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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 솔로몬 해 上

킹루클린 2023. 3. 13. 15:23
솔로몬 해 上
 
 ~파괴의 전장
솔로몬 해. 바다를 달리는 한 무리의 함선들이 있었다.
 
중순양함. 그리고 항공모함.  거대한 강철 군함들이 위풍당당히 진군하는 그 모습은 당장이라도 대해전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그 중 한 척의 갑판 위에, 배를 조종하는 인간 형태의 소녀가 있었다.
 
엔터프라이즈: ……후우…….

 

호넷: 후아암…. 아, 엔터 언니, 잘 잤어?
 
엔터프라이즈: 그래. 컨디션도 어느 정도 회복됐어.
 
호넷: 그나저나 이렇게 빨리 동원될 줄은 몰랐네….
 
엔터프라이즈: 뭐가 말이지?
 
호넷: 저번 작전 뒤로 아직 2개월도 안 지났잖아? 아무리 기지로 돌아가서 보급했다고 해도 함재기 수리는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연전이라니.

 

엔터프라이즈: 그렇긴 하군. 상대가 레드 액시즈라면 세이렌보다 더 피해가 많이 나니까 솔직히…, 그닥 싸우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 엔터프라이즈는 자신을 「깨운」 상대, 요크타운에게서 받은 흰머리수리를 바라봤다.
 
호넷: 그 애는…… 요크타운 언니의….
 
엔터프라이즈: …….
 
호넷: 아하하. 괜찮아 괜찮아! 요크타운 언니는 지금 후방시설로 이송됐고 허먼도 같이 있으니까.
 
엔터프라이즈: ……"조만간 나아서 꼭 다시 만날 수 있다"……라는 거지?
 
호넷: 응! 아, 역시 하도 말해서 질렸어…?
 
엔터프라이즈: 아니. 오히려 항상 신경 써줘서 고마워. 나는 괜찮아.
 
엔터프라이즈: "미드웨이에서 레드 액시즈의 항모 함대와 교전하여 대파, 의장 손상이 격심하여 후송 후 회복을 도모함."
 
엔터프라이즈: 그대로 복구될 수도 있고, 어쩌면 새로운 의장으로 교체 받을지도 모르지.
 
아스토리아: 응응. 그러니 엔터프라이즈는 걱정 안 해도 돼.
 
빈센스: 졸려…….
 
호넷: 아스토리아! 빈센스! 어? 시카고하고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
 
아스토리아: 하하. 잠깐 상황을 보러 온 거고, 지금 돌아갈 거야.
 
빈센스: 브리핑은?
 
아스토리아: 아! 맞다! 임무를 재확인할게!
 
엔터프라이즈: 「사보섬 주변 해역에 전개 중인 적 함대를 격파하고 보급로를 확보하라.」 여기서 적이란 레드 액시즈를 말하는 거겠지.
 
아스토리아: 그럴 거 같긴 한데 이 항로는 전에 세이렌이 출몰한 적도 있으니까 어쩌면… 뭐였더라?
 
빈센스: 협공?
 
아스토리아: 응! 그거그거! 조심해야겠지!
 
호넷: 응! 그러니까 우리는 항모를 경계하면서 색적을 하고, 너희하고 시카고는 적의 돌격을 경계한다는 거지.
 
엔터프라이즈: 그건 숙지하고 있어. …좋아, 작전준비!
 
모두: 응!
 
 
 
 
 ~응답 없음
호넷: ……뭐야?!
 
엔터프라이즈: 호넷, 왜 그래?
 
호넷: 아스토리아하고 시카고와의 연락이 끊어졌어! 중순양함 「아오바」를 필두로 한 중앵 함대라고 인식되는 적함하고 조우했대!
 
엔터프라이즈: 역시 레드 액시즈인가…. 큭, 야전이 된다면 녀석들이 유리한데….
 
호넷: 어쩔래? 노스캐롤라이나한테 가세해달라고 연락하면…
 
엔터프라이즈: 그러는 수도 있겠지. 하지만 중앵의 야전 함대와 싸운다면 난전이 될 가능성도 있어. 그렇게 된다면 항모의 힘을 발휘하기는커녕 오히려 아군까지 공격에 휘말리게 할 수도….
 
