트 – 알제리
왕국군 가드 나이트 – 랑돔타블
왕국군 가드 나이트 – 르 말랭
음유시인 – Z46
우르스프 마을 촌장 – 브리스톨
프리드 마을 촌장 – 페이옌
지혜의 마녀 – 아르한겔스크
흡혈귀 공작 – 듀크 오브 요크
뱀파이어 헌터 – 셰필드
뱀파이어 헌터 – 자이들리츠
템페스타 해적단 – 위더
템페스타 해적단 – 골든 하인드
템페스타 해적단 – 메리 셀러스트
개척과 모험의 신 – 로열 포춘
행운과 부의 신 – 아카시
질서과 규칙의 신 – TB
모험 단말기 – TB
드래곤 로드 – 블뤼허
흡혈귀 문지기 – U-47
흡혈귀 차녀 – 엘빙
흡혈귀 장녀 – 뤼초
흡혈귀 메이드장 – 튀링겐
완벽하고 궁극적인 흡혈귀 – 뱀파이어
마녀 아이돌 – 야드
마왕 – 데본셔
그 외 마물 – 브리스톨

미술 협력
미술 설계 – 안샨, 카사블랑카, 아야나미, 밸리언트, 로열 포춘
캐릭터 디자인 – TB
필드 디자인 – TB
스테이지 디자인 – TB
테크니컬 아티스트 – TB

사운드/이펙트 협력
사운드 콘셉트 – 클레망소, 프리드리히 카를, 포미더블, 파먀티 메르쿠리야, 마르세예즈
음악 제작 – TB
SE 제작 – TB

기획·플래닝
게임 디자인 – 아야나미, 이카즈치, 이나즈마, 롱아일랜드
인터랙티브 디자인 – 아야나미, 푸슌
시스템 디자인 – 아야나미, 벙커힐
스테이지 디자인 – 아야나미, 헌터
퀘스트 디자인 – 아야나미, 프린츠 오이겐, Z2
아이템 디자인 – 아야나미, 푸슌

시나리오
세계관 설정 – 하이티엔, 마르코 폴로, 브리스톨, 카사블랑카
시나리오 구성 – 하이티엔
시나리오 라이터 – 하이티엔, 멤피스, 그리들리, 알프레도 오리아니, 아오바, 브리스톨
다국어 지원 – 레오나르도 다 빈치, TB

프로그래밍
팀 리더 – 치칼로프
게임 프로그래밍 – 소브라지텔니, 잉그러햄, 유바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TB
렌더링 엔지니어 – TB
SE 엔지니어 – TB
이펙트 엔지니어 – TB
서버 메인터넌스 – TB

버추얼 리얼리티 서포트
헬레나(META), 멤피스(META)
베스탈(META), TB

프로젝트 서포트
지휘관, 새러토가
퀸 엘리자베스, 비스마르크
아카기, 리슐리외
클레망소,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셴, 비토리오 베네토
로열 포춘

모항 코디네이트
멤피스, 벨파스트
프린츠 오이겐, 무사시
베아른, 르 테리블
젠하이, 리토리오
골든 하인드

촬영 협력
지휘관

SPECIAL THANKS
아카시



 ~28. 후일담
게임을 끄고 프리드리히 카를의 방으로 찾아왔다.

(똑똑)

프리드리히 카를: 들어와♪ 문 열려 있어~

방에 들어가자 매트에 누워 있는 카를의 모습이 보였다.

프리드리히 카를: 후후후. 마왕을 쓰러트린 용감한 아가구나~ 갑자기 무슨 일이니?

지휘관: 게임 속에서 망루 요새에서 카를이 한밤중에 내 객실에 온 적이 있었지?

지휘관: 그 호의를 돌려주기 위해서라고 할까.

프리드리히 카를: 어머, 그러고 보니 그때 로그아웃 안 했었지~? 게임에 몰두하는 건 좋지 않단다, 아가~

지휘관: 게임 속이라고는 하지만 축하연 자체가 늦게까지 진행됐으니까.

지휘관: 그보다 조금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서…….

프리드리히 카를: 뭘까? 제작진으로서 뭐든지 대답해 줄게.