호넷: …………큭.
 
엔터프라이즈: 잠깐. 전방에서 누군가가 오고 있다.
 
호넷: 어, 어어!?
 
엔터프라이즈: 저건……?!
 
아오바: ………….
 
호넷: 말도 안 돼…. 아오바……?!
 
엔터프라이즈: 아니면 후루타카급 함선일 수도 있겠지. 식별신호가 틀린 게 아니라면. 중앵의 전력… 상상 이상이군.
 
엔터프라이즈: 응답하라 중앵함. 이 이상 접근하면…….
 
아오바: ………….
 
엔터프라이즈: 아무 말 없이 돌격이라고?!
 
호넷: 일단 응전하자! 엔터 언니!
 
 
 
 
 
 ~격퇴
아오바: ………….
 
엔터프라이즈: 한 마디도 않고 돌격해오고, 격파한 순간 사라졌다…라.
 
새러토가: 우와아. 새러토가가 봐도 너무 수상한데.
 
호넷: 새러토가, 노스캐롤라이나. 지원 고마워!
 
노스캐롤라이나: 아뇨. 애초에 야전은 항모보다 저희 쪽이 더 알맞으니까요.
 
노스캐롤라이나: ……그나저나 같은 레드 액시즈인데도 저 싸움법은….
 
호넷: 그치? 우리가 알고 있는 중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
 
엔터프라이즈: ………….
 
새러토가: 왜 그래, 엔터프라이즈?
 
엔터프라이즈: 분명 아스토리아가 이런 말을 했었지…. "이 항로는 전에 세이렌이 출몰한 적이 있다"고.
 
노스캐롤라이나: 그렇단 건… 방금 중앵 함선들은 세이렌이 변장한 거라는 말이야?
 
엔터프라이즈: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가능성은 있지. 그게 아니라면 아스토리아의 증언과 맞지 않으니까.
 
호넷: 「아오바」를 필두로 한 중앵 함선과 조우했다는 거 말이지?
 
호넷: 분명 저쪽에선 스스로 아오바라고 밝힌 거 같은데 이쪽 「아오바」는 안 그랬다는 게 좀 이상하네.
 
노스캐롤라이나: 적을 상대로 이름을 밝히는 건 중앵이 좋아하는 방식이니까요.
 
호넷: 아카기나 카가, 히류도 다 그랬으니까.
 
엔터프라이즈: …자신을 다잡으려는 목적이라면 몰라도 일부러 상대에게 이름을 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엔터프라이즈: 야전이라면 우리도 움직이기 어려워져. 신중하게 가자.
 
 
 
 
 ~야간전투
호넷: 얘들아, 시카고한테서 연락이 왔어!
 
호넷: "중앵 함대에게 기습을 받아 아군 다수 피해 발생. …또한 적 함대는 반전하지 않고 더 전진하는 것으로 추정."
 
엔터프라이즈: 저쪽은 분명 유니온 뿐만 아니라 동맹 함선도 다수 배치되어 있었을 텐데…. 상황이 좋지 않군.
 
새러토가: 야전이라면 우리한테 승산은 없지 않을까….
 
엔터프라이즈: 먼저 적을 발견한다면 항공대의 선제공격이 가능하지만 난전이 된다면 압도적으로 불리해져.
 
호넷: 적 함대의 구성도 알았고,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겠지.
 
엔터프라이즈: 그래. 적의 진로를 보아하니 아스토리아 쪽과 부딪힐 거야. 이쪽에서 지원을 나가야 할지는….
 
노스캐롤라이나: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 상대는 어디까지나 적 항모 부대예요.
 
새러토가: 미드웨이에서 아카기를 비롯한 항모를 몇 격파하긴 했지만 아직 저쪽에서 가용할 수 있는 항모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니까.
 
엔터프라이즈: 즉 유효한 수는 없다는 거로군.
 
새러토가: 그렇지 뭐. 적어도 밤중에는 말야…. 아아~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바비큐 파티라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호넷: 아하하하….
 
노스캐롤라이나: 그럼 결정이네요. 야전은 불리하니까 적의 공세를 피해가며 아군을 지원한다….
 
엔터프라이즈: ……그렇게 되겠군.
 
새러토가: 엔터프라이즈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어쩔 수 없는걸. 와스프가 이미 향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정보를 기다리자. 응?
 
호넷: 새러토가 말대로야! 계속 고민해도 별 수 없잖아!
 
 
 
 
 ~야전 개시
아스토리아: 상황이 영 안 좋은데…. 적 쪽 원군은 계속 튀어나오고 있고.
 
퀸시: 아스토리아 언니! 더는 피해가…!
 
아스토리아: 괜찮아! 나도 중상이지만 그럭저럭 견뎌냈으니까.
 
빈센스: …칫. 저쪽은 반전 안 했네….
 
퀸시: 아마 엔터프라이즈 씨 쪽을 경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퀸시: 야전은 저쪽이 강하지만 항공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편성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아스토리아: 그냥 넘어가준 건 고맙긴 한데… 아야야야. 이대로는….
 
퀸시: 아스토리아 언니, 위험해요!
 
빈센스; 어뢰 회피!
 
아스토리아: 와왓! 어디야!?
 
퀸시: ……후, 후루타카?!
 
후루타카?: ………….
 
아스토리아: 벌써 다 회복한 거야?! 레드 액시즈의 세이렌 기술이 이렇게 대단한 거였어?!
 
퀸시: 그럴 리는 없을 텐데요…. 애초에 후루타카는 아까 떠나지 않았었나요?
 
빈센스: 그리고 분위기가 좀 달라….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아….
 
아스토리아: 우으… 이젠 몰라! 엔터프라이즈 씨가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자!
 
퀸시&빈센스: 응!
 
 
 
 
 ~격전 후
엔터프라이즈: 아스토리아, 퀸시, 빈센스! 괜찮아!?
 
퀸시: 엔터프라이즈 씨!
 
아스토리아: 그, 그럭저럭…!
 
노스캐롤라이나: 그 후루타카? 라고 하는 아이는 저희가 격파했어요. …피해를 회복하려면 기지로 돌아가야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퀸시: 죄송합니다. 의장이 거의 다 망가져서요….
 
빈센스: 기지로 돌아가지 않고도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아스토리아: 저 후루타카는 순식간에 회복하지 않았어?
 
빈센스: 후루타카하고는 달랐어. 미묘하게…
 
호넷: 무슨 말이야?
 
퀸시: 아. 그게, 저희는 아오바, 후루타카, 그리고 초카이하고 교전했었는데, 전투가 끝난 직후에 후루타카가 또 다시 공격해왔어요….
 
아스토리아: 그것도 상처는 전부 나은 데다가! 분위기도 어쩐지 엄청 소름끼쳤고! 뭐야 대체!
 
호넷: 엔터 언니, 이거 혹시…!
 
새러토가: 레드 액시즈 함대와는 다른 「무언가」가 이 해역에 있어…….
 
엔터프라이즈: 아스토리아. 아군 수송 함대는 무사해?
 
아스토리아: 괜찮아. 미니애폴리스도 있으니 레드 액시즈 함선이라면 몰라도 양산함 정도는 한 척도 못 지나갔을 거야!
 
노스캐롤라이나: 네에네에. 이제 무리는 그쯤 하고 여긴 저희에게 맡기세요….
 
호넷: …그래. 살짝 귀찮은 일도 생겼고.
 
아스토리아&빈센스: …?
 
호넷: 시카고한테서 연락이 왔어. 중앵 함재기가 나타났대.
 
 
 
 
 ~한편, 다른 곳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야전이 일어난 전날 밤.
 
유니온 함대와는 다른 쪽에서 솔로몬 해로 접근하는 또 다른 무리가 있었다.
 
즈이카쿠: 「사보섬에 접근하는 유니온 유력 항모를 비롯한 대함대를 요격하여 격파하라」
 
즈이카쿠: 만약 선배들을 박살낸 그 「엔터프라이즈」가 상대라면……. 으으, 조금 긴장되는데!
 