지휘관: ……

→ 너는 대체 무슨 역할이었던 거야?
프리드리히 카를: 후후. 확실히 ‘기술자’라는 직함만큼 단순한 역할은 아니었지.

프리드리히 카를: 용사 파티 곁에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물밑에서 계속 도움을 주기도 하고.

프리드리히 카를: 그 이유는…… 뭐, 열린 결말이니까….

프리드리히 카를: 스스로 생각해 보는 건 어때?

→ 신들의 칭호에 대해서
프리드리히 카를: 응응. 칭호에 대해선 논쟁이 치열했어.

프리드리히 카를: 뭐 결국은 제작에 참여한 아이들이 우선시됐지만….

프리드리히 카를: ‘시작과 끝의 신’은 브리스틀이 새러토가에게 준 칭호야.

프리드리히 카를: ‘규칙과 질서의 신’도 브리스톨이 TB에게 줬고.

프리드리히 카를: ‘다과회와 과자의 신’ 칭호는 꼭 엘리자베스 님께 달라는 밸리언트의 강한 요구가 있었어.

프리드리히 카를: 베네토의 ‘부흥과 목욕의 신’역시 마르코 폴로의 강한 요구 때문이었지.

프리드리히 카를: ‘강철과 거룡의 신’은 오이겐이 몇 가지 예시를 내놓고 비스마르크가 겨우 고른 거야.

프리드리히 카를: ‘불과 정화의 신’은 처음부터 아야나미, 이카즈치, 이나즈마가 아카기의 칭호로 선정했고.

프리드리히 카를: 사실 한 가지 안이 더 있긴 했어. 아마‘ 불과 농업의 신’이었나?

프리드리히 카를: 그건 너무 난해하다며 결국 마지막 투표에서 떨어졌지만.

프리드리히 카를: 클레망소는 리슐리외에게 ‘빛과 정의의 신’ 칭호를 주고, 자기는 ‘어둠과 음모의 신’을 선택했어.

프리드리히 카를: ‘단결과 강인의 신’은 파먀티 메르쿠리야가 소비에츠키 소유즈에게 줬지.

프리드리히 카를: 이셴의 ‘평안과 수호의 신’은… 하이티엔의 추천이었어.

프리드리히 카를: 그 밖에…… ‘개척과 모험의 신’, ‘행운과 부의 신’은 각각 자기 추천이었고.

프리드리히 카를: 대충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지휘관: 고대의 신들은?

프리드리히 카를: 그건 나중의 즐거움으로 남겨 두렴. 사랑하는 아가♪

→ 지혜의 마녀와 옛 용사 파티는…
프리드리히 카를: 후후후. 선대 용사 파티 이야기도 정말 멋지지.

프리드리히 카를: 옛날에는 흡혈귀도, 드래곤도, 인간도 서로 공존하고 있었어.

프리드리히 카를: 대륙의 판도도 지금하고는 전혀 달랐지.

프리드리히 카를: 하이티엔이 그 부분에 대해 배경 설정을 많이 쓴 것 같긴 한데….

프리드리히 카를: 나중에 DLC가 나온다면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프리드리히 카를: 그래 맞아. 벌써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프리드리히 카를: 게임을 만들 때 제작진은 각자 ‘특권’을 하나씩 선택했어.

프리드리히 카를: 신으로 등장하거나, 강한 전용 아이템을 부여하거나….

프리드리히 카를: 나는…… 후후후. 특별한 장소를 만들어 뒀지.

프리드리히 카를: 아무도 알 수 없는, 대륙 한구석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은신처.

프리드리히 카를: 설정상 발라드 성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재현해 놓은 곳.

 프리드리히 카를: 밤낮을 불문하고 음악과 함께 ‘사랑’이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장소…….

프리드리히 카를: 혹시 궁금하다면…….

프리드리히 카를: 둘이서 몰래… 보러 가볼까? 사랑하는 아가~

'스토리 및 관련 글 > 중·소형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항 패션 특집! 색다른 일상  (1) 2024.04.27
되살아나는 황금  (0) 2024.04.03
영화 불야성  (0) 2024.03.08
인기투표 2023  (1) 2024.02.11
봄의 모험왕  (3) 202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