???: 후후후, 누구~게?
 
즈이카쿠: 와앗?! 쇼, 쇼카쿠 언니!?
 
쇼카쿠: 음~ 역시 너무 쉬웠나~?
 
즈이카쿠: 이런 짓 할 만한 사람은 쇼카쿠 언니밖에 없잖아! 부끄러우니까 작전 중에는 하지 마!
 
쇼카쿠: 얘도 참. 지금까지 몇 번이나 해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니? 이건 언니 특권이니까 말야~
 
즈이카쿠: 네에네에…….
 
류조: 쇼카쿠 씨? 즈이카쿠 씨? 뭐하시는 건가요?
 
즈이카쿠: 류, 류조!? 이이이건….
 
쇼카쿠: 후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작전은 잘 되어가나요?
 
류조: 문제 없습니다! 걱정 마세요!
 
류조: 이번 작전, 미끼라고는 하지만 방어 뿐 아니라 공격도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즈이카쿠: 좋은 기세야! 역시 원조 일항전!
 
즈이카쿠: (그 카가 선배의 지옥훈련을 유일하게 따라갔던 사람…. 역시 장난이 아니네… 하하하하….)
 
쇼카쿠: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요. 단독으로 돌입한 카와카제의 말에 따르면 이 해역에는 세이렌이 출몰했었다는 것 같아요.
 
즈이카쿠: 그러니까 예전에 「경면해역」이 발생했었다, 는 거지?
 
쇼카쿠: 그렇게 자세한 내용까진 모르겠어. 유니온……. 아주르 레인도, 레드 액시즈도,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해역에 진출하는 건지.
 
즈이카쿠: 미드웨이 해전…. 만약 우리도 참가할 수 있었더라면 아카기 선배의 진의를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쇼카쿠: 어쩔 수 없었잖니. 미숙하다는 소릴 들었으니 얌전히 있어야지.
 
즈이카쿠: 히요, 준요도 같은 생각… 일지도 모르겠네….
 
류조: 즈이카쿠 씨. 기분은 이해하지만 예전에 등 뒤를 맡겼던 상대라고 해도 지금은 적! 일일이 캐고 들 필요 없습니다!
 
즈이카쿠: 류조…….
 
즈이카쿠: 확실히 여기선 머리를 비우고 싸움에 임하는 게 좋겠지!
 
즈이카쿠: 좋아! 중앵 함대, 전진!
 
 
 
 
 ~가상 전장
류조: 미끼도 미끼만의 의지가 있어! 그리 쉽게 쓰러지진 않아!
 
류조: 자유의 나라의 전사들에게 고한다! 나는 해가 뜨는 나라의 무사, 류조!
 
류조: 미끼라고 얕본다면, 싸움으로 그 만심을 바로잡아 주마!
 
류조: 용양인신(龍驤麟振), 내 앞에 적 없을지어니! 간다!
 -용양인신(龍驤麟振): 기세가 매우 등등한 모습. 용처럼 힘차게 하늘로 솟고, 기린처럼 투지를 발한다.
 
애틀랜타: 엔터프라이즈 씨, 그쪽으로 가고 있어!
 
엔터프라이즈: 그래! 엔터프라이즈, 인게이지!
 
 
즈이카쿠: 류조가 엔터프라이즈를 잘 유도해냈어…. 다음은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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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카쿠: 진츠가 있는 2수전에게서 연락이…?!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 어떻게 하지…?
 
쇼카쿠: 류조는 중상, 진츠 씨가 속한 함대도 피해를 입고 있어…. 엔터프라이즈가 건재하다면 잘 생각해봐도 비등비등해….
 
즈이카쿠: 류조는 물론 구출해야 하지만…. 엔터프라이즈를 공격하는 건 아타고 부대의 증원을 기다린 뒤에 할까?
 
쇼카쿠: 정보에 따르면, 류조는 열심히 적에게 대미지를 줬어. 임우를 생각하면 이대로 공격을 속행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
 
쇼카쿠: ……아니, 아무래도 그럴 수도 없을 것 같네.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
 
쇼카쿠: 즈이카쿠, 저길 봐.
 
즈이카쿠: ……!!!
 
류조?: ………….
 
즈이카쿠: 그럴 수가… 말도 안 돼……. 류조는 지금 엔터프라이즈하고 교전하고 있을 텐데…!
 
쇼카쿠: 그렇다는 건 여기 있는 류조는 「가짜」라는 거겠지…. 즈이카쿠, 내가 하려는 말, 알겠니?
 
즈이카쿠: ……응. 방심했다간 혼쭐 날 거란 말이지? 알아!
 
 
 
 
 ~강자 조우
즈이카쿠: 하아아압!!
 
류조: …………!
 
즈이카쿠: 반응이 있어! 역시 얘는 류조하고 달ㄹ…… 어라?
 
쇼카쿠: 주위에 있던 양산함도 동시에 사라졌어? 역시 이건 세이렌의 짓이었구나….
 
히에이: 즈이카쿠, 쇼카쿠, 괜찮으세요?!
 
아타고: 두 사람 다 너무 앞질러 간다니까. 나는 무츠를 돌보느라 큰일이었는데.
 
즈이카쿠: 미, 미안…. 우린 괜찮아. 딱히 손상을 입은 것도 아니고.
 
쇼카쿠: 너희야말로 괜찮아? 오는 도중에 이상한 거 못 봤어?
 
아타고: 이상한 거…?
 
즈이카쿠: 우리는 류조하고 똑같이 생긴 가짜를 만났어. 방금 쓰러트렸지만.
 
히에이: …….
 
쇼카쿠: 히에이, 짐작 가는 바라도 있어?
 
히에이: 아뇨. 역시 이 해역에 「세이렌이 출몰했다」는 건 진짜였군요.
 
아타고: 응. 나도 살짝 들었어. 아무리 적의 유력 함대가 나타났다고 해도 미드웨이 직후에 이런 대함대를 출격시키다니.
 
아타고: 역시 세이렌을 경계하기 위해서… 일까.
 
쇼카쿠: 하지만 꽤 골치 아픈 상황이 됐네.
 
즈이카쿠: 골치 아픈 상황? 뭐가…?
 
쇼카쿠: 만약 아주르 레인 측도 세이렌의 「가짜」와 만났다면 다음에 우리와 조우했을 때는 문답무용으로 공격해올지도….
 
아타고: 그렇게 되면 정보 교환도 실패라는 거지…. 지금은 적이라고 해도….
 
히에이: 아주르 레인의 동향이라면 방금 전 제 정찰기가 엔터프라이즈로 보이는 함선을 찾았습니다.
 
아타고: 어떻게 할래 쇼카쿠? 한번 덤벼볼까?
 
쇼카쿠: ……그러는 수밖에 없겠네. 다들 조심히 움직여.
 
 
 
 
 ~상황 정리
오전 11시 30분. 류조 항공대 발진. 작전 진행.
 
오후 1시. 쇼카쿠 항공대 발진.
 
오후 1시 50분. 류조, 새러토가와 교전. 대파.
 
오후 2시 이후. 히에이 부대, 유니온 항모 부대를 발견. 보고.
 
제2차 공격대, 발진 준비…….
 
 
아타고: 알겠니, 즈이카쿠? 이번 작전은 아주르 레인 주력 함대를 격파하는 거지만, 혹시 세이렌이 나타나면 일단 모두에게 연락하렴.
 
즈이카쿠: 절대 속단하지 말 것. 맞지? 알고 있어.
 
아타고: 그렇다니 다행이네. 엔터프라이즈와 싸우는 걸 고대하고 있다고 쇼카쿠에게 들었거든.
 
즈이카쿠: 응? 그건 그렇지만…. 선배들을 쓰러트린 그 「그레이 고스트」, 대체 얼마나 강할지….
 
아타고: 지금 좀 타카오 같은 얼굴이었어. 후후훗.
 
즈이카쿠: 그, 그랬어?
 
아타고: …뭐, 좋아. 나하고 히에이는 우회해서 공격할게. 항모들이 싸우는 걸 방해할 생각은 없으니까.
 
즈이카쿠: 고마워! 류조 구출도 부탁할게. 혼자서 적 다수를 상대로 열심히 싸우고 있을 테니까.
 
쇼카쿠: 즈이카쿠, 준비는 다 됐니~? 슬슬 출발할 거야!
 
즈이카쿠: 아차. 나도 슬슬 공격대를 날려야지…. 모처럼 류조가 시간을 벌어줬으니까.
 
아타고: 응. 그렇게 해. 성공을 기원할게.
 
즈이카쿠: 응! 유니온 따위는 너희가 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날려버릴 테니까 말야!
 
 
새러토가: 콜록콜록…. 방금은 아무리 새러토가라고 해도 깜짝 놀랐다구!
 
엔터프라이즈: 미드웨이 작전에서 요크타운 언니에게 피해를 준 상대…….
 
엔터프라이즈: 일항전 말고도 중앵에 이 정도로 강한 항모가 남아 있을 줄이야….
 
새러토가: 렉싱턴 언니를 크게 다치게 한 애들이 틀림없어. 새러토가, 지금 엄청 화났어!
 
엔터프라이즈: 하지만 아직 항공 공격을 간신히 피했을 뿐이야. 적 항모는 찾았어?
 
새러토가: 아직이야. 그치만 류조?가 이 근처에 있으니까 적은 반드시 구출하러 올 거야!
 
새러토가: 엔터프라이즈. 새러토가의 항공대가 원호를 맡을 테니까 적 항모하고 싸우자!
 
엔터프라이즈: 그래. 밤이 되기 전까지 결판을 짓겠어……!
 
 
 
 
 ~내비게이션
테스터: 「장기말」은 배치됐어?
 
옵저버: 응. 전부 예정대로야. 엔터프라이즈와 즈이카쿠, 누가 이길까 궁금하네.
 
테스터: 호오. 이상한 말을 하는군 옵저버. 이미 결과는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옵저버: 맞아. 알고 있어. 이미 몇 백번이나 봤는걸. ……기록도, 연산도.
 
테스터: 내 「테스트」 결과도, 말이겠지.
 
옵저버: 후후후. 맞아. 네가 입안한 「테스트」, 그리고 다른 시간축의 일도 전부 체크하고 있어.
 
테스터: 인간의 격언 중에 “실패로부터 배운다”라는 말이 있던데, 너도 그렇게 할 셈이야?
 
옵저버: 아냐, 테스터. 인간은 과거만 볼 수 있지만, 우리는 미래도 볼 수 있어.
 
옵저버: 실패할 가능성조차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어떻게 실패한다는 거니?
 
옵저버: ……그럼.
 
옵저버: 세계 최초로 항모 간의 대결이 벌어진 「산호해 해전」.
 
옵저버: 항모들의 대결만으로 전쟁의 판세를 결정한 「미드웨이 해전」.

 

옵저버: 그리고 이 두 번의 싸움을 고한 항모들이 다시 맞붙은 이 전투.
 
옵저버: ……「쐐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후후후. 기대되네.
 
옵저버: 확실히 「관찰」해줄게. 「엔터프라이즈」…….
 
 
 
 
 ~특이 개체
엔터프라이즈: 역시 쇼카쿠급 가짜 정도가 되니 전투력도 상당하군…. 하지만…!
 
가짜 함선은 엔터프라이즈가 쏜 화살을 맞고 폭발했다.
 
엔터프라이즈: 하지만 지금 적은 아까 우리를 습격한 공격대에 비하면 정확도도, 숙련도도 떨어져.
 
엔터프라이즈: 이 정도 적이라면 물량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한 아스토리아나 시카고가 밀릴 리가 없었을 텐데.
 
엔터프라이즈: 역시 이 해역에는 레드 액시즈 함대도 전개 중이라는 건가…….
 
엔터프라이즈: …! 새로운 적인가!
 
 
즈이카쿠: 설마 가짜 유니온 항모를 만날 줄이야…. 그래도 이 정도면 별거 아니야!
 
쇼카쿠: 이 정도면 류조도 몇 척쯤은 쓰러트렸을 텐데…. 앗, 즈이카쿠! 어디 가니?
 
즈이카쿠: 이대로라면 엔터프라이즈한테 접근할 수 없어! 적을 놓치기 전에 공격해야 돼!

 

 
쇼카쿠: 히에이가 있는 주력 함대가 출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조금 더 기다리는 편이….
 
즈이카쿠: 엔터프라이즈는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거 같으니까, 여기선 일항전 선배를 본받아서 “선수필승”이야!
 
쇼카쿠: 얘, 즈이카쿠~!!
 
 
파괴된 양산함에서 피어오르는 불길. 열기를 머금은 돌풍이 불기 시작하는 황혼의 바다.
 
유니온과 중앵의 항모가 마침내 대치한다.
 
엔터프라이즈: ………….
 
즈이카쿠: ………….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느낄 수 있는 강자의 시선. 일촉즉발의 싸움.
 
엔터프라이즈: (……마지막 세이렌…. 항모 즈이카쿠의 모습이군.)
 
즈이카쿠: (저게… 엔터프라이즈……. 설령 가짜라고 해도 이렇게나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니……!)
 
대화는 불필요. 눈빛만으로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양측 다 상대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자신을 다잡으며, 전투 태새를 갖추었다.
 
엔터프라이즈: 봐주지 않겠어. 전력으로 상대해주마.
 
즈이카쿠: 엔터프라이즈…. 상대로서 부족함 없군!
 
지금, 싸움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즈이카쿠: 중앵 오항전, 항공모함 즈이카쿠…….
 
엔터프라이즈: TaskForce 61, G16, 엔터프라이즈…….
 
즈이카쿠: 간다!!
엔터프라이즈: 전진!!
 
!!!!
 
엔터프라이즈: 뭐지?!
 
즈이카쿠: 뭐야!? 증원!?
 
호넷: 엔터 언니! 주위에 있던 양산함이 일제히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어!
 
쇼카쿠: 즈이카쿠! 조심해! 양산함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어!
 
즈이카쿠: 비겁하다 아주르 레인! 아군까지 공격에 휘말리게 할 셈이냐?!
 
엔터프라이즈: 진정해! 공격해오는 건 아군이 아니라 세이렌이야!
 
즈이카쿠: 「장기말」 주제에 무슨… 어, 방금 평범하게 말했어?!
 
호넷: 뭐야 이 멍청아! 엔터 언니! 이대로면 레드 액시즈하고 세이렌을 분간할 수 없어!
 
쇼카쿠: 퇴각하자! 히에이가 이미 류조를 구출해냈어!
 
즈이카쿠: 어, 어어…!
 
즈이카쿠: 각오해 두라고 엔터프라이즈! 다음엔 반드시 결판을 내줄 테니까!
 
엔터프라이즈: ……그러지!
 
 
 
 
 ~배후
테스터: 이게 네 「실험」이야?
 
옵저버: 응.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를 싸우게 해서 「진화」를 촉구하는 거야.
 
테스터: 하지만 효율이 좀 나쁘지 않아? 양산함 위장이라면 몰라도 「장기말」까지 동원하다니….
 
옵저버: 「장기말」도 똑같아. 설령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가 없어도, 그들의 싸움은 계속 진화할 거야.
 
옵저버: 「쐐기」는 「배」뿐만이 아냐. 하나의 사건, 하나의 전장, 그 모든 게 역사의 「쐐기」가 되고 「미래」를 바꿀 기회가 되는 거야.
 
테스터: 그래서 그 「쐐기(노드)」에 「접속(액세스)」하는 게 바로 이 싸움이란 말이지…….
 
옵저버: 응, 맞아. 이 아이들은 미래를 구원하기 위한 존재야.
 
옵저버: 과거의 전투를 재현하고, 개입하고, 스스로 힘을 키우고, 그리고 언젠가 「각성」할 때까지 싸우고, 서로 상처 입히고.
 
옵저버: ……가라앉을 때까지, 말야.

 

테스터: 후후…. 그 「용골」, 과연 언제까지 견뎌 낼 수 있으려나.